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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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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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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08.0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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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Pix-Art.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절대 먼저 전화를 하지 않는 인물이 전화를 걸어왔다.

스테픈 잡스다.


- 영화 촬영 끝났다고 들었네.

“프로덕션은 모두 마쳤고, 포스트프로덕션 시작했어요.”

- 식사에 초대하겠네.


뜬금없이?


- 자네만 오게.

“혹시 수술 결과가 안 좋아요?”

- 수술은 잘 되었으니 더 이상 거론하지 말게. 어떤가?“

“단순히 식사 초대는 아닌 것 같은데.... 뭐에요?”


자신이 할 말한 하는 스테픈 잡스다.


- 언제 쿠퍼티노로 와 줄 수 있겠나?

“비서를 통해 조율하도록 해요. 가능하면 아카데미 시상식 전에 봐요. 이후에는 한국에 가있을 예정이니까.”

- 최대한 이른 시간에 보도록 하지.

“그러...”


뚝.


류지호가 와락 얼굴을 구겼다.

욱하고 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자신을 만만하게 여기나 싶었다.

대통령이 취임하고 자신에게 한 번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불평했던 인간이다.

스테픈 잡스의 극단적인 자존감 즉 과대망상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류지호가 신경을 써봐야 자신만 손해기에 나쁜 감정을 금방 털어냈다.

대신 뜬금없이 전화를 건 이유를 추측해보았다.


‘뭐지? 개인적으로 전화할 리가 없는 인간이 뭣 때문에....?’


당장 짚이는 바가 없었다.


“혹시....!”


류지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현실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류지호가 떠올린 사안은 Pixart와 관련된 사안이다.

Pixart와 LOG의 계약이 다음 달에 종료된다.

‘윈-윈'게임이었던 두 회사의 결합이 깨질 위기다.

얼마 전 스테픈 잡스는 공식으로 기존 계약에 대한 10개월에 걸친 LOG와의 협상이 결렬됐다고 선언했다.

업계에선 양사의 결별이 어느 쪽에 더 큰 타격을 줄지 예의 주시하고 상황이다.

일단 주식시장의 반응은 분명하게 갈렸다.

LOG Company가 1.8% 떨어진 반면에 Pixart는 3.4%나 올랐다.

주식시장에서는 LOG Company가 좋은 사업 파트너를 놓쳤다는 쪽으로 판단한 것이다.

스테픈 잡스는 LOG 외에 다른 메이저 스튜디오와 협상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Pixart라.....’


크게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JHO Company Group 산하에는 Hues & Rhythm Studios와 Azuresky Studios가 있다.

각각 <타이탄AE>, <아이스에이지>를 제작했다.

Pixart에서 추후 만들어질 작품들이 탐나긴 해도, 인수·합병할 정도까지는 아니다.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도 있고, Hues & Rhythm Studios 역시 3D 애니메이션을 꾸준히 제작할 계획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제안을 한다면 고려는 해 볼 생각이다.

Pixart IP를 활용할 분야는 JHO에 무궁무진했으니까.


‘LOG에 7조에 넘겼던 것 같은데... 아닌가?’


류지호가 알기로 잡스와 아이즈너 LOG 회장 사이가 몹시 좋지 않았다.

마이크 아이즈너 회장은 공공연하게 스테픈 잡스를 비난하고 있다.

협상 주도권을 쥐기 위한 쇼가 아니다.

진짜 사이가 좋지 않았다.


‘오랜만에 일기장을 들춰봐야겠네.’


과거로 돌아온 후로 시간이 꽤 흘렀다.

이전 삶의 기억들이 가물가물했다.

모르긴 몰라도 이런 중요한 이슈는 기록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몇 개의 키워드가 메모되어 있어도 대강의 흐름을 추측할 수 있을 터.


‘어쩌면 아이튠즈 스토어에 JHO 콘텐츠를 올리고 싶은 걸지도..’


류지호는 스테픈 잡스와의 식사초대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 ❉ ❉


며칠 후.


쿠퍼티노 MacIntosh 본사에 다시 한 번 류지호가 나타났다.

웬일로 비서가 아닌 스테픈 잡스가 직접 류지호를 맞이했다.

류지호가 생명의 은인까지는 아니어도 자신의 고집을 꺾은 유일한 사람이다.

스테픈 잡스는 류지호를 인정하기로 했다.

세상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답다고 해야 할지.

류지호가 삐딱하게 물었다.


“영광으로 생각해야 됩니까?”

“자부심을 가져도 되네. 난 대화가 안 되는 자는 아예 상대 안 해.”

“아, 네.”


사람이 죽다 살아나면 바뀌기도 한다는데, 스테픈 잡스와는 관계가 없는 모양이다.

지독한 마이페이스는 여전했다.


“유니벌스뮤직그룹에서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 가격 정책에 불만이 많은 모양이던데요?”

“MacIntosh는 매우 합리적인 가격으로 서비스하고 있다고 생각하네.”

“음반회사 입장에서 음원 가격보다는 아무래도 유통사로서의 이익이 줄어들 것을 걱정하는 거겠죠.”

“그들은 하루 빨리 새로운 플랫폼에 적응해야 할 것이네.”

“그렇겠죠.”


참고로 지난해 4월 서비스를 시작한 아이튠즈 뮤직의 확장된 개념이 아이튠즈 스토어다.

이전 삶에서는 2005년부터 LOG Company TV시리즈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한 이후로 이듬해 영화 그리고 아이팟 게임을 판매했다.


“비틀즈 앨범들의 디지털 음원 서비스를 MacIntosh 스토어에서 독점하고 싶네.”


스테픈 잡스가 단도직입적으로 치고 나왔다.

류지호 역시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단칼에 정리했다.


“MJJ Music과 협상하세요.”

“자네가 결정하면 끝날 일 아닌가?”

“독단적으로 사안을 처리하지 않아서요.”

“저작권자가 자네로 알고 있는데?”

“잘못 알려진 겁니다.”

“알겠네.”


웬일로 순순히 물러서는 스테픈 잡스다.

사실 그로서도 당장 아쉬울 건 없다.

아이튠즈 뮤직의 시장점유율이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보인다면, 자신 앞에 앉아있는 얄미운 녀석이 언젠가 숙이고 들어오게 되어 있으니까.

스테픈 잡스로서는 서두를 이유가 없다.

이전 삶에서 아이튠즈 스토어는 Googol 플레이가 음원 서비스를 하기 전까지 비틀즈 디지털 음원을 독점적으로 서비스했다.

ATV Publishing의 지분의 절반을 류지호가 소유하고 있기에 스테픈 잡스의 바람과 달리 이번에는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류지호는 사실상 Googol의 최대주주이기도 했다.

스테픈 잡스의 생각과 달리 류지호는 두 회사를 놓고 저울질 할 수도 있다.

두 사람은 장소를 레스토랑으로 옮겨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언론을 이용할 줄은 몰랐네요.”

“무슨 말이지?”

“이 레스토랑에 기자가 몇 명 보이는데요?”

“...흠!”

“나와 회동하는 모습을 언론에 흘려 아이즈너씨를 압박하려고요?”

“그들과는 이미 끝났네.”

“협상에 여지도 없어요?”

“응. 난 그들에게 질려버렸어.”


마이크 아이즈너 회장도 똑같은 말을 할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초기에만 관계가 좋았을 뿐, 이후로는 점점 사이가 악화됐다.

1995년 두 회사가 의기투합해 <토이 스토리>를 출시한 후 <몬스터 주식회사>, <토이 스토리 2>, <벅스 라이프>, <니모를 찾아서> 등 합작한 애니메이션이 잇따라 빅히트를 쳤다.

이들 다섯 편의 전 세계 박스오피스 수입만 25억 달러를 넘었다.

DVD와 비디오테이프도 약 1억5천만장이 팔렸다. 두 회사의 강점이 잘 어우러진 결과였다.

Pixart가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면, LOG Company가 막강한 배급망을 통해 세일즈를 전폭적으로 전개했다.

그렇게 좋은 분위기로 흘러가던 중에 Pixart의 최대주주이자 최고경영자인 스테픈 잡스가 기존의 계약에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배급만 하는 주제에 가져가는 몫이 너무 많다고 여겼다.

향후 제작할 두 작품에 대한 권리도 LOG Company가 갖는 것에 불만이 많았다,

기존 다섯 작품에 대한 LOG의 단독 배급권도 통상적인 20년이 아니라 5년으로 단축하길 원했다.

당연히 마이크 아이즈너 회장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마이크는 중요한 판단 미스를 저질렀지.”

“.....?”

“Pixart가 LOG의 도움 없이는 인간을 소재로 한 영화를 성공시킬 수 없다고 확신한다는 것.”

“<인크레더블>에 꽤나 자신이 있는 모양이네요?”

“기대해도 좋아.”


류지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 삶에서 Pixart는 LOG Company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3D 애니메이션으로는 표현하기 어렵다는 인간을 소재로 한 <인크레더블>을 제작해 성공을 거두었다.

Azuresky Studios가 괜히 <아이스 에이지>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다.

이 당시만 해도 인간 캐릭터가 등장하는 3D 애니메이션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아이즈너는 Pixart의 성공이 모두 자신들 덕분이라고 믿었어. 오만이지.”


류지호가 보기에 두 사람은 도긴개긴이다.

둘 다 자신들이 모든 의사결정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마이크 아이즈너는 재임 기간 모든 LOG Company의 영화와 TV시리즈를 직접 선택했다.

심지어 LOG Company 오피스 커튼 색깔까지 자신이 골라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그렇다보니 영화들을 마치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 듯 만들었다.

반면에 Pixart는 자유방임형 운영에 가까웠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초창기 Pixart는 스테픈 잡스의 독선에 의해 지배되었다.

하지만 크리에이터들이 자유방임에서 창의력이 폭발하고 그것으로 인해 영화들이 연이어 성공하는 걸 확인한 스테픈 잡스는 Pixart 의사결정에서 빠졌다.

그런 후 LOG Company의 간섭과 압력을 막아주는 역할로 태도를 바꾸었다.

MacIntosh로 복귀한 후로 Pixart 사내 문화가 어느 정도 반영되고 있긴 했다.

다만 Pixart에 비해 수십 배로 규모가 큰 MacIntosh에서는 체감할 수가 없다는 함정이 있다.

워낙 보안에 병적으로 집착하다 보니 실리콘밸리 기업들에서 보이는 자유로운 업무 분위기를 찾아보기 쉽지 않고, 심지어 다양한 인종이 섞여 일하는 풍경도 MacIntosh에서는 보기 어려웠다.

실리콘밸리 기업 중에서 유독 MacIntosh 본사가 백인 직원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Pixart에 또 하나의 대단한 자산이 있다죠?”

“랜더맨을 말하는 것인가?”

“기존의 성공한 Pixart 애니메이션의 그래픽 라이브러리를 신 버전에 끼워주는 방식은 정말 탁월한 마케팅인것 같아요.”


이 당시 랜더맨은 말 그대로 일종의 표준이었다.

Pixart Animation Studios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PhotoRealistic RenderMan이란 프로그램으로 렌더링을 한다.

랜더맨 성능이 향상되면 이전 버전을 외부에 판매하는데, 이때 그간 Pixart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그래픽 라이브러리를 끼워서 팔았다.

그 마케팅이 대박을 쳤다.

랜더맨은 애니메이션 분야뿐만 아니라, 영화 쪽에서도 많이 사용되었다.

대표적으로 트라이-스텔라의 <매트릭스>에 랜더맨이 사용됐다.

현재는 Hues & Rhythm Studios 자체 R&D로 훌륭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쓰고 있지만, 당시에는 랜더맨에 필적한 툴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사실 LOG와 처음 배급협상을 벌일 때만 해도 파산 직전이었어. 불리한 협상을 할 수 밖에 없었지. 그래도 난 불공평한 계약 안에서 Pixart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네.”


할리우드 제작자라면 잘 아는 내용이다.

영화에 쓰이는 'LOG 픽처스 제공(LOG Pictures Presents)'이라는 문구 대신 'LOG·Pixart' 브랜드를 사용한 것이 그것이다.

첫 작품인 <토이 스토리>의 경우는 이 브랜드를 사용하지 못했지만, 이후 <벅스 라이프>의 극장 포스터에 처음 사용되기 시작된 후로 ‘LOG·Pixart’ 브랜드는 오직 Pixart 영화의 마케팅시에만 쓰이는 문구가 되었다.


“LOG를 대체할 배급파트너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은가 봐요?”

“...음.”

“LOG와는 어떻게 협상했는데요?”

“수익분배 면에서 Pixart가 제작비를 좀 더 많이 부담하는 대신에 LOG에서 부담하는 배급 및 유통비용을 줄이자고 제안을 했지. 마이크 아이즈너가 이를 거절했어. 결국 Pixart는 LOG와 다른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그렇다고 다른 메이저 스튜디오와의 협상 역시 쉽지 않았다.

스테픈 잡스의 조건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제작된 영화에 대해 Pixart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다른 파트너를 찾겠다.]


공식적으로 스테픈 잡스가 밝힌 내용이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는 투자·배급 조건으로 20년, 30년, 50년 소유권 계약을 체결한다. 보통은 20년으로 계약하고, 그 이상은 아주 특이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스테픈 잡스는 소유권 양도 기간을 5년으로 대폭 줄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메이저 스튜디오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협상안이다.


“대신 Pixart가 제작비를 더 많이 부담할 생각이네. 배급과 유통비용도 줄이고.”

“메이저 스튜디오가 돈이 없어요? 그리고 첫 주 와이드 릴리즈는 모든 스튜디오의 배급 전략입니다. 배급비용을 더 늘리는 한이 있더라도 받아들여질 수 없는 협상안이에요.”

“자네는 어떤가?”

“.....?”

“자네 생각을 듣고 싶네.”

“Pixart의 향후 라인업이 몇 편까지 갖춰졌는지 알려줄 수 있어요?”

“<인크레더블>과 <카>는 LOG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네. 무려 이.십.년짜리 계약이지. 그 이후로 세 편을 차례로 개봉할 계획이네.”


‘<월-E>하고 <업> 정도... 하나는 뭐지?’


류지호가 Pixart가 제작하게 될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고 있을 때, 스테픈 잡스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Pixart는 2010부터 매년 한 편씩 애니메이션을 내놓을 계획을 가지고 있네.”

“투자·배급 계약은 20년....?”

“10년일세.”

“<인크레더블>과 <카>는 LOG가 배급까지 하는 거 아니었어요?”

“<카>는 계약을 파기할 수도 있을 것 같더군.”

“2005년부터 계약효력이 발생하면 10년 간 최소 4편이겠군요?”

“최소한!”

“그 기간 LOG가 저작권을 가진 프랜차이즈 시리즈를 제작하게 되면 트라이-스텔라는 손만 빨아야 할 것 같은데요?”

“트라이-스텔라가 아니네.”

“....예?”

“자네가 백퍼센트 지분을 보유한 영화사와 협력하고 싶네.”

“JHO Pictures는 배급을 하지 않아요.”

“나도 잘 아네. 트라이-스텔라도 자네 것이지만 JHO Pictures와 달리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한 것으로 알아. 나와 Pixart는..... 더 이상 LOG와 맺었던 불공정한 계약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


딱히 불공정한 계약도 아니었다.

할리우드 통상적인 계약이었으니까.

‘을‘의 입장에서는 불공정하게 느끼겠지만.


“JHO Pictures와 그게 무슨 상관인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주세요.”

“자네가 Pixart를 인수하게. 자네라면 Pixart의 기업문화를 존중하면서 서로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JHO Pictures는 작은 회사에요.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네요.”


차라리 Pixart Animation Studios가 JHO Pictures를 인수한다면 몰라도.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꼴이다.


“작은 회사가 1.5억 달러 예산의 입체영화를 제작하는 짓은 못하지.”


대략적인 예상 인수가격은 70억 달러 안팎이다.

물론 지분교환 방식을 혼합하겠지만.


“Pixart 직원들 특유의 재기발랄한 스타일을 그대로 살려 작품 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 지금까지 내가 LOG와 마이크 아이즈너로부터 Pixart 특유의 기업문화와 창작활동을 보호했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해 줄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 메이저 스튜디오는 모두가 똑같아. 트라이-스텔라라고 다를 것 같지 않더군.”


JHO Pictures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자네가 지금까지 보인 행보를 모두 살펴보았지. 자네라면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자네는 수많은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지만 간섭이나 영향력 행사를 전혀 하지 않더군. 물론 내게 대주주 지위를 이용해 협박을 한 건 제외하고.”


이제야 류지호를 개인적으로 만나자고 한 이유를 알 게 됐다.

JHO Company와 협상을 하려고 했다면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을 만났어야 했다.


“JHO Pictures도 간섭해요. 프로덕션 헤드가 얼마나 깐깐한데.... 잡스씨 만큼 그립이 세진 않지만.”

“Azuresky와 Snowstorm에 대한 자네의 태도를 보면 알 수 있지. 사실 그들은 어딘지 어설퍼. 하지만 자넨 그들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더군. Hues & Rhythm이 LMI를 따라잡은 것 또한 이해가 되더군.”

“내키지 않네요. Pixart는 상장기업이라서 합병하게 되면 우회상장을 하는 모양이 되는데 나로서는 달갑지 않네요.”

“상장폐지도 고려할 수 있네.”

“무슨 수로요.”

“내가 59% 지분율을 보유한 대주주인데다 우호지분까지 포함하면 75%가 넘네. 소액 주주들에게 편지를 보내게 되면, 그들이 내 의사를 존중해 줄 것이라 자신하네.”


천상천하 유아독존.

자신은 뭐든 할 수 있다.

이건 자신감을 넘어 오만의 극치다.

어쨌든 뜻밖의 제안이다.

류지호로서도 예상하지 못한.


“더 말해보세요. 이 제안이 끝이 아닐 것 같네요.”

“MacIntosh와도 연관이 있네.”

“.....?”

“2년 안에 아이튠즈 뮤직을 확대·개편할 계획이네. 자네가 소유한 텔레비전 프로덕션에는 인기 TV시리즈가 상당하지. 아이튠즈에서 자네 소유기업의 영화와 TV시리즈를 팔고 싶네.”


류지호는 내심 웃음이 나왔다.


큭.


여우가 따로 없다.

스테픈 잡스에 대한 이미지가 깨지는 순간이다.

암튼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인터넷 다운로드 서비스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기존 부가시장 유통에 새로운 유통 플랫폼이 추가되면 좋을 것 같지만, 실상은 기존 유통질서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부터 케이블 채널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비디오·DVD·케이블 채널 시장을 위협할 인터넷 유통 플랫폼에 대해 매우 미온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아이튠즈로 대표되는 디지털 음원 서비스가 LP·CD 판매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에 경계심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류지호는 꽤나 열려있는 사고방식을 취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열린 태도를 보여주고 있으니까.

스테픈 잡스는 StreamFlicks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을 모른다.

JHO Company Group이 관계사인 StreamFlicks에 독점 콘텐츠를 제공하면 했지 굳이 아이튠즈에 줄 이유는 없다.

아무리 류지호가 MacIntosh의 주요 주주라고 하더라도.


“예상하지 못한 제안이라 고민 좀 해봐야겠네요.”


뜻밖의 제안까지는 아니다.

그렇다고 덥석 제안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보여선 좋을 것이 없다.


“Pixart는 기존 스튜디오와도 계속해서 관련한 협상을 벌일 생각이야. LOG와 배급 계약은 종료되었지만, <인크레더블>은 그들이 배급하게 될 테니, 1년 간의 시간이 있다고 볼 수 있어.”

“<카>는요?”

“아직 개발에 들어가지도 않았네. 권리를 가져오는 방법을 찾아봐야지.”

“스크립트를 LOG 전속 작가가 작성한 모양이네요?”


지금까지 기획과 시나리오 작업은 LOG가 영화제작은 Pixart가 담당하는 이원체제였다.

양사의 관계가 좋았을 때는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냈지만, 사이가 틀어지면서 원활한 협조가 이루어질 리가 없다.


“<카> 이후부터는 무조건 Pixart 오리지널 기획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네.”

“암튼, 임원들과 논의는 해 볼 게요.”

“오너의 결단이면 충분한 거 아닌가?”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안해서요.”

“잘도 그런 말을 하는 군.”

“사실은 귀찮아요. 영화 찍기도 바빠서.”


남들에게 좀처럼 웃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스테픈 잡스였지만, 비웃음이든 진심에서 우러나온 웃음이든 자주 보여주고 있다.

식사를 하면서도 종종 웃는 걸 보니, 종양제거 수술로 뭔가 성격이 바뀐 것 같기도 했다.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LOG Company의 재기와 몰락을 동시에 경험하게 해준 마이크 아이즈너는 직원들의 반발과 경영진과의 다툼, 실적 부진 등이 겹치며 주주들의 신뢰를 잃게 된다.

에드워드 버펫 같은 주주들이 그의 독선을 내버려 둔 것은 실적으로 보답했기 때문이다.

실적이 부진해지면서 주주들도 더는 방관할 수 없게 됐다.

결국 2005년 LOG Company 최고경영자에서 물러난다.

후임으로 LOG의 해결사이자 LOG 콘텐츠를 PC주의 광기로 물들이는 것으로 기록될 로비 A 아이거(Robby A Iger)가 임명되면서 Pixart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가 최고경영자가 된 후 미키마우스랜드를 방문했는데 최신 LOG 애니메이션 캐릭터보다 Pixart 캐릭터들이 더 많이 더 인기가 있는 것에 충격을 받기 때문이다.

LOG Compamy의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Pixart가 대안이라고 굳게 믿게 된다.

이전 삶에서는 주식 맞교환방식으로 인수를 했다.

Pixart Animation Studios 주식의 59%를 갖고 있던 스테픈 잡스는 그로 인해 LOG Company의 개인 최대 주주(전체의 7%)가 되었다.

이후 Pixart의 수장이자 애니메이션 감독이며 성추행 행위가 발각될 예정인 앨런 라셰티가 LOG Animation의 수장이 되며 침체에 빠진 LOG Studios를 구했다.


‘최대 경쟁사의 알짜 기업을 빼앗아 오는 건 의미가 있긴 하겠지만....’


현재 북미의 주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는 LOG를 대표로 메이저 스튜디오 자회사들과 Pixart, DreamFactory, 하나-바베라, AzureSky 등 독립스튜디오, PARKsTV 애니메이션, 카툰네트워크 등의 TV·케이블 기업의 자회사 등이 경쟁하고 있다.

Timely Animation은 그간 외주를 주던 방식에서 탈피해 자체 TV시리즈를 제작하는 것으로 노선이 전환되고 있다.

JHO Company Group은 산하에 Hues & Rhythm, AzureSky, Timely Animation 등 3개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거느리고 있다.

Pixart Animation Studios까지 인수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아~ 몰라! Moe 더러 알아서 하라고 해!’


아카데미 시즌이 끝나면 곧바로 한국으로 가서 <민중의 적> 시리즈를 찍기로 했다.

크랭크업과 함께 미국으로 다시 돌아와 <REMO> 최종편을 점검한 후에 또 다시 일본으로 가 <군계>를 찍어야 한다.

인수·합병 문제로 골치를 썩고 싶은 마음도 여력도 없었다.

얻을 수 있으면 좋고 못 얻어도 크게 아쉽지 않은 그런 사안이기도 했고.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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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7 안티 카페 아니겠죠? +4 23.08.28 2,438 103 25쪽
596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다. (2) +4 23.08.26 2,536 108 24쪽
595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다. (1) +5 23.08.26 2,379 103 23쪽
594 신상필벌(信賞必罰). (4) +6 23.08.25 2,478 100 22쪽
593 신상필벌(信賞必罰). (3) +4 23.08.24 2,481 107 23쪽
592 신상필벌(信賞必罰). (2) +5 23.08.23 2,506 106 25쪽
591 신상필벌(信賞必罰). (1) +7 23.08.22 2,560 97 22쪽
590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2) +3 23.08.21 2,547 104 25쪽
589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1) +5 23.08.19 2,564 88 23쪽
588 인수·합병이 여의치 않을 것 같은데. +8 23.08.18 2,585 97 23쪽
587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2) +4 23.08.17 2,559 111 23쪽
586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1) +2 23.08.16 2,586 111 24쪽
585 PayMate Mafia. (3) +2 23.08.15 2,615 117 22쪽
584 PayMate Mafia. (2) +4 23.08.14 2,623 118 23쪽
583 PayMate Mafia. (1) +4 23.08.12 2,785 103 24쪽
582 두 번째 오스카! +8 23.08.11 2,687 111 23쪽
581 인간들이 배가 불렀어, 아주! +3 23.08.10 2,591 100 22쪽
» Pix-Art. +7 23.08.09 2,572 103 23쪽
579 부자 되세요, 꼭이요~ +4 23.08.08 2,633 109 27쪽
578 마치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것처럼.... +8 23.08.07 2,641 107 22쪽
577 흘러가게 놔두라고 하십니다. +6 23.08.05 2,712 100 22쪽
576 REMO : ....or Maybe Dead! (11) +8 23.08.04 2,590 106 27쪽
575 REMO : ....or Maybe Dead! (10) +4 23.08.03 2,557 104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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