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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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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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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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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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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REMO : ....or Maybe Dead! (9)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아무래도 전용기가 있다 보니 한국을 오가기 훨씬 수월해졌다.

제작진이 캐나다 로케이션으로 이동하는 사이 류지호는 전용기를 타고 잠시 한국에 다녀오기 위해 들어왔다.

김준우와 신소연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결혼식은 인천 신흥동의 김준우 소유 사진 스튜디오 마당에서 진행했다.

화창한 가을 날씨 덕분에 야외 결혼식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어른들 모두 정정해보여서 다행이네.’


오인방의 부모들은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다들 건강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옛 어른들이 말하길 못난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한다고 했다.

부모가 아프거나 치매에 걸렸을 때 끝까지 부모 곁을 지키는 자식은 그야말로 사회적으로 잘 나가는 자식보다는 부모 기대에는 못 미치는 자식인 경우가 대부분이란다.

우스갯소리도 있다.

[잘난 아들은 나라의 아들, 돈 잘 버는 아들은 장모의 아들, 백수 아들은 내 아들....]


점차 부모 간병을 자녀가 아니라 남이 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

미국에서 주로 생활하는 류지호 입장에서 남의 일이 아니다.


“시차 적응도 안 될 텐데....”


황재정이 류지호를 졸졸 따라다니며 쫑알거렸다.

부모님들의 축전을 촬영하고 있는데,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체면이 있지 무슨 촬영을 한다고 고집을 부려?”


류지호는 친구들과의 약속을 잊은 적이 없다.

김준우의 결혼식 역시 손수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촬영했다.


“예쁜 아가씨들도 많이 왔더라. 귀찮게 하지 말고 가서 말 좀 걸어.”

“연애하러 왔냐?”

“원래 청춘남녀가 결혼식장에서 눈도 맞고 그러는 거야.”

“뭔 개소리야.”

“개에게는 사람 말도 개소리로 들리는 법이다. 친구야.”

“헛소리 찍찍하지 말고!”

“왜 자꾸 귀찮게 하는데? 보고할 거라도 있어?”

“보고할 거야 많지.”

“하지 마.”

“....!”

“래리 아저씨하고 너희들이 알아서 좀 해. 내가 언제까지 네 기저귀 갈아줘야겠냐?”

“기저귀는 내가 갈았지, 인마!”


류지호가 손을 휘휘 저으며 황재정을 쫒아버렸다.


“훠이 훠이~”


황재정이 정색하며 물었다.


“진짜 안 들어도 되겠어?”

“선조치 후보고.”

“진짜?”

“....?”

“오케이. 접수했습니다. 보스!”


황재정이 류지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겨주고는 떨어져나갔다.


“잠깐!”


류지호가 불러 세웠지만, 이미 황재정은 하객들 사이로 섞여 들어갔다.


‘뭔 일이야 저지르려고....’


류지호가 알기로 가온그룹에 큰 이슈는 없었다.

세계사적 사건인 금융위기는 이제 막 전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지켜볼 필요가 있다.

조디 워커가 일으킨 중동에서의 전쟁은 가온그룹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한국의 대통령 탄핵 같은 이슈 역시 대응한다고 해서 가온그룹에 이익이 될 일도 아니고.

일명 ‘카드대란’으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대량 양산되고, 일가족 자살 등 IMF 이후로 한국 사회에 또 다시 큰 충격을 주고 있긴 하지만, 가온그룹 산하 카드회사는 류지호의 지침으로 고객관리를 잘해서 여파를 최소화하고 있다.

다울재단이 카드빚 때문에 위기에 빠진 이들을 돕고 있지만, 역부족인 것 말고는 딱히 신경을 거스르는 일은 없다.


‘설마... 금성카드 인수하자고 하는 건 아니겠지?’


류지호가 반대하면 그만이다.

이전 삶에서 류지호도 카드돌려막기로 연명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 아픈(?) 추억 때문인지, 한도 무제한 VVIP 카드가 여러 장 있음에도 직불카드를 쓰게 된다.

가온그룹은 대유증권 인수 때 다이너스클럽코리아를 함께 사들였다.

그룹 자체적으로 발급하던 직원할인카드를 가온카드와 통합해 가온그룹 전 계열사 서비스 이용 시 각종 할인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만약 타인 양도가 적발될 경우 퇴사조치 당할 수도 있다.

오성전자와 함께 한국 청년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어 하는 기업이 가온그룹 계열 회사들이다.

회사에서 쫓겨날 짓을 일부러 저지를 직원은 없다.


‘아참! 차떼기가 이 시기 쯤 아니었나?’


혹시나 황재정이 엉뚱한 짓을 벌이지는 않을지 우려됐다.

권위주의가 득세하던 시대에는 한국의 주요 재벌들이 각계각층의 인사들 뿐 아니라 정치인 집안과도 결혼해 혼맥을 쌓으며 기업의 세(勢) 확장을 꾀했다.

문민정부가 들어서고부터 직접적으로 정치권과 혼맥을 맺기 보다는 기업경영이 정치에 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불가근불가원의 대원칙 아래 대체로 중립적인 입장이나 일정한 관계를 유지하는 쪽으로 변하는 추세다.

류지호 일가는 혼맥으로 정치권과 얽힐 생각이 전혀 없었다.

다만 가온그룹 임직원 중에 정치권 인사들과 혼연이나 혈연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임직원 가족 관리는 그룹 회장 직속 비서실에서 관리한다.

오너 친인척 관리는 이사회의장 비서실에서 한다.

여론 및 민심동향 파악, 언론관리, 민원업무를 담당하는 커뮤니케이션팀에서 주로 담당하지만, 조직기강 관련 업무보좌나 계열사 인사권 보좌기능의 전략2팀에서도 일부 업무를 분담하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같은 기능을 담당하는 가온그룹 오너 비서실 조직의 책임자는 황재정이다.

황재정은 온갖 이권카르텔의 산실 서울대 상대 출신이다.

그와 같은 류지호의 참모들이 정치권과 연을 맺게 되는 순간 가온그룹도 어쩔 수 없이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 가운데 강현도와 시시덕거리고 있는 장문식 상무가 류지호의 눈에 들어왔다.


“출국하기 전에 나 좀 봐요.”

“또 뭔데요?”

“별 건 아닙니다. 궁금한 게 생겨서 그래요.”

“언제든 전화 주셔.”


암튼 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상업사진작가와 케이블TV업계 선두주자 다솜미디어의 예능 PD의 결혼식이다.

고우찬의 결혼식 못지않게 많은 유명인들이 하객으로 찾아왔다.


“류지호 의장님, 오랜 만이다....요!”

“무슨 개뿔 의장이냐? 까불지 말고 하던 대로 해.”


신포고등학교를 중퇴한 후 처음 만난 동창들이 류지호를 어려워했다.

그렇다고 먼저 다가가진 않았다.

동창생과 친구는 엄연히 다른 관계니까.

피로연을 위해 연수동에 위치한 나이트클럽을 통째로 빌렸다.

인천 최고의 유지 아들다운 신랑의 위엄이다.

2001년에 문을 연 나이트클럽이지만 근처에서 문을 연 대형 나이트클럽으로 인해 파리만 날리는 처지였던 업소라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을 지불하고 빌렸다.

50여명에 가까운 신랑신부 하객들이 나이트클럽에서 신나게 놀았다.


‘레오나와 함께 왔으면 좋았을 걸.’


괜히 심통이 나서 김준우에게 화를 내는 류지호다.


“미리 이야기 좀 해주지! 하여간 친구라는 놈이 도움이 안 돼!”


딴에는 친구들을 위한 깜짝이벤트였는데, 본의 아니게 가장 친한 친구에게 좋은 소리를 못들은 김준우다.


“넌 결혼하면 인천 앞바다에 크루즈라도 띄워야겠다.”


류지호가 엉뚱한 소리를 한 김재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준우가 나이트를 통째로 빌려서 놀았는데 너는 스케일이 더 커야하지 않을까?”

“......?”

“글로벌기업 JHO와 대가온그룹 오너잖아. 가오가 있지.”


못할 것도 없지만.


“그랬다간 온 언론에서 난리치지 않겠냐?”


적법한 절차와 자금으로 미국에서 목장을 구입했음에도 온갖 음해가 난무했다.

열애설과 관련해서도 온갖 추측성 보도로 난리도 아니었고.

자가용 제트기 샀다고 서민을 배려하지 않았다고 욕먹었다.


“그러지 말고 네 결혼식 피로연이나 호화찬란하게 해볼까? 네가 원하면 미국에서 크루즈급 초대형 요트 빌려올 수 있는데.”


김재욱이 펄쩍 뛰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마! 돈 자랑하는 놈치고 정상적인 놈 없어. 보통 그런 놈들 사기꾼이잖아. 마음만 받을 게.”


류지호가 상대를 황재정으로 바꿨다.


“너는?”

“나도 노 땡스. 밀레니엄 힐턴에서 소박하게 할란다.”

“근데, 가온은 왜 전용기 구입할 생각을 안 해? 임직원들 신혼여행 때 회사 전용기 타고 가면 좋잖아.”

“법인 전용기가 개인 자가용도 아니고, 말이 되는 소리냐?”


재벌 총수는 사적으로 써도 되고 임직원은 안 되나....


“암튼 동석이형도 그렇고 너도 해외출장이 잦잖아. 매번 해외 나갈 때마다 번거롭지 않냐?”

“대통령도 전용기가 없네 마네 하는 판국에... 지금 구입했다가는 국민들한테 쌍욕 바가지로 먹을 걸?”

“오너인 나도 타고 다니는데, 회사 전용기가 없다는 게 더 욕먹을 일 아니냐?”

“너님은 대한민국 최고 부자시잖아요.”

“래리 아저씨하고 의논해 봐. 구입하는데 눈치가 보이면 장기 임대를 하든지. 이왕이면 세대 정도 구입하는 걸로. 관리는 K-Bas에 맡기면 될 거다.”


신혼부부는 인천에서 새벽까지 피로연을 즐겼다.

아침 일찍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류지호는 부모님을 한남동에 모셔다 드리고 전용기를 타고 캐나다로 향했다.

짧은 한국 일정에 비해 장거리 비행을 했지만, 전용기 침실에서 수면을 취해서 그런지 컨디션 조절에는 문제가 없었다.


❉ ❉ ❉


캐나다에 도착한 류지호는 문득 회의감이 몰려왔다.


“난 연출 기계인가?”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인천의 나이트클럽에서 신나게 놀았다.

그런데 다음 날 태평양을 건너와 ‘레디 고’를 외치고 있다.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정신 차리자!”


쓸데없는 상념에 빠져 허우적거릴 틈이 없다.

마치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자동화시스템의 일부처럼 한 눈을 팔 겨를 없이 연출 업무에 매달렸다.

캐나다 로케이션 촬영은 뉴욕 못지않게 빡빡했다.

그럼에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토론토 금융거리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맨해튼 배경의 단골 로케이션 촬영지가 된다.

올드타운의 경우 브루클린 느낌을 살짝 풍기기도 한다.

지난 뉴욕 맨해튼 촬영에서 못 다 소화한 분량을 금융거리에서 촬영했다.

미국에서 군복을 공수해왔는데, 일부 엑스트라 출연자들에게 미군복을 입혀놨더니 영 폼이 나지 않았다.

류지호는 급하게 토론토의 현지 태권도 사범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사범들이 수련생들을 모집하는 순발력을 발휘했다.

‘좀비 쓰나미‘에 쫓겨 시내를 질주하는 경차 아토즈의 카체이스 장면도 촬영했다.

캐나다 외곽에서는 군대를 동원한 군중씬을 촬영했다.

이 촬영은 위해 캐나다 영상위원회뿐만 아니라, 캐나다 육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캐나다가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데, 류지호의 훈장 수훈도 영향을 미쳤다.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영화감독 겸 사업가 류지호씨가 한인으로는 두 번째로 캐나다 정부로부터 '국민훈장'을 받게 돼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8월 22일 캐나다 정부가 수여하는 104명의 국민훈장 서훈 대상자 중 '문화분야‘ 수상자로 류지호씨가 선정됐다. 캐나다 국민훈장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과학 등 각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룩한 인사에게 수여하는 캐나다 최고 권위의 훈장으로, 한인이 이 훈장을 받은 것은 지난 2001년 몬트리올대 유전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정00교수에 이어 두 번째로, 동양인으로서도 매우 드문 일이다. 세계적인 국제영화제 수상자이자 아카데미 수상자이기도 한 류지호는 90년대 중후반부터 캐나다 영화업계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할리우드와 캐나다 또 한국과 캐나다 영화계의 교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한국전쟁 캐나다참전용사들을 적극적으로 후원해온 공로와 함께 캐나다의 한국지원을 치하하는 기념물 건립에 막대한 자금을 기부한 공로도 인정받았다. 토론토에 한국전쟁기념 정원을 조성사업에도 관여하는 등 캐나다의 한국전 참전 기념사업에 헌신하고 있는 점도 훈장 수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 The Globe and Mail.


캐나다국민훈장은 1967년 레스터 피어슨 당시 총리의 제언으로 캐나다 자치령 공포 100주년을 맞아 제정됐다.

훈장은 등급 순서에 따라 컴패니언(Companion), 오피서(Officer), 멤버(Member)로 분류되는데, 캐나다인으로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거나 지역사회에 대한 헌신과 국가에 봉사를 한 인물에게 주어지고, 국제적으로 공헌한 외국인에게는 명예 훈장을 수여한다.

휘장은 연방총독이 영국 여왕을 대신해 오타와에서 전달했다.

훈장 수훈 이유야 가져다 붙이기 나름이다.

캐나다 정부는 세계적인 투자자 류지호가 캐나다 경제에 긍정적인 기여를 해주길 기대하며 훈장을 수여했다.

류지호는 훈장을 받기 위해 캐나다에 투자를 하지도 한국전쟁 캐나다 참전용사회를 지원하지도 않았다.

결과적으로 캐나다 정부로부터 호감을 얻어 훈장 수훈과 함께 영화를 제작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 ✻ ✻


어느덧 10월 중순이다.

<REMO> 제작진은 뉴욕 맨해튼에서 크랭크인해서 캐나다 토론토 로케이션을 거쳐 아이오와 주도 디모인에 와 있다.

세계적인 농업기업 파커 필드의 본진은 시카고지만, 가문의 앞마당은 디모인이라고 할 수 있다.

디모인은 보험업계의 주요 중심지라서 G&P의 보험업 본사도 소재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가 디모인이다.

대통령 선거 시기의 첫 번째 코커스인 '아이오와 코커스'가 열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선 후보들이 디모인에 캠페인 본부를 세운다.

코커스는 한국식으로 말하면 지구당 전당대회라고 할 수 있다.

아이오와주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지역은 아니다.

지금까지 <꿈의 구장>과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같은 영화에 등장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REMO> 최종편이 처음이다.

따라서 주정부와 시당국의 관심과 지원이 대단했다.

지역 방송사들도 앞 다투어 취재를 나오는 등 열기가 대단했다.

그들을 통제해야 하는 제작진은 죽을 맛이었지만.

극성스러운 지역 언론의 등쌀에 앨런 포스터가 투덜거렸다.


“사람보다 옥수수가 더 많다는 시골에서까지 인기가 많을 줄 몰랐네.... 우리 미스터 할리우드께서.”


20만이 사는 도시다.

세계적인 보험기업 도시가 시골일리가 없지만, 대도시에서만 살았던 앨런 포스터에게 디모인은 시골과 다름없었다.

앨런 포스터가 언론을 상대하는 사이 류지호는 한눈팔지 않고 연출에만 집중했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니고, 죽었지만 살아있는 자들의 분노를 지켜보도록 하라.]


아르메 고야크의 선언 그대로다.

뉴욕의 맨해튼이 좀비들에게 점령당한다.

주정부, 경찰, 주방위군 심지어 워싱턴DC 정치인들도 그렇게 믿었다.


[시민 여러분들께서는 안전을 위해 외출을 삼가십시오. 절대 외부에서 찾아오는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어서도 접촉해서도 안 됩니다. 모든 경찰 병력과 대테러 요원들이 맨해튼을 탈환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입니다. 몇 시간 안에 사태가 수습될 테니 안전하다는 발표가 있기 전까지 외출을 삼가시기 바랍니다. 테러범들을 소탕하고 도시를 되찾겠습니다.]


정부 관계자들은 맨해튼으로 통하는 모든 다리를 봉쇄한다.

그런 후에 공중 공격과 특수부대를 투입해 차근차근 진압하면 될 줄 알았다.


[헛된 희망을 던져주고는 마지막에 그걸 짓밟으면서 절망을 안겨다줄 생각이지. 너희도 그랬으니까.]


맨해튼 밖은 안전하다고 믿고 있을 때, 시체 몇 구가 뉴욕 메츠 홈구장인 시티필드 강가에 떠내려 온다.

시체를 최초 발견한 시민이 감염된다.

그것을 시작으로 메이저리그 경기가 열리는 시티필드까지 좀비로부터 공격을 당한다.

맨해튼 거리 좀비떼 시퀀스에 못지 않는 액션시퀀스가 시티필드에서 펼쳐진다.


[서방의 친구들은 보세요. 당신들에게 전쟁은 다른 세상처럼 그저 안락한 극장에서 볼 뿐인 한 참 먼 곳의 일처럼 느껴질 겁니다. (안경을 추켜올린다) 마치 정의의 사도인 것처럼 굴지만 당신들은 그저 위선자일 뿐이에요. 당신들은 남의 땅에서 전쟁하며 돈을 벌고 우리 가족이 죽어 갈 때(감정이 먹먹한)... 손 놓고 방관만 했습니다. 세계 보안관을 자처하면서.... 과연 그것이 정의로운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신들도 안전한 시대는 끝났습니다. 전쟁을 가져다주겠습니다. 당신들도 전쟁을 직접 겪어보세요. 만약 이 테이프를 보게 된다면 세계는 바뀌어 있을 겁니다. 부디 가족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끔찍한 고통을 느껴보시길. 나와 내 가족들이 느꼈을 그... 고통을.]


좀비들이 점차 퀸즈의 코리아타운까지 밀어닥친다.

이 장면에서 류지호는 LA폭동을 슬쩍 넣었다.

부자들을 먼저 보호하고 피난시키는 경찰의 모습이라던가.

고립된 사람들을 묘사할 때 루프탑 코리안(Rooftop Korean)을 암시했다.

감염 속도는 27초다.

콘 맥클리만 그걸 알아차린 것이 아니다.

퀸즈 코리아타운 레스토랑 쉐프도 알아차린다.

물린지 단 27초 만에 좀비가 되기에 일반인들에겐 매우 위협적이다.

한인들은 좀비 체액에 단순히 접촉한 경우에는 감염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된다.

좀비에게 물리자마자 바로 그 부분을 잘라내면 그나마 살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국뽕 조미료를 좀 많이 쳤는데, 괜찮겠지.....”


한국인들의 국뽕(맹목적·광신적·배타적 애국주의)은 사실 아무 것도 아니다.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이나 인도의 국수주의나 쇼비니즘을 제대로 알게 되면 한국인의 국뽕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얼마나 겸손한지 알 수 있다.


‘한국인들이 국뽕에 대해 스스로 비판하는 국뽕도 국뽕이려나....?’


<REMO> 시리즈도 할리우드식 국뽕이 잔뜩 들어간 영화다.

류지호가 영화 안에서 풍자와 비판의식을 심어놨다고 해도 어찌되었든 미국인이 세계인을 파멸로부터 구원하는 내용이니까.

거기에 치운이라는 한국인을 등장시켜서 ‘한국인은 대단해‘ 같은 조미료를 첨가했다고 해서 ’미국 만세‘가 퇴색되는 일은 없다.

‘치운‘ 캐릭터라고 해서 미국인들의 아시안 즉 한국인에 대한 편견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못하다.

제아무리 류지호가 치운 캐릭터를 현실적이며 괴팍하고 고리타분한 한국의 전형적인 노인으로 묘사했다고 해서 받아들이는 미국인들도 그럴 것이란 보장이 없다.

여전히 미국인들 중에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 줄 모르는 이들이 대다수이고, 백인들은 한국인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다.

<워킹데드>의 한국계 캐릭터 글렌이 등장하기 전까지 영화나 드라마에서 또 현실에서나 한국인은 고정된 이미지로 꾸준히 소비될 것이다.

다 떠나서 KPOP과 K드라마로 싹 정리가 되겠지만.


✻ ✻ ✻


샘 L 잭슨이 출연하는 부분에서 좀비들 사이에서 애완견들이 버젓이 돌아다니는 걸 보여준다.

동물은 감염되지 않는 것도 알려준다.

좀비가 되어버린 주인의 주변을 맴도는 애완견.

살아있는 뉴욕 시민을 공격하는 좀비와 그런 괴물에게 대항하는 대형견도 보여준다.

이런 설정은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때론 애절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애완동물 에피소드는 미국 관객에게 무조건 먹힌다.

거기에 ‘개를 먹는 한국인’ 고정관념까지 어우러지면 블랙유머가 만들어진다.

<REMO> 최종편에서는 좀비의 행태를 꾀나 섬세하게 보여준다.

주위에 공격하거나 감염 및 번식시킬 인간 개체가 존재하지 않으면 활동을 멈추고 휴면 상태가 된다.

소리가 나면 거기에 반응하며 깨어난다.

좀비 하나가 반응하면 연쇄적으로 모든 좀비가 반응한다.

마치 바이러스 군체 활동처럼 보인다.

이런 설정들은 지난 9월에 출간된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에서 묘사한 내용들이다.

사실 류지호는 고등학생 시절 찍은 단편영화에서 시대를 앞서간 좀비를 선보인 바 있다.

<REMO>의 스크립트가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보다 훨씬 일찍 작성되었기에 소송에 휘말릴 일은 없다.


[언제까지 경찰과 군대가 도우러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


퀸즈 코리아타운에서 가게를 하는 이들이 한데 모여 있다.


[그들이 우릴 버릴 리가 없어.]

[군대가 이 구역을 그대로 지나쳐가는 걸 확인했잖아!}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괴물로부터 내 가게를 지켜야지. 내 가족도.]

[무슨 수로.]


백인 사내가 권총을 내보인다.


[난 총기소지 라이선스가 없어.]

[한국인들은 군대경험이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1세대는 대부분은 군 경험이 있다네.]

[자네들은?]

[흑인인 우리는 백인 경찰로부터 보호받아본 적이 없어. 자신의 몸은 스스로 지켜야 하지.]


퀸즈 코리아타운 구역에 있던 남자들이 힘을 모은다.

상황을 주도하는 것은 백인이다.

미국인들 보라고 만드는 영화다.

게다가 치운 캐릭터가 충분히 한국인을 대변하고 있기에 굳이 이런 장면에서까지 욕심을 부릴 필요까지는 없다.

대신 LA폭동 때 한인교포들이 활약을 떠올릴 만한 장면을 슬쩍 넣을 예정이다.

백인 여성들이 수군거린다.


[혹시 저 사람들이 총구를 돌려 미국을 침략하는 건 아니겠죠?]


한인들이 여기저기서 모아온 총기로 무장한 후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그 예사롭지 않은 행동을 보며 개념 상실한 백인 여성들이 의심할 법도 했다.

악몽 같은 좀비 침공을 당한 상황이라면 더더욱.


[저 사람들의 고향은 미국의 동맹이네.]


한국인들이 보면 눈살을 찌푸릴만한 대사다.

미안하지만, 미국인 거의 대부분이 한국과 미국이 동맹인 걸 모른다.

심지어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모르는 국민이 대다수다.

88올림픽, 2002월드컵, 세계 12번째 경제대국이라고 해서 미국인 대다수가 한국을 알거라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옥상에 진지를 구축한 퀸즈 시민들이 건물 아래 좀비들과 사투를 벌인다.

옥상의 시민 인종이 다양하듯이 좀비 인종도 다양하다.

건물을 기어오르려는 좀비에게 휘발유를 뿌려 화공을 펼치는 장면이 WHIH 생방송으로 전 미국, 더 나아가 전 세계로 퍼지는 것도 묘사된다.


“아슬아슬하네....”


<REMO> 최종편은 한국인 미화와 미국 만세 사이를 위험하게 넘나들었다.

성공하면 절묘하다는 평가를 받을 터.

반면에 실패하면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다가 허망하게 추락하는 셈이다.

때문에 영화 전반적으로 진지하고 무겁게 보이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이미 1,2편에서 블랙코미디 장르임을 표방했다.

유머를 놓쳐서는 류지호가 하는 연출은 무조건 실패다.


‘확실히 내겐 날리는 영화보다 어둡고 진한 영화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 ✻ ✻


질주하는 멧돼지처럼 본능적으로 돌진하는 공격성.

뇌가 손상되지 않으면 아무리 총에 맞아도 끄떡없는 몸뚱이.

군체적 집단성.

예민한 청각과 후각.

그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미친 규모의 ‘좀비 쓰나미’를 일으켜 전방에 놓인 자동차나 구조물을 쓸어버린다.

개미처럼 서로 얽히고설켜 높은 곳으로 기어 올라가기까지 한다.


“지금까지 미국을 대상으로 한 공격 중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장면이 될 것 같아.”


좀비떼 장면을 현장 지휘한 DP 레이먼드 쿤디가 한 말이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미국 본토를 공격하는 장면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주로 폭탄테러였다.

바이러스 공격도 종종 묘사되긴 했는데, 그 공포가 크게 와 닿지는 않았다.

1995년 개봉한 <아웃브레이크>라는 영화가 있다.

원숭이로 인해 전파되는 바이러스 때문에 소동이 벌어지는 내용인데, 영화가 공포를 전달하는 방식이 이해는 되지만 피부에 직접 적으로 와 닿지는 않는다.

반면에 좀비 바이러스(흑마법)의 공격은 다르다.

위협이 좀비라는 괴물로 구체적으로 형상화됨으로써 직접적인 위협으로 느껴지게 된다.

한두 마리도 아니고 떼거지로 그것도 평범한 인간이 뛰는 속도로 몰려다니며 공격하는 것을 보여주면 공포감은 극대화된다.

게다가 전염병 같은 자연재해적인 재앙이 아니라, 누군가의 처절한 복수의 산물이라 더 말할 것도 없다.

좀비장르는 아직 대중적이지 않다.

대중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감독인 류지호가 솜씨를 보여야 했다.


작가의말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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