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쿠새의 서재입니다.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423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4.01.08 09:00
조회
15
추천
0
글자
11쪽

카페인은 숙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2)

DUMMY

“승주야 진정해. 싫으면 안 가도 되니까.”

“뭐라고요?”

“지금 이런 상황에 그런 소리가 나와요?”


또 다시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승주를 중심으로 뻗어 나온 스파크는 점점 몸집을 키웠다.


“일단... 처리 할까요?”

“안돼요.”


꿈속에 있는 것이지 우리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닐 수 있다.


여기서 일어나는 싸움이 현실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다.


“될 수 있으면 최대한 조용히 넘기는 게 좋아요.”

“그게... 되겠어요?”


고서우가 비스듬하게 고개를 기울여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 최대한 조심해 봅시다.”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감도 오지 않았다.


승주에게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스파크는 쌍둥이를 동그랗게 감싸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승주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이내 손가락 끝에서 파고들 듯이 전해지는 통증에 바로 손을 뺄 수밖에 없었다.


“다가가지도 못하고, 공격도 못하면. 방법이 있기는 해요?”

“생각중이에요.”


뭔가 방법이 없을까.


“재울 수 있으면 좋겠는데. 꿈속의 꿈처럼 말이에요.”

“아...”


분명... 최근에 그런 것과 비슷한 물건을 본 적이 있다.

쌍둥이로부터 몇 발자국 떨어져서 가방을 뒤졌다.


옆에서 다가가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재울 거냐며, 자신에게 맡겨주면 멋지게 기절시켜주겠다는 고서우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는 미혜의 말다툼 소리가 들려왔다.


정리되지 않은 가방 안을 한참을 뒤지자 원하던 아이템을 찾을 수 있었다. 분명 이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이름 : 깊은 잠을 자기 위한 수면제



효과 : 사용자를 꿈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엄지 손톱만한 타원형 모양의 하얀 수면제는 시중에서 파는 알약들보다 조금 클 뿐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걸 발견했을 때 같이 얻은 아이템이 있었는데...


조금 더 뒤적거리자 깨진 유리조각처럼 생긴 반투명한 아이템이 나타났다.


[이름 : 꿈의 조각



효과 : 일정 시간 사용자의 기분을 좋게 만듭니다.]


이 두 개를 사용한다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미혜와 서우 씨가 두 사람의 시선이 뒤로 가지 않게 해주세요.”

“네?”

“예?”


한참 옥신각신 하고 있던 두 아이들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나래 씨는 혹시라도 시선이 분산되어 애들이 저를 보게 되면 조금만 시간을 벌어주세요.”

“네...”


나래 씨가 질문인지 대답인지 모를 모호한 어감으로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그동안 음료를 만들겠습니다.”


세 사람이 순간적으로 무슨 소리냐는 듯이 바라봤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아저씨가 시키는 거니까 이유가 있겠죠.”

“지혁 씨가 생각하는 바가 있는 거겠죠.”

“대표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여전히 승주와 승우의 시선은 우리를 향하고 있었다.

승주의 스파크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는데 승주 뒤에 있는 승우 주변으로 옅은 황금빛의 막이 형성 되었다.


얼핏 달걀 모양을 하고 있었다.


나는 세 사람에게 뒤를 맡기고는 최대한 조용히 뒷걸음질을 치며 두 아이의 시선에서 벗어나 멀리 돌아 트럭의 뒤쪽으로 향했다.


“승우가... 커피를 좋아해서 다행이네.”


살짝 고개를 내밀어 밖의 상황을 살펴보니 여전히 승주와 승우의 시선은 남은 세 사람을 향하고 있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이런 커피 팔아서 얼마나 벌겠어~”


시선을 끌어달라고 했는데 도발을 하고 있는 고서우가 있을 뿐이었다.


나는 터져 나오려는 탄성을 참는 대신 손으로 이마를 쳤다.


녀석의 도발에 화가 난 것인지 더욱 몸집을 불린 승주의 스파크가 고서우를 향했다.


승주로부터 뻗어 나온 전력이 방금 전까지 고서우가 서 있던 자리에 내리 꽂혔다.


까맣게 탄 자리는 발목 높이정도로 움푹 파였다.


저걸 잘못 맞는다면... 서늘한 한기가 등줄기를 타고 올랐다.

정말 하루라도 사고를 치지 않는 날이 없는 녀석을 보며 속이 타들어갔다.


“이럴 때가 아니지...”


남에게 신경 쓸 시간이 없다.

녀석이 조금이라도 덜 위험을 감수하려면 내가 해야 할 일을 빨리 끝내야 한다.


나는 트럭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양피지를 꺼냈다.

양피지 위로 손을 갖다 대자 손끝에서 가느다란 황금색 빛으로 만들어진 실이 흘러나왔다.


상상하자. 어떤 커피를 원하는가.



나는 쌍둥이가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다.


자신들의 꿈속에 갇혀 행복한 것이 아닌 현실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는 그런 행복.


더 이상 어른들한테 상처받지 않고, 때로는 도망치거나 맞서 싸우는 방법도 아는 어른으로 자랐으면.


서로가, 서로의 안식처가 되더라도 이 넓은 세계에 둘만 있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이거 생각하면 할수록 점점 처음의 목표와는 거리가 멀어지는데.”


잠을 재우려고 했더니 꿈에서 깨어나길 바란다니.

이렇게 되면 무슨 음료가 나오려나.


“길이 어떻게 되던 그 끝에 원하는 바가 있다면 되는 거 아니겠어?”


손끝에서 흘러나온 황금색 빛의 실이 나와 양피지 곳곳으로 흩어지며 글자를 만들어 냈다.


‘레시피를 쓰는 방법은 두 가지야. 형이 생각하고 있는 레시피를 생각해서 적어내는 것과 형이 원하는 음료를 상상해서 적히도록 하는 것.’


에스프레소는 그렇게 말했다.

내가 원하는 음료가 ‘적히도록’ 감을 잡는데 꽤나 애를 먹었고, ‘그걸’ 만들어 낼 때도 에스프레소가 없었다면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양피지 위의 수많은 글자들에 나의 바람이 하나하나 박혀 환하게 빛났다.


‘마나는 도구이자 신체의 일부이며, 신이 인간들에게 내려준 축복이야.’


‘그것’의 레시피가 완성되었을 때 에스프레소는 그렇게 말했다.

그 순간 소년이었던 녀석의 키도 한 뼘 자라 더 이상 소년의 모습이 아니게 되었다.


그때 상황에 대해서 에스프레소는 이게 ‘신과 인간의 관계’라고만 말하며 레시피를 더 만들라고 닦달했다.


조금은...


“말을 참 어렵게 한단 말이지.”


이제야 이해가 됐다.




[레시피가 완성되었습니다.]


[해당 레시피에 이름을 정하시겠습니까? 정하시지 않으실 경우 임의로 지정됩니다.]


눈앞에 나타난 안내창에 순간적으로 생각난 이름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단잠의 캐모마일 스무디로 해줘.”


[단잠의 캐모마일 스무디 레시피가 완성되었습니다.]


[특수 스킬 레시피 개발의 레벨이 한계치에 도달해 숙련도가 오르지 않습니다.]


[남은 숙련도만큼 레시피의 효과가 향상됩니다.]


[단잠의 캐모마일 스무디를 섭취 시 수면 상태가 되며, 수면 상태를 벗어나면 모든 이상상태가 해제됩니다.]


[해당 음료는 강한 수면 효과를 동반합니다. 안전한 장소에서 사용하길 권장합니다.]


역시나 지나칠 정도로 친절하면서 말 많은 안내창을 몇 개를 닫고 나서야 방금 완성된 레시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재료가 어딨는지 확인을 해볼까.”


트럭의 내부는 우리가 탑 앞에서 장사했을 때 썼던 트럭과 유사했다.

그렇다면 재료가 있는 위치도 비슷하리라.


“먼저 찻잎을 최대한 진하게 우린다.”


캐모마일 티백 두 개를 각각 스테인리스 계량컵에 넣고 뜨거운 물을 조금씩 부어두었다.


“그리고 우유에 꿀을 좀 추가하고, 얼음과 우러나온 차 그리고 이걸 넣어서 간다.”


나는 옆에 미리 꺼내 두었던 아이템 [깊은 잠을 자기 위한 수면제]를 통에 넣고 다른 재료들을 순서대로 블렌더 통에 넣었다.


“우유와 꿀, 얼음 그리고 진하게 우린 캐모마일 ”


차까지 블렌더에 넣은 후 전원을 눌렀다.

순간적으로 이곳에 전기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금방 의미 없는 걱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곳은 꿈의 세계. 이전에 고서우가 벽을 뚫었을 때처럼 상상하면 이루어진다.


곧 블렌더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조심스럽게 트럭 너머에 있는 쌍둥이를 확인했다.

못 본 사이에 바닥에 여러 개의 구멍이 생겨났다.


“목숨이 아홉 개라도 되는 거냐고.”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돌리려던 찰나에 등줄기를 따라 소름이 돋았다.


화가 난 승주의 뒤. 황금색 우리 안에 있는 승우와 눈이 마주쳤다.


내성적이지만 착했던 승우가 어떤 감정도 담기지 않은 표정으로 조용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고개를 숙여 블렌더를 끄고 컵에 옮겨 담았다.

옅은 노란색을 띠고 있는 스무디에서 캐모마일 향이 은은하게 났다.


“마지막으로 이걸.”


수면제와 함께 꺼내둔 [꿈의 조각]을 데코로 올렸다.


“짠!”


중간에 다른 장식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옅은 노란색 스무디 위에 올라간 꿈의 조각이 오팔처럼 빛나 충분히 그럴 듯 해보였다.


[단잠의 캐모마일 스무디를 완성하였습니다.]


[어느 신의 애정을 받고 있는 바리스타가 만든 단잠의 캐모마일 스무디입니다. 그의 손에서 만들어진 음료에는 신의 축복이 담겨있습니다.]


[신의 축복은 임의로 지정되며 섭취 전까지 알 수 없습니다.]


몇 개의 안내창을 끄고 쟁반을 찾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가벼운 현기증이 일어났다.


“아...깜빡했다.”


에스프레소의 훈련으로 스킬 레벨이 많이 올랐지만 그만큼 소요되는 마력의 양도 늘어났다.


마력을 생성하는 아이템을 끼고 있다고 하더라도 효과가 좋은 음료와 그 레시피를 연달아 만들 수는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만큼 효과는 확실하겠지.”


현기증을 털어내듯이 머리를 털고는 쟁반을 찾아와 스무디가 담긴 두 개의 잔을 담아서 쌍둥이들이 있는 턱에 올려두었다.


여전히 승우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승주야 승우야 너무 열 내지 말고 한 잔 시원하게 마셔.”


내 말에 고서우를 노려보고 있던 승주도 나를 돌아봤다.

분노로 일그러진 표정에서 살기가 느껴졌지만 이내 조금씩 풀어졌다.


“아무리 대표님이라도 승우 물건을 함부로 건들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아쉬운 소리를 하면서.


“하하 그래.”


누가 들어도 딱딱한 웃음소리에 저 멀리서 아랫입술을 깨물며 웃음을 참는 미혜가 보였다.


“괜찮아.”


얌전히 서있던 승우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카운터까지 다가와 음료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잘 마실게요.”

“그래. 맛있게만 마셔줘.”


승우가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잔을 들어서 승주의 곁으로 다가가 건넸다.


“근데 이게 뭐에요?”

“스무디? 날이 더워서...”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늘한 바람이 크게 훑고 지나갔다.


그랬다. 우리는 아직 겨울의 끝자락에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7 에스프레소에 스모어 한 조각(2) 24.02.14 15 0 12쪽
156 에스프레소에 스모어 한 조각(1) 24.02.12 19 0 12쪽
155 오류의탑(4) 24.02.09 16 0 9쪽
154 오류의탑(3) 24.02.07 16 0 11쪽
153 오류의 탑(2) 24.02.05 14 0 12쪽
152 오류의 탑 (1) 24.02.02 15 0 14쪽
151 검은 나비(4) 24.01.31 13 0 11쪽
150 검은 나비(3) 24.01.29 18 0 12쪽
149 검은 나비(2) 24.01.26 18 0 11쪽
148 검은 나비(1) 24.01.24 21 0 12쪽
147 봄이 끝나자 긴 겨울이었다.(3) 24.01.22 19 0 12쪽
146 봄이 끝나자 긴 겨울이었다(2) 24.01.19 15 0 11쪽
145 봄이 끝나자 긴 겨울이었다(1) 24.01.17 17 0 12쪽
144 차갑지만 뜨거운(2) 24.01.15 18 0 11쪽
143 차갑지만 뜨거운(1) 24.01.12 18 0 11쪽
142 카페인은 숙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3) 24.01.10 14 0 11쪽
» 카페인은 숙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2) 24.01.08 16 0 11쪽
140 카페인은 숙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1) 24.01.05 19 0 12쪽
139 잠들지 못한(6) 24.01.03 16 0 11쪽
138 잠들지 못한(5) 24.01.01 19 0 11쪽
137 잠들지 못한(4) 23.12.29 15 0 11쪽
136 잠들지 못한(3) 23.12.27 14 0 12쪽
135 잠들지 못한(2) 23.12.25 18 0 12쪽
134 잠들지 못한(1) 23.12.22 22 0 11쪽
133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4) 23.12.20 33 0 11쪽
132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3) 23.12.18 21 0 12쪽
131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2) 23.12.14 23 0 11쪽
130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1) 23.12.13 26 0 12쪽
129 의심(4) 23.12.11 20 0 11쪽
128 의심(3) 23.12.08 20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