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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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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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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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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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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쪽

부자 되세요, 꼭이요~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5개월에 걸친 <REMO> 최종편 프로덕션이 슬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2년의 기획기간, 5개월의 촬영, 9개월의 포스트 프로덕션.

<REMO> 최종편의 경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평균 제작기간에 맞췄다.


“진짜?”


앨런 포스터가 깜짝 놀라 반복해서 확인했다.


“진짜 재촬영을 하겠다고?”

“그렇다니까 몇 번을 말해.”


철저한 사전 준비와 계산된 연출을 추구하는 류지호다.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완벽주의자 류지호로서도 도리가 없었다.

물론 재촬영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기에.

게다가 류지호가 <REMO> 최종편을 촬영하는 동안 Hues & Rhythm Studios와 GMG Lab이 공동개발로 한층 업그레이드 된 3D 툴을 개발했다.

GMG Lab의 여러 자회사들은 서로 간에 다양한 협업을 통해 자사 제품의 품질을 꾸준히 향상시키고 있다.

때로는 그래픽칩셋 회사 Inbidia 같은 업체와도 협업을 하기도 한다.

Hues & Rhythm Studios는 <REMO> 최종편을 위한 3D Eye-MAX 전용 툴을 개발했는데, 수개월 동안 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마침내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프로덕션을 완전히 마무리하기 전에 업그레이드가 완료돼 즉각적으로 적용할 수가 있다잖아. 다시 찍어야지.”

“내가 킴과 이야기 해 봤는데 이미 찍은 것으로도 문제없다고 했어.”

“최종 판단은 내가 해, 앨런.”


한 번 방침을 정하면 절대 번복하는 법이 없는 류지호다.

앨런 포스터는 더는 따지지 못했다.

<REMO> 최종편은 갑작스런 기상변화 때문에 세 번, 배우의 컨디션 저하로 하 루.

예상하지 못한 스케줄 변동은 단 나흘뿐이었다.

비교적 순조롭게 일정을 소화한 덕분에 그럭저럭 계획된 일정에 맞출 수 있었다.


“재촬영은 언제 하게?”

“크리스마스 시즌 끝나고.”

“한 주를 통째로?”

“이틀만 쉬는 것으로 하자.”


사실 류지호에게도 휴식 시간이 필요하긴 했다.

영화연출 행위는 정신노동이다.

물론 노동에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으로 나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억지이긴 하다.

인간의 몸이 육체와 정신으로 나뉘어서 일한다는 자체가 모순이니까.

그렇다고 해도 영화감독은 정신적으로 에너지를 충전 없이 계속해서 소모만 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아무리 쉬엄쉬엄 촬영한다고 해도 피로는 쌓이기만 할 뿐 해소될 수가 없다.

뉴욕에 머물고 있던 레오나가 크리스마스이브를 류지호와 보내기 위해 LA로 날아왔다.

모처럼 두 사람은 꿀맛 같은 데이트를 즐겼다.

정식으로 청혼을 하고 나서 하루하루 레오나가 보고 싶어 미칠 때가 있다.

류지호로서는 오랜 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전에는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게 하는 회로가 녹이 슬고 에러가 난 줄 알았다.

안 써서 그렇지 정상 작동했다.

레오나와 함께 하는 시간은 류지호에게 지친 영혼을 치유하는 시간이었다.

함께 있는 시간만큼은 영화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웠다.

느긋하게 빈둥대도 좋은 시간들....


“텐션 떨어지는 거 아냐?”


레오나가 자신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는 류지호의 코를 꼬집었다.


“겨우 이틀에 떨어질 것 같으면 때려 치워야지..”

“듣던 거와 달라.”

“뭐가?”

“영화 찍을 때는 마치 한에 맺힌 사람처럼 필사적이라고 들어서.”

“필사적이었지. 쉴 때는 쉬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고.....”

“일밖에 모르던 아빠는 그걸 이제야 깨달았대.”


도둑이 제 발 저렸지만 류지호는 시침을 뚝 떼고 물었다.


“오. 제임스가 이제 휴가를 잘 챙기는 모양이네?”

“엄마랑 자주 데이트도 한다더라고.”


류지호가 레오나의 허리를 두 팔로 감았다.


“조오타~”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영원히 단 한 명뿐일 사랑.

운명이란 것이 피할 수 없어서 운명이 아닌 것 같다.

내 스스로가 피하지 않기에 운명이 아닐까.

류지호는 마음에 큰 안정감을 느꼈다.

암튼 시간이란 상대적인 것이다.

사람이란 항상 변화하는 존재다.

안정된 길을 찾고 그 길만 걸으려고 노력할 수도 있지만, 류지호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것에 재미와 보람을 느꼈다.

작은 이변도 계속 일으키다보면 큰 사건이 될지도 모르는 일.

류지호가 한국 웨딩산업에서 일으켰던 작은 나비의 날갯짓으로 인해 한국 최대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그룹이 탄생했다.

그리고 태평양 건너에서 JHO Company Group이란 태풍이 되었다.

그 태풍은 류지호가 쉬는 시간에도 몸집을 계속해서 키우고 있다.


❉ ❉ ❉


새해가 밝았다.

수많은 전문가들, 그리고 막판 스퍼트를 올려 준 배우들 덕분에 남은 촬영은 술술 풀렸다.

할리우드에는 정말 천재들이 발에 치이는 것 같았다.

전 세계에서 인재들이 모여드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특출한 재능이 있으면 그 한 가지 가지고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

앤디 클렌멘트(Andy Clement).

연극배우로 27년 간 무명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반지의 제왕> 오디션에서 통과해 골룸을 연기했다.

골룸 연기를 통해 일약 주목 받는 모션캡처 전문배우가 되었다.

모션캡처 연기는 배우 본인도 몰랐던 재능이다.

그는 수많은 연구 끝에 목소리와 제스처 등 골룸의 모든 것을 창조해냈다.

얼마 전 모션캡처 전문회사를 만들었는데, 류지호의 개인 투자회사 GARAM Ventures가 투자했다.

앞으로 모션캡처는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된다.

당연히 배우와 연기도 무척 중요해진다.

류지호는 앤디 클레멘트를 통해 전문교육기관 설립까지 고려하고 있다.

암튼 <REMO> 최종편에서는 퍼포먼스 캡처(Performance Capture)가 사용됐다.

<폴라 익스프레스>에 이어 두 번째로 사용되는 영화가 됐다.

배우들의 표정과 연기를 완전히 복사할 수 있었는데, 심지어 눈이나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캡처가 가능했다.

<폴라 익스프레스>는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 작품이나 마찬가지다.

자회사인 Rock Castle에서 제작하기 때문이다.


“<킹콩>에는 언제 합류하기로 했어?”

“9월부터 촬영한다고 하던데. 난 7월 경 합류할 것 같아.”

“롭은 뉴질랜드에 머물고 있던가?”

“아카데미 시상식을 위해 미국으로 돌아온다고 들은 것 같아.”

“롭과 만날 때 함께 보겠어?”

“나야 초대해 주면 감사하지.”


1933년 영화 <킹콩> 리메이크 권리는 조금 복잡했다.

1990년대 중반 유니벌스 스튜디오에서 리메이크를 준비했었다.

로비 잭슨이 6개월에 걸쳐 야심차게 프리프로덕션을 진행했지만, 유니벌스 스튜디오가 돌연 제작을 중단시켰다.

당시에 유니벌스에서 고예산 영화 <고질라>를 투자·배급을 했고, <혹성탈출> 리메이크에 좀 더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그때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이 <킹콩>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나섰다.

순순히 내놓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킹콩> 리메이크가 물 건너가는 싶은 상황에서 류지호가 <REMO> 최종편을 유니벌스 스튜디오 백랏에서 촬영할 때 유니벌스 CEO와 저녁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넌지시 <킹콩> 리메이크 권리 구입 의사를 밝혔고, 극적으로 합의를 볼 수 있었다.

유니벌스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1.5억 달러 고예산 영화를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트라이-스텔라와 합작을 할 수만 있다면 리스크를 덜고 배급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가 있다.

결국 두 스튜디오가 합작으로 리메이크를 하기로 합의했다.

한편으로 유니벌스 입장에서는 트라이-스텔라 측에서 로비 잭슨을 통제해주길 바랐다.

그들은 <킹콩> 리메이크가 1.5억 달러에 끝나지 않을 걸 잘 알고 있다.

<반지의 제왕>으로 온갖 찬사를 다 받은 상황에서 자신들의 통제를 고분고분 들을 것 같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예상은 적중했다.

로비 잭슨은 극장 공개 최종본 승인권, 창작활동 불간섭 및 보장, 제이미 캐머론 수준의 지분을 요구했다.

사실상 톱클래스 대접을 해달라는 요구였다.

대부분의 요구는 들어줬지만 최종본 승인권에서 큰 이견을 보였다.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의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이 그 권리를 류지호와 함께 행사한다면 받아들이겠다는 중재안을 제시했고, 결국 받아들여졌다.

사실상 로비 잭슨의 목줄을 류지호를 통해 잡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최종적으로 <킹콩> 리메이크 지분은 Universe Studios 49%, Tri-Stellar 30%, TreeWeta 21%로 계약했다.


‘쉽지 않을 걸...!’


류지호가 보기에 로비 잭슨은 천재 부류는 아니다.

집요, 집념... 지독한 노력파에 가깝다.

류지호와 어떤 면에서는 흡사한 면도 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인해 할리우드 최고 흥행감독으로 우뚝 섰다.

그로서는 해보고 싶은 걸 마음껏 해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반지의 제왕>을 작업하며 아쉬움도 컸을 터.

자신의 영화에 사소한 결점 하나 남기고 싶지 않은 것이 감독 마음이다.

<킹콩> 리메이크는 로비 잭슨의 버킷리스트에 포함된 영화다.

그가 얼마나 칼을 갈고 있을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반지의 제왕>을 통해 VFX가 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확인했다.

무조건 제작비가 2억 달러를 넘긴다고 봐야 했다.


‘망할 것 같지는 않지만.....’


류지호의 기억에도 극장과 부가시장 모두에서 준수한 흥행 성적을 기록했던 것 같았다.

그 보다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은 <킹콩>의 저작권을 일부 확보했다는 점이다.

비록 <킹콩> 리메이크에 한정되어 있고 절반도 채 안 되는 권리이긴 했지만, 다양한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가 있게 됐다.

그 중에 하나가 텍사스에 들어설 테마파크와 아시아(한국 유력)의 제2 테마파크에 놀이시설에 <킹콩> IP를 사용하는 것이다.

로봇을 만들어 사용하는 특수기술 애니로매트릭스(Animatronics)여도 좋고, 3D Eye-MAX 관람시설이도 괜찮다.

유니벌스 스튜디오도 테마파크 사업을 하고 있어서 관련 비즈니스에 대해 치열한 협상을 벌여야 하겠지만.


❉ ❉ ❉


Playa Vista 지역에 새롭게 둥지를 튼 Hues & Rhythm Studios는 꽤나 평온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자랑했다.

심지어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주당 40시간만 채우기만 하면 된다.

대신 미리 공지되는 데일리나 중요한 미팅은 필수 참석해야 한다.

40시간 이후 초과근무는 무조건 오버타임 페이를 받는다.

미국은 연방 노동법과 주별 노동법에 차이가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도 근로자의 임금, 근로시간, 근로 조건 등을 지정하는 별도의 노동법을 가지고 있으며, 연방법보다 근로자를 더 보호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실리콘밸리와 할리우드, VFX업계는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Hues & Rhythm Studios가 노동법을 준수하는 것만으로 업계에서 부러워 할 정도로 미국에서 보기 드물게 야간을 밥 먹듯이 하는 곳이 컴퓨터 그래픽 관련 업계다.

암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창의성이 나온다는 믿음도 있지만, 뛰어난 인재를 경쟁 스튜디오로 빼앗기지 않기 위해 나름 복지에 꽤나 신경 쓰고 있다.

할리우드의 VFX Studio와 애니메이션 회사들은 대체로 자신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인하우스(In-house) 툴을 사용한다.

가령 합성(composite)툴로 독보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Nuke'는 제이미 캐머론이 설립한 Digital dominion에서 사용하던 인하우스 툴로 탄생한 것이다.

그 외에도 인하우스 툴로부터 시작되어 외부로 나오게 되는 소프트웨어들이 꽤나 많다.

규모가 큰 업체들의 인하우스 툴은 곧 경쟁력이다.

게다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한 편의 비즈니스는 어지간한 중견기업의 사업과 맞먹고, 포스트프로덕션 프로세스 역시 새로운 기술혁명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REMO> 시리즈를 위해 많은 R&D와 새로운 툴 그리고 파이프라인이 개발되어 적용되고 있다.

최종편은 3D Eye-MAX 영화이기에 완전히 새로운 파이프라인이 설계되고 구축됐다.


“워낙 방대한 작업이라서 캐릭터와 크리처가 나오지 않는 커트 30%는 델리 지사와 한국의 WDL에 전부 외주를 주고 있어.”


<REMO> 최종편 VFX 슈퍼바이저 숀 킴의 설명을 가만히 듣고 있던 류지호가 입을 열었다.


“모션캡처도 다 인계 받았어?”

“마지막 촬영 분은 아직.”


실사를 촬영하는 틈틈이 크로마키 촬영과 모션캡처를 진행했다.

포스트프로덕션 기간만 9개월이 잡혀있다곤 하지만, VFX 완성도는 인력을 얼마나 갈아넣는가와 작업 시간에 영향을 받는다.


“Hues & Rhythm Studios는 언제나 방대한 CG 컷들이 하이퀄리티로 제작되길 바라기 때문에 모델링이나 텍스처 등 모든 작업에서 고해상도를 사용하고 있거든. 새로운 슈퍼컴퓨터와 함께 이를 랜더링 하는 파이프라인도 업계 최고 수준으로 갖췄어. 우린 작품마다 자체 베이킹 시스템(Baking System)과 툴을 활용하는데, <REMO>에서는 3D 영화라서 완전히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밖에 없었고, 지금 보고 있는 툴들이 업그레이드가 완료된 것들이야.”


Hues & Rhythm Studios에는 경영지원과 관리직 포함해서 5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실무 부서 직원들은 전문화·세분화되어 있어 자신이 맡은 일만 수행한다.

그들을 지휘해 독립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수퍼바이저만 수십 명이다.

프로젝트별로 VFX 기술 디렉터를 따로 두어 필요한 3D MAX나 Maya용 툴을 그때그때 변형하거나 개조해서 사용하고 있다.


“군중시뮬레이션은 Massive가 아니라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를 쓴다고?”


이 시기 가장 뛰어난 군중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은 <반지의 제왕>에 쓰인 TreeWeta의 매시브(Massive)였는데, 초기 툴은 마야(Maya)를 통해 발매될 예정이다.


“GMG Lab과 공동으로 개발했는데, 수십 만 좀비떼에게 각각 미리 제작해놓은 DNA.. AI를 적용해서 캐릭터를 심어놓고 움직이도록 해 줘. 맨해튼 군중의 경우 서로 달려가면서도 겹치지 않고 멈칫하는 것 같은 각기 다른 개별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현실감을 더 극대화 시킬 수가 있게 됐지.”


숀 킴이 의기양양할 만 했다.

클로즈업에서는 당연히 퀄리티가 부족해 보였지만, 군중시뮬레이션이 주로 사용되는 롱쇼트와 풀쇼트의 경우에는 <반지의 제왕>에 비해 훨씬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무리 좀비라고 하지만, 움직임을 좀 더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 근육시뮬레이션 툴도 새롭게 개발했어.”


퍼포먼스 캡처가 만능은 아니다.

좀 더 사실적인 캐릭터 모사를 위해서는 다양한 툴을 활용해야 했다.

퍼포먼스 캡처로는 애니메이션 동작이 보다 현실적으로 보이게 만들어주는 것 뿐이다.

정말로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서는 피부 표면 아래에 존재하는 수많은 근육들의 움직임이 다채로운 표정으로 드러나야 했다.

그를 위해 캡처 한 소스에 근육시뮬레이션 툴을 활용해 좀비는 물론 최종보스라고 할 수 있는 괴물 크리처의 현실감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숀 킴은 그밖에 촬영현장에서 곧바로 퍼포먼스 캡처를 진행할 수 있는 라이브 퍼포먼스 캡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이 적용되기 시작하면 배우가 훨씬 수월하게 연기에 몰입할 수가 있다.

배우들이 동시에 현장에서 호흡을 맞출 수 있어 배우들의 연기와 감정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게 된다.

VFX와 라이브 연기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바로 라이브 퍼포먼스 캡처 기술이다.


‘돈을 빨아먹는 만큼 꼭 성과를 내놓는다 말이지.’


라이브 퍼포먼스 캡처는 이전 삶에서 로비 잭슨의 TreeWeta Studios가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었다.

류지호가 개입하게 됨으로써 Hues & Rhythm Studios가 좀 더 빨리 개발하게 될 것 같은 분위기다.

JHO Company 호주법인이 TreeWeta Studios에 투자하곤 있지만, 엄연히 로비 잭슨의 소유다.

영화의 기술발전을 위해 서로 협력할 수도 있지만, 경쟁이 기본이다.

이왕 할리우드 빅3 VFX 스튜디오를 소유하고 있다면.


‘세계 최고라는 소리는 들어봐야지.’


이전 삶에서는 업계에 만연한 가격 덤핑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어 세계 최고 수준의 스튜디오였음에도 파산해서 사라져야 했던 Hues & Rhythm Studios다.

이번에는 그럴 일은 절대 없다.

JHO Company Group이라는 복합미디어그룹을 모회사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류지호 개인 수입만으로도 몇 년은 무리 없이 Hues & Rhythm Studios를 끌고 갈 수 있기도 하고.


“<REMO>의 좀비 퀄리티는 숀의 손에 달렸어. 잘 부탁해.”

“맡겨 둬.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퀄리티의 크리처를 선보일 테니까.”


영화 일을 하면서 한두 번 속은 약속이 아니지만.


‘어쩌겠어. 내가 직접 할 수 없으니 믿어보는 수밖에.....’



✻ ✻ ✻


<퇴마기록> 실사화 시리즈의 현승희 역할을 연기하고 TV브라운관에서 로맨스 퀸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여배우가 설원에서 시청자를 향해 애교 넘치는 목소리로 덕담을 건넨다.


[여러분~, 여러분~, 부자 되세요, 꼭이요~]


설원에 놓여 있는 눈사람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발랄한 모습을 보이면서 20여 초 광고가 끝이 난다.

작년에 신년 레터 형식의 광고로 큰 반향을 낳았던 카드회사 광고다.

신용카드를 팍팍 긁으라고 권하는 신용카드 광고가 부자가 돼라고 말하다니.

너도 나도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보다 부자되라는 덕담을 더 많이 전하는 웃지 못 할 일도 있었다.

한때 TV만 틀었다 하면 무선통신사 광고 일색이던 것에서 소비 독려 광고를 카드사에서 꾸준히 송출하고, 일부 카드회사가 고가의 사은품을 나눠주며 서명만하면 미성년자에게도 카드를 발급해줬다.

급기야 무소득자에게까지도 카드를 발급해주는 일이 생겨났다.

1999년 48조 원이었던 카드사들의 현금대출은 2002년 358조원으로 7배 늘어났다.

경제활동 인구 1인당 보유 카드도 1.장에서 4.6장으로 늘어나면서 ‘신용카드 1억장의 시대’를 맞이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민간소비가 줄고, 기업 투자도 미미해지면서 수출 성적이 떨어지자 국민의 정부 시절 내수 소비 증진을 목표로 민간소비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경기부양책을 모색했는데, 그 과정에서 50만원이던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를 폐지해 국민들이 자유롭게 현금서비스를 인출해 민간 소비에 바람을 불어넣고자 했다.

카드사들도 빚으로 힘들어 하는 고객들에게 빚을 상환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환대출’ 서비스를 권장하면서 본격적인 카드 영업과 마케팅을 시작되었다.

처음의 취지와 다르게 얼마 지나지 않아 현금 서비스로 빚을 돌려막기를 하며 버티던 사람들은 장기 연체자가 되고 대규모 신용불량자가 생기는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뒤늦게 정부에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신용카드 발급을 제한하고,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신용불량자가 사상 최대인 350만 명을 넘었다.

7명 중 1명이 신용불량자인던 셈이다.

고객들의 파산은 카드사의 채무로 이어져 문을 닫는 카드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2003년 카드 업계 1위를 달리던 금성카드조차 대규모 부실이 드러나면서 부도위기에 처했으며, 전국 가맹점으로부터 결제거부사태가 발생했다.

신용카드사는 고객이 사용한 카드대금을 대신 결제하고 수수료를 챙긴다.

여기에 필요한 돈은 카드채 같은 것을 발행해 확보한다.

즉 돈을 빌려 돈을 대신 갚아주는 셈이다.

만약 카드채를 사는 이가 없거나 카드채 만기연장이 안될 경우 카드사는 급격한 자금경색에 시달리게 된다.

카드채 가치가 떨어지면 카드채를 가진 금융기관도 손해를 보게 된다.

2002년 하반기부터 카드채 등 신용카드사의 채권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REMO> 최종편 크랭크업을 하고 처음으로 류지호가 웨스트우드 JHO Company Group 이사회의장실로 출근하자, 수석참모 데이빗 브레이텐바크가 기다렸다는 듯이 각종 보고서를 챙겨왔다.

중요 이슈 보고 중에 한국의 일명 ‘카드대란’에 대한 현안 브리핑도 있었다.


“카드사들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무이자 할부판매 등 출혈영업을 감행했고 그에 따라서 개별회사의 수익구조는 악화일로를 걸었습니다. 이미 재작년부터 커다란 사회문제로 등장했습니다.”


류지호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카드빚을 갚기 위해 30대 이혼녀는 딸에게 윤락행위를 시키는가 하면, 카드빚을 갚지 못한 20대 부부는 자녀 2명을 살해하고 자신들도 자살하려다 미수에 그치는 사건도 있었다.

2002년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신용카드 관련 범죄가 일어났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한국의 ‘플라스틱 버블’을 경고할 정도였다.


“신용불량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한답니까?”

“한국의 명절이 지나고 신용 불량자 종합대책을 발표할 것 같다고 합니다.”

“작년엔가 얼핏 4조 수천 억 원은 있어야 한국의 카드 산업이 붕괴되지 않는다고 보고 받은 것 같은데, 수습이 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여러 조치들로 급한 불은 끈 것으로 보입니다.”

“카드채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답니까?”

“이미 발생한 부실은 카드사들이 자본 확충을 통해 스스로 흡수토록 유도하고 카드채 등에 대해서는 채권금융사들이 만기연장을 통해 카드사들의 급격한 자금경색을 막아줬습니다. 자본 확충과 관련해서는 8개 전업카드사가 4조5천억 원 증자 계획을 작년 4월에 확정하고 집행하기 시작해 어느 정도로 효과를 봤습니다.”

“참여정부의 소위 진보 학자라는 사람들이 정부 대책을 반대한다는 소리도 들리던데?”

“실패한 카드회사는 문 닫게 하고 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예를 든 것이 오성카드의 부실 책임을 총수에게 물어야 한다거나 가온카드도 보스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식의 주장을 대통령에게 했고 주요 진보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도 밝혔습니다.”


참여정부를 지지하는 진보적인 경제학자들은 카드대란 대책을 제시하면서 책임자 문책, 경영진 문책, 망할 회사는 망하게 하자고 주장했다.

반면에 금감위 부위원장을 비롯한 개혁성향의 어쩌다 공무원 그룹은 카드대란 대책을 두고 진보학자들과 견해가 달랐다.

모두가 윈윈하는 방식으로 카드대란을 해결하진 못했지만, 국민의 정부 경제 관료들이 제대로 막지도 못하고 저질러놓은 카드대란을 참여정부에서 학자 출신 관료들이 나름 공적자금을 한 푼도 투입하지 않고 해결하게 된다.


“가온그룹의 금융사업부문에서 금성카드를 인수하자는 이야기가 나온다면서요?”

“보스께서 한창 영화를 찍고 계실 때 금성카드가 부도위기에 처했습니다. 채권단이 금성카드 매각을 추진하면서 부실규모를 실사했는데 3조 2천억 원의 자본잠식이 드러났습니다. 사겠다고 나선 은행이 몇 있었는데 일제히 매수의견을 거둬들였습니다. 그때 채권단에 속해 있는 가온그룹 주거래 은행에서 넌지시 뜻을 전한 모양입니다.”


해가 넘어가기 전에 금성카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금융권 전체에 후폭풍이 몰아칠 게 뻔한 상황이었다.

과거처럼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도 없었다.

정부는 소극적인 채권단과 눈앞에 보이는 금융위기 사이에서 고민했다.

한편으로 대유(가온)증권에 인수의사를 은밀히 타진하기도 했다.

류지호와도 접촉하려 했지만, 비서실에서 차단당했다.

영화를 찍고 있을 때는 한 눈을 팔지 않기에 말도 꺼내지 못했다.


“그냥 문을 닫자니 회원수가 가장 많은 카드사라서 금융업 전반에 파장이 너무 클 것 같고, 외국에 팔자니 회원수 1위 기업을 팔면 소매금융을 외국계가 다 장악하게 되어 채권단에서도 섣불리 시도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가온에 살 의향이 있다면 많은 편의를 봐주겠다는 제안을 했답니다. 가온카드로서도 금성카드를 인수하게 되면 단숨에 업계 1위 회원수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라서 부담 없는 가격을 기대했구요.”


결과적으로 가온카드도 발을 뺐다.

마침 금성카드의 위험자산 노출의 10%가 산업은행에 물려있었다.

<REMO> 최종편의 크랭크업 하는 시기 즈음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금성카드를 단독관리 하는 것으로 정리가 되었다.


“가온카드와 다이너스클럽은 괜찮답니까?”

“보스의 지침을 철저히 이행해서 무분별하게 고객을 늘리지도 않았고 대환대출 서비스 역시 제한적으로 시행했기에 카드대란의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카드대란의 영향을 영 안 받을 순 없었다.

국민의 정부 시절 다른 카드사들이 상당히 위험한 곡예를 하고 있을 때, 가온카드사는 경쟁에서 한 발 떨어져서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했다.

그러니 주거래은행과 정부 모두에서 금성카드를 떠넘길 생각을 해본 것이다.


“한동안 내수부진은 계속될 거라지요?”

“예. 보스!”


국민의정부는 신용카드 등 가계대출을 기반으로 한 폭발적인 내수성장 덕택에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무분별한 카드사용으로 신용불량자 양산이라는 부작용을 잉태했다.

올해까지 한국 경제는 극심한 내수부진에 빠지게 된다.

참여정부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경제를 살리라는 요구와 ‘진통제’ 투약을 바라는 여론으로 정책 결정을 하는데 어려움에 직면할 터.

그들에겐 위기이겠지만 가온그룹에겐 기회이기도 했다.


“정책 기조에도 부합하고 마침 경기침체를 타개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업도시가 되었든 새만금개발 주체 민간 이양이 되었든 정부로서도 결단을 내려야겠네요.”

“새만금 문제를 가지고 지역사회가 갈등을 벌이는 것도 이번 정부로서는 부담이 될 겁니다.”

“가능하면 기업도시가 아니라 새만금만의 특별법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면 좋겠는데.....”

“한국의 의회 쪽과 접촉을 늘려보라고 의견을 보내겠습니다.”

“특별법에 반드시 넣어야 되는 것들 잘 정리해서 관철시키라고 전하세요.”

“예!”


외환위기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닷컴버블 붕괴, 9·11테러 여파, 미-이라크 전쟁, 북핵 위기, 사스창궐, 선경글로벌분식회계 사건, 카드대란까지... 온통 먹구름뿐인 한국의 경제상황이다.

새만금개발 재개와 아시아 최대 테마파크 유치, 기업도시, 혁신도시, 행정중심복합도시 등.

정치계와 관료사회 모두에서 이슈를 빨아들일 굵직한 사안들이다.


드르륵.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이 진동했다.

이 휴대폰의 번호를 아는 사람은 60명도 되지 않는다.


“여보세요?”

- 날 세.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Personacon 霧梟
    작성일
    23.08.08 10:29
    No. 1

    캘리포니아는 40시간 넘어가면 그 다음부터는 오버페이에요... 적어도 90년대 중반부터는 그랬습니다. 예외 직종이 있긴 하지만.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트뤼포
    작성일
    23.08.08 11:32
    No. 2

    수정/보완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8.08 10:55
    No. 3

    잘 보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08.08 14:59
    No. 4

    킹콩이 70년 과 80년 등 여러번 제작되었고
    2000년 이후것도 대부분 보았습니다.
    1933년 리메이크 라고 하신걸 보면 2005년도 영화
    말하시는것 같은데 스토리는 70년도 것이
    개인적 으로 재미 있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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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 되세요, 꼭이요~ +4 23.08.08 2,633 109 27쪽
578 마치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것처럼.... +8 23.08.07 2,641 107 22쪽
577 흘러가게 놔두라고 하십니다. +6 23.08.05 2,712 100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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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5 REMO : ....or Maybe Dead! (10) +4 23.08.03 2,557 104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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