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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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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418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3.12.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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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잠들지 못한(1)

DUMMY

“우리 진짜로 가는 거예요?”

“넌 또 왜 여기 있냐.”


탑에서 나온 후 일주일이 지났다.

바로 탑을 오르면 좋았겠지만 지상의 재건을 위해서 능력자들의 협조가 불가피했다.


‘큰 돈 한 번 벌어보려고 했는데 이제는 안 되겠네요.’


원래대로라면 팔려고 했던 커피들을 능력자들의 능력 효율을 위해 무상 나눔 하는 것이 내가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직접 몸을 움직이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육체 강화형 능력자들에 비한다면 그건 도움이 아니라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도움을 주려고 했는데 그 모습이 웃겼는지 아니면 안쓰러웠던 건지 미혜가 지나가는 말로 한 말이었다.


뭐. 돈이라는 건 결국 경제가 살아있을 때나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

애초에 졸업할 대학도 그저 돌무더기로 사라지지 않았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제 미혜의 말은 나에게 큰 의미가 없었다.

오히려 탑을 나오기 직전 에스프레소가 했던 말을 생각하기에 바빴다.


「형에게 나의 모든 걸 걸었어.」


정확히는 말이 아니었다.

마주보고 있는 시선이 눈을 통해 직접 뇌에 닿아 전해주듯 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녀석의 감정과 진심이 느껴지는 의미가 전해졌다.


“신이라는 존재가... 고작 인간에게 모든 걸 걸었다고 말한다는 건...”


일주일을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뚜렷한 답은 내지 못했다.


“뭐라고요?”


옆에서 고서우가 활기를 띤 얼굴로 칼을 쥐었다 놓았다를 반복했다.

이전의 전투로 완전히 산산조각이 난 칼 대신 내가 구해온 칼을 들고 있었다.


왜 굳이 이렇게까지 챙겨주나 싶기도 했지만 탑에서 칼의 재료를 보고 고서우가 생각났던 것 또한 부정할 수 없었다.


부가적으로 얻은 재료를 무기 제조 능력을 가진 능력자에게 맡겨 만들어낸 칼이었다.


아직 한국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못한 재료를 이용한 탓에 조금 기묘한 칼을 만들어냈다고 전해 들었다.


그러나 정작 칼을 쥐어든 고서우는 만족한 듯이 며칠 째 기분이 좋아보였으며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나저나 선배 엄청난 커피를 만드셨다면서요?”

“...”


분명 소수의 사람에게만 말한 이야기가 어쩌다가 여기까지 들어갔나 싶었지만 딱히 숨길 생각은 없었다.


이 음료에는 효과와 부작용이 동시에 나타난다는 말도 함께 했기 때문인지 달라고 떼쓰는 사람도, 훔치는 사람도 없었다.


“그거 제가 먼저 마셔보면 안돼요?”

“네.”

“치... 단호해.”


토라진 듯이 삐죽 튀어나온 입술을 잡아 당겨보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괜히 손댔다가 다른 오해를 사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고개를 돌려 다른 사람들을 바라봤다.


한 달간 나만 노력한 것은 아니라는 듯이 다른 이들의 능력치도 상승해 있었다.


특히 승우나 미혜의 경우에는 능력의 레벨이 오르면서 새로운 스킬이 개방되었다.


‘영혼교류’


승우의 스킬들은 전체적으로 보조적인 성향을 보였다.

그렇다면 새롭게 열린 스킬도 그것과 관련된 것 일 텐데 어떤 능력인지는 감이 오지 않았다.


다만 그 대상이 당연히 그의 곁에 서있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별다른 스킬의 개방은 없었지만 능력과 스킬의 레벨이 다른 사람보다 눈에 띄게 상승해 있었다.

원래 초반 성장이 더 무섭다고는 하지만 단기간에 굉장한 성장을 보였다.


“홍제천. 너는 뭐했냐.”

“왜 갑자기 시비야.”


일행들을 둘러보다보니 자연스럽게 못난이의 능력치도 보게 되었다.

무엇을 하고 지냈는지 스킬이나 능력 레벨은 거의 오르지 않고 스텟만 제법 올라있었다.


“제천 씨는 다른 능력자분들을 도왔어요.”


우리의 투덕거림을 들은 것인지 조용히 다가온 나래 씨가 변호하듯이 말했다.


“나도 하루하루 힘들었다고.”


여기서 말하는 능력자들이라 한다면 지금 재건을 중점적으로 돕고 있는 이들을 말하는 것이리라.


남들의 감정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철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있었나.


“잘했네.”


왠지 기특한 기분에 제천의 머리에 손을 얹고 천천히 머리를 흩트렸다.

앞서 본 고서우 처럼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는 녀석을 보니 왠지 입술을 쳐서 집어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튼. 60층은 위험할 수 있어요. 다들 돌발 행동하지 말고. 돌발 행동으로 다른 사람들도 위험하게 구는 사람이 있다면 죽든 말든 그냥 두고 갈 거니까. 그렇게 아세요.”


일행들을 한 바퀴 둘러보고 말하는 나에게 조금 놀랐다는 듯이 눈이 커지는 사람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살 사람은 살아야죠.”


매정하다는 거 안다.

하지만 이제 한 사람의 트롤으로 인해서 더 많은 희생을 감당해서는 안 된다.


팔이 썩기 시작한다면 팔을 잘라내야 몸통이 살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내지 않아도 충분히 알 사람들이니까.


“그럼 가볼까요?”


몇 번이고 마주한 탑의 입구는 예전에 비해 초라했다.

거대한 운동장은 이제는 이전에 이곳에 건물이 있었다는 흔적만 알 수 있을 정도로 부서졌고, 정돈되어 있던 길들은 제대로 걷기도 힘들 정도로 망가졌다.


그 앞을 관리자 한 명이 지키고 있었다.

지상의 재건에 힘쓰는 것은 능력자들뿐만이 아니었다.

아직도 관리소장의 뜻은 이해할 수 없지만 관리소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내일을 마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키를 주세요.”


처음 보는 얼굴에, 처음 듣는 목소리의 관리자였지만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지 층을 묻는 대신 키를 요구했다.


낯선 청년은 우리에게서 키를 받아 입구를 조작하는 기계 위에 꽂았다.

처음부터 이런 물건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예전이라면 그저 놓쳤을 부분이었겠지만 백 소장을 만난 뒤로 조금씩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부디... 몸조심 다녀오세요.”


생판 남에게서 듣는 당부의 소리가 입구를 지나자 물에 희석되어 가는 푸른 물방울처럼 서서히 흩어졌다.


+++


“아후! 적응 안 돼!”


탑에 들어서자마자 고서우는 울렁거린다는 듯이 명치 쪽을 두드리며 심호흡을 했다.


그런 녀석을 미혜가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지만 이내 고개를 돌렸다.

무슨 소리를 하더라도 본인만 피곤해진다는 것을 깨달은 듯 했다.


“그나저나 엄청 음침한 층이네.”

“게임에서도 난이도가 올라가면 어두운 분위기가 되잖아요. 그런 거 아닐까요?”


방금 전 죽어가는 것 같은 모습은 연기였다는 듯이 고서우가 양팔을 비비며 소름끼쳐하는 홍제천의 옆에서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곳을 게임과 비교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다른 층에 비해서 유난히 어두웠다.

보통은 길을 밝히는 작은 불빛이라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우리 주변을 떠도는 한 마리의 나비만이 빛의 전부였다.


“이 나비 죽이면 길 잃겠죠?”

“이번에도 사고 치면 진짜로 버리고 갈 거예요.”

“제가 언제 사고를 쳤다고 그러실까”


태연하게 말하며 주변을 둘러본 고서우는 자신을 바라보는 수많은 눈동자에 휘파람을 불며 앞장섰다.


“갑시다. 시간이 없다. 시간이.”


그래. 그래도 나름 양심은 있는지 민망함은 아는 듯하네.


“근데 이대로 가도 되는 걸까요? 잘 안보여서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하는데... 60층에 대한 정보도 없고...”

“확실히... 불확실한 길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탑 내에서 첫 번째 구간으로 향하는 길이 달랐던 적은 없으니까요. 믿어봐야죠.”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나래 씨의 의문에 로운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답했다.


우리는 겨우 한 마리 나비에 의지하며 길을 나아갔다.


그렇게 나아가길 체감 상 5분 정도 지나자 통로와는 확연히 다른 재질의 바닥이 나타났다.


[깊은 잠을 자는 여왕의 첫 번째 방에 진입하였습니다.]


“깊은 잠을 자는 여왕...이라. 거창한 이름이네.”


옆에서 승주가 옆 사람도 겨우 들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첫 번째 구간에서 나타나기에는 꽤나 과한 내용의 안내창이라는 생각에는 동감했다.


첫 번째 구간은 60층이라는 난이도답게 앞서 본 층들과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어쩌면 특별하게 위험한 냄새가 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게임 속 위험지역에서 퍼지는 보라색 연기의 냄새가 있다면 아마도 이런 냄새가 아닐까.


냄새는 둘째 치더라도 벽을 따라 돔 전체에 가느다란 실선이 띄엄띄엄 나있었고, 바닥에는 봉오리가 열리지 않은 검은 식물이 넓은 간격을 두고 자라 있었다.


“여기서는 뭐가 몬스터일까요.”


미혜가 천천히 손목을 풀며 물었다.

분위기나 냄새가 위험해보여서 그렇지 눈에 띄게 위험해 보이는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글쎄. 그건 싸워보면 알겠지.”


나는 천천히 칼집에서 칼을 꺼냈다.

조금이지만 에스프레소의 권한으로 그간 탑의 여러 층을 오가면서 알게 된 것은 이 탑에 살고 있는 몬스터에게는 일정한 규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모든 몬스터는 살기나 적대감 같은 행동을 감지하면 반응한다.

처음부터 공격하는 몬스터도 있겠지만 이전에 봤던 위드르처럼 공격 의사를 표현해야만 비로소 나타나는 몬스터들도 꽤 많다.


“아무 반응이 없는데요.”


칼을 꺼내들었지만 식물형 몬스터는 여전히 고요하게 봉우리를 오므리고 있었다.

미혜가 칼을 내려다보고 다시 고개를 들어 내 얼굴을 보며 물었다.

그런 녀석에게 고개를 저어보였다.


“아니. 예외는 없었어.”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디선가 쇠를 긁는 것 같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낮게 침을 삼키는 소리도 들려왔다.


비명소리와 함께 일행들의 시선이 하나 둘 천장을 향했다.


실선이라고 생각했던 선들이 조금씩 그 틈을 벌렸다.

그 안에서는 하얀색 원이 그려진 검은색 눈동자가 일제히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눈동자가 열리자 식물형 몬스터들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깊은 잠을 자던 여왕이 첫 번째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첫 번째 꿈이라니... 60층은 잠과 관련되어 있는 건가.


불투명한 안내창을 끄지 않고 바라보고 있자니 안내창 너머에서 어떠한 움직임이 보였다.


굳게 닫혀 있었던 봉우리가 파르르 떨리더니 서서히 벌어졌다.


날카로워 보이는 작은 이빨이 빼곡하게 자라있는 거대한 잎들의 사이로 어떤 형체가 보였다.

반투명한 하얀 날개를 웅크리고 있는 존재는 얼핏 보면 요정 같아 보이기도 했고 작은 벌레 같기도 했다.


곧이어 모든 잎이 벌어지고 그 안에서 웅크리고 있던 존재가 일어났다.

7살 정도 되는 아이만 한 몬스터는 커다란 눈에 반짝이는 금발을 하고 있어 동화 속 팅커벨을 연상케 했다.


다만 팅커벨과 다른 점이 있다면 녀석들이 들고 있는 검은 삼지창 정도 일까?


“누가 여왕님의 잠을 깨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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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봄이 끝나자 긴 겨울이었다(2) 24.01.19 1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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