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제스키위 님의 서재입니다.

정비공이 너무 강함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SF

제스키위
작품등록일 :
2020.01.01 15:13
최근연재일 :
2020.11.08 22:36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48,048
추천수 :
1,570
글자수 :
285,789

작성
20.01.27 00:02
조회
673
추천
25
글자
12쪽

불시 점검

DUMMY

지하 10m와 20m에서 봤던 살덩어리 괴물과는 또 다른 모습의 괴물들.

10m의 괴물이 재생에 특화되어 있고, 20m의 괴물이 변화에 특화되어 있다면 지상으로 나온 괴물들은 파괴에 특화되어 있었다.

뿌득뿌득뿌득.

함선과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도 들릴 정도로 괴물들의 몸이 비틀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괴물들의 몸이 비틀리며 등에서 대포처럼 생긴 기관이 자라난다.

마치 생체총이 배양되는 모습과 유사한 모습이다.


“잠깐, 저거 설마...”


모두가 모습이 변해가는 괴물의 모습을 보며 한가지 생각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괴물은 모두의 생각을 현실로 이끌어냈다.

쾅!

쾅!

쾅!

괴물들이 일제히 살덩어리의 포탄을 방어선으로 쏘아보낸다.

자기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위치까지 쏘아진 포탄들은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스캐빈져들을 덮친다.


“으악!”

“사, 살려줘!”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고철 울타리에 울려퍼진다.

괴물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스윽 주위의 로봇들을 손으로 붙잡고 등에 자라난 대포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발사.

포탄이 된 로봇들이 자기장을 뚫고 울타리에 틀어박힌다.

대다수의 로봇들은 바닥에 추락하는 것 만으로 박살났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스캐빈져들을 헤치는데 충분했다.

그 뿐인가?

간혹가다 스모커가 발사되는 순간, 보호복을 입고 있는 스케빈져들까지 위험할 정도의 폭발이 벌어진다.


“이건 강령술사들이 사용하는 전법인데. 강령술사가 저걸 조종하는 건가?”


마키나는 그런 로봇들의 움직임에 의문을 표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듯 직접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쉬던 놈들 죄다 튀어나와! 총쏘는 놈들은 계속 사격하고, 구멍난 곳은 나하고 주먹쟁이들이 막는다!”


인형의 집 2층에서 발사되는 저격 또한 계속해서 살덩어리 괴물을 노렸지만, 살덩어리 괴물의 치유 능력을 뚫을 수는 없어 보인다.

그러자 2층의 사이코는 괴물들 대신 튼튼이들을 노리며 적들의 발을 최대한 붙잡는다.

마키나가 울타리 뒤편에서 쉬던 주먹쟁이들을 데리고 울타리를 넘어온 로봇들을 상대하러 떠난다.

마키나가 그렇게 구멍을 메꾸러 동분서주하는 동안, 나는 얌전히 울타리에 몸을 숨기고 생체총을 쏴댈 뿐이다.

로봇이 내게 보여준 설계도대로 보호복이 완성된다면 이 정도는 가뿐히 나 혼자서 쓸어버릴 수 있겠지만.

아직 보호복이 완전히 완성되지도 않았는데 나댈 수 있을 리가.

살덩어리 괴물의 지원 포격에 더불어 기계들이 점점 더 전선을 밀고 들어온다.

이대로라면 고철 울타리가 함락되는 건 시간문제겠지.

슬슬 후퇴 명령이 내려오려나?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배달부다! 배달부들이 도착했다!”


누군가의 희망찬 고함 소리가 울려퍼지고.

전선을 이루는 기계들을 향해 폭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고철류탄, 방전탄, 화염탄, 부식포션, 오물폭탄, 뇌석...

쓰레기장에서 폭탄으로 쓰이는 물건이란 물건들이 전부 하늘에서 떨어진다.

튼튼이들마저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진 폭탄의 향연.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자 배달부들이 공중에서 폭탄을 던져대는 모습이 보인다.

아, 아이리스도 끌려왔네.

거기서 보일진 모르겠지만 아이리스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나는 다시 생체총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배달부들의 폭격으로 순식간에 지상전투병이 전멸 수준에 이르고.

그걸 기회로 삼은 걸까?


“으랴아!!!!”


마키나가 전력을 다해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오고.

펑!

마키나의 주먹에 살덩어리 괴물 하나가 완전히 터져나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 정도 위력이면... 거의 기사급이 아닙니까?”

“애초에 원래 기사단에서 놀던 사람인데 당연하지. 저 아줌마가 아마 이 동네에서 1:1 최강자일걸?”


함선에서 나오는 로봇들을 분해해 얻은 부품으로 자신의 몸을 강화한 마키나의 몸은 기사단에서 사용하는 강화복에 맞먹는다.

그 뿐인가?

그동안 마키나가 쌓아온 마력과 전투 경험에 마력 엔진의 보조가 더해지면...

거의 소드마스터 급의 화력을 뿜어낼 수 있다.


“왜 왕국에서 쓰레기장을 놔두는지 알 것 같네요...”

“그래도 뭐, 왕국엔 마키나씨보다 더한 사람들도 있으니까.”


최근엔 신체 개조를 받는걸 금기시하지 않는 풍조가 퍼지며 더욱더 기사들의 수준이 올라갔으니까.

아예 유전자 단위로 자신의 몸을 강화해 자기 자식에게 강함을 물려주려는 귀족들도 있을 정도다.

그 덕분에 멸종 위기종이던 흑마법사와 마녀들의 수요가 살짝 늘어났긴 했지만...

그 쪽 분야에선 이미 연금술사라고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있으니 흑마법사와 마녀들의 구직난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


“이제 슬슬 상황 종료네.”


슬슬 눈치를 보던 스케빈져들이 마키나가 마지막으로 남은 괴물을 처치하는 것과 동시에 울타리를 빠져나와 함선으로 달려간다.

고철덩이가 되어버린 로봇들을 빨리 회수하려는 것이다.

원래는 이런 건 로봇을 잡은 사람이 전부 갖는게 정석이지만, 로봇 웨이브에서 누가 뭘 잡았는지 어떻게 세고 있겠는가?

그렇게 먼저 잡은 사람이 임자인 레이스가 펼쳐진 것이다.

힘껏 생체 로봇들을 처리하고 돌아온 마키나도 굳이 스케빈져들을 말릴 생각은 없는지 한숨을 내쉬며 내 쪽으로 돌아왔다.


“함선 안에서 더 나오지 않은 녀석이 있을진 몰라도, 로봇 웨이브는 종료된 것 같네.”

“그래. 어땠어? 직접 때려보니 알아낸 건 있어?”

“있지. 네 말대로 그 괴물들은 생명체가 아니라 로봇인 것 같더라.”

“이유는?”

“내가 녀석들의 대화를 읽을 수 있었으니까?”


호오.

그건 좀 흥미로운데.

저 녀석들이 무슨 대화를 하고 있었는지 알게 되면 지휘 기체를 찾아내기 쉽지 않을까?

그렇지만 마키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며 내 기대를 가라앉혔다.


“뭐, 그래봤자 진짜 단순한 대화밖에 안하더라. 아파, 저 녀석이 위험해. 이리로 가자... 뭔가 중요한 대화를 하는 것 같기는 했는데, 그건 알아듣질 못했어.”

“네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암호화 됐다고?”

“정확히 말하면, 알아들으면 안되는 신호였거든.”


알아들으면 안되는 신호?

그건 뭔 소리야?

내가 의아해하고 있자, 로봇은 마키나의 말을 이해한 듯 내게 설명했다.


“제 자매들이 이용하는 그 신호를 말하는 겁니다. 주인님.”

“니들이 쓴다는 단톡방? 왜 그 신호를 들으면 안되는데?”

“시스템이 명령 전달을 위해 사용하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주인님.”

“아, 설마...”

“그래. 시스템에 집어삼켜진 자동인형들 이야기는 너도 들었을 거 아냐?”

“나는 그냥 괴담인 줄 알았는데.”


그런 소문은 다 마키나처럼 스파이 활동을 위해 로봇처럼 개조한 자동인형이나, 자동인형처럼 개조한 로봇을 보고 생긴 소문이 아니었나?


“괴담이 아니라 사실이야. 어째서인진 모르겠지만, 아무리 자동인형이어도 시스템에게 조종당하는 신호라는 게 있다는 건 내 전우들 사이에선 유명했거든.”

“그래서, 실수로라도 조종당하지 않게끔 아예 막아놨다는 거야?”

“정답. 이해력이 빨라서 참 좋네.”


쳇.

마키나가 시스템에 집어삼켜질 위험을 감수하고 정보를 알아낼 필요는 없지.

곧 대대적으로 모선을 청소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테니, 그 때가 되면 숨기고 싶어도 단서가 드러날 것이다.

그나저나 이렇게 많은 회로하고 부품들이 나왔으니...

전기충격기하고 일반 회로는 미리 팔아둘까?

지금 가게에 묵혀두고 있는 회로를 팔고 싼 값에 좀 신선한 녀석들로 교체를 해야지.

그러려면 빨리 움직여야 한다.

스캐빈져들이 회로를 고철상들에 내다 팔기 전에 말이다.


“생체 로봇에 대해선 나도 좀 알아볼테니까, 이만 돌아갈게.”

“어라, 벌써 가려고?”

“한 탕을 하려면 빨리 움직여야지.”

“내 생각엔 이미 고철상들 사이에 소문이 쫙 났을거 같은데?”

“아, 그려러나. 시간이 너무 흘렀나?”


뭐, 이번에 들어온 회로들을 얻기 위해서도 고철상에 들려야 하긴 하니까.


“파티원. 그것도 일단 의뢰는 내볼게.”

“뭔가 한 명 밖에 지원하지 않을 것 같지만... 고마워.”


100m 아래로 내려가는 원정에 지원할 놈들은 그 사이코 말고는 없겠지.

딱히 기대도 하지 않는다.

로봇 웨이브의 뒤처리를 하기 위해 바쁘게 뛰기 시작한 마키나를 뒤로 하고, 나는 달콤한 나의 가게로 돌아왔다.

오늘의 수확물들을 잘 분류해서 창고에 넣어두고, 나는 생체 로봇의 살점을 책상 위에 올려놨다.


“자, 이걸 어떻게 써먹어야 할까?”


이젠 형체를 잃고, 거의 액체러럼 흐믈거리는 생체 로봇의 살덩이에선 거의 썩기 일보 직전의 냄새가 풍겨왔다.

아니, 실제로도 썩기 일보 직전인 걸까?


“이거. 내가 직접 만들 수 있으려나?”

“글쎄요? 주인님의 실력은 무척 뛰어나지만, 주인님은 기계를 다루지 생체 물질을 다루는게 아니잖습니까?”

“쩝. 살아 있을 때는 뭐 어떻게 개조해야 할지 감이 잡혔는데. 지금은 감이 잡히질 않네.”


생체총 배양 장치에 집어넣으면 알아서 자라려나?

나는 우선 D급 마석을 살덩이 안에 퐁당 빠트려 봤지만, 살덩이가 다시 살아 움직이는 일은 없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신의 기적을 빌린 것도 아닌데, 이미 죽어버린 생명체를 되살릴 수는 없겠지.

그렇지만 로봇의 눈에는 다르게 보였는지 로봇이 의아한 목소리를 흘렸다.


“신호가, 잠시 잡혔습니다.”

“신호가?”


신호가 잡혔다고?

하지만 살덩어리가 움직이는 기미는 보이지 않았는데.

의아하게 생각한 나는 살덩어리 안에 빠진 마석을 빼내본다.


“응?”


그러자, 마석과 접촉하고 있던 부위가 다른 부위와는 달리 뻑뻑하게 굳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살덩이에서 꺼낸 마석은 완전히 마력이 다 빠져나간 상태였다.


“마력이 부족해서 회복을 하지 못한 건가?”


그렇다면 C급 마석을 넣어봐?


“적어도 B급 마석이 아니면 작동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주인님.”

“B급? 그건 좀 아까운데.”


B급 이상의 마석들은 교회에서 만드는 거나 보호복을 개조하기 위해서 아껴놔야 한다.

그걸 실험을 위해서 쓰기는 너무나 아까운데...


“뭐, 나중에 살아있는 놈으로 실험해보면 되겠지.”


아니면 그걸 만드는 시설을 찾아내서 원리를 파악하거나.

결국 내가 이 살덩이에서 알아낼 수 있는 건 이 살덩이가 굉장히 빨리 썩는다는 것 밖에 없었다.

그럼 이제 남은건 보호복 회로를 업그레이드 하는 건데.

원래 계획은 타르에 석영 가루를 섞어서 새롭게 회로를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까 지금의 나에겐 마녀 노예가 있지 않는가?

마녀의 기술을 이용한다면 타르와 석영을 섞는 방법보다 더 괜찮은 걸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가게에서 더 이상 해야 할 일이 없네.

거기에다가 이번에 보호복을 개조한다면 적어도 며칠은 함선에 들어가지 못하니...

음.

때 아닌 휴가가 찾아왔네.


“좋아. 휴업이다.”

“휴업? 지금도 개점휴업 상태가 아니었습니까?”

"불경기여서 그래, 불경기."

"다른 정비공들은 전부 호황이라면서요?"

"크흠."


나는 가게의 문을 걸어잠구고 교회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녀는 내가 시킨 일을 잘 하고 있으려나?

아무리 노예여도 내가 요즘 너무 부려먹은거 같은데.

슬슬 노동 강도를 줄여줘도 되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내가 교회 문을 열자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진짜, 진짜 너무한거 아냐? 내가 잘못한 건 아는데, 그렇다고 사람을 노예로 만들어?”

“응, 응. 그래서?”


밀과 융과 함께 얼굴이 시뻘게진 채로 술을 마시고 있는 마녀의 모습이었다.


작가의말

사장님의 눈에 들어온 노예의 일탈.

2분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정비공이 너무 강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주 6일 연재 할게요 20.02.02 237 0 -
공지 제목 정비공이 너무 강함 유지합니다 20.01.11 305 0 -
공지 밤 12시에 연재하거나 낮 12시에 연재합니다 20.01.06 392 0 -
공지 쓰레기장 지도입니다 +1 20.01.03 1,314 0 -
50 의식불명 +4 20.11.08 400 10 9쪽
49 미리암의 술집 +6 20.05.31 393 10 12쪽
48 너의 이름은 +5 20.05.07 412 12 10쪽
47 거부하기 힘든 제안 +2 20.05.03 403 12 12쪽
46 자업자득 +4 20.03.31 401 11 14쪽
45 흡혈귀(ㅋ) +5 20.03.12 448 17 14쪽
44 고스트 버스터즈 +3 20.02.29 484 22 12쪽
43 에너지 드레인 +5 20.02.28 448 19 12쪽
42 작업 준비 +4 20.02.22 451 23 13쪽
41 이유 있는 불안 +3 20.02.14 489 25 14쪽
40 커다란 힘 +4 20.02.11 555 25 11쪽
39 크고 아름다운 +2 20.02.09 540 21 13쪽
38 작은 실수 +4 20.02.06 542 21 12쪽
37 생선 앞의 고양이 +2 20.02.05 594 30 12쪽
36 치트키 +2 20.02.04 569 29 13쪽
35 E-V2 +5 20.02.02 611 26 13쪽
34 뇌둥둥 +3 20.02.01 564 24 11쪽
33 지하 30m +5 20.01.31 639 26 12쪽
32 습격 20.01.30 684 25 14쪽
31 너의 이름 +5 20.01.29 680 26 13쪽
30 너의 이름은 +4 20.01.28 650 28 13쪽
» 불시 점검 +2 20.01.27 674 25 12쪽
28 로봇 웨이브 +2 20.01.26 745 27 12쪽
27 인형의 집 +3 20.01.25 765 29 12쪽
26 생체 로봇 +3 20.01.24 780 29 13쪽
25 사냥이 아니라 +3 20.01.23 753 3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