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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키위 님의 서재입니다.

정비공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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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키위
작품등록일 :
2020.01.0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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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8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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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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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뇌둥둥

DUMMY

“겨얼투르을 시인처엉한다아아!”


가래 끓는 듯한 괴성을 내지르며 내게 달려드는 생체 로봇.

이전처럼 검격을 한 번 막은 뒤, 그대로 갈라버릴 작정으로 고철 절단기를 들어올렸지만, 무언가 다르다.


“읏?!”

“위험합니다!”


서걱.

위험을 직감하는 것과 함께 이브가 제트팩을 작동시켜 펄쩍 뒤로 거리를 벌렸다.

그와 함께, 생체 로봇의 손에 들린 검에서 오러가 뻗어져 나오며 서걱, 내 목이 있던 장소 뒤편의 벽을 베어냈다.


“오러를 쓴다고? 로봇이?”


말도 안돼.

로봇이 마력을 다룬다는 거야?

내가 난생 처음 보는 상황에 당황하고 있을 때, 이브가 조용히 상황을 분석했다.


“오러는 아닙니다. 검에 일종의 보호막을 두른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검에 보호막을 둘렀다고 저 벽이 저렇게 잘려나가?”

“보호막을 원자 단위로 얇게 벼려낸 겁니다. 소드 오러 수준까진 아니지만 충분히 벽을 베어낼 수 있는 수준입니다.”

“아오, 젠장.”


젠장, 저런건 또 어디서 배워온 거야?

역시 로봇과의 근접전은 피하는게 상책이다.

하지만 저 녀석과의 거리를 벌릴 수 있을까?


“윽?!”


눈 앞이 시뻘겋게 물들며 생체 로봇의 움직임이 예상되고, 나는 서둘러 바닥을 구르며 생체 로봇의 일격을 피해냈다.

이브의 예지가 없다면 진작에 목이 썰리고도 남았다.


“저 녀석. 뭐. 데이터베이스에. 자료 없어?”

“없습니다. 그렇지만 어디선가 봤던 기억은 나네요. 저건 분명, 원래 3형들이 사용하던 검술일 겁니다.”

“원본 검술이라고? 그렇다면, 저 새끼는 다른 놈들과는 다르다는 건가?”

“아마도 그렇겠죠.”


시뻘겋게 표시되는 위험 영역을 피하며 나는 고철 절단기를 휘둘러 로봇의 팔을 잘라버리려 한다.


“윽?”


그렇지만 로봇의 몸이 푸르게 빛나더니, 그대로 고철 절단기를 막아낼 정도의 보호막이 생겨난다.

반-보호막 처리를 해놨는데도 흠집도 안난다고?


“더 많은 반-보호막 소자가 없으면 보호막을 뚫지 못할 겁니다!”


이어지는 이브의 경고.

젠장.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 저 보호막을 뚫을 수 있지?

20m에서 만난 생체 로봇처럼 개조를 해서 자멸시키려고 해도 저 보호막을 뚫지 못하면 제어탄을 박아넣을 수 없다.

그렇다고 정면 승부로 조지자니 모든 면에서 저 녀석에게 압도당한다.

어떻게 해야 저 녀석을 조질 수 있지?

아, 젠장!

내가 속성부여만 가능했어도 저런 보호막은 진작에 뚫어내는 건데.

잠깐.

속성 부여?


“나아아알 봐아아아라아아아!!!”


내가 자꾸 맞상대를 하지 않고 요리 조리 피해다니자 화가 난 걸까?

생체 로봇은 고함을 지르며 내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주위가 시뻘겋게 물들며 도망칠 곳이 사라진다.


“읏, 주인님. 충격에 대비를...!”

“아니. 보호막에 동력을 돌리지 말고, 인공 근육에나 돌려.”

“알겠습니다!”


파우치 안에서 푸른 빛의 가루를 꺼내 마치 부여술사들이 장비에 속성을 부여하듯 고철 절단기에 펴바른다.

보호막을 믿고 있는 것인지 생체 로봇의 움직임엔 검술을 잘 모르는 내가 봐도 틈이 넘쳐났다.

나는 생체 로봇의 검이 휘둘러지기 전에 먼저 절단기를 휘둘러 그대로 생체 로봇의 어깨에 내리쳤다.

파지직!

푸른 섬광과 함께, 반-보호막 소자가 구워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내 절단기는 그대로 생체 로봇의 어깨를 파고들어 잘라냈다.


“으아아파아아아아! 아아아파아아...”

“으아아... 아프겠다...”

“로봇에 공감하지 말아줄래?”

“저도 로봇입니다, 로봇!”


아.

임시방편으로 반-보호막 소자를 인챈트 하듯 절단기에 뿌려봤는데, 잘 통하네.

뿌득.

바닥으로 생체 로봇의 검과 팔이 떨어져 내리고, 나는 곧바로 로봇의 팔이 재생되기 전에 로봇의 목을 베었다.

하지만 머리를 베었음에도 생체 로봇의 몸은 계속해서 꿈틀거리며 날뛰었다.

아, 맞다.

마석을 빼내야 작동이 정지되는 거였지?

슬라임마냥 전신이 하나의 회로로 구성되어 있으니 고작 머리 부위를 베었다고 작동이 멈추진 않는다.

드드드득!

가슴 부위를 절단기로 헤집어 보이지만 마석은 나오지 않는다.

젠장, 도대체 어디에 마석이 있는 거야?

절단기로 생체 로봇을 갈아대며 전신에 살점이 튀긴 흉악한 모습이 되고 나서야 나는 간신히 마석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이 정도면 C+급? 그 정도는 되네.”


B급 마석도 아닌데 이 정도의 성능을 내는게 가능하다고?

내가 그 사실에 의아해하고 있자 이브가 그 원인을 분석해줬다.


“이전에 봤던 로봇들과는 달리, 이건 전투에만 특화된 로봇이어서 가능한 것일 겁니다. 지금까지의 생체로봇과는 달리 신호를 발신하지 않습니다.”

“평소에 보던 로봇이랑 비슷해서 효율이 잘 나온다. 이거지?”

“그렇습니다. 주인님.”


그나저나 이건 도대체 어디서 등장한 거야?

고개를 들고 생체 로봇이 튀어나온 장소를 살펴보자 생체 로봇의 살점이 잔뜩 묻어있는 통로가 보인다.

드워프조차 지나갈 수 없는, 아주 좁디 좁은 통로다.


“저길 지나왔다고? 이 녀석이?”

“기본적인 변형 능력은 갖추고 있는 것 같네요.”


이걸 어쩔까.

간만에 생체 로봇들의 근원을 추적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하지만 통로가 저렇게 좁아서야 추적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데...

그렇게 고민하던 찰나, 귓가에 생체총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냐아~”

“어?”


문득 무언가가 생각난 나는 생체총을 들어올려 통로 속에 집어넣어본다.

쏙.

생체총은 그 무엇의 방해도 받지 않고 통로 안에서 자신의 털을 고르기 시작했다.


“이리와, 옳지. 옳지. 발버둥치지 말고.”


3형 전투병들을 잡으며 모아놨던 카메라를 생체총의 몸에 장착하고, 제어탄과 하나로 합친다.


“이브. 화면 표시해봐.”

“신호 양호. 카메라 작동합니다.”


시야 한켠에 생체총의 시야가 공유되고, 나는 다시 생체총을 통로 속으로 집어넣는다.


“생체 로봇의 흔적, 추적해.”


노랗게 빛나는 생체총의 눈동자에서 세어 나오는 희미한 빛을 랜턴삼아 생체 로봇의 흔적을 추적한다.

내 곁에서 너무 떨어지면 잠드는 생체총의 특성 때문에 꾸준히 거리를 유지하며 미로처럼 얽힌 복잡한 시설을 나아간다.


“반-보호막 소자 내놔!”


중간 중간 등장하는 파밍거리들도 꾸준히 잡아주며 생체총의 움직임을 쫓아간 결과.


“어?”


툭.

어느 순간 생체총의 시야기 빙글 회전하더니 이상한 풍경이 펼쳐진다.

마치 20m에서 봤던 생체 로봇이 더 성장한 모습마냥 살덩어리들로 뒤덮힌 정체불명의 공간.

천천히 생체총이 있을 위치를 따라 시선을 옮기자 그저 평범한 벽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 너머에 공간이 있다고?”


지도에 표기되지 않은 정체불명의 공간.

환풍구로만 진입할 수 있으니 아직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게 당연하다.

슬라임이나 요정이 독기에 범벅이 되는 위험을 무릅쓰고 함선을 탐사할 리 없잖는가?


“음... 어떻게 할까요? 되돌아가서 장비를 더 챙겨올까요?”

“장비라면 여기 있잖아? 고철 절단기.”

“그걸로 충분할까요?”

“애초에 원래 목적이 이런 두꺼운 고철들을 잘라내려고 만든 건데, 당연히 충분하지.”


그 전에 먼저 약간의 양념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고철 절단기를 손질할 물건들을 담아둔 파우치 안에서 포션병 하나를 꺼내 조심스럽게 고철 절단기에 끼워 넣는다.


“그건 뭐죠?”

“부식 포션. 고철 절단기의 단짝이지.”


꾹.

버튼을 눌러 고철 절단기를 조절하자, 절단기의 칼날에서 주륵 부식 포션들이 세어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스승님의 발명품들 중 가장 대단한 발명인 포션 부여다.

나도 한 때는 스승님들처럼 무언가를 발명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스승님께 여러번 혼쭐나며 배운 결과, 나는 발명보단 개조가 더 적성에 맞다는 걸 깨달았다.


“그건 주인님이 기초 지식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닙니까?”

“어떻게 스승님이랑 같은 소리를 하냐, 너.”


새로운 고철들을 박살낼 기대를 하며 침을 질질 흘리는 고철 절단기를 들어올리고, 나는 그대로 벽을 향해 내리쳤다.

마치 기사의 검이 사람의 목을 가르듯 부드럽게 벽을 고철 절단기가 파고 들어간다.

그대로 벽을 베어내며 사람 한 명이 들어갈 정도의 공간을 만들어내며 앞으로 전진한다.


“정말 이 너머에 있는 거 맞지?”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주인님!”

“사실 환풍구에 포탈이 설치되어 있는거 아냐?”

“어. 그건 생각하지 못했네요.”

“야!”

“뭐, 포탈이 설치된 건 아닐 겁니다. 아무리 살펴봐도 다른 신호가 느껴지지 않는걸요?”


이브에게 투덜거리며 벽을 파고 들어가던 순간, 고철 절단기가 푹 하고 벽을 파고 들어갔다.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공간을 찾아낸 것이다.

쾅.

쾅.

잘라낸 고철을 발로 걷어차 미지의 공간 안으로 진입한다.


“어우. 언데드들도 아니고, 좀 청소하고 살지.”


사방에 살점이 녹아내린 듯한 정체불명의 액체가 고여있고, 보랏빛 독기가 한가득 고여있다.

저 독기들 때문에 살점들의 부패가 진행되진 않은 것 같지만...


“여긴, 정화 시설이네요.”

“정화 시설?”

“원래는 저 가운데의 장치에서 외부 오염을 전부 제거했습니다만...”


로봇이 지목한 장치는 지금은 꿈틀거리는 살덩이에 둘러쌓여 기괴한 모습을 연출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살덩이 한가운데에서 엿보이는 건.


“잠깐, 저거 설마...”


분홍빛의 액체에 둥둥 떠다니는 누군가의 뇌였다.

순간 오싹한 기분이 들어 주위의 살덩이들을 두리번 두리번 살핀다.

그러자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사방의 살덩어리에 집어삼켜진 기사단의 무구였다.

지금의 기사단이 사용하는 강화복이 아닌 구식 강철 갑옷.

지금 저 액체 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두뇌의 주인의 것일까?

그건 알 수 없지만, 지금으로써 확실해진 게 있다.


“아무래도, 그 생체 로봇들은 사람이 재료인 것 같네.”


이런 시설이 더 있을까?

주위를 살펴보지만 생체 로봇을 만들어내는 시설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여긴 아마도... 데이터베이스 저장소가 아닐까 합니다.”

“저장소?”

“사람의 뇌만큼,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저장장치는 흔하지 않죠.”

“오우. 소름끼치네.”


저 뇌 안에 로봇들이 사용하던 검술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다는 걸까?

그렇다면 저 안에는 이 생체 로봇의 주인에 대한 정보도 담겨 있을까?


“회수해야겠어.”

“옳은 결정입니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장례식이라도 치러주죠?”

“그건 생각해보고.”


그렇게 생각하며 발걸음을 내딛은 순간, 쾅. 하고 내 뒤편에 무언가가 떨어진다.

화들짝 놀라며 어느세 내 어깨에 올라탄 생체총을 부여잡자, 바닥에 떨어진 것의 정체가 눈에 들어왔다.


“스피커?”


끈적끈적한 점액에 젖고, 정체불명의 촉수가 메달린 스피커.

치직거리는 잡음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더니, 스피커 안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익숙한 신호가 느껴져서 급하게 확인해 봤더니. 도대체 누구야, 너?”


그건 내가 할 소리인데.

도대체 누구냐, 너.


작가의말

둥둥둥둥둥둥둥


연참대전 완주.

5000골드로 폭종과 임기첫날이나 봐야겠습니다.

임기 첫날은 주 7연재를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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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작은 실수 +4 20.02.06 542 21 12쪽
37 생선 앞의 고양이 +2 20.02.05 594 30 12쪽
36 치트키 +2 20.02.04 568 29 13쪽
35 E-V2 +5 20.02.02 610 26 13쪽
» 뇌둥둥 +3 20.02.01 564 24 11쪽
33 지하 30m +5 20.01.31 638 26 12쪽
32 습격 20.01.30 683 25 14쪽
31 너의 이름 +5 20.01.29 680 26 13쪽
30 너의 이름은 +4 20.01.28 649 28 13쪽
29 불시 점검 +2 20.01.27 672 25 12쪽
28 로봇 웨이브 +2 20.01.26 744 27 12쪽
27 인형의 집 +3 20.01.25 763 29 12쪽
26 생체 로봇 +3 20.01.24 778 29 13쪽
25 사냥이 아니라 +3 20.01.23 752 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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