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제스키위 님의 서재입니다.

정비공이 너무 강함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SF

제스키위
작품등록일 :
2020.01.01 15:13
최근연재일 :
2020.11.08 22:36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48,023
추천수 :
1,570
글자수 :
285,789

작성
20.01.31 00:00
조회
638
추천
26
글자
12쪽

지하 30m

DUMMY

모선에는 여러 구멍들이 존재한다.

내가 빠졌던 구멍처럼 지하 500m까지 이어지는 구멍이 있질 않나.

간단하게 지하 10m로 바로 통하는 구멍이 있기도 하다.

지금 내가 향하는 곳은 30m로 이어지는 직통 통로.

50m까지는 이런 직통 통로들이 많지만, 그 아래부턴 사실상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좋다.


“갸르릉~”


최근에 이 근처에서 로봇들을 퇴치했던 걸까?

사방에 로봇의 파편이 잔뜩 널려있다.

슬슬 마키나가 청소를 시작한 거려나?

기분 좋게 우는 생체총의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생명줄을 절벽에 박아넣는다.


“고도계 정상 작동. 제트팩 시스템 정상 작동... 좋아. 하강 준비 완료.”

“전자석. 작동합니다.”


쉬이익.

구멍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하자 등에 장착된 정화통이 거세게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지하 10m.

짙은 보랏빛 안개가 시야를 가리기 시작하다, 결계의 불빛이 등대마냥 반짝인다.

지하 20m.

미친 듯이 돌아가는 강철의 폭풍이 코앞에서 펼쳐진다.


“저게 주인님이 말씀하신 함정입니까?”

“도대체 뭔 오류가 발생했는지는 몰라도, 참 괴상한 오류야. 그치?”


반중력 장치의 오류로 인해 영원히 가속하는 강철의 폭풍.

한 가지 다행인 점이 있다면, 저 폭풍 덕분에 20m의 비행전투병들이 이 통로를 덮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시 하강.

지하 30m.

이전까지는 그래도 탁 트인 공간이 나왔다면, 여긴 분위기가 다르다.

마치 일종의 연구 시설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연구 시설 같은 분위기가 아닙니다. 실제로 여긴 연구 시설입니다.”

“그래. 그래서 여기서 노다지를 건진 놈들이 꽤 많았지.”


대표적으로 배달탑을 건설한 카일 아저씨가 있다.

그 아저씨가 발견한 워프 장치가 아니라면, 배달탑은 성립될 수 없었겠지.

만약 성립했다고 해도 지금처럼 강한 발언권은 얻을 수 없었을 것이고 말이다.


“그럼. 이번에 잘만 하면 저희도 노다지를 건질 수 있는 게 아닙니까?”

“안타깝게도 50m까지는 전부 지도가 그려졌다고 했잖아? 30m는 이미 털릴 대로 털렸어.”


주로 로또를 꿈꾸며 쓰레기장에 들어온 스케빈져들에 의해서.

그리고 그들이 얻어낸 로또는 곧바로 쓰레기장의 지배층에게 흘러갔다.

분수에 맞지 않는 힘을 얻은 대가로 말이다.


“혹시 압니까? 숨겨진 비밀 통로가 있을지!”

“그래. 그래서 데이터베이스에 30m의 지도는 있어?”

“안타깝게도 제 본체를 되찾아야...”

“쓸모없네.”


비밀 통로라.

만약 그런 걸 찾을 수 있다면 꽤나 비싼 가격에 정보를 팔아먹을 수 있을 것이다.


“좋아. 주위에 다른 로봇들은 감지되냐?”

“아직까진 감지되는 신호가 없습니다. 연구실의 벽이 다른 로봇들의 신호를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주인님.”

“그럼, 신호 대신 소리를 탐지하는데 집중해. 뭔가 움직이는 게 있으면 바로 알려줘.”

“알겠습니다. 주인님.”


30m에서 등장하는 로봇은 20m와 또 다르다.

전날, 로봇 웨이브에서 잔뜩 몰려나왔던 지상전투병들.

30m에서 출현하는 로봇들 또한 지상전투병의 일종이지만, 그 강함은 1형이나 2형 전투병과는 차원이 다르다.

1형 전투병이 인간을 모방했고, 비행전투병이 하피를 모방했다면 3형 전투병은 기사를 모방했다.

천천히 연구실을 나아가며 생체총을 겨눠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먼저 로봇들을 발견하는 것보다 로봇이 나를 발견하는게 빠를 것 같다.

총기는 지금 상황에서 쓸모가 없겠지.

단번에 로봇의 보호막을 꽤뚫고 로봇을 박살낼 수 있는 총이 있다면 모를까, 지금 상황에선 총기보단 근접 무기가 더 쓸모 있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고철 절단기를 손에 쥔 상태로 미로처럼 복잡한 연구실 안을 나아갔다.


“너부터 먼저 가라.”


폴짝.

생체총을 바닥에 풀어주자 생체총은 몇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더니, 나를 돌아본다.


“냥~”

“빨리 가. 임마.”


궁둥짝을 두드려 주자 그제서야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생체총.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이브는 내게 속삭였다.


“주인님. 생체로봇과 주인님의 생체총은 별 차이가 없는 것 아닙니까?”

“없지. 뭐, 생체 로봇은 혼자서도 움직일 수 있다면, 생체총은 내가 하나 하나 다 움직여야 한다는 정도? 그거 말고는 솔직히 다를 게 없어.”

“그렇다면 주인님.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거지만...”

“언데드들이 생체 로봇을 만든게 아니냐고?”

“그렇습니다. 쓰레기장에서 생체 물질을 가장 잘 다루는 건 언데드들이 아닙니까?”

“뭐, 천인들을 제외하면 그렇긴 하지.”


그렇지만.

언데드들이 그 로봇을 만들어낸 것은 아닐 것이다.


“언데드들의 기술이라고 하기엔 너무 세련되어 있어. 그 녀석들이라면 일단 키메라를 만들고, 그 뒤에 세뇌를 하든 뭘 하든 해서 제어하지 생체 로봇처럼 하나하나 짜넣을 성격이 아니야.”

“그렇습니까?”

“애초에 언데드들이 생체총을 만드는 것도 우연의 산물인데. 한번 죽었던 놈들이어서 그런지 막 산다니까?”


그렇게 언데드들을 질겅질겅 씹으며 연구실을 나아가던 중, 생체총이 내게 되돌아왔다.

그리고 그와 함께, 이브의 경고가 울려퍼졌다.


“주인님. 앞에서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오케이.”


삐걱.

삐걱.

무엇인가 질질 끌리는 소리가 통로 너머의 어둠 속에서 들려온다.

점차 소리의 근원이 가까워지는 것과 함께, 어둠 속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떠오른다.


“냥!”


그대로 푸른 빛을 향해 생체총을 발사해 보지만, 전부 보호막에 튕겨나갈 뿐이다.


“맞다, 아직 알약 안먹였지!”


부랴부랴 허리춤의 파우치에서 알약을 꺼내 생체총의 입에 집어넣지만, 생체총을 재채기를 하며 알약을 뱉어버린다.

그러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내게 다가오던 푸른 빛은, 이젠 자신의 실루엣을 내게 비춘다.

마치 전신 갑주를 입고 싸우던 과거의 기사와도 같은 모습.

서로가 서로의 모습을 확인할 거리까지 도달하자 로봇은 곧장 지면을 박차고 내게 달려들었다.


“윽!”


마석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힘.

서둘러 생체총을 바닥에 버리며 고철 절단기를 들어올려 로봇의 일격을 막아낸다.


“이것이 삼재검법의 힘! 후후, 주인님. 보셨습니까? 검의 궤적이 눈에 다 보이죠?”

“네가 화면에 띄웠으니까 당연히 보이지!”


아무래도 이브는 무협지에서 나오는 대련을 두 눈으로 구경하고 싶은 모양이다.


“주인님, 지금부터 제가 초식을 표시해드릴테니...”

“초식은, 개뿔!”


위이이이잉!!

로봇과 검을 겨눈 상태로 고철 절단기를 작동시킨다.

고철 절단기가 작동하며 그대로 로봇의 검을 부숴버리고, 보호막과 함께 로봇의 몸을 갈아버렸다.

촤악.

로봇의 몸에서 타르가 솟구쳐 오르며 보호복에 잔뜩 묻는다.


“삼재검법은 개뿔, 그냥 갈아버리면 그만이지.”

“앗 아아... 제 삼재검법이...”

“초식을 표시하기 보단 네가 가진 그 데이터베이스로 저 녀석들의 움직임이나 분석해.”

“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응? 저 녀석들, 기사들이 쓰는 검법을 쓰니까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지 않아?”

“무슨 소립니까? 지상전투병이 검법을 쓴다뇨?”

“방금 저 녀석도 나랑 같은 삼재검법을 쓰더만. 자, 봐봐.”


나는 바닥에 쓰러진 로봇의 머리에서 칩 하나를 빼내서 보호복에 연결한다.

그러자, 화면에 삼재검법의 초식이 담긴 자료들이 주륵 떠올랐다.


“3형 로봇들은 원래 이런거 아니었어?”

“그럴 리가요. 3형 전투병들은 독자적인 검술을 사용하면 사용했지, 사람들의 검술을 모방하진 않았습니다.”

“그래?”


그렇다는 건.

이번에도 또 무언가가 바뀌었다는 건가?

지금으로써 할 수 있는 추측은.


“원래 쓰던 검술을 잃어버린 건가?”

“아, 시스템과의 접근이 차단됐으니...”

“그래. 어떻게든 따로 데이터베이스를 구한 거겠지.”


그렇다면 문제가 있다.

3형 로봇들에 검술 데이터를 공급하는 사람은 과연 누구냐는 것이다.

기사단의 비전 검술이니, 가문의 비전 검술이니 하는 검술이 없는 걸 봐선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데이터라는 건데.


“아무튼 그래서 예측 가능해, 불가능해?”

“당연히 가능하죠. 저를 뭐로 봅니까?”

“본체가 없으면 불가능한 기능 투성이인 체험판 프로그램?”

“너무합니다!”

“너무하면 좀 더 노오력을 해서 도움이 되란 말이야.”


푹.

완전히 반으로 갈라져 죽은 로봇의 품 안을 뒤적거리며 D급 마석과 보호막 발생기를 꺼낸다.


“흡!”


로봇이 사용하던 검까지 부러트려 반-보호막 소자를 벗겨내고 있자, 이브가 질렸다는 듯 중얼거렸다.


“정말 골수까지 빨아먹는군요?”

“이게 다 돈이야, 돈. 땅만 파도 돈이 나오는데, 이걸 그냥 버려?”


마지막으로 발버둥치는 생체총을 붙잡아 반-보호막 알약을 먹이는 것으로 정비를 끝마치고 나는 다시 탐사를 시작한다.

누군가의 손길로 너덜너덜해진 연구실을 지나다 보니, 떡하니 입을 벌린 틈이 나타났다.

강화된 보호복의 근력으로도 한 번에 넘어가지 못할 것 같은 넓이.

나는 당황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주위의 바닥에서 기계장치를 찾는다.


“찾았다.”

“그건, 뭡니까?”


F급 마석을 하나 장치에 끼워넣는 것으로 이브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대신한다.

F급 마석을 장치에 끼워넣자 거대한 역장이 생성되며 틈과 틈을 잇는 다리가 생겨났다.


“보호막 생성기를 개조한 다리입니까?”

“그렇지. 지금 이 안에 마석이 없는 걸 봐선 여길 탐사하는 놈들은 없는 것 같네.”


보호막으로 이루어진 다리를 지나 천천히 외곽 지역의 탐사를 시작하자, 3형 전투병들이 스멀스멀 발견된다.


“이번에도 삼재검법입니다. 우측 횡베기에 주의하세요.”


하지만 로봇들의 움직임을 전부 읽어내는 이브 덕분에 손쉽게 전투병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보호막 발생기를 모으며 깊숙한 곳으로 내려가던 중, 벽면에 뭍은 이상한 점액이 눈에 들어왔다.

분홍빛의 끈적거리고, 금방 썩어가는 수상한 점액.

어디서 많은 본 듯한 물질이다.


“주인님. 벽면에서 생체 로봇의 살점이 탐지됩니다.”

“나도 보여. 젠장.”


아니, 왜 내가 가려는 곳마다 자꾸 생체 로봇이 튀어나오는 거지?

나를 스토킹이라도 하는 건가?

도대체 뭐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플라즈마 커터는 지금 가게에서 고히 잠자고 있고.

고철 절단기로 그 살덩이가 잘 잘리려나?


“고철 절단기의 화력은 충분합니다. 아니, 오히려 넘칩니다.”

“뭐... 가끔씩 트롤들도 사고를 당하곤 하니까, 괜찮으려나?”


가끔씩 넋 놓고 일하던 트롤들이 고철 절단기에 팔을 날려먹는 경우가 생긴단 말이지.

30m에서 나오는 녀석이 20m에서 봤던 녀석 정도의 재생력이라면 충분히 감당할만하다.


“일단은 흔적을 추적해봐. 피해가든 추적을 하든 어느 즘에 있을진 확인해야 할 거 아냐.”

“알겠습니다. 추적을 시작하겠습니다.”


이브가 탐지기를 총동원하며 생체 로봇을 추적하는 사이, 나는 오늘의 수입을 되짚어본다.

삼재검법이 담긴 칩 12개, 기초 마나 검술이 담긴 칩 11개.

보호막 발생기는 21개에 회로도 마찬가지.

이 정도면 그냥 돌아가도 될 만한 수확이 아닐까?

하지만 조금 걸리는 건, 20m에서 봤던 녀석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흔적을 발견했을 때 추적해서 사냥해야 하는게 아닐까?

만약 이 녀석이 더 성장해서 흔적을 지우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면 무척이나 까다로워질 것이다.

제어탄이나 수류탄도 아직까지 한 번도 써먹질 않았으니... 이거, 할만하다.


“주인님.”


그렇게 머릿속에서 결론을 내리던 사이 이브가 추적을 끝마친 것인지 나를 불렀다.


“그래. 추적 끝났어?”

“네. 추적 완료했습니다. 생체 로봇의 현재 예상 위치는...”

“위치는?”

“주인님의 등 뒤입니다.”

“뭐?”


로봇이 추적 결과를 발표하는 것과 함께, 무엇인가 내 등 뒤로 쿵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혀를 차며 천천히 등 뒤를 돌아보자,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는 생체 로봇이 보였다.


“겨얼투르을 시인처엉한다아아!”


얼씨구, 이젠 말까지 하네?


작가의말

설거지하며 생각해봤는데요, 역시 지금 제목이 제일 나은거 같습니다.

뭔가 더 바꿨다간 더 구려질거 같은 느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정비공이 너무 강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주 6일 연재 할게요 20.02.02 237 0 -
공지 제목 정비공이 너무 강함 유지합니다 20.01.11 305 0 -
공지 밤 12시에 연재하거나 낮 12시에 연재합니다 20.01.06 392 0 -
공지 쓰레기장 지도입니다 +1 20.01.03 1,314 0 -
50 의식불명 +4 20.11.08 400 10 9쪽
49 미리암의 술집 +6 20.05.31 393 10 12쪽
48 너의 이름은 +5 20.05.07 412 12 10쪽
47 거부하기 힘든 제안 +2 20.05.03 403 12 12쪽
46 자업자득 +4 20.03.31 401 11 14쪽
45 흡혈귀(ㅋ) +5 20.03.12 448 17 14쪽
44 고스트 버스터즈 +3 20.02.29 483 22 12쪽
43 에너지 드레인 +5 20.02.28 448 19 12쪽
42 작업 준비 +4 20.02.22 451 23 13쪽
41 이유 있는 불안 +3 20.02.14 489 25 14쪽
40 커다란 힘 +4 20.02.11 555 25 11쪽
39 크고 아름다운 +2 20.02.09 540 21 13쪽
38 작은 실수 +4 20.02.06 542 21 12쪽
37 생선 앞의 고양이 +2 20.02.05 594 30 12쪽
36 치트키 +2 20.02.04 568 29 13쪽
35 E-V2 +5 20.02.02 610 26 13쪽
34 뇌둥둥 +3 20.02.01 564 24 11쪽
» 지하 30m +5 20.01.31 639 26 12쪽
32 습격 20.01.30 683 25 14쪽
31 너의 이름 +5 20.01.29 680 26 13쪽
30 너의 이름은 +4 20.01.28 649 28 13쪽
29 불시 점검 +2 20.01.27 672 25 12쪽
28 로봇 웨이브 +2 20.01.26 744 27 12쪽
27 인형의 집 +3 20.01.25 763 29 12쪽
26 생체 로봇 +3 20.01.24 778 29 13쪽
25 사냥이 아니라 +3 20.01.23 752 3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