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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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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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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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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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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흘러가게 놔두라고 하십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지난 국민의 정부 시절 ‘관광비전 21’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테마파크 유치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이 정책을 추진하도록 하기 위해서 가온·JHO와 LOG Company가 알게 모르게 물밑에서 로비를 벌였다.

당시 정부는 Tri-Stellar Worlds, 미키마우스랜드, 레고월드, 유니벌스 스튜디오 같은 세계적인 관광명소를 2003년까지 유치할 계획이었다.

수도권 정비법, 그린밸트 규제가 많고 토지확보 및 도시계획법에 따른 인허가 등의 문제가 너무 많아서 성사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다른 테마파크 기업들이 수도권을 선호한 것과 달리 간척사업이 지지부진한 새만금을 콕 짚어 프로젝트를 제안한 JHO 테마파크 컨소시엄이 큰 주목을 끌었다.


“새만금에서 비행기로 2~3시간 안에 국내외적으로 인구 100만 명 도시가 90여개가 있습니다. 새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방향과도 일치하는 사업입니다. 공항과 항만 확충만 되면 새만금의 테마파크 배후 인구가 한국·일본·중국 서부를 아울러 1억 명에 가깝게 됩니다. 경제성은 충분히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입니다.”


JHO 테마파크 컨소시엄은 대형 테마파크가 새만금간척지에 들어서도 경제성이 충분하는 주장을 적극적으로 전개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쳤다.

그 때문에 정부도 강력하게 밀어붙이지 못했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텍사스주 주지사 존 페리가 트리니티 만에 인접한 시더포트에 건립예정인 Tri-Stellar Worlds를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을 선언하면서 국내 주요 언론들이 정부를 향해 총공세에 나섰다.


[JHO 그룹이 수년 전부터 꾸준히 새만금간척지에 아시아 최대 테마파크를 짓겠다고 했는데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결국 미국 텍사스주에 빼앗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JHO 그룹의 고위관계자는 한국에 테마파크를 건설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지만, 이번 정부가 지나치게 시민사회단체에 눈치를 보는 한 성사가 될 수 있을지 매우 불투명하다. 참여정부의 주요 국정과제가 ‘국가균형발전’이다. 수도이전 같은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워 당선된 대통령이 새만금 민간주도개발과 관련해서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의아한 부분이다.]

- 백원일보 경제부.


[새만금 테마파크 유치를 두고 단순히 아시아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 관점에서만 봐서는 안 된다. 21세기 한국의 패러다임이 산업화에서 서비스업으로 완전히 전환된다는 상징성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기초건설, 교통 인프라가 일정부분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 1인당 가처분소득도 외환위기 극복과 더불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초대형 테마파크는 우리나라의 서비스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새만금의 위치는 동북아시아 허브 지역으로 안성맞춤이다. 결론적으로 새만금간척지의 테마파크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의 역내 관광서비스산업을 포함한 역내 경제 산업 분야에 도미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테마파크가 개장을 하게 된다면 관광, 운수, 소비 등의 경제효과는 기타 지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대 할 수밖에 없다.]

- 투데이경제.


[그동안 각종 규제에 막혀 건설 계획만 무성하고 무산됐던 할리우드 영화사 스튜디오 등 각종 테마파크에 대한 규제를 대폭 풀어 중국, 일본과 맞대응해야 할 것이다. 외환위기를 극복했다고 해도 카드대란을 거치며 국내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반전활로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 새만금간척지 개발과 테마파크 유치를 통한 관광·서비스산업의 활성화를 통한 내수 진작을 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동양신문 경제부.


보수와 진보성향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언론이 새만금간척사업을 민간 그것도 가온그룹에 넘겨야 한다는 논지를 수개월째 이어가고 있다.

그 기간 가온그룹의 광고가 부쩍 늘었다는 것은 비밀 아닌 비밀이다.

그런 상황에서 새만금간척사업 백지화를 요구하는 종교인 삼보일배(三步一拜) 시위가 화제가 됐다.

정부를 향해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종교계 환경시민단체 등과 사업 계속을 주장하는 전북 도민들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이슈가 나왔다.


[전경련, “천만 평 기업도시 만들자”]


류지호가 <REMO> 최종편 제작에 몰두할 시기, 한국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집값 안정과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대단위 ‘기업도시’를 건설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수도권 과밀화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고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국적으로 1,000만 평 규모의 기업도시를 건설하자고 정부에 제안했던 것.

전경련의 제안에 따르면 기업도시는 기업뿐 아니라 주택, 교육 및 의료시설, 생활편의 시설을 고루 갖춰 인구 30만 명 규모의 자족도시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또 기업도시 개발은 지방 이전을 원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나 기업컨소시엄이 개발주체가 되어 추진하고, 개발이익은 지역의 공공시설에 재투자한다고 밝혔다.

경제인 행사에 참석하고 돌아가던 래리 킴 회장에게 기자들이 따라붙었다.

전경련이 제안한 기업도시와 관련한 생각을 물었다.


- 최근 전경련에서 기업도시를 정부에 제안했습니다. 가온그룹도 동참할 의사가 있으십니까?


가온그룹은 여전히 전경련에 가입하지 않았다.

호사가들이 재계에서 가온그룹을 따돌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헛소리를 하는데, 재계 서열 10위 권 대기업을 따돌리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기업도시가 지방에 설립되면 수도권 인구 분산에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하나마나한 소리다.


“공장이나 배후도시 건설투자로 인해 경기진작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겠죠. 지역경제 투자 활성화와 경기전반에 미치는 효과가 클 것 같고 이번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취지에도 부합하겠죠.”

- 그래서 가온그룹도 참여할 계획이 있으십니까?

“새만금간척지 개발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 새만금 개발을 기업도시로 전환하는 겁니까?

“이미 저희 그룹은 새만금간척지를 개발해 본사와 계열사를 이주한다는 계획을 국민 여러분께 소상히 설명을 드렸습니다.”

- 각계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해 새만금개발 반대 총력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전 국민이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대로 놔둘 것인지 아니면 개발할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일부를 보존하고 나머지를 개발할 것인지. 선택에 대한 결과 또한 모두가 함께 지는 겁니다. 가온그룹의 오너는 미국 Playa Vista 개발에서 바로나 습지를 정부에 기부했습니다. 친환경도시개발로 미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죠. 대답이 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 일각에서 전경련의 제안이 가온그룹의 새만금 사업을 견제하기 위한 방안이란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보다는 전경련의 이번 정부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보는 것이 더 개연성이 있지 않겠습니까?”

- ......!


전경련이 제안하면 반재벌 성향의 정부라고 하더라도 마냥 무시할 순 없다.

게다가 이번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가 국가균형발전과 지방의 발전이다.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 직속의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신행정수도건설추진단을 구성했고 이들 위원회 중심으로 지역을 돌며 수 십 차례의 공청회와 토론회를 통해 국민여론을 수렴하고 있다.

그 노력의 결과물로 전경련이 기업도시 제안을 한 시점에 지방분권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신행정수도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 등 3대 특별법의 법안을 마련해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 재계에서 가온그룹의 움직임이 경일건설을 자극했다는 말도 나옵니다.


그 동안 수면 밑에서 떠돌던 서산간척지 개발계획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다만 정부가 간척지의 용도변경을 불허한다는 방침이어서 개발은 쉽지 않을 것이라서 간척지의 효율적인 활용방안을 놓고 논란이 크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산간척지도 고민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미래를 위해 현명한 판단이 기대해 봅니다.”


새만금개발을 반대하는 종교·환경단체가 극한의 투쟁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에 래리 킴 회장은 정제된 발언을 할 필요가 있었다.

한편으로 내년 신년 초에 대통령이 선언하게 될 '신국토구상'에 새만금개발이 들어갈 수 있도록 가온그룹은 총력을 기울여 로비를 벌이고 있다.

참여정부의 지방자치강화 의지를 활용해 지방의 자치단체, 대학, 상공계, 언론, 시민단체 등 지역의 5대 주체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스스로 비전을 세우고, 방안을 만들고 역량을 키워갈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환경 및 종교단체의 새만금개발반대와 반목하도록 이간책도 함께 전개하고 있다.

올해부터 경제자유구역까지 본격 시행된다.

여러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새만금간척사업의 향방이 급박한 물살을 타게 됐다.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 전경련의 속셈이 묻어 있는 기업도시 제안, 경제자유구역 확대 기조 등이 새만금개발사업의 민간주도와 관련해서 유리한 여론조성에 명분이 되어줄 것 같은 분위기다.

따라서 내년 안에는 끝장을 보기 위해 가온그룹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 ❉


때는 2002년 대선 기간.

당시 자유국민당 측에서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창의적인 발상의 불법선거자금 배달 방법을 만들어냈다.

2.5톤 트럭에 현금을 꽉꽉 채운 사과상자를 실은 뒤 통째로 선거캠프에 전달받는 방식이었다.

마치 첩보영화를 방불케 했다.

대선을 한 달 앞둔 11월 22일 밤이었다. 금성그룹 모 상무는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에 2.5톤 탑차를 몰고 와 자유국민당 법률고문이자 대선 후보의 최측근으로 활동했던 변호사에게 차량과 차키를 넘겼다.

트럭을 인계받은 변호사는 직접 운전해서 서울로 돌아왔다.

이른바 ‘차떼기’ 사건으로 알려진 불법 선거자금 모금 과정이다.


“자국당 재정위원장이 여의도 트윈타워에 방문한 것은 대략 2002년 10월 말에서 11월 초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때 금성 구조본 사무실을 들러 도와달라고 한 것 같습니다.”


가온그룹 홍보실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고, 오너 비서실의 주요 팀장급들이 경청하고 있다.

회의 장소는 서울 본사가 아닌 대전의 디지털 연구소 모 처다.

가온그룹 사업장을 통틀어 가장 철저하게 보안이 지켜지는 장소가 디지털 연구소 보안회의실이다.

조금 과하다 싶은 보안시설을 갖추기에 좋은 명분을 가진 시설이 연구소다.

회의에 참석한 팀장 중에 배신자가 나온다면 철통같은 최첨단 보안시설도 소용없겠지만.

암튼 재벌대기업 홍보실장이 마케팅 전략 수립의 총책임자인 것 같지만, 실제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은 정보와 관련된 일이다.

10대 대기업 회장 직속 비서실 홍보실장들은 주요 언론 출신들이 많다.

언론인들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통해 각종 정보를 수집한다.

홍보실 직원들은 마케팅 일환으로 과천종합청사, 국회회관, 미디어 회사를 자주 출입하기 때문에 알음알음 정보들을 수집하게 되고, 오다가다 들은 이야기들을 상관하게 보고하게 되어 있다.

가온그룹 CEO 직속 비서실 홍보실장 김성한 역시 동양일보 기자를 거쳐 대유건설 홍보팀장, 가온그룹 홍보담당 이사 등을 역임하면서 동시에 래리 킴 회장의 정보참모를 겸하고 있다.


“재정위원장은 후보 측근일 테고, 도와달라는 말은 선거자금이겠죠?”


문지열 의장비서실 전략기획 수석의 물음에 김성한 실장이 목이 타는지 얼른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대답했다.


“통상 캠프 내에서 후보 측근들에게 후원기업을 할당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후원 할당이란 게 선거자금 모금을 의미하는 거죠?”

“맞습니다. 금성그룹 구조본에서는 대략 150억 원의 선거자금을 마련해 대선 후보에게 직접 전달하기로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때 대선후보 법률특보로 있는 변호사가 그 임무를 맡게 된 것이고요.”


의장 비서실 주요 팀장들은 일명 ‘차떼기 사건’의 전말에 대해 주의 깊게 들었다.

한국의 선거자금 모금 방식에 대해 파악을 하고 있어야 대처를 할 수가 있기 때문에.


“금성 구조본에서는 패션부문에 연락해 의류 수송에 쓰이는 외부 지입차량인 2.5톤 탑차를 마련했다고 합니다. 2억 4천만 원씩 담긴 상자 62개와 1억 2천만 원을 담은 1개 상자 등 총 63개 상자였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보팀에서 트럭은 확보 못한 모양이군요?”

“장문식 부사장 말로는 찾으려고 마음먹으면 못할 것도 없다고 했지만, 깊숙이 개입하는 건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좋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선거와 관련해 엮이면 골치 아파집니다. 적당한 선에서 잘 멈췄어요.”

“검찰과 언론 모두 배달에 사용된 차량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만남의 광장 주차장에서 차량키와 화물칸 키가 달린 열쇠고리를 전달 받은 자유국민당 법률특보는 150억 원이라는 자금 규모에 놀라는 한편 1종 대형면허가 없어서 운전미숙으로 교통경찰에 걸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법선거 자금인 만큼 자신이 직접 배달을 해야만 했다.

직접 트럭을 몰아 여의도 자유국민당 당사로 향했는데, 문제는 차량이 너무 커서 지하주차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탑차를 한강둔치로 이동시켰다.

그곳에서 상자를 꺼내 승용차 트렁크에 옮겨 싣고 당사로 날랐다.

첩보영화처럼 시작했다가 코미디 영화로 마무리됐다.


"금성그룹은 자국당이 공식 후원금 외에 추가로 돈을 요구하자 회장 등 대주주들이 상속 문제 같은 것을 대비해 모아놓은 비상금 중 일부를 건넨 것으로 파악됩니다.“

“금성그룹만 파악된 겁니까?”

“오성의 경우 책 가운데를 파서 명동 사채시장에서 할인해서 쓸 수 있게 무기명채권 같은 것을 넣어 전달했다고 합니다.”

“얼마나 줬대요?”

“검찰에서는 150억에서 160억 사이 정도로 끊은 것 같다고 보고 있는 모양인데.....”

“더 된다고 봐야겠죠?”

“최소 300억 원이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문민정부에서 금융실명제를 실시했지만, 언제나 그걸 피할 방법을 찾는 법이죠.”


과거에는 은행을 통해서만 대규모 정치자금이 거래되었다.

‘차떼기 사건’은 그런 고정관념을 깬 불법선거자금의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전부터 사과상자에 현금을 담아 뇌물로 건네는 일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사건이 알려지고 선거자금 같은 거금도 사과상자로 전달할 수 있다는 그야말로 금권정치의 새 지평을 제시했다.


“경일자동차그룹은 대략 100억 원, 선경그룹도 100억 원 내외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딱히 선거자금의 인플레이션은 없군요?”

“재밌는 것은 금성그룹은 마이티 트럭을 경일자동차그룹은 스타렉스 승합차를 이용했다고 합니다. 두 그룹 모두 경부선 하행 만남의 광장에서 전달했다고 하더군요. 선경그룹은 자국당 재정위원장 아파트 주차장에서 승용차로 다섯 번에 걸쳐 100억 원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대선 당시에는 이 같은 일들이 들통이 나지 않았다.

새로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지난 정부에서 ‘너무 잘 드는 칼‘이라는 평을 들은 검사를 대검중수부장에 앉히면서 전말이 들어나게 됐다.


“따지고 보면 자국당 입장에선 자승자박을 한 셈입니다. 대통령과 여당을 공격하기 위해 대선비리 수사를 하다가 민시당에 선경이 25억 원의 대선자금을 건네줬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류지호가 <REMO> 최종편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을 즈음이었다.

그때부터 2002년 대선 전반에 불법자금이 만연했다는 의혹을 조사하던 도중, 자유국민당 역시 선경그룹으로부터 100억 원대 대선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거기에 더해 주요 대기업들이 모두 불법 대선자금을 조성, 정치권에 전달한 것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다.

어리석게도 자신들이 벌인 짓은 생각지 않고 그저 상대당의 허물을 빌미로 정쟁을 벌이려다 오히려 ‘차떼기 정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 것.

결국 12월 8일 ‘차떼기’를 실행했던 전 자유국민당 법률특보가 긴급 체포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 거라고 분석합니까?”

“방법이 창의적이긴 했지만, 불법 정치자금 823억 원을 배상해야 할 처지입니다. 차떼기 정당이란 오명도 추후 선거까지 이어져 길면 다음 대선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습니다.”

“우리 건설사도 연루되어 있고 주요 대기업이 죄다 가담했잖아요? 서초동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어때요?”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면죄부를 주지 않을까 하는 분위기입니다.”


참고로 소수의 그룹 회장만 불구속기소되고, 주요 재벌대기업은 모두 불기소된다.

가온그룹 계열사 대유건설 역시 불기소로 유야무야 된다.

가온그룹은 지금까지 불법정치자금을 조성해 건네 본 적이 없다.

그 정도 깜냥이 되지 못했으니까.

10대 기업이 되면서 여러 차례 정치권에 상납(?)을 해 본 경험이 풍부한 대유건설을 통해 선거자금을 줬다.

양당에 똑같은 금액을 전달했다.

암튼 소위 ‘차떼기‘ 사건은 9개월에 걸친 강도 높은 대선자금 수사의 단초가 되어 대통령 선거캠프의 최측근 3명, 자유국민당 측 전·현직 국회의원 및 장관 15명 등 18명이 구속·수감되며 마무리 된다.

부산시장이 검찰수사 과정에서 자살하는 일도 벌어진다.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고유현 후보 캠프는 113억여 원을, 자유국민당 캠프는 823억 원에 달하는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것으로 밝혀진다.

황재정이 냉소적으로 중얼거렸다.


“대통령이 정계은퇴를 해야 하는 건가....?”


대선자금 수사가 한창인 시기 대통령은 여야4당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검찰수사에서 자신 측 캠프가 불법자금에서 자유국민당의 1/10을 넘기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밝힌 일이 있었다.


“사실 대통령이 기여한 바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상대보다 불법 선거자금을 덜 받은 것이 칭찬받을 만한 일은 아닙니다.”

“정치권에서 승자의 대선자금은 건드리지 않는 관행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걸 깬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온로펌에게 듣기로는 자신 캠프의 검찰 조사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고 합니다.”


문지열이 샛길로 빠진 대화를 돌려놨다.


“정치권은 어떻게 대응하겠답니까?”

“자국당의 경우 유력정치인들의 검찰소환과 구속으로 비대위 체제에 들어갔습니다.”


자유국민당은 부정부패의 근원이란 이미지를 만회하기 위해 여의도에 이른바 ‘천막당사’라는 정치쇼를 펼치게 된다.

차기 대선후보로 꼽히는 전임 대통령의 장녀의 작품이다.

같은 당 서울시장 정의국이 당을 위해 여의도 중소기업박람회장 터를 제공해주게 되는데, 50일 간 전체 임대료로 4,200만원을 낸다.

민주시민당 탈당파 40명, 자유국민당 개혁성향 의원 5명, 국민개혁 2명 등 47명으로 미니 정당을 창당했는데, 여의도 당사 임대료가 월 2,500만 원이다.

모두 국민의 세금에서 나간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지 말라고 세금으로 정당 살림을 도와주는 것인데.....

대북송금특검, 차떼기 사건, 천막당사,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탄핵, 촛불집회 등 굵직한 정치 사건들이 휘몰아치면서 민생은 뒷전이다.

그럼에도 대기업들은 알아서 잘만 돌아가고 있다.

작은 기업만 죽어난다.

김성한 실장이 문지열을 향해 직설적으로 물었다.


“의장님의 의중을 알고 싶습니다.”


좌중의 시선이 모두 문지열에게 모여들었다.


“흘러가게 놔두라고 하십니다.”

“.....네?”

“그냥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팀장들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저희는 총선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까?”


문지열이 고개를 끄덕이자, 팀장들이 술렁거렸다.


"......!"


이익집단이 선거자금을 지원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 것은 당연한 거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을 만드는데 알게 모르게 힘을 쓰기도 했고.

류지호는 한국정치에 관여하는 것이 불편했다.

미국처럼 정치자금과 관련해 법적으로 보장된 것도 없고, 뿌리 깊은 정경유착으로 인해 정치인들이 기업을 저금통 정도로 여기는 풍토 때문에 영원한 ‘을‘의 입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 정치는 거기서 거기다.

한국에서 50년을 살아 본 류지호가 보기에 한국 정치권에는 진짜 보수도 진짜 진보도 없다.

기득권을 노리는 극우와 개혁보수 세력이 수십 년 동안 이전투구를 하고 있는 것뿐.

주요 정당의 역사만 들여다봐도 알 수 있다.

개족보가 따로 없다.

연말에 민주시민당에서 떨어져 나와 민주시민참여당이 창당했다.

정당 이름이 하도 많이 바뀌어서 나중에는 일본식 표현이 연상되는 정당명이나 열린이니 더불어니 바른 같은 부사까지 정당명에 붙인다.

스스로 당의 뿌리와 전통이 부끄러워서 그럴까....

지금의 민주시민당은 1955년 자유당이 ‘사사오입 개헌‘을 단행하자 이에 반발하는 야당 세력이 모여 만든 정당이다.

신익희를 필두로 한 구파와 장면 같은 신파는 물론이고 김용삼과 김태평도 가담했다.

후에 김용삼과 김태평이 거물로 성장하면서 민주당의 역사성을 이었다.

이 땅에서 민주당이란 명칭을 처음 사용한 것은 광복 이후 송진우, 김성수 등이 협력해 만든 정당인 한국민주당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친일파 지주세력'의 정당으로 통하는 정당 중 하나다.

‘민주‘가 들어가는 당명의 딜레마다.

반면에 자유당 계열은 1987년 대선에서 패한 김용삼이 3당 합당을 결행해 민주자유당을 탄생시켰다.

현재의 자유국민당은 이승만의 자유당과 1955년에 출범한 민주당의 뿌리에서 갈라진 세력이 한데 모여 만들어진 정당인 셈이다.

보수와 진보 인사의 잡탕찌개 정당이 자유국민당이다.

한국 현대사의 대표적인 양대 정당 역사 어디에도 진보와 좌파는 없다.

보수적 이념을 기반으로 극우로 치우쳐 있는가, 아니면 진보라고 오해(?)할 정도로 개혁성향이 지나치게 뚜렷한가, 그 차이만 있을 뿐.


“어느 한 편을 들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작가의말

편안한 주말 보내십시오.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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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69 빨간앵초
    작성일
    23.08.05 09:26
    No. 1

    10페이지에 시해오딘다>시행된다
    잘 읽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트뤼포
    작성일
    23.08.06 13:19
    No. 2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건나라
    작성일
    23.08.05 10:08
    No. 3

    우리나라에는 보수 정당도 없고 진보 정당도 없다
    우리편 정당만 있을 뿐이다
    요즘은 보수정당이 진보정당보다 상대적으로 도덕적 우위에 있는 것이 보이네요.
    보수정당이 도덕적우위라니 아이러니하네요ㅡ

    찬성: 1 | 반대: 6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08.05 14:27
    No. 4

    전설의 차떼기 사건
    우리나라에 진짜 진보 정당도
    진짜 보수 정당도 없습니다.
    다 수구 정당 입니다.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8.05 18:31
    No. 5

    잘 보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Ramires
    작성일
    23.08.05 20:11
    No. 6

    지금 새만금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국가망신 보면 이런 코미디도 따로 없죠 ㅋㅋㅋㅋㅋㅋ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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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2 민중의 적 : EMBARGO. (2) +2 23.09.02 2,292 73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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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5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다. (1) +5 23.08.26 2,378 103 23쪽
594 신상필벌(信賞必罰). (4) +6 23.08.25 2,478 100 22쪽
593 신상필벌(信賞必罰). (3) +4 23.08.24 2,480 107 23쪽
592 신상필벌(信賞必罰). (2) +5 23.08.23 2,505 106 25쪽
591 신상필벌(信賞必罰). (1) +7 23.08.22 2,559 97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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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9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1) +5 23.08.19 2,564 88 23쪽
588 인수·합병이 여의치 않을 것 같은데. +8 23.08.18 2,584 97 23쪽
587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2) +4 23.08.17 2,558 111 23쪽
586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1) +2 23.08.16 2,585 111 24쪽
585 PayMate Mafia. (3) +2 23.08.15 2,614 117 22쪽
584 PayMate Mafia. (2) +4 23.08.14 2,622 118 23쪽
583 PayMate Mafia. (1) +4 23.08.12 2,784 103 24쪽
582 두 번째 오스카! +8 23.08.11 2,686 111 23쪽
581 인간들이 배가 불렀어, 아주! +3 23.08.10 2,590 100 22쪽
580 Pix-Art. +7 23.08.09 2,571 103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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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8 마치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것처럼.... +8 23.08.07 2,641 107 22쪽
» 흘러가게 놔두라고 하십니다. +6 23.08.05 2,712 100 22쪽
576 REMO : ....or Maybe Dead! (11) +8 23.08.04 2,590 106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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