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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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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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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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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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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PayMate Mafia.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산호세 남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 로스 개토스(Los Gatos).

이곳에 StreamFlicks 본사가 똬리를 틀고 있다.

오랜만에 본사를 방문한 류지호는 윌모트 헤이스팅스에게 한 소리를 하려고 했다.

그러려고 했는데.


“없다고?”

“응.”

“왜?”

“왜 긴. 회사를 나갔으니까.”

“그러니까 왜 멀쩡히 다니던 회사를 나가냐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려는 거겠지. 실리콘밸리에서 흔하게 있는 일이잖아.”


윌모트 헤이스팅스의 말대로 멀쩡히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실리콘밸리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이디어만 있다면 다니던 회사를 뛰쳐나가 창업을 하니까.

닷컴버블 붕괴로 한때 주춤하던 벤처투자 열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기도 하고.

윌모트 헤이스팅스와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벌이던 마크 버네이스가 결국 퇴사했다.

그가 회사를 떠난 마당에 뭐라고 따질 수도 없는 노릇.


“......"


StreamFlicks 창업의 일등공신이 회사를 떠났다.

허무할 정도로 맥없이.

사실 윌모트 헤이스팅스의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실행한 것은 마크 버네이스였다.

마크 버네이스는 작은 스타트업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다.

그가 다니던 회사가 윌모트 헤이스팅스가 CEO로 있던 퓨어아트리아라는 업체에 매각됐다.

퓨어 아트리리아는 GARAM Ventures가 투자한 스타트업 중에 한 곳이라서 그때부터 류지호와도 인연을 맺게 됐다.

1996년부터 두 사람은 CEO와 기술이사로써 함께 일하게 되었다.

그러다 퓨어아트리아가 8.5억 만 달러에 매각되면서 류지호와 윌모트는 인터넷 DVD 배달서비스 비즈니스를 실행에 옮겼다.

홈 엔터테인먼트의 강자 블록버스터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StreamFlicks의 시작이었다.

사실 윌모트 헤이스팅스는 사업 초기에는 회사 일에 잘 관여하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비즈니스 모델과 조직을 세팅하고 실행한 것은 마크 버네이스였다.

당시에 윌모트는 퓨어아트리아 매각으로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했고, 사업보다는 사회운동가에 더 몰두했다.

오죽하면 StreamFlicks 초창기에 직원들이 윌모트 헤이스팅스가 누군지도 몰랐을까.

공동 CEO 두 사람 모두 회사가 자신들 것이라 생각했다.

회사에 관심이 없는 윌모트와 실질적으로 회사를 이끌었던 마크 버네이스.

윌모트는 회사 설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류지호를 설득했고, 대주주의 간섭으로부터 회사를 보호했다는 명분이 있었다.

마크 버네이스는 자유분방하고 직원들과의 수평적인 논쟁을 즐겨했다.

반면에 윌모트 헤이스팅스는 권위주의적 스타일이었다.

토론이나 논쟁을 즐기기보다는 직원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따르기를 일방적으로 요구했다.

성격이 다른 두 사람은 충돌이 잦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실리콘밸리의 스타였던 윌모트 헤이스팅스에 비해 대외적으로 덜 알려진 마크 버네이스의 입지는 점차 좁아졌다.

점차 회사경영 의사결정의 무게중심이 윌모트 헤이스팅스로 옮겨갔고, 마크 버네이스는 최고경영자의 자리에서 부사장으로, 부사장에서 제품총괄로 직급이 점차 내려갔다.

마크 버네이스가 전권을 휘두르던 StreamFlicks는 꿈으로 가득 찬 몽상가 집단이었다.

윌모드 헤이스팅스가 경영권을 온전히 손에 쥔 후로는 프로페셔널 사업가가 이끄는 이윤추구 기업으로 변해갔다.

마크 버네이스와 함께 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의반타의반으로 회사를 떠났다.

결국 StreamFlicks를 설립하고 7년이 지난 시점에 공동창업자 마크 버네이스는 회사를 떠나게 됐다.

그것이 몇 달 전에 일이다.

StreamFlicks INC는 JHO Company Group의 계열사가 아니다.

오너인 류지호가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특수관계사일 뿐이다.

현재 윌모트 헤이스팅스와 마크 버네이스 그리고 퇴사한 직원 및 몇몇 임원 명의 보유 지분을 합하면 50%에 가깝다.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 류지호의 성향 때문에 윌모트와 마크가 자신의 회사라 여기고 까불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언제든 류지호가 관여해서 판을 장악할 수 있다고 믿었고, 굳이 참견하지 않아도 매해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었으니까.


‘지금까지는 그랬는데.....’


실리콘밸리 벤처스타들은 ‘스타병‘ 환자들이다.

어린 나이에 사업이 성공하면서 연예인이 스타병에 걸리는 것처럼 자아도취가 심한 편이다.

그렇다보니 주변에 광신도들만 득실거린다.

폭군까지는 아니지만, 대체로 자신의 뜻대로 진행되어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들이다.

MacIntosh 임직원들이 스테픈 잡스의 호감을 잃어버리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윌모트 헤이스팅스의 사람들도 그런 성향이 강했다.

스테픈 잡스가 그저 무심한 태도만 보여도 그의 사람들은 전전긍긍한다.

심지어 스테픈 잡스에게 버려진 많은 이들조차 몇 년이 지나도 MacIntosh를 떠난 것을 후회하기까지 한다.

스테픈 잡스가 누군가와 페이스 타임을 갖고 의견을 들어주는 것만으로 그에게 주어진 임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내주는 상징성이 있다.

류지호가 보기에 스테픈 잡스 주변에 광신도들이 너무 많았다.

스테픈 잡스가 누군가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이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걸 보고 류지호는 말문이 막혔다.

스테픈 잡스가 누군가를 성이 아닌 이름으로 부르고, 상대 또한 미스터 잡스를 ‘스티’라는 애칭으로 부를 수 있다는 것은 그 직원이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나타내준다고 생각한다.

StreamFlicks도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징후가 포착됐다.

마크 버네이스와 그의 사람들이 퇴사하며 더욱 그런 분위기가 강해지는 것 같았다.


“무슨 생각해?”


윌모트의 물음에 류지호가 고민을 멈췄다.


“아냐, 아무것도....”

“블록버스터와 특허침해 소송 문제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미국 최대 비디오 대여점 체인 블록버스터가 올 초 ‘블록버스터 온라인‘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StreamFlicks와 비슷하게 온라인으로 비디오를 대여해주는 시스템이다.

윌모트 헤이스팅스는 특허 침해를 이유로 블록버스터에 소송을 걸었다.

블록버스터는 StreamFlicks에 4,000만 달러를 배상해야할 위기에 처했다.


“자신하는 이유는?”

“서비스를 시작할 때 각종 특허를 걸어두었으니까. 그들은 우리를 이길 수 없어.”

“고문변호사들이 감당하지 못할 것 같으면, 지체하지 말고 내게 말하도록 해. 최고의 변호인단을 꾸려줄 테니까.”

“이미 특허소송 전문 변호인단이 재판을 진행하고 있어.”


그렇다면 다행인데...

블록버스터는 절대 만만한 기업이 아니다.


“블록버스터가 StreamFlicks와 차별화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야. 딴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하나 넣었더라.”

“뭔데?”

“온라인으로 빌린 영화를 대여점에 갖다 주면 뭐든 원하는 영화로 교환할 수 있게 했어. 생각은 좋은데 실행력이 받쳐 주질 못했지.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옛날 영화를 빌린 후에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최신 영화로 바꿔오고··· 이런 게 누적되면서 오프라인매장은 최신 영화를 끝없이 사야 할 처지야···”


StreamFlicks는 90년대 말에 JHO Company의 지원에 힘입어 전국적인 물류망을 갖추기 시작했다.

블록버스터처럼 마을마다 지점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물류기지를 갖춰나갔다.

중앙 통제식 물류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블록버스터는 StreamFlicks를 벤치마킹하려다가 막대한 손실만 본다.


“레드박스는 어때?”

“우리와는 고객이 겹치지 않아.”


지난해, 편의점에 자동 DVD 대여기를 설치해서 사업하는 회사가 등장했다.

바로 레드박스(Redbox)라는 회사다.

StreamFlicks를 퇴사한 몇 명이 그 회사에 합류했는데, 매장도 필요 없고 사람도 필요 없는 저비용(low cost) 사업모델이다.

레드박스를 통한 DVD 한 편 대여료는 고작 1 달러 밖에 안 된다.

참고로 블록버스터에서 대여하려면 약 5 달러가 든다.

이 당시로서는 꽤나 신선한 개념의 렌탈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 대여 서비스에서는 StreamFlicks가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었고, 매장 없는 DVD 대여 서비스를 들고 나온 레드박스로 인해 블록버스터는 계속해서 고객을 빼앗기고 있다.

몇 년 후 이야기지만, 블록버스터는 이에 대항하기 위해 ‘블록버스터 익스프레스’라는 레드박스와 비슷한 개념으로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다.

그것도 세상이 뒤집어진 2009년 12월에.

이미 편의점에는 레드박스의 기계가 다 깔려 있는데 블록버스터가 과연 얼마나 시장을 차지할 수 있을까.


“Jay. 본격적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해볼 생각이야.”

“준비는 됐고?”

“물론이야. 10년 안에 실현해 보이겠다고 했잖아.”

“좋은 소식이긴 한데... 윌.”


윌은 헤이스팅스의 친구들이 부르는 애칭이다.


“반대할 생각은 아니겠지?”

“나도 기다리던 바야. 하지만!”


윌모트 헤이스팅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류지호는 신경 쓰지 않고 제 할 말을 할 뿐.


“현재 미국 내 인터넷 보급률과 속도는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 거야?”

“당연하지!”


류지호의 미간에 골이 패였다.


“MacIntosh가 음원 판매에 이어 영화와 TV시리즈 판매에 나설 거라는 이야기가 실리콘밸리에서 파다하게 돌고 있어. 그들보다 먼저 치고 나가야 한다고.”

“현재 미국 인터넷 보급률이 40%를 겨우 넘어서고 있는 건 알지?”


한국이 70%에 근접한 것과 비교하면 한참 떨어졌다.

인터넷을 세계최초로 개발, 상용화시킨 나라의 보급률치곤 초라한 수치다.


“2003~2004년도 미국 인터넷 시장의 인구 100명당 보급률은 OECD 국가 중 10위의 시장이지만 전체가입자 규모는 1위야.”


2003년 기준 미국의 초고속인터넷 보급률(ADSL, Broadband access기준)은 인구 100명당 11.2로서 OECD 국가 중 10위 수준이다.

한국의 1/2정도의 보급률 수준이다.

2003년 말 기준 한국의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은 인구 100명당 24.2명으로서 OECD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미국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규모는 2004년 초 기준 약 3,227만 명으로서 한국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규모의 3배 수준이다.

인구 차이 때문이다.

한국의 빠른 인터넷에 적응되어 있는 류지호는 미국만 오면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부자동네 벨에어는 다른 지역보다 사정이 훨씬 나았지만.

그럼에도 류지호가 느끼기에 더럽게 비싸고 더럽게 느렸다.


“한국을 예로 드는 것이 미안하긴 한데... ADSL도 구식이 되어가고 있어. 반면에 미국에서는 다양한 광대역 통신망 기술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이얼업 모뎀을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지.”


디지털 비디오 레코더 회사 티보(Tivo)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리플레이TV(Replay TV)는 파산하고 말았으며, LOG Company도 비슷한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했지만 혹평만 들으면서 사업을 금방 접었다.

그 정도로 기술과 인프라 면에서 부족함이 많은 시기다.

MacIntosh가 관련 비즈니스 런칭 시기를 계속해서 늦추는 이유가 있다.


“내가 알기로 음원과 영상은 기술적으로 차원이 다른 것으로 아는데?”

“기술은 충분해.”


류지호는 자신만만한 윌모트 헤이스팅스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당연히 허풍이다.

그 분야에서 가장 선도적인 MacIntosh조차 완벽한 스트리밍 서비스 시점을 대략 16개월 이후로 보고 있다.

스테픈 잡스가 예상하고 있는 서비스 시점은 빨라야 2006년 1분기.

개발 인력 규모, 수준, 연구개발비 등 MacIntosh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StreamFlicks가 당장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건 명백한 허풍이다.


“내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속도를 자랑하는 나라에서 온 걸 잊고 있는 거야?”

“......”

“너와 내가 꿈꾸는 서비스는 전체 가구에서 70%에 육박하는 가구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작은 지연 전송에도 소비자가 서비스센터에 즉각 전화해 항의하고, 업체들 간 속도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는 한국에서도 가능하지 않아.”

“......”

“화질과 음향은 어떻게 해결할 건데?”


현재도 VOD 서비스가 있긴 했다.

하지만 화질, 전송 속도, 콘텐츠 등 매우 실망스러웠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도 있는 MacIntosh보다 빨리 시장에 들어가 선점을 해야 하지 않을까?”

“콘텐츠는?”

“네가 소유한 곳과 계약을 체결해야 하겠지.”

“MacIntosh도 똑같은 제안을 하던데?”

“......!”

“그것도 독점 유통권리를 달라더라.”


윌모트 헤이스팅스는 할 말이 궁색해졌다.

류지호는 MacIntosh의 최대주주다.

자신이라면 StreamFlicks가 아니라 MacIntosh에 배팅을 할 정도로 두 회사는 비교가 안 된다.

그럼에도 윌모트 헤이스팅스가 자신할 수 있는 점은 StreamFlicks의 기업공개다.

그는 언젠가 증권거래소 상장을 통해 더 높이 비상하리라 꿈꾸고 있었고, 그것은 류지호도 바라는 바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었다.

그러니 자신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 철썩 같이 믿고 있었다.


“......”


류지호는 윌모트 헤이스팅스의 야망에 대해 왈가왈부할 마음이 없다.

다만 몇 년 동안 회사는 내팽개치고 떠돌다가, 여의치 않자 다시 회사로 돌아와 개국공신을 쳐낸 것과 자신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괘씸했다.


“2007년 상반기.”


윌모트 헤이스팅스는 노골적으로 불만어린 표정을 지어보였다.


“내가 알기로 미국에서는 상하향 전송속도 가운데 어느 하나만 200kbps이상이 되면 광대역통신망으로 규정하고 있어. 한국은 안 그래. 한국에선 일반적으로 1.5~2Mbps 이상이 가능할 때 광대역통신망으로 분류돼. 내 입장에서는 상당히 저급한 수준의 통신망도 미국에서는 광대역 통신망 대접을 받고 있는 셈이야. 그런 상황에서 StreamFlicks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돈을 내고 이용할 마음이 들겠어?”

“2007년이 되면 상황이 달라져?”

“JHO/DirecTV는 아메리카 대륙은 물론 그 외 대륙까지도 방송권역에 둘 수 있는 숫자의 위성을 매년 쏘아올리고 있어.”

“위성 인터넷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야?”


류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알아서 판단하라는 의미다.


“인터넷으로 영상 콘텐츠를 유통하는 건 기술과 인터넷 보급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콘텐츠를 생산하는 곳들의 입장도 면밀히 검토되어야 해. 당장 할리우드 Big7은 인터넷 불법 다운로드로 인해 굉장히 예민한 상황이야. 새로운 유통 플랫폼이 생길 때 가격정책도 섣부르게 시행했다가는 콘텐츠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을 수도 있어.”

“....음.”

“데이터 센터는 어떻게 할 건데? 당장 전국적인 물류시스템을 유지하는 데만 엄청난 비용을 지출하고 있잖아.”

“그런데 왜 2007년이지? MacIntosh는 2006년부터 시작한다던데?”

“MacIntosh가 메이저 콘텐츠 공급자들과의 갈등을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라는 거야. 당장 음원 판매가격을 두고 음반사들과 꽤 시끄럽잖아.”


인터넷 VOD, 스트리밍 서비스 경쟁은 기술보다 콘텐츠 확보가 우선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서 서비스할 콘텐츠가 부족하다면 금방 고객이 빠져나간다.

참고로 2010년에 가면 한국은 인터넷 속도에서 14.58Mbps로 단연 1위, 보급률은 94%에 달하게 된다.

2위는 일본으로 7.92Mbps, 미국은 3.88Mbps 중위권, 유럽 주요 국가는 미국보다 더 느리고 보급률 역시 50%를 겨우 넘긴다.

충격적인 것은 동유럽 국가인 체코(4.76)나 슬로바키아(4.39)보다도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이 2010년에 가서도 인터넷 속도가 더 느리다는 사실이다.

물론 류지호가 주요 국가 인터넷 속도를 알 리가 없다.

다만 성급하게 먹은 밥은 체하게 되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고 싶었다.

윌모트 헤이스팅스, 일론 리브스 같은 친구들은 그런 류지호의 신중함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노인네처럼 느리다고 푸념을 늘어놓곤 했다.


“어디서든, 내가 보고 싶을 때, 어떤 기기에서든, 항상 똑같이. 너와 내가 처음 StreamFlicks의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할 때 떠올렸던 핵심이야.”


할 말이 많았지만, 류지호는 참기로 했다.

속에 가지고 있는 말을 다 하다보면 윌모트의 의욕을 꺾을 수도 있기에.

어차피 윌모트는 류지호의 손바닥 안 손오공이나 마찬가지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 개국공신마저 쫓아내는 윌모트의 모습을 보며 류지호는 약간의 경각심이 생겼다.

StreamFlicks가 자신의 통제범위를 벗어나서 폭주할까봐.


‘더 크기 전에 확실히 정리해 둘 필요가 있겠어.’


류지호는 개인자산으로든 GARAM Ventures로든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벤처기업에 투자하거나 주식을 사들였다.

순수 투자자 입장에서 기업과 약간의 거리를 뒀다.

사실 StreamFlicks가 아니더라도 Amazonia.com, Googol 같은 빅테크 기업을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해도 되고,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 자체적으로 OTT 비즈니스를 구상해도 된다.

굳이 StreamFlicks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이전 삶에서의 브랜드 각인효과는 무시하지 못했다.

OTT 사업에서 StreamFlicks가 류지호의 뇌리에 강렬하게 박혀 있었다.

암튼 이번 참에 자회사나 계열사로 편입시키든지.

명확하게 정리를 해 둘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그 전에 너드 녀석들 정리 좀 해두고.’


류지호는 윌모트 헤이스팅스에게는 StreamFlicks 처리 문제에 대해 속내를 털어놓지 않았다.

그저 잘 부탁한다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로스개토스를 벗어난 류지호는 주요 IT기업들이 모여 있는 산호세 혁신지구(North San Jose Innovation Districts)로 향했다.

간편결제시스템 회사 PayMate에서 근무하고 있는 두 명의 너드를 만나기 위해서


❉ ❉ ❉


실리콘 밸리(Silicon Valley).

산호세를 중심으로 팔로알토, 산타클라라, 마운틴뷰, 서니베일 등의 지역과 샌프란시스코까지 이어진 IT와 테크 기업들이 모여 있는 지역을 통칭하는 말이다.

겨울의 짧은 우기를 제외하고는 일 년 내내 화창한 지역이다.

미서부의 명문 스탠퍼드와 UC버클리 졸업생뿐만 아니라, 동부의 명문대 컴퓨터공학과 학생들도 졸업 후 상당수가 실리콘밸리로 넘어 온다.

일자리가 많기 때문에 전 세계 IT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특히 인종, 나이, 학력, 배경에 상관없이 비교적 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어서 세계 각국의 인재들이 실리콘밸리로 모여들고 있다.

겉으로는 그래 보이긴 한다.


“정이 안 가, 정이....”


산호세 다운타운으로 들어서며 류지호가 중얼거린 말이었다.

실리콘밸리에는 열정적이며 도전적인 젊은 천재들이 참 많다.

한탕을 꿈꾸거나 스타트업으로 스타가 되고자 하는 이들이 훨씬 더 많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모두가 위너가 될 순 없다.

실리콘밸리의 절대 다수는 스타는커녕 그저 월급쟁이로 쓰이다가 버려진다.

일부 고액연봉자들 역시 실적을 내야하는 중압감에 시달리며 건강을 해치고 있다.

본인도 한탕주의 전형을 보여주는 할리우드에 몸담고 있는 주제에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을 동정하는 류지호다.

실리콘밸리에는 둥둥 떠다니는 이들이 정말 많다.


‘눈은 저 높은 곳을 바라보더라도 발을 땅에 붙인 이들만 살아남는 법이거늘....’


이 동네는 업무의 성과가 좋지 못하면, 냉정하게 잘린다.

해고되는 당일까지도 당사자는 모를 수도 있다.


“너는 오늘부터 출근 안 해도 돼.”


출근하자마자 매니저가 통보할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책상 위에 박스가 놓여 있을 수도 있다.

짐 싸라는 시그널이다.

할리우드 영화나 TV시리즈가 묘사하는 미국 직장의 해고 모습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특히 실리콘밸리에서는 당일 통보가 거의 기본값이다.

왜냐하면 해고를 당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면 회사를 뒤집어놓거나 기밀정보를 빼가려는 사람들이 반드시 나오기 때문이다.

해고도 쉽게 당하지만, 직원 역시 눈치 안 보고 언제든지 회사를 때려치운다.

어느 날 갑자기 밤에 매니저에게 전화해서 내일부터 출근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니 세계 어떤 지역보다 이직률이 높을 수밖에.

다른 회사에서 더 높은 연봉을 준다며 스카우트해 가는 경우도 많다.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일확천금의 꿈을 노리며 스타트업을 시작하기도 한다.

이제 막 창업한 스타트업에서 풍운의 꿈을 꾸어보려고 잘 다니던 큰 회사를 때려치우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이 동네는 ‘갑질‘이라는 문화가 없어서 업무 강도 외에는 스트레스가 덜.... 그것도 아니구나. 큭.”


류지호는 긍정적인 면을 떠올렸다가 이내 실소를 흘렸다.

동승하고 있는 중년의 백인남자가 물었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스타트업은 갑질(Power trip)은 없다고.”

“그렇지도 않습니다.”


로날드 윌리엄스(Ronald Williams)라는 이름의 남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일부 철없는 창업자들이 VC를 상대로 갑질 아닌 갑질을 하기도 합니다. 가장 꼴 보기 싫은 것은 마치 약자인양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녀석들이죠.”


로날드 윌리엄스가 말을 하는 내내 진저리를 쳤다.

개념 없는 스타트업 창업자들 때문에 골치를 꽤나 썩었던 모양이다.

최근 웨스트우드의 GARAM Ventures와 별개로 멘로파크에 류지호 개인자금으로 운영되는 JHO Venture Capital이라는 투자법인을 새로 하나 만들었다.

실리콘밸리 지역에서만 영업을 하는 벤처투자 전문 법인이다.

CEO로 임명된 인물이 동승하고 있는 로널드 윌리엄스다.


“내가 알기로 출퇴근 시간부터 시작해서 중간에 낮잠을 자는 것, 휴가를 쓰는 것, 더 나아가 업무의 성과를 가지고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고 하던데... 아니었어?”


다만 부여된 업무는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

성과나 실적을 내야만 그런 회사생활을 영위할 수가 있다.

당장 뭐라고 하진 않지만, 해고를 통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내세우는 실리콘밸리 기업문화죠. 기업들은 기업들대로 그들 간의 경쟁에서 이겨야 합니다. 엔지니어는 엔지니어들대로 취업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지요. 취업을 해서 높은 연봉을 받아도 이 지역의 상상을 초월하는 집값과 물가 때문에 돈을 모을 수도 없습니다.”


실리콘밸리 평균 수입을 거두는 가정에서 살 수 있는 집(연수입의 3분의 1을 대출상환에 사용했을 때 살 수 있는 주택)이 지역에서 매매된 주택의 불과 32.6% 밖에 안 된다.

매년 그 비율이 급격하게 저하되고 있다.

실리콘밸리 최대 도시인 세너제이는 평균 연수입(약 7만 달러)이 미국 2위다.

좋은 연수입도 불구하고 주택비용은 매우 크고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어렵게 잡은 직장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 잘리는 탓에 습관적인 야근을 할 수밖에 없고, 결국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다음 날 책상이 없어져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곳이 현실입니다.”


실리콘밸리 벤처투자를 총괄하는 입장에서 로널드 윌리엄스는 현실에 대해 매우 신랄했다.


“어디든 녹록치 않지. 그럼에도 기회의 땅이잖아. 보너스로 주는 회사의 주식이 회사의 성장으로 상승하여 꽤 괜찮은 수입원이 되기도 하고, 이런저런 대기업들이 많은 탓에 스타트업들이 대기업으로 흡수 되면서 창업자가 백만장자가 되는 경우도 종종 벌어지고.”


물론 스타트업의 90%가 실패의 쓴맛을 경험하며 문을 닫는다.


“반짝인다고 모두 금은 아니죠.”


작가의말

편아하고 행복한 주말 보내십시오.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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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78 모란
    작성일
    23.08.12 10:06
    No. 1

    주말 잘 보내세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8.12 11:30
    No. 2

    잘 보고 있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08.12 17:52
    No. 3

    지금의 인터넷 속도는 몇년째 제자리...
    기업들이 연합해서 투자를 안합니다.
    차라리 한국통신과 데이콤이 서로 싸울때가
    그리워질 정도네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용갈장군
    작성일
    23.08.13 13:26
    No. 4

    TVN "알쓸별잡"에서 놀란 감독과의 대담이 있더군요.
    아이맥스 영화를 선호하는 우리 작가님이 생각났습니다.
    최근 본 몇 안되는 지적 욕구를 채워주는 프로그램이라서 혹 안 보셨다면 강추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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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할리우드!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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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 민중의 적 : EMBARGO. (4) +2 23.09.04 2,200 84 25쪽
603 민중의 적 : EMBARGO. (3) +4 23.09.02 2,404 104 24쪽
602 민중의 적 : EMBARGO. (2) +2 23.09.02 2,292 73 24쪽
601 민중의 적 : EMBARGO. (1) +9 23.09.01 2,525 105 24쪽
600 총수란 호칭이 더 어울리는 남자? (2) +16 23.08.31 2,559 102 23쪽
599 총수란 호칭이 더 어울리는 남자? (1) +4 23.08.30 2,530 107 25쪽
598 할리우드 겉멋 그 자체... +3 23.08.29 2,534 97 26쪽
597 안티 카페 아니겠죠? +4 23.08.28 2,437 103 25쪽
596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다. (2) +4 23.08.26 2,536 108 24쪽
595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다. (1) +5 23.08.26 2,379 103 23쪽
594 신상필벌(信賞必罰). (4) +6 23.08.25 2,478 100 22쪽
593 신상필벌(信賞必罰). (3) +4 23.08.24 2,480 107 23쪽
592 신상필벌(信賞必罰). (2) +5 23.08.23 2,505 106 25쪽
591 신상필벌(信賞必罰). (1) +7 23.08.22 2,559 97 22쪽
590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2) +3 23.08.21 2,547 104 25쪽
589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1) +5 23.08.19 2,564 88 23쪽
588 인수·합병이 여의치 않을 것 같은데. +8 23.08.18 2,584 97 23쪽
587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2) +4 23.08.17 2,559 111 23쪽
586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1) +2 23.08.16 2,585 111 24쪽
585 PayMate Mafia. (3) +2 23.08.15 2,614 117 22쪽
584 PayMate Mafia. (2) +4 23.08.14 2,622 118 23쪽
» PayMate Mafia. (1) +4 23.08.12 2,785 103 24쪽
582 두 번째 오스카! +8 23.08.11 2,686 111 23쪽
581 인간들이 배가 불렀어, 아주! +3 23.08.10 2,590 100 22쪽
580 Pix-Art. +7 23.08.09 2,571 103 23쪽
579 부자 되세요, 꼭이요~ +4 23.08.08 2,632 109 27쪽
578 마치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것처럼.... +8 23.08.07 2,641 107 22쪽
577 흘러가게 놔두라고 하십니다. +6 23.08.05 2,712 100 22쪽
576 REMO : ....or Maybe Dead! (11) +8 23.08.04 2,590 106 27쪽
575 REMO : ....or Maybe Dead! (10) +4 23.08.03 2,557 104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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