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쿠새의 서재입니다.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427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4.02.05 09:00
조회
14
추천
0
글자
12쪽

오류의 탑(2)

DUMMY

뭐가 그렇게 신난 건지 자리에 앉지 못하는 녀석을 자리에 앉혔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물론 강력한 힘은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우리의 방식보다 훨씬 간단하게 말이다.


그러나...


“보통 인간은 신의 힘을 직접적으로 쓸 수 없어요.”


에스프레소에게서 들었던 말을 그대로 따라했다.


“바다의 물을 2L짜리 페트병에 넣으려고 하면 어떻게 될까.”

“터져요!”


손을 들고 답을 말하는 학생처럼 미혜가 말했다.


“맞아. 인간의 몸도 마찬가지야. 감당할 수 없는 힘을 받으면 터져버리고 말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지 몇 개의 미간이 좁혀지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우리는 아까 내가 말했던 그 ‘필터’라는 것을 통해 일부만을 사용할 수 있는 거야.”


작은 신음 같기도 하고 탄식 같기도 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니... 비유를 하자면.”


뭐라고 말하는 게 좋을까 머리를 굴리다가 이내 내 머리로는 그런 표현법 따위 떠올릴 수 없다는 판단만 내려졌다.


“이 커피는 2L짜리 페트병과 바닷물 양의 공간감을 일그러트리는 거야.”


설명이 적절하지 않았는지 사람들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보이는 것만 같았다.


“원리는 생각하지 마요. 하여튼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잠시나마 엄청난 힘을 쓸 수 있다는 거니까. 더 생각하면 머리 아파요.”


이걸 만든 나 또한 원리는 알 수 없다.


애초에 원리를 설명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지 않은가.


“아무튼...”


말을 하려는 찰나 저 멀리서 캐롤라인 사제님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내 시선이 한 곳에 집중되자 하나 둘 고개를 돌렸다.


“뭘 그렇게 부끄럽게 다 같이들 봐.”

“무슨 일 있어요?”

“무슨 일 있어야 오나?”

“보통 그러시잖아요.”


사제님이 호탕하게 웃어보이고는 이내 손바닥을 하늘을 향하게끔 들어 어깨를 으쓱했다.


“소원이라는 아이가 깨어났어.”


우리는 대답을 하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소원과 승우가 누워있는 건물로 향했다.


+++


빈약하게 만들어져 있는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소원이 멍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 옆 침대에서는 쌕쌕 소리를 내며 승우가 자고 있었다.


“소원아!”


문을 열고 들어가자 소원의 시선이 천천히 우리를 향했다.


“소원언니 맞죠?”


미혜가 소원의 침대에 앉아 소원의 뺨을 잡고는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아직 남아있는 머리 위의 더듬이가 힘없이 흔들거렸다.


“아마도... 조금... 조금 기억이 뿌옇기는 한데...”

“몬스터가 되어 있는 동안 네 자아는 잠들어 있어서 그래.”


우리가 들어온 이후 느긋하게 들어온 사제님이 말하곤 구석에 있는 의자에 가 앉았다.


딱히 우리의 대화에 낄 생각은 없다는 제스처였다.


“아...”


잠시 멍하니 우리를 둘러보고 있던 소원이 떠올랐다는 듯이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난 너희에게 해줄 이야기가 있었어.”

“응?”


그렇게 말한 소원의 주변으로 황금빛이 실이 흘러나와 우리를 감쌌다.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내가 본 걸 직접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잠시만 실례할게요.”


고치처럼 모인 실 안에서 보이는 것은 없었지만, 소원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직접적으로 다가왔다.


“제 목소리 들려요?”

“그래도 소리는 들리는 모양이네요.”


고서우의 목소리에 로운이 답했다.


“이 공간은 그저 저의 기억일 뿐이에요. 여러분끼리 대화도 나눌 수 있어요.”


그렇게 말하고 잠시 말을 끊은 소원은 이내 말을 이었다.


“이제 여러분들에게 위험한 짓은 하지 않아요.”


자아가 잠들어있었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몬스터가 되었다는 것과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는 듯 했다.


-처음 정신이 들었을 때는 탑 안이었어요.


소원의 목소리와 함께 검었던 시야가 차츰 밝아지면서 낯익은 풍경이 보였다.


“얼마나... 잔거지?”


TV 속 배우의 목소리가 들리듯 소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아마도 포탈을 타고 탑에 떨어진 직후의 소원이리라.


주변엔 아무것도 없었지만, 어디선가 낮게 울고 있는 짐승의 것과 비슷한 소리가 들려왔다.


- 솔직히... 처음에는 너무 막막했어요.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소원의 목소리 때문인지 아니면 그녀의 기억 속에 들어와 있는 영향 때문인지 막연한 불안감이 전해졌다.


알기론 그 당시의 소원은 전투와 관련된 능력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 소원이었기에 나도 미혜도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들도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소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탑 안을 둘러봤다.


평소 봤던 탑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조금 더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여기는... 대체 어디야?”


뒤를 돌아봤지만 막 다른 벽만이 있었다.

돌아갈 수 있는 길은 없고, 여기서 굶어 죽기 싫다면 앞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시간에 대한 감각도, 공간에 대한 감각도 없었어요.


소원의 말이 백번 이해가 갔다.

길은 곧게 이어져 있었고, 빛이라고는 벽에서 흘러나오는 미세한 빛뿐이었기에 시간을 예상할 수 없었다.


-어차피 한 동안은 계속 같은 풍경이에요.


소원이 그렇게 말하자 가상세계 게임 화면처럼 보이던 풍경이 중간 중간 한 번씩 멈췄다.


그게 걷던 기억을 스킵하고 있었다는 것은 그 과정을 몇 번인가 반복한 뒤에 알 수 있었다.


“저렇게 긴 통로는 본 적이 없어...”


혼잣말 같기도 한 로운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평범한 혹은 우리가 지금까지 올랐던 탑을 생각한다면 구간이 나왔든, 몬스터가 나왔든 했을 길이는 오래 전에 지났다.


몇 번을 더 넘기고 나서야 작은 빛이 보였고, 빛이 선명해질 무렵부터는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소란스러운 소리였지만 어떠한 대화소리는 아니었다.

그건 어린 아이들이 뛰어놀며 꺄르륵 거리는 소리와 같았다.


소리를 따라 통로의 끝까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아...”


나도 모르게 탄식했다.


만약에 소원이 허둥대는 성격이었거나, 조급한 성격이었다면 그녀는 방금 죽었을 것이다.


조심스럽게 다가가던 소원은 더 이상 발을 디딜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빛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거대한 돔에서 나오고 있었으며, 소원이 서있는 통로의 입구는 돔의 윗부분이었다.


족히 몇 킬로는 될 법한 높이였다.

벽에 기댄 소원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내려갈 수 없다는 절망감이 아니었다.

내려가더라도 그 다음이 문제였다.


- 그 아래에는... 몬스터들이 마을을 꾸리며 살고 있었어요.


“몬스터들의 마을...?”


이번에는 몇 명이 동시에 혼잣말처럼 읊었다.


아래를 내려다 본 소원의 시야에 돌로 된 집들이 중앙의 광장으로 보이는 곳을 기준으로 빽빽이 들어차 있는 것이 보였다.


빽빽했던 집은 돔의 가장자리쯤으로 갈수록 서서히 줄어들었다.


-처음엔 사람이 사는 건가 싶었지만 아니겠다 싶었어요. 여기는 누가 봐도 탑의 안이었으니까요. 역시 자세히 보니 사람이 아니더라고요.


그렇게 말하자 시야가 점차 땅에 가까워졌다.

빨래를 하고, 장사를 하고, 돌을 쌓아 집을 짓고 있는 모든 존재들은 무척 큰 코와 귀를 가지고 있었으며, 녹색 피부를 하고 있었다.


“고블린...?”


화면 속에서 소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족히 몇 백은 될 법한 수의 고블린들이 각자의 역할에 따라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꺄하하! 내 검을 받아라!”


자세히 들어보니 뛰어놀고 있는 어린 고블린들의 목소리도 들렸다.


분명 익숙하지 않은 소리였지만 그 말의 의미를 알아들을 순 있었다.

그건 아마도 이제는 반은 몬스터가 되어 그들의 언어를 할 수 있게 된 소원의 기억이기 때문일까.


-말을 할 수 있는 몬스터라면 내려가 볼만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문제는 거기가 아니었어요.


소원의 시야가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을 지나 광장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분명한 인간이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을 하나로 높게 치켜 묶고, 검은 로브를 입고 있는 여자가 광장의 단상에 서 있었다.


그 뒤로는 어두운 색의 연구복을 입고 있는 사람 몇 명이 뒷짐을 지고 서있었다.


귀를 기울이자 벽에 부딪혀 메아리치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왔다.


“우리는 다시 지상으로 ... 있습니다! 그분께서 ... 여러분들의 앞날에 ... 인간들을 소탕하여... 탑의 문을 열 것입니다.”


워낙에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전부는 들리지 않았지만, 여자의 말이 끝나자 고블린들은 팔을 들어 올리며 환호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여자의 말이 소원의 기억을 통해 생생하게 우리의 귀까지 들려왔다.


“자신들의 땅을 빼앗긴 인간들이 이곳으로 올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그분의 위대함을 믿고! 인간을 발견한다면 생포하여 이곳으로 데려와 주십시오.”


잠시 뜸을 들이듯 주변을 둘러보던 여자가 마지막 말을 뱉었다.


“나약한 인간을 우리와 같은 새로운 인류로 변화시켜 줍시다.”


여자의 말이 끝나고 한동안 환호하던 소리가 끝나자, 광장에는 언제 소란스러웠냐는 듯이 아무도 남지 않았다.

각자가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간 뒤였다.


기억 속의 소원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소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가 공포심에 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공포가 피부를 통해 느껴졌다.


그녀의 감정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전해졌다.

그건 아마도 기억을 보여주고 있는 이 능력과 관련이 있으리라.


-막막했어요. 여기서 내려가더라도 나는 잡혀가겠구나. 죽겠구나.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설명을 하고 있는 소원의 목소리가 작게 떨렸다.


-그때였어요. 너무 무서워서 겁에 질려하고 있는데 누군가 제 어깨를 건드렸어요. 두려움이 스쳐간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어요. 인간이라고는 몬스터의 편으로 보이는 저 여자와 연구원 뿐인 곳에서 나에게 말을 걸 사람은 없었으니까요.


천천히 시야가 옮겨가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바라봤다.


거기에는 작은 안경을 쓰고 있는 헤진 작업용 조끼를 입고 있는 고블린 한 마리가 있었다.


“놀라지 마. 나는 저런 멍청한 소리에는 관심이 없으니까.”


그는 방금 전 어린 고블린이 하던 말과 같은 언어로 말했다.


“흠... 많이 놀란 것 같군. 좋아. 나는 헤일런이다. 너는 이름이 뭐냐.”


놀란 소원을 안심이라도 시키겠다는 듯이 나름 친절한 미소를 짓고 있는 고블린의 표정은 흉악하기 그지없었다.


만약에 그가 하는 소리를 알아듣지 못했다면 사냥감을 만나 기쁜 고블린으로 오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소원은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소원을 향해 상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더듬거리며 말했다.


“너의 이름은 무엇인가. 나는 헤일런.”

“저는.... 저는 소원이에요...”

“소원?”


소원이 대답을 하자 고블린의 입에서 방금 전보다는 조금 더 능숙한 한국어가 흘러나왔다.


“성스러운 이름이군. 소원. 그건 우리들에게 구원과 같은 이름이지.”


그렇게 말하는 헤일런은 껄껄 웃었다.


“하여튼 여기 있으면 굶어 죽거나, 떨어져 죽거나...”


헤일런이 시선이 소원을 훑었다.


“다른 녀석들에게 맞아 죽겠지. 따라와.”


헤일런은 그렇게 말하더니 터벅터벅 왔던 길을 따라 돌아갔다.

하지만 소원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자 몇 발작 걷다가 이내 뒤를 돌아봤다.


“믿으라고 하는 게 웃기겠지만. 어차피 여기 있어도 죽을 거. 나를 따라와도 손해는 아닐 텐데”


-맞는 말이었어요. 어차피 여기 계속 있으면 죽을 거란 건 확실했으니까. 그래서 저는 헤일런 씨를 따라 갔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7 에스프레소에 스모어 한 조각(2) 24.02.14 15 0 12쪽
156 에스프레소에 스모어 한 조각(1) 24.02.12 19 0 12쪽
155 오류의탑(4) 24.02.09 16 0 9쪽
154 오류의탑(3) 24.02.07 16 0 11쪽
» 오류의 탑(2) 24.02.05 15 0 12쪽
152 오류의 탑 (1) 24.02.02 15 0 14쪽
151 검은 나비(4) 24.01.31 13 0 11쪽
150 검은 나비(3) 24.01.29 18 0 12쪽
149 검은 나비(2) 24.01.26 18 0 11쪽
148 검은 나비(1) 24.01.24 21 0 12쪽
147 봄이 끝나자 긴 겨울이었다.(3) 24.01.22 19 0 12쪽
146 봄이 끝나자 긴 겨울이었다(2) 24.01.19 15 0 11쪽
145 봄이 끝나자 긴 겨울이었다(1) 24.01.17 17 0 12쪽
144 차갑지만 뜨거운(2) 24.01.15 18 0 11쪽
143 차갑지만 뜨거운(1) 24.01.12 18 0 11쪽
142 카페인은 숙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3) 24.01.10 14 0 11쪽
141 카페인은 숙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2) 24.01.08 16 0 11쪽
140 카페인은 숙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1) 24.01.05 19 0 12쪽
139 잠들지 못한(6) 24.01.03 16 0 11쪽
138 잠들지 못한(5) 24.01.01 19 0 11쪽
137 잠들지 못한(4) 23.12.29 15 0 11쪽
136 잠들지 못한(3) 23.12.27 14 0 12쪽
135 잠들지 못한(2) 23.12.25 18 0 12쪽
134 잠들지 못한(1) 23.12.22 22 0 11쪽
133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4) 23.12.20 33 0 11쪽
132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3) 23.12.18 22 0 12쪽
131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2) 23.12.14 24 0 11쪽
130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1) 23.12.13 26 0 12쪽
129 의심(4) 23.12.11 20 0 11쪽
128 의심(3) 23.12.08 20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