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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Hell (Baby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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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사랑
작품등록일 :
2020.05.14 22:25
최근연재일 :
2020.07.01 20:01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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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2
글자수 :
89,271

작성
20.06.2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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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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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BE Hell-21

SF 호러 장르의 정통 소설입니다.




DUMMY

Chapter 9


몇 시간이 지났는지 몇 일이 지났는지 제시에게 이곳의 시간은 무용지물이었다. 자신이 살아있는지도 죽어 있는지도 헷갈릴 정도 혼란하고 감각이 마비된 가운데에 불행하게도 또다시 정신이 돌아오고 있었다.


‘영원히 잠들었으면 좋으련만...’하는 바램이 찰나간에 머리를 꿰뚫고 사라졌다. 사방이 깜깜하지 그지없고 무수한 별들만이 사방에 박혀 있었다.


그 별들은 자신의 처지에 어떤 자비도 보이지 않고 자신을 비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제시는 자신의 두 팔로 전신을 감싼 채 최대한 웅크렸다. 두 팔이 기계 팔처럼 강한 힘을 줘 온몸을 부러뜨려 작게 또 작게 만들었으면 했다.


이 무시무시한 공간에 노출되는 곳이 최대한으로 적게 된다면 자신의 피와 살이 으스러져 한줌만 되더라도 감당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제시는 자신도 깨닫지 못하고 정리 못한 생각으로 잠시 멍한 시선을 앞에다 고정시켰다.


그때였다. 갑자기 별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사방이 온통 절대적인 암흑으로 변해 버렸다. 그 점을 깨닫고 얼굴 표정이 조금이라도 꿈틀거리며 반응하려는 순간 수십만 수백만의 별들이 한꺼번에 켜졌다.


제시는 자신이 본 것을 부정하기라도 하는 듯 힘겹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다시 한번 모든 별들이 동시에 꺼졌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막연했지만 더없이 불행하고 두려운 일임을 직감하고는 그대로 고개를 무릎 사이에 파묻고 두눈을 깊게 감아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자신의 몸은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머리마저 느끼지 못할 정도 정신마저 감당하지 못할 충격의 규모에 몸이 배겨나지 못한 것만 같았다.


사방의 별들이 규칙적으로 깜빡하기를 얼마나 했을 까? 갑자기 그 별들의 깜빡임의 규칙성을 깨달았다. 바로 눈꺼풀이 깜빡이는 리듬에 맞춰 별들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점을 느낀 순간 별들 주위로 눈형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별들 하나하나가 동공이 되고 수십만 수백만의 눈들이 서로 겹쳐져 가면서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큰별들을 가진 눈들은 굵은 외형선으로 더욱 선명했고 작은 별들을 가진 눈들은 상대적으로 가는 선의 눈을 가지면서 형이상학적인 문양을 사방벽에 그려냈다.


그 와중에도 눈꺼풀을 깜빡하기를 반복하면서 빛을 가렸다 보였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그 별들이 만든 시선들은 모두 제시를 향해 몰려 있었다. 제시는 두눈을 감고 싶었지만 그것 또한 자유를 박탈당한 상태였다. 눈앞이 핑핑 도는 듯한 어지러웠다. 그러다가 빙빙 돌던 눈들이 다시 제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모두들 눈을 감은 듯 빛은 사라지고 은은하게 드러난 눈의 선만 보였다. 모두 눈을 감아버린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모른 채 제시는 자신이 앉아 있는 공간이 푹 꺼지고 우주밖으로 빨려 나갈 것만 같은 심정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 까? 짧다면 짧게 길다면 영원처럼 시간이 멈쳐 있는 것 같은 순간에 갑자기 눈앞에 한 여자가 나타났다. 순백의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는 그녀는 금발의 머리를 숙인 채 있어 누군지 알아 볼 수가 없었다.


제시는 그녀를 보는 순간 가슴이 짠해지는 것과 함께 눈앞이 핑도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모습이 하얀옷의 천사 같았던 것이다. 어쩌면 자신을 지옥같은 이곳에서 구원해 주러 온 천사일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에 눈물을 조금씩 흘러나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고개를 숙이던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하얀 피부의 이마가 드러나고 오똑한 콧날이 미녀임을 짐작하게 했고 정말 천사와 가장 어울리는 용모라고 감격해 마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이 정면을 향하자 그의 기대와 희망은 다시 공포와 절망으로 한순간에 바뀌어 갔다. 비록 두눈을 감고 있었지만 그녀는 바로 킴벌리였던 것이다. 킴벌리 맥카씨.


제시 자신이 지금 지옥에 머물게 된 이유이자 가해자인 그녀가 눈앞에 두눈을 감고 무표정하게 서있었던 것이다. 천사같은 복장이 얼음처럼 차갑게 느껴졌다.


그녀는 감고 있던 눈을 갑자기 떴다. 그곳에 눈동자는 들어있지 않았고 검붉은 한쌍의 동굴만이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깊게 파여져 있었다. 그녀의 하얀옷에 붉은 점이 위아래로 생겨났다.


가슴 중앙과 복부 부근의 옷에 붉은 점이 생기더니 갑자기 경쟁이라도 하듯 사방으로 번져나갔다. 동시에 그녀의 몸이 회전테이블위에 서있는 듯 천천히 뒤로 돌아갔다. 그녀의 옷은 뒤쪽을 전혀 가리지 않고 있었다.


앞쪽만 천으로 가려져 있었고 뒤쪽은 모두 완전히 터여져 벗겨진 상태였다. 물론 그곳에 하얀 피부는 존재하지 않았다.


살이 파여지고 뒤집히고 뼈가 어긋나고 산산히 부서진채 이곳저곳 돌출 되었으며 그 사이로 내장들이 관통되어 꽂혀 있거나 장이 축 늘어져 매달린 채 있었다. 그곳이 그녀의 등 모습이었고 허벅지와 다리는 기이하게 굽혀지고 꺽인 채 살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것은 사람의 모습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고기덩어리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방금 전에 당한 듯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제시는 두눈을 감고 싶었다 아니 이곳에서 사라지고 싶었다. 죽음도 상관없었다. 오히려 그것이 구원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그에게 조금의 사정도 봐주지 않고 있었다. 그녀의 끔찍한 뒷 모습은 피를 철철 토해내고 있었고 계속 회전을 멈추지 않았다. 곧이어 천천히 다시 앞 모습이 나타났다.


‘헉!’


기적처럼 제시는 숨넘어가는 소리를 가까스로 낼 수 있었다. 입안 목구멍에 화산의 열기가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고통을 느끼며 그의 눈이 찢어질 듯 벌어졌다.


여기서 더 이상 끔찍한 일이 어떻게 벌어질까 했지만 킴벌리의 얼굴은 사라지고 대신 에이미의 얼굴이 그곳에 있었다. 천진발랄하고 귀여운 그녀의 얼굴은 죽은 시체처럼 바짝 말라져 있었고 그녀 역시 동공이 깊숙이 파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붉은 핏물이 새어나오며 얼굴위로 두 줄의 시내를 이루기 시작했다.

동시에 사방에 감겨져 있던 수많은 눈꺼풀들이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눈을 떴다.


별들의 동공은 모두 붉게 변해 있었고 붉은 광채를 빛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별들이 핏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붉은 핏줄기들이 검은 벽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제시는 굳이 돌아보지 않았도- 그렇게 할 수도 없었지만 - 등을 타고 뜨끈하고 끈적한 액체들이 흘러내리는 것이 모두 피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너무나 끔찍하도록 생생하게 말이다.


삽시간에 바닥에 핏물이 고이기 시작하더니 발바닥을 지나 발목을 잠기게 했다. 피의 강은 이내 발목을 타고 무릎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갑자기 에이미의 몸이 미끄러지며 피의 강을 가로질러왔다.


핏물이 양쪽으로 갈라지더니 출렁거리며 파도를 이루었다. 안면이 마비된 제시의 눈 앞에 에이미가 멈쳐 섰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그녀의 옷은 원래의 색깔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완전히 붉게 물들어져 있었다. 천천히 그녀의 허리가 구부렸다.


‘찌이익...타타탁...찌이익...타타탁...’


살이 찢기고 뼈가 부서지고 갈라지는 괴음이 제시의 귓가를 때렸다. 눈도 귀도 닫고 싶었지만 그저 가는 눈물만 흘러내리는 게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검푸른 핏줄로 수놓은 그녀의 얼굴이 제시의 얼굴 앞에 바짝 멈춰 섰다. 살로 만들어진 한없이 깊은 동굴은 뺨 위로 두 줄기의 강을 만들고 있었다.


그녀의 파랗고 말라 비틀어진 입술이 열렸다. 붉은 핏물이 새어나왔다. 그녀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그리고 물어왔다.


“왜 날 사랑하지 않아?”


제시는 자신의 동공이 화끈거리며 그대로 터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눈물이 삽시간에 붉게 핏물로 변해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얼굴이 어느새 에이미처럼 변해가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그때 붉은 세상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더니 이내 그대로 소멸해 갔다. 비로서 제시에게 기절할 수 있는 자유가 허락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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