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5 09:05
연재수 :
901 회
조회수 :
3,838,354
추천수 :
118,862
글자수 :
9,980,317

작성
23.08.03 09:05
조회
2,557
추천
104
글자
26쪽

REMO : ....or Maybe Dead! (10)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두두두두.

콰콰광!


디모인 시내에 만들어진 야외 세트에서 총성이 며칠 간 끊이지 않았다.

<REMO> 제작진은 디모인을 떠나기 전까지 헬기 추락, 폭파, 카체이스 같은 아날로그 액션 장면들을 몰아서 촬영했다.

파쿠르 스턴트 장면도 찍었다.

콘 맥클리가 생존자들을 인도해 지하도를 뛰어다니고.

레모와 치운이 건물에서 건물로 뛰어 넘어 다니고.

건물 상층부에서 좀비떼를 피해 소화전호스를 몸에 묶고 뛰어내리는가 하면.

생존자를 구조헬기에 태워 보내려고 하는데, 생존자 중에 한 명이 좀비로 변하면서 헬기가 추락을 하게 된다던가.

<REMO>의 시그니처 액션인 등평도수(登萍渡水)를 응용해서 레모가 좀비 머리를 밟고 달리기를 시전하자, 이를 비웃듯이 치운이 허공답보(虛空踏步) 수준의 경공술을 시전하고.

무기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 시난주 무예를 펼치는 치운과 달리 레모는 도리깨와 닮은 무기를 사용하다가 심한 잔소리에 시달리기도 하고.

다채로운 아날로그 액션 시퀀스를 촬영했다.

CG가 가미되겠지만, 류지호는 가능하면 아날로그 느낌을 살려보기 위해 크루들과 머리를 맞댔다.

그 때문에 예산이 800만 달러가 추가로 필요하게 됐다.

암튼 레모 윌리엄스가 휘두르는 도리깨는 곡식의 이삭을 두드려서 알갱이를 터는 데 쓰는 농기구도 아니고 flail(편곤)도 아니다.

성조기가 계양되어 있는 상점의 봉을 뜯어냈는데 하필 모양이 도리깨를 연상시킬 뿐.


'성조기까지 매달려 있어서 도리깨를 휘두르는 모습에서 미국식 국뽕을 차오르게.....'


될지는 자신할 수 없다.

영화 도입부의 시난주 마을에서 일족이 보리타작을 하느라 도리깨질을 하는 모습과 연결이 된다.

전통적으로 도리깨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쟁에서 무기로 변용되었다.

이삭을 두드려 탈곡하는 농기구가 좀비의 목을 날려버리는 무기로 사용된다.

별 것 아닌 설정 같지만, 류지호를 깊이 연구하는 평론가라면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복수의 꽃>에서 낫이란 농기구가 토벌군에 맞선 농민군의 무기로 쓰인 것이라든가.

단편영화 <Help Me, Please>에서 직접 사용하는 모습이 묘사되진 않았지만, 좀비로 변한 경찰이 소지한 진압봉이 편곤 형식이었다든가.

<민중의 적>에서 강동경찰서 외경이 나올 때 출동대기 중인 전투경찰들이 슬쩍 비춰지는데, 그들의 기본 무장인 진압봉이 편곤을 연상시킨 바 있다.

이 시기에도 한국의 전투경찰, 경찰기동대, 경찰특공대 일부에 진압봉 대신에 편곤이 진압장구로 정식으로 채용되고 있다.

나래안전 시스템의 경찰 출신들로부터 확인한 내용이다.

그런 고증들 때문에 충무로의 어떤 이들은 류지호가 쓸데없이 디테일하다고 한다.

그저 대본에 나온 지문과 대사만 고스란히 영상으로 옮기기만 하면 감독이 왜 필요할까.

시나리오 작가와 촬영감독이 다 하면 되지.

영화연출은 화면 안에 무엇을 채우고 무엇을 뺄 것인가 고민으로부터 시작한다.

류지호는 그런 기본에 충실할 뿐이다.


[실수한 거 같아요.]

[실수가 좋은 게 뭔 줄 아냐?]

[그런 게 있어요?]

[바로 잡을 기회도 함께 있다는 거다.]


절체절명의 순간.

사제는 진지함과 가벼움 사이를 바쁘게 오간다.


[희망이 없다면 진정한 절망도 없단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죠. 우리가 절망을 느낄 수 있으니까 희망이 있는 거겠죠.]

[너는 그렇게 믿고 살아라.]

[사부님는요?]

[난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 난 의심하는 사람이지. 믿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심보 고쳐서 살아봐요. 얼마나 산다고.]

[네 놈보다 백년은 더 살 걸?]

[괴물!]

[이놈이!]


좀비떼에게 포위당해 뚫고 나가야 한다거나, 민간인들이 위험에 처해있을 때마다 사제 사이에 시답잖은 대화가 오고 간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캐릭터성을 강조하는 대화들이 대부분이다.

말장난 개그나 화장실 유머는 잘 써야 본전이다.

조금만 삐끗해도 삼류영화로 전락할 수 있기에.


‘이게 다 태런티노와 고언형제 때문이야. 그 인간들 말을 듣는 게 아니었어.‘


황새가 뱁새 따라가면 가랑이가 찢어진다고 했다.

괜히 괴짜들에게 리뷰를 부탁해서 영화 다이얼로그가 지나치게 말장난 위주로 짜인 것이 아닌지 살짝 후회가 들기도 했다.

한편으로 그들이 유머와 진지함을 얼마나 능수능란하게 잘 넘나드는 지도 새삼 알게 되었다.


“아낌없이 쏟아 부었어!”

“모두 수고 많았어. 이제 드라마 찍으러 가자.”

“집으로 돌아갑시다!”


9월에 시작된 로케이션 촬영이다.

중간에 잠시 한국에 다녀오기도 했고, 11월에 가서야 LA로 돌아가게 됐다.

뉴욕부터 막대한 물량과 제작비가 투입되는 시퀀스만 모아서 찍었다.

일반적인 할리우드 영화였다면 투자·배급사에서 매주 리포트가 날아왔을 테지만, 지난 <REMO : The Drstroyer> 이후로 트라이-스텔라 측에서 류지호에게 피드백을 빙자한 참견이 일체 사라졌다.

류지호가 스토리보드와 똑같이 혹은 그 이상으로 찍어서 가져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캐릭터 중심, 물량 공세, 톱스타가 출연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어지간히 엉터리로 만들지 않으면 최소 본전치기는 한다.

미국에서 잘 안 되어도 세계시장에서 팔아먹을 수 있다.

어떻게든 제작비는 회수한다.

그렇다고 낙관은 금물이다.

작년 개봉한 <플루토 내쉬> 워너-타임에 9,000만 달러의 손해를 안겼다.

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허드슨 호크>, <컷스로트 아일랜드>, <포스트 맨> 등 당대 최고의 톱스타를 기용하고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해 그럴 듯한 볼거리를 만들었어도 박스오피스 폭탄을 터트린 예가 꽤 된다.

절대 영화흥행은 낙관해서는 안 된다.


❉ ❉ ❉


“Playa Vista 스튜디오 내에 백랏을 제작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백랏(Backlot)은 촬영 스튜디오 단지 내 옥외세트장을 일컫는 미국식 표현이다.

류지호와 메타보이 회장은 백랏 건설 의견을 기각했다.

실익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현재 빅 세븐 가운데 대단지 스튜디오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다섯 곳.

20세기 PARKs와 MSM은 1970년대 스튜디오 시설을 팔아버렸다.

그 시기부터 백랏의 사용 빈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현재 메이저 스튜디오들의 촬영단지는 테마파크 또는 사무실 건물로 용도 변경되었다.

90년대 말부터 CG가 보편화되기 시작하면서 크로마키 실내촬영이 증가했다.

세금공제 및 편의를 제공하는 다른 주와 도시로 촬영을 떠나는 경우도 많다.

거대한 시설 유지·보수를 위해 고정비용을 발생시키는 것보다 로케이션 촬영이 비용절감에 유리하기도 하고.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메이저 스튜디오는 대단지 스튜디오 내에 수십 동의 사운드 스테이지, 옥외 세트시설, 교외 황무지 혹은 목장 시설(Movie ranch)에서 영화를 촬영했다.

Movie Ranch는 1920년대 서부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LA 카운티 외곽 지역에 조성한 서부영화 전용 옥외세트 시설을 일컫는다.

또한 목장 황무지는 대규모 전투씬과 전쟁영화 촬영장소로 사용되었다.

서부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류지호가 구입한 목장과 동명의 Bell Moving Picture Ranch란 곳이 있는데,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남쪽 산타 수자나 주립공원에 있다.

참고로 LOG Company 소유 Golden Oak Ranch에서는 <캐리비안 해적> 등이 촬영된다.

패러마운틴 목장에서는 트라이-스텔라TV <X-파일>이 촬영되었으며, 조지프 루카스 소유의 스카이워커 목장에서는 <스타워즈> 시리즈와 루카스 필름의 지원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전성기 시절 15개에 달했던 Movie Ranch는 주정부가 구입해 주립공원으로 변경하거나 산불 등의 자연재해로 폐쇄되었다.

이 시기 가동되고 있는 곳은 일곱 곳에 불과했다.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는 캘리포니아주에 Movie Ranch를 두지 않고, 캐나다 밴쿠버와 뉴멕시코 J&L Bell Ranch에 관련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부동산 가격, 세금혜택, 인건비 등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백랏(Backlot)과 영화목장(Movie Ranch) 모두 캘리포니아주에 두는 것은 이익보다 손해가 컸기 때문이다.


“우린 스튜디오 투어 프로그램은 열 수 없겠구만.”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그러고는 비스킷을 집어 입안에 넣었다.

애연가였던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은 주치의 권고로 금연 중이다.


“재무상황은 어때요?”


메타보이 회장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매우, 매우 양호하지.”

“영국에 해리포터 스튜디오를 세우면 어떨까요?”

“해리포터 스튜디오?”

“텍사스주에 조성 중인 테마파크가 개장하려면 한참이 걸리잖아요.”

“스튜디오 투어의 일종이겠구만.”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이 테이블에 놓여있는 시가 목함을 열어젖혔다.

금연 중이지만 입담배로 피우는 시가는 끊지 못하고 있다.

시가의 끝을 잘라내고 불을 붙였다.


칙.


뻑뻑 시가를 빠는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을 지켜보며 류지호가 슬쩍 미간을 찌푸렸다.


“전구역 금연 아니었어요?”

“내 방은 예외라네.”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규칙은 지키라고 만든 겁니다!”

“좀 봐줘. 담배를 못 피우니 아주 죽을 지경이야.”

“시가는 잘도 피우시면서!”


류지호가 엄한 눈으로 바라보자, 마이크 회장이 슬그머니 시가를 재떨이에 비볐다.

내심 류지호가 떠나면 다시 피워야겠다고 생각하면서.


“Leavesden Studios 매입을 타진해보죠?”


Leavesden Studios는 영국 런던 북부 왓퍼드 근처에 위치한 촬영단지다.

1994년 <007 골든아이>를 시작으로 <해리포터> 시리즈가 촬영되고 있다.

2차 세계대전까지는 공군 비행장이었고, 이후로 Royce-Rolls가 매입해 헬기 생산과 자가용 비행기 이착륙장으로 사용되었다.

1994년 영국의 한 영화 제작자가 부지를 매입해 영화 촬영단지로 용도가 변경되었다.

현재도 관제탑과 활주로가 남아있어서, 트라이-스텔라 임원들이 전세기로 왕래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지금 <아즈카반의 죄수>가 촬영 중이지 아마?”

“1,2편의 백랏과 실내 세트 그리고 소품과 의상 일체를 보관하고 있다네요.”


참고로 이전 삶에서는 Leavesden Studios는 2010년 워너-타임에서 인수해서 2012년부터 <해리포터>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이번에는 트라이-스텔라가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JHO가 영국 투자를 늘리고 있던데. 무슨 이유라도 있나?”

“그 동안 프랑스와 독일에 너무 편중되어 있었잖아요. 할리우드 비즈니스는 전통적으로 영어권 국가 기반을 탄탄히 하는 것부터 시작 아니었어요?”

“그렇긴 하지.”

“JHO/Working Title 영화도 끌어오고, 할리우드 영화도 유치해보면, 어떻게든 적자 없이 운영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아? 뉴멕시코 목장 구입부터 벨에어 저택까지....”

“부동산 자산 확보가 이슈가 아니라 투어 프로그램에 대해 묻고 있어요.”

“그런데 말일세... 부동산에 돈 넣지 말라며? GARAM Invest 보고서는 그러라던데?”

“부동산 투자가 아니라니까요. 영국에 생산시설 교두보를 마련하면서 <해리포터> 투어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운영해보자는 겁니다.”

“미국이 아니라 왜 영국이지?”

“<해리포터> 시리즈가 영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고 팬층이 탄탄하니까요. 영국에서 투어 프로그램이 먹히면 텍사스에 조성중인 테마파크에도 정식으로 구역을 할애하고. 추후에는 아시아로 확장해야겠죠.”

“자넨 관람 위주 투어를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구만.”


아니다.

굿즈 판매를 위해 투어 프로그램으로 포장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JHO Company Group은 콘텐츠 왕국이라고 불릴 만하다.

터미네이터, 로보캅 같은 영화 캐릭터부터 스파이더맨, 울버린 같은 Timely Comics의 수백 개 인기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다.

내년 정식 서비스가 예정되어 있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여러 종족의 영웅들도 있다.

당장 뮤지컬로 제작해도 손색없는 <빌리 엘리어트>, <러브 액츄얼리>, <마스크>도 있고, <X-파일> 등 다수의 히트 TV시리즈가 있다.

AzureSky Studios의 <아이스에이지> 속 귀여운 캐릭터들도 있다.

테마파크에 JHO 계열 캐릭터만 풀어놔도 버글버글할 터.

<타이타닉>이나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매트릭스> 영화 속 공간을 재현해 놔도 된다.

<스타크래프트>를 테마로 한 어트렉션을 만들어도 되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본래 역사대로 수천만 유저를 확보하게 된다면, 테마파크 내에 스톰윈드, 오그리마, 다르나서스를 재현해 놓은 어트렉션을 만들어도 된다.

시설 투자와 유지보수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대형 관람차, 롤러코스터가 없더라도 충분히 볼거리, 체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 정도다.


“참, 테마파크 사업은 잘 조정이 되고 있어요?”


사업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JHO Company 계열사라고 해도 이익을 양보할 리가 없다.

조금이라도 많은 수익을 분배받거나 로열티를 얻기 위해 컨소시엄 내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샘의 주장이 가장 강도가 세지.”

“Se7ven Flags의 AC 라이선스 때문에요?”


Se7ven Flags Theme Parks는 AC Comics와 캐릭터 사용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계약기간이 많이 남아 있어 Timely 캐릭터를 활용할 수가 없다.


“Timely의 IP가 워낙에 방대해야 말이지.”

“텍사스의 월드는 계속해서 확장할 거니까, 처음부터 다 욱여넣을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Se7ven Flags와 트라이-스텔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어. 세상 어디에도 없는 테마파크가 만들어질 걸세.”

“믿을 게요.”

“혹시 랜초 팔로스 베르드 지역에도 테마파크를 만드려고?”

“아니요.”

“그곳에 땅을 샀다면서?”


랜초 팔로스 베르드 지역에는 JHO계열 Se7ven Flags Entertainment Corp.의 자회사 Terranea Beach Resort가 있다.

멀지 않는 곳에 파산한 골프장이 하나 있는데, 최근에 류지호 소유의 부동산개발 회사 JHO REAL ESTATE가 구입했다.

류지호가 많은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어서 관련업계에서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내가 알기로 자네는 골프를 그리 즐기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골프장 폐장하고 용도를 변경해서 한국의 전통정원을 만들 생각이에요.”

“별장이야?”

“아니요. 약간의 입장료를 받고 일반인에게 개방할 겁니다. Terranea Beach Resort와도 가깝고 토런스와 샌 피드로와도 접근성이 좋아서 입지가 썩 마음에 들어서 구입했어요.”


한인사회 원로들이 류지호를 찾아와 LA수목원 한국정원 프로젝트를 도와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 매몰차게 거절을 했는데, 무슨 말을 전해 들었는지 JHO Foundation이 랜초 팔로스 베르드 지역의 파산한 골프장 관련해 보고서를 올렸다.

랜초 팔로스 베르드 지역과 북쪽의 토런스, 동남쪽의 샌 페드로의 인구가 대략 22만 명이다.

Terranea Beach Resort에 숙박하는 고객들의 산책 코스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어차피 세금을 많이 낼 상황이라서 JHO Foundation에 기부를 하는 김에 공익사업의 일환으로 한국 전통정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한인타운에서 다울정을 만드는 장인들을 통해서 한국의 전통건축 장인들과 학자들에게 백제 사미성과 고구려 왕궁을 재현해달라고 용역을 맡겼다.

왜 하필 백제와 고구려일까.

일본의 임나일본부설이라는 역사왜곡도 기가 차는데, 중국이 고구려를 지나 왕조에 속했던 민족이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국의 역사적 건축물을 재현을 한국에 해봐야 외국 역사학계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할 것 같았다.

류지호는 기존의 일본, 중국 전통 건축물보다 더 크고 더 넓고 더 웅장하게 만들어서 캘리포니아의 주요 관광지 가운데 하나로 만들기로 작정했다.

맨해튼비치, 샌피드로, 롱비치로 이어지는 LA 남부 휴양지 관광객들이 한 번 쯤 방문하는 곳으로 만들 속셈이다

일본은 일찍부터 미국의 여러 주에 걸쳐 다수의 전통정원을 지어 숫자로 밀어붙였다.

한국 전통정원 단지는 규모로 압도할 생각이다.

지역의 랜드마크로 만들어 누구나 한 번쯤 다녀갈 명소로 만들 계획이다.

일본이나 중국이 북미에 조성해 놓은 정원과 건축물들을 모두 합한 만큼의 규모를 한 장소에 조성해버리는 것.

그것이 류지호의 계획이다.


“새롭게 주지사로 선출된 아놀드가 좋아했겠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어요.”

“극심한 재정적자와 불황의 늪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주정부로서는 뭐든 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주정부 입장에서 대규모 토목공사는 두 손 들고 환영 할 일이다.


“악명 높은 늦장 행정처리 문제는?”

“아놀드가 직접 나서서 조속하게 진행해주기로 했어요.”

“부임 첫 해 아놀드의 치적 하나를 선물했구만. 오는 것도 있어야지.”

“재정이 너무 엉망진창이라 당장 할리우드 지원 확대는 약속을 못 해주더라고요.”

“본래가 정치인들이 그래. 당선되기 전에는 뭐든 해줄 것 같다가도 막상 되면 마음이 바뀌거든.”


아놀드 슈발츠네거가 정치와 행정에 대해 무엇을 알겠는가.

의전 주지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암튼 한국 전통정원과 역사단지 프로젝트를 위해 JHO Foundation이 주도하고 미주한국문화재단과 LA한인상공회의소가 지원하며 한국의 가온재단이 한 손 거드는 새로운 미주한국문화유산재단이 새롭게 설립되었다.

명칭은 미추홀재단 USA(Michuhol foundation USA)다.

고구려 출신의 비류와 온조 형제가 지금의 인천광역시에 세운 나라에서 따왔다.

백제에 합병된 후 수세기 동안 지명의 이름으로 불려왔던 바로 그 미추홀.

미국인들이 발음할 때 크게 불편함이 없기도 하고.

암튼 총 건축비 3.4억 달러로 Playa Vista 개발 사업의 1/4 수준의 대형 프로젝트다.


“언제쯤 개장하려고?”

“한 10년 걸려요.”

“무슨 정원을 만드는데 10년씩이나 걸려?”

“한국 전통 방식으로 만드니까요.”

“대단한 건축예술 작품이 탄생하겠군.”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110년째 짓고 있는데요, 뭘.”


땅이 남아도는 미국이다.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고, 돈만 있다면 뭔들 못 지을까.

방문객이 많다면 계속해서 전통 건축물을 늘여나갈 생각이다.

그 정도로 부지는 충분하다 못해 남아돌았다.


“내가 죽기 전에 볼 수 있었으면 좋겠군.”

“주치의 조언만 잘 따르시면 20년은 끄떡없을 걸요?”

“내 건강을 신경 써주는 건 고맙지만, 자넨 내 아내가 아닐세. 잔소리는 사양이야.”

“잔소리쟁이는 이만 갑니다.”

“어딜?”

“스테이지 15에요.”


회장실을 빠져나온 류지호는 곧장 옛 Hughes Aircraft Company 터에 조성 중인 스튜디오 단지로 향했다.

Stage 15로 들어가 한창 공사 중인 <REMO> 세트들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 ❉ ❉


뉴욕 시가지 옥외 세트장을 보유하고 있는 스튜디오는 모두 네 군데.

워너-타임, 유니벌스, 패러마운틴, LOG 스튜디오다.

네 곳의 뉴욕 백랏을 모두 확인한 류지호는 유니벌스 스튜디오 백랏(Backlot)을 선택했다.

4개의 옥외 세트 모두 수십 년 전에 제작되었다.

80년대 이전 뉴욕 거리 풍경을 연상시켰다.

따라서 마이크 리바의 미술팀과 세트팀이 백랏 곳곳에 그린 천을 쳐놓았다.

저층의 세트 건물들은 추후 CG를 통해 고층빌딩으로 재탄생될 예정이다.

건물의 외형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낮 장면은 뉴욕, 토론토, 디모인에서 촬영해 두었다.

유니벌스 스튜디오 백랏에서는 주로 야간촬영이 진행될 예정이다.

LA로 복귀한 류지호는 매일 유니벌스 시티로 출퇴근했다.

벨에어를 빠져나오면 사방에서 파파라치들이 몰려들었다.

몇 달 동안 보이지 않다가 최근에야 나타난 것이라 파파라치들이 더욱 극성이었다.

류지호 차량의 뒤를 졸졸 따라오는 게 아니라, 옆으로 붙어 사진을 찍거나 추월한 상황에서 망원렌즈로 차량 내부를 찍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그 과정에서 경찰에게 적발되어 추격을 포기하는 파파라치도 생겼다.

이런 일상에 적응하지 못했던 시기에는 파파라치에 대한 살인욕구가 생긴 적이 있었다.

그럴 정도로 파파라치는 지독한 자들이다.


“잠시 차 세워봐.”


류지호가 차에서 내리자 파파라치 몇 명이 인사를 건넸다.


“하이, Jay."

“오랜만이야.”


류지호는 가장 먼저 목에 카메라를 걸고 있는 남자와 악수를 나눴다.

루크 프레이저란 이름의 류지호 전담 파파라치다.

10년 전 애송이었던 루크는 누구보다 류지호 관련 특종을 많이 한 파파라치로 유명했다.

그 말고도 류지호는 세 명의 남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그들이 류지호 전담 파파라치들이다.

악수를 나눈 네 명은 류지호가 어딜 가든 따라다녔다.

한국까지 따라다니는 독종들이다.

그 중에 루크 프레이저는 지금까지 류지호 한정 특종을 여러 차례 했다.

가장 비싸게 팔아먹은 사진은 류지호의 프러포즈 이벤트 때 사진이다.

삼엄한 경호를 뚫고 어떻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지 여전히 미스터리지만.


- 신임 주지사를 만난 걸로 아는데, 혹시 새 영화에 아놀드가 카메오 출연하게 되는 거야?

“산적한 캘리포니아 현안을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아놀드는 숨이 막히지 않겠어?”

-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다시 아놀드 슈발츠네거를 볼 수 있게 되는 거야?

“그런 건 내게 물을 사안이 아니잖아. 하루 이틀 따라다녔어? 왜 그래, 아마추어처럼.”


파파라치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


할리우드 스타뿐만 아니라 미국의 유명인들은 절대 파파라치의 집요함에서 벗어날 수 없다.

류지호는 파파라치들과 친하게 지내는 방식으로 노선을 바꿨다.

루크 프레이저처럼 오랜 시간 함께(?) 한 파파라치들은 금도를 넘지 않았다.

서로 합의는 하지 않았지만, 신사협정 같은 것이 있었다.

간혹 류지호가 자발적으로 파파라치들에게 기삿감을 흘리기도 한다.


“자, 난 한동안 유니벌스 시티로 출근할 거야. 주로 야간촬영이니까 잘 따라다니도록 해. 까불다가 사고 나지 말고.”


할리우드 사인을 지나 북쪽으로 올라가면 유니벌스 시티라는 대규모 사유지가 나온다.

이 지역에 유니벌스 스튜디오, 테마파크, 쇼핑몰, 호텔, NBC 스튜디오 등이 모여 있다.

전체 면적, 시설 규모로는 Playa Vista에 조성 중인 트라이-스텔라 스튜디오가 상대가 되지 않을 만큼 하나의 타운을 이루고 있다.

유니벌스 시티워크 쇼핑몰 멀티플렉스에는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Eye-MAX 상영관이 들어선 곳으로 <복수의 꽃>을 상영한 바 있다.

류지호를 태운 차량이 유니벌스 스튜디오로 사라지자 파파라치의 추격도 멈췄다.

대부분의 파파라치는 내일 새벽에 다시 나와 류지호와 배우들의 퇴근시간에 맞춰 스튜디오 게이트 곳곳에 카메라를 뻗치고 대기할 것이다.

류지호를 태운 차량이 주차장을 지나쳐 북쪽으로 향했다.

뉴욕 거리 옥외 세트장이 있는 구역에 차를 주차했다.

할리우드는 철저한 신분사회다.

사운드 스테이지나 옥외 세트장 코앞까지 차량을 몰고 갈 수 있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

프로듀서, 감독, 스타 배우 단 세 부류다.

개인 트레일러를 제공받는 것도 그들뿐이다.

감독과 프로듀서에게 주어지는 개인 트레일러는 휴식과 업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미니 오피스 역할을 한다.

차에서 내린 류지호는 트레일러가 아닌 옥외 세트장부터 먼저 들렀다.


“굿 이브닝!”


류지호는 세트장 곳곳을 돌며 스태프들과 인사를 나눴다.


“굿 이브닝. 서얼!”


개인 트레일러에 처박혀 있다가 촬영 때 모습을 보여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류지호는 항상 이렇게 하고 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고, 친절한 사람에게 욕 안 한다.


‘인사만 잘해도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법이지.’


안내·사무비서 리사 블런트가 테이크아웃 커피를 류지호에게 내밀었다.


“고마워. 리사.”


리사 블런트가 미소를 지어보이고, 뒤로 물러났다.

충무로에서 이런 일은 연출부나 제작부가 한다.

반면에 할리우드에서는 감독이나 배우가 프로덕션 기간 동안 비서를 따로 고용해야 한다.

제작사로부터 제공받을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 고용해도 상관없다.

JHO Company 의장비서실에 훌륭한 비서가 수두룩하다.

비서실장 제니퍼 허드슨이 오피스에서 딱히 할 일이 없던 안내·사무비서 리사 블런트를 의전비서로 키우기 위해 <REMO> 제작기간 동안 류지호의 수행비서로 붙였다.


“식사 가져다 드릴까요?”

“집에서 간단하게 먹고 왔어.”

“간식은 뭐로 준비할까요?”

“속이 부대끼지 않는 거라면 어떤 거라도 좋아.”


감독의 야식도 제작사가 챙겨줘야 한다.

류지호의 경우는 수행비서 리사 블런트에게 말해두면 알아서 준비한다.


작가의말

활기차고 즐거운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04 민중의 적 : EMBARGO. (4) +2 23.09.04 2,200 84 25쪽
603 민중의 적 : EMBARGO. (3) +4 23.09.02 2,404 104 24쪽
602 민중의 적 : EMBARGO. (2) +2 23.09.02 2,292 73 24쪽
601 민중의 적 : EMBARGO. (1) +9 23.09.01 2,526 105 24쪽
600 총수란 호칭이 더 어울리는 남자? (2) +16 23.08.31 2,560 102 23쪽
599 총수란 호칭이 더 어울리는 남자? (1) +4 23.08.30 2,531 107 25쪽
598 할리우드 겉멋 그 자체... +3 23.08.29 2,536 97 26쪽
597 안티 카페 아니겠죠? +4 23.08.28 2,438 103 25쪽
596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다. (2) +4 23.08.26 2,536 108 24쪽
595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다. (1) +5 23.08.26 2,379 103 23쪽
594 신상필벌(信賞必罰). (4) +6 23.08.25 2,479 100 22쪽
593 신상필벌(信賞必罰). (3) +4 23.08.24 2,481 107 23쪽
592 신상필벌(信賞必罰). (2) +5 23.08.23 2,506 106 25쪽
591 신상필벌(信賞必罰). (1) +7 23.08.22 2,560 97 22쪽
590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2) +3 23.08.21 2,547 104 25쪽
589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1) +5 23.08.19 2,565 88 23쪽
588 인수·합병이 여의치 않을 것 같은데. +8 23.08.18 2,585 97 23쪽
587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2) +4 23.08.17 2,559 111 23쪽
586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1) +2 23.08.16 2,586 111 24쪽
585 PayMate Mafia. (3) +2 23.08.15 2,615 117 22쪽
584 PayMate Mafia. (2) +4 23.08.14 2,623 118 23쪽
583 PayMate Mafia. (1) +4 23.08.12 2,785 103 24쪽
582 두 번째 오스카! +8 23.08.11 2,687 111 23쪽
581 인간들이 배가 불렀어, 아주! +3 23.08.10 2,591 100 22쪽
580 Pix-Art. +7 23.08.09 2,572 103 23쪽
579 부자 되세요, 꼭이요~ +4 23.08.08 2,633 109 27쪽
578 마치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것처럼.... +8 23.08.07 2,641 107 22쪽
577 흘러가게 놔두라고 하십니다. +6 23.08.05 2,712 100 22쪽
576 REMO : ....or Maybe Dead! (11) +8 23.08.04 2,591 106 27쪽
» REMO : ....or Maybe Dead! (10) +4 23.08.03 2,558 104 2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