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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키위 님의 서재입니다.

정비공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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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키위
작품등록일 :
2020.01.01 15:13
최근연재일 :
2020.11.08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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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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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5,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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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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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커다란 힘

DUMMY

대부분의 무기들을 하나로 융합해 크고 아름다운 총을 만들었지만, 내가 남겨둔 무기들이 좀 있다.


플라즈마 라이플, 바이오-글루건의 두 개다.


플라즈마 라이플은 기존에 내가 알던 그 플라즈마 라이플과 같았고, 바이오 글루건은 로봇의 데이터베이스 안에 들어있었다.


이 녀석이 이걸 알고 있다는 건 E-V1 시리즈와 연관있다는 걸까?


어째서 5형 전투병을 만드는 창고 안에 이런 무기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잘 써먹어야지.


바이오 글루건을 꾹 눌러서 발사하자, 바닥에 낯익은 살덩어리들이 쏟아졌다.


이거 생체 로봇 아냐?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생체 로봇과는 달랐다.


이건 단순히 주위에서 양분을 빨아먹으며 살아가기만 할 뿐인 살덩어리다.


뭐 스스로 움직이거나 하는 일은 없고 오로지 접착제의 역할만 수행한다는 것이다.


아무튼 내가 이 바이오-글루건에 관심을 보이는 건, 이게 꽤나 언데드 녀석들의 보호복 소재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경고합니다. 방사선 물질 관리실에 제대로 된 보호 장비 없이 들어가는 것은 관리자님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행동입니다.”


“그래. 그럼 그 제대로 된 보호 장비가 뭔데?”


“B등급 이상의 보호복, 혹은 납을 이용한 차폐복입니다.”


“납? 납이 있다면 괜찮은 거야?”


“전문 자격증이 없는 사람은 보호장구를 착용하더라도 방사선 물질 보관실에 진입하는 것이 금지됩니다.”




그러니까 대충 납으로 만든 보호구가 있다면 방사선을 막을 수 있다는 거지?


여기서 곧장 보호복에 납으로 만든 보호막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바이오-글루건에 납을 포함시켜서 보호복 표면에 펴 바르면 어떨까?


그 정도면 충분히 보호복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경고합니다. 방사능으로 인한 DNA 손상은 시스템 코퍼레이션에서도 확실한 치료를 제공하기 힘듭니다.”


“뭐, 대충 포션 마시면 될 거 아냐?”




DNA?


그게 뭔진 몰라도 대충 엘릭서로 치료되겠지.


엘릭서로도 안되면 사제들의 기적을 빌리면 되고.




“납이나 내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좀 출력하고 있어봐.”




바이오 글루건과 고철 절단기의 포션 부여 장치를 하나로 합친다.


그렇게 개조된 바이오 글루건에 납을 집어넣고 글루건을 작동시키자 납과 살덩이가 합쳐진 결과물이 탄생했다.


이걸로 보호복 표면을 코팅한다면 이 녀석이 그렇게 강조하는 방사선을 막아낼 수 있지 않을까?


네크로 가스는 생체총에게 먹이던 코팅제를 포함시키면 막아낼 수 있을 거고.




“도대체 뭐가 있길래 그렇게 반대하는 거야?”


“우라늄, 플루토늄, 그리고...”


“그리고?”


“7등급 보안 권한을 인증하지 않으면 접근이 불가능한 정보입니다.”




우라늄과 플루토늄?


그거라면... 시스템이 사용하던 괴상한 폭탄을 만드는데 쓰이던 재료들이 아닌가?


문득 시스템이 터트리던 괴상한 폭탄에서 살아남은 스케빈져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살점이 녹아내리고, 거의 언데드마냥 처참해진 모습.


재생력이 뛰어난 트롤들이어도 예외는 없이 그런 모습이 되었었다.


로봇이 내게 방사선이라는 걸 경고하는 것과, 그 플루토늄인지 하는 게 방사선 물질 보관실에 들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물질들로는 그 괴상한 폭탄을 만든다는 것.


그 점을 종합해서 생각해보면, 생존자들이 그렇게 변한 건 방사선이라는 것 때문일까?


확실히 어마무시한 효과다.


하지만.


폭탄의 후유증을 앓던 사람들도 사제의 치료를 받거나 엘릭서로 치유됐다는 걸 생각해보면...


로봇이 그렇게 경고하는 만큼 위험하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저 정도로 로봇이 내게 위험하다고 경고하는 건 뭘까?


한가지 생각해볼 수 있는 건, 저장고에서 나오는 방사능의 양이 너무나 많아서 가까이 가는 것 만으로 죽어버릴 정도라는 것.


그렇지만 과연 그 정도까지 방사능이 나오고 있을까?


그 정도로 방사능이 나온다면 이미 진작에 폭발하고도 남지 않았을까?


충분한 보호 장비를 갖춘다면 적당히 버틸 수 있는 수준일 것이다.


그렇다면 로봇은 어째서 이렇게 내게 경고를 할까?


보안 레벨 7등급이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보안 레벨 7등급이 어느 정도인진 모르겠지만 그 정도면 꽤 높은 등급이겠지.


그냥 방사성 물질이 위험해서라면 보안 등급이 저렇게 높을 리는 없다.


무언가 숨기는 게 있다는 증거다.


잘 생각해보면, 저 방사능 물질 보관실은 독의 늪에 지고의 보물을 숨기는 것만큼 믿음직스러운 장소이지 않는가?


E-V2의 강력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방사능 물질 보관실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사람 마음이 안된다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게 정상이잖아?


바이오 글루건으로 대충 전신의 보호복을 강화하자 살덩이 골렘같은 괴상한 모습이 되었다.


나는 그대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지하 890m로 내려갔다.


전신이 흐물흐물해지는 불쾌한 감각이 느껴지고, 그 누구도 와보지 않은 장소가 눈 앞에 펼쳐졌다.




“저건 타이탄들인가?”




890m는 타이탄들을 보관하는 장소였던 걸까?


짙은 독기의 안개 사이로 거대한 덩치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아래로 내려갈 틈을 찾자, 두 체의 타이탄 사이에 난 거대한 틈이 보인다.


그래, 역시나 틈이 나 있을줄 알았어.


하늘섬이 자폭하며 아예 모선을 반으로 갈라놨는데 균열이 없을 리 없지.


언제나처럼 안전줄을 지면에 박아넣고 하강을 준비한다.




[지하 890m]




고도 890m에서 시작한 하강.


E-V2로봇은 아직까진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나를 졸졸 쫓아다닐 뿐이다.


[지하 895m]




치익.


서서히 틈 아래의 공간이 드러나며 방사선 물질 보관실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다른 곳과는 달리, 890m에서 900m까지의 벽이 전부 통짜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내 발밑에서 엿보이는 물질 보관실은...


그저 평범한 상자들이 잔뜩 쌓여있는 평법한 창고와 다를게 없었다.


뭐야, 별 것도 없잖아?


로봇이 그렇게 겁을 주다보니 무슨 용암이 부글부글 끓는 지옥같은 이미지를 떠올렸는데.




[지하 899m]




“경고합니다. 관리자님은 지금 방사선 물질 보관실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B랭크 보호복을 입으신 게 아니라면 지금 당장 돌아가 주세요.”


“괜찮아. 이 정도는.”




[지하 900m]




안전줄을 타고 보관실 안으로 진입하자, 곧장 생체 보호막이 불탄다거나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저 평소와 같이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이렇게까지 준비했는데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으니 맥빠지네.




“경고합니다. 경고합니다. 관리자님은 지금 위험 구역에 들어와 있습니다. 10분 이내로 위험 구역에서 빠져나와 주세요.”


“그래. 그럴게. 그러니까 이게 뭔지 좀 구별 해봐라.”




정체불명의 용기를 들고 흔들어보자 안에서 무언가 굴러다니는 소리가 들려온다.


음.


이게 그 우라늄하고 플루토늄인가 하는 그거냐?


일단 바닥에 굴러다니는 상자들을 챙겨두고 상자들이 보관된 방을 나왔다.


그러자 내 앞에 나타난 건, 푸른빛이 도는 물이 가득차있는 수조였다.


물 속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푸른 빛은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인어들의 도시를 연상시켰다.


여기는 뭐하는 장소지?


의아해하며 주위를 둘러보자 무언가 써져있는 표지판이 보였다.




[구형 원자로 견본]




구형 원자로 견본?


이게 구형이라는 건 신형이라는 게 있다는 건가?


그것보다 원자로는 도대체 뭐야?




“원자로에 대한 정보는...”


“보안 레벨 5 이상만이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럼, 구형 원자로는?”


“핵분열 반응을 이용하여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기입니다.”


“핵분열 반응은 또 뭐야?”


“보안 레벨 5 이상만이 접근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로봇 답게 단어 하나 달라졌다고 보이는 반응이 참 다르네.


아무튼 이건 일종의 발전기란 말이지?


그렇다면 관심은 없다.


푸른 빛이 감도는 수조 위에 놓여진 다리를 지나 더 안쪽으로 향하자 화면에 노이즈가 잡히기 시작했다.




“뭐야?”




희뿌연 선이 잠시 화면을 가렸지만, 잠시 멈춰서 카메라의 상태를 확인하려 하자 희뿌연 빛은 사라져 버렸다.


고개를 갸웃하며 보호복의 상태를 체크해 보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다.


좀 더 안으로 진입.


그러자 내 앞에 나타난 건, 아주 두터운 철문이었다.


철문 너머의 철문이 있고, 또 철문이 있는 딱 봐도 보안이 막중한 시설.


철문에 부착된 잠금 장치를 해제해보려 해도 보안 레벨이 부족하다며 들여 보내주질 않는다.


이 안에 뭔가 있는 게 분명한데.


고철 절단기로 절단해보려 해도 날이 들어가지도 않는다.


도대체 뭐로 만들어졌길래 이렇게 단단해?


어쩔 수 없다.


일단은 돌아가서 지금 얻은 수확물로 어떻게든 해봐야지.


그렇게 생각한 순간, 문 안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꽈득.


콰득.


콱.


무언가가 문으 두드리는 듯한 소리.


저 안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내가 의아해하며 다시 문으로 시선을 옮긴 순간.


쾅.




“윽?!”




꿈쩍도 하지않을 것처럼 보이던 문이 폭발하며 내부의 열기를 밖으로 토해냈다.


충격에 대비하며 보호막을 가동해 보지만, 보호막에 느껴지는 충격은 없다.


그 대신 보호복을 둘러싼 생체 보호막이 지글거리며 끓기 시작했을 뿐이었다.


뭐야?


온도를 조작하는 마법이 발동된 것도 아닌데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지?




“경고합니다. 관리자님은 지금 위험 구역에 들어와 있습니다. 지금 당장 퇴거할 것을 권고합니다.”


“그래. 그래. 알았어.”




뭔지는 몰라도, 슬슬 더 이상 들어가면 위험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그 때, 완전히 부숴진 철문 안에 뭐가 들어있었는지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유리 수조 안에서 밝게 빛나는 자그마한 별.


아까의 폭발은 저 별이 일으킨 걸까?


분명히 물이 가득 차 있는 수조인데도, 별은 물 속에서 고고히 불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내가 뭘 해야 할지 깨달았다.


저거다.


저 별만이 크고 아름다운 탄환에 적합하다.


우라늄이니, 플루토늄이니 하는 건 전부 소용없다.


내가 이 지하까지 내려온 건 저 별을 훔쳐가기 위해서다.




“경고합니다. 지금 즉시 위험 지역에서 퇴고하세요. 장기간 방사능에 노출되어 발생하는 질병은 본사가 책임질 수 없습니다.”




로봇은 그런 나를 말리려 하는 듯 쫑알거렸지만, 나는 언제나처럼 로봇을 무시하며 플라즈마 라이플을 수조에 겨눴다.


그리고 발사.


별을 가두고 있던 수조는 그대로 박살나며 별빛으로 붉게 물든 물을 토해냈다.


수조 안의 물이 모두 빠져나가고, 나는 천천히 붉은 별을 향해 다가갔다.


치이이익.


수분이 증발하며 자욱한 수증기를 피워내며 마치 구름 속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허리춤에 메달아 뒀던 보관함의 뚜껑을 열고 대충 안에 들어있는 우라늄인지 플루토늄인지를 버린다.


주륵.


갑자기 코에서 핏방울이 흘러나왔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붉은 별을 보관함에 담는다.


보관함에 들어가기 전까진 계속해서 뜨거운 빛을 뿜어내던 별은 보관함 안으로 들어가자 잠잠해졌다.


아름답다.


이걸 이용한 무기를 만든다면, 총을 만든다면.


도대체 어떤 작품이 탄생하는 걸까?


그런 흥분감 때문인지 코에서 흘러나오는 코피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더욱 거세게 흘러나올 뿐이었다.


작가의말

미드 체르노빌을 재미있게 봤습니다.

특히 생체 로봇이 옥상에서 일하는 장면은 무서운 장면이 하나도 없는데 무섭더라고요.

그냥 그렇다고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99 방객
    작성일
    20.02.11 00:15
    No. 1

    주인공이 방사능의 무서움을 모르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73 자와라
    작성일
    20.02.11 01:15
    No. 2

    이러다가 주인공이 훅가고 엔딩나도 납득갈것같은 안전불감증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3 베데스다
    작성일
    20.02.11 09:52
    No. 3

    얼마 안있었는데 코피가 나면 더 피폭되면 죽는거 아닌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3 Girlswin..
    작성일
    20.02.11 10:52
    No. 4

    흠.. 방사능 피폭은. DNA 구조, 원자 단위의 그 이하의 변형을 의미함.
    기형, 암이 되는 거고...
    흔히 타 소설에 설정되는 포션이 기존 세포의 재생, 복제 활성화 인걸 고려하면 포션 마시면
    기형이나 암이 증식해야 정상.
    그리고 따라 들어간 로봇도 피폭됨.

    뭐, 에초에 소설이니 설정하기 나름이지만.

    찬성: 2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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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흡혈귀(ㅋ) +5 20.03.12 447 17 14쪽
44 고스트 버스터즈 +3 20.02.29 483 22 12쪽
43 에너지 드레인 +5 20.02.28 448 19 12쪽
42 작업 준비 +4 20.02.22 451 23 13쪽
41 이유 있는 불안 +3 20.02.14 488 25 14쪽
» 커다란 힘 +4 20.02.11 555 25 11쪽
39 크고 아름다운 +2 20.02.09 540 21 13쪽
38 작은 실수 +4 20.02.06 542 21 12쪽
37 생선 앞의 고양이 +2 20.02.05 594 30 12쪽
36 치트키 +2 20.02.04 568 29 13쪽
35 E-V2 +5 20.02.02 610 26 13쪽
34 뇌둥둥 +3 20.02.01 563 24 11쪽
33 지하 30m +5 20.01.31 638 26 12쪽
32 습격 20.01.30 683 25 14쪽
31 너의 이름 +5 20.01.29 680 26 13쪽
30 너의 이름은 +4 20.01.28 649 28 13쪽
29 불시 점검 +2 20.01.27 672 25 12쪽
28 로봇 웨이브 +2 20.01.26 743 27 12쪽
27 인형의 집 +3 20.01.25 763 29 12쪽
26 생체 로봇 +3 20.01.24 778 29 13쪽
25 사냥이 아니라 +3 20.01.23 752 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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