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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397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3.12.13 09:00
조회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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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1)

DUMMY

“탑에 다시 가시겠다고요?”

“네. 해야 할 일이 생겼으니까요.”


우리는 패스권을 이용해서 탑을 60층까지 돌파하기로 했다.

블랙이 우리를 제거하기 위해 만든 함정이라 할지라도 도전해볼 가치는 있었다.


블랙도, 로운의 말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고.

우리가 믿을 수 있는 몇 개 없는 정보 중에서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게 있지 않던가.


신의 눈물을 받은 눈으로 본 아이템의 정보.

만약에 누군가 우리를 함정에 빠트리기 위해 만든 아이템이라면 ‘60층 패스권’이라고 적혀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 마저도 바꿀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60층까지는 패스권으로 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곳이 우리의 능력으로 돌파할 수 있는 곳일지는 모르니까요. 준비를 해야죠.”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한데... 제 말은 왜 그걸 탑에 가서 하냐는 거죠.”


궁금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나름 친해졌다고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특유의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라는 맑은 눈으로 물으며 따라오니 조금 무서울 지경이다.


“고서우 씨는 따로 할 일 없나요?”

“뭐... 이제 돌아갈 가족도 없고... 덩그러니 남았달 까요. 결국...”


저런 소리를 정말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고 한다.

그의 부모님은 우리가 블랙을 찾으러 간 사이 결국 눈을 감으셨다고 한다.


정말 하나도 슬프지 않은 걸까?


“그리고 고서우 씨라뇨. 너무 거리감 느껴져요. 편하게 서우야~ 하고 불러주세요.”

“그렇게 낯간지럽고 다정하게 부르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요.”

“에이. 그래도 귀여운 후배잖아요.”


고서우는 자신의 양쪽 뺨에 손을 가져다 대고는 살짝 주먹을 쥐고는 잼잼을 하듯이 움직였다.


아마도 나름 애교라고 생각하는 듯싶지만...


“남자가 하는 애교를 좋아하지는 않아서요.”

“예?”


고서우가 이건 또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나를 봤다.

뭔가 그런 모습이 평소보다는 더 인간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아무튼. 저는 그렇게 정답게 부르고 싶은 마음 없습니다.”


탑에 갈 준비하기도 바쁜데 왜 방해야.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말 그대로 그렇게 정다운 사이는 아니기 때문에 말을 삼갔다.


“에이. 선배님.”

“후...”


하지만 상대는 그 말이 정말 듣고 싶은 모양이었다.


“저기요. 후배님. 당신 가족이 몬스터한테 ... 당했어요. 그런데 아무 감정이 안 드시나요? 지금 여기 사람들은 복수를 위해서 혹은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중이라고요.


본인이 뭔가를 하고 싶지 않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하는 것 까지는 방해하지 말아요.”


떼어 놓기 위해 말했지만 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을 증명하듯 고서우의 눈썹이 팔 자를 그리며 쳐졌다.


“그... 말이 좀 과격하게 나갔지만. 각자 할 일을 해야 하는 무렵이라는 거예요.”


그 말에도 상대의 눈썹은 원래의 모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자. 이거 마시고 진정 좀 하고 네가 할 수 있는 일이나 해야 할 일을 찾아봐.”


나는 가방에 넣었던 병 중에서 진한 초코 우유가 담긴 병을 고서우의 손에 쥐어 주고는 가방을 챙겨 도망치듯이 벙커를 나왔다.


이전에 나왔을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밖에 있었다.


“하나 둘 셋 하면 드는 겁니다. 하나... 둘...”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치우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뿐만 아니라 땅을 평평하게 다지는 사람.

주변에서 아직 쓸 수 있는 물건들을 찾아오는 사람.

그저 해맑게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과 이를 지켜보고 있는 어른들.


각기 다른 그늘이 남아 있는 얼굴이었지만 간만에 느껴보는 활기였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벙커라고 하더라도 역시 사람은 햇빛을 보며 살아야 하나 봐요.”


멍하니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언제 다가온 것인지 관리자로 보이는 남자가 옆에 서서 말했다.


“그러게요...”

“완전히 무너져 버려서 언제 다시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능력자 분들도 열심히 도와주고 계셔서 금방 자리를 잡지 않을까 싶어요.”


남자의 손가락이 한 무리를 향했다.

건틀렛을 착용한 어떤 남자가 스킬을 사용해 건물 잔해들을 들기 쉬운 크기로 잘게 부쉈다.

어떤 여자는 나무줄기로 만든 컨테이너 벨트를 마력으로 돌리고 있었다.


그 주변으로 사람들이 바닥에서 주운 잘게 부서진 잔해들을 올리고 있었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개개인의 능력치는 높지 않은 능력자들이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들을 채우며 복구활동에 힘쓰고 있었다.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다르니까요. 그러니 능력자님도 다치지 마시고 무사히 다녀오십시오.”


관지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꾸벅 인사를 하고는 다른 관리자 무리를 향해 걸어갔다.


그의 뒷모습을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탑으로 향했다.


+++


“그래서... 왜 왔다고?”


실물로는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 소년은 오늘도 우아한 손놀림으로 잔을 들고 커피를 마셨다.


몇 번 오다보니 이곳으로 오는 길도 익숙해진 듯 했다.


“알면서 묻기는...”


손을 내밀자 소년이 옆에 있는 방금 막 내린 커피 한 잔을 건네주었다.


내가 올 것을 알고 커피까지 내려놓고는 왜 왔는지는 모를 리가 없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찾아왔으니 말하는 게 부탁하는 입장의 예의겠지.”


소년이 뿌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그 모습이 조금 얄밉다.


“저번에 말했던 레시피. 못 찾았어!”

“그렇겠지.”


호로록. 커피 마시는 소리가 공간에 울렸다.

다 알고 있다는 모습.

그러면서도 나에게 설명을 강요하는 모습이 재수없ㄷ...


뭣보다 본인이 다음에 다시 오라고 하지 않았던가.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결론이나 말해줘.”

“아. 아무튼 레시피가 없으니 내 뜻대로 만들면 된다고 했잖아.”

“그랬지.”

“결론만 말하자면. 다 실패했어!”

“...”


스스로도 찔려서 눈을 질끈 감고 상대가 움직이는 소리에 집중했지만 들리는 소리가 없었다.

조심스럽게 오른쪽 눈을 들어 상황을 살피니 소년은 어느새 내 머리 앞까지 와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게...”


이 또한 그는 알고 있다.


“양피지도... 원두도... 다 썼다는 소리지.”


소년의 눈을 마주치기 무서워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지만 시선을 두는 곳마다 소년의 모습이 나타났다.

인간이라면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는 신이다.

그것도 탑 내에선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신.


그러니 더 무섭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내가 그거 분명... 모으는데 한참 걸렸다고... 조심히... 신중히 쓰라고 하지 않았어?”

“그...”


그간 시간이 날 때마다 레시피를 떠올렸고, 커피를 내렸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아니... 뭔가를 만들어 내기는 했지만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후... 괜찮아. 양피지야 다시 만들면 되고, 원두도 다시 주우면 되니까.”

“그치...?”

“응. 바로 형이.”

“응...”


이렇게 작은 소년 앞에서 움츠러드는 내 자신이 싫지만 누군가 짓누르듯이 무거운 공기의 무게는 나를 둥글게 말아 바닥에 뚫린 구멍으로 굴려버릴 것만 같았다.


“양피지와 원두를 모으면. 나에게 직접 알려줄 수 없을까?”

“...”


지금까지 조금은 장난스러운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공기가 서늘해졌다.


“그걸... 네가 감당할 수 있겠어?”

“...”

“신의 힘이다. 겨우 인간의 불과한 네가. 그 힘을 감당하겠냐고 물었어.”


나는 에스프레소가 이처럼 강압적인 말투를 사용할 때면 두렵다.

어깨를 짓누르는 공기도, 피부에 닿는 서늘한 공기도 모두 무섭지만 무엇보다도.


예민해진 감각이 멈춰버린 것처럼 아무 냄새도,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홀로 무한한 공간에 남겨진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만드는 이 상황이.

정말...


“감당해야해. 그게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야.”

“그 방법이... 네게 어떤 미래를 가져올지는 알고 있고?”

“...”


인간은 신에게 능력을 받아쓰지만 완벽하게 활용하지 못한다.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은 그걸 감당할 그릇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최악의 경우에는 죽음조차 면치 못하게 된다고 하니.

에스프레소는 나에게 묻고 싶은 것이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 레시피를 갖고 싶냐고.


“네게 줬던 첫 번째 레시피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힘이다.”

“응. 그보다 더 강한 힘이 필요해.”


동물원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을 마주했을 때 받았던 그 힘.

우리에게는 그 힘이 필요하다.


“직접 써봐서 알 텐데? 그런 걸 동료들에게 먹일 수 있겠나?”

“먹일 수 있는 커피로 만들겠어.”

“그래... 그렇단 말이지...”


녀석이 손을 들어 턱에 가져다 대며 고민하는 듯 했다.

고민은 하고 있지만 그 끝에 어떤 대답이 돌아올지는 갑자기 사라진 무게감과 돌아온 감각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내 부탁은 기억하겠지? 그 부탁을 위해서 하는 거야. 형도. 나도.”

“응.”

“...”


소년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커피 잔을 들고는 낮게 깔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뭐해? 가서 원두부터 주워와.”

“아...”


+++


21층.


이전에도 에스프레소의 명령 아닌 명령대로 원두를 주우러 탑을 돌아다닌 적이 있었다.


각 층마다 원두가 나오는 양은 달랐으며, 가장 쉬운 난이도에서 가장 많은 원두가 나오는 곳이 바로 이곳 21층이었다.


“이렇게 다른 층도 막 돌아다니는 걸 알면... 다른 사람들이 배신감을 느끼겠는걸.”


서로에게 모든 정보를 공유하자던 그 회의에서 나는 탑에 관한 몇 가지의 사실들을 이야기 하지 않았다.

그건 나뿐만 아니라 이 탑의 주인에게도 나쁜 영향이 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에스프레소의 힘을 사용하면 탑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물론 힘을 이용하기 전에 에스프레소가 신신당부를 한 말이 있었지만.


‘형이 갈 수 있는 곳까지만 가. 무리한 층에 가서 사고가 나면 나는 책임져 주지 않을 거야.’


시큰둥하게 말하는 모습이 겁을 주는 것 같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신의 입장에서 인간 하나가 죽는 것쯤이야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입안이 조금 썼다.


“영원한 비밀은... 말하지 않는 게 낫지.”


첫 번째 구간에 발을 내디뎠다.


그 순간 첫 번째 구간 내에 있던 사자를 닮은 몬스터들의 시선이 모두 나를 향했다.


다른 층보다 유난힌 넓은 공간을 두르듯 천장까지 곧게 자란 나무.

짧게 자란 초원.

그리고 무엇보다 탑 내에서는 흔하지 않았던 밝은 빛이 천장을 통해 들어오고 있었다.


이 층의 재밌는 점은 저 천장에서 나오는 빛이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기 까지 몬스터를 모두 처치하지 않으면 똑같이 재생된다는 것이었다.


“이걸 클리어하려고 왔으면 꽤나 고생했겠지만...”


나는 이곳에 몬스터를 잡기 위해서 왔다.

그러니 오히려 감사한 컨셉이라고 할 수 있겠다.


허리춤에 고정된 칼집에서 칼을 꺼내자 휴식을 취하고 있던 몬스터들이 일어나 경계했다.


이곳을 몇 번이나 와서 몇 번이나 죽을 뻔 하면서 알게 된 점이 있다.

이 층의 몬스터들은 무기를 꺼내서 공격할 의사를 보이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는다.

그러니 무기만 꺼내지 않는다면 단 한 번도 싸우지 않고 보스가 있는 마지막 구간까지 갈 수 있다.


“물론... 그것도 나랑은 상관이 없지만.”


언젠간... 우리가 이곳에 와서 이 층을 클리어 할 날이 온다면 유용한 정보가 되었겠지만...


나는 내심... 그런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다.


“얘들아. 서리하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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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오류의 탑(2) 24.02.05 14 0 12쪽
152 오류의 탑 (1) 24.02.02 15 0 14쪽
151 검은 나비(4) 24.01.31 1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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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봄이 끝나자 긴 겨울이었다(2) 24.01.19 1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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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카페인은 숙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3) 24.01.10 14 0 11쪽
141 카페인은 숙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2) 24.01.08 15 0 11쪽
140 카페인은 숙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1) 24.01.05 1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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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잠들지 못한(3) 23.12.27 14 0 12쪽
135 잠들지 못한(2) 23.12.25 18 0 12쪽
134 잠들지 못한(1) 23.12.22 21 0 11쪽
133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4) 23.12.20 33 0 11쪽
132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3) 23.12.18 21 0 12쪽
131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2) 23.12.14 23 0 11쪽
»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1) 23.12.13 2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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