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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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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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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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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PayMate Mafia.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하하.


류지호가 웃음을 터트렸다.

로널드 윌리엄스에게 JHO Venture Capital을 맡긴 이유가 저런 성격 때문이다.

실리콘밸리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냉철한 태도를 유지하는 그런 성격.

매사에 비판적이고 타인에게 쌀쌀맞은 사람을 두고 ‘냉소적’이라거나 ‘시니컬하다’고 한다.

대체로 자기중심적이고 모든 일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는 경향을 보인다.

부정적인 성격처럼 여겨지지만, 소설이나 드라마에서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묘사되기도 한다.

‘시니컬’한 성격을 매력적으로 묘사할 때 특징적 모습은 감정 변화의 스펙트럼이 크지 않아 쉽게 동요하지 않고, 똑똑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며, 인간관계에서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해 특유의 무관심함이 상대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을 것이란 인상을 주는 것이다.

로널드 윌리엄스가 그런 성격이다.

그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들이 닷컴버블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버블이 한창 심할 때 철없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남의 돈으로 온갖 방탕한 짓을 다 하고 다녔다.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그런 분위기를 부추기기까지 했다.

버블이 최고점을 찍을 당시에는 엉망진창이었다.

결국 버블이 꺼진 후 살아남을만한 벤처기업만 생존했다.

남들처럼 흥청망청 하지 않았고 리더십과 시장을 보는 안목이 있던 이들이다.

설사 망했다고 하더라도 정신을 차리고 재기를 노리는 이들도 많다.


‘이곳에선 아이디어가 재산이니까.’


실리콘밸리는 창업자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간다.

스탠퍼드 대학은 창업지원센터를 만들어 학생들의 창업을 장려하고, 학교가 가진 지식재산권도 너그럽게 졸업생들에게 공유해준다.

Angel(개인투자자)이나 Venture Capital(기업투자자)들은 창업자가 있는 곳이면 만사 제쳐두고 달려간다.

지역에 산재해있는 수많은 로펌이나 회계법인들이 회사 설립, 투자, 매각, 인수합병(M&A) 등을 조언해준다.

스타트업을 열심히 키워 상장시키거나 매각하는 방식으로 큰돈을 번 창업자들은 그 돈으로 다른 창업자에게 재투자하거나 새로운 스타트업을 시작한다.

이런 사람들을 ‘연쇄창업자(Serial Entrepreneur)’라 부른다.

일론 리브스, 막스밀리언 레브친 같은 PayMate 출신들이 대표적인 연쇄창업자라고 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에는 ‘페이 잇 포워드’(Pay it forward)라는 문화가 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성공한 스타트업 창업자가 후배 스타트업에 조건 없이 도와주는 분위기를 이르는 말이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수 억 달러의 회사 CEO가 된 창업자들이 스타트업 창업자가 모이는 행사에 나가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실리콘밸리에서는 크고 작은 모임이나 행사가 여기저기서 열리고 있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적극적으로 교환되고 검증이 이루어지며, 투자자와 연결되고, 미래의 공동창업자를 만난다.

때로는 엔젤이나 VC(Venture Capital)가 적극 나서서 창업자에게 엔지니어나 개발자를 소개시켜주고, 투자자를 끌어 모으기도 한다.

류지호는 90년대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유명한 Angel 중에 한 명이었다.

그가 웨스트우드에 설립한 GARAM Ventures는 닷컴버블 붕괴 전까지 200여 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유명한 스타트업 스타들을 탄생시켰다.

현재 GARAM Ventures는 Sequa, KPC&B와 함께 실리콘밸리 삼대 벤처 캐피탈로 불린다.

1972년 팔로알토 북쪽에 위치한 멘로파크에서 문을 연 세쿠아 캐피탈(Sequa Capital)은 GARAM Ventures가 등장하기 전까지 가장 유명한 벤처캐피탈이었다.

벤처캐피탈의 본진인 멘로파크에 류지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 삶에서 멘로파크는 페이스노트 본사 소재 도시로 유명했다.

이 시기는 이제 막 하버드 대학 기숙사방에서 페이스노트 서비스를 시작한 상황이다.

사실 류지호가 실리콘밸리의 엔젤이라 불리는 것도 어느새 과거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현재는 데이브 보우먼과 로널드 윌리엄스가 스타트업 현장에서 더 유명했다.

암튼 스타트업 창업자 출신의 로널드 윌리엄스는 멘로파크에 설립한 JHO Venture Capital을 통해 실리콘밸리 투자기업에 대한 관리, 멘토링, 상장, 매각, 인수합병 등 모든 업무를 지휘하고 있다.

웨스트우드의 GARAM Ventures는 할리우드 영화 투자와 어바인 등 남가주 지역 벤처기업 투자에 집중하기로 했다.

닷컴버블 붕괴 이후로 로널드 윌리엄스가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엔젤로 부상하고 있고, 그가 류지호를 대리하는 것이 실리콘밸리에 널리 알려졌기에 류지호에게 투자제안서를 들고 오는 창업자는 거의 없어졌다.


“Sequa가 내년에 중국 법인을 정식으로 출범시킬 계획인가 봅니다.”


로널드 윌리엄스가 본격적인 중국 벤처투자 제안을 넌지시 전했다.

Sequa Capital은 이미 1999년에 스타트업 국가라고 할 수 있는 이스라엘에 진출했고, 내년에는 중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역사대로 흘러가면 2006년 인도의 벤처캐피탈을 인수해 인도시장에도 진출하게 된다.

참고로 Sequa Capital 내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해외사업은 단연 Sequa China가 된다.

과학기술 미디어, 의료건강, 소비품 서비스, 공업과학기술 4가지 분야에 집중하면서 중국의 경제성장을 올라타 급속한 성장을 거두게 된다.

미중갈등으로 사업분리를 시행하기 전 13년 동안 중국의 500개 기업에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거둔다.

Sequa Capital은 매년 미국에서 수십 억 달러의 펀드를 조성해 중국 대표 기술 기업의 초기투자를 이끌게 되고, 반도체, 인공지능 같은 중국이 우선순위에 두는 분야에도 자금을 밀어 넣는다.

2017년에는 중국 3위 벤처캐피탈에 선정되기도 한다.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에 큰 공헌을 한 외국자본 중에 하나다.

류지호의 입가가 씰룩거렸다.


피식.


2차 세계대전에 뒤늦게 뛰어들어 단숨에 최강국가가 되었고, 무서운 기세로 미국경제를 위협하던 일본을 주저앉혔으며, 소련을 붕괴시켜 종이호랑이로 전락시켰다.

미국의 위정자들은 어떤 국가든 필요에 의해 키워서 언제든지 잡아먹을 수 있다고 철썩 같이 믿고 있다.

영원한 것은 역사에 없음을 모르지 않음에도.

중국이 미국에 도전할 수 있도록 키워주고 판을 깔아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자본이다.

한쪽에서는 중국을 통해 투자이익을 얻고 한편에서는 중국의 부상이 위협이 된다면서 긴장관계를 조성한다.

어쨌든 멋도 모르고 빨려들어 갔다가는 명품차림으로 들어갔다가 팬티차림으로 철수 할 수도 있는 국가가 중국이다.


“중국의 금융법, 외환관리 실태, 각종 제도들을 면밀히 따져본 다음에 발을 담그는 것으로 합시다. 중국은 권위주의 정치체제에 경제는 러시아와도 다릅니다. 일부 자본주의를 받아들였다고 해도 99%는 사회주의 체제로 굴러가는 국가에요.”


중국에 투자하면 이익을 자국으로 가져가기 불가능하다고들 한다.

그렇진 않다.

중국 외환관리가 매우 엄격하고 까다로운 것은 맞지만, 과실송금이 완전히 막혀 있진 않다.

워낙에 과정과 절차가 복잡하고 느려 터져서 한번 해외로 돈을 옮기려면 기본 1~2년이 소요되어서 그렇지.


“중국에 투자하게 되면 외중합작기업 매각을 통한 중국 외 은행을 통한 exit, 투자한 벤처의 기업공개는 반드시 미국이나 홍콩증시에서 하도록 유도하고, exit는 외국증권거래소를 통해 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만들어 보세요.”


exit이란 기업의 상장, 대기업 매각 등으로 지분을 가진 투자자 또는 창업자들이 수익을 남기는 것을 의미한다.


“Sequa Capital이 2~3년 간 중국에서 겪게 될 시행착오를 지켜보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게 될 겁니다.”


중국 우량 벤처기업들은 케이먼군도 같은 조세피난처에 법인(VIE)을 만들어 뉴욕증시에 상장하기 때문에 외국인은 중국의 당국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주식을 처분할 수가 있다.

제조업처럼 경영성과로 발생한 이익을 본국으로 보내기 위해 까다로운 중국의 규제 늪에서 허우적거릴 필요가 없다.

가령 Aliba, OICQ, PAIDOU에서 투자금을 회수하고 싶으면 홍콩이나 뉴욕증시에 기업공개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상장 된 후 증권거래소에서 처분하면 되기에 중국정부와 얽힐 이유가 없다.

중국은 들어가기도 어렵지만, 나올 때는 몇 배로 더 힘들다.

류지호는 중국시장에 진입할 때부터 철수할 때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계획을 수립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 ✻ ✻


산호세 북쪽 혁신구역과 가까운 동네.

평범한 펍에 모습을 드러낸 류지호는 PayMate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는 스티버 챈과 웹디자이너 찰스 헐리와 만났다.


“도대체 <WoW>는 언제 베타테스트를 하는 거야?”


다짜고짜 찰스 헐리가 류지호에게 따졌다.


“올해 안에 하겠지.”

“Snowstorm 놈들에게 빨리 좀 출시하라고 명령을 내리란 말이야!”

“이것들이....! 내가 반갑지도 않냐?”


찰스 헐리와 달리 스티버 챈이 히죽거리며 악수를 청했다.


“반가워. Jay."


스티버 챈은 찰스 헐리와 달리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낯을 가리진 않았다.

매사 차분하다고 해야 할까.


“전설께서 우리 같은 너드에게 무슨 용무가 있다고 먼저 만나자고 했대?”


빈정거림이 아니다.

궁금해 죽겠다는 얼굴과 함께 존경어린 눈동자를 보면 알 수 있다.

마치 너드들이 헨리 게이츠나 스테픈 잡스에게나 보내는 열렬한 선망의 시선이라고 할까.

류지호를 실리콘밸리 VC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라고 추켜세우는 이들도 많다.

류지호가 지금까지 투자한 스타트업 대부분이 승승장구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닷컴버블 붕괴로 많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도 류지호가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은 그 고난의 시기를 이겨내고 정상화되고 있고.


- 오만하고 독선적인 스테픈 잡스도 미스터 류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GARAM Ventures의 사장으로 승진한 데이브 보우먼과 그의 초창기 투자팀이 하도 실리콘밸리에서 신격화해 놔서 류지호를 존경하는 이들이 제법 많았다.


“PayMate에서 생활은 어때?”


류지호가 기대했던 말도 전혀 다른 대답이 튀어나왔다.


“재미없지.”

“따분해.”


류지호가 두 사람을 위로하듯 밀러 맥주를 내밀었다.


챙.


두 사람이 자신의 맥주병을 부딪치고는 시원하게 목구멍 너머로 넘겼다.


“한동안 주가가 그저 그렇던데.... 실적이 좋지 못한가봐?”


찰스가 대답 대신 되물었다.


“아직 닷컴버블이 다 꺼지지 않은 거야?”

“응.”

“후우. PayMate는 언제 좋아질까?”

“니들이 게임에만 빠져 있지 않다면...?”


두 녀석은 20대 중반의 애송이들이다.

스티버 챈은 미국에서 공대로 유명한 일리노이대학을 중퇴하고 PayMate에 입사해서 지금까지 다니고 있다.

세상 물정을 잘 몰랐다.


“인수되기 전이 좋았어. A-Web에 인수된 후에 문화자체가... 뭐랄까... 수직계층적이라고 할까. 실리콘밸리 기업 같지가 않아 이놈에 회사는.”

“대주주에게 일러바쳤다고 내일 출근하자마자 책상이 비워지는 거 아냐?”


찰스 헐리의 농담에 스티버 챈이 쓰게 웃으며 다시 말했다.


“나 같은 엔지니어도 그렇지만, 찰스도 창의성을 발휘할 여지가 별로 없어.”


스티버 챈의 푸념을 들으며 류지호는 뜸을 들일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다.

두 녀석이 투자제안서를 들고 JHO Venture Capita이나 GRAM을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속이 터질 것 같았다.

무엇보다, 두 녀석이 언제 넷튜브(NeTube)를 개발하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었기에 하루라도 빨리 투자를 하는 게 좋았다.


“나한테 올래?”

“.....?”

“혹시... 우릴 스카우트 하는 거야?”


두 녀석이 깜짝 놀라 두 눈이 왕방울만 해졌다.


“내가 아이디어가 있는데, 너희 둘에게 맡기고 싶어서.”


두 녀석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서로 돌아보며 눈을 맞췄다.

주변에 날고 기는 인재들이 수두룩할 텐데, 굳이 자신들에게 프로젝트를 맡기겠다고 하니 믿겨지지 않았다.


“우린 공대 출신 석·박사도 아닌 중퇴생들이야....”

“실리콘밸리 VC가 학벌 따져?”

“그런 건 아니지만.....”


따지진 않는다.

다만 대부분의 IT 대기업 엔지니어에 미국 10위권 공대 석·박사들이 수두룩할 뿐.


“너희들 보스였던 일론이 지금 뭐하고 있는지 알지? 또 StreamFlicks의 윌모트는 어떻고.”

“.....”

“어차피 너희들은 손해 볼 것도 없잖아.”


실리콘밸리 CEO들의 격언이 있다.

아무리 잘해줘도 스타트업 하겠다고 퇴사하는 직원은 절대 못 막는다는 거다.

실리콘밸리의 모든 이들이 실패를 무릅쓰고 멀쩡한 회사를 때려치우는 건 아니다.

다만 스타트업을 하다 실패를 하더라도 실력만 있다면 어떤 회사도 다시 들어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런 생각이 창업을 할 때 일종의 정신적 안전판 역할을 해준다.

미국에 반실리콘밸리주의자들도 많다.

자신들이 IT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거만함이 싫다나.

그런데 웃긴 것은 반실리콘밸리주의자라고 해도 회사를 키우면서 결국 실리콘밸리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주요 고객과 실력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그리고 투자자들이 모두 실리콘밸리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뭔데? 우리가 해야 할 프로젝트가.”

“여기서 말해 줄 것 같냐?”

“아참! 그렇지?”


찰스 헐리가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며 건배를 제의했다.

아무리 실리콘밸리 곳곳에서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이야기되고, 미팅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스카우트 제의가 전해진다고 해도, 적절한 시간과 장소라는 게 있다.


챙.


세 사람이 맥주병을 부딪쳤다.


“친한 친구들 불러.”

“왜? 더 스카우트 할 사람 있어?”

“또 누구 부를까?”

“오늘은 그냥 놀자. 다운타운 쪽에 호텔 잡아놨으니까 친한 애들 좀 모아봐.”


두 녀석은 얼른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서로 초대할 친구가 겹치지 않도록 상의까지 했다.

녀석들이 부를 친구들은 뻔했다.

거의 대부분 PayMate에 근무하고 있는 엔지니어일 터.

류지호의 예상은 적중했다.

호텔 파티룸에 모인 청춘남녀들 거의 대다수가 PayMate 직원들이었다.

소식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소박하게 몇 녀석들과 술이나 마시며 대화를 나누려했던 파티가 졸지에 류지호 주최 스타트업파티가 되어버렸다.

스타트업 창업자부터 엔젤 투자자, 벤처 투자자, 대기업 인사담당자까지.

새벽 2시까지 이어진 파티에 몇 명이 다녀갔는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모였다 흩어졌다.

즉석에서 의기투합하는 개발자들도 있었고, 투자 상담 약속이 맺어지기도 했다.

류지호는 거창해진 파티 내내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지금 나누는 대화를 녹음해도 될까?”

“예?”

“실리콘밸리를 다룬 영화를 준비하고 있어서.”

“실명을 이야기한 걸 지워준다면 허락할게요.”

“물론이야. 이 녹음 파일은 나만 듣고 폐기시킬게. 맹세해.”

“좋아요.”


어떤 직업군이나 자신들만 사용하는 용어나 표현이 있게 마련.

류지호는 파티도 즐기고, 취재도 겸했다.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여러 캐릭터를 머릿속에 저장할 수 있었다.

물론 실리콘밸리 소재의 영화는 언제 찍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오늘 대화를 나눈 사람들의 말투, 습관, 태도 등은 나중에 류지호 영화 어딘가에서 묻어나올 수 있다.

경호원들이 일사불성이 된 찰스와 스티버 두 녀석을 호텔 객실에 던져두고 돌아왔다.

파티장에는 몇 사람 남아 있질 않았다.

로널드 윌리엄스가 30대 중후반 나이의 남자 둘을 데리고 왔다.


“보스, 이 둘은 구면이시죠?”


당연히 잘 안다.


“오랜만이야. 피트, 리드.”

“잘 지내지?”


피트 티엘(Pete Thiel)이 너스레를 떨었다.


“최근 실리콘밸리 방문이 잦은 거 같아. 좋은 일 있으면 같이 해.”


두 사람은 PayMate의 전신 중 하나인 컨피니티(Confinity) 출신이다.

곧 PayMate Mafia라고 불리게 될 연쇄창업가들이다.

리드 개럿(Reid Garrett)이 아쉬움을 표현했다.


“파티 공지를 미리 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 텐데....”


두 사람은 매우 사교적인 성격에 마당발이다.

괜히 연쇄창업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두 사람은 유대계 가정 출신이란 공통점이 있지만, 사상적으로는 극명하게 갈렸다.

피트 티엘은 자유지상주의자이다.

반면에 리드 캐럿은 사회주의에 심취해 있다.

두 사람은 유대계를 드러내진 않지만, 알게 모르게 유대계 자본가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류지호는 미국의 유대계들을 보면서 한인교포들과 자주 비교를 하게 된다.

유대계들은 똘똘 뭉친다.

좋은 비즈니스가 있으면 서로가 도와가며 어떻게든 성공을 시킨다.

물론 뒤통수치는 인간들도 많지만, 잘 뭉치는 것이 사실이다.

참고로 실리콘밸리의 엔젤 투자자나 캐피탈 CEO 상당수가 유대계다.


“스티버와 찰스 두 녀석을 따로 만났다며?”

“걔들 데려다 프로젝트를 맡겨볼까 생각 중이야.”

“창업지원?”

“아니, 연구전문기업 GMG로 데려가려고.”

“녀석들도 오케이 했어?”

“아까 봤잖아. 술에 떡이 된 거.”

“하하. 그랬지.”


여기까지가 류지호가 알려줄 수 있는 범위다.

만약 스티버와 찰스가 스타트업을 시작한다면 투자하겠다고 나설 친구들이다.

PayMate 멤버들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유대감이 강했다.

괜히 PayMate Mafia라 불리게 되는 것이 아니다.


‘일론 리브스만 빼고.’


여담으로 PayMate Mafia라는 말은 2007년 포춘지가 전자결제시스템 회사 PayMate 출신 투자자와 창업자들의 성공을 다룬 기사를 내보내면서 알려진다.

연쇄창업가와 벤처투자가로 변신해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파워그룹으로 성장한다.

일론 리브스, 피트 티엘, 막시밀리언 레브친, 리드 개럿, 스티버 챈과 찰스 헐리 등 십여 명이 멤버로 분류된다.

이번에도 똑같이 그렇게 불리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이전 삶의 PayMate Mafia 멤버들이 류지호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친구 일론 리브스는 전기자동차 벤치기업에 류지호의 투자를 받을 정도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리드 개럿은 JHO Venture Capital의 투자를 받아 비즈니스 소셜네트워크 ‘링크인(Link-In)을 창업했다.

지난 2월에 첫 서비스를 시작한 페이스노트 역시 JHO Venture Capital이 한 발 앞서 접촉 중이다.

본래 PayMate Mafia 멤버들끼리 했어야 할 비즈니스에서 류지호가 중심을 차지하고 이끌고 있는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이전 삶에서 피트 티엘과 리드 개럿에서 처음으로 외부투자를 받았던 페이스노트는 JHO Venture Capital이 초기 투자와 인큐베이팅을 책임지게 될 수도 있다.

암튼 이전 삶에서는 피트 티엘을 중심으로 대략 220명의 PayMate 출신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했었다.

류지호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번에는 어떻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피트.”

“응, 왜?”

“네가 엔젤 투자자에서 좀 더 규모가 있는 기업형 투자자(VC)로 나아가길 원한다면 내가 투자할 의향이 있어.”


제안은 하지만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피트 티엘은 컨피니티 CEO 이전부터 유대계 헤지펀드들과 인맥을 형성하고 있었고, PayMate의 성공적 매각으로 인해 실리콘밸리 스타가 되면서 언제든 유대계 자본을 끌어올 수가 있게 됐다.


“얼마나?”

“최소 20억 달러.”


피트 티엘과 리드 개럿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무리 자신들이 잘나간다고 하더라도 20억 달러를 투자받을 정도는 아니다.


“네가 개인적으로 투자하는 거야?”

“JHO.”

“Jay가 JHO 그 자체니까..... 결국 네가 하는 거 아냐?”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다.


- 에드워드 버펫이 해서웨이고, 해서웨가가 곧 에드워드 버펫이다!


“리드는 JHO Venture Capital 투자 어드바이서로 참여해 주면 고맙고.”

“.....?”

“혼자 운용할 수 있는 자금에는 한계가 있을 거 아냐. 링크-인 CEO를 유지하면서 Ron과 함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투자에서 조언자가 되어주면 좋겠다는 거야.”


리드 개럿이 로널드 윌리엄스를 슬쩍 쳐다봤다.


끄덕.


보스의 뜻을 따르겠다는 사인이다.

류지호가 투자를 제안한 것은 PayMate 출신 창업가들을 좀 더 쉽게 관리하기 위해서다.

PayMate Mafia의 리더였던 두 사람만 자신이 관리할 수만 있으면, 그의 인맥 대부분을 모두 얻는 효과가 있다.


“참고로. 내 제안은 공식적인거야. 충분히 고민 해봐. 난 두 사람에게 언제든 투자할 의향이 있으니까. 물론 내가 투자한 자금을 어떻게 운용할지는 전혀 간섭 안 해. 책임도 묻지 않을 거고.”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많이 더 잘 먹는 법.

두 사람은 나름 실리콘밸리에 잔뼈가 굵은 벤처캐피탈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피트 티엘과 리드 개롯은 류지호의 파격적인 제안을 고이 간직한 채 파티장을 떠났다.


[피카소가 말했지. 훌륭한 예술가는 모방을 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도용을 한다고.]


스테픈 잡스가 한 말이었다.

헨리 게이츠가 윈도우를 출시했을 때 스테픈 잡스는 기술을 도용당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그때, 헨리 게이츠가 맞받아쳤다.


[너희가 제록스에서 훔쳐 개발하려던 것보다 우리가 한발 빨랐을 뿐이야!]


매일매일 혁신이 이루어지는 곳이 실리콘밸리다.

이곳에는 완전 새로운 것도 없고, 새롭다고 해서 꼭 성공하지도 않는다.

먼저 시도한 자가 임자다.

비싼 값에 대기업에 매각한 자가 승자다.

돈을 벌었다고 또 실리콘밸리의 슈퍼스타가 되었다고 해서 모두가 승자가 되는 것은 또 아니다.

끝까지 살아남는 자가 진정한 승자다.


[미스터 할리우드가 영화 촬영을 마쳤다. 영화를 제작할 때는 잠잠하다가 일을 끝마치고 나면 빅 비즈니스를 한 건씩 터트렸던 지호 류다. 뜨거운 이슈를 불러일으켰던 유니벌스뮤직그룹 인수와 마이키 잭슨 영입이 그랬고, LA다저스 인수 때도 전격적이었다. 미스터 할리우드 소식에 정통한 사람의 전언에 의하면 MLB 팀에 이어 EPL 팀 인수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스포츠계에서는 뉴욕과 서부지역 NFL팀과 캐나다 NHL팀 인수 소문도 돌고 있다. 스테픈 잡스와도 여러 차례 만남을 가진 것으로 확인되어 MacIntosh와 JHO의 신사업 합작 혹은 Pixart Animation Studios 인수설도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 LA TIMES.


영화를 할 때보다 안 할 때 뉴스기사가 더 많은 류지호다.


작가의말

언제 태풍이 왔냐 싶게 날씨가 다시 더워지고 있습니다. 건강 관리에 유념하시고 활기차게 한 주 맞이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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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할리우드!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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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 민중의 적 : EMBARGO. (4) +2 23.09.04 2,200 84 25쪽
603 민중의 적 : EMBARGO. (3) +4 23.09.02 2,404 104 24쪽
602 민중의 적 : EMBARGO. (2) +2 23.09.02 2,292 73 24쪽
601 민중의 적 : EMBARGO. (1) +9 23.09.01 2,526 105 24쪽
600 총수란 호칭이 더 어울리는 남자? (2) +16 23.08.31 2,560 102 23쪽
599 총수란 호칭이 더 어울리는 남자? (1) +4 23.08.30 2,531 107 25쪽
598 할리우드 겉멋 그 자체... +3 23.08.29 2,536 97 26쪽
597 안티 카페 아니겠죠? +4 23.08.28 2,438 103 25쪽
596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다. (2) +4 23.08.26 2,536 108 24쪽
595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다. (1) +5 23.08.26 2,379 103 23쪽
594 신상필벌(信賞必罰). (4) +6 23.08.25 2,478 100 22쪽
593 신상필벌(信賞必罰). (3) +4 23.08.24 2,480 107 23쪽
592 신상필벌(信賞必罰). (2) +5 23.08.23 2,505 106 25쪽
591 신상필벌(信賞必罰). (1) +7 23.08.22 2,560 97 22쪽
590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2) +3 23.08.21 2,547 104 25쪽
589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1) +5 23.08.19 2,564 88 23쪽
588 인수·합병이 여의치 않을 것 같은데. +8 23.08.18 2,584 97 23쪽
587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2) +4 23.08.17 2,559 111 23쪽
586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1) +2 23.08.16 2,585 111 24쪽
585 PayMate Mafia. (3) +2 23.08.15 2,614 117 22쪽
» PayMate Mafia. (2) +4 23.08.14 2,623 118 23쪽
583 PayMate Mafia. (1) +4 23.08.12 2,785 103 24쪽
582 두 번째 오스카! +8 23.08.11 2,686 111 23쪽
581 인간들이 배가 불렀어, 아주! +3 23.08.10 2,590 100 22쪽
580 Pix-Art. +7 23.08.09 2,571 103 23쪽
579 부자 되세요, 꼭이요~ +4 23.08.08 2,632 109 27쪽
578 마치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것처럼.... +8 23.08.07 2,641 107 22쪽
577 흘러가게 놔두라고 하십니다. +6 23.08.05 2,712 100 22쪽
576 REMO : ....or Maybe Dead! (11) +8 23.08.04 2,590 106 27쪽
575 REMO : ....or Maybe Dead! (10) +4 23.08.03 2,557 104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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