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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사랑 님의 서재입니다.

BE Hell (Baby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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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사랑
작품등록일 :
2020.05.14 22:25
최근연재일 :
2020.07.01 20:01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566
추천수 :
32
글자수 :
89,271

작성
20.05.15 20:04
조회
25
추천
2
글자
9쪽

BE Hell-2

SF 호러 장르의 정통 소설입니다.




DUMMY

“맙소사!”

“우리 아직 안탔어요!”

“이런 제기랄.”


왼쪽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절망에 찬 탄성을 내지르는 소리들이 전해져왔다.


“비상탈출 프로토콜오류...비상탈출 프로토콜 오류...모두 비상 탈출정에 신속하게 탑승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담의 목소리가 장내 전체가 크게 울려퍼졌다. 비상 탈출정 옆 복도 창문으로 탈출정들이 하나둘 우주로 빠져나가는 게 보였다. 놀랍게도 사람들이 전혀 타고 있지 않는 탈출정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프로그램 오류로 사람을 싣지 않은 탈출정들이 시간을 두고 연차로 사랑호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미스터 제시. 시간이 없습니다. 신속하게 탑승하시기 바랍니다.”


아담의 목소리는 더욱 위급해지는 상황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아뇨. 아빠와 엄마를 기다릴래요.”


다급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점점 제시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패트릭 부부님은 현재 다른 탈출구명정에 탑승해서 탈출 중입니다. 어서 이 탈출정에 탑승하십시오. 그럼 영상통신이 가능합니다.”


제시는 그말을 듣자 마자 망설이던 마음을 지우고 탈출정안으로 들어갔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로 옆까지 다가왔던 것이 무엇에 밀린 것처럼 안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었다.


제시가 안기도 전에 등뒤에 문이 스르르 닫혔다. 제시가 몸을 돌리자마자 좁은 유리문을 통해 남자의 다급한 모습이 보여졌다.


“얘야...문 좀 열어 줄래. 얘야! 문 좀 열어!”


마흔 중반쯤 보이는 남자는 코밑으로 덥수룩한 수염을 기루고 있었다. 더없이 점잖아 보이는 모습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길렀는 것만 같았다. 온화한 모습은 온데 간데 없이 핏발이 굵직하게 꿈틀거리는 이마에 두 눈은 붉게 충혈된 게 현재 고문이라도 당하고 있는 표정이었다.


‘쿵..쿵’‘


그의 손이 유리창을 부술 듯 힘차게 때리고 있었고 그의 손 어딘가가 찢어 진 듯 핏물이 유리창에 지문을 새기고 있었다.


“문열어...문열란 말이야!”


제시는 그의 광적인 모습에 전신이 얼어 붙었다. 평소의 명석할 때도 비상탈출정의 조작법을 알수 있을까 의심스러운데 완전히 공포에 짙눌러 버린 관계로 문을 연다는 생각은 꿈에도 상상할 수 없었다.


오히려 밖에서 입에 거품을 물고 달려드는 남자가 사람이 아니라 괴물로 보이는 중이었다. 눈두덩이 주위가 갈라지고 피를 흘리며 얼굴전체가 이그러진 우주괴물...


제시는 귀를 막은 채 최대한 몸을 움츠렸다.


‘슈슉~’


그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비상탈출정은 바람새는 소리를 내며 사랑호와의 연결고리를 풀고는 사랑호에서 점점 멀어져 우주로 스며들어갔다.


게슴츠레 눈을 뜬 제시의 시야에 절망에 찬 우주괴물이 흐릿하게 보였다. 마치 자신의 힘으로 우주선의 창문을 부술 수 있다는 듯 미친 듯 내리치고 있었다.


사랑호와의 거리가 삼십여미터 떨어졌을 때 우주선의 창문은 피로젖은 채 그 사람의 흔적은 없어져 버렸다. 대신 우주선의 몸체에서 잇단 폭발과 함께 불길이 점점 더 크게 번져가는 것이 보였다.


그의 왼쪽으로 잇달아 비상정들이 우주속으로 탈출하는 것이 보였다. 사람들이 타고 있든 비어있든 상관없이 무심하게 이탈하고 있었다.


제시는 어느 정도 마음에 안정이 되자 다급하게 AI를 불렀다.


“아담! 아빠 엄마는?”


기대와 달리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12살에게 침묵은 너무나 무거운 존재였고 우주속의 침묵은 더욱 더 무거울 뿐이었다.


“아담! 아빠..엄마는...?”


그의 목소리가 어느새 촉촉이 젖어들어 갔다.


"미스터 제시. 지금 앤더슨 부부에게서 온 영상이 있습니다. 지금 확인하시겠습니까?“

더없이 사무조의 음성이 허공 속으로 흘러나왔다.


“지금 당장.”


제시는 다급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 홀로그래픽영상이 나타났다. 패트릭과 앤지는 서로 포옹을 한 채 선체 어느 구석엔가 쪼그려 앉아 있었다.

패트릭은 선실내부 카메라를 올려다 보며 다급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제시! 사랑하는 제시야. 미안하구나 비상정으로 가는 모든 길이 막혀버렸단다. 널 혼자 내버려둬서 미안해...무슨 일이 있더라도...항상..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고....사랑...”


이백미터가 넘는 대형 우주선의 몸체가 두동강이 났다. 영화속이라면 거대한 폭발음이 효과음으로 배경을 자리잡았겠지만 진공상태의 우주에서는 눈앞의 지옥같은 현상과는 대조적으로 고요하기만 했다.


불기둥이 절정에 달한 듯 확 치솟다가 이내 사그라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눈앞의 영상 또한 사라져버렸다.


“아담...아담...아빠와 엄마는?”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채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


“죄송합니다. 앤더슨 부부는 탈출정이 있는 곳까지 다다르지 못했습니다.”

“뭐야...거짓말을 한거야.. 어떻게 그럴수가 있지? 왜 왜 엄마와 아빠가 비상정에 탔다고 거짓말을 한거야. 왜..”


“앤더슨 부부가 비상정으로 무사히 올 수 있는 확률은 제로였습니다. 미스터 제시를 무사히 비상정에 태우기 위해서 부득히 하게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정말...죄...소...”


아담의 목소리가 갑자기 길게 늘어지다가 이내 뚝 끊겨 버렸다.


앞부분 선체의 머리 부분에서 또 한번의 폭발이 일어났고 그것은 아담의 인공지능 본체를 산산조각내 버렸던 것이다.


어느새 눈앞의 사랑호는 그 본체를 상상할 수도 없을 만 큼 수백, 수천조각으로 크고 작은 쓰레기 부스러기가 되어 우주 속을 천천히 떠다녔다. 몇몇 큰 조각들에 불길이 여전히 맹렬했지만 처음과 달리 점점 줄어들고 있는 중이었다.


“아빠?...엄마?..아담?..”


제시는 울먹이며 몇 번이나 불러댔지만 우주는 아무런 답도 들려주지 않았다. 울다가 지쳤는지 충격에 기절했었는지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지 못한 채 제시는 몇 번이나 의식을 깨웠다 잃었다 반복했다. 너무나 울어서 그런지 타는 갈증을 느끼며 눈을 떴다.


탈출정 의자 아래에 비상용품함이 있었고 그곳에서 물병을 꺼내 들었다. 우주유람선을 타기 전에 이미 교육받은 내용이지만 설마 실제로 이렇게 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진공상태인지라 병에 딸린 빨대로 물을 힘껏 빨아 마셨다.


그 와중에도 그의 눈길은 자연스럽게 더없이 어두운 우주 밖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어둠속에 무엇인가 꿈틀대었다. 제시는 자신이 물을 마시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린 채 잡고 있던 물병을 놓쳐버렸다.


물병은 그 자리에서 천천히 유영하기 시작했고 몇방물의 물도 떨어져 나왔다. 제시는 온 신경을 두 눈에 집중한 채 창문 밖을 노려봤다.


어둠속에 꿈틀대는 뭔가는 점점 더 커지며 비상정의 창문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무엇인가 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을 때 그 물체는 어느샌가 유리창 앞으로 바짝 붙어 있었다.



‘헉!’

제시는 유리창 앞에서 천천히 뒹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한 순간 비명소리를 내뱉었지만 입만 벌리고 있을 뿐 아무런 소리도 내뱉을 수가 없었다. 유리창 앞에 천천히 떠다니고 있는 것은 바로 한 구의 시체였다.


불에 타고 짖이겨져 원래의 모습을 전혀 확인 할 수 없었지만 분명 시체였다. 창문을 통해 불에 그을린 하체가 먼저 지나가고 천천히 돌며 상체의 등을 비쳐주었다. 곳곳에 새어나오던 피들이 하얗게 얼어붙어 있었다.


제시는 두 눈을 감고 싶었지만 보이지 않는 손이 그의 머리를 꼭 붙들고 눈꺼풀마저 조종하고 있는 듯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느샌가 한 바퀴 다시 돈 시체의 얼굴이 천천히 유리창에 비쳤다. 두개골이 반쯤 부셔져 얼어붙은 뇌를 보이다가 천천히 앞으로 돌리며 얼굴을 드러냈다.


‘아~~~’


비명소리가 아니라 아빠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뇌의 중추신경이 언어능력을 마비시킨 듯 뒷말을 잇지 못했다. 그 시체는 곳곳에 상처와 피투성이에 얼어붙은 얼굴이었지만 패트릭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제시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진공상태라 눈물은 이내 방울방울 허공으로 산개해 갔다.


그때였다. 두 눈을 감고 있던 패트릭의 눈꺼풀이 위로 치켜 올라갔다. 동공은 파괴되고 없어졌는지 검붉은 두 개의 동굴만이 제시를 노려보고 있었다. 짓이겨져 원래의 형상을 구분하기 힘든 입이 피와 살조각들을 허공속에 뿌리며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시...사, 랑. 한. 다.”


죽은 아버지의 목소리는 아담의 목소리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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