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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사랑 님의 서재입니다.

BE Hell (Baby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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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사랑
작품등록일 :
2020.05.14 22:25
최근연재일 :
2020.07.01 20:01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552
추천수 :
32
글자수 :
89,271

작성
20.06.10 20:08
조회
29
추천
1
글자
10쪽

BE Hell-14

SF 호러 장르의 정통 소설입니다.




DUMMY

[그런데 캡틴. 제가 나설 일은 아니지만 가족이 그렇게 보고 싶으면 왜 가족들을 이곳으로 부르지 않죠. 캡틴으로서 충분히 그럴 수 있는데 말이죠. 가족들을 옆에 두고 같이 지내시면 되잖아요. 어차피 3년 후면 지구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이주해 올 건데 캡틴의 특권으로 미리 그 시간을 당길 수 있잖아요.]


루시의 치기어린 목소리엔 잔뜩 궁금증이 살아 있었다. 미카엘은 정말 자신의 딸이 곁에 있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더없이 자상하게 대답해 주었다.


“루시! 어쩌다 보니 내가 이일을 하게 되었지만 나는 우주라면 지긋지긋해. 게다가 우주에서 있을 때면 예전부터 왠지 모를 불안감을 항상 가지고 있었어.


그래서 그런지 절대로 가족들만은 우주로 발을 디디게 하고 싶지가 않아. 뭐 전혀 근거 없는 바보 같은 생각이지만 그 생각이 그렇게 결심하게 만드는 데 어떡하겠어.


계약이 끝나는 삼년 후면 나도 이곳을 떠나 러시아의 내 고향에서 죽을때까지 정착할 생각이야. 이 우주는 보는 것 만으로 충분하지 더 이상 그 속에서 가까이 하고 싶지는 않아."


루시는 이해를 했는지 안했는지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미카엘은 루시가 진짜 여자아이면 아주 난감한 표정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저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딸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루시. 우주는 인간들의 현재 과학으로도 설명이 불가능하고 상상으로도 접근할 수 없는 신비로 가득차 있는 곳이야.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모험으로 여기고 견뎌 낼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즐기는 용기를 가지고 있지만 난 그런 사람이 아니거든.


난 오히려 구시대의 사람이고 겁쟁이라고 할 수 있지. 그래서 나는 우주가 생리에 맞지 않는 거야. 그런데 어떻게 가족을 이곳에 부르겠어.


우주는 말이 정말 차가운 곳이야...시베리아의 추위는 뼈를 얼릴뿐이지만 우주는 영혼까지 얼려 버리지.”"


자기가 내뱉은 가족이란 말에 갑자기 그리움과 외로움이 화산처럼 솟구쳐 올라왔다. 루시의 음성이 차분하게 그를 다독거렸다.


[누가 뭐라해도 캡틴은 절대로 겁쟁이가 아니예요. 지금 지구인을 대표해서 여기 우주에 나와 있잖아요.]


그녀의 음성에는 존경과 자부심이 섞여 있었다.


“그렇게 말해 주니 쑥스럽군.”


미카엘은 오른손으로 자신의 수염을 쓸어내렸다.


[괜히 어린 계집애처럼 부끄러워 하지 말아요.]


“하하하하하..”


미카엘은 루시가 던진 한마디의 농담에 잠시동안 숨이 넘어갈 듯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눈가에 눈물이 맺혀졌을 때 간신히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한바탕 호쾌하게 웃고나니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이 조금은 씻겨져 나갔다.


“고마워! 루시. 정말 이게 필요했어.”


[천만에요. 오히려 저의 기쁨이예요.]


루시는 아주 예의바르게 인사를 건넸다.

캡틴은 침대위에 누웠다. 그러자 실내의 조명이 천천히 꺼졌갔다.


“루시 부탁해!”


루시의 목소리가 어둠속에서 잔잔하게 울려왔다.


[내 이름을 이쉬메일이라고 불러줘. 몇 해전에 - 정확하게 얼마나 오래인지는 신경쓰지마 -


내 지갑에는 거의 돈이 없었고 육지에는 나를 흥미롭게 만들 것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얼마동안 배를 타고 항해하고 물로 된 세상을 보려고 했지.


이것이 내가 지루한 생활에서 벗어나고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방법이었어...]

루시는 매일 밤 그가 제일 좋아하는 백경 모비딕을 수면제 대신에 읽어 주고 있었다.


한편 그 시각 주디는 여전히 밤을 잊고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녀가 가장 아끼는 민트색 잠옷을 입고 있었지만 전혀 잠을 잘 기색은 없었다. 침대머리맡 벽에 등을 기댄 채 열심히 홀로그램 모니터에 정신을 쏟고 있었다.


“주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어?”


허공에서 같은 또래의 밝은 여자의 목소리가 곧바로 튀어 나왔다.


[응. 시뮬레이션 결과 이만명의 인구를 수용하고 지구의 보급지원 도움이 없다면

5년 8개월 24일 13시간 25분 17동안 자급 자족할 수 있어. 플러스 마너스 2분 정도 오차를 두고 말이야.]


“내년의 개발되는 최신 리사이클링 기술을 적용해도 말이지?”


[이론적으로 그 기술을 BE에 적용해도 리사이클링 비율은 83에서 87페선트 정도밖에 상향되지 않아. 그러니 자급율 또한 그렇게 오래 늘어나지는 않아.]


“그렇다면 지구가 아니라 또 다른 BE2, BE3가 서로 보급 지원을 해준다고 했을 때 몇 개의 BE가 있어야 100%의 자생력을 보유할 수 있지?”


루시는 또다시 시뮬레이션에 들어갔는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주디 역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삼십초가 지났을 때 루시가 음성을 열었다.


[시뮬레이션 결과 지금 현재의 기술력으로 BE가 일곱 개 이상이면 지구의 도움이 전무해도 BE간의 상호 지원으로 백퍼센트의 생존율을 보유할 수 있게 돼. 물론 BE가 많으면 많을수록 보급자원들은 여유가 생기게 되겠지.]


“휴우.“


주디가 대답 대신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엔 도대체 뭐가 문젠데]


루시가 약간 짜증이 난 듯한 투로 물었다.


“말이 BE 일곱 개지. 하나 만드는 것도 최종완성까지 생각하면 40년이 걸린다고 예상하면 나머지 여섯 개를 만드는 데 몇 년이 걸린다는 거야?”


주디는 감당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뭐든지 제일 처음 만드는 것이 제일 시간이 소요되지 두 번째 세 번째 계속 만들어 나갈때는 처음 시간의 몇배로 줄어드는 것이 상식이지.


아마 8년이 지나 BE가 최종완성되고 성공하게 되면 그 이후로 나머지 여섯 개의 BE를 만드는데는 20년도 채 안 걸릴거야. 게다가 그것들 모두는 지금 만들고 있는 BE보다 훨씬 업그레이드 되어 있을 것이고 몇배나 커져 있을 걸.]


루시는 친동생을 달래듯이 자상하게 전해져왔다.


“정말 그럴까?”


주디가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어조로 반문해왔다.


[내가 누구야? 지구상의 모든 컴퓨터를 합한 것 보다 더 똑똑한 A.I 루시야. 내 말이

틀림없어.]


주디는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상상해 봐! 루시.”

[미안하지만 아직 상상하는 기능이 없어 힘들겠지만 최선을 다해 보지.]


“태양계 곳곳에 지구에서 명왕성 근처까지 수십 수백 수천개의 미니지구가 자리잡고 수백억으로 늘어 난 지구인들이 자리 잡고 살아가면서 서로 왕래하고 번성하는 모습들을. 황량하게 비어있는 우주공간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체들로 활발한 태양계를... ”


그녀는 상상만으로 벅찬 듯 두 손으로 가슴 앞으로 가져가 마주 잡았다.


[주디. 너는 정말 문제야.]


“뭐가?”


주디는 허공으로 고개를 들며 궁금증을 표했다.


[항상 일..일...일..넌 한마디로 일중독의 여왕이잖아. 그렇게 안해도 BE는 잘 돌아가 내가 잘 돌보고 있으니까. 일은 좀 줄이고 연애에 신경 좀 써. 도대체 남자 사귄지가 얼마나 된거야?]


루시가 핀잔투로 말했다. 주디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아마 공룡이 지구를 산책하고 있던 시절?”


주디는 자신의 농담에 흡족하다는 듯 킥킥 웃었다.


[휴우. 못말려.]


루시는 A.I 답지 않게 길게 한숨을 표했다.


[정말 정신차리고 연애에도 신경 좀 써. 사실 이러면 안되지만 보수지원팀의 엔지니어인 앤디 탐슨이 너한테 관심이 많다는 거 알아?]

“누구?”


[앤디 탐슨!]

“패스.”


주디는 단호하게 딱 잘라 말했다.


[축산관리팀의 제프슨 고프리는 어때? 꽃미남 스타일인데 그 남자도 너한테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어.]


“패스. 잠깐 그런데 어떻게 그런 사실을 알고 있지. 아니지 루시 너라면 알 수는 있지. 하지만 나한테 얘기하면 안되는 거 아냐? 개인 신상 보호 코드를 깨면 안되잖아.”


[내가 오죽 답답하면 아니 내가 주디 너를 얼마나 생각하면 그 코드를 약간 수정하면서 얘기하겠어.]


루시가 답답하다는 듯 대답했다.


“알아..알아..알았으니 그만하자.”


주디는 이제 자겠다는 듯 홀로그램 화면을 꺼고 침대위에 눕고 담요를 가슴까지 올렸다.

[우즈씨는 어때?]

“우즈? 티모씨 우즈?”


감으려고 했던 주디의 눈이 다시 뜨였다.


[그래. 야생적이고 터프하게 생겼잖아. 너의 가녀린 이미지 보호본능을 채워줄 수 있는 남자. 어때?]

“할말없다.”

[왜? 우즈씨가 널 얼마나 짝사랑하는데.]

“너 그것도 개인비밀보호 코드를 깨는 정보 누출이다.”

[흥. 그건 굳이 정보누출을 하지 않아도 너의 옆에 바짝 붙어서 졸졸 따라다니고 있는 우즈씨의 모습을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거다. 너를 보는 우즈씨의 눈빛과 표정을 한번 제대로 살펴봐 그럼 알 수 있을 테니.]

“우즈씨라..우즈씨라...별로.”


그 말과 함께 주디는 잠을 청하려는 듯 두눈을 지그시 감았다.


[혹시 다른 좋아하는 다른 사람이 있는 거 아냐?]


주디는 다시 두눈을 뜰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잠좀 자자..나 자야 할 시간 늦은 거 알지.”

[어어..이거 정말인가 본데. 주디 너의 순간 맥박리듬과 뇌파 변호가 요동 친 거 알아?]

“건강 체크하라는 것을 거짓말 탐지기로 대용하는 것은 반칙아냐?”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난 주디를 나의 베스트 프렌드로 생각했었는데

주디 넌 나한테 그런 사실을 비밀로 하다니 정말 실망이야.]


루시는 잔뜩 삐진 투로 말을 내뱉었다. 주디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하면 내가 잘 수 있도록 조용해 줄래?”

[물론이지. 그래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데 누구야?]


주디는 두눈을 계속 감은 채 대답했다.


“그렇다고 했다. 그걸로 만족해. 베스트 프렌드라도 서로 지켜줘야 하는 프라이버시가 있는 거 알지?”


루시는 주디의 엄포에 한발자국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알았어. 알았어. 나중에 얘기해 줘야 돼. 그럼 잘 자.]

“그래 굿 나잇!”


주디의 말 뒤로 실내등이 천천히 어두워졌다. 그리고 사방 벽면위로 무수한 별들이 반짝이며 드러나기 시작했다.


어둠속에서 그 누군가를 생각하는 지 주디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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