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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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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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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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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두 번째 오스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The Killing Road>와 <REMO : The Distroyer> 두 편의 할리우드 영화로 류지호는 미국 영화감독 조합(DGA)에 정식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10년도 훌쩍 지난 영화 <나 홀로 집에>에 Co-Producer 크레디트를 처음 받은 이후로 프로듀서조합(PGA)의 정회원이기도 했다.

미국제작가조합 정회원이기에 PGA Awards 투표에도 참여하고 있다.

모리스 메타보이, 알바트 마샬, 사울 젠쯔 등 다수의 PGA 거물 제작자들이 류지호를 AMPAS 회원으로 추천한 바가 있다.

어쩐 일인지 아카데미 위원회는 90년대 중반 이후로 류지호의 회원 선정을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명확한 이유조차 밝히지 않은 채.

심지어 <타이타닉>의 작품상 공동 수상자로 아카데미 무대에 섰음에도.

그저 방관했다.

매년 5월 중순이 되면 AMPAS가 새롭게 회원이 된 인물들을 발표한다.

특별한 코멘트를 달지 않고 명단만 발표하는 식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아카데미 회원은 매년 5,500~6,000 명 선을 유지하고 있는데, 압도적으로 백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1980년대까지 아카데미 위원회는 유대계 자본가 권력의 의사가 전반적으로 반영되었다.

국제회원이 소수 선정되었지만, 구로사와 아키라 같은 위대한 영화감독 몇 명이 전부다.

워낙에 소수여서 아카데미 위원회 안에서 존재감조차 없다.


- 도대체 왜 지호 류가 아카데미 회원에 선정되지 못하는 겁니까?

- 그에 대한 답변을 드릴 수 없음을 양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수년 간 반복된 언론의 질의에 대한 AMPAS의 대답이었다.


- 지호 류를 포함시키지 않는 것은 비백인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얄팍한 제약 아닙니까?

- 절대 아닙니다!


업계에서 도는 루머에 의하면 트라이-스텔라를 제외하고 모든 스튜디오들이 AMPAS에 대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말도 있다.

사실 류지호가 아카데미 투표권을 가진다고 해서 뭔가 달라질 것은 없다.

할리우드 권력을 여전히 쥐고 있는 유대인들과 백인 기득권 입장에서 아시아계가 더는 명예를 갖지 못하도록 심통을 부리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류지호는 아카데미 회원 자격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미스터 할리우드라고 불릴 정도로 업계에서 충분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대부분의 동료 영화인들에게 존중을 받고 있으며, 영화학도들의 선망과 존경을 두루 받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카데미 회원 선정이 늦어질수록 흑인을 포함해 유색인종에 대한 진입장벽이 견고함을 유지하겠지만, 굳이 그들을 위해 투쟁의 선봉에 서고 싶진 않았다.

회원 선정이 꽤나 늦었지만, 언젠가는 정식 회원이 되긴 할 테니까.

결국 작년 말에 <REMO> 촬영이 한창일 때 AMPAS로부터 처음으로 영화 리스트를 받았다.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작품 리스트였다.

후보작을 정하는 제일 중요한 기준은 1월 1일~ 12월 31일까지 LA에 소재한 극장에서 상영되었던 모든 영화를 기준으로 한다.

반드시 7일 연속으로 상영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기준을 통과한 영화는 집행위원회에서 정리되어 투표권이 있는 회원들에게 배포한다.

단 부문별로 나눠서 배포한다.

류지호는 국제회원 부문 회원으로 선정됐다.


“참나, 더럽고 치사해서.....!”


따지고 들 수도 있었지만 그러려니 했다.

이의를 제기한다고 들어먹을 인간들이 아니었으니까.

어쨌든 국제부문 감독 회원으로 선정되었기에 감독상 최종 후보에 올릴 5편의 영화를 지명했다.

아카데미 회원 투표는 자신이 속한 부문에서만 투표를 할 수 있다.

오로지 작품상 후보만 본인 소속과 상관없이 모두가 투표할 수 있다.

배우의 경우, 주연, 조연의 남녀 각각의 5인의 후보를 기명 투표한다.

무조건 ‘기명’ 투표다.

회원들이 보낸 투표용지(아직 온라인 투표 전)를 모아 집행위원회는 이를 공식 집계사에 보낸다.

집계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다국적회계감사 기업 PWC가 자체 가중평균 시스템을 통해 한다.

PWC가 집계 결과를 아카데미에 보내오면 알파벳순으로 발표한다.

사무엘 골드윈 극장에서 본 시상식이 있기 6주 전에 발표한다.

그때 아카데미 회원들은 본 시상 최종 후보 리스트를 받게 되고, 보름 안에 투표를 마친 후에 아카데미 집행위원회에 발송한다.

이때는 무조건 ‘무기명’으로 집행위에 보낸다.

다시 한 번 공식 집계사로 선정되어 있는 PWC가 투표를 집계한다.

최종 시상결과는 아카데미 위원회도 알지 못하게 당일까지 비밀리에 보관한다.

할리우드 업계 사람 모두가 오스카를 들어 올리고 싶어 한다.

최종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 대단한 영예로 여긴다.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몸값이 달라진다.

수상하게 될 경우 심한 경우 10배가 껑충 뛰어오르기도 한다.

제 아무리 박스오피스 흥행대박을 자주 터트린 감독이라 할지라도 오스카 후보자나 수상자와 비교해 몸값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류지호가 <타이타닉> 작품상 수상 이후 괜히 몸값이 오른 것이 아니다.

이 당시 흥행감독인 벤자민 베이의 기본 계약금이 100만 달러를 겨우 넘는다.

그에 비해 특별히 흥행감독이라고 하기에 모자란 류지호의 경우 <REMO> 최종편에서 420만 달러에 계약했다.

그걸 두고 누구도 너무 많이 준다거나 이상하다고 지적하는 사람은 없다.

받을 만하니까 받는 거라고 이해한다.

게다가 아카데미 프리미엄까지 붙어 있다.

두 사람은 영화 흥행에 따른 인센티브도 차이가 난다.

당연히 류지호가 보너스(실제는 지분)를 더 많이 가져간다.

벤자민 베이도 제작에 참여는 하지만, 직·간접적으로 제작비를 대는 류지호와 조건이 같을 수가 없다.

암튼 수상자 최종 투표에 전체 회원이 모두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현역에서 활약하는 대략 400여 명의 엄선된 회원만 참여한다.

그 동안 회원 선정에 미온적인 아카데미 위원회가 류지호를 국제회원 자격에 넣자마자 최종 투표자에도 선정하는 의외의 결정을 내렸다.

대외적으로 비밀이지만, 아카데미가 류지호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 그 간의 우리 고충도 이해해 달라.


그런 거다.

400여 명의 최종 투표자는 철저히 비밀을 유지해야 하기에 류지호가 최종 투표자에 선정된 사실은 가족들도 몰랐다.

그렇게 류지호는 전 부문의 노미네이트된 작품/인물이 기록된 투표용지를 받았다.

미처 보지 못한 작품이 있다면 모처에서 비밀리에 회원 전용 시사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류지호는 다큐멘터리를 포함해 세 편의 영화를 비밀리에 관람했다.

그 때문에 의전비서관들이 눈치를 챘다.

류지호는 전 부문에 걸쳐 각 1편을 투표해 집행위에 보냈다.

이 역시 ‘무기명‘ 투표다.

대체로 본 시상식은 오후 5시 30분에 시작해 9시(LA 현지시간 기준) 넘어서 끝난다.

동부는 시차로 인해 자정이 끝나야 생방송이 종료된다.

그럼에도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에서 단일 프로그램으로 최고 시청률을 거의 놓치는 법이 없다.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것은 물론이다.


- 지호 류는 한 번도 아카데미 시상자로 초청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 그는 매우 바쁜 사람입니다.

- 바쁜 중에도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매년 참가하는 걸로 압니다.

- 시상자와 관련해 그와 스케줄을 논의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웃기는 소리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류지호는 아카데미 시상자 요청이나 문의를 받아본 적이 없다.

할리우드 거물임에도 아직까지 아카데미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적이 없다.

내막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류지호가 아카데미 무대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게 하려는 속셈이다.

흑인보다 더 소수인종 주제에 유서 깊은 오스카의 주인공이 되도록 판을 깔아주기 싫은 것이다.

<타이타닉> 작품상을 공동 수상한 다음해 작품상 시상은 제이미 캐머론이 혼자 했다.

당시에 류지호가 시상자로 함께 무대에 서지 않아 온갖 억측이 난무했었다.


“시상자 요청이 없었는데 어떻게 하라고?”


남들은 그런 것들로 류지호가 스트레스를 받을 줄 안다.

천만에.

그런 걸 일일이 신경 쓰다가는 미국에서 영화고 뭐고 못해먹는다.

처지를 바꾸어 생각해 보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다.

가령 한국 최고 권위의 영화시상식에서 후진국 출신의 억만장자 영화감독이 온통 주목을 받는다면 한국 영화인들과 영화팬들 기분이 어떨까를 생각해보면 화를 내고 싶다가도 참을 수밖에 없다.

그것도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매해 시상식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면.....

외국인이라서 극복해야 할 여러 가지 편견과 차별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미국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어떤 세계나 유독 특출 나면 시기와 질투는 기본이지.’


백인들의 비백인에 대한 견제를 비웃으면서도 한편으로 류지호는 오기도 생긴다.


‘자꾸 그런 식으로 나오면, 내가 다 해먹을 거다...’


✻ ✻ ✻


새해가 밝고 어느새 아카데미 시상식 기간이 찾아왔다.

그 기간에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이 은밀하게 Pixart Animation Studios 고위급과 접촉했다.

그는 류지호와 스테픈 잡스가 모종의 대화를 나눈 사실을 모른 채 Pixart의 차기작 투자배급계약 혹은 인수에 관심이 있음을 전했다.

류지호는 시침 뚝 떼고 모른 척 했다.

Pixart 문제는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2002년부터 Kozak Theatre를 아카데미 전용 시상식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올해는 예년보다 한 달 앞당겨 2월 29일에 시상식이 열렸다.

이라크 전쟁의 포화 속에서 살얼음판을 걸었던 지난해의 우울한 기억을 떨치려는 듯 짐짓 명랑하고 화려했다.

이라크 공습 직후 열린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아예 사전행사가 취소됐었다.

9·11 테러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던 지지난해에도 스타들이 화려한 드레스를 삼갔었다.

2년 만에 예전의 화려한 할리우드 쇼의 면모를 과시했다.

아카데미 레드카펫 쇼를 통해 흥청망청한 축제 분위기를 회복한 것처럼 보였다.

작년에 레드카펫 행사가 취소되며 본 손해가 상당했다.

아카데미 레드카펫 행사는 수백만 달러의 광고 효과가 있는 한편의 광고 퍼포먼스다.

레드카펫 이벤트에 입을 드레스 디자이너에게 돈을 요구하는 배우가 있을 정도다.

일종의 광고모델료를 요구하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실제 레드카펫에서 단 한 번 드레스를 입어주는 것만으로 짭짤한 수익을 챙기는 여배우도 있다.


- Jay! 영화 두 편 합해 무려 21개 부문을 노미네이트 시켰는데, 수상을 자신합니까?


류지호는 오스카 트로피가 발가벗은 남성을 형상화한 것에 빗대 답변했다.


- 제가 어제 새벽, 나체로 공원을 조깅하는 남자를 봤습니다. 적어도 지난해와 지지난해보다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반지의 제왕> 실사화는 세편... 러닝타임은 아홉 시간, 박스오피스는 29억 달러.

말이 3부작이지 하나의 작품으로 간주되는 만큼 아카데미 회원들이 그간 미뤄왔던 최고의 명예를 승인하는 요식적인 자리로 이번 시상식을 생각할 가능성이 높았다.

실제 그런 분위기가 일찍부터 감지됐다.

11개 부문 후보에 오른 트라이-스텔라의 <반지의 제왕>과 함께 ParaMax의 <마스터 앤드 커맨더>가 10개 부문 후보 지명을 받았다.

매스컴과 영화계 안팎에서는 <반지의 제왕>이 승리할 것이라 점치는 분위기다.

<마스터 앤 커맨더>는 감독의 투철한 장인정신이 돋보이지만, 감정이나 메시지를 내세우지 않는 작품이라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호소력이 약했다.

이변이라고 할 수 있는 일도 있었는데, ParaMax가 11년 만에 처음으로 작품상 후보를 올리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예술성과 주제의식을 드러낸 썩 훌륭한 작품들을 다수 제작했지만, 아카데미 회원들이 선호하는 약간의 대중성까지 충족시켜줄 영화가 없었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킬 빌>을 두 편으로 나눠서 개봉했던 것도 아쉬웠다.

상업적으로야 돈을 벌 수 있었지만.

어쨌든 PraMax가 16개 부문에 후보를 내긴 했지만, 작년에 40개 지명을 받은 사실을 떠올려보면 올해는 분명 가뭄이긴 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그 동안 꾸준히 수상 기록을 썼다.

<반지원정대>는 200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3개 부문 후보에 올라 4개상을 받았고,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은 6개 부문 후보, 2개 부문 수상에 그쳤다.

두 차례 모두 작품상, 감독상 등 주요부문은 비켜갔다.

로비 잭슨을 비롯해 시상식에 참여한 <반지의 제왕> 관계자들은 기술부문 상 수상 가능성을 점칠 뿐, 다른 주요 시상에는 큰 기대가 없었다.

단 류지호만 제외하고.


“로비, 다들 표정이 왜 저래요?”


아닌 게 아니라, <반지의 제왕> 팀들의 표정은 어딘지 잔뜩 경직되어 있다.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것도 영광스러운 일이고, 시상식에 초대받은 것도 즐거웠지만, 막상 수상 가능성을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큰 것이 사실이다.

축하의 박수를 치면서도 씁쓸한 미소를 입가에 물고 있다.


“사람들이.... 오늘은 우리들의 시간이 될 거라니까.”

“<반지원정대> 정도의 성과만 거둬도 난 대만족이야.”

“노미네이트 된 전 부문을 모두 수상하면 어쩔래요?”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어....!”

“내 말대로 된다면 뒤풀이는 로비가 주최하는 걸로 해요. 어때요? 내기 해볼래요?”

“좋아. 어차피 나야 손해 볼 일은 없지.”

“다들 들었죠? 여러분은 오스카 선물도 챙기고 술도 마음껏 마실 수 있어요. 지금부터는 그냥 오스카 쇼를 즐겨보세요. 로비가 모두 책임진다고 하니까!”


류지호의 너스레에 <반지의 제왕> 관계자들이 소리 죽여 웃었다.

그 모습이 중계 화면에 고스란히 잡혔다.

사회자가 그 모습을 놓칠 리가 없다.

한동안 류지호와 <반지의 제왕>을 소재로 개그쇼를 펼쳤다.


- 헤이, 여러분도 다 들었죠? 미스터 할리우드가 얼마 전 중부의 파커가문 공주님에게 청혼했다는 거. 젠장. 부디 그에게 오스카의 절대반지까지 전달되질 않길 기대해 봅니다. 그렇게 되면 모든 걸 가진 남자가 되잖아요. 안 그래요?


류지호는 사회자를 향해 왼손 검지를 들어 보이며 절대반지를 끼우는 시늉을 해보였다.


하하하.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쇼의 콘셉트는 확실히 가벼움과 명랑함이다.

엄숙했던 작년 시상식과 달리 처음부터 화려함과 밝은 분위가 연출되었다.

따라서 류지호도 그런 분위기에 맞춰주었다.

식전 행사가 끝나고 본격적인 시상식이 진행되었다.

메이크업상과 음향 믹싱상이 본격적인 시상의 시작이었다.


- 의족과 의수를 1만개나 만들었답니다.


<몬스터>의 샬롯 테론이 외모를 바꾼 연기로 받은 갈채를 생각하면, 그녀를 완전히 탈바꿈시킨 메이크업 아티스가 후보에 오르지 못한 건 다소 의외라고 할 수 있다.

어차피 수상자는 정해져 있었지만.

바로 <반지의 제왕>이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쇼는 재미있었다.

한편으로 감사 명단만 늘어놓는 수상 소감들이 다소 지루했다.

계속해서 물을 먹던 <마스터 앤드 커맨더>가 음향 편집상으로 간신히 체면을 차리나 싶더니 음악상과 주제가상이 <반지의 제왕>에게 돌아갔다.

두 곡이나 주제가상 후보에 올린 <콜드 마운틴>으로서는 아쉬울 만도 했지만, 기꺼이 박수를 보내줬다.

계속해서 <반지의 제왕> 관계자들이 무대에 올랐다.

류지호의 장담대로 연이어서 <반지원정대>가 오스카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렸다.

10부문에 후보를 올린 <마스터 앤드 커맨더>는 음향 편집상에 이어 촬영상을 수상했다.

아카데미 역사에서 의미 있는 기록이 하나 나왔다.

각본상을 탄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카르미나가 그 주인공이다.

열렬한 박수를 받은 그녀는 영화 그 유명한 <대부>의 프랭크 코폴라 감독의 딸이다.

그녀가 아카데미상을 수상함으로써 코폴라 집안은 휴스턴 집안과 함께 3대 째 오스카를 소유하게 된 두 번째 가족이 되었다.

조부 카마인 코폴라와 아버지 프랭크 코폴라의 기록을 이은 것인데, 거기에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감독상 후보에 오른 미국 국적의 여성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 영감을 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웡자웨이, 밥 포스... 감사드립니다. 모든 작가에게는 뮤즈가 있게 마련인데 내게는 빌 머레이가 있습니다.


객석에서 박수와 함께 폭소가 터졌다.


하하하.


지루한 수상소감 속에서 한 줄기 작은 유머가 수상소감으로 나왔다.

명감독의 자녀로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소화한 카르미나의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평단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각본상 하나를 받는 데에 그쳤다.

2시간에 걸친 시상이 이어진 끝에 마지막 수상 발표만 남겨두었다.

바로 작품상 부문이다.

수상자를 확인한 스티븐 아들러 감독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 이건 뭐... 오늘 이 영화가 그냥 다 쓸어버리는군요.


<반지의 제왕> 관계자들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환호성을 터트리는 가운데, 류지호와 로비 잭슨이 무대로 걸어갔다.

지금까지 트라이-스텔라 영화의 작품상 수상은 주로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이 했다.

그의 이름이 주로 프로듀서 크레디트에 올랐으니까.

하지만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달랐다.

사울 젠쯔로부터 영화화 권리를 구해온 것도, 톨킨 재단을 설득한 것도, 로비 잭슨을 감독에 선임한 것도, 가장 많은 제작비를 댄 것도, 그린 라이트를 켠 것도, 극장상영용 최종 편집본을 승인한 것도.

모두 류지호가 했다.

공동제작에 로비 잭슨의 크레디트가 올라가 있지만, 진짜 제작자라는 크레디트에 어울리는 이름은 류지호였다.

이번 수상으로 류지호는 1998년 <타이타닉>에 이어 두 번째로 오스카 트로피를 수상하게 되었다.

20대에 첫 번째 작품상을 수상하고, 30대에 또 다시 수상한 것은 아카데미 기록이다.

그것도 미국인도 아닌 외국인이.

로비 잭슨이 먼저 수상 소감을 전했다.


“여덟 살 때 내게 처음 8mm 카메라를 사준 부모님, 그러나 <반지의 제왕> 삼부작을 보지 못한 채 돌아가신 그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그동안 괴물과 호빗과 마법사를 무시해온 아카데미가 올해 드디어 판타지를 인정해줘 고맙습니다.”


이어 류지호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마이크 앞에 섰다.

제이미 캐머론처럼 ‘내가 세계의 왕‘ 같은 대사를 인용하는 꼴불견을 연출하진 않았다.

류지호가 절대반지를 낀 손가락을 추켜세웠다.


“모든 오스카를 지배하고... 모든 오스카를 차지하는 것은.... 절대반지. 모든 오스카를 불러 모아 진열장에 가두는 것은... 절대반지.”


북유럽 민요를 흥얼거리듯 마이크에 대고 읊조렸을 뿐.

그럼에도 꽤나 익살스러웠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판타지 장르는 오랫동안 오스카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반지의 제왕>이 아카데미로부터 처음으로 인정받은 판타지 영화가 되었습니다. 나는 꿈꾸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로비 잭슨은 꿈을 꾸는 사람이고 한 번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죠. 오늘의 영광은 오로지 로비 잭슨과 <반지의 제왕>에 참여한 사람들의 것입니다. 열연을 펼쳐 준 모든 배우들에게도 영광을 돌립니다. 나는 어느 작은 영웅의 여행을 따라 갔을 뿐입니다. 그 여행을 이끈 것은 바로 로비 잭슨과 배우들이었죠. 로비... 당신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전진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류지호가 마이크에서 물러나자, 로비 잭슨이 얼른 다시 섰다.


움찔!


사회자가 두 번째 소감을 제지하려다 참았다.


“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반지의 제왕>을 내가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아무도 날 지지해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Jay만 날 믿어주고 지원해줬습니다. 그것으로 인해 <반지의 제왕>이 완성되었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류지호와 로비 잭슨이 무대에서 내려오면서 아카데미 시상식의 화려한 막도 끝이 났다.

<반지의 제왕> 1편과 2편은 기술부문상 6개의 트로피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누적 아카데미 트로피가 총 17개가 되었다.

트로피에 이름을 새기기 위해 반납하기 전.

제작진과 배우들이 모여 축하를 하면서 모든 트로피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얼마나 많은 트로피를 받았는지 테이블이 좁을 정도다.

11개 부문 수상이니 그럴 만도 했다.

<벤허>, <타이타닉>와 트로피의 수는 동수지만, 후보 지명을 받은 전 부문에서 수상에 성공을 한 것은 새로운 기록이다.

속편으로 작품상을 받은 것도 <대부Ⅱ>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고.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작품상을 받은 판타지 영화라는 기록도 갖게 됐다.

그동안 아카데미 시상식에 <오즈의 마법사> <스타워즈> <E.T> <반지의 제왕Ⅰ·Ⅱ> 등의 판타지 영화가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모두 수상에는 실패했었다.

<스타워즈>나 〈E.T.〉같은 판타지들이 사회적 신드롬을 만들어내고도 오스카에서 외면당했던 시대와는 분명 다른 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즉 할리우드가 판타지 장르를 존중해줬다는 사실이 의미가 있다.

더 이상 판타지 영화가 하위 장르가 아닌 대중적 장르로 인식된다는 사실.

할리우드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될 사건이다.


- 디렉터 로비 잭슨, 영화판 <호빗>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전적으로 미스터 류에게 달려습니다.”


기자의 질문을 회피한 로비 잭슨 대신 류지호가 나섰다.


“로비는 <킹콩>을 마쳐야 합니다. 다만 내가 이 정도는 말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기대했던 것 보다 난.... 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류지호가 웃으며 뒤풀이 장소로 이동했다.


“도대체 무슨 말이야?”

“<호빗>을 한다는 거야 만다는 거야?”

“운이 좋다고 했잖아. 그 말이 뭐겠어. 영화권리를 미스터 할리우드가 확보했다는 말이겠지.”


류지호가 한 발언이 크게 부풀려졌다.

<반지의 제왕> 여정의 종결을 아쉬워하던 팬들의 귀를 솔깃하게 했다.

여담으로 이전 삶에서 <호빗> 영화권리는 Pine Line Cinemas가 보유했고, 배급권은 또 MSM Studios가 가지게 돼 이원화 되어 있었다.

한 동안 두 회사의 교통정리가 되지 않았고, 그 기간 로비 잭슨은 <킹콩>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류지호가 어떻게 마음먹는가에 따라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다.


[마침내 절대반지가 오스카를 평정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다음날 주요 신문의 헤드라인이었다.

제 71회 아카데미 시상식 생방송은 미국에서만 무려 4,250만 명이 지켜봤다.

<반지의 제왕>의 길고도 장대한 대관식이 마침내 끝이 났다.

프로도의 모험의 여정은 끝났지만, 로비 잭슨의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여행을 떠난 지 얼마 안 된 류지호의 앞길은 구만리고.


작가의말

한 주 마무리 잘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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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 민중의 적 : EMBARGO. (4) +2 23.09.04 2,200 84 25쪽
603 민중의 적 : EMBARGO. (3) +4 23.09.02 2,404 104 24쪽
602 민중의 적 : EMBARGO. (2) +2 23.09.02 2,292 73 24쪽
601 민중의 적 : EMBARGO. (1) +9 23.09.01 2,526 105 24쪽
600 총수란 호칭이 더 어울리는 남자? (2) +16 23.08.31 2,560 102 23쪽
599 총수란 호칭이 더 어울리는 남자? (1) +4 23.08.30 2,531 107 25쪽
598 할리우드 겉멋 그 자체... +3 23.08.29 2,536 97 26쪽
597 안티 카페 아니겠죠? +4 23.08.28 2,438 103 25쪽
596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다. (2) +4 23.08.26 2,536 108 24쪽
595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다. (1) +5 23.08.26 2,379 103 23쪽
594 신상필벌(信賞必罰). (4) +6 23.08.25 2,478 100 22쪽
593 신상필벌(信賞必罰). (3) +4 23.08.24 2,481 107 23쪽
592 신상필벌(信賞必罰). (2) +5 23.08.23 2,506 106 25쪽
591 신상필벌(信賞必罰). (1) +7 23.08.22 2,560 97 22쪽
590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2) +3 23.08.21 2,547 104 25쪽
589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1) +5 23.08.19 2,564 88 23쪽
588 인수·합병이 여의치 않을 것 같은데. +8 23.08.18 2,585 97 23쪽
587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2) +4 23.08.17 2,559 111 23쪽
586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1) +2 23.08.16 2,585 111 24쪽
585 PayMate Mafia. (3) +2 23.08.15 2,614 117 22쪽
584 PayMate Mafia. (2) +4 23.08.14 2,623 118 23쪽
583 PayMate Mafia. (1) +4 23.08.12 2,785 103 24쪽
» 두 번째 오스카! +8 23.08.11 2,687 111 23쪽
581 인간들이 배가 불렀어, 아주! +3 23.08.10 2,590 100 22쪽
580 Pix-Art. +7 23.08.09 2,571 103 23쪽
579 부자 되세요, 꼭이요~ +4 23.08.08 2,632 109 27쪽
578 마치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것처럼.... +8 23.08.07 2,641 107 22쪽
577 흘러가게 놔두라고 하십니다. +6 23.08.05 2,712 100 22쪽
576 REMO : ....or Maybe Dead! (11) +8 23.08.04 2,590 106 27쪽
575 REMO : ....or Maybe Dead! (10) +4 23.08.03 2,557 104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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