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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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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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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19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4.01.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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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검은 나비(1)

DUMMY

“여왕이 깊은 잠에서 깨어납니다...”

“그렇다는 건 지금 저 사람들 보스방으로 뛰어 들어갔다는 거 아녜요?”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대로 먼저 뛰어간 사람들의 뒤를 따라 뛰었다.


뛰는 와중에도 살짝 뒤를 돌아보니 소원이 여전히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고 있었다.


확실히 탑을 오르다보면 소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못 찾더라도 그 단서를 얻기 위해서는 계속 탑을 오르는 수밖에 없는 거겠지.


소원뿐만 아니라 탑에서 사라진 다른 사람들도 전부.


+++


“이게 무슨...”


마지막 구간의 가운데에 도착하니 먼저 뛰어나갔던 사람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거대한 타원형의 유리로 된 무언가였다.


얼핏 보면 유리로 된 거대한 알 같기도 하다.


유리 너머에서는 황금색과 검은색이 각기 다른 흐름이 되어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알 주변으로 복잡한 선들과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기계들이 둥지처럼 알을 둘러싸고 있었다.


“뭐에요... 알?”


앞서 간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저게... 저게 형을 삼켜버렸어...”


혼자 중얼거리는 제천의 목소리가 들려 그를 돌아보니 망연자실했던 표정에 실시간으로 분노가 차올랐다.


삼켜버렸다니?


“생각보다 빨리 오셨네요. 꿈속에서 꽤나 헤맬 줄 알았는데.”


상황이 채 이해되기도 전에 어딘가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은...”

“오랜만에 다시 뵙습니다. 대리인이시여. 신의 뜻에 맞춰 우리는 오늘 한 발짝 내디딜 것입니다.”


오른손으로 왼쪽 가슴을 덮고 허리를 살짝 숙인 여자가 고서우를 향해 말했다.


“글쎄 그 대리인인지 뭔지 나는 알 바가 아니라니까.”

“당신은 그저 한 명의 인간. 신의 뜻이 그러하다면 당신의 역할은 그에 따를 뿐입니다.”


오랜만에 들어도 본인 하고 싶은 말만 되새기고 있는 여자였다.


“당신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여제라고 불리던 여자의 뒤로 하얀 연구복을 입은 다크서클이 짙은 사람 두 명이서 기계를 조작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수상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애초에 탑에 저런 물건들은 어떻게 가져온 거지?


...


이 또한 스모어의 영향인가.


“신이 원하시는 바가 있는데 못 하실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이 탑 또한 그 분의 것인데.”


황홀하다는 듯이 풀린 눈으로 천천히 말하는 모양새가 지난번에 비해서 상태가 안 좋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이유는 모르겠지만 여자의 몸 곳곳에서 흘러나온 검은 마력이 저 유리로 된 기계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여자로부터 흘러나온 마력은 기계를 통해 유리로 된 알 속으로 들어가 검은 마력의 흐름 속으로 섞여들었다.


새로운 마력을 흡수한 흐름이 한층 몸집을 키워가며 황금빛 흐름을 억눌렀다.


“그럼 저것들이 마력이라는 소린데...”


검은색은 이 여자의 것이다.

그렇다면 황금빛은 누구의 마력이지?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안을 보기 위해 애썼다.

꽤나 많은 양의 마력을 담고 있는 알 안에서 황금빛 마력을 뿜어내고 있는 존재가 희미하게 보였다.


“미혜야. 너는 저게 보여?”

“아뇨... 뭔가 노랗고 검은 게... 흐르고 있기는 한데.”

“저게... 마력이라는 거야.”

“네에?”


미혜는 정말 놀랐는지 양손을 가슴께까지 들어 올리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이곳이 인간 세계가 아니어서 거나, 저 기계에 뭔가가 있거나.


“그런데... 잘 안 보이기는 한데... 사람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머리가 긴...”


자세히 바라보던 미혜는 이내 입을 벌리고는 가늘게 뜬 눈을 풀었다.


“뭔데, 뭔데?”


고서우도 우리의 대화를 듣고 눈을 가늘게 떴지만 이내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잘은 안 보이네요.”


확실히 저 황금색 마력은 누군가의 마력을 뽑아내고 있는 것이리라.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잘 봐두세요. 후후...”


여자는 창백해진 안색을 부채로 가리며 우리와는 다른 의미로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그리고 이내 마력이 더 이상 흘러나오지 않자.

유리 알 안에서 함께 흐르던 황금빛 마력이 검은 마력에 삼켜져버렸다.


“...!”


검은 마력은 천천히 돌더니 이내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며 알의 가운데 있는 무언가를 향해 빨려 들어갔다.


“신의 선택을 받은 인간에게 신의 일부를 쥐어준다는 것. 그게 새로운 인류를 만들어내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


여자는 그렇게 말하더니 연구복을 입고 있던 사람들을 바라봤다.


피곤한 기색이 가득한 두 명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옆에 있는 레버를 내렸다.


“당신들은 그분이 원하는 길을 시험시켜줄 소중한 제물일 뿐입니다.”


천천히 웃는 여자의 주변으로 연구원 두 명이 다가섰다.

그러자 검은 연기가 몰려와 그들을 감쌌고, 연기가 사라졌을 땐 사람의 흔적은 없었다.


아니... 흔적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내린 레버에 반응한 기계가 요란하게 흔들리며 위협적인 소리를 내고 있었으니까.


>들들들


“어. 나 이거 우리 할아버지 집에서 15년간 사용했던 선풍기에서 들었던 소리에요!”

“...”


그거 참 무서운 소리다. 그렇다면 저 소리도 무서운 소리라는 거겠지.


물론 그건 소리가 아니라 눈으로 봐도 알 수 있었다.

소용돌이치던 검은 마력이 한 곳에 모여들었고, 가운데 있던 사람의 모습이 얼핏 보였다.


“설마...”


그러나 채 확인도 하기 전에 유리의 벽면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안쪽에 있던 액체가 터져 나왔다.


“일단 피하는 게 좋겠어요. 어서!”


바로 앞에서 몇 백 혹은 몇 천 리터는 될 액체가 터져 나오려고 한다?

그건 탑 안이 아니더라도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빨리!!”


옆에 있던 제천의 팔을 끌었지만 쉽사리 밀리지 않았다.

반대편에서 함께 팔을 당기고 있던 고서우도 고개를 저었다.


나래 씨를 잡고 있던 승주와 승우도 안 되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아저씨! 잠시만 비켜 봐요!”

“응?”

“일단 다들 최대한 멀리 벗어나요.”


미혜는 양팔을 최대한 넓게 펼치고는 상체를 숙였다.


“설마 너...”

“알았으면 어서 뛰라구요!”


미혜의 외침과 함께 승우의 손을 잡고 있는 승주와 고서우의 팔을 잡고 뛰었다.


“왜! 왜 무슨 일인데 그래요?”

“승우는 바로 스킬 준비해줘.”

“네?”

“곧 다들 뼈 몇 마디씩은 부러져서 올 거거든.”


우리는 최대한 통로 부근까지 뛰어갔다.

저 멀리서 미혜의 기합소리가 들려왔다.


“이야아아아아!”


미혜는 양팔을 펼쳐 로운을 향해 달려갔고, 그대로 제천과 석 씨, 나래 씨를 덮쳤다.

무시무시한 괴력에 맞은 사람들은 그대로 튕기다 시피 미혜의 팔에 안겨 우리 쪽을 향해 다가왔다.


“제발...”


있는 힘을 다해 뛰는 미혜였지만 액체가 조금씩 흐를 뿐인 틈이 구멍이 되면서 훨씬 많은 양이 쏟아져 나왔다.


미혜의 뒤로 기계에서 나온 액체가 작은 파도가 되어 밀려왔다.


“으아아악!”


미혜는 양팔에 있는 사람들을 있는 힘을 다해 던졌다.

녀석의 주변으로 피어나는 황금빛 마력이 폭발하듯이 사람들을 밀어 넘겼다.


그러나 정작 미혜 자신은 밀려오는 파도에 맞아 튕겨 나왔다.


아니... 그렇게 보였다.

마지막 그 순간까지도 긴장을 놓치지 않은 미혜는 자신의 다리에 힘을 모아 그대로 뛰어올랐다.


그게 마력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눈에는 타이밍이 맞아 물살에 튕겨져 나오는 것처럼 보였으리라.


“으갸갸”


그대로 날아와 바닥에 구른 미혜의 앞을 고서우가 막았다.

녀석의 주변으로 황금색의 바람이 모여들더니 이내 우리 앞에 공기로 된 벽이 나타났다.


아무리 넓은 공간이라도 하더라도 압력에 밀려 터져 나온 물살은 통로까지 닿았기에 고서우가 이를 막은 것이었다.


“으베베베”


물론 바람이 물을 완전히 막는 것은 불가능했는지 미스트처럼 뿜어져 나오는 정체도 모를 액체를 맞으면 인상을 찌푸렸다.


“...”


바닥에 드러누운 미혜가 뭐라도 말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온몸이 아픈지 그대로 고개만 들어 고서우를 바라봤다.


바닥에 마력을 버리듯이 바람을 만들어 물살을 막기를 몇 분.

조금 잠잠해지자 녀석이 힘없이 비틀거렸다.


“야야!”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녀석을 받았다.


“오... 선배님 땡큐.”


실없이 웃는 녀석을 미혜의 옆에 가지런히 내려두었다.

고서우가 애를 쓰는 동안 미혜에게 맞아 날아온 사람들의 회복을 끝낸 승우가 미혜의 곁으로 다가왔다.


“미혜 누나가 제일 심각한 상태네요.”


그렇게 말하는 승우의 안색도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자니 승주가 다가왔다.


“힘든 것보다는... 긴장해서 그래요. 이 상황에서 자신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 같은 거?”


천천히 말하고 있지만 승주도 긴장하기는 매한가지인 모양이었다.


“저는 이번에... 도움이 안 되겠죠?”

“...아마도.”


저 액체가 뭔지는 알 수 없지만 바닥 곳곳에 고인 웅덩이들이 마르기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다.


“괜찮아요. 안되면 배터리 역할이라도 하면 되니까.”


웃으며 말하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으리라.


“아구구. 고마워. 승우야.”

“네!”


회복이 끝난 미혜가 스트레칭을 하며 일어나자 승우는 조금 편안해진 표정으로 답했다.


그리고 이어 고서우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와... 신기해요. 역시 파티에는 힐러가 있어야 한다니까.”


힐러라고 말하니 게임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돌려 로운을 바라봤다.

조금 멍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아까처럼 넋을 놓고 있는 것 같진 않았다.


“로운 씨. 정신이 좀 들어요?”

“네... 호완 형이... 먹혔어요.”


그러고 보니 아까 제천도 비슷한 소리를 했었다.


“먹혔다는 게 무슨 소리에요?”

“저... 저 기계가 사람을 먹었어요.”


아닌가. 여전히 넋을 놓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정신 좀 차려... 봐...”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살과 살이 닿는 강렬한 마찰음이 들렸다.


짝!


“정신 차리라고요! 소원 언니도, 조호완 능력자도, 홍예찬 능력자도. 우리는 아직 찾지 못했단 말이에요.”


미혜가 로운의 뺨을 때렸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장면 같은데 흐릿하다.

그때는 분명 좀 더 덩치가 큰 사람이 쳤던 것 같은데.


지금처럼 로운의 뺨이 위를 향하지 않았으니까.


그래... 꿈에서도 로운은 뺨을 맞았었다.

풍경이 흐릿하지만 때린 사람과 맞은 사람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아... 어....”


자신의 뺨을 손으로 감싸 쥔 로운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나 요새... 좀 자주 맞는 기분인데.”

“기분 탓이에요.”



그 또한 꿈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기에 웃으며 답했다.


“어디 보자. 다른 사람들은 좀 괜찮나.”


로운의 상태를 확인한 미혜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사람들을 바라봤지만 방금 그 소리에 몽롱하게 앉아 있던 사람들의 정신도 돌아온 모양이었다.


맞지도 않았지만 각자 자신의 뺨을 손으로 감싸 쥐고 있었다.


“자. 다들 들어요. 정신 차려요. 60층은 우리를 꿈꾸게 만들어요. 현실에서 멀어지게 만든다고요. 알겠어요?”


미혜의 고함소리에 다들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이루고자 한 일들을 이루지 못했어요. 무엇하나 변한 게 없다고요. 그러니 정신 똑바로 차려요!”


단호한 미혜의 모습에 나를 가슴 한편이 아렸다.

평소에 분위기를 살피기만 하고 이끌진 않던 미혜였다.

그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던 미혜였다.


그런 미혜가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말하는 것은 아마도 소원을 놓치고 현실을 부정하던 지난날의 자신이 떠올랐기 때문이리라.


“자 그럼.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요.”


기합이라도 넣어주겠다는 듯이 강하지만 다정한 목소리로 말한 미혜가 뒤를 돌았다.

그녀의 시선 끝이 구간의 가운데에 있는 한 인형을 향했다.


“아... 진짜 소원 언니잖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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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오류의 탑(2) 24.02.05 14 0 12쪽
152 오류의 탑 (1) 24.02.02 15 0 14쪽
151 검은 나비(4) 24.01.31 13 0 11쪽
150 검은 나비(3) 24.01.29 18 0 12쪽
149 검은 나비(2) 24.01.26 18 0 11쪽
» 검은 나비(1) 24.01.24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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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봄이 끝나자 긴 겨울이었다(2) 24.01.19 15 0 11쪽
145 봄이 끝나자 긴 겨울이었다(1) 24.01.17 17 0 12쪽
144 차갑지만 뜨거운(2) 24.01.15 18 0 11쪽
143 차갑지만 뜨거운(1) 24.01.12 18 0 11쪽
142 카페인은 숙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3) 24.01.10 14 0 11쪽
141 카페인은 숙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2) 24.01.08 15 0 11쪽
140 카페인은 숙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1) 24.01.05 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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