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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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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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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인간들이 배가 불렀어, 아주!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류지호는 완벽주의자다.

적어도 영화에서 만큼은 그랬다.

이전 삶에는 그렇지 않았다.

주어진 것만 해내기에도 벅찼다.

완벽은커녕 하나의 일을 완수하는 것에만 급급했었다.

두 번째 삶을 사는 현재는 자신이 해내야 할 것들에서 만큼은 완벽하게 해낼 수가 있게 됐다.

심지어 욕심도 마음껏 부리고 있다.

다만 하고 싶은 것은 거대한데 그 만큼 여건이 성숙하지 않은 것이 문제랄까.

자신도 모르게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씩 앞 서 가는 도전을 하게 된다.

두 번의 삶을 통틀어 처음으로 해보는 3D영화는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번거로웠다.

두 개의 렌즈로 촬영한 순수 3D 영상은 한 번 잘못 촬영하면 편집과정에서 수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2D 영상을 3D로 컨버팅하는 기술이 너무 중요했다.

3D 컨버팅이 처음 기획단계보다 꽤 발전했다.

그림자부터 사람의 위치, 배경과 자연스러운 어울림까지도 모두 다시 작업할 수 있게 됐다.

입체감을 더욱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도 있다.

단 인력, 시간, 자본이 생각 이상으로 투입되어야 한다.

류지호와 DP 그리고 스테레오그래퍼는 그 부분에 관해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프로덕션에 임했다.

예산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류지호는 무작정 될 때까지 한다는 생각으로 밀어붙이는 타입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Eye-MAX 3D를 상영할 수 있는 상영관은 아직 200개가 채 되지 않았다.

일반 디지털 3D 상영관 역시 전 세계적으로 100개가 넘지 않았다.

<REMO> 최종편을 개봉할 시기에는 최대 100여 개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가 기대하는 Eye-MAX 전용 상영관 수익은 최대 4,900만 달러.

첫 주 흥행에 성공한 후, 입소문이 퍼져 3D 관람이 늘거나 장기상영을 했을 경우에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너무 앞 서 가는 거야.”


앨런 포스터의 말에 류지호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럴지도....”


<REMO> 최종편이 박스오피스 폭탄을 터트릴 것 같진 않았다.

북미 개봉에서 제작비 수준의 1.5억 달러 박스오피스 수익을 거두면 해외시장에서 최소 2.5억 달러는 가능하다.

손익분기점은 어찌어찌 맞출 수 있다.

희망회로를 돌리는 것이 절대 아니다.

최근 3~5년 사이의 할리우드 텐트폴 영화의 박스오피스를 분석해서 내린 예측치다.

각종 부가시장과 라이선스 사업을 통해 투자금 이상은 너끈히 회수할 수 있다.


“그 이야기 들었어?”

“무슨 이야기?”

“허슬러 비디오 그룹에서 Abid에 대량주문을 넣었다더라.”

“포르노 제작하는 그 허슬러?”

“응.”

“큭큭. 포르노 산업이 얼리어답터이긴 하지.”


성인영화산업은 전통적으로 새로운 홈미디어 기술의 얼리어답터(Early Adoptor)였다.

1980년대 VHS 붐이 일어났을 때, 90년대 위성 방송이 인기를 끌었을 때, 2000년에 들어와 인터넷이 대중화될 때, 그때마다 가장 먼저 신기술을 도입했다.

이전 삶에서 <아바타>로 3D붐이 일어났을 때, 본격적으로 3D 영상물을 쏟아낸 곳도 성인영화업계였다.


“HD로 전환하는 시기일 텐데, 벌써 UHD 영화를 만들겠다는 건가?”

“몇몇 유명 포르노 배우가 촬영을 거부하고 있대.”

“아무래도 HD화질부터 지나치게 정밀한 묘사가 가능하니까.”


3D 성인물의 역사는 꽤나 오래됐다.

이미 1969년부터 제작되었다.

소프트코어 영화인 <스튜어디스들>이 최초의 3D 성인물 중 하나다.

이 영화는 초기 X등급으로 분류돼 극소수의 극장에서만 상영됐다.

이후 R등급으로 재분류돼 보다 많은 극장에서 상영됐는데, 가장 이익을 많이 남긴 3D 영화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불과 10만 달러 정도의 제작비로 2,7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빅7이 인터넷 VOD와 스트리밍 서비스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을 때, 성인영화업계는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괜찮겠어?”

“뭐가?”

“JHO 계열사가 포르노 업계에 제품을 팔았잖아.”

“그렇게 따지면, ARiCH와 SONIC도 비난받았어야지. 그들 제품으로 매년 막대한 양의 성인영화가 제작되고 있잖아.”

“....그러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바로 이 시간에도 LA 서북쪽 실리콘밸리(IT메카와 전혀 다른 의미)에서 포르노를 촬영해 전 세계에 보급하고 있다.

미국에선 포르노 제작이 합법이다.

단 미성년자, 법률 상 위배되는 내용 등은 심의에서 철저히 걸러낸다.

적발될 경우 매우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

어쨌든 성인영화 산업계 역시 영화장비 및 소프트웨어 업체의 주요한 고객이다.


“더 이상 재촬영이나 보충 촬영은 없는 거야?”

“응.”


인하우스 툴 성능이 대폭 개선되면서 Hues & Rhythm Studios 자체적으로 원본에 조정과 수정의 폭이 상당이 넓어졌다.


“다행이다.”


이번 영화에서 유달리 엄살이 심한 앨런 포스터다.

류지호의 못마땅한 표정에 찔끔해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MPAA 보고서 안 봤어?”


매년 3월 15일 아카데미 주간을 앞두고, 미국영화협회(MPAA)가 공식 보고서를 발표한다.

미국 영화 전반에 걸친 각종 통계와 업계 현황을 정리·분석해서 발표하는데, 때로는 영화산업의 중요한 이슈들을 공개하기도 한다.


“주요 스튜디오에 먼저 보냈더라고. 트라이-스텔라 본사에서 통계를 확인했지.”

“할리우드 제작비와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는 게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잖아.”

“빅 세븐이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 않으니까 정확한 수치는 아니겠지만, 10년도 지나지 않아 두 배가 상승했어. 이러다 영화 제작해서 수익은커녕 투자금 회수에 급급할 것 같아.”


할리우드의 평균 제작비는 1996년 3,980만 달러에서 2003년에 6,38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평균 마케팅 비용도 1,980만 달러에서 3,900만 달러로 큰 오름세를 보였다.

올 한 해 할리우드 빅 세븐이 영화에 쏟아 부을 총금액은 68억 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마케팅 비용 39억 달러를 제외한 수치다.

가장 많은 제작비를 예산서에 올린 스튜디오는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다.

<해리포터>, <킹콩>, <우주전쟁>, <미션임파서블Ⅱ> 등 예산을 깎으려야 깎을 수 없는 프로젝트 덕에 대략 17억 달러를 제작 총예산으로 잡아놓고 있다.

그 뒤를 이은 스튜디오는 워너-타임이다.

<배트맨 비긴스>, <찰리와 초콜렛 공장> 등 약 15억 달러를 제작 총예산에 투입할 계획이다.

<게이샤의 추억> 등을 제작할 소닉-콜롬비아스는 10억 달러를 지출할 예정이고, <캐리비안의 해적Ⅱ> 등의 라인업을 예고한 LOG는 10억 달러가량을 영화제작에 들인다.

20세기 PARKs는 <판타스틱 포> <킹덤 오브 헤븐> 등을 포함해 8억 달러를, 유니벌스는 7.5억 달러를 제작 총예산에 배정했다.

패러마운틴은 7억 달러의 예산을 들일 계획이다.


“톱스타 개런티가 올라도 너무 올랐어.”


스타 캐스팅이 해외시장과 DVD 및 각종 부가시장에서 큰 도움이 된다고 하는 것이 할리우드의 뿌리 깊은 신앙이다.

그러니 캐스팅 비용은 매해 수직상승 중이다.


“VFX에 힘을 줘야 한다면서도 비용을 말도 안 되게 후려치면서 스타에게 지불하는 돈을 깎기는커녕 너도나도 올려주지 못해 안달이니.... 쯧.”

“톱스타들이 갈수록 더 많은 개런티를 요구하는데 제작사가 버틸 재간이 있겠어?”

“동업자 의식이란 게 없어.”


기대작의 경우 마케팅 비용을 제작비 대비 65%는 최소한 들여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며, 와이드릴리즈 및 대대적인 광고가 따라붙어야 DVD 판매와 해외시장에서도 웬만큼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앨런 포스터가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비용을 줄일 방법이 보이지 않아. 우리가 남들에게 몸무게를 속이는 것처럼, 지금 할리우드에선 모든 사람들이 제작비에 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윌리 워커는 류지호의 친구다.

친구가 높은 출연료를 받고 영화에 출연하는 것은 축하해 줄 일이다.

헌데 자신의 영화에서 몸값을 높게 부르면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류지호는 1.5억 달러짜리 영화를 찍어보며 예산의 엄청난 무게와 진퇴양난의 현실이 피부에 직접 와 닿았다.


“티켓 파워가 확실한 슈퍼스타는 한정적이고 매해 1,000편 가까이 제작되고 있으니.... 자기 영화에 출연시키기 위해 더 많은 수익을 보장해 줄 수밖에 없는 것은 이해가 가긴 하는데. 해도 해도 너무 한 것 같아.”


앨런 포스터는 제작자의 입장이기에 푸념을 늘어놓겠지만, 배우 입장에서는 자신의 대우가 여전히 턱없이 적다고 느끼고 있다.

특히나 DVD와 인터넷 VOD 같은 새로운 매체의 등장에 대해 자신의 몫을 챙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작사들은 죽을 맛이다.

제작비와 마케팅 비용은 해마다 폭증하는데 새로운 매체로 각광받은 DVD와 온라인에서는 불법 다운로드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TV시청률도 감소 추세이며 비디오 시장은 언제 사망 선고를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축되었다.

메이저 스튜디오의 고민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지만, 명확한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그나마 D-Cinema를 통한 필름값 절약과 배급비용 감축을 기대하기는 하는데....

앨런 포스터가 한참을 MPAA 보고서 내용을 늘어놓았다.


드르륵.


류지호가 서랍에서 밀린 보고서 뭉치를 꺼내자, 앨런 포스터가 하던 말을 멈추고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앨런 포스터가 사무실을 빠져나가고 조용해진 집무실에서 류지호가 보고서를 펼쳤다.

보고서를 가득 채우고 있는 숫자들의 향연.

2003년 JHO Company Group 자회사와 계열사들의 실적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류지호가 팔꿈치를 책상에 댄 채 손가락으로 턱을 쓸었다.


“...음.”


2002년 영화 사업 부문은 북미 박스오피스 줄 세우기로 엄청난 매출과 영업이익을 거뒀다.

작년에는 그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10위 안에 다섯 편을 올렸다.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11억 달러), <매트릭스 : 리로디드>(7.4억 달러), <매트릭스 : 레볼루션>(4.3억 달러), <터미네이터Ⅲ>(5.9억 달러), <X-맨Ⅱ>(4.7억 달러> 등.

2억 이상 박스오피스를 기록한 영화로는 <데어데블>, <스쿨 오브 락>, <미녀삼총사 : 맥시멈 리스크> 등이 있다.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 영화 사업은 전년도에 비해 매출이 크게 늘진 않았다.

그럼에도 60억 달러 가까운 수준을 유지했다.

ParaMax Entertainment는 <마스터 앤 커맨더>가 힘겹게 본전을 맞출 수 있었지만, <디 아워스>, <킬 빌 Vol 1>, <콜드 마운틴> 등이 제작비 대비 훌륭한 박스오피스 수입을 거둠으로써 19억 달러라는 꽤나 준수한 매출을 기록할 수 있었다.

자회사인 JHO/Working Title Films이 <러브액츄얼리>(2.4억 달러), <쟈니 잉글리쉬>(1.6억 달러) 두 편을 흥행시켜 쏠쏠한 영업이익을 올렸다.

사실 2002년이 비정상적인 매출 폭등이었다.

한동안 그때의 박스오피스 줄 세우기를 재현하긴 어려웠다.

류지호가 보고서를 넘기다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후우...”


<타이탄AE>.

PARKs Animation Studios에서 2D 셀 애니메이션 방식으로 준비하던 프로젝트를 Hues & Rhythm Studios가 인계받아 2D와 3D가 혼합된 Eye-Max 3D 포맷으로 제작됐다.

감독 교체를 비롯해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예산은 무려 9,300만 달러가 투입됐다.

제작 기간 역시 2년 넘게 걸렸다.


‘본전치기만 하자고 생각했는데.....’


작년 여름 개봉해서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었다.

다만 부가시장과 캐릭터 라이선스 등으로 약간의 돈을 벌었다.

이전 삶에서 <타이탄AE>는 박스오피스 폭탄을 터트린 애니메이션이었다.

망할 운명의 애니메이션을 살려보겠다고, Hues & Rhythm Studios 기술과 창의력이 총동원되고 Eye-MAX 3D 포맷까지 적용했다.

나름 유익한 시간이었다.

Full 3D 애니메이션 경험이 전혀 없었던 Hues & Rhythm Studios에게 2년이라는 제작기간은 관련 프로세스를 학습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니까.

물론 VFX 기술과 애니메이션의 완성도는 다른 문제다.

영화의 재미라는 것이 기술이 전부가 아니기에.

결과적으로 Hues & Rhythm Studios는 <타이탄AE>를 통한 절반의 성공으로 애니메이션 제작에 자신감을 얻었다.

관련한 VFX 기술들이 <REMO> 최종편까지 이어졌다.

영화 부문에서 다소 주춤했지만,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 그룹의 매출은 무서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위성사업, 해외사업, TV·케이블채널 사업의 높은 성장세 덕분이다.

위성방송계의 라이벌 EchoSatellite의 성장세가 주춤한 사이 JHO/DirecTV는 매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면에서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척 케리를 CEO로 영입한 후로 남미사업 부문이 회생하고 있다.

마침내 남미사업까지 흑자로 돌아서기 시작했고, 가입자 수에서도 30만 명이 늘어 2백만 가입자를 돌파했다.

북미 또한 70만 명이 증가해 가입자 1,300만 명을 돌파했다.

74개였던 JHO/DirecTV 방송망에 편입된 도시가 94개로 늘어나 EchoSatellite의 104개를 바짝 따라붙었다.

사소한 부분은 UFC와 E-스포트 사업 분야에서 유의미한 매출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 정도.

2002년, 276억 달러 매출, 42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거둔 바가 있다.

작년에는 총매출이 더 늘어 300억 달러에 가까워졌다.

모두 위성방송 및 TV부문과 Timely 엔터테인먼트의 매출 증대에 힘입은 바가 컸다.

유니벌스뮤직그룹 연결회계가 포함되지 않은 JHO Company Group의 포춘지 선정 ‘글로벌 500대기업‘ 순위는 대략 90위 권 대다.

유니벌스뮤직그룹이 포함된다면 순위가 껑충 뛰어오른다.

글로벌 10대 복합미디어그룹과 비교해도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다만 UOL/워너-타임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주가가 형편없든 어쨌든, UOL/워너-타임 그룹은 여전히 400억 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총매출에서는 여전히 상대가 되지 않지만, 미디어 부문 매출만큼은 JHO Company Group이 2003년 한정 세계 1위 복합미디어기업이다.


“Pixart를 인수하게 되면 영화사업 부문은 그냥 쭈욱~ 1위를 유지할 것 같긴 한데....”


JHO Company가 산하에 두고 있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Pixart Animation Studios가 더 대단하다.

인수하는 것이 좋긴 하지만, 기업 인수나 합병이 UOL과 워너-타임의 사례처럼 무조건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은 아니기에 심사숙고 중이다.

회사마다 기업문화와 비즈니스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Pixart는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위명을 떨치기 전에는 컴퓨터 사업부가 따로 존재했었다.

스테픈 잡스가 MacIntosh로 복귀한 후로는 유명무실한 사업부문이 되어버렸지만, 여전히 컴퓨터 사업부의 천재들이 랜더맨 같은 프로그램과 자사 작품을 위한 전용 파이프라인을 개발해내고 있다.

VFX 스튜디오 가운데 LMI 수준의 슈퍼컴퓨터 시스템과 워크플로우를 자랑하는 곳이 Pixart Animation Studios다.

비록 스테픈 잡스가 Pixart에서 컴퓨터 개발에는 실패했지만, 그가 남긴 유산이 Pixart가 자랑하는 그래픽과 각종 디지털 기술을 살찌우고 있다.

그 부분만큼은 할리우드 양대 VFX 스튜디오인 Hues & Rhythm Studios도 한 수 접어야 할 정도다.


“갑자기 갖고 싶네... Pixart! 그것도 간절히!”


소유하되 경영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여전히 유효한 원칙이다.

지주회사 JHO Company Holdings를 정점으로 그룹 규모의 중간지주회사들이 여럿 있지만, 이사회 의장실에서 각 중간지주사에 경영적 지시를 내리는 일은 거의 없다.

중간지주회사 역시 자회사에 대해 일일이 경영적인 간섭을 하진 않는다.

가령 게임 사업 부문에서 중간지주회사 Snowstorm Entertainment 산하에 Sierra On-Line, TorqueBox, Halve Games Corp 등 굵직굵직한 자회사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각기 독립경영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TorqueBox는 Snowstorm의 인하우스 게임 엔진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언리얼 엔진Ⅱ로 <브라더스 인 암스>를 개발 중이다.

Halve Games Corp.은 모회사 Snowstorm의 배틀넷에서 독립적으로 Valve 플랫폼을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런 경영적 행위를 모회사에 보고하거나 승인받을 필요가 없다.

다만 개발비용이 부족하거나 신사업을 펼칠 때는 모회사와 협의를 해야 한다.

간혹 오너인 류지호를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류지호는 그들의 청을 대부분 들어주는 편이다.

그들이 원하는 자금이라고 해봐야 고작(?) 1,000만 달러를 넘지 않기 때문이다.


우드득!


류지호가 크게 기지개를 켰다.

미국 사업은 문제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

단 한 곳만 빼놓고.


“윌 이 인간은 마크와 왜 또 밥그릇 싸움질이래....?”


StreamFlicks는 윌모트 헤이스팅스와 마크 버네이스가 공동 창업했다.

사업기획을 한 윌모트는 류지호로부터 투자를 유치했고, 마크는 사업의 기초부터 모든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초기에는 마크 버네이스가 StreamFlicks를 전담하다시피 했다.

윌모트 헤이스팅스는 평소 관심분야인 사회공헌가 활동에 매진하며 회사에 조금은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다.

몇 년을 겉돌던 윌모트 헤이스팅스는 2002년부터 회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제법 죽이 잘 맞았다.

본래 역사대로라면 홈 엔터테인먼트의 강자 블록버스터에 StreamFlicks 인수를 요청했겠지만, JHO Company Group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가입자는 폭증하고 기나긴 적자의 터널을 이제 막 벗어나고 있다.

내부적으로 윌모트는 본격적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주장했다.

반면에 마크는 시기상조라며 반대하고 있다.

두 사람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두고 반목하는 사이 StreamFlicks 의사결정 권력이 윌모트 헤이스팅스로 점차 이동하기 시작했다.

즉 사내정치에서 마크가 소외되었다.

현재 두 사람은 StreamFlicks 내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며, 완전히 사이가 틀어진 상태라고 보고서에 적혀 있었다.


“옛말에 동업 하다 갈라서면 원수가 된다고 하던데. 이 인간들이 배가 불렀어, 아주...!”


❉ ❉ ❉


아카데미 상(Academy).

혹은 오스카 상(Oscar Awards).

1927년부터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 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의 회원들이 그 해의 영화들 중에서 투표, 선정하여 시상하는 영화상이다.

미국 국내 영화상이지만,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한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영화 시상식이다.

가장 최근인 2000년에는 시상식 일주일을 앞두고 준비해둔 트로피가 도난당한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시상식 주최 측이 다급하게 트로피를 다시 제작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도난당한 오스카 트로피는 시상식을 코앞에 두고 LA 한인타운의 한 식당 옆 쓰레기통에서 발견되었다.

2년이 흘렀음에도 아직까지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 외에도 해마다 이런저런 사고들이 은근히 많았다.

수상 문제로 말이 많아 크게 주목을 끌지 않아서 그렇지.

암튼 아카데미 수상자는 회원들의 투표로 선정된다.

류지호를 아카데미 회원으로 아는 대중들이 꽤 많았다.

실상은 작년 처음 공식 아카데미 회원이 되었다.

몇 해 전부터 류지호가 아카데미 회원이 아닌 점에 말이 많았다.

명실 공히 빅 세븐의 주인이자, 아카데미 작품상 공동수상자이며, 골든글로브 수상자를 비롯해 수많은 수상 경력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 회원이 되지 못한 것이 할리우드 안팎에서 제법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심지어 ‘Mr. Hollywood‘라고까지 불리는 류지호가 아카데미 위원회 아닌 점에 음모론까지 등장했다.


“미국 시민이 아닌 점이 문제라면 외국 영화인을 위해 마련해 둔 국제회원에라도 선정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2003년 이 시점에서 AMPAS 회원은 모두 5,803명이다.

그 가운데 배우가 1,298명으로 가장 많았다.

해외 영화인(외국인) 회원 수가 가장 적었다.

아시아 회원은 다섯 명도 안 된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사단법인 AMPAS에서 모든 걸 주관한다.

이 단체에 회원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후보로 오른 적이 있거나 기존 회원 2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하며 최종적으로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결정된다.

아카데미 회원이 되었다고 해서 모두가 투표권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회원 개개인이 작품 및 흥행, 평단의 반응 등 일정 포인트를 쌓아야 투표권이 생긴다.

기본 조건 중에 일반적으로 영화감독과 각본가는 1편 이상이면 되지만, 제작자와 스태프, 배우는 대략 3편 이상은 참여 경력이 있어야만 투표권이 생긴다.

한번 투표권이 생겼다고 영구히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대략 5년 이상 영화에서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 투표권이 박탈된다.


- 감독 부문 회원인지, 프로듀서 부문 회원인지 명확히 해 달라.


AMPAS 측이 류지호에게 요구한 사항이었다.

그걸 왜 당사자에게 확인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작가의말

아카데미 회원 관련 내용들은 당시 상황에 따른 것들입니다. 현재는 많은 부분에서 변했습니다. 특히 아시아 회원수도 많아졌고 특히 한국영화인 회원도 많아졌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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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7 안티 카페 아니겠죠? +4 23.08.28 2,438 103 25쪽
596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다. (2) +4 23.08.26 2,536 108 24쪽
595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다. (1) +5 23.08.26 2,379 103 23쪽
594 신상필벌(信賞必罰). (4) +6 23.08.25 2,478 100 22쪽
593 신상필벌(信賞必罰). (3) +4 23.08.24 2,481 107 23쪽
592 신상필벌(信賞必罰). (2) +5 23.08.23 2,506 106 25쪽
591 신상필벌(信賞必罰). (1) +7 23.08.22 2,560 97 22쪽
590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2) +3 23.08.21 2,547 104 25쪽
589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1) +5 23.08.19 2,564 88 23쪽
588 인수·합병이 여의치 않을 것 같은데. +8 23.08.18 2,585 97 23쪽
587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2) +4 23.08.17 2,559 111 23쪽
586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1) +2 23.08.16 2,586 111 24쪽
585 PayMate Mafia. (3) +2 23.08.15 2,615 117 22쪽
584 PayMate Mafia. (2) +4 23.08.14 2,623 118 23쪽
583 PayMate Mafia. (1) +4 23.08.12 2,785 103 24쪽
582 두 번째 오스카! +8 23.08.11 2,687 111 23쪽
» 인간들이 배가 불렀어, 아주! +3 23.08.10 2,591 100 22쪽
580 Pix-Art. +7 23.08.09 2,571 103 23쪽
579 부자 되세요, 꼭이요~ +4 23.08.08 2,633 109 27쪽
578 마치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것처럼.... +8 23.08.07 2,641 107 22쪽
577 흘러가게 놔두라고 하십니다. +6 23.08.05 2,712 100 22쪽
576 REMO : ....or Maybe Dead! (11) +8 23.08.04 2,590 106 27쪽
575 REMO : ....or Maybe Dead! (10) +4 23.08.03 2,557 104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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