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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사랑 님의 서재입니다.

BE Hell (Baby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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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사랑
작품등록일 :
2020.05.14 22:25
최근연재일 :
2020.07.01 20:01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556
추천수 :
32
글자수 :
89,271

작성
20.05.22 21:20
조회
18
추천
4
글자
8쪽

BE-Hell-5

SF 호러 장르의 정통 소설입니다.




DUMMY

Chapter 3


102살의 랜디 맥카씨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무성한 머리를 8:2로 젊잖게 넘기고 있었다. 백발 보다는 은빛에 가까웠다.


그는 185가 넘는 키에 마른 몸매를 아직도 빳빳하게 곧추세우고 있었다. 비록 현대의학 최고의 서비스 덕에 어떤 젊은이 못지 않은 건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얼굴 곳곳에 난 주름만은 어쩔 수 가 없었다. 은빛 머리 창백한 안색에 잘게 난 주름들이전혀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이라기보다는 박제에 가까운 인상을 주는 그가 감정에 겨운 듯 목소리를 떨고 있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그는 검은 색 실크 잠옷을 입은 채 자신의 서재 소파에 쓰러지듯 앉아 있었다. 그는 머리를 수그린 채 앙상한 두 팔로 감싸고 있었다.


그의 맞은 편에는 정장을 입은 채 그의 아들 윌리엄 맥카씨가 더없이 침중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검은 머리와 비쩍 마른 몸이 랜디의 아들임을 유전적으로 잘 증명해 주고 있었다.


“방금 피닉스 시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애써 감정을 자제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얘기해봐! 내가 잘 못 들었을 거야! 내 키미가 어떻다고?”


그는 여전히 머리를 푹 수그린 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키미는 킴벌리의 애칭이었다. 윌리엄은 자신의 아버지가 사랑하는 손녀, 킴벌리의 사고를 믿지 않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랜디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것 한 가지 즉 돈 보다 더 사랑한 것이 킴벌리였으니 말이다. 비록 그가 킴벌리의 아버지이고 자신의 딸을 사랑하지만 그의 아버지보다 더 킴벌리를 사랑했다고 자신할 수 없을 정도로 랜디는 손녀를 최우선시했다.


세계 최고의 부자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가문 중 하나지만 맥카씨 가문은 역대로 자손이 귀했다. 랜디 맥카씨는 50살이 되었을 때 첫아이 윌리엄 맥카씨를 낳았고 그가 유일한 혈육이었다..


윌리엄 또한 35살이 되었을 때 첫 딸 킴벌리를 낳았고 그 이듬해에 둘째 딸 빅토리아를 가졌다. 그 두 딸이 맥카씨 가문의 정통 혈육 전부였다.


물론 증조부 위로 해서 사촌에 팔촌을 따진다면 세계 곳곳에 다수를 찾을 수 있겠지만 맥카씨 가문의 직계 혈손은 두 손을 꼽을 정도로 희귀했다. 그런데 맥카씨 가문의 미래이자 희망인 킴벌리의 사고 소식은 랜디 맥카씨, 그의 세상 전부를 송두리째 파괴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주지사와 대통령께서 유감의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윌리엄은 자신의 목구멍 안이 분화구처럼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빌어먹을 주지사, 대통령의 유감이 이 와중에 무슨 소용 있어.”


랜디는 갑자기 허리를 곧추세우더니 밖에다 대고 외쳤다.


“테드, 지금 피닉스로 간다. 준비해줘.”


윌리엄은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막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회색 눈동자를 마주하자 모든 의지를 잃어버렸다. 평생 그 눈빛 아래에 억눌리는 것에 익숙해져왔기에 한마디도 대꾸하지 못한 채 비틀거리며 자리에 일어나는 그를 따라 가만히 자리에 일어났다.


60살의 비서인 테드가 어느새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팔을 부축하고 있었다. 자신은 한번 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행동이었다. 그의 눈빛은 딸의 죽음 때문인지 더없이 불편한 아버지 때문인지 더욱 우울해져 갔다.


하와이에서 개인전용기로 두시간만에 피닉스로 도착한 랜디와 윌리엄은 주지사와 시장의 방문도 뿌리치고 곧 장 피닉스 중앙 경찰서로 향했다. 랜디와 윌리엄은 드물게 뒷문을 통해 빌딩지하로 내려가 곧장 시체안치소로 들어갔다. 주지사와 시장 그리고 서장 등이 따라오려 했지만 개인적인 일이라고 랜디는 냉정하게 동행을 거부했다.


뻗뻗하게 굳어있는 중년의 흑인 검시관은 아무런 말도 못한 채 랜디와 테드를 그리고 묵묵히 뒤를 따르는 윌리엄을 킴벌리가 냉동되어있는 시체보관실로 안내했다.


왼쪽에서 두 번째 칸 앞에서 검시관은 멈쳐 섰다. 랜디와 테드는 그 앞에 멈쳐서고는 검시관이 문을 열고 킴벌리를 다시 전등 불빛 속으로 꺼내주기를 바랬다. 검시관은 잠시 흔들리는 눈빛을 보이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저기...워낙 사고가 심했던터라..안보시는게...”


그의 눈빛은 뒤쪽에 그나마 이성을 어느 정도 간직하고 있는 윌리엄을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윌리엄은 그의 눈빛을 무기력하게 마주할 뿐이었다. 마치 영혼을 상실한 사람처럼.


“열어주게...”


랜디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 갈 듯한 분위기인게 몇 시간 전보다 몇 십년은 더욱 늙어 보였다. 테드는 자신의 오른손으로 느껴지는 무게가 점점 더 가중되는 것을 느꼈다.


검시관은 머릿속에 모든 생각을 지운 채 손등위에 패드를 눌렀다. 하얀플라스틱 침대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은 채 검시관과 랜디의 사이에 자리잡았다.


랜디는 테드에게 기댄 손을 거두더니 바르르 떨며 하얀 천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천천히 제쳤다. 윌리엄의 고개가 돌려졌고 테드는 아무런 표정없이 앞쪽 빈벽만 쳐다보았다.


오직 랜디만이 킴벌리의 마지막 모습을 직시하고 있었다. 그대로 쓰러져 영영 일어나지 못할 것만 같은 분위기였지만 랜디는 자신의 손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눈빛으로 본 모습을 복원시키려고 애쓰는 듯 말이다. 굳게 다문 그의 회색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누가 키미를 이렇게 만들었나?”


발광침대가 놀랐는지 잠시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제시가 눈을 떴을 때 제일 먼저 들려온 것은 에이미의 놀란 목소리였다.


“제시...제시...정신이 들어?”


그녀의 목소리엔 놀람, 기쁨, 걱정이 한꺼번에 모두 담겨져 있었다. 머릿속에 사이렌이 울리는 듯한 두통속에 제시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그를 반기는 에이미의 눈가는 촉촉이 젖어 있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얼마나 운이 좋은 줄 알아!”


제시는 에이미의 말과는 달리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수가 없었다.


“여긴 어디지? 도대체 무슨 일이야?”

“어젯밤 기억 나지 않아?”


그러고 보니 에이미의 화려한 복장이 그의 시선을 자극했다.


“어젯밤?”


목구멍이 타는 듯한 갈증에 입술을 움직였다. 에이미는 눈치 빠르게 물컵을 잡고서 그의 입술에 조심스럽게 가져갔다.


“제시! 지금 피닉스 주립병원 병실에 있어.”


그녀는 최대한 안심시키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시는 물로 입술을 축이고 나서 다시 물었다.


“병원에? 왜?”

“어제 차사고 났었잖아. 지상 도로에서 다른 차와 부딪혀서. 기억 안나?”


평소와는 다른 그녀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심각한 표정을 보자 제시는 인상을 찡그리며 마지막 기억을 떠올리려 했었다. 하지만 모든 게 흐릿한 데다가 머릿속이 어지러울 뿐이었다.


“모르겠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제시는 상체를 움직이려다가 누군가 온몸을 몽둥이로 마구 때리는 듯한 고통에 아랫입술을 깨물며 인상을 잔뜩 구겼다.


“그나마 타박상과 갈비뼈 금만 난 게 다행이야. 아니 기적 같은 일이야.”

“기적같은 일...”


제시는 문득 이십년 전의 기적 같은 일이 떠올랐다. 어둡고 차가운 밀실안의 일이

그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그때도 세상의 모든 언론들이 기적 같은 일이라고 했지만 그 자신에겐 지옥 같은 일이었다. 사방에서 졸음이 몰려들었다.


기적 같은 일 뒤에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막연한 공포가 뒤따라오고 있었지만 의식이 흐릿해짐과 동시에 모든 것이 암흑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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