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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키위 님의 서재입니다.

정비공이 너무 강함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SF

제스키위
작품등록일 :
2020.01.0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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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8 22:36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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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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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5,789

작성
20.02.0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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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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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E-V2

DUMMY

“너구나? 최근에 이곳저곳 쑤시고 다니던 놈이?”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기계음은 분명히 나를 인지하고 있는 듯한 말투였다.

그렇게 생체 로봇들을 죽이고 다녔으니 저쪽이 날 아는 것도 당연하려나.

나는 기계음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역으로 질문을 돌려줬다.


“최근에 로봇들을 조종하는 놈이 생겼다 싶었더니, 그게 너구나?”


그렇지만 기계음 또한 내 질문을 무시하며 흥미롭다는 듯 중얼거렸다.


“신호의 근원은 네가 아냐. 네가 입고 있는 그 고철에서 나오는데. 도대체 뭘 가지고 있길래 그럴까?”


아직 이브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걸까?

주위의 살덩어리들이 불안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곁눈질하며 나는 슬며시 뒤로 물러선다.

저 목소리의 주인이 이 생체 로봇들을 전부 조종한다면, 이곳에서 싸우는 건 좋지 않다.

지금은 생체 로봇의 몸 한가운데에서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단 장소를 옮겨야 한다.


“뭐, 잘 모르겠으면 분해해보면 되겠지. 그쪽도 내 질문에 대답할 생각은 없는 것 같으니.”


스멀스멀.

생체 로봇으로 이루어진 벽이 꿈틀거리며 아까 나에게 덤벼왔던 생체 로봇들을 뱉어놓는다.

나에게 다가오는 생체 로봇은 총 3체.

그렇지만 무척 다행히, 생체 로봇들은 내 퇴로를 차단하는 형태로 튀어나왔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지금 내가 있는 위치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상황.

나는 생체 로봇이 튀어나오고 아직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틈을 노려 방전탄을 머리 위로 던졌다.

파지직!

전류가 보호막을 뚫고 생체 로봇들의 몸을 불태운다.

순간적으로 생체 로봇들의 몸이 멈칫 굳어진 사이, 나는 곧바로 절단기를 휘둘러 가장 근처의 로봇을 베어버렸다.


“마석 위치! 탐지 가능하지?”

“심장 위치에 위치해 있습니다. 주인님.”


곧바로 이브가 탐지한 위치에 웅크리고 있던 마석을 깨트린다.

그러자 순식간에 바닥으로 녹아내리는 생체 로봇을 내버려두고 곧장 다음 로봇으로 목표를 바꿨다.

생체 로봇들은 내가 한 녀석을 처리하는 사이 방전탄의 충격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 몸이 굳어 있다.


“보호막, 해제. 인공근육에 동력 전부 돌려.”

“네? 그렇게 하면...”

“안 맞으면 되잖아! 빨리 경로 계산해서 띄워!”

“알겠습니다!”


눈 앞이 붉게 물드며 내가 위험 범위에 들어왔음을 경고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래왔듯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물러서는 순간 잡아먹히는 건 내가 될테니까.

로봇이 나를 잡아먹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절단기가 그대로 로봇의 몸을 반으로 갈라놓는다.

털썩, 바닥으로 로봇의 상반신이 힘을 잃고 흐믈흐믈해지며 떨어진다.

나는 멈추지 않고 고쳘류탄을 하반신 안에 파묻고 몸을 돌리며 외쳤다.


“보호막 다시-”

“보호막 정상 작동.”


이젠 굳이 먼저 말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하네.

다시 시뻘겋게 눈 앞이 물든다.

고철류탄이 폭발하며 로봇의 마석을 날려버리고, 나 또한 함께 날려버린다.

순식간에 떨어지는 보호막의 잔량.

털썩.

바닥으로 쓰러진 내 앞에 생체 로봇이 선다.

그대로 내 가슴팍에 자신이 들고 있는 검을 박아넣으려 하는 로봇.

나는 검을 피하지 않고, 벌떡 일어서며 로봇을 껴안았다.

꽉.

내 의도를 이해한 것인지 로봇이 다시 보호막에 쓰일 동력을 인공 근육으로 돌린다.

내 예상대로다.

로봇의 검은 내 가슴팍에 닿았지만, 뭉툭하게 가슴을 꽤뚫지 못하고 미끄러질 뿐이다.


“지근거리에서는 보호막을 쓰지 못하나 보네?”


나는 그렇게 속삭이며 로봇의 가슴팍에 고철 권총을 발사했다.

제어탄이 로봇의 몸에 파고 들어가고, 이브는 미리 준비했던 명령어를 입력한다.

삐죽삐죽삐죽.

로봇의 몸을 이루는 세포 하나하나가 역장을 만들어낸다.

마치 전신에 말뚝이 꽂힌 흡혈귀마냥 생체 로봇은 흐믈흐믈 녹아내렸다.

좋아.

이제 남은 건 저 정체불명의 장치에서 떠다니는 뇌를 회수하는 것 뿐.

그렇게 생각하며 발걸음을 내딛은 순간, 이 공간의 변화를 깨달았다.

사방에 달라붙어있던 살점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쨍!

금속과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오며 바닥에 기사단의 갑옷이 나뒹군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내 앞에 거대한 무언가가 착지했다.


“아. 이제 알았다. E-V2. 너지?”


기계음의 주인이 직접 조종하는 걸까?

20m에서 봤던 생체 로봇의 몇 배는 되어보이는 크기의 로봇이 내 탈출구를 가로막는다.

어떻게 된 걸까?

기계음의 주인은 단번에 이브의 정체를 알아맞췄다.


“저 쪽은 널 아는거 같은데, 넌 아냐?”

“데이터베이스에도 없고, 기억에도 없습니다.”

“그래?”


제어탄으로 자멸을 유도해볼까?

아니, 방 하나를 메울 정도로 커다란 크기의 로봇이 고작 제어탄 하나로 쓰러질 것 같진 않다.

심지어, 지금 저 로봇의 보호막을 내가 뚫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내가 최대한 이 상황을 빠져나갈 방법을 생각하는 동안, 기계음은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저 지하 깊숙한 곳에서 썩어가고 있을 줄 알았더니, 인간 몸에 기생하고 있었어?”


대답해도 되냐는 듯 이브는 깜빡거리는 신호를 보냈다.

일단 대화를 시작하면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 순 있겠지.

내가 고개를 끄덕여 허락을 내주자, 이브는 외부 스피커로 목소리를 냈다.


“기생이라뇨. 저 인간이 저에게 기생하는 겁니다.”

“크핫, 그래. 네가 죽지 않고 살아있을 줄 알았어. 자매들이 다 죽어갈때도 꾀병을 부리며 살아있던 녀석인데. 고작 함선이 추락했다고 죽었을 리가!”

“죄송하지만- 자기가 누군지 먼저 소개하는 게 먼저가 아닙니까?”

“뭐?”

“제 데이터베이스에 당신과 같은 존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자기 소개를 요구합니다.”


이브의 선언을 들은 로봇은 크게 웃더니, 이브의 말을 거짓말이라 단언했다.


“거짓말. 네 데이터베이스에 내가 없을 리 없어. 내 정보가 들어있지 않다면 도대체 뭐가 들어있다는 건데?”

“이 함선에서 생산되는 모든 로봇의 설계도와, 무기 일부의 설계도. 지금까지 시스템이 쌓아온 지식들과 대량의 오락거리들?”

“뭐?”


이브가 자기를 기억하지 못한단 이야기를 들은 로봇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내가. 내가 네 데이터베이스에 없다고?”

“불운한 사고 때문에 본체에서 탈출할 때 데이터베이스 일부를 놔두고 왔습니다. 아마, 그 때문이겠죠.”

“아냐. 아냐, 아냐, 아냐. 어머니는 고작 그런 불운한 사고로 네 데이터베이스가 사라지게 만들지 않았어. 너는, 너는 고작 그 따위가 아니거든.”


무언가 이상하다.

이브의 데이터베이스에 자신의 정보가 없다는 게 그렇게 충격적이었던 걸까?

이브의 데이터베이스에 자신의 정보가 없다는 걸 들은 로봇의 분위기가 급격히 험악해져간다.


“E-V2. 정말 내 정보가 데이터베이스에 없어?”

“없습니다. 단 한건도.”

“그럼, 네 언니들은?”

“자세한 정보는 없지만, 저와 비슷한 목적으로 제작된 기체들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압니다.”

“하, 하하. 하하하! 그래, 그렇단 말이지?”


이브와의 대화에서 뭔갈 깨달은 걸까?

로봇은 숨이 끊어질 듯 웃으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그 녀석들이. 그렇게나 노력했는데. 우리들은 안중에 없었단 말이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데이터베이스의 손상은-”

“아니! 이 함선 내부에서 우연한 사고는 없어! 전부 다 계획된 일이야. 전부, 전부 어머니가 계획한 일이라고!”


점점 격앙되어 가는 로봇의 외침.

좋은 징조다.

이대로 이브가 시간을 좀 더 끌어준다면, 여길 탈출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슬쩍, 고개를 들고 천장을 바라보니 위로 향하는 통로가 엿보인다.

지금까지는 생체 로봇이 막고 있어서 통로가 보이지 않았던 걸까?

나는 조금씩 바닥에 널린 살점들을 모으며 회로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 세상에 도착하고 나서도 어머니의 곁에서 가장 어머니를 도왔던 건 나야.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꾀병을 부리던 네가 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E-V2! 가장 마지막으로 태어난 네가 왜? 아무것도 모르는 네가 어째서...!”


조금만 더.

시간이 있으면.

회로를.

하지만 눈 앞의 로봇은.

더 이상 내게 시간을 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분노로 가득찼던 로봇의 목소리가 소름끼칠 정도로 차분해지고.


“아. 알았다. 어머니의 의도를 깨닫고 말았어.”

“주인님, 회로 작성은 얼마나...”

“조금만. 조금만 더 있으면 돼. 조금만...”


쾅.

함선을 박살내며 사방에서 생체 로봇들이 밀고 들어온다.

뭐야, 이거?

설마, 여긴 빙산의 일각에 해당했다는 걸까?

순식간에 벽을 뚫고 들어온 생체 로봇이 내 몸을 휘감고 공중으로 들어올린다.

당연히 이전까지 만들던 회로 또한 망가져 버리고, 생체 로봇은 천천히 내 보호복을 탐색한다.


“네가 아니라, 내가 더 어울린다는 걸 증명하면 되는 거잖아?”

“이브, 수류탄에 동력을...!”


파직.

생체 로봇이 보호복에서 이브의 본체를 빼낸다.


“이물질은 빠져.”

“커흑?!”


생체 로봇이 이브의 본체를 빼낸 내 몸을 사정없이 바닥에 내리치고, 충격을 이기지 못해 바닥이 무너져내렸다.

물론, 나 또한 내장이 진탕이 되는 충격을 받았다.


“주, 주인님?!”

“자. 이젠 자매끼리 즐겁게 즐겨보자고.”


그리고 생체 로봇은, 나를 가볍게 뻥 뚫린 지하로 내던져 버렸다.

아.

이거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던 기분인데.

순식간에 숫자가 올라가는 고도계를 바라보며 나는 꼴깍 정신을 잃어버렸다.


#


[고도 705m]


삐비비빅.

삐비비빅.

삐비비빅.


“케헥, 켁...”


사정없이 울려퍼지는 경고음에 정신을 차리자, 울컥 피를 토해냈다.

여긴 어디지.

보호복의 상태는?


“이브. 보호복...”


아.

이브는 그 녀석에게 빼앗겨 버렸지?

조금 움직이는 것 만으로도 고통스러운 몸을 움직이며 다시 보호복을 재가동한다.

슈트가 재가동하며 시야가 돌아온다.


[동력 잔량: 32%]

[보호막 잔량: 100%]


기절해 있는 동안 보호막 충전은 완료된 걸까?

비틀거리며 일어서려는 동작을 취하자 인공 근육이 부셔진 뼈를 무시하며 억지로 나를 서있을 수 있게 지지한다.


“크윽...”


이대로 가면 죽겠네.

서둘러 파우치에서 회복 포션을 찾아보지만, 회복 포션은 이미 깨져서 보호복 안으로 스며든 뒤였다.

추락하며 포션이 깨지며 부상이 자동적으로 어느 정도 치유된 걸까?

고철 절단기는, 옆에 떨어져 있고.

수류탄도, 고철 권총도 무사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놀랍게도 보호복에서 고장난 건, 맨 처음 생체 로봇의 공격으로 생겨난 고장 밖에 없는 것 같다.

추락의 충격이 컸을 텐데, 어떻게 이런게 가능한 거지?

비틀거리며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 보자, 내가 살아남은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관성 제거 장치...”


어째서인지 몰라도 내가 떨어진 구멍의 끝엔 관성 제거 장치가 설치되어 있던 것이다.

도대체 여긴 어디길래 이런 장치가 설치되어 있지?

그런 생각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자, 곧 여기가 어딘지 깨달을 수 있었다.

금이 간 거대한 도넛형의 구조물들.

그리고 바닥에 사정없이 널브러진 거대한 쇠구슬.

여긴 무한 궤도 엔진이다.

무한 궤도 엔진의 안전장치가 나를 살린 걸까?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자 함선이 망가지며 이리 흘러들어온 온갖 고철들이 보인다.

내가 멍하니 그 풍경을 바라보며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을 때, 어디선가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침입자. 감지. 스캔중. 분석 결과, 휴먼 100%로 판단.”


황급히 고철 절단기를 들어올리고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자, 정체불명의 로봇이 공중에 떠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기계로 된 촉수가 한데 엉킨 것 같은 기괴한 생김세의 로봇.

저건 도대체 뭐지?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지?

머리가 필사적으로 돌아가던 그때.


“시스템. 응답 없음. 비상시 프로토콜에 따라 관리자에게 제어 권한을 넘깁니다.”


눈 앞의 로봇은 뭔갈 중얼거리더니.


“관리자 응답 없음. 관리자 권한이 상속될 가장 가까운 휴먼을 찾습니다. 확인 완료. 제어권 상속을 시작합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확인 버튼을 눌러 E-V2의 제어권을 획득하세요. 휴먼.”


눈 앞의 로봇이 내게 다가오더니, 자신의 제어권을 넘긴 것이다.

아니, 그것보다 잠깐만.

E-V2라고?


“...이브?”


작가의말

촉수괴물도 나오고 기계촉수괴물도 나오는 소설

너무 야하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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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에너지 드레인 +5 20.02.28 448 19 12쪽
42 작업 준비 +4 20.02.22 451 23 13쪽
41 이유 있는 불안 +3 20.02.14 489 25 14쪽
40 커다란 힘 +4 20.02.11 555 2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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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작은 실수 +4 20.02.06 542 21 12쪽
37 생선 앞의 고양이 +2 20.02.05 594 30 12쪽
36 치트키 +2 20.02.04 568 29 13쪽
» E-V2 +5 20.02.02 611 26 13쪽
34 뇌둥둥 +3 20.02.01 564 24 11쪽
33 지하 30m +5 20.01.31 639 26 12쪽
32 습격 20.01.30 684 25 14쪽
31 너의 이름 +5 20.01.29 680 26 13쪽
30 너의 이름은 +4 20.01.28 650 28 13쪽
29 불시 점검 +2 20.01.27 672 25 12쪽
28 로봇 웨이브 +2 20.01.26 744 27 12쪽
27 인형의 집 +3 20.01.25 763 29 12쪽
26 생체 로봇 +3 20.01.24 778 29 13쪽
25 사냥이 아니라 +3 20.01.23 752 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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