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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키위 님의 서재입니다.

정비공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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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키위
작품등록일 :
2020.01.0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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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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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생선 앞의 고양이

DUMMY

“그럼, 무기고를 내 권한으로 열 수 있어?”


내가 치트키를 얻었다는 걸 깨닫자 마자 내가 로봇에게 한 질문이었다.


“무기고는 레벨 5 이상의 권한을 가진 관리자만 제어하실 수 있습니다.”

“나는 몇등급인데?”

“휴먼의 경우엔 임시 관리자로 레벨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레벨이 없다니, 뭔가 좀 감성을 자극하는게 있다.

레벨 제로 임시 관리자에서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뭐 이런 느낌이지 않는가?


“그럼 내 권한으로 할 수 있는건 뭔데?”

“E-V2의 외부 기억장치와 3D프린터 일부를 이용할 수 있고, 생활 편의 시설과 레벨 1 이하의 시설을 이용하실 수 있으십니다.”


쩝.

치트키를 얻은 건가 하고 좋아했는데 생각보다 그리 많은 권한은 없는 것 같다.


“엘레베이터 위치는 제가...”

“아니, 엘리베이터 말고. 혹시 지도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어?”

“지도 말입니까?”

“응. 지도. 간단한 거라도 좋으니까...”

“함선 전체의 지도를 원하시는 거라면, 홍보관으로 가시면 될 겁니다.”

“홍보관? 거긴 또 어디야?”

“경로 안내를 원하십니까?”

“그런 건 말 안해도 알아서 해라. 임마.”

“알겠습니다. 안내를 시작하겠습니다.”


다시 로봇의 몸에서 푸른 입자가 빠져나와 길을 안내하고, 나는 입자를 따라갔다.

홍보관은 도대체 무슨 문자인지 알아볼 수 없는 괴상한 문자들이 써진 기계들과 표지판들이 바닥에 나뒹구는 장소였다,

내가 주위를 둘러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로봇이 방 중앙의 거대한 탁자로 다가가 무언가를 조작했다.

그러자 탁자 위로 거대한 함선의 모습이 투영된다.

요즘 연합 왕국들에서 만든다는 강철 함선들의 함교 부분을 길쭉하게 아래로 늘린 듯한 모습이다.

이건 이 모선의 원래 모습인 걸까?

내가 가만히 모선이 투영된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 로봇이 내게 말했다.


“손가락으로 터치해서 원하는 지역을 확대하실 수 있습니다.”

“뭐, 단면도 같이 한눈에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어?”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다시 E-V2가 지도를 몇 번인가 촉수들로 건드리자 함선이 반으로 잘려나가며 단면도가 나타난다.

나는 천천히 단면도를 살펴보며 써먹을만한 정보를 찾아본다.

지금 내가 있는 지하 700m는 이 함선의 지도에서 꼭대기를 0m로 봤을 때 750m 부분에 해당하는 지점.

이브가 지금 붙잡혀 있을 장소는 80m다.


“엘레베이터에 무게 제한 같은 건 없지?”

“시스템 코퍼레이션의 엘리베이터는 우주 표준 설계를 사용합니다. 1톤 이상의 짐을 운반하시는 게 아니라면 충분히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아까 생체 로봇과 전투를 해본 결과 왠만한 공격은 먹히지 않는다는게 확실해졌다.

그러니 지금 내가 쓰는 무기보다 더 큰게 필요하다.

아주 크고 아름다운 총.

그게 내가 찾고 있는 물건이다.


”여기. 650m지점. 대형 로봇 격납고엔 뭐가 들어있지?“

”임시 관리자에겐 허락되지 않은 정보입니다.“

”그럼 여기 500m 지점 생물학 연구실은?“

”5레벨 이상의 권한이 필요한 정보입니다.“

”그럼 150m 지점의 지상전투병 생산실은?“

”제 5형 지상전투병의 생산시설이 갖춰져 있습니다.“


흠.

이 정도면 됐다.

약한 무기가 있는 장소는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고, 위험한 게 있는 장소는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게 상식 아닌가?

그러니까 나는 저 로봇이 정보를 주지 않는 장소로 향하면 된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지도 상의 ~보관실이라던가, ~생산실이 붙은 구역에 대한 정보를 물어보며 가장 접근 레벨이 높은 구역을 찾는다.

그 결과.


”그러니까 이 방사선 물질 보관실에 접근하려면 레벨 몇이 필요하다고?“

”7등급 이상의 보안 레벨과 방사성물질 처리 자격증이 필요합니다.“


좋아.

정했다.

방사선이라니, 뭔진 몰라도 강해보이는 이름이 아닌가?

딱 봐도 생체 로봇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무기가 잠들어 있을 것 같다.


”좋아. 엘리베이터는 900m까지는 가지?“

”900m는 보안레벨 7등급 미만 관리자의 접근이 차단되어 있습니다.“

”그럼 890m는?“

”네. 이동할 수 있습니다.“

”오케이.“


그렇지만 바로 900m로 내려갈 수는 없다.

강력한 무기가 잠들어 있는 곳엔 대게 위험 또한 잠들어 있는 법.

아마 지금 700m에서 나오는 녀석들도 내 무기로 잡기 힘든데, 900m의 녀석들이 내 무장으로 잡히겠는가?


”자, 그럼 엘레베이터 위치.“

”엘레베이터까지 안내를 시작할까요?“

”그 정도는 알아서 하라고!“

”알겠습니다. 안내를 시작합니다.“


E-V2의 안내를 따라 엘리베이터로 향하며 나는 문득 생각난 질문을 던졌다.


”그러고 보니 너, E-V1들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임시 관리자님.“

”그 정보는 내가 접근 가능한 정보야?“

”E-V1의 정보는 최고 의사 결정자만 접근 가능한 정보입니다.“


쩝.

아쉽네.

그 E-V1이란 놈들의 정보를 알 수 있다면 그 생체 로봇을 죽이는데 큰 도움이 됐을텐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생체 로봇의 행동을 보면 그 녀석이 E-V1이다.

어째서 E-V1이 이브를 적대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써 가장 큰 가능성은 이게 아닐까?


”E-V1이나 E-V2는 환경 복구 장치가 맞지?“

”그렇습니다. 관리자님.“

”그러면 그 복구 대상에, 시스템이 포함되어 있어?“

”물론입니다. 관리자님.“

”......“


역시나.

개인적으로는 원하지 않았던 결과다.

E-V1이나 E-V2가 어떻게 환경을 복구시키는진 모르겠지만, 그 두 로봇들은 시스템의 백업과 같은 존재들이다.

만약 E-V1과 E-V2가 각각 혼자서는 시스템을 복원시킬 수 없다면?

서로가 협력해야 시스템을 복원시킬 수 있는 거라면?

그렇다면 E-V1이 기억이 없는 이브를 납치해간 이유가 설명되는 것 같다.

아마도 E-V1은 이브를 E-V2 로봇이라고 착각한 것이겠지.

어째서 그렇게 E-V1이 화를 내고 격앙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뭐, 어차피 곧 영원히 어둠 속에 묻힐 일이다.

E-V1이 정말 시스템의 백업장치라는 게 밝혀진 이상 살려둘 수는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며 푸른 입자를 따라가자, 내 앞에 무언가 낯익은 시설이 나타났다.


”여기가 엘리베이터라고?“

”그렇습니다. 관리자님.“


내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낸 엘리베이터는 잔해에 파묻혀 제대로 작동할지 의심가는 모습이었다.


”제대로 작동하긴 하는 거야?“

”시스템 코퍼레이션의 제품은 100년 이상 무사히 작동하는 게 확인되었습니다. 안심하고 이용해 주세요.“

”아니, 저건 딱 봐도 망가졌는데?“


엘리베이터가 지나다니는 통로에 쇠파이프가 박혀 있는데 저게 망가지지 않았다고?


”파동화 기술을 사용했기 때문에, 다소의 파손 정도는 괜찮습니다.“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음.

이 녀석이 괜찮다고 저렇게 보증해도 왜 자꾸 불안이 줄지 않는 걸까?

대충 엘리베이터를 가로막은 잔해들을 치우고 조심스럽게 버튼을 눌러본다.

파지직!

스파크가 엘리베이터에서 튀며 크게 진동한다.

진짜, 이거 괜찮은거 맞아?

그렇게 생각한 순간 엘리베이터의 전원이 나가며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괜찮다며?”

“시스템 코퍼레이션은 외부의 충격으로 인한 고장은 보증하지 않습니다.”


에라이.

역시나 고장난 거였어.

투덜거리며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와 주위의 잔해를 걷어내고 어떤 상태인지 살펴본다.


“이러니까 고장이 났지. 완전 제대로 망가졌구만.”


쇠파이프나 날카롭게 부숴진 고철들이 완전히 엘리베이터의 회로를 고장낸 상태였다.

정확히 말하면, 메인 부품이나 메인 회로에는 손상이 없지만 동력을 전달하는 부위의 회로가 바싹 타버리거나 물리적으로 손상된 상태였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700m엔 뭐 예비 부품들 보관하는 창고는 없어?”

“물류 창고는 300m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700m는 오직 휴먼들을 위한 휴게 시설입니다.”


하아.

이를 어쩐담?

너무 회로가 망가질 대로 망가져서 수리를 할 수도 없다.

예비 회로로 망가진 회로를 교체하지 않으면 답도 없겠는데...

손쉽게 돌아갈 방법을 얻었다고 생각했더니...


“관리자님, 혹시 고장난 회로를 수리하실 생각입니까?”

“그런데 고칠 방법이 없으니 포기해야지. 여길 벗어날 다른 방법은 없냐?”

“예비 회로를 원하시는 거라면, 제가 회로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뭐?”


지금 여기서 회로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내가 의아해하며 로봇을 바라보자, 로봇의 촉수가 한데 엉키며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3D 프린터 사용 요청 승인. 기본 회로 프리셋을 제작합니다.”


파직.

로봇의 몸 안에서 스파크가 몇 번이가 튀더니 로봇의 촉수 안에서 매끄러운 기본 회로 기판이 튀어나왔다.


“뭐야, 어떻게...”

“3D 프린터로 기본 기판을 출력했습니다. 회로가 있다면 엘리베이터의 수리가 가능합니까?”

“가능하지. 아니, 잠깐만. 그럼 그냥 엘리베이터 회로를 출력하면 되는 거 아냐?”

“안타깝게도 저에겐 엘리베이터의 회로가 저장되어 있지 않습니다.”

“도대체 저장되어 있는 게 뭐야?”

“E-V1들의 정보입니다.”


이런 식으로 기판을 만들어 낸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허리춤의 파우치에서 플라즈마 토치를 찾아내 기본 기판을 다듬으며 엘리베이터의 회로를 수리한다.

메인 회로가 박살났다면 수리하기 꽤 힘들었겠지만, 동력 회로 쯤은 나 혼자서도 충분히 수리가 가능하다.

그렇게 엘리베이터를 수리하던 중, 나는 문득 로봇의 3D 프린터를 활용할 방법을 또 떠올렸다.


“야, 로봇.”

“무슨 일이십니까?”

“네 그 3D 프린터로 구리하고 석영을 적당히 반반 비율로 섞은 걸 만들 수 있냐?”

“관리자님. 석영과 구리는 합금을 만들 수 있는 재료가 아닙니다.”

“그럼 구리 구슬은?”

“가능합니다. 지금 출력할까요?”

“그래. 적당히 50개 정도만 뽑아놔. 총알 정도 되는 크기로.”

“알겠습니다. 출력을 시작합니다.”

“아, 그리고 네가 출력할 수 있는 금속들도 전부 한 개씩 출력해봐. 시험을 좀 해봐야겠어.”


구리-석영 혼합물을 얻을 수 없는 건 아쉽지만, 혹시 누가 아는가?

시스템이 사용하는 금속들 중 아직까지 쓰레기장에서 발견하지 못한 금속들이 있을지.

그리고 그 금속들이 구리-석영 혼합물보다 고철탄에 잘 어울릴지 누가 알아?


“좋아. 연결됐다!”


엘리베이터를 수리하다 보니 함선 자체에서 생산되는 동력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은 나는 직접 마석에서 동력을 끌어다 쓰도록 엘리베이터를 수리했다.

한 열 번 정도밖에 움직이지 못하겠지만, 어차피 이 함선에 오래 있을 생각은 없다.

계획대로 잘 흘러만 간다면 말이다.

엘리베이터가 가동되기 시작하자 나는 로봇을 데리고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가 버튼을 눌렀다.

향하는 곳은 150m 지역.

지하 100m다.

우우웅.

엘리베이터가 진동이 점점 심해지고, 나는 불안한 표정으로 로봇에게 말했다.


“이게 정상이지? 뭐 잘못된 거 없지?”

“평균에 비해서 32%정도 더 진동이 심하지만 안전 범위 안입니다.”

“전혀 안전 범위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불안해하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기묘한 감각이 나를 덮쳤다.


“윽?”


마치 몸이 물렁해지는 듯한 기묘한 감각.

슬라임들이 늘 느끼는 감각이 이런 걸까?

그 기묘한 감각은 몇 초 걸리지 않아 곧바로 끝나고, 로봇이 담담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150m 구역. 도착입니다.”

“겨우 도착하긴 했네...”


충돌 시의 충격 때문에 달라진 30m나 20m와는 달리, 100m는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거대한 공장지대를 옮겨온 것 같은 녹슨 공장.


“좋아. 크고 아름다운 걸 만드러 가볼까?”


원래는 지상전투병들을 생산하는 공장이지만.

이제부턴 아니다.


작가의말

지금부터 여긴 제껍니다.

제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절대 권한을 줘선 안되는 사람에게 권한을 넘겨준 E-V2쟝.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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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크고 아름다운 +2 20.02.09 540 21 13쪽
38 작은 실수 +4 20.02.06 542 21 12쪽
» 생선 앞의 고양이 +2 20.02.05 594 30 12쪽
36 치트키 +2 20.02.04 568 29 13쪽
35 E-V2 +5 20.02.02 610 26 13쪽
34 뇌둥둥 +3 20.02.01 563 24 11쪽
33 지하 30m +5 20.01.31 638 26 12쪽
32 습격 20.01.30 683 25 14쪽
31 너의 이름 +5 20.01.29 679 26 13쪽
30 너의 이름은 +4 20.01.28 649 28 13쪽
29 불시 점검 +2 20.01.27 672 25 12쪽
28 로봇 웨이브 +2 20.01.26 743 27 12쪽
27 인형의 집 +3 20.01.25 763 29 12쪽
26 생체 로봇 +3 20.01.24 778 29 13쪽
25 사냥이 아니라 +3 20.01.23 751 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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