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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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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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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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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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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다.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한국 정치에 문제에 대해서는 어린애 빼고 한국인 누구나 다 안다.

깊게 뿌리 내리고 있는 기득권 양당 체제로 인해서 미래지향적이고 민생을 위한 법률이 당리당략에 의해 외면되기 일쑤다.

국민의 다양한 욕망이 정치 아젠다로 이어지지 못한다.

국회에서 그저 정치적 유불리만 따질 뿐이다.

그러니 다양한 민의가 법제정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기득권의 일부가 된 언론이 책임을 저버린 채 여론에 적극 개입하는 것도 큰 문제다.

편향성은 언론 역시 표현의 자유가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막강한 영향력을 통해 자신들 입맛대로 여론을 선동하려니 갈등만 심화된다.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여전히 신문이 독자를 가르치려 드는 것인지.

정치에 대한 토론을 두려워하고 피하는 국민들도 문제다.

한국인은 나와 다른 생각과 이념을 가진 사람과 평화롭게 토론을 나눠 본 경험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혹자는 한국인 특유의 정치 무관심이라고 하는데, 실상은 인간관계가 파탄이 날까봐 두려워서 정치에 무관심한 척 하고 온라인상에서나 겨우 배설 수준의 자기 생각을 털어놓을 뿐이다.

토론을 할 때 감정싸움으로 치닫지 않으려면 객관적인 사실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한국인들은 정치사회문제에 있어서 정확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언론이 그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한 일방의 주장만을 진실인양 보도하기에.

그것에 길들여져 자신이 확증편향에 빠져 있는 걸 모른 채 정보를 받아들인다.


“양당 합해 17명 가지고 무엇을 할 수나 있나 싶긴 한데....”

“법사위, 문화관광위, 산업자원위 정도에 들어가서 강화할 건 하고 풀어야 할 법안은 풀고. 그 정도만 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방통위도 들어가면 좋겠죠.”


류지호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보안법 폐지 및 개정, 과거사 진상규명 법안(과거사법), 사립학교법(사학법), 언론개혁법 외에 몇 가지를 추가하길 바랐다.

공직비리수사처법, 김영란법, 국회 선진화법, 국회의원 특권 축소, 전경련 해산 등이다.

물론 참여정부의 역량으로는 어림도 없겠지만.

대통령 주최 간담회에 참석하게 되면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를 절대 폐지하지 말라고 건의할 생각도 있다.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는 중소기업이 사업을 해도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종을 법률로 지정해 대기업의 참여를 원천봉쇄하는 제도다.

이전 삶에서 2006년에 폐지되었는데, 벽시계, 안경테, 우산 등 180여개의 업종에 제한이 걸려 대기업이 들어오지 못했다.

류지호는 그걸 더 보강해 슈퍼마켓, 제빵·제과점 같은 업종에서 시대에 맞게 더 추가하길 바랐다.

특히나 문제가 크게 될 소지가 있는 프랜차이즈 제빵업에 제동을 걸고 싶었다.


“그걸 다 임기 내에 해치울 수 있겠습니까?”

“못하겠죠.”

“....?”

“국가보안법 폐지와 개헌에 여당이 매달리지 않으면 어느 정도 성과는 있겠지만, 그 두 개가지고 정쟁이 벌어지면 임기 내내 국회에서 격투기 중계방송 찍다가 끝날지도 몰라요.”

“다음 대통령은 혹시 생각해 둔 인물이 있으십니까?”

“내가 정한다고 되겠어요? 다만 정치인이 아닌 행정으로 잔뼈가 굵은 행정전문가가 한 번쯤 국가를 운영해보는 건 어떨까 혼자 상상해 보고 있어요.”

“혹시 서울 시장을 염두에 두고 계신 건?”


이 시점에서 정의국 서울시장이 보수진영에서는 그나마 가장 스마트해 보이긴 했다.

문민정부 시절 정부 요직을 두루 경험했고, 천만 도시를 운영하고 있다.

보수진형 소장파들의 리더격이라 정치력도 어느 정도 있어 보였다.

뼛속 깊은 친미주의자이지만, 일본에 대해서는 기존 보수진영의 스탠스와는 결이 달랐다.

일본에게 양보하라고 미국이 시키면 따르는 시늉을 하겠지만, 국익을 저해할 정도로 어리석은 외교를 할 것 같진 않았다.


“보수 쪽에서 집권하면 토목사업과 부동산에 몰빵하는 경향이 있어요. 선진국으로 한 발 더 가까워지려면 지금 시기에 진짜 민주주의, 의회정치 정립, 경제 기반을 다지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봐요.”

“보스께서는 여전히 미국의 모기지론 폭탄을 우려하시는 군요?”

“그거 잘 못 터지면 미국을 넘어 전 세계가 암울해져요. 한국처럼 외환위기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나라는 정말 힘들어질 겁니다.”


물론 다수의 불행은 극소수에겐 기회다.

준비된 자에게는 위기가 곧 기회이니까.


“한국의 정치 지형은 생각보다 견고합니다.”

“알아요. 패거리 정치, 보스 정치, 야합, 밀실 정치... 마음 같아서는 군부독재 시절부터 정치를 해 온 노괴들과 그들로부터 정치를 배운 쓰레기들을 깡그리 치워버렸으면 좋겠는데.... 가능하지 않을 것 같고.”


저 대단한 오성그룹조차 한국의 정치를 마음대로 주물럭거리진 못한다.

미국의 입김에서 한국 정치가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혼맥으로 이어져 있는 정재계의 이해관계, 법조 카르텔, 보수 종교계, 거대 사학재단을 중심으로 한 토착 자본가 등 각양각색의 기득권이 충돌하고 있기도 하고.


“기득권이란 것이 모두가 한 몸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 같지만, 피라미드 꼭대기 안에서도 여러 이해가 상충하는 것 같습니다.”

“에드워드 버펫을 보세요. 골수 공화당 지지자였던 양반이 민주당 지지로 갈아탔잖아요.”

“한국의 피라미드 꼭대기 안에서도 돌연변이가 나타날 겁니다.”

“예나 지금이나 기득권을 물갈이는 하는 방법은 전쟁, 쿠테타, 시민혁명 같이 극단적인 방법 외에는 없죠.”


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즉 기득권 물갈이는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되어가고 있다.


“30~40대 정치인들은 미숙합니다. 그들에게 멘토가 되어 줄 정치인도 필요한 법입니다.”

“구태정치, 구시대적 정치를 펼치는 인간들보다는 미숙하지만 그나마 젊은 정치인들이 열정적이고 합리적일 텐데.... 그 역시 이상주의적인 생각이겠죠.”


한 나라의 사회·경제현장 중심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30~50대다.

그런 이들의 미래를 60~70대 정치꾼들이 설계하고 결정한다는 것도 웃긴 일이다.

한국영화 제2의 르네상스와 한류 및 KPOP의 세계화 비즈니스를 이끌고 있는 세대가 60~70년대 생들이다.

반면에 한국 정치계에서 그 세대를 찾아볼 수가 없다.

40대 역시 마찬가지다.

그나마 김태평 정부 시절부터 30대들이 한국정치에 대거 유입이 되긴 했다.

그들 역시 고인물화 되어서 자신들이 비판했던 구태를 고스란히 답습하게 되지만.

암튼 정부 여당은 노인 폄하 발언만 없다면 수도권에서 10석 이상 더 얻을지도 모른다.

그 만큼 탄핵역풍이 크게 나타난다.

물론 과반의석수를 얻은 것만 해도 꽤 선전한 것이지만.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탄핵을 추진했던 자들이 더 미웠기 때문에 거둔 성적이다.


“한국에서 장난질 치는 조무래기들은 저리 두실 겁니까?”

“세무조사 결과 나오는 것에 맞춰서 한꺼번에 처리하지 않을까 싶네요.”


어느 선까지 처리할지를 놓고 고심 중이다.

가온그룹 정도 되는 거대집단이 작정하고 힘을 쓰게 되면 정치·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수가 없다.


“판 자체를 갈아엎는 것은 아니라서 국무부에서도 따로 말이 나올 것 같진 않습니다.”


한국의 외교부에 해당하는 미국의 국무부는 한국의 정치가 예측불가능하게 흘러가는 것을 결코 원치 않는다.

그래서 양당 체제가 공고해지길 바라고, 한번 국회에 입성하면 오래 해먹으면서 정치 세대교체가 더디게 이루어지길 바라고 있다.

그래야 한국 정치인에 대한 관리가 쉽게 때문이다.

주권국가의 대통령 후보가 미국 대사관에서 비밀리에 면접을 본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부터 찾아가 인사를 드리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다.

동맹국이니까 당연한 것이란다.

류지호가 워싱턴DC의 씽크탱크에 물은 적이 있다.


- 미국의 적이 동맹인 코리아에 적이라면, 코리아의 적도 동맹인 미국의 적입니까?


그 대단한 미국의 석학들이 쉽게 답을 하지 못했다.

사실은 대답을 삼갔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적이 반드시 미국의 적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일부 씽크탱크가 '국방 의식에 대한 전국 조사'를 진행한다.

40%에 육박하는 미국인이 영국을 최대 동맹국으로 본다고 응답한다.

한국은 0~0.5%다.

그에 반해 일본은 무려(?) 3~5%의 응답을 받는다.

미국인들에게 대한민국과 일본은 동맹국이 아니라... 그저 호구다.


“가온이 한국에서 우습게 볼 정도로 시시해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다만.


“비상장기업이라 외부에 기업의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는 영향도 있습니다. 전 세계 기업 순위 5위 안에 너끈히 들어갈 카질이나 10위에 들어갈 파커만 해도 비상장기업이란 이유로 일반인 심지어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에게조차 저평가 되고 있지 않습니까?”


이 시기 글로벌 시가총액 1위는 제네럴톰슨일렉트릭(GTE)으로 대략 3,700억 달러다.

30위권의 오성전자는 대략 800억 달러다. 시가총액이 전부는 아니지만 기업의 규모와 영향력을 대변하기도 한다.


“최근 한국 상류층 사이에서 아라양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습니다.


류아라를 며느리로 들이려고 난리도 아니다.

오죽하면 심영숙은 마땀뚜들의 등쌀을 피해 자주 LA의 류지호 집으로 오곤 할까.


“아라가 알아서 해야겠죠. 어린애도 아니고.”


도널드 제이콥의 입가에 슬쩍 미소가 피어올랐다.

가족을 끔찍이 생각하는 보스임을 모르지 않는 그로서는 저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가 없었다.


“워크래프트 맵 제작자들은 이번에 함께 한국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거죠?”

“최초 DoTA 맵을 제작한 EUL이란 닉네임을 쓰는 사람은 초청을 거절했습니다.”

“그럼 몇 명이나 초청에 응했지요?”

“7명입니다.”

“한국의 맵 제작자는 찾았습니까?”

“접촉 해 봤지만, 거절했습니다.”

“거절할 이유가 없을 텐데.....?”

“해당 맵 유저들과 <워크래프트> 팬들로부터 비난을 많이 받아서 조용히 지내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습니다.”

“아쉽네요. 여기저기 분산시키지 않고 모두를 모아서 완전한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설득해 볼까요?”

“놔둬요. 추후 게임이 출시 될 때, 다시 한 번 합류를 제안해보자구요.”

“알겠습니다.”


Snowstorm Entertainment가 출시한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는 유즈맵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워크래프트Ⅲ>의 유즈맵 DoTA는 독립게임처럼 취급되며 전 세계 많은 유저들이 즐기고 있다.

이 맵의 제작자는 미국인 프로그래머였는데, DoTA 같은 유즈맵에는 타인이 임의로 수정할 수 없게 프로텍터가 걸려 있다.

그런데 <워크래프트Ⅲ> 확장팩이 발매되며 오리지널에서 사용하던 유즈맵 수정이 가능해졌다.

모 유저가 무단으로 맵을 수장해 배포했다.

이로 인해 DoTA 최초 제작자가 업데이트를 포기해버렸다.

한편, 무단 수정해 배포한 유즈맵은 인기를 끌지 못했다.

무단수정행위에 대해 거센 유저들의 비판을 받은 유즈맵 수정자는 누구나 임의로 수정할 수 있는 상태로 맵을 공개하고 사라졌다.

그러자 수많은 모방 맵이 우후죽순처럼 나와서 혼선을 일으켰다.

마침내 DoTa-Allstars맵이 등장하면서 어느 정도 혼란이 일단락되었다.

이번에 한국으로 초청한 DoTA맵 제작자 일부가 그동안 개발된 유즈맵 시리즈에 등장하는 영웅을 모두 통합해 단일맵인 ‘DoTA ‘Allstars’를 공개했다.

다양한 영웅들이 결합되면서 기존 DoTA시리즈를 제작하던 개발자들이 손을 뗐다.

‘DoTa-Allstars’가 독자적인 시리즈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류지호는 오리지널 DoTA맵 제작자와 ‘DoTA-Allstars‘ 제작에 관여했거나 패치에 참여한 개발자들을 한국의 가온 E-스포츠 플라자와 스펙트럼 게임 스튜디오로 초청했다.

가온그룹이 벌이고 있는 E-스포츠 사업을 보여주고, MOBA게임 ‘타임리 슈퍼 파이트 아레나’의 클로우즈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스펙트럼 게임 스튜디오를 견학시킴으로써 스카우트 제의나 스타트업 제안을 해 볼 생각이다.

한국의 카오스 유즈맵 제작자들까지 모아 개발팀을 꾸리려고 했지만, 한국 제작자들이 거절한 상황이다.


“Snowstorm의 자회사가 아니라 한국 게임 개발사에서 개발하는 이유가 따로 있으십니까?”

“E-스포츠의 종주국을 이번 참에 한국으로 못 박아 버리려고요.”

“예?”

“그런 게 있어요.”


명색이 E-스포츠 종주국임에도, 세계적인 E-스포츠 게임 하나 없는 한국.

<타임리 슈퍼 파이트 아레나>가 되었든, <리그 오브 레전드>가 되었든, <카오스>가 되었든.

한국 개발사 스펙트럼 스튜디오 타이틀을 달고 출시할 계획이다.

적어도 MOBA(또는 AOS) 게임 분야 E-스포츠는 한국이, 아니 가온그룹이 주도권을 틀어쥘 생각이다.


❉ ❉ ❉


뉴욕을 떠나기 전, ParaMax Entertainment에서 알버트 마샬과 면담을 가졌다.

난처한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문제 감독이 만든 문제적 영화 한 편 때문이다.

<화씨 9/11>.

이라크 전쟁 및 테러와의 전쟁과 관련해 조디 워커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영화다.

조디 워커 대통령 집안과 오사마 빈 라덴 가문 사이의 관계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백악관은 터무니없는 오류투성이라며 혹평을 낸 바 있다.

현재 칸 영화제에 출품된 이 영화의 배급사가 ParaMax Entertainment다.


“백악관에서 직접적인 압력을 가하는 겁니까?”

“올 해 중간 선거가 있잖은가. 조디 워커 측근들의 협박성 압력 때문에 임원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네.”


알버트 마샬이 질려버렸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화씨 9/11>은 이미 7월에 북미지역 상영이 잡혀있다.

칸 영화제에서도 수상이 유력시 되고 있는 상황이다.

류지호의 기억에도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었다.

칸 영화제가 이런 정치색 강하고 민감한 문제를 다룬 영화를 외면할 리가 없다.

이전 삶에는 모회사 LOG Company가 압력에 굴복해 ParaMax의 배급을 중단시켰다.

인수할 때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영화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배급을 중단시킬 수 있도록 한 계약 규정을 사유로 들었다.

제3의 배급사를 통해 개봉하려던 차에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함으로써 ParaMax가 힘을 받아 배급을 강행했다.

600만 달러로 제작된 영화가 무려 2억 달러가 넘는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수익을 거두었다.


“흔들리지 말고 계획대로 배급 하도록 하세요.”

“제작비 대비 큰 흥행수익을 얻을 순 있겠지만, 중간 선거에서 조디 워커에게 타격을 입힐 것이란 비난도 함께 받아야 해.”

“그렇지 않을 걸요?”

“......?”

“생각해 보세요. 어차피 이 영화를 볼 사람들은 무어 감독의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들이고, 그런 사람들은 이미 조디 워커 쪽에게 표를 던지지 않을 사람들인데다가, 무어 감독의 주장에 동감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 조디 워커 쪽이 타격을 받는 일은 별로 없을 것 아니겠어요?”

“음.... 공화당원과 지지자들은 절대 보지 않긴 하겠지만.”

“칸 영화제 수상이 조금은 도움이 되겠지만, 그 영향도 별로 크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해외 배급도 ParaMax가 직접 해보세요.”

“일단 칸 영화제 결과를 지켜보고, 해외 배급을 결정해야 할 것 같아.”

“알버트는 영국인이잖아요. 좌파고.”


무슨 눈치를 보느냐는 질책이다.


“<더 월>이나 <버디>를 제작할 때 패기를 영국에 두고 왔어요?”

“그럴 리가 있나! 여전히 난 좌파라네.”

“짜증은 나겠지만, 알버트가 영화를 지켜주세요. 설령 무어의 주장에 완전히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어쨌든 우리 영화잖아요.”

“우리 영화.....?”

“그럼 LOG 영화겠어요?”


ParaMax Entertainment는 100만 달러짜리 초저예산영화부터 1억 달러 예산의 상업영화까지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영화배급사다.

동성애, 종교, 권력, 사회 모순 등 온갖 민감한 문제를 담아낸 영화를 투자·제작·배급하고 있다.

백악관이 직간접적으로 배급 중단 압력을 행사한 경우는 알버트 마샬이 사장에 취임한 이후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겪는 일이지만,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종교계, 시민사회, 백인우월주의 등 온갖 단체로부터 수없이 압력을 받아 왔으니까.

그런 아수라장을 이겨내고 왔는데, 백악관의 압력에 굴복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화씨 9/11>는 그렇게 정리하는 걸로 하고, 내 영화도 잘 좀 부탁해요.”

“올해 한국에서 영화를 찍을 계획이라지?”

“WaW와 한 작품하고, 일본으로 넘어가서 도쿄다카라와 한 작품을 할 겁니다.”

“두 영화사와 해외 배급계약을 체결해 주길 원해?”

“WaW와 도쿄다카라 모두 아시아권에서는 몰라도 세계 배급은 취약하니까요.”

“자네가 아시아에서 찍는 영화는 제작비 대비 흥행수익이 꽤 좋잖아. 배급수수료를 챙길 수 있으니 서로 좋은 거래야.”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맙네요.”


[우리 삶에 일어났던 기적들에 대해 돌아봤으면 한다. 나는 진심으로 세상이 더 나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젊은이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것이라 생각한다.]

[내 임무는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다.]


- 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 중에서.


류지호는 정치를 구경하는 일에는 익숙하다.

헌데 그것이 본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행위라는 것, 본인 의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은 별로 의식하지 못했다.

류지호가 억만장자이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정치의 당사자가 된 것이 아니다.

삶 자체가 정치라는 말이 있듯이 모두가 정치의 당사자다.

현재의 정치가 안고 있는 많은 병폐들의 공범이기도 하고.

한국과 미국의 정치인들이 작은 밥그릇에 연연해서 국제 정세를 소홀히 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평화든 긴장관계든.

류지호가 보기에 미국은 네오콘들이 내부의 적이다.

자국우선주의를 주장하지만, 도리어 자기들 조국의 국력을 깎아먹고 있다.

외환위기를 통과한 대한민국은 외교적·경제적으로 진정한 출발선에서 신호탄을 쏜 것에 불과했다.

한반도 평화 무드, 때론 긴장상황의 과정에서 상대는 북한만이 아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국제체제의 최강자들이 게임의 상대다.

국내정치의 해묵은 적대구조를 그대로 두고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나가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임을 류지호도 모르지 않았다.

다만 외교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한목소리를 내길 바랐다.

이전 삶과 똑같이 역사가 반복된다면.

고유현 이후 한국 정치는 가슴 설레는 비전과 포부를 잃은 채 공회전만 하게 될 것이다.

한국 정치가 필요한 것은 국민을 열광시키는 메시아가 아니다.

비전과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전문가다.

또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자각이다.


‘서희의 담판외교를 드라마로 만들어볼까?’


서희의 외교 담판은 중학교 국사(사회) 교과서에 '협상'에 관련하여 등장하는 단골 소재이다.

한국사에서 주변 정세를 잘 분석하여 능동적으로 대처한 보기 드문 사례 중에 하나다.

실리 외교를 펼치며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한 것으로 외교의 좋은 본보기로 평가되고 있다.

사극이라고 해서 왕조의 일대기나 궁중암투만 다루라는 법은 없다.

오늘 날을 사는 이들에게 귀감이 되거나 경종을 울릴 만한 인물을 다루는 것도 기획의 묘미다.

ParaMax Entertainment에서 볼 일을 마친 류지호는 한국으로 전화를 걸었다.

전하영 부사장에게 ‘서희’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몇 개월 후에 기획서가 류지호의 손에 쥐어질 것이다.

10년 전 WaW는 나쁜 기획을 배제시키는 것이 주된 일이었다.

이제는 좋은 기획을 골라내는 것이 중심이다.

그들이 잡초 속에서 꽃을 골라내 예쁘게 키울 수 있도록 판을 잘 만들어 주는 것이 류지호가 할 일이다.


✻ ✻ ✻


스키 시즌을 마무리 한 무주리조트는 비수기에 접어들었다.

8월에 개최하는 락 페스티벌을 제외하고 특별한 이벤트가 없다.

그렇다고 고객이 영 없는 것은 아니다.

가온그룹 임직원들의 휴가나 각종 단체 세미나, 학생 수련회 등이 있긴 했다.

무주리조트는 비수기라고 해서 놀고만 있지 않았다.

다음 시즌 준비는 기본이고 시설보수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본래 비수기라 조용하고 한적해야 할 무주리조트에 온갖 언론사 기자들이 들락거렸다.


“평소에는 얼굴보기도 힘든 5대 일간지 기자들을 요새 동네 사람처럼 자주도 본다.”


직원들이 쑥덕거렸다.


“이게 다 황 실장 때문이잖아.”

“그 많은 계열사 중에 하필 우리 회사냐 이거지.”

“자고로 유배는 심산유곡이나 섬으로 보내는 법이지.”

“우리 리조트가 유배지란 말이야?”

“그나저나 황 실장 인간 맞아? 어째 사이보그 같냐?”

“어째 웃는 걸 한 번도 못 봤다.”

“웃을 일이 있겠어? 좌천당해서 내려 온 건데?”

“왜 아니겠어? 말은 못하겠고... 속이 말이 아닐걸?”


그때 뒤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실장님 잘 웃으시는데요?”


쑥덕거리던 사람들의 시선이 20대 후반의 여성에게 돌아갔다.


“정혜씨?”


깔끔한 세미 정장차림, 어깨까지 내려오는 단발 머리카락에 자연스럽게 웨이브를 준 헤어스타일, 마케팅팀의 윤정혜다.

단발 웨이브 헤어스타일은 자칫 얼굴의 단점만 드러낸다.

그런데 윤정혜는 썩 잘 어울렸다.

미인은 아니지만, 자신의 맞는 단발 스타일을 잘 알고 있었고 전반적인 스타일링도 나쁘지 않았다.


“언제부터 우리가 됐대?”

“그럼 남이에요?”


윤정혜의 당찬 반문에 모두가 소리죽여 웃었다.


킥킥.


마케팅 팀의 단결력과 팀워크는 무주리조트 최고라 평가받는다.

단 다섯 명이 리조트 홍보마케팅을 책임지다보니 업무량도 살인적이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다 보니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일종의 전우애가 싹튼 경우랄까.

경영정상화가 이루어진 후 노후시설 리모델링, 현장 서비스팀 보강이 먼저 진행되면서 경영지원 업무 쪽 직원 채용이 더뎠다.

그런 가운데 비록 높으신 양반이라도 인원보강이 이루어졌으니, 마케팅 직원들은 격하게 환영하는 입장이다.


“상전이 늘었는데, 좋기도 하겠다.”

“박 대리님은 우리 팀 사정 알면서 그런 말씀하시는 거예요?”

“아니까 하는 소리야.”

“어휴, 실장님이 전화도 받아주고, 문서 복사도 해주고, 사무실도 지켜주고 있어서 그나마 본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구요.”

“황 실장이 복사기를 돌린다고?”

“예.”

“왜?”

“아직 업무 파악이 안 됐다면서 잡무라도 돕겠다고, 그러면서 업무파악 할 겸 돌아가는 걸 배운다나 뭐라나.... 이것저것 부탁하면 다 들어주시던데요?”

“.....?”

“어쩔 수 없어요. 락 페스티벌 준비 때문에 우리 팀 정말 죽을 것 같다구요.”


아무도 마케팅팀부터 인원보강을 해야 한다고 말해주는 직원이 없었다.

그들 역시 매년 증가하는 고객들 때문에 혼자서 두 사람 몫을 해내야 했으니까.


작가의말

주말 잘 보내십시오.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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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할리우드!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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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 민중의 적 : EMBARGO. (4) +2 23.09.04 2,200 84 25쪽
603 민중의 적 : EMBARGO. (3) +4 23.09.02 2,404 104 24쪽
602 민중의 적 : EMBARGO. (2) +2 23.09.02 2,292 73 24쪽
601 민중의 적 : EMBARGO. (1) +9 23.09.01 2,525 105 24쪽
600 총수란 호칭이 더 어울리는 남자? (2) +16 23.08.31 2,559 102 23쪽
599 총수란 호칭이 더 어울리는 남자? (1) +4 23.08.30 2,530 107 25쪽
598 할리우드 겉멋 그 자체... +3 23.08.29 2,534 97 26쪽
597 안티 카페 아니겠죠? +4 23.08.28 2,437 103 25쪽
»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다. (2) +4 23.08.26 2,536 108 24쪽
595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다. (1) +5 23.08.26 2,379 103 23쪽
594 신상필벌(信賞必罰). (4) +6 23.08.25 2,478 100 22쪽
593 신상필벌(信賞必罰). (3) +4 23.08.24 2,480 107 23쪽
592 신상필벌(信賞必罰). (2) +5 23.08.23 2,505 106 25쪽
591 신상필벌(信賞必罰). (1) +7 23.08.22 2,559 97 22쪽
590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2) +3 23.08.21 2,547 104 25쪽
589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1) +5 23.08.19 2,564 88 23쪽
588 인수·합병이 여의치 않을 것 같은데. +8 23.08.18 2,584 97 23쪽
587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2) +4 23.08.17 2,559 111 23쪽
586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1) +2 23.08.16 2,585 111 24쪽
585 PayMate Mafia. (3) +2 23.08.15 2,614 117 22쪽
584 PayMate Mafia. (2) +4 23.08.14 2,622 118 23쪽
583 PayMate Mafia. (1) +4 23.08.12 2,784 103 24쪽
582 두 번째 오스카! +8 23.08.11 2,686 111 23쪽
581 인간들이 배가 불렀어, 아주! +3 23.08.10 2,590 100 22쪽
580 Pix-Art. +7 23.08.09 2,571 103 23쪽
579 부자 되세요, 꼭이요~ +4 23.08.08 2,632 109 27쪽
578 마치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것처럼.... +8 23.08.07 2,641 107 22쪽
577 흘러가게 놔두라고 하십니다. +6 23.08.05 2,712 100 22쪽
576 REMO : ....or Maybe Dead! (11) +8 23.08.04 2,590 106 27쪽
575 REMO : ....or Maybe Dead! (10) +4 23.08.03 2,557 104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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