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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키위 님의 서재입니다.

정비공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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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키위
작품등록일 :
2020.01.0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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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8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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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5,789

작성
20.05.0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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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거부하기 힘든 제안

DUMMY

“이브.”

“.......”

“이브?”


반응이 없다.

시체인가?


“왜요?”


내가 이브의 이름을 부른지 한참이 지나고서야 이브는 부루퉁한 목소리로 내게 대답했다.


“뱀피가 말한거, 뭐 짐작가는 건 없어?”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즉답.

단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이브는 불퉁한 목소리로 딴청을 피웠다.

아니, 진짜.

얘는 갑자기 왜 이래?


“으윽... 릴리스씨나 아이리스씨면 몰라도, 저 둘은 절대 인정 못해요.”

“인정하고 자시고, 지금은 아무 관계도 아닌데.”

“그래요! ‘지금’은 말이죠!”


갑자기 이상한 독점욕이라도 생겨난 걸까?

진짜 왜 갑자기 저러는지 모르겠네.


“아아아, 몰라요. 저 두명은 안돼요. 아무튼! 아, 짜증나니까 빨리 다른 이야기나 하죠.”

“아니, 이거 네가 꺼낸 이야기거든?”


자기가 꺼내놓고, 자기가 주제를 바꾸는 이브의 모습에 조금 기가 찼지만 나는 더이상 추궁하지 않고 이브에 어울렸다.


“그래. 도대체 왜 네 이름이 갑자기 튀어나온 건데?”

“뭐... 적당히 생각해보자면 다른 E-V1 시리즈 중 한 녀석이 탈출한 거겠죠.”

“그럼. 네 데이터베이스에 범인으로 의심되는 녀석들의 정보는 있어?”

“솔직히 말해서, 자동인형 해킹은 아무 로봇이나 가능한 짓이에요. 애초에 제 데이터베이스에 든 건 더미 정보여서 자세한 정보는 없고요. 그래도 굳이 후보를 추려 본다면...”

“추려본다면?”

“아까 말했던 E-V1-06. 그게 아닐까 싶네요.”

“E-V1-06? 아, 그 신을 죽이기 위해 만들었다는...”

“정보전 특화 로봇. 그렇게 생각하시면 될 거에요. 그 이상의 정보는 모르겠지만요.”

“도대체 아는 게 뭐야?”

“그러니까 빨리 본체나 되찾아주세요! 빨리, 빨리요!”

“얼씨구, 이젠 역으로 성을 내네?”

“원래 종자의 잘못은 주인의 잘못이라고 했거든요?”


그나저나 E-V1-06 이라.

만약 정말로 이번 사건의 범인이 그 녀석이라면 어째서 이브에게 감사 인사를 표한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모르겠네.


“그래서 어떻게 하실 거에요? 저... 언데드가 말한 것처럼 의뢰를 받아들일 거에요?”

“뭐, 그래야지. 딱히 할 일도 없으니까.”

“정비공이라는 본업이 있지 않나요?”

“요즘은 개점휴업 상태란 말이지~”


공략대가 다시 만들어지는 시기니 내 고객들이 있을 시기는 아니다.

공략대가 해산되는 시기가 되어야 어떻게든 본업에 집중할 수 있을텐데.

중간에 뱀피에게 들키는 바람에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되긴 했어도, 본래 목적은 달성했다.

영혼에 간섭하는 회로라.

잘못하면 교회 놈들에 이단으로 화형당하기 딱 좋은 주제네.

그나저나 시스템 놈들은 도대체 뭘 하면 이런 회로를 만들어내는 거야?

이건 솔직히 회로가 아니라 흑마술 수준이다.

어찌됐던, 맨 처음 생각했던 장치를 만드는덴 별 지장이 없겠네.

하지만 그 전에 하나 더 해야 할 일이 있다.

가게로 돌아온 나는 보호복을 벗어 작업대 위에 올려두고 지하에서 가져온 전리품들을 보호복 옆에 놔뒀다.

크고-아름다운 총과 E-V2에게서 뜯어낸 3D 프린터.

일단 이 크고-아름다운 총은 잠시 놔두고.

나는 슬며시 3D 프린터를 분해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3D 프린터의 카트리지 안에 들어있을 각종 희귀 금속들과 자원들.

그 자원들이 있다면 보호복을 개조하는데 꽤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프린터를 분해했지만, 나를 반긴 것은 자원이 가득 차 있는 카트리지가 아니었다.


“뭐야, 내 자원 어디갔어!”

“어머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버렸네요?”


온갖 자원들이 가득할 줄 알았던 프린터의 카트리지 내부는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있었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

내가 당황하고 있던 사이, 이브는 킥킥거리며 비밀을 밝혔다.


“시스템의 장비 대부분은 시스템의 창고에서 보급을 원격으로 지급받는 방식이랍니다. 주인님.”

“뭐 그런 거지같은...”


뭐 그딴 보안도 뛰어나고 아주 효율적인 방식을 사용해?

적당적당해서 누구나 쉽게 자원을 가로챌 수 있는 아날로그 방식을 사용해야지.

뭐 이렇게 보안이 하이테크야.

잔뜩 기대를 하며 카트리지를 확인해서인지 더욱더 허탈하다.

텅스텐이라고 했나?

그 금속을 사용할 수만 있다면 진짜 앞으로의 생활이 참 편안했을텐데.

젠장, 이렇게 된 거 꿩 대신 닭이다.

나는 그렇게 속으로 투덜거리며 3D 프린터를 보호복 자체에 장착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적당히 재료들을 넣어두면 전투 도중에 제어탄이나 고철류탄 같은 소모품이 떨어져도 다시 보충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 무엇보다 가장 멋진 건, 전투 중간에 회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1회용 회로고, 만드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사용할 때도 마석이 필요하겠지만.

전투 중간에 순식간에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크다.

그 다음은 이제 크고-아름다운 총을 만지작거릴 차례.

나는 한참동안 크고-아름다운 총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하며 침음성을 흘렸다.


“솔직히, 이거 못써먹겠지?”

“뭐, 그렇죠. 자살하고 싶은게 아니면요.”


저 아래에 있을 때는 정신이 나갔던걸까?

어떻게 이걸 그냥 맨몸으로 버텨낼 생각을 한 거지?

지상에 올라와서 차분히 동력원으로 쓰이고 있는 별을 관찰하니 내가 얼마나 미친 짓을 했던 것인지 또다시 깨닫게 된다.


“지금 이 상태가 최선이지, 이거?”

“터지지 않은게 다행이니까요. 마음 같아서는 당장 갔다 버리라고 하고 싶어요.”


무기로 써먹으려고 해도 위력이 너무 강해서 위험하다.

그렇다면 동력원을 꺼내서 따로 써먹으려고 해도 딱히 써먹을 마땅할 곳이 없다.

보호복에 장착한다?

넘쳐나는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하게 보호복이 아니라 고철 관짝이 되고 말 거다.

문득 떠오르는 건 이걸 교회 지하에서 만들고 있는 것에 집어넣는 거지만.

여전히 너무 별의 힘이 너무 강력하다는 게 문제다.

이걸 거기에 집어넣으면 몇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고 폭주해 버릴 거다.

그러니까 지금으로써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냥 방치하는게 최선이네. 쩝.”

“필요없는 걸 버리는게 정리정돈의 시작이라고 하던데요. 주인님.”

“쓰레기장에서 뭔 정리를 해. 그냥 있는 대로 사는 거지.”

자, 그럼 대충 보호복 작업은 모두 끝난 것 같네.

그럼 이제 남은 건 두뇌 스캔 장치를 개조하는 일 뿐이다.

오늘의 준비물은 두뇌 스캔 장치와 리치의 성물함, 그리고 영혼 회로다.

대충 적당히 던전하고 드래곤에서 얻어오면 되는 간단한 물건들이니 다들 집에 하나씩 있죠?

지금부터 내가 진행할 작업은 무척이나 간단하다고 할 수 있으면서도 복잡하다고 할 수 있는 작업이다.

거두절미하고 일단 결론만 말하면, 나는 두뇌 스캔 장치를 영혼 스캔 장치로 바꿀 생각이다.

영혼을 스캔하는 건 성물함으로, 빼낸 영혼을 고정해두는 건 영혼 회로로 바꾼다면?

두뇌 스캔 장치가 두뇌를 구워버리고 그 정보를 저장하는 장치라면.

영혼 스캔 장치는 영혼을 반으로 쪼개서 원래의 몸과 성물함에 나눠 보관하는 것이다.

원래 영혼이 2개로 나뉘면 죽거나 미치것이 정상이지만.

영혼 회로를 이용해서 일종의 링크를 형성한다면?

잠시동안은 영혼을 마음대로 주물럭거려도 괜찮을 것이다.

성물함으로 인한 영혼의 변질 또한 영혼 회로가 어느 정도 막아줄 것이고.

뭐, 전부 다 이론일 뿐이고 실제로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기술은 하이테크인데, 결과물은 오컬트네요...”

“마법도 기술이야, 기술.”

“저는 아직까지 ‘마법’이 무엇인지 모르겠단 말이죠. 도대체 무슨 짓을 하면 생각의 힘만으로 고순도 에너지 결정을 이용할 수 있는 건데요?”

“나도 잘 모르겠다. 이 말이야.”


마법이 뭔지 알았으면 진작에 내가 잘 써먹고 있었겠지.

뜬금없이 시작된 마법에 대한 토론은 당연하게도 결론이 나지 않았고, 언제나처럼 이브가 이해하지 못할 결과물을 내놓았다.

물론, 언제나처럼 나 또한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렇게 탄생한 영혼 스캔 장치는 꽤 기괴묘묘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리치의 성물함을 베이스로 한 덕분인지 차가운 한기가 느껴지는 항아리에서 마치 촉수처럼 느껴지는 전선들이 뻗어나와있다.

마치 기계로 만들어진 미믹에게 집어삼켜진 망자의 해골 같은 모습이다.


“와, 도대체 어떻게 작동하는지 감도 안잡히네요!”

“대충 저 전선을 머리에 박아넣으면 될걸?”

“전선을 머리에 박아넣는다고요? 미쳤어요?”

“피만 좀 나지, 죽진 않을거야. 내가 뭐 두개골에 구멍을 내겠다고 했어?”

“으엑...”


영혼 스캔 장치의 사용법을 전해들은 이브가 질색을 하며 혀를 내두른다.


“그나저나 주인님. 진짜 이해가 안가서 물어보는 건데요.”

“뭔데?”

“도대체 이딴 장치는 왜 만드는 거에요? 두뇌 스캔 장치가 도대체 어디에 필요한 건데요?”

“말 안했나? 대충 써먹을 곳이 있다고.”

“그러니까, 그 써먹을 곳이 어딘지 말해주세요! 사람의 영혼을 마음대로 만지작거리는 장치가 도대체 어디에 필요한 건지요.”

“전에도 말한 거 같은데. 백업용이야. 백업.”

“백업요?”


이브는 내 대답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당황한 목소리를 흘렸다.

나는 그에 개의치 않고 어깨를 으쓱하며 이브의 궁금증을 해소해줬다.


“내가 뒤지면. 아무도 이 마을을 기억하는 사람이 남지 않잖아.”

“글쎄요... 이런 쓰레기장을 보면 누구든지 기억할 거 같은데요?”

“내가 말한 건, ‘이 마을’이야. 이딴 거지같은 쓰레기장이 아니라.”


이런 거지같은 쓰레기장은 나의 고향, 나의 마을이 아니다.

내가 태어난 장소는 이런 지옥이 아니다.

언제나 행복했던, 하늘에서 종말이 닥쳐오기 전의 그 세상.

비록 이름조차 없는 정착민 마을에 객관적으로 보면 그리 좋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최소한 지금보단 좋았다.


“내가 태어난 장소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고 사라지게 된다는 건 너무 분한 일이잖아?”

“진짜... 정신병자같네요. 주인님.”

“당연한 사실을 되짚어줘서 고마워.”

“그래도 다행이네요. 저는 솔직히 백업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이 인간이 미쳐서 자기를 업로드할 생각인가 했거든요.”

“그렇게 되면 인간이 아니게 되잖아.”

“뭐, 그런 정신나간 짓을 할 사람은 이 세상에 없겠죠?”

“당연히 없지. 응.”


당연히 자기 자신을 업로드한다는 미친 생각을 할 리가 있나.

여동생이라면 몰라도.


“그럼. 바로 사용할 거에요? 솔직히 보고 싶지 않은데...”

“내가 미쳤다고 저걸 바로 나한테 사용할 리가. 당연히 시험을 좀 해봐야지.”

“시험을요? 누구한테요?”

“우린 아주 딱 좋은 실험체를 가지고 있잖아? 마음껏 괴롭혀도 양심의 가책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누구.... 아, 설마.”

“그래. 너무너무너무너무 쓸모있는 우리 마녀씨.”

“.......”


무언가 이브가 굉장히 질색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아닐거다.

뭐, 내가 마녀를 죽이겠다는 것도 아니고 잠시 영혼을 빼내서 이것저것 만져서 백업한다는데, 이걸 반대하진 않겠지?

아주 사소한 일이잖아.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싱글벙글 마녀를 가게를 데려와 사정을 설명했고.


“네? 네? 그러니까. 그러니까 주인님 말씀은... 제 영혼을 빼내서 저 단지 안에 보관하겠다는 말이에요?”

“간단히 설명하자면 그렇지.”

“그건... 그건... 그건...”

“너무 걱정하지 마. 어차피 선택권은 없으...”

“당장 해요! 제발, 제발 부탁이에요! 저걸 지금 당장 쓰면 되는 건가요? 뭔가 약물을 마셔야 하나요? 뭐, 준비할 건 없어요?”

“응?”


마녀는 내 예상보다도 너무 격하게 내 제안을 반겼다.

어라? 뭐지?


작가의말

연중... 아닙니다...


단지 제가 버러지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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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에너지 드레인 +5 20.02.28 448 19 12쪽
42 작업 준비 +4 20.02.22 451 23 13쪽
41 이유 있는 불안 +3 20.02.14 488 25 14쪽
40 커다란 힘 +4 20.02.11 554 25 11쪽
39 크고 아름다운 +2 20.02.09 540 21 13쪽
38 작은 실수 +4 20.02.06 542 21 12쪽
37 생선 앞의 고양이 +2 20.02.05 593 30 12쪽
36 치트키 +2 20.02.04 568 29 13쪽
35 E-V2 +5 20.02.02 610 26 13쪽
34 뇌둥둥 +3 20.02.01 563 24 11쪽
33 지하 30m +5 20.01.31 638 26 12쪽
32 습격 20.01.30 683 25 14쪽
31 너의 이름 +5 20.01.29 679 26 13쪽
30 너의 이름은 +4 20.01.28 649 28 13쪽
29 불시 점검 +2 20.01.27 672 25 12쪽
28 로봇 웨이브 +2 20.01.26 743 27 12쪽
27 인형의 집 +3 20.01.25 763 29 12쪽
26 생체 로봇 +3 20.01.24 778 29 13쪽
25 사냥이 아니라 +3 20.01.23 751 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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