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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연재소설

마왕이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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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작품등록일 :
2023.05.10 15:38
최근연재일 :
2023.07.19 16:35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1,280
추천수 :
33
글자수 :
321,904

작성
23.05.1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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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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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4쪽

5_ 용사훈련

DUMMY

“으허어억!”


화들짝 놀라서 깨고 나니 내 방 침대였다.

옆에는 레온 형이 의자에 앉아서 처음 보는 책을 읽고 있다.


“깼냐?”


“와... 머리야. 뒤지는 줄 알았네. 저 어떻게 된 거예요?”


“마력고갈. 많은 양의 마력을 한 번에 사용해서 그래.

쉽게 설명하자면, 마나서클이 텅텅 비어서 그런거야.

마력이란 얘들은 기존에 만들어진 길을 따라서 쭉 줄 맞춰서 몸 안을 돌아다니거든. 앞에 있는 얘들 뒤통수만 보고. 여기까지는 이해됐지?”


“네”


“그런데, 마력을 대량으로 쓰니까, 앞서가는 얘들이 눈앞에서 갑자기 사라진거야.

평소에는 앞에 있는 녀석 뒤 따라다니기만 했으니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 채 움직이려니 ‘길이 도대체 어디야?’ 하고 마력이 온몸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니는 거야.

피부를 뚫고 나가거나, 심장으로 쳐들어가거나, 머릿속으로 파고들거나 증상이 다양하지.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마력에 데미지 입은 신체는 ‘이대로는 죽는다’ 싶어서 마력부터 제어하려고 신체의 움직임이 정지돼. 마력부터 제어하려고.

이때 운 나쁘면 심장이 멈춰 버리고, 그대로 내버려 두면 꼴까닥 하는 거지. 너 운 좋았어.”


“... 위험했어요?”


“어. 보통 사람이라면 그대로 죽었을지도 몰라. 너는 바로 심장부터 멈추더라.”


“헉.”


“뭐~ 나랑 그랑 교수님이 바로 옆에 있는데 그대로 죽게 놔두지는 않지.

어쨌든 다음부터는 진짜 조심해.

오늘 훈련은 이대로 끝내는 거로 하자. 시간도 늦었으니까.”


레온 형이 책을 덮고 일어서며 창밖을 가리킨다.

어느덧 해 질 녘이 되었다. 그런데 그보다 책 제목부터 눈에 확 띈다.


[좋은 선생님이 되는 법]


가르치는 거 못한다고 했더니 내심 충격적이었나보다.

마력 폭주 설명도 평소보다 훨씬 잘해서 이해할 만 했다.


“저녁밥은 어떻게 할래? 방으로 가져다 달라고 이야기해 줄까? 더 쉬는 게 낫겠지?”


음. 어디 아픈 거 같지는 않은데?

침대에서 조심스럽게 일어나 간단하게 움직여본다.

허리도 돌리고, 고개도 꺾어가며 스트레칭 해 본다.

딱히 아무렇지도 않다. 멀쩡한데?


“아뇨. 형. 아무렇지도 않은데요? 같이 식당가서 식사하시죠?”


레온 형이 놀라며 나를 여기저기 살펴본다.

상의를 걷어 배와 등, 팔다리도 유심히 보며 내 몸 여기저기를 눌러본다.


“와 아무렇지도 않아? 진짜네. 혈관 터진 곳 하나 없어.

용사는 뭐 신체부터 다른가? 마력 고갈로 폭주하면 일주일은 요양해야 하는데...

허~ 완전히 축복받은 신체네.”


“원래는 증상이 어떤데요?”


“마력이 부족한 건 빈혈. 마력 고갈은 최소한 몸 여기저기 멍자국.

증상이 심해서 폭주가 됐을 때는 최악의 경우 심장마비로 사망.

뭐~ 물론 보통은 후유증에서 멈추기는 해. 그런데 진짜 최악의 경우는...”


"무슨 말을 그렇게 뜸 들이면서 해요? 긴장되게..."


“폭주한 마력이 뇌로 들어가서 바보천치가 되거나, 살인으로 희열을 느끼는 미친놈이 되기도 해.”


“진짜요?”


딱 설명을 듣자마자 생각나는 게 있다. 무협 소설의 '주화입마’.

힘만을 추구하던 ‘마공의 고수’가 자신의 힘을 제어하지 못하고, 힘에 취해서 살육 기계가 되어 버리는 그것.

아~ 마력 폭주는 주화입마로 보면 되는구나. 위험한 거 맞네. 납득 완료.


“오~ 나 죽었다 살았네. 개이득.”


“헛소리하는 거 보니 멀쩡한 것 같군. 괜히 걱정했네. 그럼 밥이나 먹자고. 하하하”


“형, 죽다 살아난 기념으로 술이나 한잔하시죠!”


“응? 너 술 마셔도 괜찮겠어? 나야 좋지만. 하하하”


“한숨 푹 자고 나니까 오히려 상태가 더 좋아진 거 같아요. 그랑도 불러서 같이 마시죠!”


“그랑 교수님은 네 혈색 좋아지는 것까지 보고 왕궁에 갔어. 늦을 거라고 했다.”


“그래요? 그럼 형이랑 나랑 만 마시지 뭐~”


“ㅋㅋㅋ 죽었다 산 거. 다시 저세상으로 보내주마. ㅋㅋㅋ”


*


레온 형과 식당으로 들어간다.

오늘은 술을 코가 삐뚤어질 때까지 마실 생각이라고,

요리사에게 맛있는 식사와 술을 부탁했다.

식탁 가득하게 구운 고기 요리와 빵과 수프, 술이 준비된다.


레온 형과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레온 형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야기를 듣게 됐다.


스미트 가문은 아르카디아 왕국 동남부를 지키는 수호기사 가문.

레온 형은 다섯째 아들이라 가문을 상속하는 것은 진작부터 포기하고

기사나 용병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검술아카데미에서 각종 무기술과 용병술을 배우는 데 집중하고,

졸업과 동시에 웨폰 마스터 자격증을 따고 레온 용병단을 설립했다.

레온 형이 이끄는 용병단은 다루는 무기가 많아서 하는 일도 다양했다고 한다.

말을 흐렸지만, 문맥으로 보건데 주력은 호위와 암살이었던 거 같다.

그렇게 10년을 용병으로 살다 보니 레온 형에게는 용병왕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마왕군과의 전쟁이 시작되고-

마족은 왕국의 종교 수도이자 자애의 여신교 대성당이 있는

‘아베드’ 까지 단 한달 만에 밀고 들어왔다.

누구도 예상 못 한 진격속도였다고 한다.

아베드를 방어하던 지휘관은 갑작스러운 마왕군의 공격에 겁먹어 도망쳐 버렸고,

그 탓에 아베드는 방어다운 방어는 해 보지도 못하고 바로 빼앗겼다고 한다.


왕국은 도망친 지휘관을 군법으로 참수하고,

뒤늦게 병력을 수습해 아베드 수복에 나섰지만 결국은 실패.

일주일이 넘게 성벽을 넘어보지도 못하고 아군의 피해만 커졌다고 한다.

왕국군은 사실상 아베드를 포기하기로 한 상태.


하지만, 자애의 여신교는 종교 수도인 아베드를 그냥 포기할 수 없었고,

그때 활약한 게 우리 ‘레온 스미트’ 형이라고 한다.


*

#무시엘. 술집.


“그대가 용병왕 레온 스미트요?”


한창 술을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레온용병단들 앞에 한 사람이 다가온다.

하얀 로브를 깊게 눌러 쓴 사람.

흰 로브는 보통 성직자들이 입는 색. 레온의 말투가 조심해진다.


“맞소. 내가 레온 스미트요. 자애의 여신교에서 오셨소?”


“제대로 찾아왔군. 주변을 좀 물려 주시게.”


“잘 노는 이들을 물리긴 그렇고... 이쪽으로 오시지요. 이봐. 안쪽 방 좀 잠깐 빌릴게!”


단골 술집이 주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점원이 쉴 수 있는 휴게 공간이 나온다.


“내 집처럼 편히 앉으시죠.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로브를 깊게 눌러 쓴 자가, 로브를 벗는다.

금발 머리에 붉은 눈을 가진 남성.


“실례했습니다. 프란시스 공작가에서 오셨군요. 레온 스미트입니다.”


“만나서 반갑소. 사무엘 프란시스요.

프란시스 공작가의 첫째 아들이라고 말하는 게 이해하기 쉬우려나?”


“아뇨. 성함만 듣고 알았습니다. 그래서 어쩐 일이신지요?”


“부탁할 게 있어서 왔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마왕군에게 아베드를 빼앗긴 지 1주일 째요.

왕국군은 탈환은 힘들 거 같다고, 아베드를 포기하자고 하는데,

프란시스 공작가이자, 여신교단의 교황이라는 양쪽 입장으로도

우리는 아베드를 절대 포기할 수 없소.

우리 교단의 힘만이라도 아베드를 수복하려고 하는데, 도움이 필요하오.”


“고작... 용병단에게 아베드 수복을 해내라는 겁니까?”


“우리도 그렇게 바보는 아닐세. 꽤 가능성이 큰 작전은 입안해 왔네.

할 의사가 있다면, 작전을 들어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을걸세.

쉽지 않은 일인 걸 알고 있네. 선금 3, 잔금 7. 총 일만 골드.”


사무엘 프란시스가 준비해온 작전 설명을 진지하게 들어본다.

아베드의 자애의 여신교 대성당에서, 외부로 연결된 비밀 수로.

수로를 통해서 잠입해 아베드의 경비를 뚫고, 성문을 열어달라는 은밀한 작전.

레온 스미트가 머릿속에서 작전대로 했을 때 성공할 가능성을 따져본다.

정보만 확실하다면, 위험은 하더라도 불가능한 작전은 아닌 것 같다.


“사무엘 프란시스 공자님. 비밀 수로가 있는 게 확실합니까?

마왕군은 이를 모르는 것이 확실합니까?”


“비밀 수로는 교단 내에서 보수한 지 얼마 안 됐네.

반년 전에 나도 들어가 봤어. 확실히 있네.

마왕군은... 나도 확답은 못 해 주나, 모를 거라고 생각하네. 찾기 쉽지 않아.”


헛소리하지 말고 꺼지라기에 1만 골드면 매우 큰 금액인데,

진짜로 가능성이 큰 작전까지 가져왔다. 이런 건 해야한다.

용병왕으로서의 감이었다.


“... 알겠습니다. 하겠습니다”


레온과 사무엘이 굳게 악수를 한다.


*


“으악 ㅅㅂ”


“야이 미친새끼들아! 목소리 낮추라고!”


“미안 대장. 쥐새끼가 내 머리 위로 떨어져서 말야...”


레온 용병단은 철저한 준비를 마치고 지하수로에 진입했다.

목표는 아베드의 대성당으로 잠입하는 것.

동료들이 각각 무기를 꺼내 든 채, 사주경계를 하며 지하수로를 통과한다.

중반쯤 왔을 무렵, 레온이 일행을 멈춰 세운다.


“잠시만. 지도 한 번만 더 확인하겠다. 라이트”


레온의 왼손 위로 빛나는 구체가 떠오르고 주변을 약간 밝힌다.

지도를 꺼내, 현재의 위치를 확인한다. 아직은 목적지까지 꽤 많이 남았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정말 조용히 진입해야 한다.

레온이 동료들을 모은다.


“다들 알다시피, 쉽지 않은 작전이다. 그리고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아베드의 땅 밑이다.

혹시 모를 마왕군의 경계 경비를 생각하면 이제부터는 소음은 금지다.

이번이 작전 시작 전까지 있을 마지막 휴식이다.

앞으로 한 시간 동안 개인 정비 및 휴식을 취한다. 실시”


“실시.”


주변의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저마다 육포를 꺼내먹거나,

잠시 눈을 붙이는 등 나름대로 휴식을 취한다.

레온 용병단이 휴식을 취한 후, 계속 걸어가 목적지에 도착한다.

시간을 확인하니, 예정된 작전시간인 자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


30명의 베테랑 용병들이 계획대로 10명씩 3개 팀으로 쪼개진다.

1팀은 대성당 지하 기도원을 찾아, 숨어 있는 성직자들을 밖으로 꺼내고.

2팀은 성벽에 있는 경비들을 몰살시키고 성문을 연다.

3팀은 마왕군의 지휘관들을 찾아 암살한다.


“작전 시작.”


레온이 작은 목소리로 나직이 외친다.

각 팀장이 숨겨진 비밀 문을 열고 대성당으로 올라간다.


레온은 3팀장. 3팀을 둘씩 짝지어서 5팀이 각각 움직인다.

동료들과 함께 마왕군 지휘관이 있는 마왕군의 간부 숙소로 내달린다.

본래 성직자들의 숙소였던 건물.

왼쪽, 중앙, 오른쪽 입구를 막고 방문을 열어가며 적들의 모가지를 따버린다.

갑작스러운 침입에 대부분 우왕좌왕하며 별다른 저항도 못 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1층 클리어.”


“2층 클리어”


“3층 클리어”


아래에서부터 차근차근 적군을 죽이며 건물을 오른다.


쨍그랑.

위에 있는 방 어디선가 창문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건물 밖에서 출입구를 지키던 아군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적들이 창문을 깨고 탈출하려 한다! 어서 마무리 지어!”


아래에서 올라오는 소리를 듣고, 누군가가 창문을 깨고 밖으로 탈출했나 보다.

계속 작전을 진행하려는데 아까 소리 지른 아군이 비명을 지른다.


“크아악!”


창밖을 내다보니 거대한 덩치의 마족과 싸우고 있다.

아군이 밀리는 것으로 보인다.


“너희는 그대로 올라가! 내가 간다!”


레온 스미트가 창문을 깨고 그대로 건물 밖으로 몸을 던진다.

검을 크게 휘두르려는 마족.

레온이 땅에 착지하면서 엉덩이 쪽에 가지고 있던, 도끼부터 집어 들고 그대로 던진다.


크헉.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철퍼덕 쓰러지는 마족.

마족의 뒤통수에 도끼가 그대로 박혔다.

동료에게 다가가니, 검에 베여 축 늘어진, 오른팔을 왼팔로 부여잡고 있다.


“이봐 각설이! 괜찮나? 포션은 먹었어?”


“단장... 팔이 잘리기 일보 직전이야. 힘이 안 들어가. 회복 포션 좀 먹여줘...”


레온이 혁대에 매달려 있던 회복 포션을 꺼내, 각설이의 입에 넣어준다.

쨍그랑.

창문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며 건물 위에서 또 마족이 탈출한다.

급하게 도망쳐 나왔는지 속옷 바람이지만, 자기 한 몸 지킬 검은 들고 나왔다.

마족과의 눈이 마주친다.


“낙명”


레온 주변의 풍경이 일그러지듯 구부려 지면서, 온몸이 튀어 나가듯 전방을 향해 날아간다.

마족의 목에 검을 쑤셔 박는다.


훅. 후욱...

건물 안에서 수십 명, 건물에서 탈출한 두 명을 연달아 잡고 나니 벌써부터 힘들다.


“이런 개 쓰레기 새끼들이!”


마왕군의 지휘관으로 보이는 거대한 덩치의 남성이,

왕국어로 소리를 지르며 건물에서 뛰어내린다.

쌍도끼를 쥐고 뛰쳐 내려온 마왕군의 지휘관.

전장에 떠도는 소문은 들어본 적 있다. ‘팩 파인더’라는 쌍도끼 마족.

마족의 사천왕 중 한명.

아르카디아 3군단의 부단장과 일대일 대장전을 치렀는데 비겼다던 녀석이다.


“하아... 쉽지 않네. 쉽지 않아. 팩 파인더?”


레온이 뚜벅뚜벅 팩에게 걸어가며 묻는다.

팩이 미간을 찌푸리며 레온에게 말한다.


“으하하하. 내 이름을 알아주다니 고맙군. 한 가닥 하는 놈 같은데...

다음에 한판 하지? 내가 좀 바빠서”


“하하하. 지랄하네... 못 보내주지.”


“그럼 네놈을 간고기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수밖에. 흐앗!”


팩이 레온에게 먼저 달려든다.

한쪽 도끼는 머리 위에, 한쪽 도끼는 앞으로 내민 특이한 자세.

레온의 검이 닿기 무섭게 또 반대쪽 도끼가 날아온다.

챙챙챙챙.

검과 도끼가 부딪치자마자 불꽃이 튀긴다.

번 돌아가며 날아오는 도끼날에 서둘러 방어해 보지만, 속도에서 밀리는 느낌이다.


‘안 좋아! 이러다 검이 쪼개지겠어! 마나 소드!’


방심했다. 진즉에 검날에 마나를 둘렀어야 했는데,

검의 이빨은 진즉 나간 거 같다. 레온의 검이 푸르게 빛나며 마나 소드가 되었지만,

튼튼해졌다뿐이지, 속도에서 밀리는 건 여전히 똑같다.

팩의 발길질이 레온의 배에 직격한다.

땅을 구르는 레온. 벌떡 일어나 팩을 노려본다.


“으하하하! 이정도 실력으로 날 막으려 들다니! 왕국군은 형편이 없구나!”


“하하하. 고작 발길질 한 번으로 이긴 척은. 아직 유효타 따윈 한 번도 없었다! 계속해보자!”


쌍도끼를 계속 검 하나로 받아내기에는 힘에 부친다.

등 뒤에서 단검을 하나 꺼내 든다. 왼손은 단검. 오른손은 장검.


“으하하하. 왕국군에 서커스단이 있었구나! 그렇게 작은 단검으로 뭘 하겠다고!? 던지고 놀겠다고? 저글링을 보여주겠다고 하면 시간을 좀 내주지!”


“던지라고? 던진다면 이걸 던지겠지!”


레온이 오른손에 들고 있던 장검을 그대로 팩에게 던진다.

화들짝 놀란 팩이 도끼로 장검을 막아낸다.

레온이 그대로 달려들어 옆구리를 단검으로 배어낸다.


“고작 그 단검으로 되겠느냐?! 가렵지도 않구나!”


“응. 돼”


“으하하하. 무슨 개소리를! 하... 하...”


팩이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며 털썩 쓰러진다.

레온이 팩의 가까이 다가간다.


“독 묻은 단검이거든.”


단검으로 귀 아래 동맥을 절단한다.

푸하... 역시 이름있는 적은 상대하기 힘들다.


멀리서 “부우우우” 하고 뿔피리 소리가 들려온다.

아베드의 성문을 열었다는 뿔피리 소리다.

열린 성문으로 왕국군이 진격해 오는 것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축이 흔들리듯 땅이 흔들리고 발소리가 들린다.


척척척척.

진격해 오는 왕국군.


“%#@$U&^%”


여기저기서 알아듣기 힘든 마족어가 들리며, 마족들이 부랴부랴 도망치기 시작한다.

지휘관을 잃은, 마왕군이 아베드를 버리고 급하게 도망간다.

용병단이 단독으로 성을 수복하는 말도 안 되는 전공을 세운 것이다.

지휘관이 없는 마족들은 오합지졸. 도망가게 내버려 둔다.


계획대로 아베드 정문 쪽으로 가서 레온 용병단이 모인다.

부상자는 있어도 사망자는 없다. 다들 작전을 무사히 끝낸 것에 기뻐하며 얼싸안는다.


“고맙다 모두. 모두 살아 있어줘서!”


열려있는 성문으로 아르카디아 왕국군이 들어온다.

왕국군을 이끄는 것은 프란시스 공작 장본인이었다.

프란시스 공작이 작전을 무사히 성공한 레온의 얼굴을 보더니 그를 가리키며 소리친다.


“자애의 여신께서는 우리를 버리지 않으셨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

보아라! 레온 용병단의 업적을!

여신의 보호 아래 그 누구도 다치지 않고 아베드를 되찾아왔다!

연호하라 용병왕! 연호하라 레온 스미트!”


“용병왕! 용병왕! 레온! 스미트!”


아베드를 되찾고, 모두가 ‘레온 스미트’ 자신의 이름을 연호한다.

레온은 바로 오늘이 자기 인생 최고의 순간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


자애의 여신교는 약속된 일만 골드를 지급하는 것은 물론,

레온형의 공적을 인정해 레온 형을 교단의 명예 성기사로 임명해주고,

가족을 왕국의 수도로 이주시켰다고 한다.

또한, 교단에서 용병이 필요 할 때마다, 레온 용병단에 맡기기로 약속했다.


“와~ 이 형, 알고 보니 전쟁 영웅이네? 그래서 수도로 오게 된 거예요?”


“그렇지. 여신교에서 감사하다며 주택 한 채를 줬어. 와이프가 임신 중이니 도움이 필요할 거라며 시종도 같이 붙여줬지.”


“이야~ 명예 성기사 좋네! 하긴, 교단 입장에서는 형이야말로 진짜 전쟁 영웅이겠네!

아니, 후방에 왔으면 꿀을 빨아야지 어쩌다가 내 검술을 가르치게 된 거예요?”


“아~ 교단에서 성자의 호위를 부탁했어. 이번에 전쟁 중에 새로운 성자가 나타났거든.

성자를 수도에 데려다주고, 수도에 들어온 김에 너를 가르칠 검술 선생이 된거지.

성자는 지금 ‘프란시스’ 공작 가문에서 예절 교육을 받고 있어.”


“오~ 이 세계에 성자도 있었어요? 몇 살?”


“어려. 15살.”


“중딩?”


“중딩? 그게 뭐야?”


이걸 뭐라고 설명하지? 에이, 술이나 먹여야겠다!


* * *


#아를레로. 마지쿠스 별장. 훈련장.


원래는 그랑에게 마법 강의를 받아야 하는 날인데.

왕성에서 그랑을 호출한 덕분에, 마법 강의를 하기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은 훈련장에 혼자 나와서 마법을 실험하기로 했다.


“파이어”


1 서클 파이어 마법을 사용하니 내 오른손에 불이 붙는다.

곧 사그라들 것 같은 불꽃.


“볼”


내가 또다시 마법의 시동어를 외우자

내 오른손에 있던, 불꽃이 둥글게 말리면서 구슬 형태가 되려고 한다.

피식- 결국 불꽃이 꺼지고 만다.


방금전에 내가 한 마법 실험이 2서클 '파이어 볼' 마법과 다른 것은,

얼핏 보면 '시동어'를 낱개로 ‘각각’ 외우느냐, ‘전체’로 외우냐의 차이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볼일은 아니다.


"윈드"


내 오른손에서 약한 바람이 일렁인다.


"볼"


바람이 둥글게 말리려다가 실패한다. 이것으로 확실하다.

이 세계의 마법은 "파이어 볼" 하나가 아니라, "파이어+ 볼 + 던지기"로 구성되어있다.

원소에 대한 기본공식과 형상에 대한 공식, 운동에 대한 공식이 각각 분리되어있는데,

가르칠 때 하나로 묶어서 가르칠 뿐이었다.

내가 이걸 확신하는 이유는, 나는 ‘윈드볼’ 이라는 마법을 배운 적 없으니까.


'왜 이렇게 가르치지? 각각 분리해서 가르치는 게 더 나은 거 같은데?'


마법을 공부할수록, 마법의 공식은 최소 공식으로 분해될 수 있고

그 공식을 결합해서 사용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가르치지 않는 이유가 있는건가? 그랑에게 상담해 보자 싶어서

며칠 전 그랑의 방으로 찾아가 물었다.


"그랑, 마법 교재 보면서 혼자서 복습하고 있는데,

마법의 공식이 조금 이상해 보이는데. 네 생각이 듣고 싶어서 왔어.

이게 오류가 맞다면, 마법계에 한 획을 긋는 대발견인 거 같아서."


그랑이 미간을 찌푸리며 하던 일을 멈추고 나를 본다.


".... 널 보니까 그 말이 무슨 말인 줄 알겠네."


"무슨 말?"


"우물안에 개구리라는 말 알아?"


"뭐? 와~"


"한정우 씨? 8서클 대마법사가 되어도, 마법계에 한 획은 못 긋거든?

일단 6 서클부터 되고 말해볼까?"


"..."


"4서클 따리 마법사님?!"


"... 나중에 다시 올게. 너 나중에 나한테 가르쳐 달라고 울고불고 할 줄 모른다. 조심해라."


"네. 다음 4서클 따리 마법사님."


크윽.... 다시 생각해도 굴욕적이다. 본때를 보여주지.


아무튼, 나는 실험을 하면서 확신이 생겼다.

설사 훗날 후회하게 될지라도, 지금까지 배웠던 모든 마법을

공식별로 쪼개서 다시 ‘메모라이즈’ 해야겠다.

당장은 오래 걸릴지 몰라도, 그게 훨씬 더 빠른 길이라는 확신이 든다.


느낌이 좋다.

남자로 태어나서, 아니 정정.

사람으로 태어나서 뭔가 새로운 분야, 새로운 것에 대해

내 이름 ‘세글자’ 남기고 싶은 그런 마음 ‘한 획을 긋고 싶은 마음’ 은

누구나 있을 거다. ‘입신양명’이랄까?

내가 마법계에서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좋아 좋아. 두고 보자고. 그랑 마지쿠스.


“크하하하. 반드시 내 앞에 무릎 꿇게 만들어주지!”


음. 너무 악역 같았나? 머쓱.

이번에는 마법 강화를 연습해 보자.

저번에 마법을 연습하다가 실수로 마력 조절을 잘 못 했는데,

마법의 형태가 변화한 것만 같았다.

2서클 파이어 볼 마법을 썼는데, 4서클 파이어 익스플로전처럼 됐었다.

그때, 기존 마법을 강화하는 게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이어 볼”


오른손에 불 구슬이 생길 때 마력을 힘껏 때려 넣는다.

또 불 구슬이 생기지만 이내 펑하고 터져나간다.

범위도 화력도, 절대 평범한 파이어 볼이 아니다.

'시동어'는 파이어 볼인데, '파이어 익스플로전'이 됐다.


첫 번째 내 가설이 맞는 거 같다.

마법은 구동에 필요한 이상의, 잉여 마력이 들어가면 여유분만큼 강화된다.

2 서클 마법인 ‘파이어 볼’을 펼칠 때, 4서클 마법만큼의 마력을 사용하면

4서클 마법인 파이어 익스플로전과 유사한 결과물이 나온다.

즉, 마법은 ‘시동어’ 연산을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하느냐보다

마력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것이, 마법의 효과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마력의 양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면,

기존의 마법과 전혀 다른 새로운 마법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좋아 좋아. 오늘 하루 동안에도 마법연구에 많은 진척이 있는거 같다.’


"파이어 볼"


다시 불 구슬을 만들고, 이번에는 여기에 산소의 양을 조절해서 공급한다.

산소의 양을 조절하는 건 처음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거 같은데...

지금은 그런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나는 지금 마법의 원리를 깨우치는 중이니까.

파이어 볼의 크기가 살짝 커지고 더 활활 불타오른다.


‘오 된다. 역시! 나는 천재야!’


두 번째 가설도 맞는 거 같다.

마법을 강화하기 위해서 연료를 때려 넣는 거다.

같은 2 서클 마법인 ‘파이어 볼’ 마법에 산소의 공급량을 다르게 하니까

내 의도대로 불 구슬의 크기가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한다.

그렇다면, 압축된 산소 같은 것을 넣는다면 어떻게 될까?

아니면 휘발유나 화약 같은거.

화기에 폭발물을 넣었으니 '펑' 하고 터질 건 확실한데... 궁금하다.


어쨌든, 마법이란 거 묘하게 과학적이다.

오늘 하루 동안 한 실험을 까먹지 않게 노트에 정리해야겠다.


노트를 펼쳐 놓고, 오늘 하루 종일 한 마법 실험을 정리한다.

어떤 생각으로 접근했고, 가설이 어떻게 증명되었는지.

필요한 실험을 그때그때 해 보면서

마법의 원리를 파악하며 하루를 보낸다.

노트를 다 정리하고 나니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 다 됐다.

오늘 하루는 마법 연습만 하고 끝났네.

이정도면 고3보다 공부 열심히 하는 거 아닌가?


아무튼. 저녁이나 먹자. 식당으로 걸어가는데. 영 식욕이 안 생긴다.

여기 음식 정말 맛없네. 아무리 음식이라는 게

살기 위해서 먹는 거라지만, 인간적으로 아르카디아의 음식은 너무 맛없다.


빨리 대한민국에 돌아가고 싶다.

김치찌개도 먹고 싶고, 보쌈도 먹고 싶고, 바베큐 황금 치킨도 먹고싶다.

치킨 겁나 땡긴다.

집에 도착한 그 날. 그날은 무조건 두 마리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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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2. 자격과 책임2 23.07.14 14 0 12쪽
52 51. 자격과 책임 23.07.13 10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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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7. 마족 간첩 23.07.07 14 0 10쪽
47 46. 제국 시장 23.07.06 10 0 11쪽
46 45. 용사의 자격 23.07.05 1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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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3. 식당창업준비4 23.07.03 13 0 10쪽
43 42. 식당 창업준비3 23.06.30 12 0 10쪽
42 41. 식당 창업준비2 23.06.29 12 0 10쪽
41 40. 식당 창업준비 23.06.28 10 0 11쪽
40 39. 에스키아 백작가3 23.06.27 11 0 11쪽
39 38. 에스키아 백작가2 23.06.26 12 0 11쪽
38 37. 에스키아 백작가. 23.06.23 15 0 12쪽
37 36. 용사의 빅픽처4 23.06.22 15 0 12쪽
36 35. 용사의 빅픽처3 23.06.21 13 0 13쪽
35 34. 용사의 빅픽처2 23.06.20 14 0 11쪽
34 33. 용사의 빅픽처1 23.06.13 16 0 14쪽
33 32. 용사의 훈련3 23.06.12 20 0 11쪽
32 31. 용사의 훈련2 23.06.09 1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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