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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Hell (Baby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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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사랑
작품등록일 :
2020.05.14 22:25
최근연재일 :
2020.07.01 20:01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554
추천수 :
32
글자수 :
89,271

작성
20.06.12 20:06
조회
19
추천
1
글자
9쪽

BE Hell-15

SF 호러 장르의 정통 소설입니다.




DUMMY

Chapter 8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자신도 모르게 기절을 한 듯 제시는 멍한 상태로 좀처럼 제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 지 왜 여기에 있는 지 희미한 채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게 큰 실수였다.


사방이 어둠 컴컴한 공간이었고 별과 커다란 달빛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이 등지고 있는 뒤쪽도 똑같은 우주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가까스로 추스렸던 정신이 다시 혼미해지며 고개를 세운 무릎사이로 쳐박았다.


아래 우주공간과 자신을 막아주는 것은 너무나 투명한 유리벽 뿐이었다. 두눈에 힘을 잔뜩 준 채 굳게 감았다. 그렇지 않으면 순식간에 아래 유리가 금이 가 산산이 부서져 나가고 자신은 우주공간으로 그대로 빨려 나갈 것만 같았다.


심장이 답답해 미칠 것 같아 가슴을 벗어나고 싶다는 듯 마구 쳐댔다. 머릿속 또한 전기톱으로 뇌를 잘라내는 듯 윙윙거리며 울렸다. 가슴이 울렁 대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폐가 자신의 할 일을 잊고 마비가 오는 지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배속에서 뜨거운 용암덩어리가 꿈틀대는 것 같더니 순식간에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우웨액~’


무릎을 꿇은 채로 그대로 바닥위에 고개를 꼬라박은 채 토하고 말았다.

먹은 게 없으니 묽은 위액만이 유리바닥 위를 적셨다. 여전히 감은 두 눈 사이로 눈물이 새어 나왔다.


‘우웨액~’


몇 번을 그렇게 토했는지 모르지만 누군가 자신의 목을 점점 새게 조르는 듯 숨 구멍이 막혀지고 얼굴이 터질 듯 붉게 달아 올랐다. 그리고 그 한계를 지나자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 시각 지구 반대편 아일랜드의 서쪽 작은 마을 킬키(kilkee)의 해안에는 커다란 성하나가 있었다. 바로 맥카시 성이었는데 랜디 맥카시가 자신의 할아버지가 이곳에서 살았고 자신들의 가족 역사가 이곳에서 유래되었다고 해서 이곳의 땅을 모두 구입했고 해변 한 지역에 성을 세운 것이었다.


수 십 개의 창문들이 굳게 닫혀 있는 이곳 사 층 랜디의 집무실은 우주공간만큼이나 어두웠다. 사랑하는 손녀를 잃은 후로 그는 예전의 랜디 맥카씨가 아니었다.


사람들의 경의와 숭배를 즐기며 일을 해온 그가 사람 만나는 것이 싫어 이곳에 칩거해 있는 중 이었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완벽한 모습을 보여 줄 자신이 없어 이렇게 피해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는 붉은 색 가운을 입은 채 자신의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등이 높은 의자위에 몸을 파묻다시피 한 채 책상위의 대형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옆에 놓여 있는 샌드위치와 밀크 티는 한참 전부터 차갑게 식혀져 있었다. 그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시멘트 부스러기처럼 말라비틀어지고 부석거렸지만 그의 눈빛만은 금방이라도 레이저를 쏘아 내 모니터를 녹여 낼 것처럼 뜨거웠다.


“그래...그래...그렇게 고통을 느껴봐라...나의 고통이 산이라면 너의 고통은 바다가 될 것이고 우주만큼이나 커져가게 될 것이다.”


그의 바짝 말라붙은 잿빛 입술이 꼬리를 비틀며 올라갔다. 절대로 보고 싶지 않은

공포스런 미소였다. 그는 화면속의 제시가 전신을 부들부들 떨다가 토하는 모습을 보고는 다시한번 히죽 미소를 떠올렸다.


“좋아...좋아...”


화면에 번들거리는 그의 눈동자가 까만 벽속에 박혀있는 듯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존재가 아니라 허공에 걸어 놓은 장식물처럼 전혀 생기를 느낄 수가 없었다.


“앤더슨씨, 일어 나세요.”


단조로운 여자의 음성이 그의 신경을 자극했고 곧 정신이 들게 만들었다. 제시는

힘들게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머리가 거미줄에 걸려 버린 듯 더없이 무겁고 끈끈하게 느껴지는 가운데 힘겹게 세우려 했다.


‘여기가 어디?’


그는 속으로 간신히 의문을 떠올리며 자신의 모습을 살펴 보았다. 한쪽 모퉁이에 벽을 보며 몸을 웅크린 채 누워 있었다.


“앤더슨씨, 어서 일어나세요.”


또 다시 여자의 감정없는 목소리가 전해져왔다. 그제서야 시선을 돌려 맞은 편 벽을 쳐다보았다. 그곳 유리창 너머에는 죠앤이 그를 내려다 보며 재촉하고 있었다.


제시는 단번에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몸은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 져 있었다. 아니

온몸에 신경이 다 끊어진 듯 힘을 느낄 수가 없었다.


“앤더슨씨, 어서 일어나지 않는다면 강제로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 목소리에는 감정이 실려 있었다. 그녀가 사람이 아니라 더없이 차가운 로봇같이 느껴졌다.


제시는 두 팔을 부들부들 떨며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벽에 등을 기댄 채로 힘겹게 서기 시작했다.


“벽에 기대지 말고 중앙에 와서 똑 바로 서세요.”


제시는 등뒤 벽과의 아쉬운 작별을 하고는 힘이 좀처럼 실리지 않는 발걸음으로 한발 한발 비틀거리며 나아갔다. 다행히 워낙 좁은 방이라 좁은 네 걸음을 디디자 방 중앙에 도착할 수 있었다.


“똑바로 서세요.”


제시는 최대한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고 그 덕분에 간신히 몸을 바로 세울 수 있었다. 그리고 죠앤과 제시의 시선이 일직선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제시가 입을 열었다.


“저 좀 도와 주세요. 뭔가 분명히 잘못 되었어요. 제가 여기 있을 이유가 없거든요.”


제시의 눈빛이 더 없이 간절해 졌다. 반면에 죠앤의 눈빛은 인형에 붙여 놓은 눈인냥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녀의 입술만이 짧게 움직였다.


“뒤로 돌아 주세요.”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자신의 목덜미에 누가 얼음을 갖다댄 듯 움찔 할 수 밖에 없었다. 제시는 그나마 간신히 모았던 힘이 스르르 바닥으로 빠져가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몸을 돌렸다.


“정말 큰 오해가 있는 거예요...”


더없이 실망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제시 자신도 어떤 얘기나 변명도 쓸모없다는 불행한 예감 때문에 눈앞이 깜깜해 지는 것을 느꼈다.


‘덜컹’


방이 기계음과 함께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뒤이어 눈앞의 하얀벽 중앙이 다시 갈라지기 시작하며 시커먼 우주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안... 돼...”


제시는 더 이상 서있을 수가 없었기에 그대로 털썩 주저 않고 말았다. 바닥이 꺼져내릴 것 만 같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의 위태로운 몸을 넉넉히 받쳐주고 있었다.


제시가 어떻게 되든 작은 유리방은 완전히 열린 벽을 제치고 우주공간으로 거침없이 나갔다. 어느새 안쪽 유리벽 역시 홀로그램으로 바깥 우주공간을 완벽하게 흉내내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그 안쪽 공간 유리창 너머 죠앤의 모습이 가려졌다.


바로 그때 호프먼이 나타나 죠앤의 옆에 다가왔다.

밖에서는 안을 보지 못해도 안에서는 밖을 완벽하게 볼 수 있는 구조라 두 사람은 밖으로 돌출 된 유리방 바닥에 쓰러진 제시의 모습을 주시하고 있었다.


“영양분은 주사했지?”


“예. 신체건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게 충분한 수분과 영양을 공급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 될까요?“


제시를 바라보는 죠앤의 눈동자가 잔잔히 떨렸다.


“기절..경련..구토..이게 익숙해지면 그에 대한 육체적 저항력이 생길 것이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정신적인 고통이 시작되겠지. 환각, 정신착란, 자해, 그리고 사망의 순서대로 가는 거지? 이르지 않겠어?”

“늘 예상되는 데로 진행되는 군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말이야.”


죠앤은 자꾸 분위기 파악 못하고 떠오르는 미소를 간신히 참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또다시 식물 경작실의 버섯들의 식량으로 가는 거겠죠.”

“그래서 이곳의 버섯들이 특별히 맛있는 거야. 조안 박사.”


죠앤은 고개를 끄덕이며 적극적으로 동의를 표했다.


“다른 프로젝트들처럼 영상이나 다른 기록으로 못 남기는 게 참 아쉽네요. 박사님.”

죠앤은 ‘두고두고 감상할 수 있을 텐데..’라는 말을 간신히 다시 삼켜 넣었다.


호프먼은 오른 손을 들어 앙상한 자신의 검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그리고 자신의 오른쪽 머리를 툭툭 쳤다.


“비명소리부터...눈물, 피 한방울 조차 빠지지 않고 전부 이 속에 생생하게 남겨져 있으니 너무 아쉬워 마. 이 방에서 벌어지는 일들 중에 내가 목격하는 장면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이 속에 기록되고 절대로 잊혀지지 않을 거니 말이야.“


죠앤은 최면에 걸린 듯 고개를 돌려 호프먼의 옆모습을 쳐다 봤다.

그녀의 얼굴은 온통 감탄과 경의로 가득차 있었다.


“나중에 지구로 돌아가면 이 모든 기억들을 다시 꺼 집어 내 생생한 영상으로 재탄생할 수 있으니 아무 걱정도 하지 말게.”


그녀는 신을 훔쳐보는 듯한 표정을 한동안 지우지 못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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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BE Hell-13 20.06.08 17 1 9쪽
12 BE Hell-12 +2 20.06.05 24 2 8쪽
11 BE-Hell-11 +2 20.06.03 3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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