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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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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401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3.12.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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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의심(3)

DUMMY

“왜 그랬을까요?”


얼핏 들으면 질문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저건 말하기 전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방법이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뚫어지게 그를 바라보고 있는 강민서의 시선이 그 증거다.


타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강민서가 저렇게 노골적으로 노려보고 있다.

뭔가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게 아니라면 그의 생각에 너무 공감한 나머지 분노를 느끼고 있거나.


“저는 그 의문에 블랙이 인간들을 몬스터화 시키는 실험을 알리기 위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굳이 왜요?”


미혜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솔직히 납득은 가지 않지만 한 가지 가능성이라고 한다면 성과발표 같은 거죠.”

“성과 발표요?”


이번에 반응이 나타난 곳은 미혜가 아닌 고서우였다.


“네. 실험이 성공했으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거겠죠. 그게 아마도... 저는 특정 인물들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세상에 알리는 거기도 하겠지만...”


로운이 뒷말을 끌며 나를 바라봤다.


아. 이 정보를 모으자고 모인 자리가 나의 해명자리였구나.


“저한테 보여주려고 그랬다는 건가요?”


나도 모르게 날이 선 말이 튀어나갔다.

옆에서 미혜가 내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것이 느껴졌다.


“아니요. 제가 지혁 씨를 의심할 리가 없잖아요. 다만... 알고 있는 게 있다면 우리와 공유해 주세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하고 있지만 그간 봐온 로운이었다.

지금 그의 심기가 편안하지 않다는 것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었다.


무엇이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을까.


“정확히 뭐가 궁금한 지를 말씀해 주셔야. 제가 대답을 하지 않겠습니까?”


서로의 말에 날이 서 있었다.

우리뿐만 아니라 임시 회의실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느끼고 있을 것이었다.


저 고서우 조차도 뭔가 말하고 싶지만 하지 못해서 입을 달싹이고만 있으니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을 기분 좋게 받아들일 정도로 나는 성격이 좋지 못하다.


“제가 여러분들에게 뭔가를 숨길 필요가 뭐가 있겠어요. 전달되지 않은 정보라고 한다면 깜빡했거나 필요 없는 정보겠죠.”


내 말에 로운이 방금 전까지 유지하고 있던 평정심을 버렸다는 듯이 경계하는 눈빛으로 노골적이게 바라봤다.


“그럼 지혁 씨의 신은 어떤 존재인가요?”

“예?”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

신? 내 신? 에스프레소를 말하는 것이겠지만 그에 대해서 뭐라고 설명할 수 있겠나.

애초에 보통의 경우에는 자신에게 능력을 준 신에 대해 알지 못한다.

일개 인간이 그들에 대해 알고 있는 게 더 웃긴 일이다.


나나 고서우 같은 경우나 캐롤라인 세일리 같은 경우가 정말 드문 경우니까.


“갑자기 그렇게 물어보시면... 어떤 설명을 바라는 거예요?”


밖으로 튀어나온 말들이 걸어서 전달이라도 되는 건지.

내가 말을 뱉고 나면 몇 초 후에 로운의 입이 열렸다.


“... 저는 이 상황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몬스터가 나타나면서 인간에게는 능력이 생겼어요. 탑에 올라갈수록 인간들이 가진 능력을 올려줄 수 있는 아이템들이 나오고 있죠.


이 모든 일을 신이라는 존재들이 만들어낸 것이라면. 그들은 꽤나 균형을 맞춰서 이 상황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말입니다.”


로운의 차분한 설명에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생각을 읽을 수는 없지만 이들 중에는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처음 듣는 이야기지만 납득을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최소한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여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드래곤이 나타났어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었다고요. 그 상황에서 어떻게 벗어났는지는 몰라도... 우리 모두 죽었을 수도 있어요.


꽤 오랫동안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의 대부분을 블랙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그 공평하게 상황을 유지하던 신들이 이렇게 갑자기 인간에게 드래곤을 소환할 수 있는 힘을 줬을까요?”


그의 말엔 일리가 있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닌지 다른 이들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저 질문을 나에게 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나도 의문이다. 누가 그들에게 그런 힘을 줬는가.


“근데 지혁 씨는 모든 상황이 이렇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아는 듯해 보였어요. 뭔가를 알고 계신 거죠?”

“왜 그렇게 생각하셨는지 모르겠네요.”

“후우...”


로운의 한숨 소리가 정반대편에 있는 나한테까지도 정확하게 들려왔다.

바로 옆에서 한숨이라도 쉬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의 답답함이 내가 있는 곳까지 밀려왔다.


“유난히 지혁 씨에게는 여러 능력이 있어요.”


로운은 말해도 되겠냐는 듯이 눈빛으로 다른 사람들을 훑다가 끝내 나를 바라봤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의 입이 다시 열렸다.


“다른 사람의 스탯을 본다거나 이상할 정도로 발달된 감각... 그 외에도 뭔가가 더 있는 것 같은데... 보통 그렇게 까지 많은 능력을 받지는 않아요. 우리 중 그 누구도.”


말의 끝에서 이제는 답을 해달라는 그의 의사가 들리는 듯 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과할 정도의 능력을 주는 에스프레소가 다른 이들에게도 주지 않았겠냐... 정도일까.


“후우... 일단 그런 오해를 하게 한 것은 제 잘못이네요.”


내 말에 옆에 선 미혜가 놀라서 고개를 홱 돌리는 것이 느껴졌다.

어느새 놓인 옷자락이 힘없이 흔들렸다.


“저는 마력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스킬을 사용할 때나, 마력이 이동할 때. 그리고 몬스터들이 소환될 때... 전조 증상들이 제 눈에는 보여요.”

“그건 또 무슨 소리에요 아저씨.”


앞만 보고 말하고 있는데 옆에서 자신을 좀 바라보라는 강렬한 시선이 느껴졌다.


“우리가 밖에 나갔던 그날. 아니 블랙에서 돌아온 날 이전의 모든 날들이. 저에게는 검은 먹구름으로 가득 찬 세상으로 보였다는 말입니다. 세상이 마력으로. 그것도 검은 색 마력으로 차있었어요.”

“검은색 마력...?”


“보통 우리가 사용하는 힘들은 대체로 노란색을 띠고는 해요. 좋게 말하면 황금빛... 이라고 할 까요. 그런데 신들이 직접 사용하는 힘은 검은색이에요.”

“그렇다면... 그간 지상이 신이 직접 사용한다는 그 힘으로 차있었다는 건가요.”


“그렇죠. 그런 상황들을 보고 로운 씨가 의심하는 상황들을 유추했을 뿐입니다.”


로운의 고개가 아래로 향했다.

다른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봤다.


“승우야.”

“네!”

“지금 신체 한 곳에 마력을 집중시키고 어딘지는 말하지 말아봐.”


믿을 수 없다면 눈에 보이는 증거를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승우는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오른쪽 다리로 힘을 모았다.


“오른쪽 다리에 모았지?”


내 대답에 승우는 화들짝 놀라더니 오른쪽 다리로 모으던 마력을 풀었다.


그의 옆에 서 있던 승주가 진짜냐는 듯이 승우를 바라보자 그의 머리가 위아래로 천천히 흔들렸다.


“이걸로 부족하시겠지만... 하여튼. 저는 마력이 보입니다. 로운 씨의 말대로 이 또한 저에게 주어진 능력이고, 이게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

“아마 궁금하신 건... 저에게 능력을 준... 그 녀석에 대한 거겠죠.”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탑에서 녀석과 함께 있는 동안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를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있을까.


“제 신은... 제 신이라고 하니까 이상한데 그 녀석은. 탑의 신입니다.”

꽤나 힘들게 꺼낸 말인데 무안하게도 아무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최소한 놀라기라도 할 줄 알았는데.


“탑의 ... 신? 거기에도 신이 살아요?”


처음 입을 연 것은 승주였다.


“그래. 그렇더라고.”

“탑의 신인데... 왜 커피를 만드는 능력을...”


승주 다음으로 입을 연 것은 미혜였다.


“나도 몰라. 인간 세계에서 커피를 맛보고 반했다나 뭐라나.”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해서 기억은 가물가물했지만 하여튼 비슷한 내용이었던 것 같다.


“탑의 신은 뭔가 좀 달라요...?”


마지막으로 나래 씨가 입을 열었다.


“저도 거기까지는 모릅니다. 다만...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능력을 얻게 되었고... 일반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답이 좀 되었습니까?”


내가 로운을 바라보며 말하자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그를 향했다.


“흠...”


고민하고 있었다.

옆에 선 강민서를 바라보며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나를 힐끗 바라 본 강민서는 내 생각을 읽었음에도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자신이 말해줄 의무는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못 본 사이에 많이 야박해진 후배였다.


“알겠습니다. 아니 솔직히 완전히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지혁 씨는 블랙과는 관련이 없다는 거죠?”

“뭐... 녀석이 탑의 신이니까 몬스터와 완전한 관련이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일단은 제가 아는 선에서는요.”

“흠...”


로운은 아무리 봐도 납득하지 못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애써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나를 이해하기 위함이기도 할 것이며, 다른 한 편으로는 어느 순간부터 손을 들고 발언권을 달라는 듯이 굴고 있는 고서우를 무시하기 위함이기도 하리라.


“저기요. 저 안 보여요?”


이내 자신의 발언권을 원하는 고서우가 로운의 앞까지 가서 팔을 흔들었다.


저럴 때 보면 정말 자신의 능력을 수족마냥 자유자재로 쓴다.


“하실 말씀이라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었는지 눈앞에서 흔들리는 손을 조심스럽게 잡아 내리면 말하는 로운이었다.


“저도 하나 이야기 할 게요. 저도 이제 그 아이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거예요.”


고서우는 이제 자신의 차례라는 듯이 로운의 크레파스를 뺏어 벽에 무언가를 그렸다. 세로로 긴 사각형이었다.


“탑입니다!”


아... 탑이구나.

그가 미술 쪽으로 갔다면 어떤 작품을 그렸을지 정말 궁금해졌다.


고서우는 임시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을 천천히 둘러보더니 세로로 긴 직사각형 밑에 비슷한 길이의 사각형을 하나 더 그렸다.

그 다음 사각형들 사이를 가르는 가로로 긴 선도 그었다.


“여기가 바로 오류의 탑입니다.”


크레파스로 나중에 그린 아래쪽의 사각형을 툭툭 찍었다. 검은 자국이 몇 개 남았다.


“오류의 탑...”


각자 혼잣말처럼 녀석의 말을 따라했다.


“다른 말로는 탑의 이면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저의 추측이지만 여러분들이 찾는다고 하는 그 소원...수원...?”


말을 하다말고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변을 바라봤지만 누구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아무튼 그 사람은 아마도 여기로... 갔을 겁니다. 그리고 이곳을 관리하는 자. 그가 바로 스모어입니다.”


고서우가 무척 비장한 표정으로 상당히 중요한 말을 하고 있었지만 다른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만 갸웃거리고 있었다.


아니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아니라 소원이라는 그 이름 하나에 반응했을 지도 모른다.


“바로 제가 그 신의 능력을 받았습니다.”


한 번 더 중대 발표를 했지만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스모어는 지혁 선배의 신처럼 탑을 관리하는 신이고요...또...어...”


고서우는 말의 끝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모르겠다는 듯이 크레파스를 들지 않은 다른 한 손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블랙에서 모시는 신이기도 해요.”


정말정말정말 중요한 얘기를 정말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는 고서우였지만.

그의 발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하는 그의 말투와 달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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