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자유사랑 님의 서재입니다.

BE Hell (Baby Earth)

웹소설 > 자유연재 > SF, 공포·미스테리

자유사랑
작품등록일 :
2020.05.14 22:25
최근연재일 :
2020.07.01 20:01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564
추천수 :
32
글자수 :
89,271

작성
20.05.18 15:58
조회
29
추천
2
글자
10쪽

BE Hell-3

SF 호러 장르의 정통 소설입니다.




DUMMY

Chapter 2.


'헉!‘


제시는 두 눈을 부릅뜨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황급히 자신이 어디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듯 사방을 둘러보았다. 사방이 하얀색으로 칠해진 자신의 침실이 한 눈에 들어왔다.


정면 벽 스크린에 새벽 네시 십분이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들어왔다. 밤새도록 켜 놓은 조명은 어느정도 밝게 새벽의 어둠을 몰아내고 있었다.

‘또 같은 꿈이야!’


온몸이 식은 땀으로 흠뻑 젖은 것을 느끼며 제시는 가뿐 호흡과 급한 심장박동을 진정시켰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을 나왔다. 그리고 황급히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내 들어 한꺼번에 쑤셔 넣기라도 하듯 벌컥벌컥 들이켰다. 온몸이 탈것 같은 갈증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애리조나 갤럽에서 서쪽으로 30킬로 떨어진 곳에 백층짜리 빌딩들이 열두개나 서있다. 그 빌딩 주변으로 사방 15킬로 이내에는 어떠한 마을도 없고 오직 마른 사막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열 두개의 백층짜리 빌딩 또한 십여년 전에 세워졌고 이 빌딩들이 있기 전에는 이름마저 바래져간 잊혀지고 쓸모없는 땅이었을 뿐이었다. 십여년전 미국최대의 농산물 생산기업인 팜맥스(Farmax)가 이곳을 사들여 삼년에 걸쳐 100층짜리 최첨단 빌딩을 열 두군데 나란히 세웠던 것이다.


21세기에 인구급증으로 식량난의 대위기가 왔을 때 농업과 관련된 기업들은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종자를 계량하는 유전자방식의 기술을 도입했을 뿐 아니라 자연환경의 통제에서 벗어나 완벽한 생산시스템을 통제할 수 있기 위해 농업의 공장화를 지양하였고 그 결과 농작물 생산을 위해 최적의 시스템을 구축한 초고층 건물을 탄생시켰다.


외부환경과 철저히 격리되어 병충해 작물의 피해를 보지 않고 품종 개량된 작물들을 전자동화된 시스템으로 통제 관리하여 사시사철 고품질과 다수의 농작물 생산을 실행하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2100년의 직업란에서 농부라는 직종은 점점 사라져갔고 대신 농업용 로봇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제시는 팜맥스의 애리조나 지부의 생산엔지니어라는 책임을 맡고 있었다.

보통은 각층의 농작물의 관리상태를 100층 스카이라인 통제실에서 실시간을 확인할 수 있지만 제시는 직접 현장을 방문해 두 눈으로 확인하는 것을 선호했다.


72층에 들어섰을 때 달콤한 포도냄새가 코끝을 찔러왔다. 동쪽을 향해 계단식으로 선반이 세워져 있었고 계단식으로 낮게는 1미터에서 높게는 3미터까지 층층히 열 개의 단이 쌓여져 있었다.


각단마다 포도송이들이 녹색과 적색을 맘껏 뽐내며 주렁주렁 열려져 있었다. 오른쪽 끝에는 여섯 개의 로봇 손들이 잘 익은 포도들을 섬세하게 따서 바닥에 따라오는 수확함에 조심스레 올려놓고 있었다.


평소에 수없이 보았던 장면이라 한눈에 아무런 문제없이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시는 동쪽 창문으로 걸어갔다. 해가 올라가는 아침이라 눈이 부셨지만 희미하게 유리중간에 서른 살의 낯익은 남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곱슬거리는 금발머리에 유달리 창백한 얼굴이 다소 병약하게 보였지만 날카로운 콧날에 연두색 눈동자의 잘생긴 얼굴을 손상시키지는 않았다. 오늘 아침 면도를 하지 않은 관계로 약간 자라있는 턱수염이 창백한 안색과는 묘한 부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제시! 오늘 저녁 레이첼의 생일 파티가 있는 데 올거지?”


그의 연두색 작업복 상의에서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봐서!”

제시는 들뜬 여자의 목소리와 달리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러지 말고 꼭 와야 돼. 회사사람들이 모두 모일꺼란 말이야.

간만에 회사 사람들이 모두가 모이는 건데 빠지면 미움 받을지도 몰라.“


그녀의 목소리엔 애교가 섞여 있었다.

“봐서. 오늘 시스템비교체크 때문에 늦게까지 남아 있을 수도 있어.”

“또 일 핑계. 맨 날 밤 늦게까지 없는 일까지 만들어서 하려고 해.”

“이 일이 좋으니까.”

제시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여덟시! 피닉스 시내의 크레이지박스. 늦지 말고 꼭 와.”

그녀는 나름 명령조로 말을 마무리했다.

“최선을 다해보지.”


제시는 그녀가 자신의 대답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신경 쓸 바가 아니었다.


창에 비친 그 젊은 남자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대인기피증이란 편안하게 느껴지는 단어였다.


지금 코끝으로 전해져 오는 달콤한 뒤에 푸른 싱싱함이 그 어떤 사람보다 그 어떤 관계보다 더 포근하고 사랑스러울 뿐이었다.


100층의 각 층을 꼼꼼히 살피는 게 하루 만에 끝나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빌딩전체가 전자동시스템이라는 사실을 고려하건데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만 빼곤 말이다.


토마토, 오이, 감자, 옥수수를 재배하는 층을 막 돌아보는 것을 마쳤을 때 시간은 이미 밤 아홉시를 지나고 있었다. 야채를 재배하는 층을 가장 좋아했기에 마치 예술품을 감상하듯 열매 하나 하나에 정성스런 시선을 보내다 보니 좀처럼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괜히 오늘만은 직원들을 피하고 싶어 점심과 저녁까지 건너뛰며 각 층 속으로 숨어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정시 퇴근시간인 저녁 다섯 시 이후로는 모든 스마트통신수단을 차단해버렸기에 오전에 자신을 졸랐던 에이미나 다른 여직원들의 귀찮은 연락을 모두 피해버렸다.


손목에 있는 스마트 패드를 열어 통신란을 보니 열 두개의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굳이 열어보고 싶은 생각이 없어 그대로 놓아두었다.


제시가 삼호 빌딩을 나온 것은 밤 아홉시 반이 되어서였다. 그가 빌딩 1층의 현관유리문을 나왔을 때 뒤로 철커덕하고 잠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로써 100층 짜리 3호 빌딩은 무인 빌딩이 되었다.

제시는 천천히 야외주차장으로 걸어갔다. 흰색 현대세단 미러클이 외롭게 그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가 차에 다가가자 차문이 자동으로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잔잔한 재즈음악과 함께 각 계기판의 불이 들어왔다. 그의 두 손이 천천히 휠을 잡았다.


2100년의 대부분은 공중비행 자동차에 무인 자동운전 자동차를 기본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스피드에 미쳐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지상으로 달리는 차 게다가 수동운전을 더 선호했다. 대부분의 차들이 하늘을 도로처럼 이용하는 관계로 지상의 도로들은 그만큼 한가해 졌기 때문에 시속 400~500킬로도 거뜬히 달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던 것이다.


하지만 제시는 앞의 그 어느 것 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자동운행 시스템같은 인공지능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고 반하는 성격인지라 그는 자동조종시스템이 있음에도 한번도 사용하지 않고 수동시스템으로 몸소 운전하는 것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의 차를 한번 이라도 탔던 사람들은 그를 멸종위기종이라고 농담을 하곤 했다. 제시는 잠시 망설였다. 피닉스로 가야하나 아니면 반대방향에 있는 마을, 자신의 집이 있는 펄롱으로 목적지를 해야할지 고민했다.


그는 이내 고민을 지우고 차를 오른쪽으로 틀었다. 부드러운 엔진소리와 함께 차는 펄롱을 향해 나갔다. 어둠만이 가득 찬 텅 빈 고속도로 삼십 여분 정도 달렸다. 시속 200킬로미터 땅위 도로에 속도제한이 없어진지는 수십 여년도 더 되었지만 제시는 그 자신이 정한 속도의 한계에 더 없이 만족하고 있었다.


‘삐’소리와 함께 차가 메시지가 하나 들어왔다는 소리를 친절하게 해주었다. 제시는 잠시 망설이다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말했다.


“보여줘!”


차 앞 유리 오른쪽 편에 홀로그램 영상이 나타났다.


“제시! 도대체 하루종일 연락도 안되고 뭐야! 나 폭발하기 직전이야.”


갈색머리의 이십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는 화려한 파티의상을 입은 채 약간 취한 모습이었다. 화났다는 표정과는 거리가 먼 귀여운 표정으로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제발..제발..이번 다시는 부탁하지 않을 테니 이번 파티에만 꼭 와줘...응? 내가 이렇게 빌께...제발..제발...“


영상은 입술을 뾰족 내밀며 뽀뽀라도 하려는 에이미의 모습을 끝으로 사라져버렸다.

제시는 미간을 찌푸리며 아랫입술을 지그시 물었다. 모두들 자신과 어느 정도를 거리를 두는데 반해서 그가 어떤 외톨이적인 행동을 해도 한결같이 그에게 더없이 다정하게 대하는 에이미였다. 물론 그녀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자신의 마음은 그것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차가 속도를 늦추더니 ‘끼이익’소리를 내며 180도로 머리를 틀었다. 그리고 어둠속 너머의 피닉스를 향해 조용히 속도를 높혀 갔다. 시계는 아홉시 사십 이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피닉스 외곽도로에 들어선지 이 삼분이 되었고 주위에 가로등불빛이 은은하게 사위를 분간할 수 있게 했다. 머리 위 저 높은 곳에서는 비행자동차들이 심심치 않게 줄을 만들며 날아가고 있었지만 지상 이곳은 자신이외에 어떤 차들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몇 주째 악몽에 시달려 제대로 잠을 못 잤을 수도 있었고 아니면 빈속에 기력이 없었을지도 몰랐다. 가로등의 불빛들이 주기적으로 단조롭게 눈에 들어오자 눈꺼풀이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그리고 갑자기 정신이 확 들 수 있게 붉은 충격경고등이 차안을 붉게 물들였고 귀에 날카로운 경고음이 찔러들어왔다.


‘이게 뭐지, 다시 악몽인가?’ 하고 머릿속이 해석을 하는 동안

갑자기 귀를 찢는 굉음이 들려왔다.


‘쾅.’


뒤이어 눈앞이 화끈거리며 사방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시야가 검붉어지다가 찰나간에 칠흑같이 깜깜해졌다. 왜 온몸이 불타는 듯이 화끈거리는 지 채 의문을 갖기도 전에 모든 것이 사라져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BE Hell (Baby Earth)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 BE Hell-23 20.07.01 14 0 10쪽
22 BE Hell-22 20.06.29 14 0 10쪽
21 BE Hell-21 20.06.26 17 0 9쪽
20 BE Hell-20 20.06.24 18 0 10쪽
19 BE Hell-19 20.06.22 15 0 8쪽
18 BE Hell-18 +2 20.06.19 27 1 7쪽
17 BE Hell-17 20.06.17 35 0 8쪽
16 BE Hell-16 20.06.15 29 1 7쪽
15 BE Hell-15 20.06.12 20 1 9쪽
14 BE Hell-14 20.06.10 30 1 10쪽
13 BE Hell-13 20.06.08 17 1 9쪽
12 BE Hell-12 +2 20.06.05 24 2 8쪽
11 BE-Hell-11 +2 20.06.03 36 0 11쪽
10 BE Hell-10 +2 20.06.01 28 1 10쪽
9 BE Hell-9 +2 20.05.29 24 2 10쪽
8 BE Hell-8 +2 20.05.27 25 3 9쪽
7 BE Hell-7 20.05.25 21 1 8쪽
6 BE Hell-6 +2 20.05.23 25 0 8쪽
5 BE-Hell-5 20.05.22 19 4 8쪽
4 BE-Hell-4 20.05.20 18 3 8쪽
» BE Hell-3 20.05.18 29 2 10쪽
2 BE Hell-2 +2 20.05.15 25 2 9쪽
1 Be Hell-1 +4 20.05.14 54 7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