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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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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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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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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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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이틀 후.


MARS-X Corp. 본사가 소재한 호손(Hawthorne)에 류지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기자동차의 미래는 배터리 기술의 발전과 가격 하락에 달렸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일론 리브스가 Thesla Motors의 비전을 술술 늘어놓았다.

리튬이온전지가 어떻고, 병렬연결이 어떻고.


“많은 전기차 업체가 이 문제로 무너질 거야. Thesla 역시 보급형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 벽을 넘어서야 해.”


류지호는 Thesla Motors 때문에 약간의 공부를 해 보았다.

그저 무거운 배터리 중량, 긴 충전 시간, 비싼 가격 등으로 상용화가 늦어졌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헌데 배터리 산업이 생각했던 것보다 진입장벽이 꽤나 높았다.

다른 공학 분야와 달리 유독 배터리 분야의 기술적 발전이 더딘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전기차를 생산하는 걸로 충분하지 않아. 시장 수요를 예측하고 말고를 떠나서 충전 인프라를 함께 갖춰야 하지. 중장기적으로 Thesla는 강제로 수요를 창출하는 전략을 펴야 해.”

“배터리 가격에 따라 차량 가격이 결정되는 문제는?”

“배터리 업계가 알아서 하도록 기다릴 게 아니라 직접 생산해야지 뭐.”


지나친 자신감의 발로인지.

현실감각이 전혀 없는 것인지.


“배터리 회사들이 가격을 안 내려? 그럼 내가 내려버릴 거야. 내 계산으로는 대략 2020년에는 Thesla 전용 배터리 공장이 준비되어 있어야 할 거라고 봐. 그러기 위해서는 2010 전에는 그와 관련된 계획이 마련되어 있어야 하겠지.”


자신이 Thesla Motors를 진두지휘해야 함을 역설하려는 것일까.


“배터리 생산 기지를 가지고 있으면 좋은 게 뭔 줄 알아? 잉여 생산물을 일반 배터리 용도로 팔수도 있다는 거야.”


일론 리브스는 맹탕이 아니다.

나름 전기차 사업에 대한 확고한 플랜이 세워져 있었다.


“네가 들떠있는 줄 알았어.”

“들 떠 있지. 얼마나 하루하루가 흥분되는데. 너처럼 살고 싶지 않아. 나는. 돈을 버는 것보다 내 꿈과 이상을 사람들에게 증명하는 것에서 보람을 느끼니까.”


사기꾼 제일 덕목이 말을 솔깃하게 잘한다는 것인데....


“PayMate 이사회에서 축출되고 나서 생각했어. 돈을 벌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아니라 인류의 미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하고. MARS-X와 Thesla 둘 다 인류의 미래라고 확신해.”

“리더가 완벽주의자라고 해서 함께 하는 이들을 숨 막히게 하진 않아.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옆도 돌아봤으면 좋겠다. 친구야~”

“불가능해. 세상이 얼마나 빨리 변하는데.”


어련 하려고.

사실 일론 리브스는 사소한 어려움을 있었어도 비즈니스 부분에서 큰 시련을 겪어 본 적이 없다.

그런 면에서 류지호와 비슷한 면이 많았다.

둘 다 언론에서 ‘괴짜‘라고 규정하는 것도 똑같고.

다만 류지호는 이전 삶에서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그것으로 인해 실패를 처절하게 겪었다.

그 기억과 경험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는 것이 그와 크게 달랐다.


“돈 필요 하면 말해.”

“내게 투자하고 싶다고 하는 사람이 호손부터 팔로알토까지 이어져 있어. 오다 못 봤어?”

“나보다 돈 많은 사람 있어?”

“재수 없는 자식.”


나쁜 놈이든, 좋은 놈이든.

남이 뭐라 하든 친구라면 믿어야 했다.

모두가 좋은 말만 할 때 친구라면 쓴소리를 할 줄 알아야 하고.

점차 나르시스트가 되어가는 일론 리브스다.

류지호의 충고를 귀담아 들을지 자신할 순 없지만.


“저스틴은 좀 어때?”

“많이 힘들어하지. 쌍둥이잖아.”


일론 리브스의 아내는 현재 임신 중이다.

2000년에 결혼해 첫 아이가 유아 돌연사 증후군으로 죽음 맞이한 아픔이 있었다.

몇 달 후면 쌍둥이를 출산하게 된다.


“Jay.... 2억 달러라는 큰돈을 투자한 Thesla의 미래에 대해 우려할 수 있어. 이해해. 하지만 혼란 속에서 질서가 만들어지는 거야. 반드시 Thesla를 성공시켜 보일 거야. 날 믿어.”

“말만 앞세우는 녀석치고 잘되는 꼴 못 봤다.”

“난 달라.”

“어련 하겠냐?”


이후로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사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일론 리브스 주변에는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투자를 바라는 스타트업 창업자들도 수시로 찾아왔다.

자금난을 겪던 캘리포니아의 전기자동차 스타트업 'Thesla'의 창업자 마르틴 에버허드도 그런 이들 중에 한 명이었다.

올해 2월에 MARS-X Corp. 본사 소재지 호손에서 일론 리브스는 Thesla 창업자를 처음 만났다.

창업자들은 은근히 일론 리브스를 통해 류지호와 연결되길 바랐다.

그런데 Thesla의 기술 발전성과 로드맵에 대해 듣게 된 일론 리브스는 친구를 소개시켜주는 것 대신 자신이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투자 조건으로 이사회 의장을 요구했다.

두 창업자는 순순히 요구를 받아들였다.

일론 리브스 혼자 초기 개발비를 책임졌지만, 전기차 개발은 돈 잡아먹는 하마였다.

외부 투자를 받을 생각이 없었던 일론 리브스는 할 수 없이 경영권에 전혀 욕심을 부리지 않는 친구 류지호를 끌어들였다.

류지호는 통 크게 2억 달러를 2년에 걸쳐 분할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투자계약이 체결되고 Thesla Moters의 초기 핵심멤버들이 속속 합류하기 시작했다.


“최고급 스포츠카를 지향한 전기자동차인 '로드스터'를 만들어 내겠다!”


언론을 향해 일론 리브스가 자신감을 드러냈다.

모두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

동화책 속에서만 나오는 결말일까.

내부적으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초기 다섯 명의 핵심멤버 중에서 이탈자가 나오기 시작하고, 최초 설립자였던 마르틴 헤버허드도 너저분한 법정분쟁을 치루며 일론 리브스와 갈등한다.

초창기 핵심 멤버들을 회사에서 쫓아낸(?) 일론 리브스는 ‘로드스터’ 출시 전후로 Thesla Moters를 자신의 왕국으로 만들게 된다.

그때부터 일론 리브스의 좌충우돌이 본격적으로 만개하기 시작하고.

Thesla가 창업부터 일론 리브스 왕국이 될 때까지 이루다 말할 수 없는 사연들이 있다.

어찌 되었든 일론 리비스는 모빌리티의 혁신가란 칭호를 얻게 된다.


‘딱히 뒷배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일론 리브스는 거침이 없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주도적으로 살아가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일론 리브스는 남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인물이다.

그로 인해 시장질서가 혼탁해지고,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적 비용이 들기도 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오게 되지만.

본인은 죽어도 후회가 남지 않는 삶을 살게 된다.

실리콘밸리 슈퍼스타들처럼 살다 죽는다면.


‘후회가 남지 않을까?’


류지호가 보기에 그들은 막대한 부는 거머쥘지는 몰라도 명예는 얻지 못할 것 같았다.

왜냐하면 실리콘밸리가 일반 대중들이 아는 것처럼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그 동네는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모순이 지배하는 곳이기에.

세상에 없는 기술이나 사업 모델을 팔아서 투자를 받는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하는데, 성공은 가뭄에 콩 나듯 나오지만 실패에 대해서는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도리어 실패를 두둔한다.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은 투자자들조차 돈을 날려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사기와 과장이 미덕으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이 동네를 ‘창업과 혁신의 메카’ ‘세상을 바꾸는 기술의 탄생지’로 부른다.

혁신의 성지란다.

일론 리브스는 생산 공장도 없는데 전기자동차의 대중화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팔고 있다.

우주로켓 발사 시험도 안 해보고 ‘화성 식민지 개척’을 외치고 있다.

실리콘밸리 슈퍼스타들과 사기꾼의 차이는 별 거 아니다.

될 때까지 속이는 기술이 통하느냐, 그전에 먼저 발각되었느냐.

그 차이 뿐이다.

사기와 기만으로 만들어진 성은 결국 무너지게 마련이다.


“마지막에 살아남는 건 진짜뿐이라고 말하지만.... 글쎄다.”


문제는 미국식 자본주의 시스템이 기만으로 쌓아올린 성이 무너지지 않게 막아준다는 것이다.

그 성을 쌓는데 들어간 자금이 어마어마하기에.

실리콘밸리라라는 모순의 세계에 류지호의 막대한 자금 역시 물려있다.


✻ ✻ ✻


유니벌스뮤직그룹 산하 녹음 스튜디오에서 마왕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강철의 심장 천둥의 날개 펴고, 결단의 칼을 높이 든 자여. 복수의 이빨 증오의 발톱으로 우리의 봄을 되돌려다오.]


‘Save Us'가 수록된 앨범은 마왕 스스로 사운드 면에서 완성을 이루었다고 공언한 앨범이다.

앨범에 대한 자신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기에 할리우드 영화 OST에 참여하면서도 고개를 빳빳이 들 수 있었다.


[Save Us, Save Us, Save Us....]


밴드 N.E.B는 로이 호너 작곡가와 함께 <REMO : ...or Maybe Dead!>에 삽입될 스코어 녹음과 추후 발매될 OST 녹음을 함께 진행했다.

사운드 디자인을 책임진 라이언 클라이스는 <The Killing Road>부터 류지호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밴드 N.E.B의 ‘Save Us'를 새롭게 영화 믹싱용 소스 녹음과 OST 발매용 녹음을 따로 진행했는데, 입체적인 사운드 디자인을 위해서다.

완성된 곡을 볼륨과 채널 분리만으로 믹싱을 하는 것보다 악기소리와 연주 하나하나를 자신의 통제 하에서 영상과 매치시키고 싶어 하는 스타일이다.

그는 엠비언스, 다이얼로그, 효과음, 음악 등이 Eye-MAX가 구현하는 입체음향 시스템 하에서 정확하게 계산되어 극장에서 구현되길 바랐다.

3D 영화는 한동안 맥이 끊어졌다.

좋은 레퍼런스가 없다.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내야 했다.

입체적인 영상과 사운드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특별한 디자인과 주파수를 찾아내야 하는 숙제가 있다.

열흘이라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N.E.B는 이틀 만에 녹음을 마치려고 했다.


“빨랑 해치우고 노는 게 나아요.”


마왕은 영화음악가 로이 호너는 물론이고 사운드를 책임지고 있는 라이언 클라이스와도 긴밀하게 대화를 나누며 녹음을 진행했다.

류순호도 은근슬쩍 그 사이에 끼었다.

그의 아이디어로 성사된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 대가 반열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로이 호너는 할리우드 톱 작곡가다.

조금이라도 더 배우기 위해 류순호는 그의 주변을 얼쩡거렸다.

실제 녹음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N.E.B 밴드 멤버들도 프로, <REMO>팀도 프로니까.

영화에 쓰일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주하고 노래했기 때문에 반나절 만에 끝났다.


“OST 앨범에 들어갈 곡은....?”

“폴리도 레이블 녹음을 전담하는 엔지니어와 작업하게 될 겁니다.”


참고로 유니벌스뮤직그룹 산하에서 신인 록 밴드가 많이 소속된 곳이 폴리도 레이블이다.

한국에서 온 슈퍼밴드이지만, 미국에서는 신인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며칠 동안 스튜디오 두 곳을 옮겨 다니며 녹음을 한 후, N.E.B 밴드 멤버들과 <REMO> 사운드팀이 벨에어의 류지호의 집에 초대되어 저녁을 먹고 가벼운 파티를 즐겼다.

라이언 클라이스도 소싯적 언더그라운드 세션맨으로 활동한 전적이 있다.

스튜디오 엔지니어들도 어릴 때 밴드 경험을 한 번 쯤 해봤기에 주로 음악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한국에서 찍는 영화 음악작업 한 번 해 볼래?”


갑작스런 형의 제안에 류순호가 두 눈을 껌벅거렸다.

얼른 정신을 수습하고 되물었다.


“내가 해도 돼?”

“안 될 게 뭐가 있어? 감독이 원한다는데.”

“일단 시나리오 줘봐.”

“어쭈? 건방지게 시나리오를 달라고 해?”

“시나리오를 읽어봐야 내가 할 만 한지 아닌지 알거 아냐.”

“이메일로 보내 놓을 테니까 읽어봐.”

“알겠어.”

“계속 미국에서 음악하게?”

“형은 내가 한국으로 들어갔으면 좋겠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한국에 들어가겠다면 스튜디오 차려 줄게.”

“나도 스튜디오 차릴 정도는 되거든.”

“무슨 돈으로?”

“광고음악도 하고, 영화도 몇 편 했잖아. B 무비이긴 하지만. 작은 녹음실은 내 힘으로 차릴 수 있어.”

“형이 공짜로 스튜디오 차려주겠냐? 투자야 인마. 나중에 노예처럼 일해서 갚아.”

“일단 시나리오 읽어 보고.”

“그래라.”


류순호도 이젠 어엿한 작곡가다.

미국에서 영화음악 작곡으로 스무 곡 넘게 저작권 등록도 되어 있다.

B Movie라고 겸손을 떨었지만, 사실은 독립영화 몇 편의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학생 단편영화 참여는 수십 편이나 된다.

<민중의 적> 후속편같이 전형적인 장르 영화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

류지호는 N.E.B의 리더 마왕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진정한 딴따라라고 할 수 있지.. 음악이나 말빨이나....’


대중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다소 갈리지만, 그의 노래와 음악만큼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세상에 길들여짐이지. 남들과 닮아가는 동안 꿈은 우리 곁을 떠나네.]


- N.EX.T 1집 ‘영원히’ 중에서....


❉ ❉ ❉


오랜만에 류지호가 네버랜드 랜치를 방문했다.

선객이 있었다.

또래의 백인 남자와 악수를 나눴다.


“브랜 래넛이라고 해. <러시아워>시리즈를 감독했어.”


영어에는 존댓말이 없다.

그렇다고 해도 예의범절이 언어표현상에서 없지는 않다.

일례로 영국 출신의 매너 좋은 사람들은 'Please'를 입에 달고 산다.

또 상류층 사교계 모임에 자주 참석하는 경우에는 ‘그것 줘봐’라는 표현 대신에 ‘그걸 내게 줄 수 있겠어요?’라는 식으로 정중한 표현을 쓰기도 한다.

대화를 나눌 때 ‘Thank you'라는 표현도 자주 쓰고, ’Yes' 대신 ‘Please'를 쓰기도 한다.

그렇듯 영어에도 예의를 갖춘 표현은 얼마든지 있다.

조금만 표현에 신경 쓰면 얼마든지 상대에게 교양 있는 사람 티를 팍팍 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브랜 래넛이란 사람은 초면부터 싸가지 없음을 대놓고 드러냈다.

뉴욕대에서 영화를 전공했다고 자랑하는데, 배운 놈 치고 예의를 밥 말아 먹은 느낌이다.

사실 류지호의 선입관이 크게 작용했다.

이전 삶에서 할리우드 ‘Me Too’의 양대 산맥 같은 인물이었으니까.

할리우드 제작자에 웨인스타인이 있다면, 감독에는 브랜 래넛이 있었다.

보도를 통해 접한 사실만 봐도 저질도 이런 저질이 없다.

원래라면 그는 <X-맨>과 <프리즌 브레이크>를 연출해야 했지만, 그럴 일은 없다.

그가 라이언 징거 정도의 연출력을 보여준 상업영화 감독도 아니고, 그를 대체할 감독을 할리우드에 널리고 널렸으니까.

브랜 래넛을 없는 사람 취급한 류지호가 마이키 잭슨에게 물었다.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요?”

“날 따라와.”


두 사람이 서재로 자리를 옮겼다.

류지호가 가져 온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주로 영화와 애니메이션 DVD 컬렉션이다.


“<블레이드 러너> 스페셜 에디션이네?”


최근 새롭게 DVD로 출시된 <블레이드 러너>를 특히 반겼다.

마이키 잭슨은 얼마나 영화를 감명 깊게 보았는지, <블레이드 러너> 오리지널 스코어 중에 메인타이틀 저작권을 지난 1989년에 구입했다.

영화 마지막에 사이보그와 비둘기가 등장하는 씬에서 사용된 바로 그 메인타이틀이다.

루이스 브뉘엘의 <앙달루시아의 개>도 매우 좋아해서 살바도르 달리가 그린 이 영화의 포스터를 1988년에 사들였다.

그 외 <전함 포템킨> 같은 초창기 초현실주의 영화들, 회화로는 칸딘스키와 만레이, 살바도르 달리 작품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기회가 될 때마다 사들이고 있다.

류지호는 레오나와 함께 마이키 잭슨이 소장하고 있는 그림과 예술품들을 구경한 적이 있었는데, 작품들이 하나 같이 예사롭지 않은 것들뿐이었다.


“<앙달루시아의 개>는 오리지널 네가 필름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해요. 디지털 복원이 당장 가능할 것 같지 않아요.”

“그건 좀 아쉽네.....”

“기술이 좀 더 발전하면 기존에 구해놓은 훼손된 필름으로도 디지털 복원이 가능하다고 하니까, 실망할 건 없어요.”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MJ만 좋으라고 하는 건가요? 영화사적으로 중요한 영화니까 복원을 하려고 하는 거죠. JHO의 담당자가 AFI와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으니까 기다리다 보면 좋은 소식이 있을 거예요.”

“고마워. Jay."


UCLA를 졸업하고 고리타분한 고전영화를 등한시한 면이 없지 않았다.

류지호는 마이키 잭슨에 영향을 받아 종종 벨에어 지하의 감상실에서 클래식 영화를 감상하곤 했다.

그 외에도 애니메이션 십여 편을 선물했다.

이미 전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미국 개봉판 프린트를 구해서 전달한 바가 있다.

네버랜드 전용 극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관람했다고 한다.

“부탁이 있는 모양이지?”

“What More Can I Give?를 제 영화에서 쓰고 싶어요. 물론 다른 팝가수와 함께 부른 버전 말고 MJ 솔로만.”

“네 영화?”

“<REMO>라고... 시리즈의 마지막을 제가 연출했어요.”

“알아. 시리즈 모두 DVD를 구입해서 봤어. 마지막 편도 발칸반도 전쟁을 암시해?”

“마지막 편은 코소보 전쟁을 배경에 두고 있어요. 철저한 오락영화에요. 마케팅은 블랙코미디액션 장르를 표방하고 있지만.”


류지호는 ‘What More Can I Give?‘가 쓰일 장면과 영화가 건드리는 코소보 전쟁의 문제와 미국의 태도를 비판한다는 메시지를 소상하게 설명했다.

마이키 잭슨이 처음 ‘What More Can I Give?’를 발표하려고 할 때는 코보소 전쟁(1998-1999)이 한창이었다.

그는 앨범의 수익으로 코소보 난민을 돕고자 했었다.

소닉에픽뮤직그룹 회장과의 갈등으로 차일피일 앨범 발매가 미뤄졌는데, 얼마 후 9·11 테러가 벌어졌다.

다른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마이키 잭슨도 큰 충격을 받았다.

9·11 테러 희생자를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하고자 더욱 강렬하게 앨범 발매를 원했다.

소닉에픽뮤직그룹과의 불화 때문에 ‘What More Can I Give?‘는 물론 9·11 테러 희생자를 후원하기 위해 녹음된 두 장의 후원음반 발매까지 차질을 빚었다.


“우리는 평화가 필요하고, 기부가 필요하고, 사랑이 필요하고, 화합이 필요해.”


지금까지 마이키 잭슨이 자신의 노래로 역설했던 메시지다.


“맞아요. 그래서 OST 앨범 수익 전부를 9·11 자선재단과 UN난민캠프 봉사단체에 기부할 생각이에요.”

“불쌍한 이들을 위해 쓰인다면 허락할게.”

“고마워요.”


류지호가 한창 세트촬영을 하고 있을 때 뉴욕에서 ‘What More Can I Give?‘ 특별공연이 개최되었다.

이틀 간 유료 티켓 판매만 5만 장 이상 팔려나갔다.

NBC에서 공연실황이 생중계가 될 정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건재함을 과시한 마이키 잭슨은 다시 칩거에 들어가며 새앨범 작업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여전히 미국과 영국의 타블로이드에서는 아동성추행과 관련한 기사를 수시로 내보내고 있다.

그 외에는 마이키 잭슨 일신이 평온했다.

철저한 식이요법과 운동을 통해 체력을 끌어올리고 있고, 한의학으로 치료법을 대체하면서 마약성 진통제 투약도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다.

불면증과 통증 치료를 위해 침술과 뜸을 적극 사용하고 있다.

단시간에 호전될 일이 아니다.

정신적인 케어와 함께 인내를 가지고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했다.

“로이 오비슨 권리를 확보했다고 들었어. 정말이야?”

“ATV가 Acuff-Rose 뮤직을 인수하면서 행크 윌리엄스, 에버리 브라더스, 로이 오비슨의 음악들이 함께 왔어요.”


마이키 잭슨이 박수를 치며 활짝 웃었다.


“잘했어.”


ATV Music Publishing의 지분 절반을 확보한 류지호는 새로운 CEO를 선임한 것과 동시에 음악 저작권 확보를 주문했다.

새로운 경영진은 컨트리 음악 레이블을 인수하고 유명 가수와 앨범 발매 계약도 체결했다.

작년 초겨울 1.5억 달러에 컨트리 음악 퍼블리셔 Acuff-Rose 뮤직을 인수했는데, 5만 5천곡의 컨트리 음악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레이블로 인수 후 ATV Music Publishing은 무려 27만 곡의 저작권을 확보하게 되었다.

Acuff-Rose 인수 전까지 대략 5억 달러 가치로 평가 받던 ATV Music Publishing은 단숨에 8~10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가진 회사가 되었다.

마이키 잭슨이 앓던 이가 빠질 정도로 속 시원한 일도 있었다.

모톨라 회장이 소닉에픽뮤직그룹에서 물러났다.

꼭 ATV Music Publishing 때문만은 아니지만, 마이키 잭슨으로서는 한 방 먹인 셈이다.


“업계 전반적으로 앨범 판매가 예전만 못하다면서?”

“90년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아?”

“MJ는 앨범만 내면 무조건 1,000만 장 이상 팔릴 테니 걱정 말아요.”

“언제 발매할지 모를 내 앨범 말고.”

“어떤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혼란 속에서 질서가 만들어진다고. 몇 년 동안 음반업계가 예전 같은 성세는 구가하지 못 할 거예요. 하지만 음악 시장의 구도와 플랫폼이 바뀌는 것뿐이에요. 음악은 언제나 대중과 함께 할 겁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야.”

“유니벌스뮤직과 일하는 건 어때요?”

“나쁘지 않아. 모두 친절한 사람들이야.”

“앨범은 내고 싶을 때 내고, 투어도 하고 싶은 때 하세요. 아무도 MJ에게 그 문제를 가지고 압박하지 않을 겁니다.”

“고마워. Jay."

"별 말씀을....“


2000년대에 들어와서 음반업계 사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아이튠즈 뮤직 등의 음원 판매 시장은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불법 다운로드 역시 성행하면서 전통적인 LP 시장이 눈에 띠게 축소되었다.

유니벌스뮤직그룹 역시도 전성기 시절에 비해 매출규모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그럼에도 전 세계 점유율 28%를 차지할 만큼 독보적이다.

참고로 소닉에픽뮤직은 24%를 차지하고 있다.

4% 차이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글로벌 음반시장이 230억 달러임에 감안하면 무시 못 할 격차라고 할 수 있다.

류지호는 유니벌스뮤직그룹의 기업이념이 썩 마음에 들었다.

바로 정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티스트를 선택해도 순간적으로 십대 돈을 빨아먹는 하이틴 음악은 피하고 실력파 위주로 기용하는 원칙이 있었다.

아티스트에 대해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대체로 소속 아티스트의 전체 앨범을 모두 보유하는 것이 특징이다.

돈이 되지 않는 알려지지 않은 곡도 팔지 않고 음악 카테고리에 고이 보관한다는 의미다.

중간 지주 회사격의 레이블도 수십 개인데다 그 밑으로 유명한 아티스트들이 수 천 명이 소속되어 있어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록 부분만 대충 나열해도 지미 헨드릭스, 메탈리카, 본 조비, 건스 앤 로지스, 림프 비즈킷, 스팅, 너바나 등 헤아릴 수 없는 이들이 소속되어 있거나 그들의 음악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다.

대중들이 들으면 바로 알 수 있는 아티스트만 나열해도 A4 용지 한 장을 채울 정도다.

지역적으로는 유럽에서 특히 강세를 보인다.

모든 장르에서 탄탄한 레이블과 음악 카테고리를 보유하고 있지만, 역시 록이 주력이라고 할 수 있다.

폴리그램을 합병한 이후로는 기존의 유럽 쪽 레이블 위주의 레퍼토리 편성이 미국 위주의 힙합 신으로 차츰 변경되고 있다.

힙합과 R&B을 앞세운 미국 레이블들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상황이다.

데프 잼(Def Jam)과 인터스코프(Interscope)의 강세가 그걸 증명했다.

거기에 팝의 황제가 유니벌스뮤직그룹에 합류했고, 성공한 덕후이자 블랙 바비, 여신으로 추앙 받게 되는 지젤 카터까지 품에 안을 예정이다.

JHO Company Group의 음악사업 부문은 이 시기에 미래가 결정되었다.


‘2010년대 이후 글로벌 음반시장의 게임은 끝난 거야.’


팝의 황제와 여신이 함께 하고, 최고의 래퍼들이 소속되어 있고, 한국인 오너로 인해 글로벌 3대 음반사 중에서 가장 빠르고 활발하게 KPOP 시장을 선점하게 될 테니까.


작가의말

새로운 한 주 활기차게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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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3 민중의 적 : EMBARGO. (3) +4 23.09.02 2,404 104 24쪽
602 민중의 적 : EMBARGO. (2) +2 23.09.02 2,291 73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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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 총수란 호칭이 더 어울리는 남자? (2) +16 23.08.31 2,559 102 23쪽
599 총수란 호칭이 더 어울리는 남자? (1) +4 23.08.30 2,530 107 25쪽
598 할리우드 겉멋 그 자체... +3 23.08.29 2,534 97 26쪽
597 안티 카페 아니겠죠? +4 23.08.28 2,437 103 25쪽
596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다. (2) +4 23.08.26 2,535 108 24쪽
595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다. (1) +5 23.08.26 2,378 103 23쪽
594 신상필벌(信賞必罰). (4) +6 23.08.25 2,478 100 22쪽
593 신상필벌(信賞必罰). (3) +4 23.08.24 2,480 107 23쪽
592 신상필벌(信賞必罰). (2) +5 23.08.23 2,505 106 25쪽
591 신상필벌(信賞必罰). (1) +7 23.08.22 2,559 97 22쪽
»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2) +3 23.08.21 2,547 104 25쪽
589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1) +5 23.08.19 2,564 88 23쪽
588 인수·합병이 여의치 않을 것 같은데. +8 23.08.18 2,584 97 23쪽
587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2) +4 23.08.17 2,558 111 23쪽
586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1) +2 23.08.16 2,585 111 24쪽
585 PayMate Mafia. (3) +2 23.08.15 2,614 117 22쪽
584 PayMate Mafia. (2) +4 23.08.14 2,622 118 23쪽
583 PayMate Mafia. (1) +4 23.08.12 2,784 103 24쪽
582 두 번째 오스카! +8 23.08.11 2,686 111 23쪽
581 인간들이 배가 불렀어, 아주! +3 23.08.10 2,590 100 22쪽
580 Pix-Art. +7 23.08.09 2,571 103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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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8 마치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것처럼.... +8 23.08.07 2,640 107 22쪽
577 흘러가게 놔두라고 하십니다. +6 23.08.05 2,711 100 22쪽
576 REMO : ....or Maybe Dead! (11) +8 23.08.04 2,590 106 27쪽
575 REMO : ....or Maybe Dead! (10) +4 23.08.03 2,557 104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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