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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사랑 님의 서재입니다.

BE Hell (Baby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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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사랑
작품등록일 :
2020.05.14 22:25
최근연재일 :
2020.07.01 20:01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558
추천수 :
32
글자수 :
89,271

작성
20.06.17 19:49
조회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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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BE Hell-17

SF 호러 장르의 정통 소설입니다.




DUMMY

제시는 사각 유리방 모퉁이에 등을 기댄채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불행히도 기절하는 시간이 짧아진 것 같고 정신을 차리는 시간이 더 길어진 것 같았다.


차라리 기절이라도 하면 편안할 것을 그는 여전히 무릎사이로 머리를 박은 채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몰랐다.


처음에는 자신이 왜 이곳에 갇혀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현실을 받아 들일 수 없었다. 그러다 랜디 맥카씨의 말이 떠올랐고 생각하기도 싫은 차사고 그 순간을 되짚어 봤다.


그래봤자 어두운 교차로에서 사방이 흔들리며 뒤섞이다가 한순간에 암흑으로 빠져버린 짧은 순간만이 떠오를 뿐이었다.


문득 머릿속에 킴벌리 맥카씨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에 관한 기사나 뉴스는 심심찮게 나오기에 붉은 머리의 전형적인 부티가 나는 여자. 그녀를 볼때마다 그것뿐이었지 자신과 어떤 연관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자신 때문에 그녀가 사망하다니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의 탓도 아니었다. 그 자신이 오히려 피해자인데.


제시는 자신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쥐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아무리 억울해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인류의 역사상 억울함을 당했던 사람들을 한 줄로 세운다면

그 끝이 없을 정도로 길 것이고 자신이 맨 줄에 서있을 게 분명했다.


제프는 살짝 고개를 들고는 두 눈을 게슴츠레 떴다. 혹시나 악몽에서 깨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도 했지만 사방은 일말의 자비도 없이 컴컴한 우주였다.


제시는 반사적으로 두 눈을 질끈 감고 머리를 무릎사이로 파묻었다.

우주라는 덫 안에 갇힌 제시에게 지금은 그곳이 가장 안전한 피난처였던 것이다.


그렇게 제프는 습관처럼 자신이 있는 공간이 우주라는 것을 확인했다가 고개를 숙였다가를 거듭 반복했다.


열 번인지...스무번인지 아니면 영원토록 했는지 판단력을 점점 잃어갔다. 그자 잠이 들었던지 아니면 기절을 했었을 때 죠앤이 유리방을 불러 들였다. 그리고 방안에 들어가 그에게 영양제와 수분을 주사 총을 통해 보충해 주었다.


물론 제시는 그것을 알 리가 없었다. 유리방이 우주공간에서 들어오는 그 짧은 시간에 수면가스를 방출하여 그를 재웠기 때문이다. 주사총안에 액체를 모두 비운 죠앤은 잠시동안 그를 물끄러미 내려 보았다.


원래 하얀 피부가 더욱 창백해져 있었다. 순간 한번 쓰다듬어 볼까하는 충동에 자신의 왼손을 천천히 뻗어 아래로 내렸다. 그러다 불쑥 나쁜 짓을 하다 들킨 아이처럼 왼손을 거두어 뒤로 감추었다. 그리고 재빨리 그 방을 나섰다. 다시 유리방은 그가 살아있던 죽었던 상관없이 천천히 우주공간속으로 되돌아갔다.


‘그르륵...그르륵...’


갑자기 귓가에 소음이 들려왔다. 우주 공간은 완전 침묵의 공간이건만 바늘로 귓구멍을 뚫고 들어오듯이 소리가 전해져왔다. 착각이라는 듯 다시 암흑으로 이루어진 시간이 그렇게 정체되어 있었다.


‘그르륵..그르륵...’


다시 암흑을 깨우고 시간을 흐르게 하는 소음이 짧게 이어졌다. 착각이 아니라는 듯.

제시는 힘들게 고개를 들었다. 검디 검은 우주공간만이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고개를 들어 천천히 좌우를 돌려봤다. 시각은 쓸모없고 청각만이 쓸만한 공간이었다. ‘역시 착각이었구나.’ 라고 하는 생각에 고개를 반쯤 숙였을 대 갑자기 그 소음이 분명하게 들려왔다.


‘그르륵...그르륵...’


제시는 번쩍 고개를 들었다. 바로 눈앞 대각선 구석에서 소리가 전해져왔다.

빛이라고는 미약한 별들 밖에 없었기에 물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르륵...그르륵...’


분명히 기분 탓이었다. 유리벽 안 공기의 온도는 더없이 적당했지만 그의 느낌에는

갑자기 한겨울로 이동한 것처럼 싸늘해 졌다.


‘그르륵..그르륵...’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는 그 순간 갑자기 맞은 편 구석에 한 아이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민트색 잠옷을 입은 그애는 제시에게 등을 보인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눈앞의 손가락도 구분할 수 없는 공간에서 아이의 뒷모습이 환하게 보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제시는 그것을 따질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직감적으로 그 아이가 누구를 나타내는 지 알 수 있었고 가슴이 터질 듯 쿵쾅거렸고 귀밑은 터져 나갈 듯 두근댔다.


제시는 그 아이가 돌아서지 않기를 꼼짝도 하지 말고 그대로 사라주기만을 간절히 바랬다. 제시는 두 눈을 꼭 감았다.


그게 마음에 안 들었던지 유리를 긁는 괴음이 점점 길어져 갔다.


‘그르륵...그르륵...그르륵...그르륵...’


제시는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떴다. 그의 간절한 바램이 통했던지 모서리에 있던 아이는 사라지고 없었다. 동시에 유리벽을 긁는 소리도 없어졌다. 모두 환각이라는 듯.

제시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뛰는 고동소리는 귀밑을 진동시켰다.


두눈을 지그시 감고 떠는 순간 갑자기 오른쪽에 얼음같은 한기가 느껴졌다.

저절로 고개가 그쪽으로 돌아섰다.


민트색 잠옷을 입은 그 아이가 바로 옆에 서 있던 것이다. 그의 얼굴에는 눈동자 대신 검붉은 동공만이 자리잡고 있었다. 금방이라 붉은 액체가 흘러 내릴 것만 같았다. 그 아이는 제시의 바로 눈앞에 얼굴을 갔다대더니 입을 벌렸다.


입안 역시 파여진 동공안과 똑같이 보였다. 검 붉은 공간만이 횡하니 드러나 있었다. 제시는 바로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두눈을 꼭 감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아이의 입이 둥글게 커지더니 갑자기 고개를 오른쪽으로 홱 돌렸다.


검은 유리벽 너머 우주공간에 무엇인가가 보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검게 탄 남자의 꽁꽁 얼어붙은 시체가 유리의 외벽에 붙어 있었다. 그 시체가 계속 유리벽을 긁고 있었다. 검게 타들어 가 반은 날라가 버린 오른손으로 유리벽을 긁어대고 있었다.


‘그르륵...그르륵...’


귓가에 괴이한 음성이 들려왔다. 마치 목구멍 전체가 화상을 입어 타버린 듯 매서운 겨울 폭풍에 뒤섞인 듯 전해져왔다.


“아~~~빠~~~~~”


갑자기 제시의 온몸이 경직되었다. 마치 발작이라도 일으킬 준비가 된 듯 온몸이

잔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 역시 이게 진짜가 아니라 꿈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자신이 통제할 어떠한 힘도 없이 무기력하다는 것을 받아 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 시체의 검은 입술이 쪼개지듯 열렸다. 입가 주변의 하얀 얼음이 부서져 작은 알갱이로 변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제..시...’


몇 백미터 밖에서 들린 듯 하다가 갑자기 귓가에 속삭이는 듯했고 다시 저 멀리서

외치는 듯 들려왔다.


어느샌가 제시는 유리벽 모퉁이에 땀에 흠뻑 젖은 몸을 기댄 채 숨을 헐떡이는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 되었다. 어느 정도 숨을 고른 뒤 힘겹게 고개를 돌려 반대편 유리벽 쪽을 보았다.


아이도 아버지의 시체도 유리창의 긁는 소음도 처음과 같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제시는 전신이 무기력해지는 것을 느끼며 축 늘어졌다. 그리고 이내 그의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작은 방안에 울음소리가 낮게 차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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