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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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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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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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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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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신상필벌(信賞必罰).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밴쿠버(Vancouver)는 캐나다 서부 지역 최대 도시다.

한국 교포들도 많이 살고 있다.

90년대 이후부터는 North Hollywood라고 불리고 있다.

그럴 정도로 많은 미국 콘텐츠가 촬영되고 있다.

특히 SF장르 로케이션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90년대부터 현재까지 밴쿠버에서 촬영되었거나 촬영되고 있는 TV시리즈만 해도, <The X-Files>, <Stargate SG-1>, <Battlestar Galactica>, <Smallville> 등이다.

JHO Company 계열 제작사들이 특히 밴쿠버를 선호하는 편이다.

최근 4년 간 세계 영화산업의 평균 성장률은 9.5%다.

유럽(14%)과 북미지역(캐나다 19.2%, 미국 7.24%)이 영화산업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 중에 캐나다의 성장률이 놀랍다.

한국영화가 자국 내 점유율을 무섭게 끌어올리고 있지만, 세계 영화산업 안에서는 갈 길이 아직 멀다.

암튼 JHO Company 계열의 ParaMax Films와 Tri-StellarTV는 꾸준히 밴쿠버를 중심으로 한 로케이션을 늘려가고 있다.

그에 따라서 그룹 차원에서 캐나다의 촬영지원 시스템 확보가 요구됐다.

북미 지역(뉴욕과 L.A에 이어)에서 세 번째로 큰 영화 제작 센터.

바로 밴쿠버 필름 스튜디오(Vancouver Film Studios)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에 위치한 이 스튜디오는 캐나다의 한 부동산 개발 기업이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데, 12개의 사운드 스테이지와 촬영 및 포스트 프로덕션, 프로덕션 오피스 등 8동의 지원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밴쿠버 필름 센터 고위직이 스튜디오 투어 안내를 자청했다.

최근에 지어진 시설답게 나름 첨단 시스템을 자랑했다.

장비 대여실에는 Eye-MAX와 DALLSA의 Origin 시리즈도 준비되어 있었다.

Abid, Da Vinci 등 GMG 자회사들 제품이 세팅되어 있는 걸 본 류지호는 흐뭇함을 감출 수 없었다.


“어서 오세요.”

“...얀?”


트라이-스텔라TV 회장 얀 호퍼가 류지호를 반갑게 맞이했다.


"밴쿠버에 있을 줄은 몰랐네요.“

“마침 촬영을 마무리하는 프로젝트가 있어 왔습니다.”

“<배틀스타 갤럭티카>...?”

“예.”

“편성은 잡혔어요?”

“NBC에서 10월에 방영될 예정입니다.”

“결국 그렇게 조율했군요?”

“그렇습니다.”

“PARKsTV와는 말끔히 정리된 겁니까?”

“그들은 <배틀스타 갤럭티카>의 TV제작 권리를 완전히 포기했습니다.”

“잘됐네요.”


<배틀스타 갤럭티카>의 리메이크 과정은 80년대부터 꽤나 험난했다.

2000년에 와서야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라이언 징거와 PARKsTV가 리메이크를 준비했다.

그러다 9·11 테러가 벌어지면서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지경에 처했다.

라이언 징거마저 <X-맨> 연출에 집중하겠다며 하차했다.

그때 유니벌스 텔레비전과 트라이-스텔라TV가 리메이크 권리 확보를 위해 경쟁을 벌였다.

마침내, 작년 초에야 와서 트라이-스텔라TV가 리메이크 권리를 획득했다.

유니벌스 텔레비전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자칫 소송에 휘말릴 뻔했다.

물밑에서 양 측의 치열한 협상이 있었다.

결국 제작은 트라이-스텔라TV 프로덕션이 하고, 최근 유니벌스와 합병한 NBC에서 방영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둘 다 손해 보는 협상은 아니다.


“어차피 TST 프라임타임 편성은 인기 TV시리즈로 꽉 차 있어서 굳이 새로운 시리즈를 런칭 할 필요는 없겠죠. 좋은 판단이라고 생각하네요.”

“NBC 방영 후에 신디케이션 시장과 해외 판매, 그리고 DVD 패키지 판매도 있어서 시청률이 바닥을 치지 않는 한 제작비는 너끈히 회수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ABC, NBC와 협력할 수 있으면 하도록 하세요. 장기 시리즈 중에서 좋은 방응을 얻고 있는 시리즈도 지상파로 옮기는 것을 고민해 봐요. 아무래도 시청 규모가 다르니까.”

“내부적으로 그런 전략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TST 채널 외에 기본 채널을 새로 하나 만들자는 의견도 있다.

류지호 입장에서는 곧 OTT 시대가 열리기 때문에 케이블채널에 투자하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었다.

인기 시리즈가 될 수도 있는 프로젝트는 천천히 개발하다가 OTT 오리지널로 풀어도 된다.


“괜히 잔소리를 한 꼴이네요.”

“하하. 대부분의 히트작들은 보스가 골라주신 겁니다.”

“유능한 프로듀서와 배우 그리고 합리적인 예산집행이 있었기 때문에 TV시리즈가 잘 나온 겁니다.”

“미스터 할리우드가 선택한 작품이란 건 변함없습니다.”

“사람들이 내 라스트 네임을 할리우드로 알아요. 우리끼리는 그렇게 부르지 맙시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밴쿠버 생산시설은 어때요?”

“불편함은 없습니다.”

“인력도 괜찮죠?”

“할리우드에서 일감을 잡지 못한 크루들이 많이 넘어와서 별 무리는 없습니다. 캐나다 현지 크루들도 쓸 만합니다.”

“프로덕션 오피스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지요? 이곳 스튜디오 사무실을 임대해서 써요?”

“최근 ParaMax와 함께 시내 쪽에 지사를 마련했습니다. 그곳이 캐나다 헤드쿼터가 될 예정입니다.”

“트라이-스텔라 그룹과 함께 하지 않고요?”

“그룹은 스튜디오를 확보하기 전까지 작품별로 프로덕션 오피스를 임대할 계획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다음 영화도 캐나다에서 촬영할 계획이십니까?”

“1492 프로덕션 영화를 밴쿠버에서 촬영한다고 해서요.”

“<박물관이 살아 있다>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Burnaby인가.... 그 일대에서 뉴욕 자연사 박물관 로케이션 촬영할 계획이라네요.”

“얼마나 머무실 계획이십니까?”

“내일 곧바로 뉴욕으로 갑니다.”

“오늘 저녁에 <배틀스타 갤럭티카> 연출, 배우들과 저녁 식사 어떻습니까?”

“미안해요. 한국에서 온 친구들과 약속이 잡혀 있네요. 점심 브레이크 타임에 함께 식사하는 걸로 해봐요.”


본래 할리우드 촬영장에서 배우들이 함께 모여 식사하는 광경을 보기 쉽지 않다.

영화사 회장이고 나발이고 각자 캠핑 트레일러 안에서 식사한다.

그런데 류지호의 함께 먹자고 하니 모두가 모였다.

중견배우들은 이런 저런 영화나 TV시리즈로 인연이 있었고, 젊은 배우들은 류지호에게 눈도장을 찍으려고 달려왔다.

류지호는 LA에서 성대하게 파티를 열겠다고 약속하고 촬영장을 떠났다.


✻ ✻ ✻


버너비 메트로타운 힐턴호텔.

1999년 건축된 이 4성급 호텔은 쇼핑센터, 고급 상점과 함께 있고 버너비 중심부와도 가까웠다.

300m 거리에 버스정류장이 있고 도보 10분 거리에 지하철역도 있다.

283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는데, 연간 객실 점유율이 90%에 육박하고 있다.

힐턴호텔 체인이 아닌 브랜드 로열티 호텔이다.

그런 호텔을 최근 가온그룹 호텔&리조트 사업부에서 인수했다.


“4,100만 캐나다 달러면 원화로 얼마야?”


호텔 인수를 위해 한국에서 넘어온 가온그룹 관계자 가운데 황재정이 포함되어 있다.


“340억 정도 할 걸?”

“지분율은?”

“지분 870만 주를 모두 넘겨받았어.”

“4성과 5성급 차이가 구체적으로 뭐냐?”


류지호가 보기에 이번에 인수한 버나비 호텔도 5성급에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4성급에 머물고 있다.


“일단 호텔로비가 휘황찬란해야 하고, 침구와 편의용품 수준이 최고급 수준이어야 하고. 고급 메뉴가 준비된 레스토랑이 3개 이상 영업을 해야 하고, 국제회의를 개최할 수 있는 규모의 홀과 대형 연회장, 비즈니스 센터가 있어야 한 대. 수영장과 휘트니스센터는 기본이고. 24시간 룸서비스도 기본에 맞춤 서비스가 있어야 한대."

"추상적인데?"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각각에 따른 기준과 점수가 다 따로 있다더라.”


호텔을 둘러본 류지호가 객실로 들어오자마자 물었다.


“국세청과 검찰이 짝짜꿍해서 가온그룹 비자금을 파고 있다며?”

“응.“

“왜?”

“심심한가 봐.”

“탄핵이다 뭐다 난리 났는데?”

“소명의식이 투철한 공무원들인가 보지 뭐....”

“장난 하냐?”

“장난 아닌데?”

“비자금 턴다며?”

“털어보라지. 우린 비자금 같은 거 없어.”

“비자금 없는 기업도 있냐?”

“있어. 가온그룹.”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진짜야, 없어.”

“그냥 그렇게 알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니고?”


제아무리 투명하게 운영되는 기업이라고 할지라도 비자금이 없을 순 없다.

기업 활동을 하다보면 사업의 신속한 진행을 위해 뇌물이나 리베이트 등이 불가피하게 필요할 수도 있고, 비정기적인 사례금을 지급해야 할 경우도 있다.

뇌물은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불법.

직원에게 지급하는 사례금 역시 실적과 성과에 따른 보너스 개념이 아니라, 단순 격려차원에서 지급했다면 때에 따라서 불법이 될 수가 있다.

때문에 기업에게는 법의 사각지대의 자금을 조성할 수밖에 없다.

비자금을 회계상으로 잘 숨기거나 액수가 터무니없이 적어야 유야무야 넘어갈 수가 있다.


“진짜 잘 숨겼나 보네?”

“넌 좀 그냥 모르고 있으면 안 되겠냐? 뭘 꼬치꼬치 캐물어? 사람 곤란하게.”

“나 학교 가냐?”

“콩밥 먹고 싶어?”

“건달이 별 다는 걸로 명예를 삼는 것처럼, 한국 재벌도 한 번씩 다녀와야 하는 필수코스 아니냐?”

“진심이야?”

“진심이겠냐?”

“암튼, 난 그런 거 없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의장님!”

“근데 말이다. 재정아. 이 호텔 투자가치는 있는 거냐?”

“가온그룹 호텔&리조트는 한인 교포도 많이 살고 있고, 캘리포니아 주로의 진입성 등을 고려해 토론토보다 밴쿠버에 먼저 호텔을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별 다섯 개짜리 호텔은 이번에 인수한 호텔 금액으로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가치가 폭락하게 되면, 그때 가서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의 호텔을 구입할 계획이었다.

글로벌 멀티플렉스 사업의 확장 역시 그 시기 즈음으로 미뤄두었다.


“저렴한 가격대의 해외 호텔 하나를 인수해 운영해 보면서 서비스 역량과 운영 노하우를 쌓아보려고 한 대.”


류지호는 호텔을 눈으로 훑었다.

호텔 손님은 자주 눈에 띠는데, 쇼핑몰 쪽은 유동인구가 별로 없었다.

한국 배우들이야 4성급을 잡아줘도 불만 없이 잘 지내겠지만, 할리우드 톱스타란 인간들은 이곳 스위트룸을 내어줘도 5성급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비자금이라.....”


비자금은 주로 탈세, 횡령, 배임 등으로 연결되기에 중범죄에 속한다.

기업은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주주)과 경영을 하는 사람(임직원)이 공동으로 꾸려간다.

기업이 수익을 내면 주주에게 알려 여유 수익을 나눠주고, 국세청에도 신고해 번 돈에 비례한 세금도 내고, 남은 돈은 앞으로 회사의 성장을 위해 투자하거나 남겨두기도 한다. 반면에 비자금은 말 그대로 비밀리에 만들어진다.

비자금이란 합법적인 장부에 기록되지 않은 부외자금을 통칭한다.

기업 활동으로 100원의 수익을 내고도 80원만 벌었다고 외부에 알린 뒤, 정부나 주주(혹은 투자자), 임직원 몰래 20원을 숨겨놓는다고 했을 때, 20원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았으니 탈세고,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수익, 회사가 커나가는데 정당하게 써야할 자금을 빼돌렸으니 횡령이며, 또 회사 경영에 해를 끼쳤으니 배임이다. 쓰는 과정에서도 불법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회계처리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불법적인 용도로 쓰인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보통 뇌물, 불법 정치자금, 한도를 넘어선 거액의 접대 자금, 로비 용도로 흘러나가는 게 대부분이다.

개인 재산을 불리려는 목적에서 비자금을 쌓아두는 사례도 많다.

모두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 중대 범죄다.


“만약 회사가 경조사비에 비자금을 썼다면 어떻게 되는 거냐? 그것도 횡령·배임이야?”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을 걸. 개인적 이익을 위한 게 아니라 회사에 필요한 비용에 쓰였다면 무죄가 되었던 것 같아.”


류지호 정도 되면 경조사비도 무시 못 한다.

지인의 경우는 의전비서가 알아서 류지호의 개인 계좌에서 처리한다.

정계, 재계, 고위공무원, 각종 단체 및 기관장의 경우까지 사비로 일일이 처리할 수 없는 노릇.

그렇다고 경조사비를 회계처리 할 수도 없고.

영업 접대비라는 항목도 애매했다.

해외출장경비나 유흥업소 접대비 등 업무 행위지만 회계 처리가 곤란한 경우 불가피하게 비자금으로 해결 할 수밖에 없다.

무역이나 계약 등의 기업 활동 과정에서 관례적으로 발생하는 커미션·리베이트(사례금) 등도 마찬가지다.

그렇듯 기업의 비자금은 간혹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돕기 위한 비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이 정·관계에 뇌물로 빠져나가 지하경제를 조장한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회계조작은 불법이다.

따라서 가온그룹이라고 해서 비자금 문제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비록 개인의 사익 추구나 뇌물 혹은 불법 정치자금으로 쓰이지 않았다고 해도.

가온그룹 회계팀은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는 부분을 특별관리 하고 있다.

기업의 순재산·이익 또 자산의 과소표시로 발생하는 비밀적립금은 현금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장부상으로만 나타난다는 점에서 비자금과 차이가 있다.

기업 비자금을 공식장부인 A장부에 기재하지 않고 따로 비밀장부인 B장부를 만들어 비공식적으로 기록하기 때문에 재무제표 감사에서도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따라서 비자금의 조성방법은 장부조작이 가장 많다.

JHO Company Group에서도 ‘침전된 자금’(watered stock)이라는 항목이 존재하는데, 정치자금도 이 항목에서 지출되고 있다.

통상 ‘B’라고 표시한 메모지를 통해 회사 재무담당자로부터 타서 사용하고 있다.


“혹시 FIU쪽에서 시작된 건 아니겠지?


검찰에 자료를 제공하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은행·증권 등 금융회사로부터 탈세·횡령·마약 등 범죄에 관련된 것으로 의심이 가는 금융거래 내역을 넘겨받아 국세청이나 수사기관 등에 넘기는 역할을 한다.

2002년 제도를 처음 도입한 이후 FIU에 들어오는 의심거래 정보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게...”


황재정이 자세를 바로 하며 우물쭈물했다.


“사고 쳤냐?”

“사실 엉뚱한 곳에서 시작되었어.”


류지호가 이실직고하라는 듯 빤히 쳐다봤다.


“.....서평특수.”

“나래안전을 자회사로 편입할 때 완전 분리시켜서 그룹과 관계가 끊겼잖아.”

“사실은 완전 관계가 없지는 않아.”

“뭐?”

“가온투자신탁이 서평특수 대주주야.”


류지호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누구 아이디어야?”


(주)나래안전 시스템을 정리하면서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한데 모아서 완전히 분리시킨 후 관계를 끊어버리라고 지시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임원들이 류지호의 지시를 어긴 모양이다.


“그들 재주로는 회사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할 걸로 봤어. 부도를 맞거나 파산지경에 처하면 다시 인수하려고 했지. 휴게소와 주유저장고 사업이 꽤 쏠쏠한 현금장사라서.”

“가온그룹 전체로 보면 1%가 될까 말까 아냐? 그런 회사에 미련을 뒀다고?”

“매년 300억 대 매출을 꾸준히 내는 기업이야. 그때는 Lowes 같은 글로벌 극장체인을 입수합병할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시절이었어.”


그래도 그렇지....

화가 치미는 것을 꾹 눌러 참는 류지호다.


“래리 아저씨 이하 경영진은 오너인 네게 숨기거나 보고를 누락한 적은 없어. 네가 그간 아무 말도 없어서 승인한 걸로 알고 있었을 뿐.”


금융부문 투자 및 변동사항을 꼼꼼하게 확인했다면 금방 알 수 있는 사항이었다.

감사보고서나 운영보고서가 올라오면 중요한 것만 확인하고 넘어가는 류지호 잘못도 없지 않았다.

황재정이 면목 없다는 듯 풀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결과적으로 오너의 지시를 어긴 것이 되었으니, 징계를 받아도 할 말 없다.”

“모두가 동의 한 거야?”

“내가 주도했어. 회장님과 다른 임원들은 잘못 없어.”

“네 징계는 잠시 젖혀두고, 그래서 어떻게 됐다는 건데?”

“서평이 대부업으로 진출하려고 여기저기 뇌물을 많이 뿌렸더라. 그 과정에서 비자금이 들통 났어. 검찰에서는 그걸 타고 별건으로 우리 그룹 쪽으로 수사를 확대하려고 하는 거지. 한때는 가온그룹 관계회사였으니까.”

“이 기회에 가온그룹을 한 번 걸어보겠다?”


대기업은 정부, 검찰, 시민단체의 감시와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기존 재벌들의 성장에는 정경유착은 물론이고 수많은 불법으로 쌓아올린 부분이 많았다.

사회 전반에 걸쳐 어떤 식으로든 부패와 부정과 닿아있다.

가온그룹은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한 탓에 다른 재벌들처럼 집안끼리 혼인관계로 엮여 있거나 막대한 뇌물을 살포해 네트워크를 형성하지 못했다.

사실은 그럴 생각 자체를 안했다고 하는 것이 맞지만.

암튼 군사독재라는 권력지형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한국사회는 권위주의가 만연해 있다.

자신이 권력자라고 생각하면 알아서 기어야 한다는 서열주의가 뿌리 깊다.


“검찰 입장에서 비자금이나 뇌물은 내부고발 없이는 들어다보기 힘든 부분이니까. 이번 기회에 가온그룹을 한 번 뒤집어 놓겠다는 거지. 누가 갑인지도 확인시킬 겸.”

“지랄들 한다. 쯧쯧.”


류지호는 슬그머니 부아가 치미는 걸 혀를 차는 걸로 일단 삭혔다.

일개 검사 나부랭이가 한국 재계 10대 기업을 건드리는 것에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검찰 차원에서 죽이려고 마음먹으면 평검사라도 손에 청룡언월도를 든 것처럼 행세하는 것이 대한민국 검찰이다.

왜?

그들이 기소를 결정하고, 그들이 작성한 조서가 재판에 상당한 역할을 하니까.

오죽하면, 검사는 피의자를 죽여서 실적을 만들고, 살려서 돈을 얻는다는 말까지 있을까.

재벌 관련 기소에 경우 검사가 5년을 구형하면 3년 실형이 떨어지고, 2년 6개월을 구형하면 집행유예로 나온다.

500만원을 찔러주면 7년짜리를 5년으로 낮춰서 구형해주고, 세단을 사주면 집행유예로 나올 수 있는 구형을 해준다는 말도 있다.

심지어 무죄도 만들어줄 수 있다.

검사가 기소 자체를 안 하면 되니까.

어떤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매년 기소조차 안 하는 범죄가 상당하다.

공교롭게도 동료 검사이거나 상류층 인사들이 연루된 사건이 대부분이다.


“우린 비자금 조성 한 적 없어. 그것만큼은 자신 할 수 있다.”


동네 구멍가게도 장부에 과소 표시하는 것으로 비자금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자산규모 10위 권 대기업에 비자금이 없을 리가.


“법을 잘 아는 사람이 법도 잘 어길 수 있는 거잖아. 우린 세금을 납부하고 난 뒤 남은 재원으로 비자금처럼 사용했어.”

“.....?”

“가온그룹은 법인세를 납부하고 난 뒤, 그 재원으로 대주주에게 배당을 하고, 아, 넌 배당 안 받고 증자를 하니 빼고, 암튼 배당소득세를 납부하고, 그런 과정을 다 거치고 난 뒤의 자금을 비자금형식으로 가지고 있다가 로비나 리베이트에 썼어. 과세와 관련한 당국이 관여할 여지가 없지. 이미 세금은 적법하게 냈으니까. 또 다온로펌이나 회계법인에게 용역을 발주하고 그 대가를 높게 책정한 뒤 해당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이 아예 수입으로 계상을 하고 법인세까지 납부한 뒤에 그 금액으로 해당 분야 로비를 했지.”


이 당시에는 고난도 수법(?)이라면 수법이라고 할 수 있다.

가온그룹과 다온로펌이 비밀을 공유할 만큼 매우 밀접한 관계여서 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룹은 비자금을 조성한 적도 불법 로비를 한 적이 없어. 검사가 뇌물공여자가 누구인지 증명하는 게 조금 곤란해져. 가온인지, 아니면 제3자인 법무법인 또는 회계법인인지. 얼마든지 가온은 빠져나갈 수 있고. 다온로펌과 회계법인에는 으리으리한 전관들이 포진해 있어서 알아서 유야무야 넘어갈 거야.”

“세무당국은?”

“우리 그룹은 비상장기업이라 공시의무가 그렇게 빡빡하지 않잖아. 기본적인 공시의무만 준수하면 외부에서 그룹 내부를 파악하기란 매우 힘들지. 그래서 이번 서평특수 건으로 어떻게든 엮어서 쑤셔보려고 하는 거고. 그런데 그들은 아무 것도 못할 거야.”

“내가 한국에서는 그렇게 만만하게 보이고 있냐?”

“그래서 그런 건 아냐.”

“그럼 뭔데?”

“널 거꾸러뜨리면 스타가 될 수 있으니까. 언론은 미스터 할리우드라는 권력자에게 위선자라는 굴레를 씌울 수 있는 특종을, 검찰은 거물을 기소함으로써 승진 보장을, 정치인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독보적인 과점 기업 가온에 반기를 든다는 이미지를, 시민단체는 재벌을 혼내줌으로써 경제민주화를 구현을 했다는 훈장을.”

“그렇게 말하니까, 마치 내가 악당 같잖아.”

“한국에서는 기업인이 존경 받기가 그렇게 힘든 일인가 싶다. 너와 가온그룹이 아무리 사회공헌활동을 많이 해도 그건 금방 잊어버리고, 꼬투리 잡으려고 사방에서 혈안이 되니까.”


사회공헌에 매우 소극적인 모 일본계 대기업은 무슨 일인지 여러 정권에 걸쳐 한국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계열 백화점은 공익재단을 지주회사로 해서 비자금도 조성하고, 수천억 원 대의 사익을 취했음에도 15년이 지난 후에야 겨우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된다.

집행유예로 풀려나게 되는 그 집안의 주요 인사들은 경영승계도 마무리하고, 수십 년 간 조성한 비자금으로 도대체 뭘 했는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존경 따위 바라지도 않으니까, 다들 신경 좀 껐으면 좋겠다.”

“아마 특별 세무조사는 받아야 할 거야.”

“Fuck...!”


세무조사를 한다면 비자금 사건이 다 해결될 것 같지만, 사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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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7

  • 작성자
    Lv.64 마나와함께
    작성일
    23.08.22 11:21
    No. 1

    호구재벌이엿는데, 칼춤 제대로 휘둘러야겠네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4 마나와함께
    작성일
    23.08.22 11:22
    No. 2

    이왕이면 미국귀회하고, 법인도 미국으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2 쥬논13
    작성일
    23.08.22 12:16
    No. 3

    마나와함께//리메 전에는 귀화 했어요. 현재는 어찌 가실지는 다시봐야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대박난다
    작성일
    23.08.22 13:19
    No. 4

    5성 호텔 기본조건은 룸의 갯수와 직원의 비율이 1:1이라는 소문이 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5 샤이
    작성일
    23.08.23 03:58
    No. 5

    정치검찰에 끌려다니지 말고 제대로 한번 갈아엎으면 좋겠네요. 저 정도 사회적 지위와 재력이 있으면서 먄날 여기저기 휘둘리는 느낌이랄까...

    찬성: 4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08.23 06:32
    No. 6

    어차피 결혼하면 미국시민권 나오죠
    이미 영주권도 있고 저청도 재산이면
    지금도 바로 시민권 발급 가능 핲니다.
    원칙적으로 이중국적 금지지만 사업가중
    이중국적 안가진 사람 없습니다.
    중국 화웨이 딸도 중국 캐나다 이중 국적자 이죠.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9.02 18:55
    No. 7

    잘 봤어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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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 민중의 적 : EMBARGO. (4) +2 23.09.04 2,200 84 25쪽
603 민중의 적 : EMBARGO. (3) +4 23.09.02 2,404 104 24쪽
602 민중의 적 : EMBARGO. (2) +2 23.09.02 2,292 73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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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 총수란 호칭이 더 어울리는 남자? (2) +16 23.08.31 2,560 102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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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8 할리우드 겉멋 그 자체... +3 23.08.29 2,536 97 26쪽
597 안티 카페 아니겠죠? +4 23.08.28 2,438 103 25쪽
596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다. (2) +4 23.08.26 2,536 108 24쪽
595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다. (1) +5 23.08.26 2,379 103 23쪽
594 신상필벌(信賞必罰). (4) +6 23.08.25 2,478 100 22쪽
593 신상필벌(信賞必罰). (3) +4 23.08.24 2,480 107 23쪽
592 신상필벌(信賞必罰). (2) +5 23.08.23 2,505 106 25쪽
» 신상필벌(信賞必罰). (1) +7 23.08.22 2,560 97 22쪽
590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2) +3 23.08.21 2,547 104 25쪽
589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1) +5 23.08.19 2,564 88 23쪽
588 인수·합병이 여의치 않을 것 같은데. +8 23.08.18 2,584 97 23쪽
587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2) +4 23.08.17 2,559 111 23쪽
586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1) +2 23.08.16 2,585 111 24쪽
585 PayMate Mafia. (3) +2 23.08.15 2,614 117 22쪽
584 PayMate Mafia. (2) +4 23.08.14 2,622 118 23쪽
583 PayMate Mafia. (1) +4 23.08.12 2,785 103 24쪽
582 두 번째 오스카! +8 23.08.11 2,686 111 23쪽
581 인간들이 배가 불렀어, 아주! +3 23.08.10 2,590 100 22쪽
580 Pix-Art. +7 23.08.09 2,571 103 23쪽
579 부자 되세요, 꼭이요~ +4 23.08.08 2,632 109 27쪽
578 마치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것처럼.... +8 23.08.07 2,641 107 22쪽
577 흘러가게 놔두라고 하십니다. +6 23.08.05 2,712 100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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