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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키위 님의 서재입니다.

정비공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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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키위
작품등록일 :
2020.01.0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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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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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실수

DUMMY

늘 가지고 다니는 발신기를 조작해 아이리스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지하 100m까지 올라온 덕분에 지상과 간신히 연락이 닿았다.

E-V1로봇과 이브의 관계.

그리고 현재 이브를 빼앗기고 E-V1을 처리할 무기를 만들기 위해 지하로 향하고 있다는 것.

E-V1의 본체로 추정되는 건 지하 30m에 존재한다는 것.

나래에겐 알리지 말고 마키나에게만 알려달라는 것.

음.

대충 이 정도면 충분하다.

아이리스가 이 메시지를 마키나에게 전달하면 돌스가 직접 나서겠지.

내가 E-V1을 파괴하지 못하더라도, 돌스가 나서면 해결될 거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권한을 얻은 이상 내가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E-V1을 조질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그러기는 싫다.

분명히 나래가 걱정하고, 릴리스도 걱정하고, 내 가족들 모두가 걱정하겠지.

하지만 나는 생각보다 이기적이어서.

나래의 병을 고치려 날뛰는 것도 다 내 자기 만족을 위해서다.

이번 일도 그런 거다.

굳이 내가 직접 하지 않아도 되지만, 내가 직접 하고 싶다.

시스템에 엿먹일 기회는 그리 흔하지가 않으니까.

그렇게 합리화를 끝마치며 경비 로봇에 고철탄을 발사해 파괴한다.

어차피 이미 경보는 울렸고, 몰래 잠입하는 건 물 건너갔다.

천천히 공장 지대에서 기어나오는 5형 로봇들을 바라보며 나는 중얼거렸다.


“5형들, 슬슬 기어나오네.”

“경고합니다. 관리자님은 현재 시스템 코퍼레이션의 사유물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벌금 지불하면 되잖아?”


그럴 일은 절대 없겠지만 말이다.

맨 처음 이 녀석이 내게 경고를 했을 땐 내게 공격을 하지 않을까 긴장했었다.

하지만 무슨 로봇 3대 원칙 때문이라며 말로만 내게 경고를 하는 모습을 보고 안심하며 경비로봇을 깨부쉈다.

경비 로봇들은 짐꾼 로봇들과 별반 다를게 없는 수준이어서 손쉽게 박살낼 수 있었지만 5형 로봇들은 다르다.

1형이 평범한 보병이고, 2형이 특수한 탱커, 3형이 기사라면 5형은 기관포 기지다.

기동성은 떨어지지만 한번 자리잡으면 엄청난 화력을 뿜어내는 형태의 로봇.

그리고 지금 내 앞에는 그 로봇들이 공장으로 가는 길목을 차단한 채로 잔뜩 늘어서 있었다.


“4형은... 나올 리가 없겠지.”


역장 보호막에 특화된 4형까지 등장한다면 저 5형들의 진지를 뚫기 무척 어려울 것이다.

4형의 생산 라인이 어디 위치해 있더라?

120m 즈음 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닌가?

가끔씩 100m에서도 출몰했었나?

워낙 100m 아래부턴 정보가 불확실하다 보니 나도 확신할 수가 없다.


“로봇, 150m에는 5형 전투병의 생산시설만 있는 게 맞지?”

“150m의 생산 시설은 모든 종류의 전투병의 생산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100m에서도 4형이 생산될 수 있다는 뜻인 걸까?

아무튼 지금은 빨리 저 5형이 만들어낸 진지를 뚫어내야 한다.

내가 혼자서 저 진지를 뚫는 건 교회 아래서 만드는 그걸 꺼내오지 않는 이상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다행이도, 나는 꽤 유용한 로봇의 보조를 받는 중이다.


“기본 회로 30개. 출력 완료했습니다.”

“오케이. 금 구슬도 좀 더 부탁해.”

“알겠습니다. 관리자님.”


3D 프린터를 통해 계속해서 회로가 공급되고, 고철류탄에 쓰일 재료들 또한 평소보다 더 좋은 재료를 로봇이 공급해준다.

분명히 고철총 한 자루오 고철 절단기로는 저 진지를 뚫어낼 수 없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쓰레기장의 오랜 격언, 총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은 수류탄이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맨몸으로는 불가능하지만, 고철류탄 30개.

그 이상을 던지면 어떻게 될까?

5형들이 건설한 진지를 박살내는 걸 넘어 평탄화 시키고 남을 것이다.

즉석에서 고철 권총의 총구에 추가 파츠를 덧대어 유탄 발사기로 개조한다.

기관포의 사거리를 벗어난 곳에 유탄 발사기를 설치한다.

개조하고 보니 더 이상 유탄 발사기가 아니라 뭔가 박격포 비스무리한 무언가가 되어버렸지만.

뭐, 상관없다.

중요한 건 이 유탄 발사기가 끝내주게 로봇들을 죽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거니까.


“하나~”


가라사데, 고철류탄 하나가 폭발하자 아름다운 불꽃이 피어났도다.


“둘이요~”


둘째 고철류탄을 발사하자 적들이 고개를 숙이며 자비를 빌었고.


“셋이요~!”


세 번째 수류탄을 얻어맞은 적들이 말끔히 정화되니, 그 모습이 보기에 심히 좋았더라.

기왕 만든 수류탄들을 그냥 내버려두기도 뭐하니, 전부 쏴재끼자.

다다익선이라고, 로봇들을 향한 내 애정은 고작 고철류탄 몇 개로는 전부 표현할 수 없다.

그러니 내 애정을 전부 표현할 때까지 고철류탄을 쏴제껴야지.

내 무거운 애정을 감당하지 못했던 걸까?

고철류탄의 폭격을 맞은 5형 전투병들의 진지가 그야말로 증발해버렸다.


“경고합니다... 관리자님은 지금... 시스템 코퍼레이션의 사유재산을 파손하고 있습니다...”


어딘가 처량하게 들리는 로봇의 경고음이 아무것도 남지 않은 광장에 울려퍼지고,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유탄 발사기를 다시 고철 권총으로 바꾸며 로봇들의 잔해를 뒤지기 시작했다.

지상의 로봇들과는 달리 5형 로봇들은 기본적으로 C급 마석을 사용하기에 잔해를 뒤질 흥이 난다.

평상시라면 충분한 수확을 거뒀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내가 원하는 부품이 끝까지 나오질 않는다.

역시 제어실을 장악해야 하는 건가?

뭐, 시작부터 로또를 터트릴 수는 없겠지.

차분히 계획대로 움직이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야, 로봇.”

“무슨 일이십니까, 관리자님?”

“제어실까지 좀 안내해봐.”

“관리 시설의 위치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임시 관리자에게 허락된 정보가 아닙니다.”


그렇다는 말은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허락되는 정보란 말이지?


“묻습니다. 임시 관리자님이 관리 시설을 찾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아유, 당연히 저 녀석들을 수리하려고 그러는 거 아니겠어?”

“저 녀석들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정확하게 설명하십시오.”

“저거. 저 놈들 말이야.”


나는 방긋 웃으며 내가 좀 전까지 부품 하나, 회로 한 줄까지 전부 털어먹던 로봇들의 잔해를 가리켰다.


“시스템 코퍼레이션의 자산이 박살났으니 긴급 수리를 해야 할 거 아냐? 너도 느끼지? 함선이 지금 완전히 박살났다는 거.”

“.......”

“그러니까, 살짝 나한테 권한을 주면 내가 알아서 다 고쳐줄게. 이 생산 라인만이라도 말이지. 어때? 좋지?”

“응급 수리를 도와주시겠단 말입니까?”

“어휴, 물론이지! 그냥 좀 권한만 더 주면 돼!”

“임시 관리자 및 현지 조력자에 관한 규칙, 3조 2항에 해당되는 상황이라고 판단. 임시 관리자님의 요청을 승인합니다.”


삐빅.

로봇의 몸에서 푸른 입자가 뻗어나오며 제어실의 위치까지 나를 안내하기 시작한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방긋 웃는다.

어차피 원래부터 모선의 생산 라인을 수리하는 건 쓰레기장의 목표였다.

생산라인이 수리되면 쓰레기장이 생산하는 마석의 수가 늘어날테고, 쓰레기장은 충분히 늘어난 로봇들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상태다.

그 때문인지 몇몇 사람들이 함선의 생산 시설을 수리하러 시도를 했지만, 지하 100m에서 덤벼드는 로봇들을 막아내며 수리를 진행한다?

당연히 절대 불가능한 일에 가까워 최근엔 아무도 이야기를 꺼내지 않게 되었다.


“침입자... 감지...”


펑!

그때, 코너에서 경비 로봇이 튀어나와 나는 반사적으로 고철 권총을 발사했다.

그러자 지금까지의 고철 권총과는 달리, 단번에 경비 로봇의 몸 절반을 날려버릴 정도의 위력이 뿜어져 나왔다.

뭐야, 지금 이거?

스스로도 깜짝 놀랄 정도에 위력에 서둘러 방금 내가 사용했던 탄환을 확인해본다.

이건 구리탄이 아니네?

내가 방금 도대체 뭘 사용한 거지?


“로봇, 이게 뭔지 아냐?”

“텅스텐 구슬로, 임시 관리자님의 요청에 따라 출력한 물체입니다.”

“텅스텐?”


텅스텐?

그건 또 뭐야.

그냥 생김새는 철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나중에 스승님에게 재련할 수 있을지 물어봐야겠다.

뜻하지 않은 수확을 올리고 로봇의 안내를 따라가자 비밀 통로마냥 숨겨진 통로로 나를 안내했다.


“여긴 뭐냐?”

“생산 시설 점검을 위한 통로입니다.”


생산 시설 점검을 위한 통로라는 말은 사실이었는지 통로를 따라 위로 올라가다 보니 생산 시설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의 생산 라인에는 잔해가 쌓여 움직이지 않지만, 조금씩 움직이며 계속해서 로봇들을 생산하는 구역이 엿보인다.

굽이진 생산 라인을 따라 설치된 통로를 따라가다 보니 공장 가운데에 솟아있던 탑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도대체 어떤 버튼인지 짐작이 가지 않을 정도로 사방에 솟아난 버튼들.

뭔가 설명서 같은 건 없으려나?


“중앙제어실에 도착했습니다. 안내를 종료하겠습니다.”


그와 함께 로봇은 제어실에 도착했음을 알리며 안내를 종료했다.

주위가 탁 트인 제어실에서 나는 우선 동력을 확인해본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 이곳 제어실의 동력은 완전히 끊겨있는 상태였다.

지금 가지고 있는 마석들을 활용하면 한 30분 정도는 가동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좋아. 제어실은 확보했고. 창고를 개방하려면...”


제어실 한 구석에 꽂혀있던 초보 관리자를 위한 안내서를 읽어보며 내게 필요한 내용을 찾는다.

음.

그러니까 창고 개방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위급 상황에는 가능하다는 거지?


“그러니까, 이걸 이렇게 조작하면 되는 건가?”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그래, 네가 좀 조종해봐라. 창고를 방해서 재료를 좀 조달해야 할 거 같아.”

“알겠습니다. 지금부터 창고를 개방하겠습니다. 1번 창고 개방...”


응?

뭔가 좀 이상한데?

로봇은 창고를 개방했다고 말했지만 저 아래에 보이는 창고의 입구는 전혀 미동을 하지 않는다.

아니, 그것보다 여기에 창고는 하나 밖에 없는데...?


“2번 창고 개방. 개방 완료. 이어서 3번 창고를 개방하겠습니다.”

“응?”

“3번 창고 개방 완료. 다음, 4번 창고 개방...”

“아냐, 아냐! 멈춰, 잠깐!”

“알겠습니다. 개방 프로세스를 중단합니다.”


뭐지?

도대체 어디의 창고가 열린 거지?


“내가 원하는 건 이 150m의 창고를 개방하는 것 뿐이야.”

“확인했습니다. 개방 프로세스를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이번에는 무사히 탑 아래의 창고의 입구가 열리고, 나는 로봇에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탄환을 더 만들게 시켰다.


“텅스텐탄, 좀 더 부탁해.”

“알겠습니다. 출력을 시작합니다.”


그나저나 로봇이 개방한 창고는 어디에 있는 거지?

설마, 저 지하 깊숙한 곳에 위치한 창고들인 걸까?

혹시나 하는 거지만... 지금의 행동으로 시스템의 병기들이 풀려나진 않았겠지?

아냐, 괜찮다.

깊숙한 곳의 창고가 열린 거라면 안에 든 로봇들이 쓰레기장으로 빠져나오는 일은 없을 거고, 표면 근처의 창고가 열린 거라면 스케빈져들이 처리할 수 있을 수준일 것이다.

그렇겠지?

이제와서 창고를 닫아봤자 빠져나갈 놈들은 전부 빠져나간 뒤겠지.

나중에 창고를 발견했을 때를 대비해서 창고를 닫진 말고 놔두자.

아, 뭔가 불길해지는데?

하지만 생각해보니, 어차피 함선 안은 파괴병기들로 가득한데, 몇 마리 더 나온다고 달라지는 게 있겠는가?

결계도 멀쩡히 잘 유지되고 있고, 위험한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좋아. 그럼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


재료들도 확보했고, 개조를 시작할 공간과 장비들도 확보했다.

이젠 크고 아름다운 총을 만들 시간이다.


작가의말

새로운 로봇이 풀려난다 > 스케빈져들이 부술 로봇이 증가한다 > 스케빈져들이 로봇을 부숴서 강해진다 > 해피엔딩

풀려난 로봇들이 고통받는 플래그가 세워졌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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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작업 준비 +4 20.02.22 452 2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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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커다란 힘 +4 20.02.11 557 25 11쪽
39 크고 아름다운 +2 20.02.09 545 21 13쪽
» 작은 실수 +4 20.02.06 544 21 12쪽
37 생선 앞의 고양이 +2 20.02.05 595 30 12쪽
36 치트키 +2 20.02.04 570 29 13쪽
35 E-V2 +5 20.02.02 612 26 13쪽
34 뇌둥둥 +3 20.02.01 565 24 11쪽
33 지하 30m +5 20.01.31 640 26 12쪽
32 습격 20.01.30 686 25 14쪽
31 너의 이름 +5 20.01.29 682 26 13쪽
30 너의 이름은 +4 20.01.28 652 28 13쪽
29 불시 점검 +2 20.01.27 678 25 12쪽
28 로봇 웨이브 +2 20.01.26 746 27 12쪽
27 인형의 집 +3 20.01.25 766 29 12쪽
26 생체 로봇 +3 20.01.24 781 29 13쪽
25 사냥이 아니라 +3 20.01.23 754 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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