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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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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405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4.01.26 09:00
조회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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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검은 나비(2)

DUMMY

“아... 진짜 소원 언니잖아?”


뭐...?


구간의 중앙에는 진짜로 소원이 있었다.

다만 조금 다르게 생겼다.


까맣게 채워진 눈은 곤충을 떠올리게 했고, 손끝과 발끝은 검게 물들었으며, 머리 위로는 작게 더듬이가 나있었다.

아직 짧은 탓에 머리카락과 크게 구분은 되지 않는다만...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원의 등 뒤로 커다랗게 난 한 쌍의 검은색 날개.

얼핏 스테인드글라스를 떠올리는 검지만 화려한 무늬.


“저건... 나비?”


소원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만약에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우리는 그저 인간형 몬스터라고 생각할 법한 모습이었다.


소원으로 보이는 몬스터는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더니 우리가 모여 있는 곳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천천히 걸어왔다.


걸음걸이에 맞춰 살짝 살짝 흔들리는 날개에서 하얗게 반짝이는 가루들이 떨어졌다.

그저 비늘가루라고 하기엔 가루와 함께 사방으로 퍼지는 검은 마력이 함께 보였다.


“평범한 가루는 아니야... 조심해요.”


혹시 몰라서 소매로 코를 가렸다.


“아저씨... 난 못해요.”


미혜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못해... 소원 언니를 어떻게 공격해요!”


거의 발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지른 녀석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봤다.


“저게... 진짜 소원이라곤 생각할 수 없어.”

“어떻게 아닐 수가 있어요. 어떻게 다른 사람일 수 있냐고요.”

“사람이... 아닐 수도 있지.”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가 평범한 탑의 다른 층이었다면 조금 닮았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지만.


이곳은 블랙의 영향이 닿는 곳.

게다가 아까 그 수상한 실험 장치까지. 그렇다면 저건 소원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그렇게 믿고 싶지 않을 뿐.


[꿈을 꾸는 여왕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현실 감각이 감소합니다.]

[현실과 꿈의 경계선이 흐려집니다.]



[주의 – 꿈을 꾸는 여왕의 영향에 지속적으로 노출 시 수면 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현실과 꿈의 경계선이 흐려진다고?

일단 지금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거라는 소리겠지.


어떻게 해서든 저 마력으로부터 벗어나야하는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

소원의 주변으로 퍼지고 있던 마력은 어느 새 탑 내부를 가득 채웠다.


검은 마력이 점점 짙어져 갔다.


“당신 스킬로는 어떻게 못 해?”

“저는 무슨 만능인줄 아시나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상태에서 바람을 일으켰다가는 그냥 저 구렁텅이로 들어갈 뿐이에요.”


고서우의 말이 맞다.

만약 적은 양의 가루였다면 차라리 날려 보내는 것이 시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부를 가득 채울 정도로 짙어져 가고 있는 가루를 어디로 보낼까?


점점 더 짙어지는 마력에 코와 입을 더 틀어막고 머리를 굴렸다.

나래 씨가 시선에 들어왔지만 이렇게까지 작은 입자를 한 두 개도 아닌 수를 동시에 컨트롤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버지...? 어머니...?”


안내창이 알려준 대로 시야가 점점 흐려지면서 몽롱한 상태가 되어갔다.

그건 나만은 아닌 듯 양손으로 입을 막고 있던 고서우는 손을 내리고 어딘가를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갔다.


아마도 그가 보는 것이 나와 같겠지.


...


아까부터 눈에 보였지만 애써 무시하고 있었는데...

아버지의 모습이... 그리고 그 뒤로는 어머니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이미 돌아가신 두 분이 보인다는 것부터가 안내창에 적혀있던 현실과 꿈의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잠드는 건가...


“어쩔 수 없어요. 소원 씨를... 공격해야 해요.”


나래 씨가 소리쳤다. 이런 상황에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우리가 아는 사람이라는 건.


그 모든 게 이미 계산된 일이리라.


“하지만... 하지만...!”


그에 대답한 것은 내가 아닌 옆에서 흐려진 눈빛으로 정면을 노려보고 있는 미혜였다.


“어떻게... 어떻게 그래요. 그렇게 보낸 것도 미안한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눈물까지 맺혔지만 그런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다는 듯이 입을 막지 않은 다른 한 쪽 소매로 거칠게 닦아 냈다.


“여기서 아무것도 안 해봐야. 우리도 소원 씨도 모두 죽을 뿐이라고요!”


입을 가리고 있는 소매 사이로 흘러나온 소리가 뭉개져서 안 그래도 몽롱한 정신에 정확하게 들리지 않았다.


“기다려봐... 다들 조용히 해봐요. 머리가 울린다고요.”


나는 차마 손을 들어 말리진 못하고 두 사람 사이에 서서 두 사람을 한 번 씩 바라봤다.


“두 사람 다 맞는 말이에요.”


생각을 해야 했다. 모든 탑에는 공략이 존재한다.

그게 과연 인간이 만들어낸 공략일까? 그럴 수도 있지만. 또 한 가지의 가능성도 있다.


모든 탑은 인간이 공략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전에... 들은 적이 있어요.”


에스프레소는 탑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지만 언젠간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나는 탑에서 무슨 일을 하냐고?]


마력을 다 소모할 때까지 레시피를 쓰고 쉬고, 쓰고 쉬기를 반복하던 무렵.

잠깐 쉬는 동안에 에스프레소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탑의 신이라고 하면 무슨 일을 하는 거야? 죽음의 신은 죽음을 관장하고, 태양의 신은 태양을 움직이고... 또 뭐가 있냐. 농경의 신은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도록 날씨를 관리하잖아.”


마력을 거의 다 소모한 피로한 상태에서 졸음이 몰려오는 것을 애써 참으면 물었었다.

이후 답을 듣자마자 잠이 들어 그동안 잠깐 잊고 있었다.


꾸벅 꾸벅 졸면서 들은 탓에 그의 목소리가 부분 부분으로밖에 기억나지 않았다.


[ ... 리는 인간들이 ...를 수 있는 정도만... 기르고, 아이템을... 나누고... 감시해. ]



[음... 이렇게 말하면 확 와 닿지 않겠지만.]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에스프레소는 어떤 감정도 담기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인간이 탑에 오를 수 있게 설계해.]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어찌 인간의 시점으로 이해할 수 있겠냐만은.


그 말이 확실히 인간이 탑에 오르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들렸었다.


“이곳의 신은 적어도 하나 이상의 답은 만들어 뒀을 겁니다.”


좌우를 한 번씩 보니 둘 다 무슨 소리냐는 표정이었지만 그 표정을 짓는 얼굴이 갈라져서 둘로 보이는 것으로 보아 이미 너무 많은 영향에 노출된 것이겠지.


“아. 카페인으로는 안돼요? 카페인!”

“커피 마시고 수면 마취 이겼다는 이야기 들어봤어?”

“끄응...”



“그럼... 뺨이라도 한 대 때려드릴까요?”

“지금 장난칠 기분 아니야.”

“장난 아닌데...”


흐려져 가는 시선의 끝에 소원의 움직임이 보였다.

소원이 이번에는 손바닥을 위로 한 채 팔을 명치까지 들어올렸다.


무언가를 향해 올라오라는 혹은 이리 오라는 손짓 같아 보였다.


그 순간 액체에 젖어 있는 바닥이 흔들리며 틈새가 생기더니 새싹이 하나 피어났다.


첫 번째로 피어난 새싹을 따라 수 십, 수백 개의 새싹이 피어나더니 이내 봉우리가 지고 꽃을 피웠다.


검은색 반점이 있는 거대한 주황색 꽃잎이 벌어지면서 기다란 술들이 뻗어 나왔다.


“흉...측해.”


한 송이만 보는 것도 위협을 느낄 것 같은 꽃들이 보스 구간에 있는 대부분의 바닥을 덮었다.


그 순간 시야에 액체에 젖이 있는 바닥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저 액체는 뭐지...?


힘겹게 고개를 숙여 젖어있는 바닥에 있는 액체에 손을 댔다.


“아저씨 그런 거 함부로 만지면 안돼요!”

“...”


피부에 닿았을 때 별다른 통증은 없다.

무색이지만 휘발유 냄새가 난다. 하지만 미끌거리지는 않는다.


나는 손에 묻은 액체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밀려오는 피로함에 제대로 바라보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액체가 묻은 손이 세 개로 보이기 시작했다.


“미혜야. 내 뺨 좀 한 대 때려봐!”

“네? 아까는 진짜... 아니 장난 아니라고 했지만... 그냥 해본 소린데...”


갑자기 뺨을 때리라는 소리에 당황한 듯이 요상한 소리를 내뱉던 미혜는 기습 공격이라도 하듯이 내 뺨을 때렸다.


얼마나 세게 때렸으면 입안에서 씁쓸한 맛이 나면서 얼얼했다.


[현실 감각의 감소 효과로 고통이 50%만큼 감소합니다.]


맨 정신에 이걸 맞았다면 정말 아팠을 것이다.


하지만 덕분에 조금 정신이 들었다.

손이 정확하게 한 개로 보이니까.


[이름 : 액체 마력

나이 : 2년

특성 : 마력을 아주 강한 힘을 압축하여 만들어낸 물질. ]


“...액체 마력...”


블랙은 대체 뭘 하는 곳이기에 이런 걸 만들어낸 걸까.

하긴 기체를 액체로 만들어 보관하는 기술은 현대에서도 많이 사용된다.


다만 이렇게 특정 공간을 벗어나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마련일 ...


“아... 이 탑 자체가 이 마력을 보관하는 통이구나.”

“뭐라고요?”

“아니야. 그렇다면...”


나는 뒤를 돌아 홍제천에게 뛰어갔다. 이 녀석은 이미 잠들었다.


“일어나!”


사정없이 녀석의 뺨을 쳤다.

네 대쯤 맞았을 때 인상을 잔뜩 찌푸린 녀석이 천천히 눈을 떴다.


“으응... 더 잘래. 오늘은 휴일이잖아.”


휴일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


“제천아. 불을 내!”

“으...응...?”


자다 일어나서 이게 뭔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는 표정이다.


“뜨거운 공기는 위로 올라가기 마련이야. 저기에 불을 붙여.”

“아니 형... 아무리 나라도. 물에는 불이 붙지 않아.”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던 제천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여유롭게 기지개를 폈다.

아무래도 잠이 덜 깬 모양이다.


“한 대 더 맞으면 잠이 깨지 않을까?”


손바닥에 입김을 불어 촉촉하게 만들고 있자 제천이 바닥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래도 대표님이 시키시는 일이니까. 제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


이럴 때만 대표님이냐.


“조심해. 우리까지 타버릴 수 있으니까. 이왕이면 저 괴상한 꽃들도 처리해줘.”

“그건 장담 못하겠는데. 알아서들 피하라고.”


홍제천은 건들거리며 우리들의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는 스쿼트를 하듯 다리를 벌려 무릎을 구부리더니 양손을 무릎 양 옆에 두었다.


“홍제천 필살기!”


제천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메아리치는 소리에 소원의 시선이 홍제천에게 향했다.


진지해 보이는 자세와 웃긴 소리를 하고 있는 제천이었지만 그의 양손으로 모이는 마력의 모양은 진짜였다.


눈에 보일 정도로 불길이 타오르자 제천은 양팔을 모아 겹쳐 올렸다.

그리고는 씨를 뿌리듯 불길을 바닥을 향해 던지며 외쳤다.


“불살의 원기옥!”


나도 모르게 있는 힘을 다해 이마를 쳤다.


기술과 기술명 사이의 연관성을 전혀 모르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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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봄이 끝나자 긴 겨울이었다(2) 24.01.19 15 0 11쪽
145 봄이 끝나자 긴 겨울이었다(1) 24.01.17 1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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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차갑지만 뜨거운(1) 24.01.12 17 0 11쪽
142 카페인은 숙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3) 24.01.10 14 0 11쪽
141 카페인은 숙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2) 24.01.08 15 0 11쪽
140 카페인은 숙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1) 24.01.05 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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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잠들지 못한(3) 23.12.27 14 0 12쪽
135 잠들지 못한(2) 23.12.25 1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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