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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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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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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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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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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인수·합병이 여의치 않을 것 같은데.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가 Playa Vista에 새롭게 조성된 캠퍼스로 이주를 시작했다.

기존 선셋가의 Gower Studios 간판에는 ‘JHO’ 문구가 새롭게 들어갔다.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 본사가 이주하면서 웨스트우드에 있던 JHO Picures가 옮겨오기로 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Timely Studios 및 제휴영화사들도 계속 사용할 예정이다.

본사건물 1층에 전에 없던 매장이 입주했다.

DALLSA Digital Cinemas와 Eye-MAX 제품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대여점이다.

작년 라스베가스 NAB에서 DALLSA D-Cinemas에서 업계 최초로 4K 디지털 카메라 제품을 소개한 바 있다.

이후로 Origin Ⅱ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어났다.

다음 달에는 성능 개선과 경량화가 월등하게 이루어진 Origin Evolusion이 NAB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또한 Eye-MAX의 새로운 필름카메라 모델인 MSM 9802, 3D Solido의 경량화 프로토타입 3D-30 모델이 첫 선을 보인다.

류지호가 새로 오픈한 매장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십시오.”


DALLSA Corp. CEO 에드윈 락이 반갑게 류지호를 맞이했다.


“오랜만입니다.”

“반 년 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벌써 그렇게 됐나요?”


에드윈 락이 매장 안쪽을 향해 외쳤다.


“롭, 이리 좀 와보게.”


잠시 후, 50대 초반의 백인 남자가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인사하게. 이분이 그 유명한 미스터 할리우드라네.”

“처음 뵙습니다. 롭 험멜입니다.”


류지호가 웃는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DALLSA에 합류한 걸 환영합니다. 험멜씨.”

“롭이라고 불러주십시오.”


롭 험멜(Rob Hummel).

DALLSA Digital Cinemas의 신임 CEO로 영입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디지털 시네마 전문가다.

25년 동안 영화 촬영, 후반 작업, 애니메이션, 필름 복원 및 디지털 캡처, 스캔, 합성 및 시각 효과의 전 부분에서 두루 경력을 쌓았다.

가장 최근에 워너-타임에서 생산 기술 담당 수석 부사장으로 디지털 포스트 프로덕션 전반을 책임졌으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오즈의 마법사> 같은 여러 작품의 디지털 복원 작업을 총괄했다.

워너-타임에서 일하기 전에는 소닉 미국 법인의 디지털 카메라 수석 부사장이었다.

그 외에도 DreamFactory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기술 책임자, LOG의 텔레비전 애니메이션 부문 기술담당 부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2D를 3D로 변환시키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Legend3D라는 회사의 사장을 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디지털 영상 분야와 포스트프로덕션 분야에서 베테랑 중에 베테랑이다.

이곳 매장은 단순히 카메라 대여 시설이 아니다.

장비를 임대하는 촬영팀에게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정확한 스펙과 컨트롤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포스트 프로덕션에 대한 가이드까지 해야 했다.

디지털 영화 프로세스를 이해하지 못하는 CEO는 제대로 된 D-Cinema 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기에 특별히 영입했다.


“롭이 보기에 Evolusion은 어떨 것 같아요?”

“세계 최초이자 처음으로 상용화 된 4K 카메라에 대해 무척 기대가 큽니다. 세계적인 영화용 카메라 리더 기업에서 일한다는 것에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마치 대본을 외워서 말하는 것 같이 하나마나한 말이다.

에드윈 락이 나섰다.


“롭은 DALLSA에게 있어서 영화와 디지털 시네마의 세계를 이어주는 독특한 전략 지식과 경험을 제공할 겁니다. 롭은 디지털 시네마의 진정한 개척자 중 한 명으로 탁월한 명성을 얻고 있으며 영화 제작 분야에서 기술 혁신의 역할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업계 지식, 경험, 열정, 그 모든 것이 DALLSA Digital Cinemas가 개척할 미래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에드원, 나도 롭이 대단한 분이란 걸 잘 알아요. 그렇게 장황하게 설명 안 해줘도 됩니다.”


에드윈이 무안한지 괜히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나름 어렵게 영입한 인물이기 때문일까.

에드윈 락이 롭 험멜을 한껏 띄웠다.


하하.


DALLSA Corp.의 성장세도 류지호를 즐겁게 만든 것 중 하나다.

90년대 3,000~5,000천만 달러를 오르내리던 매출이 어느 새 1억 달러를 훌쩍 돌파했다.

정직원도 900명으로 늘었고, 퀘벡의 파운더리 시설 확장, 기업 인수합병, R&D 강화, 해외 지사 설립 등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Evolusion 전용 렌즈를 개발 중이라죠?”

“Leitz와 전용 렌즈 개발에 대한 MOU를 체결했습니다.”


Optisches Institut Leitz.

1913년 세계 최초로 35mm 필름을 사용하는 스틸카메라 'Ur-Leitz'를 제작함으로써 현대의 35mm 스틸카메라의 기준을 제시한 독일기업이다.

필름카메라계의 명품 제조사라 할 수 있다.


“Leitz는 디지털 카메라 분야로 진출할 계획이 없을 텐데요?”


이전 삶에서 Leitz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는 2006년 출시되었다.


“DALLSA 제품에 큰 흥미를 느꼈다고 합니다. 그들이 먼저 제안을 해 온 것으로 압니다.”


에드윈 락의 어깨가 어쩐지 올라간 것 같았다.


“Leitz 장인들은 고집도 세고 보수적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들도 시대 흐름을 거스를 순 없는 모양이군요?”

“일본 카메라 제조사들의 공세가 무섭긴 합니다.”

“주미크론(Summicron-C) 렌즈는 저도 좋아해요. 하지만 다른 씨네 렌즈와의 호환성도 함께 고민해보세요. 촬영감독의 선호도가 다 제각각이고, 추구하는 영상미가 다르니까요.”

“알겠습니다.”

"Eye-MAX에서는 MSM 9802 모델 대여료를 얼마로 책정했죠?“

“일주일에 1만 2천~1만 6천 달러 사이로 대여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더럽게 비싸다.

일주일 렌트비가 최대 1,900만 원이다.

어쩔 수 없다.

Eye-MAX 카메라는 공장 조립 생산이 아니다.

거의 모든 부품과 공정, 조립을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제작했다.

이곳 매장에서 류지호가 사용했던 DALLSA Origin Ⅱ 모델과 Eye-MAX MKⅡ LW, Solido 모델을 독점적으로 임대할 예정이다.

Carl Zeiss 기본 렌즈에 다양한 시네 렌즈를 패키지로 임대하고, 4K Evolusion 모델이 입고되기 전까지는 판매하지 않고 임대만 하게 된다.

참고로 만약 Eye-MAX 카메라를 판매하게 된다면 대략 50만 달러, Origin Ⅱ는 6만 달러 대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

영화용 필름 카메라 가격이 최소 30만 달러부터 시작하는 것에 비해 디지털 카메라 가격은 상당히 저렴하다고 할 수 있다.

이전 삶에서 Red One은 바디 임대료만 2만 달러 대로 매우 저렴했다.

다만 모듈형식이기에 필요한 파츠들을 모두 임대하면 4만 달러에 근접했다.

그럼에도 8~9만 달러대의 타사 디지털 영화 카메라에 비하면 매우 저렴했다.


“업무용 카메라는 좀 팔려요?”

“NHK와 다솜미디어에 납품한 이후로 주문이 꽤나 많이 쌓여있습니다. 생산 시설이 부족해 몬트리올 소재 카메라 제조사 하나를 인수했습니다.”

“인력투자에 더 힘을 쏟아주세요. 일 년에 10대만 만들어도 좋으니까 업계 관계자들에게 인정받는 제품을 만드세요. 우리가 메이저 업체들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조건 기술과 사람입니다.”

“캐나다뿐만 아니라, 미국 등 명문 공대 석·박사들을 계속해서 영입하고 있습니다.”

“베테랑 인력의 스카우트도 소홀히 하지 마시고.”


원래대로라면 디지털 카메라 사업에서 철수했어야 할 DALLSA Corp.이다.

이번에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

오너인 류지호가 디지털 카메라에 애정이 많기 때문이다.

작년 DALLSA Corp.의 4K 카메라 Evolusion은 각종 방송·영화장비 분야 기술상을 휩쓸었다.

본격적으로 임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업계 관심이 매우 높았다.

SONIC은 SONIC이라고 해야 할지.

세계 최초 HDV1080i 호환형 캠코더 HDR-FX1을 출시, 전문적인 고화질 이미지 기술을 일반 소비자들도 접할 수 있게 만들었다.

내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고품질 디지털 핸디캠 HDR-HC1을 출시하게 된다.

그 이듬해는 8종류의 핸디캠 신제품을 선보이며 캠코더의 역사를 써내려간다.

DALLSA Corp.은 캠코더 시장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오로지 영화용, 방송용 카메라 분야만 집중하고 있다.


“롭, 혹시... 자나드씨가 찾아오진 않았어요?”


롭 험멜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선글라스 오클리의 그 제임스 자나드를 말하는 겁니까?”

“예.”


Oakley Sports Eyewear는 스포츠 선글라스의 대명사로 뽑히는 브랜드다.


“보스는 자나드씨가 계획하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 사업에 관심이 있습니까?”

“내게는 찾아오지 않더라고요. 혹시 롭이 개인적으로 접촉을 할 수 있을까 해서요.”

“내게 D-Cinema에 대해 조언을 구하긴 했습니다.”


친분이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걸 써먹어주는 것이 도리다.


“자나드씨에게 투자나 합작에 대해 제안해보세요.”

“보스는 Evolusion, Eye-MAX, Phantom, CamPro 카메라 제품군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우리는 최고사양, 전문사양, 영화·방송 특화를 지향하게 될 겁니다. 자나드가 만들려는 제품은 모듈형식의 저가제품을 내놓게 될 것이 확실하지요.”

“캠코더를 대신할 준전문가용 저가 제품까지 라인업에 추가하고 싶은 거군요?”


RED 카메라는 준전문가용이 아니다.

가격만 저렴한 전문가용 카메라다.


“DALLSA는 업무용과 ENG 카메라 라인업까지 개발할 여력이 없어요. 나 역시 스튜디오용 디지털 카메라에 만족하고 있고요. 자나드가 개발하게 될 카메라가 DALLSA의 하이엔드와 액션 카메라 사이의 한 축을 담당해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임스가 Oakley의 대주주라서 투자를 받으려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가 부자인 건 나도 압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할리우드 촬영감독들을 만나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들리더군요. 투자자를 모집하는 걸 테지요. 롭이 50대50 지분 투자의향을 제안해보세요.”

“알겠습니다. 제가 제임스를 한 번 만나보겠습니다.”

“JHO와 관계없이 내 개인적인 투자라고 하세요.”

“.....?”

“에드윈은 자나드씨와 합작은 고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DALLSA의 기술을 전수해 줄 필요는 없어요. 대신 이미지센서를 공급할 수는 있겠지요.”

“CMOS를 납품하고 싶으신 거군요?”

“맞아요.”

“CamPro와 Oakley에 CMOS 센서를 납품할 수만 있다면, 저희 입장에서 R&D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CMOS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CCD와는 아직은 비교불가다.

CCD 센서는 섬세한 색상 구분 그리고 노이즈가 적어 선명하다.

단점은 주변 회로가 복잡하다는 것, 높은 전력 소비 등이다.

영상 처리 속도 역시 CMOS 센서에 비해 느리다.

상대적으로 CMOS는 대량 생산이 가능해 제조 단가가 저렴한 장점이 있다.

그렇다고 마냥 CMOS가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CCD에 비해 감도가 낮고 노이즈 현상이 잘 발생한다.

워낙에 기술발전 속도가 빨라서 10년이면 CMOS가 CCD를 따라잡긴 하겠지만.

DALLSA Corp.은 CCD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다.

CMOS 센서 부문에서는 경쟁사들 비해 조금은 뒤쳐져 있다.


“내가 보기에 Origin 시리즈와 Eye-MAX 디지털 시리즈는 10년 넘게 CCD를 장착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 사이 CMOS 센서를 장착한 디지털 카메라 모델이 필요하죠.”


류지호는 RED 기종과 CamPro 제품들이 그 공백을 채워주길 기대했다.

때에 따라서는 RED 자체를 인수·합병할 수도 있고.

참고로 제임스 자나드는 피지공화국의 섬 두 개를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부자다.

사업은 남의 돈으로 하는 것이라서 처음 RED를 개발할 때 투자자를 모집했지만, 여의치 않자 초기 자금을 스스로 전부 부담했을 정도다.

나중에는 RED 카메라의 신제품 개발과 회사 유지를 위해 Oakley Sports EyeWear까지 매각했을 정도로 애정이 있던 사업이다.

사실 한국에서는 RED 카메라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지만, 다른 영화 선진국에서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일본제 디지털 카메라에 톰슨의 바이퍼가 각축을 벌였다.

특히 ARiCH가 본격적으로 시네마 디지털 카메라를 선보이면서 RED 카메라 시리즈는 점차 촬영감독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엔지니어의 최대 성취는 뛰어난 기술과 성능을 구현했을 때겠죠. 롭은 영상 분야 현장 경험이 풍부해서 잘 알겁니다. 그것이 다가 아니라는 걸.”

“물론입니다. 카메라는 영상 예술을 구현하는 도구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성능, 조작성, 포스트 프로덕션과의 연계성은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촬영감독이 카메라를 선택하는 기준은 하나입니다. 룩! 지금까지 필름으로 쌓아왔던 미학을 재현하거나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게 해주는 카메라. 사실 그것이 전부입니다.”

“4K부터는 사실상 관객들은 뭐가 더 좋아졌는지 구별하지 못해요. 심지어 6K나 8K가 나온다고 해도 전문가조차 구별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결국 승부는 섬세한 색상, 부드러운 표현력, 풍부한 질감, 콘트라스트의 섬세함 같은 것들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롭 험멜이 능청을 떨었다.


“보스의 말을 듣고 있자니 제가 할 일이 꽤나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 롭 험멜의 어깨를 에드윈 락이 두드리며 말했다.


“보스는 너그러운 분이지. 연말이 되면 자네 계좌에 막대한 보너스가 쌓여 있을 걸세.”

“보너스는 필요 없습니다. 차라리 그 돈으로 다저스에 투자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엉뚱한 말에 류지호가 물었다.


“다저스 팬입니까?”

“오프 시즌에 좋은 타자를 영입하지 못한 것 때문에, 올 시즌 중위권에 머물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공동 구단주로써 류지호는 유구무언일 수밖에 없다.


“최근 한 언론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팬들이 올 시즌 다저스가 서부조 최하위권으로 분류했습니다. 이유는 모두가 한결같았죠. 지난해 공격 꼴찌 팀이 공격 보강을 못 했으니 더 못할 것이 뻔한 것 아니겠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백퍼센트 맞는 말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케빈까지 양키스로 보내버리지 않았습니까?”

“...솔직히 케빈을 보냈는지는 모르고 있었네요.”


메이저리그 오프 시즌에 류지호는 한창 영화를 찍고 있었다.

야구고 뭐고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한국의 MLB팬 사이에서도 설왕설래가 있었다.

최초의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거취문제였다.

매튜 그레이엄이 구단을 인수할 때는 이미 해당 선수가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한 상황이었다.

류지호가 관여할 여지가 없었다.


“최근 보고서에서 읽어본 바로는 다저스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위해 몸값이 비싼 강타자를 영입하는 것은 현재로선 정답이 아니라고 봅니다. 또 그런 선수는 데려올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LA다저스의 작년 적자는 무려 3,000만 달러가 넘었다.

류지호와 매튜 그레이엄이 제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하더라도 LA다저스를 위해 투자할 금액을 갑자기 늘려 잡을 수는 없다.


“개인적인 생각엔 당장 강타자를 영입하는 것보다 현재 자원을 가지고 꼼꼼한 수비를 펼치면서 허슬플레이가 절실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구단주로서 무책임한 말이다.

하지만 어쩌랴.

JHO Sport는 팀 상황을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구단의 비전과 전략이 수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선수를 사오는 것도 말이 되질 않았다.

적어도 올 시즌이 끝나고 나서야 FA 선수나 트레이드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어쨌든 롭 험멜은 팬심이 듬뿍 담긴 조언을 들려줬다.


“제 개인적인 바람이 아닌 다저스팬 대부분의 생각임을 말씀드립니다.”

“롭의 충고는 잘 들었어요. 향후 팀 운영에 반영하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90년대까지는 지인들이 주로 영화나 주식투자에 대해 물었다.

최근에는 질문이 많이 바뀌었다.

젊은층은 Snowstorm이 출시할 게임을 묻는다.

중년층은 LA다저스에 관한 것들이 주요 대화의 주제가 되고 있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공통적으로 대화를 나눌 거리가 생겼다는 건 나쁜 일이 아니다.

단 모두의 기대와 바람을 충족시킬 때에만.

말 나온 김에.


“맷은 EPL팀과 협상 중이라면서 소식이 없네요?”


새로 이전 한 JHO Pictures 사무실까지 수행한 데이빗 브레이텐바크 수석참모가 대답했다.


“EPL팀 외에 분데스리가 등 4대 리그 팀들을 놓고 다각적으로 물밑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요?”

“혹시 따로 이야기 들으신 것은 없으신지....?”

“별 말이 없기에 인수가 여의치 않구나 싶었죠 뭐.”

“세인트루이스 램스 소유주와 최근에 만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90년대까지 애너하임에 있던 그 램스요?”

“예. 보스.”


영국 프로축구팀을 인수한다고 설레발을 치더니 갑자기 미식축구팀이라니.

연고지를 밥 먹듯이 이전하는 것으로 유명한 NFL팀이 램스다.

창단은 클리블랜드에서 했지만 꽤 오랫동안 LA와 애너하임을 연고로 했었다.

지금은 세인트루이스를 연고로 하고 있고 이전 삶에서는 다시 LA로 돌아왔다.

사실 광역 LA시는 NFL의 무덤이다.

야구의 다저스를 비롯하여 농구의 레이커스, NHL의 킹스, UCLA 대학농구, 미식축구의 명문 USC까지.

그들과 치열한 마켓 경쟁을 해야 한다.

램스 입장에서는 고전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마침 슈퍼볼 우승 당시의 주축들이 노쇠화하면서 팀이 내리막길을 걷는 시점이다.


“현재 LA에 NFL 팀이 없지요?”

“대학 풋볼팀의 인기가 워낙 높으니까요.”


UCLA와 USC의 지역 라이벌전은 동문들뿐만 아니라, 온 남가주가 들썩거릴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자랑한다.

LA에서 창단했던 차저스마저 샌디에이고로 이전해서 현재 LA의 NFL팀은 없다.


“최근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LA로 복귀라도 한 대요?”

“샌프란시스코 49ers의 매각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류지호는 NFL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 잘 몰랐다.

샌프란시스코 49ers는 북미 4대 프로스포츠 최초의 캘리포니아 연고팀이자, 리그를 대표하는 명문팀이며 인기팀이다.

NFL 슈퍼볼 5회 우승팀이며, 1980년대는 포티나이너스의 시대라고 할 정도로 한 시대를 군림한 명문이다.

그런데 1998년 구단주가 카지노 사업 비리로 유죄를 선고받는 등 악재들이 계속되며 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팀을 매제에게 넘겼는데, 운영 능력이 부족해서 좌충우돌 중입니다. 결국 지난 시즌 플옵 진출이 실패하고 간판선수마저 팀을 떠나고 올 시즌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고 합니다.”


참고로 샌프란시스코 49ers는 2004시즌 2승 14패로 리그 최하위까지 떨어지게 된다.


“NFL 구단 가치는 얼마 쯤 해요?”

“5~7억 달러 사이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매출도 대략 2억 달러 안팎으로 안정적입니다.”


샌프란시스코 49ers는 미국 풋볼팀 33개 가운데 구단가치 부분에서 대략 9~10위권이고 전 세계 프로 스포츠 구단을 통틀어 25~30위 사이다.


“NFL 구단주가 되려면 구단 지분을 최소 30% 확보해야 하며, 부채가 2.5억 달러를 초과해서는 안 됩니다. 지배적인 소유주가 되시려면 최소 5억 달러 수표를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데이빗, 만약에 말이에요?”

“말씀하십시오, 보스.”

“Playa Vista 지역에 풋볼 전용 경기장을 짓는다면 얼마가 필요할까요?”

“넉넉잡아 7~8억 달러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최대 6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서 예상한 금액입니다.”


류지호는 대화를 멈추고 머리를 굴려봤다.

Playa Vista 지역에 대형 컨벤션 센터를 짓고 있다.

추후 한류가 미국에 상륙하게 되면 KPOP 관련 행사를 개최할 겸 JHO Company Group 컨벤션 행사도 개최하고 다양한 MICE 산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만약 풋볼 전용경기장이 들어오게 되면 미국 팝가수의 공연은 물론이고 추후 KPOP 슈퍼아이돌의 라이브 공연을 열어도 될 것 같았다.


“명성과 인기는 49ers이긴 한데, 다시 LA로 연고지를 옮길 수만 있다면 램스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


프로 스포츠팀에 대한 투자는 억만장자에게 좋은 투자 포트폴리오다.

참모들도 한결같이 LA 다저스 인수에 대해 잘 한 결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스포츠팀 운영전문 회사를 설립한 것도 류지호의 자산관리에 도움이 될 거라며 회계사들이 환영했다.


“그리고 보스...”

“또 뭔가 프로 스포츠팀이 남았어요?”

“PS 개발자 출신의 앤드류 러번이란 사람이 보스를 꼭 만나 뵙고 싶다면서 웨스트우드와 멘로파크를 자주 들락거린답니다.”


류지호는 시큰둥했다.


“혹시 슬라이드방식의 쿼티 휴대폰 사이드킥을 아십니까? 꽤 획기적인 제품이었는데.”

“......?”

“모바일 기기의 운영체계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MacIntosh에 근무하지도 않고, 스타트업으로 OS를 개발하고 있다면 후보가 몇 안 된다.

역시나...


“작년에 Android Inc라는 스타트업을 설립해 새로운 OS 설계에 매달렸는데, 자금 부족으로 프로토타입조차 못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혹시 한국의 오성전자에도 찾아가 봤다고 하던가요?”

“투자를 받기 위해 여러 군데를 다니고 있는 것 같긴 합니다만, 주요 통신회사는 다 만나본 것 같고, 휴대폰제조업체들과 만나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 오성전자와도 접촉을 하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실리콘밸리 엔젤로 승승장구하던 시기에 류지호의 최대 고민거리 중에 하나였던 스타트업이 스스로 찾아왔다.

바로 Android다.


작가의말

이왕 프로스포츠 전문기업을 만든 김에 오리지널에 없던 NFL팀도 사들일 예정입니다. 의형인 매튜를 위한 배려일 수도 있겠네요. 마약과 난봉꾼의 삶을 청산한 의형이 사업 외에 취미(?)로 즐길 만한 것이 없었는데, 구단주 놀이가 삶의 활력을 불러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덩달아 주인공도 슈퍼리치 플렉스 하고.....

한 주 마무리 잘 하십시오. 뜨거운 불금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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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8

  • 작성자
    Lv.86 도뮤
    작성일
    23.08.18 09:20
    No. 1

    nfl은 다른종목 구단주 겸직 금지라 바지사장이 필요 할텐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트뤼포
    작성일
    23.08.19 13:00
    No. 2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대략 'NFL 팀이 있는 지역에 타 종목의 프랜차이즈를 갖고 있는 사람은 다른 지역의 NFL 구단주가 될 수 없다'라는 규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Under85
    작성일
    23.08.18 09:55
    No. 3

    램즈우승도 했죠 최근에 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霧梟
    작성일
    23.08.18 10:48
    No. 4

    다른(?) 회사지만 라이카 첫 디카는 2002년인가 그럴겁니다. 파나소닉이랑 같이 만든. 디지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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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73 아하쯔
    작성일
    23.08.18 12:23
    No. 5

    잉 글레이저가 맨유랑 탬파베이 버커니어스 구단주 다 하고있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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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08.19 10:46
    No. 6

    안드로이드를 삼성 이 안산 이유는 오픈 소프트웨어 인
    리눅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서 입니다.
    콜럼부스의 달걀 처럼 이론만 알면 누구나 만들수 있었죠.
    미국 벤쳐 투지자 들의 안목이 삼성에 없었죠.
    MS 와 좋은 관계도 착시현상을 일으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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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8.19 11:28
    No. 7

    잘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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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95 zyxw
    작성일
    23.08.19 19:48
    No. 8

    nfl은 달라스카우보이를 사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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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 민중의 적 : EMBARGO. (4) +2 23.09.04 2,200 84 25쪽
603 민중의 적 : EMBARGO. (3) +4 23.09.02 2,404 104 24쪽
602 민중의 적 : EMBARGO. (2) +2 23.09.02 2,292 73 24쪽
601 민중의 적 : EMBARGO. (1) +9 23.09.01 2,526 105 24쪽
600 총수란 호칭이 더 어울리는 남자? (2) +16 23.08.31 2,560 102 23쪽
599 총수란 호칭이 더 어울리는 남자? (1) +4 23.08.30 2,531 107 25쪽
598 할리우드 겉멋 그 자체... +3 23.08.29 2,536 97 26쪽
597 안티 카페 아니겠죠? +4 23.08.28 2,438 103 25쪽
596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다. (2) +4 23.08.26 2,536 108 24쪽
595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다. (1) +5 23.08.26 2,379 103 23쪽
594 신상필벌(信賞必罰). (4) +6 23.08.25 2,478 100 22쪽
593 신상필벌(信賞必罰). (3) +4 23.08.24 2,480 107 23쪽
592 신상필벌(信賞必罰). (2) +5 23.08.23 2,506 106 25쪽
591 신상필벌(信賞必罰). (1) +7 23.08.22 2,560 97 22쪽
590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2) +3 23.08.21 2,547 104 25쪽
589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1) +5 23.08.19 2,564 88 23쪽
» 인수·합병이 여의치 않을 것 같은데. +8 23.08.18 2,585 97 23쪽
587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2) +4 23.08.17 2,559 111 23쪽
586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1) +2 23.08.16 2,585 111 24쪽
585 PayMate Mafia. (3) +2 23.08.15 2,614 117 22쪽
584 PayMate Mafia. (2) +4 23.08.14 2,623 118 23쪽
583 PayMate Mafia. (1) +4 23.08.12 2,785 103 24쪽
582 두 번째 오스카! +8 23.08.11 2,686 111 23쪽
581 인간들이 배가 불렀어, 아주! +3 23.08.10 2,590 100 22쪽
580 Pix-Art. +7 23.08.09 2,571 103 23쪽
579 부자 되세요, 꼭이요~ +4 23.08.08 2,632 109 27쪽
578 마치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것처럼.... +8 23.08.07 2,641 107 22쪽
577 흘러가게 놔두라고 하십니다. +6 23.08.05 2,712 100 22쪽
576 REMO : ....or Maybe Dead! (11) +8 23.08.04 2,590 106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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