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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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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430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4.01.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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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봄이 끝나자 긴 겨울이었다(2)

DUMMY

고서우의 바람이 천장을 뚫는 과정에서 나무 파편이 우수수 떨어졌다.


작은 것들은 바람에 맞아 튕겨나갔고, 큰 것들은 날아오다가 말고 멈춰서 아래로 떨어졌다.


“야. 고서우.”


놀라서 녀석을 불렀다.

우리에게는 조심하라고 하고는 본인은 떨어지는 잔해를 모두 맞아 하얀 피부에 붉은 실선이 생기더니 이내 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내 부름에 녀석이 나를 돌아봤다.

조금 화색이 도는 모습이 왠지 만족스러워 보였다.


녀석의 피부에 생겼던 상처는 사라지다가도 다른 잔해에 다시 생겨났다.


“이런 관심도. 좋네요.”


싱긋 웃는 모습이 어딘가 조금 쓸쓸해 보이기도 한 건 기분 탓일까.


“아오”


그런 생각에 잠기기도 전에 고서우의 몸이 우리를 향해 날아왔다.


“몸 소중한 줄 알아야죠.”


팔짱을 끼고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래 씨가 보였다.

꽤나 과격하게 날아온 것 치고는 사뿐하게 내려앉은 고서우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여? 무슨 문제가 있나요?”

“피할 수 있는데 왜 안 피하고 있어요.”

“그야...”


고서우는 무언가 말을 생각하듯이 눈을 굴리더니 이내 입안에서 말을 굴리듯이 뜸을 들이더니 뱉어냈다.


“본인 일도 아닌데 상관없지 않아요?”


정말 모르겠다는 듯이 묻지만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는지 그에 대한 이해도가 늘었는지 이전만큼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물론 그건 나 혼자만의 생각인 듯싶지만.

힐끗 옆을 보니 왠지 더 화를 낼 것 같은 나래 씨가 있었다.


“후우...”


하지만 이내 깊은 한숨을 쉬고 눈을 감았다 뜬 나래 씨는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안쓰러움이 깃든 눈빛이었다.


“세상에 재밌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어디 하나 다쳐서 못 즐기면 안 되잖아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고서우 눈높이 맞춤 답변에 내심 감탄스럽다.


“그렇죠?”


자신의 대답에도 아무 말 없이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고서우를 향해 나래 씨가 확인을 받겠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에 고서우는 반쯤 갸우뚱하게 사선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떻게 보면 알수록 이상한 점이 많은 녀석이었지만 확실히 시간이 지날수록 발전하고 있다.


“하여튼. 잘했어요.”


나래 씨는 마지막으로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올려 방금 고서우가 뚫은 구멍을 바라봤다.


“근데 어떻게 올라가지.”

“...”

“...”


사실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설마 이렇게까지 높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대표님이... 생각보다 멀리 있었네요.”


웃으며 말했지만 어딘가 씁쓸해 보이는 미혜다.


“사람의 무의식이라는 게 그런 거지.”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지 않던가.


“좀 위험하긴 한데 제가 어떻게든 해 볼까요?”


말없이 고민하고 있는 우리에게 고서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안 그래도 위험에 대해 둔한 저 녀석이 굳이 ‘좀 위험하긴 한데’ 라고 말한 거라면...


“살아서 도착할 수는 있는 거지?”

“그럼요.”


목소리는 이보다 더 자신감이 있을 수 없지만 표정은 어쩐지 미묘하다.


그저 내 기분탓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녀석 몰래 눈길을 돌려 나를 바라보는 미혜가 소리 없는 입모양으로 말했다.


괜찮을까요?


대답도 하기 전에 다리 주변에서 따뜻한 바람의 기운이 느껴졌다.


“고서우... 설마...”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모여든 바람이 그대로 우리를 밀고 구멍 위로 올려 보냈다.


눈도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의 강한 바람에 실눈을 뜨고 주변의 인영을 살피는 것이 한계였다.


마치 중력이 없는 공간에 들어온 것처럼 제각각의 자세를 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바닥을 향해 머리를 둔 거꾸로 된 자세를 하고 있었다.


어우. 머리에 피 쏠리겠다.


물론 지금 쏠리는 피를 신경 쓸 정도의 여유가 있는 사람은 없겠지만.


가늘게 뜬 시야로 어두웠던 통로가 끝나고 작은 하얀 점이 보였다.


점은 점점 커지더니 이내 우리를 감싸 안았다.


“으악!”


워낙 강한 바람이어서 피부에 닿는 얌전한 공기들이 낯설게 느껴졌다.


“죽는 줄 알았네!”


내려오면서 바닥에 튕기듯이 날아간 미혜가 눈이 찢어져라 고서우를 노려봤다.


이에 고서우는 양손을 들어 올려 어깨를 으쓱했다.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어쨌든 잘 도착하지 않았냐는 표정이었지만 그걸 모를 미혜가 아니었다.


“알고 있었지! 일부러 그랬지!”


또 시작했구나.


한바탕 할 것 같은 예감에 등을 돌리고 우리가 도착한 곳을 바라봤다.


바닥엔 나무 판자를 엉성하게 깔아두었고, 머리 위로는 굵은 나무 줄기와 가지, 그리고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찬란한 푸른 잎사귀들이 보였다.


“나무 위 오두막 같은 건가.”

“그런 것 같아요.”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내 곁으로 다가온 나래 씨가 정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와...”


그곳에는 퀸 사이즈 침대보다 큰 구멍이 있었다.

아마도 이곳을 만들어낸 사람에 말에 의하면 그건 창이라는 거겠지만.


크기가 너무 커서 커다란 구멍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창밖으로 광활한 초원과 하얀 구름이 떠있는 맑은 하늘이 보였다.

그리고 구멍에 턱을 바치고 서서 창밖을 바라보는 아이가 있었다.


“설마... 로운 씨...?”


작게 속삭이듯 말했지만 소년은 들렸다는 듯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아까 전에 봤던 사진 속 아이의 얼굴이 나타났다.


아이가 말없이 우리를 바라봤지만 그가 로운이라는 것은 나도 나래 씨도 누구의 확신 없이 알 수 있었다.


로운을 향해 한 발짝 다가가자 소년의 모습이 변했다.


6살 정도 되는 작은 체구가 갑자기 훌쩍 키가 커버리더니 우리가 아는 로운의 얼굴이 조금 짙어진 소년의 모습이 되었다.


몇 발 더 다가가니 소년은 어느 새 10대 중후반은 될 것 같은 모습이 되어 있었다.


열 발짝 정도를 사이에 두고 이제는 거의 우리가 아는 로운이 된 남자가 말없이 우리를 바라봤다.


다가가는 것을 막지도 그렇다고 끌지도 않는 그저 하나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 같다.



눈은 우리를 보고 있지만 보지 못하는 사람 같았다.


조금 더 걸어서 한두 발짝을 사이에 둔 로운은 어른이 되었다.


“로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로운의 시선이 살짝 아래를 향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위를 올려다보고 있던 시선이 어느 새 아래로 향할 정도로 키가 부쩍 자란 것이다.


“로운 씨.”


옆에서 나래 씨의 목소리가 들리자 로운의 고개가 더욱 아래를 향했다.


확실히 소리에 반응하고 있었지만 대답은 없었다.


“아저씨! 설마 그 아이 대표님이에요?”


뒤를 돌아보니 한바탕 끝내고 나서 속이 시원해 보이는 미혜가 걸어오고 있었다.

우리가 왔던 길을 따라 걸으며 미혜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져 갔다.


“뭐야. 이거. 신기해!”


조심스럽게 앞뒤로 오가며 바라보던 미혜는 신기하다는 듯이 쌍둥이들에게 손짓했다.


가장 뒤에 서서 조심스럽게 우리를 바라보고 있던 쌍둥이들이 미혜를 따라 하더니 이내 안 그래도 큰 눈이 더욱 커졌다.


그 모습을 보며 지금까지 변화가 없던 로운의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돌았다.


굳게 닫혀 있던 입술이 움직였다.


“뭐...?”


입술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뭐라는 지 하나도 안 들려요. 대표님.”


답답하다는 듯이 제천이 말했지만 로운은 여전히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무어라 말했다.


우리 중 누구도 그의 목소리를 듣지는 못했다.


“선배! 위험해요!”

“누나!”


더 자세히 듣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더니 고서우와 제천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내 강한 힘이 나를 끌어당겼다.


“으악! 무거워!”


뒤이어 제천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고서우가 나를 당긴 것처럼 제천이 나래 씨를 당겼다가 그대로 쿠션 역할을 한 것 같았다.


“뭐래.”


짜증난다는 듯이 인상을 구긴 나래 씨가 자리에서 펄떡 일어났다.


“괜찮아요?”


고서우는 쿠션 역할은 피하고 싶다는 듯이 날렵하게 피해 나를 바닥에 던져버렸다.


“으응... 고맙다.”


나는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려던 찰나에 우리가 서 있던 자리에 서릿발처럼 솟아 있는 얼음들을 보고 하려던 말을 바꿨다.


“저 사람 뭐라고 하는 거예요?”


로운의 입술 모양을 읽으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유심히 바라보던 고서우는 이내 모르겠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글쎄다.”


나도 몇 번이나 입모양을 읽어보려고 했지만 읽을 수가 없었다.


“저... 혹시 중국말이 아닐까요?”


승주의 말을 듣고 다시 돌아보니 그런 것도 같았다.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한국말이 아니라면 입 모양을 읽을 수 없는 것도 이해가 된다.


“조심해요! 얼음이 자라나고 있어요.”


누구의 목소리인지도 생각하기도 전에 방금 전 솟아났던 서릿발이 우리 쪽을 향해 뻗어왔다.


능력으로 만들어진 것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제천의 불이 쉽게 꺼지지 않는 것처럼, 로운의 얼음도 쉽게 녹지 않는다.


이걸 얼마나 잘 조절하는가가 능력자들의 역량 차이다.


평소의 로운이었다면 우리에게 아니 사람에게 위협이 되는 얼음은 절대 만들어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폭발하듯이 번지는 얼음에는 조금이라도 닿는 사람을 얼려버리고 말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도망쳐!”


나무로 된 오두막은 저항 없이 얼어붙었다.


“녹여버릴까?!”

“해봐요! 해봐! 이러다 다 얼어 버리고 말겠어.”


고서우의 응원을 받은 제천이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얼음을 향해 불을 내뿜었지만 이내 꺼져버리고 말았다.


“지금 저래 보여도 로운이라고. 그것도 본인 꿈속의 로운.”


자신의 영역 안에서 로운이 제한 없이 힘을 쓴다면 우리 중에서 저 얼음을 녹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래도 잠시라도 막을 수 있다면 좋겠는데.


쿠르르릉


“무너지려나 봐요.”

“에이 설마...”


아이들이 만든 것 마냥 어설프게 쌓여있는 판자가 믿음직스럽지는 않았지만 스스로에게 되새기듯 말했다.


“아냐. 무너질 리 없어.”


하지만 그런 소망은 사치라는 듯이 판자 사이가 벌어졌다.


“그동안 행복했어요. 아저씨! 천국에서 보자고요!”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미혜가 진심 반, 장난 반으로 소리쳤다.

그러나 그 진심 안에는 이곳에서 떨어졌다가는 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담겨 있었다.


물론 꿈속이니까 ... 아니. 우리는 꿈의 영향을 적게 받는 상태다.

그렇다면 충격은 그대로 받겠지.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이내 벌어진 틈 속에서 무언가 보였다.


그건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얼음 기둥이 아닌 돌 모서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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