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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키위 님의 서재입니다.

정비공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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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키위
작품등록일 :
2020.01.0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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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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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웨이브

DUMMY

로봇 웨이브.

함선에서 스캐빈저들이 처리하지 못한 로봇들이 함선을 나와 쓰레기장까지 밀려드는 현상.

쉽게 말해서 몬스터 웨이브의 로봇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로봇 웨이브가 도대체 왜 지금 일어난 거지?

쓰레기장에 모여든 스케빈져들의 수가 늘어나고, 무장이 강화되며 로봇들이 위험할 정도로 모이는 일은 거의 없다.

거기에 각 구역을 지배하는 조직들이 자체적으로 구성한 감시망 덕분에 마지막으로 로봇 웨이브가 일어난지는 5년도 더 넘었다.


“뭐 전조증상은 있었어?”

“전조증상이라고 하면... 로봇의 생산량이 늘어난 정도? 하지만 그만큼 순찰대나 스케빈져들의 작업량도 늘어났는데...”


도저히 로봇 웨이브의 원인을 알 수 없는 것은 마키나도 마찬가지였는지 고개를 절래절래 젓는다.


“넌 뭐 좀 짐작가는 게 있냐?”

“...지휘개체. 즉, 시스템의 역할을 대신하는 로봇이 나타난 게 아닐까 합니다.”

“그 누군지는 몰라도 네 자매들이 쓰던 채널을 이용하는 그 녀석?”

“지금으로썬 그렇게 추측할 수 밖에 없네요.”


로봇도 기존에 있던 정보를 다시 재확인시키는 것 말고는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한다.

그나저나 지휘 개체라.

시스템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지휘 개체라니.

그렇다면 그건 최근에 탄생한 것일까, 깨어난 것일까?

자신에게 권한을 부여할 존재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새롭게 탄생했다고 보긴 어렵다.

그렇다면 그 말은 즉.

지금까지 잠들어 있던 지휘 개체가 지금 깨어났다고 보는게 맞겠지.


“마키나, 최근 들어 스캐빈저들의 생환률이 많이 올랐었지?”

“어? 그래. 그랬었지. 덕분에 신입들이 좀 채워졌어.”


내가 막 함선에서 깨어난 지휘 개체라면 자신의 제어에 들어온 로봇들을 잘 숨겨둘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로봇들과 스케빈져들의 충돌이 줄어들고...

스케빈져들의 생존률이 올라가겠지.

마키나도 나와 같은 결론에 도달했는지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전조 증상은 이미 있었다는 건가...”

“뭐, 전에 이런 적이 없으니 알 수 가 없었으니까. 아무튼, 지금 방어선은 어때?”

“인형의 집 안에 있던 스캐빈져들은 전부 방어선에 몰려가 있어. 마을에 소식을 전했으니 곧 지원군이 올거야.”

“일처리 하나는 빠르네.”


역시 자동인형들.

서로가 서로의 생각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보니 대처 하나는 참 빠르다.

마키나와 함께 방어선으로 향하다 보니, 무기고에서 무기를 꺼내 스케빈져들에게 무기를 나눠주는 자동인형들이 보인다.

아, 저걸 보니 손이 근질근질하네.

조금만 개조해주면 로봇들을 조지는데 훨씬 도움이 될텐데.


“네 개조는 필요없으니까, 얌전히 방어선이나 가.”

“공짜로 해줄게, 공짜로.”

“개조는 공짜지만, 사후관리는 공짜가 아니지.”


쳇.

이번 기회에 고객님들을 대량으로 늘리려 했는데.

혀를 차며 아쉬운 입맛을 다시자, 로봇이 나를 타박했다.


“이 상황에서도 장사를 할 생각입니까, 주인님?”

“이런 상황이니까 더 장사해야지. 무기 상인은 전쟁 때가 장사할 타이밍인거 몰라?”

“세상에는 기부라는 아름다운 풍습이 있답니다, 주인님.”


로봇과 내가 그렇게 투닥거리는 사이 방어선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고철 울타리를 방벽 삼아 수많은 스케빈져들이 총구를 함선에 겨누고 있을 뿐인 빈곤한 모습.

그 모습을 바라보며 로봇은 우려를 표했다.


“이게 방어선이라고요? 참호도 아니고, 고착 고철로 만든 울타리가요? 지금 저 함선에서 느껴지는 신호가 얼마나 되는지 아시나요?”

“얼마나 되는데? 궁금하다, 야.”

“최소 500. 최대 700입니다. 그것도 일반 지상전투병의 수로만요.”

“이야. 많이도 준비했네. 도대체 그만한 수를 어디다 숨겨뒀던 거야?”

“그러니까, 이런 방어벽으로는 상대할 수 없습니다! 좀 더 후퇴해서 시가전을 유도하거나 아니면...”

“시끄러워. 그냥 잠자코 방어벽이 세워지는 거나 보고 있어.”

“네? 방어벽이 세워지는 모습을요?”


로봇이 내 태평한 목소리에 의문을 표한 순간,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함선에서부터 몰려오는 로봇들이 일으키는 진동이다.

모두가 태평한 모습으로 총을 쏠 생각도 안하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 로봇이 시끄럽게 호들갑을 떤다.


“방어벽은 언제쯤 세워지는 겁니까? 이러다가 다 죽게 생겼습니다!”

“이미 세워졌으니까, 보채지 마.”

“이미 세워졌다니요?”

“정확히 말하면, 저것들이 방어벽이 되어줄거야.”


우웅.

보호복을 입지 않은 스캐빈져들의 머리카락이 쭈뼛 허공으로 치솟는다.

우웅, 우웅.

어디선가 계속해서 들려오는 반복적인 기계음.

그 기계음의 정체를 로봇이 알게 된 건, 1형 지상전투병들이 고철 울타리로부터 약 100m쯤 떨어진 거리에 도착했을 때었다.

선두에 선 전투병이 한 걸음을 내딛고, 순식간에 굳어진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붙잡힌 것처럼 말이다.

그 전투병이 뻣뻣하게 굳어지는 걸 시작으로 굳어진 전투병을 넘어가려 한 다른 전투병들의 몸도 뻣뻣하게 굳어진다.

그 모습을 본 로봇은 그제서야 내가 말한 방어벽의 정체를 깨달았다.


“설마 이 일대에 전자기장 방벽을 친겁니까?”

“이 일대만이 아니라, 쓰레기장 전체에.”

“어떻게. 따로 신호가 감지되진 않았는데...”

“저거에 동력을 공급하는 건 기계지만, 전자기장을 만들어내는 건 마법이거든.”


스승님들이 몇 년에 걸쳐서 만들어낸 쓰레기장의 고철 울타리.

그 울타리의 지하에는 쓰레기장의 잉여 전력을 충전해두는 뇌석이 존재한다.

쓰레기장에서 고철 울타리를 가동해야 한다고 판단하면 뇌석에 저장된 전류가 방출되고...

그 결과, 일종의 거대한 자기장 트랩이 고철 울타리 주위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자기장이 자신들을 막아세우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걸까?

전투병들은 꾸역꾸역 자기장을 뚫으려 애쓰지만, 그건 전투병들이 고철 울타리의 일부가 되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이대로라면 총 하나 쏘지 않고도 상황이 종료될텐데.

하지만 세상 만사 그렇게 쉽게 흘러가는 일이 없는 법.


“아, 2차 웨이브 시작이네.”

“종류는?”

“뻔하지. 튼튼이들.”


내 곁에서 함선 내부를 바라보던 마키나가 2차 웨이브의 시작을 알린다.

2차 웨이브도 1차 웨이브와 별다른 차이점은 없었지만, 전투병들 사이에 독특한 생김새의 로봇들이 끼어있다는 게 다르다.

2형 지상전투병.

우리끼리 부르는 말은 튼튼이.

날렵한 다른 지상전투병들의 모습과는 달리, 마치 전신갑주를 입은 과거의 기사처럼 육중한 모습이다.

그 육중한 외견에 걸맞게, 튼튼이는 왠만한 공격을 맞아도 잘 부숴지지 않는다.

심지어 마법사가 사용하는 부식 마법에도 어느 정도 내성을 가진다.

그렇지만 시스템이 튼튼이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계의 무력화다.튼튼이에겐 자기장이나 마력의 흐름을 자기 자신에게 억지로 끌어당기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그 말인즉슨....

튼튼이들이 저렇게 자기장을 끌어당겨 다른 전투병들이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쿵!

쿵!

튼튼이들이 바닥에 몸을 고정시키며 자기장 방벽에 구멍을 뚫어내고, 그 구멍으로 전투병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방벽에 구멍이 뚫린 곳에만 화력을 집중해! 다른 곳은 어차피 들어오지 못해!”


마키나의 지휘에 따라 스케빈져들이 총을 쏴대기 시작한다.

언데드들은 생체총을, 수인들은 화약총을, 자동인형들은 마력총을, 그리고 그 외 기타 버러지들은 고철총을.

이빨과 플라스틱과 납이 기계들에게 쏟아지며 착실히 전투병들의 수를 줄여나간다.


“으악!”

“보호복이 없는 버러지들은 뒤로 빠져! 방해만 돼!”


전투병들의 반격은 아직까진 대부분 고철 울타리에 막히거나 보호복에 튕겨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때때로 눈먼 총알들이 보호복을 입지 못한 스캐빈져들의 귀나 머리를 앗아간다.

마키나는 버럭 고함을 지르며 보호복을 입지 않은 스캐빈져들을 후방으로 빼내고, 그 자리에 자동인형들을 채운다.


“지원 병력이 올 때까지 5분!”


그와 함께 마키나의 입에서 울려퍼진 정보가 스캐빈져들의 사기를 돋군다.

만약 전투병들이 우회를 한다거나, 새로운 구멍을 뚫으려는 시도를 한다면 더 어려워지겠지만, 저 기계들은 그런 시도를 하지 않는다.

뭐지?

로봇들을 제어하는 누군가가 존재하던 게 아닌가?

어째서 저렇게 병력들을 내다 버리는 거지?


“명령을 내리는데 딜레이가 존재하는 것이겠죠.”

“딜레이?”

“아마도 지금 로봇들을 조종하는 누군가는 함선 지하에서 실시간으로 로봇들을 조종하는건 무리인 것 같습니다. 그 때문에 대략적인 명령만 내려두고 세세한 부분은 조절하지 못하는 것이겠죠.”


아하.

한 번 명령을 내리는데 시간이 걸리니 다시 명령을 바꾸는데 또 시간이 걸린다는 건가?

그렇다고 한다면 슬슬 로봇들에게 내려진 명령이 바뀔 때가 된 거 같은데...

그런 로봇의 추측이 사실이라는 걸 입증하듯, 갑자기 몇몇 튼튼이들이 무리를 빠져나와 다른 방향으로 향한다.

새롭게 방벽 안으로 진입할 구멍을 내려는 것이다.

튼튼이 하나가 느릿느릿 이동해 바닥에 몸을 고정시키며 자기장을 왜곡하려는 순간, 인형의 집에서 레이저가 날라든다.

쾅!

인형의 집 2층에서 발사된 레이저는 곧장 튼튼이의 몸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버린다.


“저건 또 뭐야? 어디서 주워왔어?”

“150m에서 하나 주워왔더라. 대장간에 부탁해서 몸에 집어넣었지.”

“아, 그 사이코 돌아왔어? 목숨이 참 질기네.”

“그래. 돌아오자마자 술집에서 쉬던 놈을 붙잡아왔지.”


사이코가 인형의 집 2층에서 저격을 시작하며 튼튼이들의 수를 줄여나간다.

좋아.

이대로라면 지원군이 올 때까지 충분히 버틸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함선 안에서부터 보랏빛의 독기가 스멀스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뭐야? 저거?”

“독기?”


스캐빈져들이 당황한 듯 수군거리고, 모두가 당황해하던 그 때.

독기 안에서 낯익은 모습의 로봇들이 튀어나왔다.


“스모커?”


평소라면 연막만을 뿌려댔을 스모커의 몸에서 보랏빛의 독기가 흘러나오고 있던 것이다.

보랏빛의 독기만 흘러나오느냐?

그것도 아니다.

기존에 스모커가 발산하던 회색 연막도 함께 사방에 흩뿌리고 있다.


“스모커가 독기를 만들어낸다고?”


마키나의 입에서 의아한 목소리가 흘러나오지만, 곧 마키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자동인형들은 스모커를 집중 공격해! 절대 가까이 오게 하면 안된다!”


저 스모커들이 울타리 근처까지 오는 순간 방어선이 무너질 것은 당연하다.

평범한 스모커의 방전과 자폭도 위험한데, 거기에 네크로 가스까지 더해진다?

완전무장을 한 트롤도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그래도 재빠르게 자동인형들이 스모커를 제거하고, 인형의 집에서 날라오는 저격이 꾸준히 튼튼이들을 박살낸 덕분일까?

로봇들은 전선을 아주 조금 더 앞으로 당기는데 성공했을 뿐이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키에에에에에엑!!!!”


벤시의 비명소리만큼 듣는 사람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비명이 함선 내부에서 터져나왔다.

아니, 실제로도 벤시의 비명과 비슷한 효과를 내던 걸까?

보호복을 입고 있지 않던 스캐빈져들이 고통스러워하며 몸을 굽히고.

쿵.

쿵.

쿵.


“저게 네가 말하던 그...”

“어. 저것들 맞아.”


함선 밖으로, 살덩어리 괴물들이 기어나왔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니라.

무려 6마리나.


작가의말

쓰레기장 전력의 30%vs시스템 전력의 0.1%미만

비등비등한 승부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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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E-V2 +5 20.02.02 616 26 13쪽
34 뇌둥둥 +3 20.02.01 569 24 11쪽
33 지하 30m +5 20.01.31 645 26 12쪽
32 습격 20.01.30 690 25 14쪽
31 너의 이름 +5 20.01.29 685 26 13쪽
30 너의 이름은 +4 20.01.28 658 28 13쪽
29 불시 점검 +2 20.01.27 682 25 12쪽
» 로봇 웨이브 +2 20.01.26 752 27 12쪽
27 인형의 집 +3 20.01.25 771 29 12쪽
26 생체 로봇 +3 20.01.24 786 29 13쪽
25 사냥이 아니라 +3 20.01.23 761 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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