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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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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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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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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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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다.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하여튼 새끼들이... 돈이 없어 권력이 없어? 밀어줘도 못 주워 먹고....”


김경원이 양주를 벌컥벌컥 마신 후 입을 열었다.


“나도 부장한테 잔소리 징하게 듣는다. 밖에서 좀 흔들어봐. 어떻게 된 새끼들이 왕년의 버들양행도 아니고 털면 진짜 먼지밖에 안 나와. 왕건이 비스므리 해야 뭐라도 걸지. 지금까지 나온 거로 못 엮어.”


김경원이 가온그룹을 상대하려면 특수부장과 중앙지검장이 묵인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나온 것으로는 결재는커녕 말도 못 꺼낸다.


“대훈아, 트라이-스텔라가 그렇데 대단해?”

“어머님이 키운 백화점보다 규모가 크다고 보면 됩니다. 할아버님이 일군 그룹 두 개를 합쳐야 JHO 하고 비벼볼까 말까 할 겁니다.”

“그 정도야?”


성영대가 제공하는 연예인과 어울리고 마약이나 하며 한량처럼 산다.

세상 돌아가는 걸 알 리가 없다.

JHO와 가온 두 그룹 모두 비상장기업이라서 공개된 정보도 극히 적었다.


“한국의 뭣도 모르는 작자들이 딴따라라고 과소평가하는데.... 버펫이나 터너 같은 노인네들이 괜히 싸고도는 게 아닙니다. 파커가문 사위가 될 것 같은데.... 미국 대통령도 쉽게 못 건드릴 걸요.”

“아, X발....!”

“아마 류지호가 PS 오너였으면 오성그룹 총수 대접을 해줬겠죠. 자산이 몇 백 억 달러라고 아무리 이야기해 봐야 솔직히 두 분 집안이 아무리 재벌이라도 10조니 100조니 감이 오십니까?”

“......”

“아카데미 수상하는 게 워낙 임팩트가 있으니까 영화감독으로 보이는 거지. 한국만 벗어나면 오성그룹 회장님도 류지호한테 아쉬운 소리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X발! 잘 못 건드린 거 아냐?”


김경원이 우려를 드러냈다.

덩달아 성영대 역시 목이 타는지 양주를 들이켰다.


“미국 비즈니스계에서는 JHO의 CEO들이 더 유명합니다. 왜냐 류지호는 연예면에 주로 나오니까요. 영화감독 놀이 하는 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뭐 그런 똘아이 같은 새끼가 있어....”


장재영이 답답하다는 듯 짜증을 부렸다.


“그래서 결론이 뭐야? 극장사업을 포기하게 할 수 없을 것 같다? 류지호가 미국에서 X나게 잘 나가니까?”


장재영과 김지훈은 성영재가 설립한 유림 멀티플렉스에 최대 투자자다.

수도권 두 곳과 지방 극장 다섯 곳 해서 모두 52개 스크린을 보유한 멀티플렉스다.

장재영의 경우는 외가가 본격적으로 영화업에 뛰어들었다.

그의 어머니는 국내 두 번째로 큰 백화점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그룹의 멀티플렉스를 백화점와 쇼핑몰에 입점시키고 있다.

김지훈은 할아버지가 해외도피 중이지만, 방계 가족까지 모두 망한 것은 아니다.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절치부심 영화 분야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한국 최대 극장 체인인 G.O.M을 무너뜨려야만 한다.

BS, 올리온, 무비서비스도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이해했다.

계획대로 된다면, 그들과 전국 G.O.M 상영관들을 사이좋게 나눠먹을 수 있다.

현실성 제로의 망상이었지만.

철부지들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들은 무엇이든 원하는 건 얻을 수 있다고 믿었고, 그렇게 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설사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는 일이라도.

이유는 간단하다.

그의 부모, 조부, 친구, 선배들이 권력자와 재력가들이었으니까.

지금까지 재벌가 자손인 장재영과 김지훈은 법과 제도 위에서 놀았다.

자신들이 가진 인맥이면 뭐든 가능할 것이란 오만 속에서 살고 있다.

심지어 장재영은 전 중앙정보부장 손자를 집단 폭행하고도 아무런 벌을 받지 않았다.

가문에서 내놓은 자식으로 알려졌지만, 음주뺑소니를 하고도 집행유예로 나왔을 정도다.


“외부에서 흔들 수 없다면, 내부에 우리 사람을 심어보는 건 어때?”

“직원을 매수하자는 거야?”

“매수해도 좋고, 우리 수족을 그쪽에 입사시켜도 좋고. 내부에서 이간질을 시키든 기밀을 빼오든 양심선언을 하든... 뭐든지 간에!”


김경원이 추임새를 넣었다.


“공익제보자 조오치!”

“황재정이 케이스처럼... 류지호의 측근들을 어떻게 해서든 흔들어보고.”


인간은 한 번 불신하기 시작하면 다시 회복하지 못한다.

내분은 만고불변의 전략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힐 때가 제일 아프지. 킥킥.”


나래안전에서 이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으면서 내버려두는 이유가 있다.

신경 쓸 가치가 없는 바보들이기 때문이다.

엘리트라는 믿을 수 없는 처참한 사고력과 인식수준이다.

영화에서 이런 인물을 등장시키면 현실성 없다고 작가가 욕을 바가지로 먹는다.

그런데 엘리트라고 해서 상류층이라고 해서 모두가 일반인들보다 사고능력이 월등한 것도 아니다.

어떤 이들은 수준 이하다.

특히나 하루가 멀다 하고 주지육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이들은 더더욱.

가온그룹을 흔들어 보려는 세력이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란 것도 모른채 까불고 있다.

총알받이도 안 되는 고기방패 주제에.

김경원이 김대훈에게 물었다.


“영화판에서 말 안 듣는 놈 없어?”

“충무로가 하도 썩어서 내사한다는 소문만 흘려도 바짝 쫄지요, 뭐.”

“성 대표는?”

“살쿼 놓은 연예부 기자 잘 관리해서 계속 WaW를 괴롭혀 보겠습니다.”


성영대는 자신의 무능은 생각하지 않고 유림 극장을 G.O.M에게 강탈당했다고 믿고 있었다.

때문에 남다른 복수심에 불타고 있다.

재벌가 태생이고 학벌 좋은 이들 가운데 우물안 개구리가 의외로 많다.

생활반경이 한정되어 있고, 삶이 단조롭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문제가 되는 일도 그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기에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보편적이지 않다.

영화 같은 창작물에서 재벌 3세를 소시오패스로 묘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암튼 어디나 매를 버는 인간들은 꼭 있게 마련.

벌을 받고 나서 후회해 본 들 소용없다.


❉ ❉ ❉


세간의 우려와는 달리 가온그룹은 적극적으로 특별세무조사에 임했다.

마치 털어봐라 뭐라도 나오나 우리도 궁금하다는 듯한 태도다.

기업이 왜 세무조사를 무서워할까.

그만큼 구린 구석이 많아서다.

만약 불법이 드러나 대표이사나 간부들이 구속이라도 되면, 업무공백은 물론 기업 이미지까지 크게 실추된다.

그로인해 주가가 하락할 수도 있다.

기업의 결백함과 관계없이 주홍 글씨가 새겨지기도 한다.

복잡한 조세법으로 인해 탈세의 범위가 애매하다.

자칫 추징금이라도 내게 되면 쓸데없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2004년 현재까지 가장 지독한 세무조사로 꼽히는 사례는 세 차례다.

유신정권에 밉보여 지독한 세무조사를 받았지만 도리어 동탑산업 훈장을 받은 버들양행과 그와 정반대로 비리의 종합세트였던 현보 그룹, 삼봉그룹을 들 수 있다.

가온그룹은 정권에 밉보여서 벌이는 세무조사가 아니기에 그 정도 수준까지 가지는 않았다.


띠리리.


“예. 홍보팀 윤정아 대리입니다.”

- MBS <피디수첩> 제작팀입니다.

“예. 안녕하십니까. PD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류지호 의장님과 인터뷰를 하고 싶은데 가능하겠습니까?

“어떤 내용이신지요?”

- 한국 사회의 반재벌 정서와 재벌 일가의 국적을 다룬 탐사보도입니다.

“먼저 한 가지 정정해 드릴 것이 있습니다.”

- 뭐지요?

“가온그룹 지배와 경영에 대해 재벌이라 부르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너이신 의장님 일가 혹은 혈족이 가온그룹을 지배하지 않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류지호 의장님 일인이 지주회사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계신 것은 맞지만, 회장 이하 계열사 사장은 모두 전문경영인임을 알려드립니다. 가족 혹은 혈족 경영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 드립니다.”

- 일단 그렇다고 해두고. 의장님 국적은 여전히 유지하고 계신 것은 맞습니까?

“가온그룹 홍보팀은 P.I는 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사안이니 의장님께 직접 질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믿기 힘들다는 반문이 들려왔다.


- P.I를 하지 않는다고요?


그러거나 말거나, 그룹 홍보팀 윤 대리는 침착하게 답변을 내놓았다.


“예. PD님. 현재 의장님께서는 미국 체류 중이시라 부재중이시니, 이사회의장 비서실로 문의하시면 됩니다.”


여전히 오너가 절대 가치로 여겨지는 한국 대기업에서 이미지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는 설명을 <피디수첩> PD는 믿을 수 없었다.


- 다른 대기업 홍보팀에서는 사실이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으니까 반론도 필요 없고. 자기들 회장 이름은 무조건 빼달라고 하는데, 가온 비서실 반응은... 상당히 신선하군요?

“다른 회사 사정은 저희로서 알 수 없습니다.”

- 요즘 세무조사를 받고 있죠?

“그렇습니다.”

- 의장님은 언제 한국에 들어옵니까?

“죄송합니다. 그 역시 의장비서실에 문의하셔야 합니다. 저희도 모릅니다.”


홍보팀 직원은 의장의 개인적인 것은 해당 비서실에 문의하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그래서 PD는 가온그룹 회장 비서실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이사회의장 비서실로 또 다시 연결해 주었다.

똥개 훈련시킨다며 투덜대 봤자, 류지호를 보좌하는 비서실 연락처는 대외비다.

암튼 MBS <피디수첩>은 일주일 후, 가온그룹 이사회의장 비서실로부터 류지호의 답변을 받아 봤다.

한국의 재벌과 그 후손들은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자신들의 이름은커녕 이니셜만 등장해도 질색을 한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다음날 해당 기업 홍보실은 회장의 불호령으로 난리가 난다.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 좋은 일을 다루는 경우가 없기도 하고, 재벌 일가는 단 한 글자라도 본인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이 나가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때문에 대기업 홍보맨들은 절박하게 자사 회장님 일가의 이름을 어떤 보도에서라도 빼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한다.

류지호가 경험한 미국의 기업들은 일단 보도가 나가는 것을 막진 못한다.

막는 행위가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보도가 나가고 난 후 당사자가 직접 해명이나 반론을 편다.

 오너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반면에 한국 재벌들은 언론노출을 질색해서 대부분의 사안을 아랫사람을 통해 처리한다.

마치 중세시대 귀족처럼.

반면에 가온그룹의 홍보실은 총수 같은 특정인이 아니라 기업 자체의 이미지 메이킹이나 마케팅 전략을 주로 수립하고, 현장을 뛰는 홍보맨들은 각 계열사 자체 홍보실에 소속되어 있다.

때문에 가온그룹은 제품 및 서비스 광고보다 캠페인 성격의 광고만 하고 있다.

인간존중, 차별 방지, 포용, 화합, 평화, 환경 보존, 올바른 역사관 재고 등.

‘대륙을 향한 기상, 광개토대왕‘과 ‘한국전쟁의 잊혀진 영웅’ 캠페인 광고 같은 역사 시리즈도 있다.

광고 마지막에 가온그룹 로고만 등장하고 끝이다.

가온그룹 본사 홍보실은 캠페인 광고만 하니, 방송사와 언론사에 촌지를 줄 이유가 없다.

게다가 가온그룹은 따로 오너 마케팅을 할 필요가 없다.

홍보팀 차원에서 아무 것도 안 해도 알아서 매스컴에서 류지호를 다뤄주니까.

주로 외신을 인용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류지호가 수상하는 모습과 그간 해외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인들의 수상 모습을 편집해 한국영화를 홍보하는 캠페인 광고가 새롭게 지상파와 케이블TV 광고에 도배가 되고 있다.

또한 불법복제 콘텐츠 유통에 대한 경고와 P2P 공유 근절 캠페인 광고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 ✻ ✻


류지호는 자신의 재산을 죽기 전에 모두 사회로 환원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 봤다.

사실 어렵지 않다.

미국에서 형성한 재산을 전부 JHO Foundation이나 아내가 될 레오나와 공동이사장으로 등재되는 새로운 재단을 만들어 기부하면 된다.

류지호와 레오나 사후에는 후손들이 그 재단을 운영하면 되고.

사실상 재단을 통해 JHO Company Group에 대한 지배력을 자손대대로 잃지 않게 되는 방법이다.

가온그룹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하거나, 상속세나 증여세가 문제가 된다면 미국의 재단에 넘겨도 된다.

굳이 후손에게 재단을 물려주지 않아도 된다.

류지호 개인 재산 목록에는 알짜배기 저작권을 다수 보유한 JHO Pictures와 ATV Music이 있고, 벤처 투자회사, 학교재단이 있으며, 부동산개발회사도 있다.

그것들을 자손들에게 물려주면 몇 대는 흥청망청 살 수 있다.

그런 것들과 별개로 자녀를 위해 G&P 부자펀트의 트러스트 펀드를 조성해 줄 생각이다.

설사 류지호가 살아 생전에 쫄딱 망한다고 하더라도 후손이 40세가 될 때까지 모두 세 번에 걸쳐 총 3,500만 달러를 수령하는 펀드를 만들어 줄 계획이다.

이 시기 환율로 대략 420억 원이 넘는 엄청난 금액이다.

도박이나 마약, 투자실패만 없다면 자손대대로 먹고 사는데 충분한 재산이다.


드르륵.


류지호가 책상 서랍을 열었다.

서류 뭉치를 꺼내 들었다.

미국 시민권 신청서류다.

언제든지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여러 개의 신청서류가 준비되어 있다.

시민권 자격 요건은 차고도 넘쳤다.

서류를 접수한다고 해서 곧바로 인터뷰가 잡히고, 또 금방 선서를 하게 되진 않겠지만.

어찌되었든 당국에서 꽤나 신경을 써주긴 할 것이다.

신청서류를 접수하기 전에 변동된 세금 및 각종 신고 내용을 확인해야 하기에 결코 만만하지 않은 준비를 해야 하겠지만.

당국의 심사가 까다롭다면 몇 개월은 기다려야 인터뷰를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시민권을 따라고 재촉하면 몰라도 까다롭게 굴진 않을 것 같다.

한국인들이 볼 때 류지호는 반은 미국인이다.

다년간의 유학생활,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며 삶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체류하는 점, 한국의 재산보다 월등하게 많은 미국 자산보유 등.

그래서 그런지 류지호의 이름이 거론 될 때마다 국적문제가 꼭 따라다녔다.

종종 류지호가 한국의 군대를 다녀온 것마저 잊힐 때가 있다.


“류지호의 국적은 도대체 한국이냐 미국이냐?”


당연히 한국국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 시민권자인 줄 오해하고 있는 이들도 상당히 많다.

딱히 비밀도 아닌데.

언론에서는 마치 대단한 걸 알아냈다는 듯 탐사보도로 내보낸다.

어차피 레오나 파커와의 결혼을 앞두고 국적문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긴 했다.

자녀 때문이다.

영주권만으로 미국에서 생활하는데 큰 불편은 못 느낀다지만.


‘우리 애들이야 몇 년 후부터 복수국적이 되겠지.....’


미국에서 큰 부를 이루고 유명세를 얻은 것에 대해 외국인으로써 받게 되는 불리함이 분명히 존재했다.

일례가 아카데미 정회원 문제다.

세금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세계 4대 영화제에서 한 번씩 수상하고, 아카데미에서 감독상 받으면 시원하게 국적 변경하는 걸로....!”


세계 주요 국제영화상 수상과 아카데미 감독상을 한국인으로 받는 것과 미국인으로 받는 것은 류지호 개인에게나 한국인들에게 체감되는 감정이 완전히 다르다.

두 번째 삶의 영화 인생은 주로 할리우드에 있지만, 그를 키운 것은 이전 삶의 충무로이기도 하니까.

만약 감독으로 명예로운 수상을 하게 된다면 한국인으로 먼저 맞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한국영화계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하는 류지호다.

아무리 충무로에 애증이 교차한다고 할지라도....


❉ ❉ ❉


폴 영 장(Paul Y Jang).

주로 사회고발성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한국계 미국인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News Reel이라는 뉴욕의 다큐멘터리 전문 제작사에 소속되어 뉴스성이 강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왔다.

참고로 이 회사에는 LA폭동을 다룬 다큐멘터리 <4.29>를 연출한 여류 다큐멘터리 감독도 소속되어 있다.

어쨌든, 장 감독은 JHO Security Services 탐정 사업부 직원으로부터 막대한 분량의 자료를 전달 받았다.

자신의 회사를 자기 것이라 자신 있게 말을 못하고, 주가조작 의심을 사고 있지만 본인도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한국의 모 정치인에 관한 자료들이다.

장 감독이 제작할 다큐멘터리 영화의 제목은 <I'm your Father>.

몇 년 전 한국에서 벌어졌던 주가조작 사건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대기업 최고경영자 출신의 모 정치인 연루설을 다룬 탐사보도성 다큐멘터리다.

후속편도 준비되어 있다.

무당, 목사 그리고 두 얼굴.

유신정권 시절, 대통령 일가에 기생해서 부와 권력을 향유하고 대를 이어 대통령 장녀까지 가스라이팅으로 홀려버린 어떤 사기꾼 집안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두 편의 다큐멘터리는 미국의 유명한 탐사보도 다큐멘터리 회사가 제작하고, 미국인(한국계)이 연출한다.

핵심자료는 한국의 모 보안회사에서 나왔고, 이 자료를 미국의 메이저 탐정회사가 전달했다.

물론 News Reel에서는 이 같은 내막을 알 수 없었다.


“Don, 수고했어요.”


도널드 제이콥이 별 것도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저희는 한 것이 없습니다.”

“도중에 포기하지는 않겠죠?”

“다큐멘터리 제작비 치곤 꽤 넉넉하게 주었습니다.”

“제작비가 문제겠어요? 감독이 아이템에 흥미를 느끼는지가 중요하죠.”

“감독 그 친구는 모국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데, 부모님 나라에 대해 관심이 꽤나 많더군요.”

“부모님 나라여서가 아니라... 어쩌면 유력 정치인을 고발하는 내용이라서 그럴 거예요 폴은 고발뉴스 전문 그룹의 멤버니까.”

“보스도 원래 알고 있던 친구였습니까?”

“아니요. 크리스니타가 제작하던 LA폭동 다큐멘터리를 지원하면서 알게 된 친구에요.”

“보스가 다큐멘터리와 연관되었다는 건 아무도 모를 겁니다.”


제작비를 미주지역 진보 한인단체가 지원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배급은 ParaMax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다큐 전문 배급사가 맡을 예정이다.

다큐멘터리의 당사자인 이선택은 서울시장이 되지 못하며 보수진영과 당에서 세력을 형성하지 못했다.

다만 그의 주변에는 스스로 신흥우파라고 규정하는 무리가 기생하고 있는 것이 류지호의 신경을 거슬렸다.

해서 이선택을 완전히 몰락시키고, 신흥우파라는 쓰레기까지 어느 정도 정리할 계획이다.


“한국은 정치적 의사표현에 대해 낙인을 찍어버리니까요. 이번 세무조사 역시 명백히 표적 세무조사 아니겠습니까?”

“5년마다 한 번씩 하는 정기 세무조사는 아니긴 하죠.”


가온그룹 세무조사는 서울청 조사4국이 주도하고 있다.

특별 세무조사로 불리는 비정기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조직이다.

주로 기업 탈세나 비자금 등에 관련한 혐의나 첩보가 있을 때 조사를 벌인다.

조사4국이 세무조사 10일 전 가온그룹에 보내온 공문에 의하면, 탈세 의심 제보가 접수되었다는 식으로 명시되어 있다.


“왜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셨습니까? 세무조사 명분이란 것도 납득할 수 없었잖습니까?”


세무조사는 서평특수에서 시작해 나래안전 시스템으로 확대되었다가 다시 가온그룹으로 이어졌다.

다온로펌의 세법 전문가들의 법률자문과 KPMG 회계법인의 도움을 받아 나래안전 세무조사에서 끊을 수 있었다.

그런데 류지호와 래리 킴은 가온그룹까지 확대되는 걸 막지 않았다.


“경각심을 가지라고요.”

“미스터 황 때문에 화가 많이 나셨나 봅니다.”

“이번 세무조사를 잘 넘기면, 그룹에 독이 아니라 약이 될 겁니다. 재무회계뿐만 아니라 미처 점검하지 못했던 것들을 새삼 확인하게 될 테니까.”

“감사실과 외부감사로 잡아낼 수 없는 것까지 다 점검하실 생각이십니까?”


조사4국이 작정하고 달려들었다.

먼지 한 톨까지 털어댈 것이다.

가온그룹 경영진은 추징금까지 각오했다.

워낙 세법이 복잡하고 애매한 구석이 많아서 해석하기 나름이니까.

국세청에서 추징금을 물리면 이의절차도 번거롭고 판결이 나기까지 시일도 오래 걸린다.

몇 십억 수준의 추징금은 그냥 내버리는 것이 속편하다.


“겸사겸사요.”

“그렇다면 JHO도....?”

“샘이나 Don이 그렇게 물렁한 사람이 아니잖아요?”

“믿음에 보답할 수 있어야 하는데.... 보스의 기대 수준이 높으셔서....”

“약한 소리 말아요. 더는 안 바랍니다. 지금처럼만 해요.”


류지호가 도널드 제이콥의 팔뚝을 가볍게 토닥거렸다.

대니얼 그레이엄과 홍 관장은 사람이란 짐승을 믿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충고하곤 했다.

반면에 부친과 윌리엄 파커는 배신당하기 직전까지는 사람을 믿어주라고 가르쳤다.

모시는 사람이 덕을 갖추고 있으면 아랫사람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면서.

구제불능일 것 같았던 고우찬, 매튜 그레이엄, 배런 랜포르, 제이크 멜론 등.

그들의 인생을 백팔십도 돌려놨다.

심복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은 적도 없다.

아직까지는.

어느 쪽 말이 정답인지는 류지호는 단언할 수 없다.


“한국의 국세청이나 검찰이 단순히 공명심 때문에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류지호도 동의했다.


“한국의 주요 재벌 중에 전과자 아닌 사람 없어요. 단 한 명도.”

“보스는 재벌이 아니지 않습니까?”

“한국에서 볼 때 난 신흥재벌이에요. 당연히 정경유착, 뇌물, 비자금... 털면 나오게 되어 있다고 단정하죠. 그나마 블루하우스의 지시는 아닌 것 같아 다행이랄까....”

“가온 컴퍼니와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고 있는 사람들이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에 많이 출마할 거라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네요.”


양쪽 진영 합해서 대략 30명 정도가 출사표를 던진다고 보고받았다.


“나래안전에서는 수도권 일부와 각 당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에서 십여 명 정도가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십여 명?”

“각계 전문가 십여 명이 비례대표로 들어가게 되면, 대략 17명 정도 예상하는 것 같습니다.”

“여당이 선전할 것 같긴 해요.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테니까.”

“탄핵까지 간 건 좀 억지스럽긴 합니다.”

“그 다음은 Don도 예상할 수 있지요?”

“당연히 탄핵소추를 추진한 쪽은 역풍을 맞게 되겠죠.”

“단 여당이 삽질만 하지 않으면요.”

“정치인들치고 문제없는 인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 지들만 옳지요.”


원래 문제가 있던 사람이 정치를 하는 것인지.

정치를 하다 보니 문제가 있는 인간으로 변질 된 것인지.


작가의말

편안하고 여유로운 주말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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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 민중의 적 : EMBARGO. (4) +2 23.09.04 2,200 84 25쪽
603 민중의 적 : EMBARGO. (3) +4 23.09.02 2,404 104 24쪽
602 민중의 적 : EMBARGO. (2) +2 23.09.02 2,292 73 24쪽
601 민중의 적 : EMBARGO. (1) +9 23.09.01 2,525 105 24쪽
600 총수란 호칭이 더 어울리는 남자? (2) +16 23.08.31 2,559 102 23쪽
599 총수란 호칭이 더 어울리는 남자? (1) +4 23.08.30 2,530 107 25쪽
598 할리우드 겉멋 그 자체... +3 23.08.29 2,534 97 26쪽
597 안티 카페 아니겠죠? +4 23.08.28 2,437 103 25쪽
596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다. (2) +4 23.08.26 2,535 108 24쪽
»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다. (1) +5 23.08.26 2,379 103 23쪽
594 신상필벌(信賞必罰). (4) +6 23.08.25 2,478 100 22쪽
593 신상필벌(信賞必罰). (3) +4 23.08.24 2,480 107 23쪽
592 신상필벌(信賞必罰). (2) +5 23.08.23 2,505 106 25쪽
591 신상필벌(信賞必罰). (1) +7 23.08.22 2,559 97 22쪽
590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2) +3 23.08.21 2,547 104 25쪽
589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1) +5 23.08.19 2,564 88 23쪽
588 인수·합병이 여의치 않을 것 같은데. +8 23.08.18 2,584 97 23쪽
587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2) +4 23.08.17 2,559 111 23쪽
586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1) +2 23.08.16 2,585 111 24쪽
585 PayMate Mafia. (3) +2 23.08.15 2,614 117 22쪽
584 PayMate Mafia. (2) +4 23.08.14 2,622 118 23쪽
583 PayMate Mafia. (1) +4 23.08.12 2,784 103 24쪽
582 두 번째 오스카! +8 23.08.11 2,686 111 23쪽
581 인간들이 배가 불렀어, 아주! +3 23.08.10 2,590 100 22쪽
580 Pix-Art. +7 23.08.09 2,571 103 23쪽
579 부자 되세요, 꼭이요~ +4 23.08.08 2,632 109 27쪽
578 마치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것처럼.... +8 23.08.07 2,641 107 22쪽
577 흘러가게 놔두라고 하십니다. +6 23.08.05 2,712 100 22쪽
576 REMO : ....or Maybe Dead! (11) +8 23.08.04 2,590 106 27쪽
575 REMO : ....or Maybe Dead! (10) +4 23.08.03 2,557 104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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