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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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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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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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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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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이전 삶에서 오성전자가 Googol에 앞서 안드로이드를 인수할 수도 있었다는 얘기는 웬만한 한국인은 다 알고 있는 일화였다.

안드로이드를 설립한 앤드류 리번은 OS를 개발해 모바일업계에 공짜로 공급하겠다는 아이디어를 가장 먼저 통신사들에게 설명하며 설득에 나섰다.

그리고 다른 휴대폰 제조업체들에게도 아이디어를 팔기위해 아시아까지 날아갔다.

그 중에서도 오성전자까지 직접 찾아가서 개발 중인 OS를 팔겠다고 제안했다.

오성전자는 대기업도 아니고 겨우 6명이 개발하고 있는 안드로이드에 큰 관심을 주지 않았다.

지금의 Android Inc는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라기 보다는 디자인 회사에 가까웠고, 자금이 없어 프로토타입조차 만들지 못한 상황이라 뚜렷한 실체가 없긴 했다.

어느 회사든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라고 해도 포트폴리오나 데모가 없으면 협의를 진행하기 쉽지 않다.

한국 대기업은 독특한 아이디어에 매우 인색한 편이기도 하고.

즉 모험을 잘 안 한다.

공짜로 OS를 제공하겠다고 하니 오성전자로서는 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터.

게다가 글로벌 모바일업계는 이미 수익성이 좋은 비즈니스모델을 가지고 있다.

혁신적이며 파괴적인 새로운 모델을 고려하는 것 자체를 반기지 않았다.

오성전자에게 퇴짜를 맞은 앤드류는 Googol 최고경영자를 만나 5,000만 달러에 회사를 넘기게 된다.

Googol 최고의 거래라고 평가를 받는 어쨌든, 류지호 입장에서는 어떻게 되어도 상관이 없다.

본래 역사대로 흘러가게 내버려둬도 된다.

NeTube를 GMG 인큐베이팅 시스템에 넣은 것처럼 안드로이드 역시 그런 방향으로 직접 개발을 해보는 방향도 생각해 볼 수도 있고.

마지막으로 오성전자가 안드로이드를 인수하도록 하는 방향도 있지만.


‘오성전자는 죽었다 깨어나도 안드로이드 감당 못할 거야.’


오성전자가 인수했을 때 과연 류지호가 기억하는 대로 안드로이드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게다가 오성은 한창 바다 OS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이전 삶에서 수년 간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고 많은 개발자를 갈아 넣었음에도 처참하게 실패했다.

과연 안드로이드라고 다를까?

GMG가 인수하게 되면 아마도 스타트업처럼 혹독하게 굴릴 것이다.

인큐베이팅 시스템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을 터.

과연 모바일 시장의 최강자 MacIntosh의 OS와 당당히 겨룰 수준까지 업그레이드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류지호는 IT 전문가가 아니다.

서당개 십 수 년이라 풍월이야 못 읊겠냐마는.

류지호가 마음만 먹으면 안드로이드에 뛰어난 인재를 계속해서 공급해 줄 수 있고, 자금도 풍족하게 지원해 줄 수 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수많은 에러와 버그 속에서 허우적거린다고 해도 될 때까지 참고 기다려 줄 자신도 있다.

맨땅에서 OS를 만들어내는 것이 쉬울 리가 없기에.

다만.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있을까?’


원래 역사대로 흘러가게 내버려 두면 Googol이 안드로이드를 Mac OS와 함께 모바일 분야를 양분할 것이다.

사실 오성전자에게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니다.

어차피 이전 삶에서 Googol이 잘 만들어준 운영체제 덕분에 세계적인 하드웨어 기술을 내세워 MacIntosh의 스마트폰과 점유율을 양분했었으니까.

류지호가 곧 JHO고 JHO가 곧 류지호라면, JHO Company Group에도 나쁠 것이 없다.

안드로이드를 통해 Googol은 사용자의 검색 트렌드 및 고객 성향 정보를 파악해 그에 최적화된 검색결과나 서비스, 가장 중요한 광고를 보여줄 수 있어 수익이 증대되고 그를 통해 주가도 상승할 테니까.


“창업자란 사람과 미팅 약속을 잡아 봐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네요.”

“알겠습니다. 보스.”


일단은 안드로이드가 Googol로 가는 것이 올바른 시나리오인지 확인하게 위해 창업자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눠보기로 결정했다.

그 전에 GMG의 전문가와도 미리 대화를 나눠봐야 하고.

GMG가 안드로이드를 완성시키지 못할 것 같다는 판단이 서면 복잡한 과정 없이 자신이 직접 Googol 창업자에게 연락해 연결시켜줄 생각이다.

괜히 힘들게 돌아서 갈 필요는 없으니까.


❉ ❉ ❉


“혀어엉~ 형! 형!”


벨에어 주택 안으로 류순호가 뛰어 들어왔다.

거실에서 영문 스크립트를 읽고 있던 류지호가 혀를 찼다.


“쯧....”


류순호가 헐레벌떡 달려와 다짜고짜 물었다.


“진짜야?”

“뭐가?”

“마왕이 왔다면서?”

“요새 판타지 소설 읽냐?”

“한국에서 N.E.B이 왔다며?”

“응.”


미주 한인신문에서 한국의 록 밴드 N.E.B가 <REMO> 최종편의 OST를 작업하기 위해 LA에 온 사실이 보도됐다.

이 사실을 접한 류순호는 만사를 제쳐두고 벨에어로 달려왔다.


“지금 어디 있는데? 언제 만나?”

“내일.”

“나도 같이 만나면 안 될까?”

“N.E.B 팬이었냐?”

“당연하지!”

“내일 유니벌스 산하의 폴리도 레이블 스튜디오로 와.”

“오오! 땡큐~ 땡큐 브라더!”


N.E.B(New Experiment Band).

한국에서 활동하는 밴드 중에서 슈퍼밴드라고 부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그룹 중에 하나다.

마왕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리드 보컬이 워낙에 유명해서 원 맨 밴드로 오해 받기도 한다.

사실 지난 1997년 해체됐다.

작년에 새로운 멤버를 선발해 재결성했다.

올해 <개한민국>이란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다.

류지호는 그들의 4집 앨범 수록곡 ‘Save Us’를 <REMO : ....or Maybe Dead!> 클라이맥스 장면에 삽입할 생각이다.

‘Save Us’는 한국에서 제작·방영된 애니메이션 OST로 사용된 바 있다.

작곡가 로이 호너도 동의했다.

처음에는 미국 세션들을 고용해 녹음하고 영어 가사로 편곡하려고 했다.

밴드 N.E.B가 거부했다.

영화에 맞게 새롭게 녹음해야 한다면 자신들이 직접 하겠다고 통보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곡을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류지호는 로이 호너와 논의한 끝에 밴드를 미국으로 초청해 유니벌스뮤직그룹 산하의 녹음 스튜디오에서 작업하기로 했다.

본래는 시차적응을 마치고 곧바로 녹음에 들어가야 했지만, 류지호는 멤버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실력을 발휘해주길 바랐다.


“녹음 스튜디오에 그냥 가면 들여보내 줘?”

“제니퍼에게 연락하고 와.”

“오케이~ 좋았어!”


요란스럽게 집에 난입했던 류순호가 바람처럼 사라졌다.

집안이 다시 평화로워지자 류지호가 보고 있던 스크립트에 다시 시선을 고정했다.


<아이언 피스트>.


일명 Timely Knights Universe로 명명된 <Kingfin> 프로젝트의 한 축을 담당하는 히어로다.

JHO Pictures의 앨런 포스터는 이 영화의 연출을 홍콩의 유명한 감독이자 제작자 두치펑에게 맡겼다.

삼고초려까지는 아니지만, 두치펑 감독을 데려오기 위해 여러 차례 홍콩을 다녀왔다.

동료 감독들이 뻔질 나게 할리우드로 날아갈 때 홀로 홍콩영화를 지켰던 두치펑 감독이었지만, 예전만 못한 홍콩영화에 지쳐있는 상황에서 <아이언 피스트> 연출까지 거절하진 않았다.

게다가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것이 미스터 할리우드라고 불리는 류지호라면 거절하는 것이 어리석은 것이기도 하고.

다만 스케줄 조정이 큰 난관이었다.

류지호도 매년 한 편씩 연출하거나 프로듀싱하며 다작으로 정평이 나 있지만, 두치펑은 그 이상이다.

작년과 올해 상반기에만 <대사건>, <용봉투>, <용호유도방> 세 편의 영화를 제작 혹은 연출하기로 되어 있고, 내년에는 <흑사회>를 작업해야 한다.

말도 안 되는 작업스케줄 같지만 두치펑과 홍콩감독들에게는 특별한 일도 아니다.

두치펑은 19일 만에 영화 한 편을 뚝딱 촬영한 경험도 있을 정도다.


“<암전>이나 <PTU>, 적어도 <용호방> 정도 톤 앤 매너로 빠져주면 딱 인데....”


Timely Knights Universe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악당에게 맞서는 다크히어로의 탄생과 각성을 통해 한계가 명확한 규범과 질서에 순응하는 것으로는 불의와 불공정의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알고 있는 관객들의 답답함을 영화에서나마 해소해 주는 세계관이다.

이 세계관에서는 코믹스 원작을 꽤 파괴한다.

감독까지 아시아계들이 맡았다.

<데어데블>은 한국의 이명수, <아이언피스트>는 홍콩의 두치펑, <더 퍼니셔>는 류지호, 최종편 <킹핀>은 미정이다.

할리우드식으로 왜곡된 무술 캐릭터를 아시아 감독들이 현대적으로 다시 해석해준다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아이언 피스트>의 대니얼 랜드카이 배역에 배런 렌포르를 꽂았다.

스턴트 더블 없이도 어지간한 액션을 소화할 수 있으면서 연기력까지 갖춘 할리우드 청춘 스타였기에.

이전 삶과 달리 관리가 잘되고 있어서 미소년 이미지가 망가지지 않고 고스란히 간직한 채 성인이 되었다.

제2의 디카프리오라 불린 아역 배우들 가운데 유일하게 멀쩡하게(?) 연예계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다만 여성편력만큼은 류지호로서도 어쩔 수 없다.

그것마저 막아버리면 녀석이 삐뚤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여색에 빠지진 않았다.

딴에는 여배우와 사귀다가 금방 헤어지는 식이다.

툭 하면 열애설이 불거져서 제2의 니컬슨이라고 불리까지 한다.

최장연애 기간이 5개월이니 말 다했다.


‘어릴 때부터 발랑 까져서... 나이 먹어서도 제 버릇 못 고치고...’


가볍게 혀를 찬 류지호가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상대가 전화를 받자 대뜸 본론을 꺼냈다.


“<아이언 피스트> 그린라이트 켜. 이대로 진행해도 되겠어.”


수화기 너머에서 앨런 포스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디렉터 두가 요구한 건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스턴트팀을 홍콩에서 데려오고 싶다는 거 말이지?”

- 너무 아크로바틱한 스턴트 시퀀스가 나오지 않을까?

“<아이언 피스트>는 그래도 될 것 같아. 내가 알기로 디렉터 두는 과도한 와이어액션을 선호하지 않아.”

- 예산에 500만 달러 더 추가하면 안 될까?

“왜?”

- 중국 로케이션을 좀 늘려볼까 해서.

“그런다고 중국 매출이 눈에 띠게 늘어나진 않을 걸? 거기는 불법복제가 일상이야. 디지털 캠코더로 극장에서 촬영해서 그 날 바로 CD에 구워서 길거리에서 판다고.”

- 알겠어. 3,800만 달러. 그렇게 진행할 게.

“아날로그 VFX에 300만 달러 더 쓸 수 있으니까. 그 정도는 감안해서 진행해 봐.”

- 오케이!


이로서 Timely Knights Universe의 대미인 <Kingfin>을 제외하고 빌드업이 끝났다.

최초 구상에는 <아이언 피스트>의 짝이라고 할 수 있는 <루크 케이지>도 물망에 올랐었다.

Timely Studios에서 <인크레더블 헐크> 실사화를 확정하면서 ‘데어데블’, ‘아이언 피스트’. ‘더 퍼니셔’ 3인 체제로 최종 악당보스인 킹핀에 맞서는 것으로 시리즈를 축소했다.

<어벤저스>가 우주적 히어로 팀이라면, Timely Knights Universe 3인의 다크히어로 시리즈는 헬스키친(Hell's Kitchen)을 중심으로 킹핀에 맞서는 지역구 히어로 팀이라고 할 수 있다.

Timely Knights Universe는 <어벤져스> 페이즈Ⅰ이 시작되는 2008년 직전 마무리될 예정이다.


“...음.”


중요하다면 중요한 결정을 하나 내렸으니 속이 후련해야 하건만..

류지호의 입에서 마뜩찮아 하는 신음이 새어나왔다.


긁적긁적.


검지로 볼을 긁적거렸다.

곤란하거나 난감할 때 나오는 특유의 버릇이다.

뭔가 골치 아픈 문제가 떠올랐다는 신호다.


“일론 이 자식을 어떻게 한다....!”


답답한 마음에 류지호가 거실의 통유리로 걸어갔다.

창밖을 내다보다가 답답함이 가시지 않는 것 같아 아예 마당으로 나갔다.

벨에어의 조금 안쪽에 집을 한 채 더 구입했다.

때에 따라서는 류지호·레오나의 신혼집이 될 수도 있다.

레오나 파커의 로스쿨 졸업이 2년이나 남아 있지만.

전망은 현재 살고 있는 집이 너무 좋다.

때문에 신혼집은 레오나 파커의 결정에 따를 생각이다.

류지호가 마당을 거닐며 일론 리브스에 대해 생각했다.

자주 물을 갈아주고 있는 수영장 주변을 거닐기도 하고, 관리가 잘 된 정원수도 괜히 살펴봤다.


“잘못하면 희대의 사기꾼이 될지도 모르겠어...”


일론 리브스가 전기자동차 사업계획을 가지고 왔을 때는 ‘옳다구나‘했다.

헌데 사정을 알고 나서 기운이 쑥 빠져버렸다.

실상 Thesla Motors는 일론 리브스가 창업한 회사가 아니었다.

다른 이들이 창업한 회사에 가장 먼저 투자를 한 투자자였다.

류지호는 자신이 최대주주가 될 줄 알았다.

결과적으로 그럴 수 없었다.

일론 리브스가 집요한데다가 매우 성실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전기자동차에 대해 쥐뿔도 모르면서 지나치게 의욕적이란 점이 문제다.

뚜렷한 비전과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으로 꼼꼼하고 세심한 행보가 필요한데, 왠지 붕 떠 있는 느낌이랄까.

자기 확신에 차 있고, 자신만만한 모습은 나쁘지 않다.

류지호가 보기에 빈 수레만 요란한 것 같아서 문제다.


‘Thesla Motors의 공동 창업자들과의 소통도 원활하지 않은 것 같고.’


내부를 들여다볼수록 첫 단추부터 잘 못 끼워진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누가 뭐래도 일론 리브스는 실리콘밸리의 슈퍼스타다.

그가 투자자를 모집하면 수십 명이 달려든다.

실제 일론 리브스가 전기차 사업에 참여했다고 하자, 실리콘밸리 엔젤 사이에서 난리가 났다.

투자하겠다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일론 리브스가 허세를 부리든, 사기를 치든.

류지호로서는 Thesla Motors 지분만 보유하고 있으면 그만이다.

십 수 년 후 돈방석에 앉게 될 테니까.


‘그것 말고도 돈이야 썩어날 정도로 쌓일 테니.. 중요한 문제가 아니고.’


친구가 망가지는 게 문제다.

이전 삶에서 왜 일론 리브스가 망나니처럼 언론에서 묘사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자신과 대입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는 문제다.

사람들은 누군가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부러워하고 응원하고 존경하고 성공했을 때 축하해준다.

그런데 누군가 성공한 후에는 추락하는 모습을 보는 걸 더 좋아한다.

일론 리브스는 부하들을 달달 볶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여타의 실리콘밸리 리더들과 다르다.

공장에서 새우잠을 자고 손에 기름을 묻히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젊은 엔지니어들과 아이디어가 넘치는 기술 회의를 밤늦게까지 여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스타일이다.

임직원들과 함께 호흡하며 현장에서 즉시 결정하고 이후엔 그 어떤 보고서나 위원회도 필요 없이 바로 돈이 입금되니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빠르게 진행되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다.

또한 자신의 분야에서만큼은 박사급 이상으로 기술에 정통했다.

그러니 최고위급과 자주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PayMate 시절 동업자들과 갈등을 빚다가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고.


“MARS-X와 Thesla는 Zip2나 PayMate와는 차원이 다른 비즈니스 세계인데....”


헨리 모터스의 역사는 무려 100년이다.

비교적 역사가 짧은 경일자동차의 역사도 36년이나 된다.

겨우 3년 만에 그런 회사들과 맞상대를 한단다.

어림도 없는 수작이다.

MARS-X는 대중들에게 응원을 받을 수 있는 분야다.

저렴한 비용으로 우주로 나간다는 발상은 인간을 설레게 하는 뭔가가 있으니까.

하지만 자동차는 완전 다른 분야다.

일론 리브스는 투자자들을 안심시켜야 하고, 문제를 일으키기만 눈 크게 뜨고 지켜보는 언론도 신경 써야 하며, 업계의 견제도 극복해야 한다.

트라이-스텔라가 할리우드 빅 세븐이 되는데, 17년이 걸렸다.

류지호가 인수한 후 놀라운 성공신화를 쓰고 있지만, 80년대까지 여러 차례 시행착오와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

IT분야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얼마든지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하드웨어가 중요한 자동차 산업은 다르다.

CEO는 회사가 파산하기 직전까지 어렵다고 절대 말하지 않는다.

그들이 이실직고 할 때는 이미 손을 쓰기 힘든 지경에 처했을 때다.

류지호는 Thesla Motors에서 들려오는 ‘괜찮다‘는 말을 믿기 어려웠다.


“...어떻게 해야 하려나.”


미래 유행할 말로 ‘꿀 빨고’ 적당한 시점에 발을 뺄 것인가.

얼마 없는 동갑내기 친구 하나 살린다 치고, Thesla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인가.

MARS-X Corp.은 류지호가 관여할 틈이 없다.

NASA, 미 공군까지 회사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요 주주인 류지호조차 회사 내부에 깊숙이 관여할 수 없다.

그저 회사가 공개하는 회계만 볼 수 있을 뿐.

반면에 Thesla Motors는 충분히 관여할 수 있다.


딸깍.


류지호가 수화기를 들었다.


“마르틴, 일론의 장담대로 2007년에 첫 모델이 출시될 수 있는 겁니까?”


류지호는 Thesla Motors의 진짜 창업자이자 현 CEO 마르틴 에버허드에게 거두절미하고 물었다.

그는 이전 삶에서 Thesla Motors의 첫 모델 로드스터가 출시되기 1년 전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굴러온 돌에 의해 박힌 돌이 뽑힌 모양새였다.


“솔직히 말해 줘요. 난 듣기 좋은 말은 더는 듣고 싶지 않아요.”

- 후우.


수화기 너머에서 깊은 한숨 소리가 나왔다.

그것으로 확인 끝.


“최초 1,000대 생산이 가능하려면 생산시설 규모가 얼마나 되어야 하는 겁니까?... 창업하고 1년 간 전기차 개발에 어느 정도 진척이 있었습니까?”


Thesla Motors의 경영과 기술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마르틴으로부터 사정을 들어보니, 왜 첫 단추가 잘 못 끼워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 알게 됐다.


“알겠어요. 일론의 말도 한 번 들어볼게요.”


마르틴 에버허드와 통화를 마친 류지호는 일론 리브스와 만나기 위해 일정을 조율했다.


‘그 놈에 완벽주의는 개뿔.....!’


스타트업이 대기업에 팔리며 능력이 입증되었고, 20대 나이에 백만장자가 되면서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할 때다.

실리콘밸리 스타 창업가들은 연예인병과 졸부병을 동시에 앓는다.

자기중심적인 인간이 된다.

나는 잘났다.

내가 하라는 대로 하면 잘된다.


- 그런데 왜 내 말을 안 듣느냐!


실리콘밸리의 그 스마트한 창업자들이 그러겠냐고.

한국의 테헤란밸리만 가도 벤처기업으로 코스닥에 상장됐다고 재벌 나신 젊은 창업자가 꽤 많다.

골프채로 직원 패고 갑질이 일상화된 IT기업 사장의 예가 몇 사람만의 일이 결코 아니다.

유명한 창업가들의 성격은 대체로 아주 못됐다.

고객을 떠받드는 척하며 정작 임직원들에게는 무척 모질다.

공감능력이 결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자신이 이루고자하는 목표를 위해서는 직원들의 복종과 희생은 당연한거다.

마치 병사들을 병력 즉 머릿수로만 계산하는 비정한 장수처럼.


“모질어도 뒤끝이 없잖아.”


한국의 갑질과 다르다고 한다.

그저 일이 안 풀리고 답답할 때 남을 괴롭힘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과 같기에.

류지호가 보기에는 개소리다.

일론 리브스, 스테픈 잡스 같은 부류의 MBTI를 조사해보면 류지호와 동일할지도 모른다.

의지가 강하고 독립적이며 분석력이 뛰어난 계획적인 성격.

간략하게 ‘용의주도한 전략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엉뚱하고 붕 떠보여서 사기꾼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계획적이고 논리적인 유형이다.

자신이 통찰한 무언가를 끝까지 관철시켜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서 고집스럽다.

실리콘밸리에 그 같은 유형의 인물들이 꽤 많다.

일론 리브스가 한국에서 사업을 했으면 백퍼센트 사기꾼으로 몰렸을 터.

미국에서 사업하는 걸 다행으로 알아야 한다.

류지호는 이전 삶에서 일론 리브스가 진정한 혁신가였는지, 사기꾼에 가까웠는지, 인류의 구원자인지, 성공에 취해 이상한 행동을 일삼는 괴짜일 뿐인지 알 수 없었다.

친구가 된 지금도 명확하게 판단을 내릴 수가 없다.


‘팬이 적으로 돌아서는 것이 한 순간이거늘.....’


10년 안에 Thesla는 MacIntosh에 비할 만한 팬덤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MacIntosh보다 훨씬 강력한 안티도 생겨난다.

Thesla Motors는 모빌리티에 일대 혁명을 가져오게 되지만, 그들의 성공 이면에는 사회적으로 높은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허황되고 위험한 비전을 남발해서 전기자동차 선구자의 품질과 서비스에 실망한 고객들이 법원을 찾고, Thesla Motors는 안면을 바꿔 고객에게 적대적으로 대응한다.

막강한 팬덤이 와해되며 적으로 돌아서는 것은 한순간이다.

일론 리브스가 지금처럼 계속된 성공에 취해 독선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이런저런 트라우마핑계를 대며 허우적거린다면 원래 역사를 뒤풀이 할 뿐이다.

일론 리브스와 마르틴은 전기자동차에 대해 같은 꿈을 꾸고 있다.

하지만 비전과 기술적인 부분에서 견해차이가 컸다.

원조 창업자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기술의 한계를 인정하는 선에서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고자 했고, 일론 리브스는 완벽주의를 추구했다.

두 사람은 기존의 내연기관을 보조하는 전기자동차가 아니라 완전한 전기차를 원했고, 투박하고 못생긴 디자인의 경차가 아니라 세계적인 스포츠카들처럼 멋진 성능과 디자인을 원했다.

파워와 가속력 부족 등 기존 전기차의 단점을 뛰어넘는다는 목표까지 동일했다.

다만 현실주의자와 몽상가적인 비전에서 의견이 크게 갈렸다.

일론 리브스가 이사회 의장을 넘어서 CEO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 때문에 기존 경영진이 매우 불쾌해 하고 있기도 하고.

류지호가 기억하기로 창업 이래 연간 결산 흑자를 낸 일이 한 번도 없었던 Thesla Motors였다.

누적 적자도 어마어마해서 월가에서 논란의 중심이었던 기업으로 유명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시가총액 50조가 넘는 기업으로 부상하겠지만.


작가의말

편안하고 행복한 주말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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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1 민중의 적 : EMBARGO. (1) +9 23.09.01 2,526 105 24쪽
600 총수란 호칭이 더 어울리는 남자? (2) +16 23.08.31 2,560 102 23쪽
599 총수란 호칭이 더 어울리는 남자? (1) +4 23.08.30 2,531 107 25쪽
598 할리우드 겉멋 그 자체... +3 23.08.29 2,536 97 26쪽
597 안티 카페 아니겠죠? +4 23.08.28 2,438 103 25쪽
596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다. (2) +4 23.08.26 2,536 108 24쪽
595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다. (1) +5 23.08.26 2,379 103 23쪽
594 신상필벌(信賞必罰). (4) +6 23.08.25 2,479 100 22쪽
593 신상필벌(信賞必罰). (3) +4 23.08.24 2,481 107 23쪽
592 신상필벌(信賞必罰). (2) +5 23.08.23 2,506 106 25쪽
591 신상필벌(信賞必罰). (1) +7 23.08.22 2,560 97 22쪽
590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2) +3 23.08.21 2,547 104 25쪽
»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1) +5 23.08.19 2,565 88 23쪽
588 인수·합병이 여의치 않을 것 같은데. +8 23.08.18 2,585 97 23쪽
587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2) +4 23.08.17 2,559 111 23쪽
586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1) +2 23.08.16 2,586 111 24쪽
585 PayMate Mafia. (3) +2 23.08.15 2,615 117 22쪽
584 PayMate Mafia. (2) +4 23.08.14 2,623 118 23쪽
583 PayMate Mafia. (1) +4 23.08.12 2,785 103 24쪽
582 두 번째 오스카! +8 23.08.11 2,687 111 23쪽
581 인간들이 배가 불렀어, 아주! +3 23.08.10 2,591 100 22쪽
580 Pix-Art. +7 23.08.09 2,572 103 23쪽
579 부자 되세요, 꼭이요~ +4 23.08.08 2,633 109 27쪽
578 마치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것처럼.... +8 23.08.07 2,641 107 22쪽
577 흘러가게 놔두라고 하십니다. +6 23.08.05 2,712 100 22쪽
576 REMO : ....or Maybe Dead! (11) +8 23.08.04 2,591 106 27쪽
575 REMO : ....or Maybe Dead! (10) +4 23.08.03 2,557 104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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