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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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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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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04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4.01.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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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카페인은 숙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1)

DUMMY

“정말 깨고 싶지 않았어요.”

“좀 더 자세히 이야기 해봐.”


혼잣말처럼 읊던 미혜는 답을 바라듯 바라보는 우리를 보더니 조금 놀란 듯 하더니 곰곰이 생각했다.


“음... 그러니까... 가끔 그럴 때 있잖아요. 당연히 현실일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꿈에 남아있고 싶은... 다들 한 번 쯤은 꿔보지 않았어요?”


미혜의 말에 나와 나래 씨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반면 고서우는 생각을 읽을 수 없는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다.


“아무튼... 몽롱한 상태에서 아저씨 목소리가 들렸고 그러자 방금 전까지 아무도 없던 곳에 아저씨가 나타났어요.”


미혜는 그렇게 말하고는 씨익 웃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요?”

“아마도 너와 같은 상태가 아닐까 싶은데... 이곳은 좀 이상한 곳이거든.”


서로 그리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지 않은데...

서로가 있는 공간 사이에 개연성이 없었다.


한 마디로 다음으로 향하는 길을 유추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저와 같은 상태라고 한다면 꽤나 행복한 꿈을 꾸고 있겠네요.”

“뭐?”

“네?”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 미혜는 나의 되묻는 말에 오히려 당황한 듯이 되물었다.


“그러니까... 행복한 꿈을 꾸고 있을 거라고?”

“네. 아저씨나 언니는 안 꾸셨어요?”

“나는...”


행복한... 그래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더라면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가 그 시절에 지금만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있었다면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이 꿈을 통해서 행복감을 느끼지 못했다.


“아뇨 전혀?”


생각 정리가 끝나기도 전에 옆에서 대신 대답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쪽한테 안 물어봤는데요.”

“그런 것 같았는데. 우리는 지금 정보 공유가 좀 중요한 것 같거든.”


어쩐지 이쪽도 평소랑은 조금 다른 느낌이다.

평소에는 미혜의 이런 태도에 대해서 모른 척 넘어가고는 했는데 뭔가...


평소보다 조금 더 막힘이 없다.


어쩌면 이 녀석이 꾼 꿈이 행복과는 관련이 없을지 몰라도 과거의 고서우와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긴 나도. 그렇게 행복한 꿈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그래요?”

“응. 물론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낮잠을 늘어지게 자는 것도 좋지만.”


나래 씨는 그렇게 말하며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이렇게 여러분들과 있는 게 좋고, 함께 탑에 오르는 게 좋은 걸요. 제 행복은 현실에 있어요.”


그런 건가... 나는 서둘러 구슬에 손을 올려 상태창을 확인했다.


[자각몽 상태가 되어 세계의 영향에서 조금 벗어납니다.]


라는 메시지 맨 뒤에 있는 숫자가 변했다.


“역시...”


내 혼잣말에 고서우와 미혜가 비슷한 표정을 하며 올려다봤다.

이럴 때 보면 닮은 점도 있는데. 서로는 그걸 잘 모르는 것 같다.


“이게 지금 중요한 정보일지 아닐지 모르지만... 우리는 지금 자각몽 상태에요. 이걸로 확실하게 이곳이 꿈속이라는 걸 알 수 있죠.”

“음. 그렇죠?”


고서우가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기울이며 답했다.


“그런데 이 숫자가 제가 처음 서우 씨를 만났을 때는 2 였어요. 애초에 꿈을 꾸고 있지 않았다는 거겠죠.”

“하긴 제가 처음 봤을 때도 2였어요.”

“그리고 나래 씨를 만나고, 미혜가 꿈에서 깨어났는데 지금 4가 되어 있어요.”

“그렇죠?”


녀석은 여전히 내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다는 듯이 고개를 기울인 상태로 나를 바라봤다.


“그럼 나머지 분들은 곤히 주무시고 계시다는 거겠죠.”

“...”


녀석의 얼굴이 그런 당연한 얘기는 왜 하냐는 듯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뭔가 이 이상 말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곳에서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은 두 종류의 사람이다.

자신의 행복이 현실에 있는 사람과 현실에도, 과거에도, 그 어디에서도 행복을 찾지 못하는 사람.


그런 말까지는 하지 않기로 하고 말을 삼켰다.

이건 다른 사람들을 찾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테니까.


“아니에요.”

“흐음...”

“흐음...”


마지막 말에 미혜도 못마땅하다는 듯이 팔짱을 끼고 나를 올려봤다.


“어? 숫자가 또 바뀌었어요!”


두 사람의 시선을 애써 피하고 있는데 옆에서 나래 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말에 셋이 동시에 상태창을 켰다.


숫자가 5로 바뀌어 있었다.


그렇다는 건 우리들 중에서 누군가가 잠에서 깨어났다는 것이다. 그것도 혼자만의 힘으로.


“일단 다른 사람들부터 찾는 게 우선이겠죠?”


방금 전까지의 의문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미혜가 상태창을 끄고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여기서 나가고 싶거든요. 여기에 있으면 잠만 자고 싶을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하는 미혜의 눈가가 어쩐지 조금 촉촉해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

미혜는 이곳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 거지?


“그러려면 한 시라도 빨리 다른 사람들을 찾아서 나가야죠. 뭣보다 애들도 걱정이고요.”

“그래.”


뭔가 말을 더 걸었다가는 눈물을 흘릴 것 같아서 빠르게 답을 하고는 미혜와 함께 앞장서 걸었다.


“어디로 갈지는 알고 가는 거예요?”


그 뒤를 고서우가 종종걸음으로 따라붙었고, 그 뒤를 나래 씨가 따랐다.


“우리가 언제 길을 알고 갔나요? 일단 이 푹푹 빠지는 모래사장이나 벗어납시다.”


+++


모래사장이 있는 해변을 나와 얼마 지나지 않으니 도심이 나타났다.


어느 지점을 경계선으로 삼고 갑자기 높은 건물들이 나타난 것이다.


사람도 없고, 자동차도 없고 어떤 소음도 없이 높고 깨끗한 건물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뭔가 아포칼립스 세계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아요.”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계가 그런 세계가 아닐까 싶은데.”

“그런가. 그런데 이건 누구 꿈일까요?”

“음...”


지금까지 몇 번의 경험으로 추측해 보자면 주변 환경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다른 사람의 꿈과 이어졌다.


그렇다면 이 또한 누군가의 꿈속이라는 걸까? 도심이니까 로운의 꿈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향기가 났다.

작게 물 끓이는 소리도 들려왔다.


“잠깐만...”


다른 사람들의 걸음을 멈춰 세우고는 귀를 기울였다.


역시나 물을 끓이는 소리와 규칙적으로 무언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이건...


“그라인더 소리야...”

“그라인더?”


고서우가 뭐냐는 눈빛을 보내자 옆에 서 있던 미혜가 그것도 모르냐며 왼손으로 원통모양을 만들고 오른손으로 그 위를 빙글빙글 돌리는 자세를 취했다.


이에 고서우가 이해했다는 듯이 따봉을 날렸다.


어쩌면 쿵짝이 잘 맞는 콤비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역시 이 냄새는 커피 냄새였군요?”


그런 둘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나래 씨가 내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


“너무 느닷없는데...”

“뭐... 저는 이제 생각하기 포기했습니다. 그것보다... 여기 누구 꿈인지 알 것 같네요.”

“누군데요?”


만약에 여기 내가 없었다면 이런 상황에서 떠올릴 사람은 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상징성을 따지는 곳이 아니다.


커피를 내리는 게 행복한 사람.

그걸 꿈이라고 말했던 아이가 있었다.


“승우의 꿈이겠네요.”

“승우...”


나래 씨가 내 말을 따라하듯이 승우의 이름을 되뇌었다.


“그렇다면 곁에 승주도 같이 있겠네요.”

“아마도요.”


다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승주는 분명 경영을 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경영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장사의 기본은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있는 것.


그런데 이곳에는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팔겠다는 건가.


“일단 가봅시다.”


생각대로 얼마 지나지 않자 활짝 열린 새하얀 트럭이 보였다.


“역시 애들 꿈이었네요.”


승우는 트럭 안에서 머그잔 두 개를 들고 내려오고 있었고, 승주는 트럭 앞에 놓인 두 개의 빈백 중 하나에 앉아있었다.


두 아이의 얼굴에는 행복함과 편안함이 어려 있었다.


“어? 승주야! 승우야!”


둘을 발견한 미혜가 손을 흔들며 뛰어가자 두 아이의 시선이 미혜를 향했다.


인식하기 전까지 우리의 모습을 보지도 못했다는 미혜와는 또 다른 상황이었다.


“언니?”

“누나?”


그렇게 말하는 두 아이의 얼굴이 미묘하게 변했지만 그 차이를 말로 설명할 수는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편안함이 사라졌다.



“너희 무사했구나!”

“그럼요.”

승주는 뭘 새삼스럽게 묻냐는 듯이 웃으며 답했다.

미혜가 다가가자 승우가 자신이 앉아 있던 빈백을 양보하고는 트럭에 올라가 원두를 꺼내 갈기 시작했다.


우리까지 도착한 것을 본 승주가 잠시만 기다려 달라며 트럭의 반대편에서 6인용 플라스틱 테이블과 6개의 의자를 꺼내왔다.


“승우 커피가 맛있어요. 다들 한 잔 씩 마셔보세요.”

“갑자기 커피?”


미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했지만 승주와 승우는 마치 자신들의 세상에 있는 것처럼 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승우가 커피를 내리면 승주가 밑에서 받아서 테이블로 잔을 옮겼다.


6개의 잔이 테이블에 올라가고 나서야 승우도 트럭에서 내려와 승주의 옆에 앉았다.


“이제 승우도 알바 그만하고 개인 카페를 하고 싶대요.”


호로록. 하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눈을 감고 커피를 음미하고 있는 승주는 우리를 보고 있지만 보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아니야. 얘들아 너희는...”


무언가 말하려는 미혜를 손을 들어 말렸다.


“왜요?”

“봐...”


미혜는 자신과 내가 대화하는 모습에서도 한 치의 미동도 없는 승주와 승우를 보고는 작게 입을 벌렸다.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은 충분히 전해진 것 같았다.


아직 이 아이들은 꿈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우리는 처음부터 쌍둥이의 꿈속에 나타날 예정이었다.


“아까 저 사람처럼 깨우면 되지 않아요?”


고서우가 나에게 작게 속삭였다.

조금 걸리는 부분이 있었지만 녀석의 말에 틀린 부분은 없었고, 미혜 때도 그렇게 해서 잘 됐다는 생각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안 된다고 반박할 말이 나에게는 없었다.

내 끄덕임에 녀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커피 그만 마시고 가요. 우리는 탑을 오르던 중이잖아요.”


고서우가 그렇게 말하자 웃고 있던 승주와 승우의 시선이 동시에 녀석을 향했다.


“탑이요?”


승주는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는 여기서 계속 커피를 내리고 싶어요.”


승우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이 또한 꿈의 영향일까? 평소 자신의 의견을 잘 내비치지 못하던 승우였는데.


“우리는 갈 생각이 없어요. 저희는 여기면 충분해요.”


느리게 말하는 승주의 말에는 묘한 가시가 돋아 있었다.

아프지는 않지만 까칠까칠해서 만지고 싶지 않은 그런 가시가.


“여기는 꿈이에요. 우리는 꿈을 꾸고 있는 거고요.!”


고서우는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지만 둘은 서로를 힐끗 쳐다볼 뿐이었다.


“그게 왜요?”

“네...?”

“현실에는 힘든 일 밖에 없잖아요. 여기는 배고프지도 않고, 우리를 때리는 사람도 없어요. 여기서 우리는 행복할 수 있어요.”


또박또박 말하는 승주의 말에 고서우는 말을 잃고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꿈 따위 어차피 깨버리면 끝이라고요. 이런 곳에서 행복해봤자 뭐해 써요.”

“뭘 그렇게까지 말해.”


고서우의 말에 이번에는 미혜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나는 입을 열 수 없었다.

이 세계의 영향을 받아 본 적 없는 녀석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우리는 안 간다고요. 여러분들만 가시라니까요.”


분노를 눌러 담은 듯 한 목소리와 함께 승주의 주변으로 작은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여기서 그만하자고 말하려던 차에 고서우의 말이 조금 더 빨랐다.


“꿈 깨라니까. 이런 꿈 따위 현실 몸이 굶어 죽으면 아무 소용없다고요.”


나는 이마를 탁하고 쳤다.

역시 나는 이 녀석을 이해할 수 없다.


고서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강한 스파크가 튀며 우리를 튕겨냈다.


온몸에 전기를 두르고 있는 승주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승우가 나란히 서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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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카페인은 숙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3) 24.01.10 14 0 11쪽
141 카페인은 숙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2) 24.01.08 15 0 11쪽
» 카페인은 숙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1) 24.01.05 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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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잠들지 못한(5) 24.01.01 18 0 11쪽
137 잠들지 못한(4) 23.12.29 14 0 11쪽
136 잠들지 못한(3) 23.12.27 14 0 12쪽
135 잠들지 못한(2) 23.12.25 18 0 12쪽
134 잠들지 못한(1) 23.12.22 21 0 11쪽
133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4) 23.12.20 3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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