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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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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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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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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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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PayMate Mafia.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다음날 아침 일찍.

팔로알토 북쪽 멘로파크에 위치한 JHO Venture Capital 사무실에 류지호가 나타났다.

전 날 파티로 숙취가 심할 텐데 로널드 윌리엄스는 멀쩡한 모습으로 투자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로널드 윌리엄스의 비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마실 것으로 뭘 준비할까요?”

“카페모카 가능해요?”

“준비하겠습니다.”


따로 해장을 못해서 달달한 맛이 당겼다.

오너의 첫 방문이라서 그런 것인지 임원들이 평소보다 경직된 것처럼 보였다.

류지호는 실리콘밸리 벤처 캐피탈리스트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90년대 초반부터 세상을 바꾼 수많은 벤처 기업들에 투자하여 실리콘밸리 혁신을 선도하는 투자자로서의 위상을 확립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자신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까지 성공하게 만드는 투자자.

GARAM Ventures는 주목받지 못하는 프로젝트나 네트워크 형성이 약한 창업자들도 많이 발굴해서 키우고 있다.

심지어 실패한 것으로 판명이 난 프로젝트나 아이디어도 사들이기도 한다.

연구중심기업인 GMG Lab을 위해서 여력이 되는 대로 기술과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있다.

실패한 프로젝트라도 검토하다보면 건지는 것이 있게 마련.

GMG 계열 연구소에서 쓸 만하게 가공되어 계열사에게 전파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일반적인 엔젤과 기업벤처 투자자가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안정적인 exit에 집중하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자신만의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이게 되고, 그것이 통할만한 가능성이 보이는 즉시 대기업들의 인수·합병 레이더에 감지가 된다.

대부분의 IT 대기업의 공통점은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계속 편입시켜 회사 성장을 이룬다는 것이다.

Googol 같은 기업은 한 달에 하나씩 기업을 인수할 때도 있다.

일반적으로 벤처캐피탈은 A라운드, B라운드, C라운드로 이어지는 투자를 하고, 결국 기업 매각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때론 증권거래소에 상장함으로써 투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

다만 상장을 통한 exit는 조건도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 선호하는 방식은 아니다.

한 번 회사를 매각해 본 창업가들이 계속해서 기회를 얻게 된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더 잘 먹는 법이니까.


“아침부터 바뻐. 내가 괜히 방문했나 싶네.”

“아닙니다. 오전 미팅은 한 건 뿐이었습니다.”

“이른 시간이긴 한데, 함께 식사하겠어?”

“그러시죠.”


사무실을 나온 두 사람은 근처 멕시코 식당으로 향했다.

종종 멕시코 식당을 찾는 편이다.

멕시코 음식 특유의 자극적이고 화끈한 매운 맛이 김치에 죽고 사는 한국 사람과 어딘지 잘 맞는 것 같았다.


“상담 대부분이 투자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직접 VC 문을 두드리지 않고, 엔젤 투자자부터 찾는다고?”

“그렇습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주로 인맥 때문입니다. 엔젤 투자자들은 인맥이 좋거든요. 사람들을 찾아줍니다. 사업 개발할 사람이 필요하면 그렇게 하고, 엔지니어가 필요하면 좋은 엔지니어들을 찾아줍니다. 또 엔젤 투자자들은 좋은 멘토가 되어 줍니다. 실리콘밸리의 많은 엔젤 투자자들은 전에 사업을 시작해서 성공하거나 실패한 경험이 있잖습니까? 좋은 엔젤 투자자들은 더 많은 ‘exit option’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GARAM, Sequa, KPC&B 등 대형 VC는 하루에도 몇 개씩 설립되거나 사라지는 스타트업을 모두 파악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때문에 일차적으로 엔젤 투자자가 스타트업을 발굴한 후, 그 회사에 관심을 보일 벤처 캐피털리스트(VC)를 찾아서 소개해 주는 방식이 일반적인 실리콘밸리 투자 프로세스다.


“버블 꺼지고 엔젤 투자가 다시 늘고 있어?”

“90년대 수준을 회복하려면 슈퍼스타의 등장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자금은 어디서 나와서 실리콘밸리에 돌고 있는 거야?”

“억만장자가 된 스타트업 출신 엔젤 투자자와 Googol로 돈을 번 엔젤들이 꾸준히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대형 VC들도 계속해서 투자처를 발굴하고 있고.”

“JHO VC가 가장 먼저 살피는 부분이 뭐지?”

“우선, 투자액으로 봤을 때 저는 300만 달러 이상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관심 있게 봅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는 50~500만 달러까지 다양했다.

그 돈도 한 번에 투자를 받는 것이 아니다.

보통은 엔젤 투자자로부터 50만 달러 정도를 받아 사무실, 인력 구성, 시스템 세팅 등을 시작하고, 이후 엔젤 투자자가 끌어 들인 벤처 캐피탈 투자가 들어오는 방식이다.


“많은 창업자들이 아이디어만 가지고 찾아오는데, 아시다시피 이곳에서 아이디어는 사실 매우 값싸고 흔하지 않습니까? 만들어 보지도 않고 찾아온다는 건 확신이 부족하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그 상품을 살 사람들은 고객입니다. 제가 고객도 아닌데 평가할 수 없지요. 고객이 있어야 좋은 아이디어라는 걸 알 수 있기에 구체적인 서비스가 없는 스타트업은 받지 않고 있습니다.”

“듣기로는 조건이 빡빡할 법도 한데.... 많이 찾아오진 않겠군.”

“하루 평균 80건 정도 들어오고 있습니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대부분은 엔젤 투자자들이 연락해 오는 프로젝트입니다.”

기본적인 세팅이 끝난 스타트업들이 2차 투자를 받기 위해 찾는다는 소리다.


“그 중 몇 개나 투자가 진행되는데?”

“80%가 거절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20%만 심사위원회에서 검토되고 있습니다. 검토된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백그라운드 체크를 하게 됩니다. 마음에 들면 창업자와 면담을 진행합니다. 일주일에 평균 1개 회사나 아이디어에 투자가 진행됩니다. 그 중 2~3%만 슈퍼스타가 됩니다. 대략 3:3:3 정도... 30%가 망하고, 30%는 원금은 건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나머지 30%가 약간의 투자 수익을 얻습니다. 나머지 희박한 확률로 2배, 때로는 10배의 수익을 남깁니다.”

“10%가 대박이라면 굉장한 투자성공률인데?”

“보스도 아시다시피, 10%가 남긴 수익으로 나머지 손실을 충당하지 않습니까? 수십 개 투자회사 가운데 단 서너 개 기업의 큰 성공으로 전체 투자액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물론 보스가 보여준 투자 성공만큼의 결과는 아직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는 운이 좋았을 뿐이고. 나라고 모두 성공하지도 않았어.”

“지나친 겸손이십니다.”


류지호가 A-Web, Googol, Amazonia.com, PayMate 등 무수히 많은 실리콘밸리 기업에 투자한 것을 모르는 이들은 없다.

닷컴버블 붕괴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하락한 주가와 상관없이 그들 회사들은 계속해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Ron, 나는 창업자가 실패하는 게 아니라 사업이 실패하는 거라 생각하는 사람이야. JHO VC만큼은 스타트업의 실패가 개인적인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뭐든지 다 성공하는 게 아니니까.”

“저는 창업자의 마인드와 유연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실패하는 창업가는, 사업이 초기 아이디어와는 완전 다른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걸 알고 있고 상황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것, 그걸 모르는 사람한테는 투자 안합니다.”


로널드 윌리엄스는 웨스트우드 GARAM Venture에서 투자한 스타트업 출신이다.

손수 창업한 회사가 대기업에 매각되면서 큰돈을 벌었고, 소규모 벤처 캐피탈을 설립해 벤처 캐피탈리스트로 활동하다가 데이브 보우먼에 발탁되어 멘로파크를 책임지게 됐다.

나름 닷컴버블 기간 동안 실패와 성공을 여러 차례 맛보며 나름의 투자 철학을 정립했다.

실리콘밸리에는 로널드 윌리엄스 같은 이들이 많다.

일례로, Googol 초기에 입사해서 돈을 번 사람들 중 상당수가 투자자가 되었고, PayMate 출신들 역시 스타트업 투자자로 변신한 사람이 많다.


“현 시점에서 운용하는 자금 규모가 얼마나 되지?”

“멘로파크 사업장은 17억 달러입니다. GARAM Ventures는 총 72억 달러 정도가 실리콘밸리 기업에 투자된 상태로 알고 있습니다.”


산호세 경제개발부 발표에 따르면 매년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규모는 대략 125억 달러에 달했다.

닷컴버블 붕괴, 엔론 사태 등 연이은 악재로 막대한 자금이 빠져나갔음에도 그랬다.

식사 말미에 로널드 윌리엄스가 궁금했던 걸 물었다.


“PayMate 엔지니어들에 대한 투자는 보스께서 하십니까?”

“아니. GMG Lab 인큐베이팅 시스템에 들여보내려고.”

“행운의 주인공들이군요?”

“녀석들이 하기에 달렸겠지.”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시스템은 아이디어도 괜찮고, 비즈니스 모델도 명확해 가능성이 높은 업체들에서 행하게 된다.

프로젝트의 운영상태, 매출, 가능성에 대해서 인정을 받을 때에만 대학, 정부, 대기업, VC에서 인큐베이팅을 실행하게 된다.

NeTube가 GMG Technologies 최초의 인큐베이팅 스타트업이 될 예정이다.

점차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게 될 자율주행, 인공지능, 로봇 분야에 특히 독보적인 스타트업 군을 보유·육성할 계획이다.

그를 위해 다양한 인재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른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온 류지호는 임원급에게 몇 가지 당부의 말을 전했다.

웨스트우드 헤드쿼터와 경쟁을 시킬 생각은 없다.

때문에 멘로파크 사무실의 인력의 절반 이상을 투자 이후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들로 채웠다.

재무, 마케팅, 전략과 같은 경영 기법을 가지고 투자한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거나 조언할 예정이다.

GARAM Ventures가 류지호의 예언(?)으로 투자가 돌아갔다면 JHO Venture Capital은 전문 인력을 통한 운영으로 투자한 기업의 가치를 늘리는데 기여하도록 할 계획이다.

즉 류지호가 관여하지 않아도 알아서 돌아갈 수 있는 조직을 구축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난 VC를 통해 충분히 돈을 벌어봤어요. 내게 돈을 벌어 줄 생각은 안 해도 좋습니다. 혁신을 불러오거나 미래를 변화시킬 흥미진진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포트폴리오를 짜주길 기대합니다.”


❉ ❉ ❉


류지호와 미팅했던 스티버 챈과 찰스 헐리가 PayMate를 때려치우고 류지호를 만나러왔다.


“자, 이제 우리가 뭘 하게 될지 말해줘.”


찰스 헐리가 몸이 달 채근했다.


“너희들, 홈파티를 할 때 동영상 찍어?”

“가끔.”

“그 동영상 어떻게 공유하지?”

“...어!”


두 녀석이 고개를 돌려 서로를 쳐다보았다.

곧바로 류지호의 의도를 눈치 챈 것이다.

지금 시기는 디지털 캠코더로 동영상을 제작해도 서로 공유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파일을 압축해 여러 사람에게 일일이 전달하는 것도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다.

사진 공유는 쉬웠다.

제 아무리 실리콘밸리의 얼리어답터라 할지라도 동영상을 공유하는 것이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동영상 공유 서비스는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웹브라우저를 통해 바로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관련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했다.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그런 불편함을 일부러 감수하며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웹브라우저에서 동영상을 바로 올리고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

“따로 개인 PC에 해당 동영상을 저장하지 않아도 되겠지?"


‘너희들이 만들었던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야.’


라는 말은 속으로 삼켰다.


“NeTube라고 지었어.”

“......?”

“www.NeTube.com. 도메인도 사놨고.”

“.....?”

“JHO 계열사에 Big-Daddy라는 웹호스팅과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회사가 있지.”

“....!”

“Net은 network을 이르고 Tube는 TV를 의미해. 어때 직관적이지?”


끄덕.


“지금 미국에는 두 개의 메이저 인터넷 서비스 회사가 있어.”

“Yaaho!와 Googol?”

“맞아. Googol은 기술을 좇는 회사고, Yaaho!는 미디어를 좇는 회사라고 할 수 있지.”

“검색엔진과 인터넷 포털 서비스의 차이를 말하는 거야?”

“그것도 맞아.”

“Jay는 두 회사의 대주주 아니었어?”

“Yaaho!는 주식 대부분을 처분했을 걸.”

“왜?”

“난 그들에게 미래가 없다고 보니까.”

“.....?”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자 내 투자처에 대한 관심은 일단 접어. 내 이야기 끝나지 않았으니까.”


두 녀석이 입을 꾹 다물었다.


“내가 판단할 때 Yaaho!는 기술 부분이 Googol만큼 강하지 못해. 스티버는 엔지니어니까 나보다 잘 알거야.”


스티버 챈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Yaaho!는 팀구조가 수평화가 아니라 수직화되어 있어. 너희들이 치를 떠는 A-Web처럼. 전형적인 중앙지배식 기업구조라고 할 수 있지. 마치 Yaaho!라는 우산 안에 25개의 기업이 살처럼 존재한다고 할까.”


그 새를 못 참고 찰스 헐리가 입을 열었다.


“나와 스티버가 Jay가 만드는 회사로 들어가는 것도 마찬가지 아냐?”

“PayMate가 A-Web에 합병되기 전 어땠지? 경영간섭을 받았다는 이야기 듣거나 경험한 적 있어?”


도리도리.


“내 방침은 확고해. 소유하되 지배하지 않는다. 성숙해 질 때까지 투자하고 지원한다.”

“그러다 망하면?”


류지호가 힘주어 말했다.


“안 망해.”


너무 확신에 찬 대답이라 두 녀석은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NeTube를 개발하고 서비스하고 또 운영하려면 너희들에게 필요한 것이 뭘까?”


두 녀석이 주거니 받거니 차례로 말했다.


“사무실?”

“자금?”

“기술?”

“우수한 엔지니어?”


류지호가 단언했다.


“기술이야.”

“동영상 웹사이트 정도는 나와 찰스가 충분히 만들 수 있어.”

“기본적인 건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동영상 공유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개인이 자신의 비디오를 전 세계 사용자와 공유할 수 있게 해야 해.”

“전 세계?”

“당연하지. 미국 시장만 가지고는 적자 감당하느라 허덕일 걸?”

“그, 글쎄....”

“동영상 공유 서비스는 길고 멀리 봐야해. 그래서 더 많은 기술자와 엔지니어링 자원이 필요하지. 때문에 너희들에게 개리지 벤처가 아니라 GMG의 인튜베이팅 시스템으로 들어오도록 한 거야. 수익이 날 때까지 버티려면 적재적소에 추가지원 확보가 필수니까..”


이전 삶에서 NeTube 창립멤버들은 1년 동안 서비스하면서 엔지니어들이 주말에 쉬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페이스노트나 다른 SNS 서비스처럼 점진적으로 성장했다면, Googol에 매각하는 선택 대신 스스로 자립했을 수도 있다.

문제는 서비스를 시작하고 나면 NeTube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단 몇 개월 만에 비슷한 서비스들이 나타날 것이고, 선점효과는 금방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만히 듣고 있던 스티버 챈이 입을 열었다.


“일단 개념은 알겠어. 그런데 Jay... 아니 보스! 동영상 실시간 인코딩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발생할 거야. 유저가 올린 동영상 원본도 계속 보유하고 있어야 하니까, 자체 서버시설 유지 및 확장비용도 엄청날 것이고.”


찰스 헐리가 거들었다.


“기존에 존재했던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 보호를 받기도 어려울 것 같은데?”


류지호는 자신의 앞에 놓여있는 물 컵을 들어 목을 축이고 다시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GMG의 자회사로 처음 창업하게 될 거야. 그들은 비디오 인코딩 관련 기술이라면 어떤 회사보다 뛰어나.”


GMG Technologies 산하의 여러 소포트웨어 회사들은 대부분이 이 시대 트렌드다.

영상편집의 Abid, 색보정의 Da Vinci, 마야와 3D 맥스의 Alias-Wavefront, 3D영상 특화 StereoGraphics 등.

JHO Company Group 계열의 영상 관련 업체들은 대용량 파일 처리 기술을 GMG Lab과 공동연구로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아직 NeTube가 가동하고 있지 않음에도 Googol의 온라인 광고를 벤치마킹해서 벌써부터 독자적인 동영상 광고를 연구하고 있다.


“Big-Daddy는 웹호스팅 서비스와 함께 데이터센터를 계속해서 확장해 나가고 있어. 이미 너희들이 입주하게 될 어바인 산업지구에도 Snowstorm과 JHO 계열사들이 이용하는 데이터센터가 존재하고 있고. 저작권과 관련해서는 JHO의 로펌이 방어해줄 거야. 또 내 주력사업이 영상 콘텐츠 사업이기도 해. 처음에는 트라이-스텔라 저작권에 한 해 약간의 너그러움을 보일 수도 있어.”

“그, 그 NeTube라는 웹사이트에 트라이-스텔라 영화도 스트리밍하게 되는 거야?”

“그건 유보. 언젠가 영화도 유료서비스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일반인들이 마음 놓고 자신이 촬영한 동영상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부터.”


듣고 보니, 거의 모든 부분이 준비되어 있다.

자신들은 그저 몸만 들어가서 PayMate에서 하던 일을 하면 될 뿐.


“너희들이 어바인으로 출근해서 업무를 시작하게 되면, GMG Lab으로부터 필요한 기술을 수혈 받을 수 있어. 데이터센터에 대한 고민도 필요 없지.”

“Jay... 아니 보스!”

“정신 사나우니까 호칭은 하나로 통일 해 줄래?”

“보, 보스. 유저가 자신의 동영상을 타인과 공유할 만한 동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당연히 필요하지.”


찰스 헐리가 조심스럽게 의견을 냈다.


“유저들이 과연 자신의 개인적인 동영상을 올릴지 모르겠어. 그냥 지인들에게 동영상을 전송하는 게 아니라면..... 차라리 데이팅 비디오를 찍어 올리는 사이트로 전문화하면 어떨까?”

“개인적인 동영상도 잘 안올리는데, 데이팅 비디오를 올릴 리가 없잖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그러니까 내 말이. 내 사생활을 남들 다 볼 수 있는 곳에 올려놓기가....”

“자! 만약에 내가 비디오를 찍어서 NeTube에 올려놓으면 사람들이 볼까 안 볼까?”

“보스의 비디오라면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보이겠지.”

“MJ라면?”

“......!”

“NeTube의 기념비적인 첫 동영상은 내가 올릴 거야. 미리 찜해 둘 게.”

“우리로서는 당연히 영광인데... 진짜 MJ의 사생활 비디오를 올릴 수 있어?”

“긴 영상은 안 돼.”

“돈을 내지 않고 공유한다는 보스의 기획에 위배되는데?”

“돈 안 줘. 내가 촬영을 한 후, MJ에게 허락을 구한 다음 내 계정으로 올릴 거니까. MJ의 공식채널이 아니라.”

“....채널?”

“전 세계적으로 유저가 많아지면, 개인 채널이나 법인 채널을 따로 열어줄 수도 있지 않겠어?”


한숨을 내쉰 스티버 챈이 물었다.


“...보스가 다 기획했는데 우리가 할 게 뭐가 있지?”

“왜 없어? 난 너희들에게 회사의 비전을 제시하고 방향만 제시한 것뿐이야. 남은 건 너희가 해야지. 스티버는 엔지니어니까 사이트 개발 작업을 감당해야 하고, 찰스는 우수한 웹디자이너니까 그 감각을 발휘해야하고. 개발 인력도 모아야하고, 예산수립 기타 등등. 할 건 널리고 널렸어.”

“그, 그러네.”


두 녀석은 정신이 없었다.

계속해서 말까지 더듬을 정도로 허둥댔다.


“처음부터 무리할 필요는 없어.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리가 없으니까. 텍스트, 사진 공유 말고도 누구나 동영상에 관심이 많아. 세계적인 가전업체들이 저가의 디지털 캠코더를 속속 출시하고 있잖아. 내가 생각하는 NeTube는 온라인상에서 친구를 사귀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하고, 사이트는 이용하기 쉬워야 해. 일단 여기까지!”


스티버 챈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올렸다.

할 말이 있다는 신호다.


“말해봐.”

“카림이라는 동료가 있는데, 걔도 데려가도 돼?”

“1차적인 인력은 너희들이 세팅해. 다음에 충원할 인력은 GMG 인큐베이팅 시스템이 가이드를 해 줄 거야.”

“땡큐! 서얼!”


스티버 챈이 유난히 좋아했다.

이 당시 많은 PayMate 엔지니어들이 이직을 원했다.

퇴사한 스티버 챈을 부러워하는 동료들이 꽤나 많았다.

여담으로 챈과 헐리가 어바인에 NeTube를 창업한 후 PayMate 전 동료들과 전화와 이메일로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다.

회사가 안정되기도 전에 PayMate 엔지니어들이 NeTube로 많이 이직해하게 된다.

PayMate에서 중요 인력을 다 빼가고 있다고 우려할 정도로 숫자가 꽤 된다.

암튼 4월 초 창업한 NeTube는 본래 역사의 초기 멤버들 외에 GMG 인큐베이팅 시스템이 추천한 컨설턴트들이 합류하게 된다.

본래 역사보다 1년이나 빠른 행보를 보이게 된다.

모든 성공이 어떤 엄청난 계기로 인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사소한 아이디어나 작은 필요에 의해 충동적으로 시작된다.

그런 후에 지속적인 보완과 개선의 과정을 거친다.

NeTube의 시작도 그랬다.

이번에는 류지호라는 거물이 개입하면서 처음부터 스케일이 무지막지하게 커지게 되었지만.

이전 삶에서 Googol이 제공한 다양한 지원을 GMG가 해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슈퍼리치가 작정하고 밀어줄 예정이란 사실.

서비스 초창기 별다른 수익모델이 없는 Netube를 버티게 해 줄 든든한 동아줄이다.

며칠 동안 실리콘밸리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로 인해 PayMate Mafia 대부라는 칭호를 피트 티엘이 아닌 류지호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

뿔뿔이 흩어져 있던 이들이 류지호를 중심으로 해서 모여들고 있었으니까.


[Googol이 Yaaho!를 이기고, 페이스노트가 마이스페이스를 이기고, 또 안드로이드가 아이폰의 강력한 맞수를 넘어 역전하고...]


다윗처럼 작은 신생 회사가 골리앗 같은 거대 회사를 이기는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실리콘 밸리에서 그 같은 일이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다.


작가의말

8월 15일을 두고 독립, 해방, 광복이란 단어가 혼용되어서 사용되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일본이나 중국의 역사왜곡 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는 ‘독립’이나 ‘해방’ 같은 단어보다는 우리 선조들의 정당한 투쟁을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으며 우리 스스로 국격을 세울 수 있는 단어인 ‘광복’이란 말을 사용하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선열들의 투쟁과 희생이 없었다면 일본이나 중국을 비판하고 조롱하는 등의 표현의 자유도 누리지 못했겠지요.

보람 찬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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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5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다. (1) +5 23.08.26 2,379 103 23쪽
594 신상필벌(信賞必罰). (4) +6 23.08.25 2,478 100 22쪽
593 신상필벌(信賞必罰). (3) +4 23.08.24 2,481 107 23쪽
592 신상필벌(信賞必罰). (2) +5 23.08.23 2,506 106 25쪽
591 신상필벌(信賞必罰). (1) +7 23.08.22 2,560 97 22쪽
590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2) +3 23.08.21 2,547 104 25쪽
589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1) +5 23.08.19 2,564 88 23쪽
588 인수·합병이 여의치 않을 것 같은데. +8 23.08.18 2,585 97 23쪽
587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2) +4 23.08.17 2,559 111 23쪽
586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1) +2 23.08.16 2,585 111 24쪽
» PayMate Mafia. (3) +2 23.08.15 2,615 117 22쪽
584 PayMate Mafia. (2) +4 23.08.14 2,623 118 23쪽
583 PayMate Mafia. (1) +4 23.08.12 2,785 103 24쪽
582 두 번째 오스카! +8 23.08.11 2,687 111 23쪽
581 인간들이 배가 불렀어, 아주! +3 23.08.10 2,590 100 22쪽
580 Pix-Art. +7 23.08.09 2,571 103 23쪽
579 부자 되세요, 꼭이요~ +4 23.08.08 2,632 109 27쪽
578 마치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것처럼.... +8 23.08.07 2,641 107 22쪽
577 흘러가게 놔두라고 하십니다. +6 23.08.05 2,712 100 22쪽
576 REMO : ....or Maybe Dead! (11) +8 23.08.04 2,590 106 27쪽
575 REMO : ....or Maybe Dead! (10) +4 23.08.03 2,557 104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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