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쿠새의 서재입니다.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398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3.12.11 09:00
조회
19
추천
0
글자
11쪽

의심(4)

DUMMY

“블랙에서 모시는 신이라니...”


옆에서 미혜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나를 올려다봤다.

아마도 이게 무슨 소리냐고 물어보는 거겠지.


블랙에서 봤던 여자가 고서우에게 자꾸 뭐라고 하는 게 혹시나 하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진짜였나.


그렇다면 고서우는 그 모든 걸 알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렇게 모른다는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었던 건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감시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그마저도 안 하더라고요. 그러니 여기 대화가 새어나갈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고서우는 손을 눈썹에 맞춰 가져가 과장되게 주변을 둘러보는 동작을 취했다.

그 모습이 그가 하는 말의 진정성을 해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녀석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그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 말을 하는 게 지금 여기서 본인에게 얼마나 불리하게 들릴지는 알고 계신가요?”


아무도 그의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

회의실의 분위기가 경계심으로 경직되어 가는 것이 느껴져 먼저 입을 열었다.


옆에 선 강민서가 자세를 바꿔 팔짱을 끼고 벽에 비스듬히 기댔다.

뭔가 언짢은 표정이다.

그녀의 시선은 고서우를 향하고 있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씀하시지 않았나요. 우리는 경쟁을 해야 할 사이도, 견제를 해야 할 사이도 아니라고요.”


그의 시선이 동의를 구한다는 듯이 로운을 향했다.

로운의 고개가 사선에 가까운 각도로 살짝 흔들렸다.


“뭐... 물론 저를 그런 사이로 봐주신다면 말이죠. 여러분들이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고서우는 다른 사람들의 동의를 구한다는 듯이 주변을 둘러봤지만 누구도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은 없었다.

저런 질문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내 옆에 있는 이 녀석 정도뿐이 아닐까?


“알고는 있네.”


새침한 목소리로 아랫입술을 내밀고 있는 모습이 그간 쌓인 것인 굉장히 많은 듯 했다.


“그래도 분명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은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고. 저는 여러분들이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확실히 자신과 이어진 신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것은 본인의 안위에 좋지 않다.

인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없다고는 하나 마음만 먹으면 인간 하나 정도는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는 존재들이니까 말이다.


그러니 스모어라는 녀석이 어떤 녀석일지는 알 수 없지만 고서우는 나름대로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을 목숨을 내놓고 저런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진정성 없는 말투와 과장된 행동 때문에 그가 각오한 것 그 이하로 전달되고 있는 것 같지만 말이다.


“일단... 알겠습니다.”


로운이 그의 곁으로 다가가 손에 들려있는 크레파스를 뺏어들어 벽에 새로운 글자를 썼다.


[스모어]


각자가 가진 정보를 모아 정리를 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진 것 같다.


“그렇다면 블랙에서는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도 알고 계신가요?”

“음... 그건.”


로운의 질문에 고서우의 고개가 과장되게 오른쪽으로 기울었다.


“저의 추측이 50%가 섞이긴 했지만...”


자신의 말에 확신이 없는 듯 말이 점점 길어졌고, 말이 길어짐과 함께 그의 몸이 오른쪽으로 기울었다.

넘어질 듯 넘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멈추더니 이내 똑바로 섰다.


“아마도 세상의 모든 생명체들을 몬스터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요. 몬스터로 세상을 지배하겠다거나 멸망시키겠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몬스터의, 몬스터에 의한, 몬스터를 위한 그런 세상이여.”

“그게 무슨 소용이 있는 일이에요?”

“글쎄요? 뭔가 소용이 있어서... 하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그건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아니죠. 그 사람들은 뭔가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승주의 물음에 고서우가 손바닥을 하늘을 향해 펼쳐 보이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이해할 수 없으니까 싸우려는 거 아닌가요? 우리는 그들을 이해할 필요가 없어요. 그들이 우리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으니까요.”


맞는 말이다.

평소 가장 이해할 수 없던 녀석이 저런 소리를 하니 도리어 더 납득이 가는 소리였다.


“아무튼 그 녀석들이 원하는 곳은. 바로 여깁니다.”


이미 뺏겨서 없는 크레파스를 아직 잡고 있기라도 한다는 듯이 손을 오므려 아까 그렸던 탑을 툭툭 쳤다.


“몬스터가 태어난 곳이자, 죽어서 다시 모이는 곳.”


벽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하듯 말하던 고서우는 알겠다는 듯이 박수를 치고 뒤를 돌아봤다.


“혹시! 녀석들은 영원한 영생이라도 바라는 게 아닐까요?”


물론 이 얘기를 알아듣는 사람은 몇 명 없는 듯 했다.

바로 옆에 서 있던 로운을 제외하면 말이다.


“아...”


그리고 로운의 작은 탄식과 함께 강민서의 얼굴도 일그러졌다.


“뭐래?”

“...”


물론 나에게 알려줄 생각은 없어 보이지만 말이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지금까지 가만히 듣고만 있던 나래 씨가 물었다.


“말 그대로에요. 혹시 탑을 클리어하면서 이상하다고 느낀 적 없어요?”

“이상한 점?”

“네. 우리가 게임에 익숙해진 탓에 알지 못했겠지만 탑의 모든 층에는 몬스터가 살고 있어요. 그럼 그 몬스터들은 어디서 왔을까요?”


“탑...이겠죠?”

“우리나라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 하루에 처치하는 몬스터의 수와 탑에서 태어나는 몬스터의 수가 같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고서우의 질문에 나래 씨의 얼굴이 굳어갔다.

아마도 그녀도 녀석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지 깨달은 듯 했다.


중간에서 동생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는 승주와 하얗게 질리고 있는 승우의 얼굴을 봐서는 저쪽도 이해한 듯 하다.


여기서 이해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 이쪽뿐인가.


곁눈으로 옆을 바라봤다.

팔짱을 끼고 애매하게 고개를 기울이고 있는 미혜가 보였다.


“죽은 몬스터들은 시체를 남기지 않아요. 왜겠어요. 그대로 다시 어딘가로 모여 다시 살아나는 게 아니겠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렇다면 인간이 몬스터가 된다면.”


고서우의 질문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을 미루고 있었다는 게 옳을까.

마지막으로 깨달았다는 듯이 박수를 친 미혜가 그 말을 대신했다.


“영원히 살 수 있겠네요! 그럼... 탑이 있는 한... 몬스터는 영영 사라지지 않겠네요...”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는 시선과 함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그러니 우리는 저 탑을... 부숴버려야 하겠네요.”


미혜가 바닥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몇 사람이나 들었을지 몰라도 바로 옆에 서 있던 나만큼은 확실하게 들을 수 있었다.


탑을 부순다는 것은 지금의 인간으로서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

그 가능성이 이변이 일어나기 전의 평화롭던 세계로 돌아가는 가능성과 비례한다는 것을 깨달은 자의 절망감이었다.


이미 익숙해져버렸기에 잊고 있었지만 지금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우리의 세계가 아니다.

우리가 탑에 오르려던 태초의 이유.


원래대로 돌리고 싶다면 찾아와 봐라.


같은 소리를 하는 누군지 모를 그 목소리에 우리는 탑을 오르기 시작했다.


각자의 생각에 빠져서 아무 말도 없는 우리의 생각을 끊은 것은 로운의 손뼉 소리였다.


“괜찮아요. 우리가 하려던 일이 바뀌는 건 아니니까요. 우리는 계속 탑에 오르면 됩니다. 십년이 걸려도 오십년이 걸려도. 계속 오르다 보면 해답을 마주하게 될 테니까요.”


평소와 같이 편안한 미소와 함께 안정된 목소리의 로운이 말했다.

그것이 불안해하는 동료들을 안심시키기 위함임을 모두가 알았다.


미세하게 떨리는 입술과 불안한 듯 빠르게 뛰고 있는 심장소리.

그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나만 알고 있겠지만...


아니, 내 옆에서 삐딱하게 서 있는 강민서도 알겠구나.


“그럼 서우 씨 말고 다른 정보가 더 있는 분이 계실까요?”


로운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그는 내가 입을 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아까의 발언은 만족스럽지 않았나.


“아. 거기서 이런 걸 주웠는데...”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주머니에서 플라스틱 카드 같은 것을 꺼냈다.

처음 발견했을 때는 제대로 보지 못했던 물건이었다.


[이름 : 60층 패스권

나이 : 2개월

특성 : 빠르게 탑을 오르고 싶은 자! 이 카드를 들어 위를 보라! 당신의 눈앞에 펼쳐진 60층의 문이 보일지어니 ]


...


이 장난스러운 말투는 뭐지.

장난인가? 아니... 여기에 장난을 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어.


“그게... 뭔가요?”


모두의 시선이 내가 들고 있는 패스권을 향했다.


“어... 저도 지금 알았는데요. 이거 패스권이라고 하네요.”


내 말에 다른 사람들의 눈이 가늘어졌다.

멀리 있는 작은 물건을 바라보기 위한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어쩐지 기분이 좋지 않은 기분이 들 것만 같았다.


“그... 우리 다 같이 모여서 볼까요? 그... 시선이 좀... 게슴츠레 한데.”


내 말에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베시시 웃었다.

처음 회의를 위해 모였을 때 가졌던 긴장감이 조금은 줄어든 모양이었다.


+++


“그래서 이게 뭐라고요?”

“일단 설명에는 60층 패스권이라고 되어 있어요.”

“패스권... 어디서 들어봤는데...”

“이거 그 고속도로에서 쓰는 그거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건 다른 패스고.”


회의실의 가운데 동그랗게 모인 우리 사이에는 손바닥보다도 작은 네모난 물체가 놓여있었다.


“일단 색만 봐서는... 블랙과 관련된 물건이겠네요.”


말장난 같이 들리지만 녀석의 말에 토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블랙의 본거지라고 생각된 곳에서 나온 검은색 카드.

카드의 색이 아니더라도 분명 관련이 있을 것이다.


“아. 패스권! 기억났어요.”


혼자서 열심히 고민하던 로운이 깨달았다는 듯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탑을 오르던 초반에 중국에서 이런 걸 만들었던 적이 있어요. 원리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불사인에서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불사인...?”

“그 중국에 있는 4대 집단중 하나에요. 인간의 영원한 삶을 이루기 위해 인체 실험을 한다는 소문이 있어요. 인신매매도 아무렇지 않게 일삼는 곳이죠.”


말을 마친 로운이 잠시 표정을 굳히더니 이내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아직 탑의 초반부를 클리어 하던 중에 20... 20 몇 층이었지? 하여튼 상위 층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떠돌던 물건이 패스권이었어요. 비슷한 이름일 수도 있지만 저는 이게 그 패스권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


로운은 자신이 없는 듯 자신의 생각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근데 이거 사용해서 층을 클리어하고 나왔다는 사람은 못 들었어요.”


누군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만약에 이걸 사용한다면... 우리는 무사히 돌아올 수 있는 걸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7 에스프레소에 스모어 한 조각(2) 24.02.14 14 0 12쪽
156 에스프레소에 스모어 한 조각(1) 24.02.12 19 0 12쪽
155 오류의탑(4) 24.02.09 15 0 9쪽
154 오류의탑(3) 24.02.07 15 0 11쪽
153 오류의 탑(2) 24.02.05 14 0 12쪽
152 오류의 탑 (1) 24.02.02 15 0 14쪽
151 검은 나비(4) 24.01.31 12 0 11쪽
150 검은 나비(3) 24.01.29 18 0 12쪽
149 검은 나비(2) 24.01.26 17 0 11쪽
148 검은 나비(1) 24.01.24 20 0 12쪽
147 봄이 끝나자 긴 겨울이었다.(3) 24.01.22 19 0 12쪽
146 봄이 끝나자 긴 겨울이었다(2) 24.01.19 15 0 11쪽
145 봄이 끝나자 긴 겨울이었다(1) 24.01.17 17 0 12쪽
144 차갑지만 뜨거운(2) 24.01.15 17 0 11쪽
143 차갑지만 뜨거운(1) 24.01.12 17 0 11쪽
142 카페인은 숙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3) 24.01.10 14 0 11쪽
141 카페인은 숙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2) 24.01.08 15 0 11쪽
140 카페인은 숙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1) 24.01.05 18 0 12쪽
139 잠들지 못한(6) 24.01.03 15 0 11쪽
138 잠들지 못한(5) 24.01.01 18 0 11쪽
137 잠들지 못한(4) 23.12.29 14 0 11쪽
136 잠들지 못한(3) 23.12.27 14 0 12쪽
135 잠들지 못한(2) 23.12.25 18 0 12쪽
134 잠들지 못한(1) 23.12.22 21 0 11쪽
133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4) 23.12.20 33 0 11쪽
132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3) 23.12.18 21 0 12쪽
131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2) 23.12.14 23 0 11쪽
130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1) 23.12.13 26 0 12쪽
» 의심(4) 23.12.11 20 0 11쪽
128 의심(3) 23.12.08 19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