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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키위 님의 서재입니다.

정비공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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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키위
작품등록일 :
2020.01.0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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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8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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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29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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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고스트 버스터즈

DUMMY

살아났다.

아니, 살아남은 건가?

분명히 죽는 줄 알았는데, 분명히 몸 상태가 거의 죽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잠에서 깨어나니 몸 상태가 어제에 비해서 무척 호전됐다.

찌뿌등하게 몸을 짓누르던 정체불명의 탈력감도 사라진 지 오래다.


“으아...”


그 대신 온갖 체액이 달라붙은 침대와 내 몸을 바라보고 있으니 뭐랄까.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일단 씻어야지.

릴리스는 어느세 일어난 건지 교회 밖을 빗자루로 쓰는 모습이 창문으로 엿보인다.

비척거리며 릴리스의 방에 마련된 화장실로 들어가 몸을 씻어내리고 방 밖으로 나온다.


“오빠?”

“어, 어?”


릴리스의 방 밖으로 나온 나를 기다리고 있던 건, 부르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래의 모습이었다.


“아빠다리.”

“넵.”


나래의 지시에 따라 털썩 바닥에 주저앉아 나래의 잔소리를 담담히 받아들인다.

그래, 내가 다 잘못했으니 어쩔 수 없지.

나래의 말을 듣지 않고 혼자서 던전에 들어간 것도 사실이고, 진작에 나올 수 있는데 괜히 위험을 감수한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혼내봤자 어차피 또 내 말 안들을 거지?”

“아니, 당연히 듣지. 내가 뭐하러 네가 걱정할 만한 일만 골라서 해?”

“걱정할 만한 일만 골라서 하니까 화내는 거잖아!”

“아니. 이번 건 어디까지나 비상 사태였고. 이브가 위험해서 그런 거니까, 음.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잠깐, 이브가 위험했다니? 나는 그런 소리 못들었는데?”

“아.”


결국 나는 나래의 집요한 물음을 견디지 못하고 저 아래에서 일어났던 일을 모조리 토해놓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내 말을 들은 나래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내 등을 퍽퍽 두드리기 시작했다.


“내가! 뭐라고 했어! 위험한 짓은 하지 말라고 했잖아!”

“아니, 다 계산된 거고. 완벽한 계획에 따라서...”

“완벽한 계획은 무슨! 매번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짓만 하면서!”

“아, 아. 아파. 나래야, 진짜 아프니까. 그만...”

“오빠까지 사라지면! 나는 어쩌라고!”

“그럴 일은 없으니까, 좀 진정해.”

“그걸 어떻게 장담하는데!”


나래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나래는 그동안 참아왔던 말을 모조리 토해내려는 듯 울부짖었다.


“엄마도, 아빠도. 모두다 사라졌는데, 오빠까지 사라지는 건 싫어. 내 곁에 있어준다고 했잖아.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

“나래야.”

“자고 일어났을 때 오빠가 돌아와 있지 않으면 얼마나 무서운 줄 알아? 자꾸, 자꾸 오빠가 사라질 것만 같이 느껴진다고...”

“괜찮아. 괜찮아. 나는 여기 있으니까. 나는 절대 먼저 사라지지 않으니까...”

“정말이지? 정말로...”

“그래. 내가 널 놔두고 사라질 리 없잖아?”


나는 나래의 곁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언제나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미 너무 많은 게 바뀌어버렸다.

내가 유일하게 바뀌지 않을 수 있는건.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나래의 오빠라는 사실 뿐.

그래.

그 사실만은 영원히 바뀌지 않을 것이다.

눈물을 흘리는 나래를 꼭 안아주며 진정시킨다.


“오빠.”

“왜?”

“솔직히 말해서, 나 엄청 두려워. 오빠가 사라질까봐.”

“나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잖아?”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만약 더 이상 오빠의 여동생이 아니게 된다면. 내가 먼저 오빠의 옆에서 사라지게 될까봐... 그게 두려워.”

“내가 그렇게 되지 않게 할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늘 고마워....”


적당히 진정이 된 걸까?

나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 품에서 얼굴을 빼꼼 쳐들었다.


“너무 무리만 하지 마. 언제나 안전이 제일인 거 잊지 말고.”

“그래. 그럴게.”

“가게 나갈 거야?”

“보호복이 망가져서 수리는 해야 하거든.”

“밥은 먹고 갈거지?”

“응. 그래야지.”


나래는 그렇게 말하고는 직접 아침식사를 차려서 내게 가져왔다.

조금 프라이펜에 눌러붙은 고기와 시들시들한 샐러드.

오랜만에 나래가 차려준 아침밥은 그리 맛있진 안았다.

아침 식사를 끝마치고 다시 보호복을 입고 가게로 향한다.

교회를 나와 릴리스에게 인사를 하고 중앙 구역에 들어섰을 무렵.

나는 조용히 이브에게 말을 걸었다.


“왜 말을 안하냐, 너?”

“화 안났는데요?”

“아니, 화났냐고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왜 자기가 알아서 자백해?”

“그야. 전 본체도 없는 로봇이어서 제가 말하지 않으면 제가 화났는지 모르잖아요?”

“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길래 그렇게 화났어?”

“글쎄요? 그 누구보다 주인님이 잘 알고 있지 않을까요?”

“그건 또 뭔...”


이브는 또 갑자기 왜 이래?

명백하게 기분이 상했다는 걸 팍팍 티내는 이브.

곰곰이 생각해봐도 어째서인지 모르겠다.


“뭐, 아이리스씨에게 하는 걸 봐선 제가 왜 화났는지 모르는 게 당연하지만요.”

“여기서 갑자기 아이리스 이야기가 왜 나와?”

“그러게요. 왜 그럴까요?”

“응? 나 부른 거야?”


이브와 티격태격 다투던 도중, 익숙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화들짝 놀라며 등 뒤를 돌아보자 아이리스가 방긋 웃으며 공중에 떠 있었다.


“갑자기 연락이 와서 엄청 놀랐다고! 진짜, 나는 네 개인 전서구가 아니라고!”

“미안, 그때 생각나는 게 너 밖에 없어서.”

“그, 그래?”


응.

내가 가진 배달부의 연락처는 아이리스 밖에 없으니까.


“아무튼! 자꾸 이렇게 부려먹기만 할 거야?”

“미안. 답례를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는데, 시간을 내기가 좀 그래서.”

“그래? 그러면 말 나온 김에 말이지. 그... 저번에 이야기한 그 답례 말이야.”

“답례? 아, 의수 업그레이드?”

“응. 그거. 내가 이번에 휴가를 받아서 말이야. 그러니까...”

“좋아. 시간은 언제쯤이 좋아?”

“어? 음. 그러니까, 다음주? 다음주부터 휴가니까 그 때 부탁해!”

“오케이. 시간 날 때 연락해.”

“응!”


새로운 의수가 그렇게 기대되는 걸까?

아이리스는 싱글벙글 웃으며 다시 배달을 하러 하늘로 날아올라갔다.


“옆에서 구경하는 건 재밌는데, 당사자가 되면 참 기분이 묘하네요.”

“구경은 무슨 구경.”


아이리스와 헤어져 가게로 돌아와 창고를 곧장 열어젖힌다.

그러자 돌스에서 직접 배송해준 뇌들이 든 통이 창고 안에 가지런히 모습을 드러냈다.


“오케이. 이브, 두뇌 스캔 장치의 설계도 부탁해.”

“여기요.”


보호복 수리는 좀 나중에 해도 괜찮으니, 최대한 빨리 이 뇌들부터 처리하자.

최대한 빨리 연구를 끝내는 게 이 뇌들의 주인에게도 편한 일이겠지.

나는 뇌와 더불어 드래곤이 배달하고 간 성물함까지 작업대 위에 올려두고 조심스럽게 성물함의 뚜껑을 열었다.

영혼을 고정시키기 위해 세겨진 강렬한 마력의 파동이 느껴진다.

내 추측이 맞다면, 성물함이나 두뇌 스캔 장치나 하는 일은 비슷하다.

성물함은 사람의 영혼을 갈기갈기 쪼갰다가 다시 하나로 합쳐 자신의 안에 가두는 것이라면.

두뇌 스캔 장치는 갈기갈기 정신과 두뇌를 찢어놓고 컴퓨터 안으로 그 찢어놓은 정신과 정보들을 업로드 하는 거다.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두 과정을 버틸 수 없는게 당연하고.

그래서 성물함은 영생을 부여하지만 사용자를 언데드로 만들어 버린다는 단점이 있고.

두뇌 스캔 장치는 스캔한 두뇌를 말 그대로 통구이로 만들어버린다는 단점이 있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스캔 장치의 개조는 정신을 찢어놓지 않고도 정신과 정보를 스캔할 수 있게 바꾸려는 건데.

그럼, 어째서 스캔 장치를 개조하려는 데 성물함이 필요하느냐?

그건 성물함이 쪼개진 영혼을 다시 하나로 합친다는 특성에 주목한 것이다.

성물함이 쪼개진 영혼을 다시 원상태로 합치는 기능을 스캔 장치에 합친다면.

찢어진 정신과 두뇌를 다시 원상태로 합칠 수도 있는게 아닐까?

여기서 가장 큰 문제가 하나 발생하는데.

사람의 영혼이 쪼개진다고 사람이 바로 죽는 건 아니지만.

사람의 두뇌는 쪼개지면 바로 사람이 죽어버린다는 것이다.

영혼을 좀먹는 저주에 걸리면 좀 끙끙거리다가 악마들이 와서 호 해주면 났지만.

도끼로 대가리가 쪼개지면 그 어떤 치유마법을 받아도 부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부분을 내가 딱히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일단 성물함의 원본을 가져오면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놀랍게도 내 앞에 그 부분을 완벽히 해결한 모범 답안이 나타난 것이다.

E-V1이 생체 서버로 사용하던 기사들의 뇌.

당연히 평범한 사람들의 뇌는 서버로 이용되는 걸 버티지 못한다.

그렇다고 기사들의 뇌는 다르느냐?

그것도 아니다.

어차피 기사든 일반인이든 죽어서 뇌를 꺼내놓으면 구분할 수 없으니까.

그런데 E-V1은, 그 난제를 극복하고 적어도 몇 년이 넘는 시간동안 생체 서버를 돌렸다.

어떻게?

그래서 나는 지금부터 그 비밀을 찾기 위해 기사들의 뇌를 살펴볼 것이다.

우선 가장 의심이 가는 부분은.

당연하겠지만 뇌를 보관해둔 용기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무언가 용기에 장치를 해놨다고 생각하는 게 맞다.

릴리스의 말에 따르면 놀랍게도 이 기사들은 정신이 완전히 파괴되어 자아가 없지만, 분명히 살아있는 상태라고 한다.

도대체 어떻게 영혼을 다 죽어버린 뇌에 붙잡아 둘 수 있던 걸까?

의아해하며 뇌를 보관해둔 용기를 살펴봤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뇌가 들어있던 용기는 이상한 점이 없다.

그렇다면 뇌가 담긴 용액?

평범한 영양액이다.

그럼 마지막으로 남은 결과는.

E-V1이 기사들의 뇌에 무언가 조작을 가했다는 건데.


“이브, 뇌 안에서 생체 신호 말고 다른 무언가가 느껴져?”

“스캔 중이에요... 아, 확인했어요. 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회로가 심겨져 있네요.”

“회로?”


이브의 말에 따라 조심스럽게 기사들의 뇌에 이상한 회로가 붙어있다는 부위를 절개해본다.

그러자 놀랍게도 이브의 말대로 기사들의 뇌 안에서 정체불명의 회로가 튀어나왔다.

이건 도대체 무슨 회로인 걸까?

그동안 수많은 회로들을 외워온 나지만, 나로써도 한 눈에 무슨 용도인지 파악하기 힘들다.

그 때, 내가 기사들의 뇌에서 회로를 제거하는 것과 동시에.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누군가의 비통한 한이 담긴 서러운 고함소리가 가게 안에 울려퍼졌다.

거의 벤시의 증오심 서린 울음소리와 맞먹는 급의 저주와 증오가 담긴 목소리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나와 이브가 순간적으로 마비 상태에 빠지고.

회로를 제거한 뇌에서 희끄멍한 연기가 빠져나가더니.

주위의 부동액을 얼리며 뇌를 산산조각 냄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건, 분명히...


“원혼?”


가끔씩 원혼이 성불할 때 발생하는 현상인 걸로 기억하는데.

그렇다면 설마?

서둘러 회로를 제거한 기사의 뇌를 확인해보자.

기사의 뇌는 완전히 생명 활동을 정지한 상태였다.

회로를 제거해서 뇌에 머물러 있던 영혼이 해방된 걸까?

그렇다는 건, 이 회로의 정체는...

영혼을 붙잡아 두는 회로인 걸까?

가장 확실한 건 이렇게 머리로 추리하는 것보다 직접 몸으로 실험하는 거다.

그렇다면, 직접 실험을 해봐야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대충 이번에 뽑아낸 회로를 이용한 간단한 장치를 만들고는.


“에, 주인님. 언데드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제가 봐도. 언데드들이 그런 짓을 당하면 가만히 있을 것 같지 않은데요?”

“괜찮아. 이론상 안전하니까.”

“아니, 그. 화내진 않을까요?”

“그럼 도망치면 되지. 뭐.”


직접 회로의 성능을 시험해보기 위해 정말 오랜만에 언데드들의 구역으로 발걸음을 들였다.


작가의말

방사능 같은 연약한 건 나래에 통하지 않습니다.

가면라이더는 방사능에도 끄떡 없거든요.


가게로 들어오면서 보호복에 붙은 방사능은 릴리스가 맛있게 먹었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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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흡혈귀(ㅋ) +5 20.03.12 448 17 14쪽
» 고스트 버스터즈 +3 20.02.29 484 22 12쪽
43 에너지 드레인 +5 20.02.28 448 19 12쪽
42 작업 준비 +4 20.02.22 451 23 13쪽
41 이유 있는 불안 +3 20.02.14 489 25 14쪽
40 커다란 힘 +4 20.02.11 555 25 11쪽
39 크고 아름다운 +2 20.02.09 540 21 13쪽
38 작은 실수 +4 20.02.06 542 21 12쪽
37 생선 앞의 고양이 +2 20.02.05 594 30 12쪽
36 치트키 +2 20.02.04 568 29 13쪽
35 E-V2 +5 20.02.02 611 26 13쪽
34 뇌둥둥 +3 20.02.01 564 24 11쪽
33 지하 30m +5 20.01.31 639 26 12쪽
32 습격 20.01.30 684 25 14쪽
31 너의 이름 +5 20.01.29 680 26 13쪽
30 너의 이름은 +4 20.01.28 650 28 13쪽
29 불시 점검 +2 20.01.27 672 25 12쪽
28 로봇 웨이브 +2 20.01.26 744 27 12쪽
27 인형의 집 +3 20.01.25 764 29 12쪽
26 생체 로봇 +3 20.01.24 778 29 13쪽
25 사냥이 아니라 +3 20.01.23 752 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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