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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연재소설

마왕이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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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작품등록일 :
2023.05.10 15:38
최근연재일 :
2023.07.19 16:35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1,209
추천수 :
33
글자수 :
321,904

작성
23.06.27 17:15
조회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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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39. 에스키아 백작가3

DUMMY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새벽에 에스키아 저택이 뒤집혔나 보다.

어딘지 모르게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뜨고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니 사용인이 조용히 방으로 들어와서 ‘안녕히 주무셨나요?’ 하고 인사를 건네온다.

화장실에서 씻고 나오니 르네트와 주방장이 내 방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방장이 약간 죄지은 사람처럼 이마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눈치를 본다.


“어... 아침 일찍부터 갑자기 무슨 일이신가요? 르네트 무슨 일 있어?”


“아침 일찍부터 실례가 많습니다. 혹시... 그 어제 야식으로 만들어 드셨다는 음식이 뭔지 알 수 있을까요?”


“네? 갑자기 그건 왜?”


“언니 정말 미안한데... 요리 한 번만 더 해주면 안 될까? 동생들이 엄마 아빠한테 떼썼나 봐. 어제 언니가 해준 거 다시 먹고싶다고.”


르네트의 이야기에 따르면 막냇동생이 아침에 눈 뜨자마자 부모님 침실에 기어들어 가서 어제 먹었던 걸 오늘 또 먹고 싶다고 야단법석을 피웠다고 한다.

꼭두새벽부터 막내아들이 어제 먹은 요리를 다시 먹으려면 재료를 사와야 한다고 난리를 치니, 영문을 모르는 부모님은 주방장을 호출했고, 주방장은 이와 관련해서 아무것도 모르다 보니 나와 함께 온 르네트를 호출했고, 르네트와 주방장은 어쩔 수 없이 나한테 요리를 해달라고 찾아왔다는 그런 이야기...


‘내일 아침이 되면 또 요리해 달라고 해야지! 빨리 아침이 됐으면! 기대돼!’


아마도 딱 이런 마음이었겠지?

어린 소년의 소풍 전날 밤의 설레는 마음을 짓밟기는 너무 미안하다.

이런 마음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지...


*


덕분에 에스키아 저택의 아침은 분주했다.

심부름꾼들은 아침 댓바람부터 재료를 구하기 위해서 서둘러 나갔고, 나는 주방에서 일하는 이들이 재료 준비를 도와줘서, 점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손님으로 와서 요리하고 있으니 이게 무슨 억울한 일인가 싶기도 했는데,

어린아이의 동심을 지켜주고(?) 싶어서 군말 없이 요리하기로 했다.

요리를 다 하고 나서 다시 방으로 돌아가, 옷을 깔끔하게 갖춰 입고 나서 식당에 들어선다.

요리를 한 사람이 식사를 대접받는 이상한 상황을 연출한다.

이게 뭔가 싶지만, 이 세상의 식사 예절이 그런가 보다.

식당의 문이 열리고, 사용인들이 들어와 식사가 담긴 접시를 하나씩 서빙해준다.


“장예서 님이 만들어주신 식사입니다. 왼쪽부터 새우버거, 치킨버거, 감자튀김, 후라이드 치킨, 허니버터갈릭 소스입니다.”


식당 안이 고소한 튀김 냄새와 달콤한 허니버터갈릭 소스 냄새로 가득찬다.

메뉴가 다 튀김이라 맛이 단조로운 거 같아서, 주방에 꿀이 있길래 허니버터갈릭 소스도 만들었다. 고추를 구할 수 있으면, 칠리소스나 핫소스 등을 만들었을 텐데...

제국에서는 고추류를 안 먹나 보다.


에스키아 백작은 빵 사이에 튀김이 들어간 게 생소한지 햄버거 내부를 슬쩍 뒤적여 본다.


“잘 먹겠습니다. 와앙~”


백작 부부가 식사를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막내아들이 못 참겠다는 듯 양손으로 버거를 잡고 바로 한입 씹어 먹는다.


“아들! 손님 앞에서 예의 없게... 아직 얘들이 어려서요. 호호호”


“아뇨. 잘 먹는 게 좋죠. 보통은 양손으로 들고 드셔도 되고, 칼로 썰어서 드셔도 되는 음식이에요. 편하게 드시면 된답니다.”


식사를 시작하는 분위기가 되었길래, 나도 햄버거를 양손에 들고 한입 크게 먹었다.

와~ 진짜 맛있다!

어제오늘 요리할 때 쓴 새우보다 한국에서 쓰던 대하보다 씨알이 훨씬 큰 새우였는데, 이런 큰 새우로 패티를 만들어 먹는 건 처음이다 보니, 내가 만든 음식에 나도 놀랐다.

새우의 향이 녹진한 것이, 한국에서 먹은 거랑 차원이 다르다.


“진짜 맛있네요! 용사님 무리한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용사님께서 요리를 정말 잘하시는군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와 맛있져여!”


“용사님 감사합니다! 너무 맛있어요!”


“오늘 또 먹을 수 있게 될 줄 몰랐어요! 또 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다들 맛있게 먹느라 정신이 못 차리고 있는데 르노아는 이 와중에도 장사랑 연관이 되나 보다.

햄버거를 한두 입 크게 먹더니, 입 주변을 닦고 내게 물어온다.


“와~ 이런 맛있는 요리는 처음 먹어봤습니다. 용사님이 살던 세계에서는 인기가 많은 음식이었나요?”


“네 특히 어린이들과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메뉴였죠. 바쁜 사람들이 편히 먹는 식사로 인기가 많았어요. 밑 준비를 잘해놓으면 주문과 동시에 요리를 완성할 수 있었거든요.”


“그렇군요. 이 버거라는 것은 빵은 같고, 중간에 들어간 내용물이 다른 거죠?”


“네. 소스도 다르기는 한데, 한쪽은 새우, 다른 쪽은 치킨으로 만든 패티가 들어가 있어요. 한번 드셔보시고, 어느 쪽이 더 맛있는지 이야기도 해주세요. 옆에 있는 감자와 후라이드 치킨도 드셔보시고요.”


르노아가 무슨 평가단처럼 진중한 표정으로 메뉴를 바꿔가며 하나씩 맛본다.

감자튀김의 고소한 맛에 고개를 끄덕이고, 치킨버거도 한입 맛본다. 눈을 동그랗게 뜨는 걸 보면 꽤 맛있게 먹은 거 같은데 별말은 없다. 함께 있는 양상추 등의 습기를 머금어서 그런가?

르노아가 치킨을 입안에 넣고 씹자 식당 내부에 바삭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와그작.


“우왓! 이게 뭐야!? 겉은 바삭한데 속은 촉촉하네?!”


“오빠 그렇게 맛있어? 나도 먹어볼래”


와그작.

르네트의 동생들도 치킨을 먹고 눈을 동그랗게 뜬다.


“우와~ 맛있어! 이게 뭐야. 안에는 닭고기인가?”


“언니, 이건 어떻게 만들어요!?”


“와~ 진짜. 이런 맛이!? 장예서님 혹시 이 요리의 레시피를 제가 살 수는 없겠습니까?! 진지하게 사업 이야기를 해 보고 싶습니다만.”


가족들이 저마다 맛있다고 감탄을 내뱉는 와중에도 르노아는 장사에 정신이 팔렸다.

치킨을 맛보고는 레시피를 구입하기로 마음을 굳혔나 보다.

내가 뭐라고 말해야 하나 잠깐 고민하는데, 르네트가 말한다.


“아니! 요리 레시피는 안 팔아.”


“르네트. 나는 용사님께 물어봤다만은?”


“아니. 요리 레시피는 안 판다고! 아빠. 엄마. 저랑 혼사가 오간다는 그 사람이 누군지 모르지만, 저는 그 사람이랑은 절대 결혼 안 해요! 그리고 저 할 말 있어요!”


르네트가 식사 중에 벌떡 일어나 분위기를 잡으며 외친다.

에스키아 가문 모두의 시선이 르네트에게 쏠린다.


“용사님과 함께 식당을 운영을 함께 하기로 했어요! 곧 식당 창업 할 거예요!”


르노아의 미간이 꿈틀한다.


“식당? 네가 돈이 어디 있어서?!”


“있지. 예서 언니한테. 어제 오빠한테 받았잖아.”


“앗!?”


르노아가 나를 원망하듯 바라본다.


* * *


‘어휴. 돈 벌기 참 힘들다.’


에스키아 저택에서 점심을 먹고, 비누 공장에 들러서 비누가 제대로 만들어지는지 확인한 뒤에야 마지쿠스 별장으로 돌아왔다.

처음 외출할 때는 비누제작 방법만 알려주고, 르네트네 집에서 푹 쉬고 올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식모 활동(?)을 하고 와서 쉬고 왔다기보다는 일하고 온 것 같다.

내일부터는 다시 마법과 검술훈련을 받아야 하니 나는 이만 쉬고 싶은데,

르네트는 집에다가 식당 창업할 거라고 선언을 하고 와서 그런지 오히려 의지가 더 불타오르는 거 같다.

옆에 앉아서 식당을 창업하려면 이게 필요하네 저게 필요하네, 이렇게 하고 싶네, 저렇게 하고 싶네 난리도 아니다.

계속 재잘거리고 있길래 이만 쉬자고 한소리를 했다.


“아오~! 르네트. 이만 방에 가. 나 피곤하단 말야.ㅋㅋㅋ”


“후후후. 언니, 이제 물러설 곳은 없어요. 우리는 식당을 창업 할 수밖에 없어요.”


“할거라니까? 그러니까 2만 골드도 벌어왔잖아. 오늘은 이만 쉬자.”


“후후후. 알았어요. 그럼 주세요.”


“뭘?”


“전권이요.”


“전권?”


“네. 예서 언니. 20만 골드의 사용처에 대해 전적인 권한을 주세요. 어차피 언니는 내일부터 용사 훈련받느라 바빠서 창업과 관련된 건 일절 못 할거잖아요. 저한테 맡기세요.”


“그렇지··· 그렇긴 한데··· 너 표정이 좀 무섭다···? 괜히 허튼 데 쓰고 그러면 안 돼?”


“호호호. 언니 걱정 마요. 본격적으로 예산을 집행할 때는 꼭 보고하고 쓸 테니. 영수증도 꼭 첨부하고. 후후후.”


“나 왜 이렇게 무섭지?? 자, 여기 20만 골드 수표.”


“네. 내일부터 하루에 한 번씩 진행 상황 보고할게요. 호호호”


덜컥.

르네트가 내 방문을 닫고 나간다.

창업을 제대로 해 보겠다고 독기를 품은 것만 같다.


르네트가 나가고 불 꺼진 방 침대에 누워서 생각해 본다.

비누 제조법을 팔아서 받은 20만 골드로 식당 차리자고 한 건 진심이다.

어차피 나는 제국 사람들이 평소에 먹던 맛 없는 음식만 먹고는 못산다. 그럴 거면 직접 요리해서 만들어 먹고 말지.

직접 요리해 먹으면서 돈도 벌고, 제국에서 자리도 잡을 수 있다면 나도 좋다.


그란츠 공작과 용사 생활을 하기로 약속한 기한은 1년.

마왕과 싸워 이기기 위한 마법과 검술훈련을 받은 후에도, 마왕이 쳐들어오지 않는다면 나는 본래 세계로 돌아가기로 약속을 했다.

하지만, 약속만 믿고 손 놓고 있는 건 조금 바보 같다.

돌아가는 방법을 찾는 데 오래 걸리든, 돌아가기 위해서 무슨 재료가 필요해지던, 돌아가는데 예상보다 오래 걸릴 가능성이 있는 이상 대비를 해두는 게 좋을 거 같다.

1년 후 내가 더 이상 용사의 역할을 안 하겠다고 한다면, 그란츠 공작이 내 편의를 계속 봐줄 리는 없을 테니까.


만일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식당은 차려야 한다.

하물며, 훈련받느라 식당에 신경 쓰지 못하는 나를 대신해서 르네트가 운영한다고 하니 안 할 이유가 없다.

식당을 차리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제국의 식문화를 확 바꿔버리자.

첫 시작은 제국의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치킨집으로.

치킨은 너무 술안주니까, 식사용으로는 버거를 파는 게 좋겠지?

미국의 유명 프랜차이즈 할아버지 치킨처럼. 그리고 저녁에는 한국의 바비큐 치킨처럼 치킨과 시원한 맥주를 파는 거다.


딱 기다려라.

모두 치킨 먹느라 알거지가 되게 만들어 줄 테니. 호호호.

2층이나 3층짜리 건물에, 1층은 포장 구매가 가능하게 마차 드라이브스루를 도입하고, 실내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거대한 주방을 만든 다음에, 2층부터는 매장 내 식사를 할 수 있게 하는 거다.

패스트푸드처럼 주문과 동시에 조리에 들어가서, 완성되자마자 박스에 딱 담아서 포장해 가게 만들어야지.

2층으로 올려보내는 엘리베이터 같은 것도 있어야겠다.

콜라! 콜라 같은 음료도 필요할 거 같은데... 이건 어쩌지?

아 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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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7. 마족 간첩 23.07.07 1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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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 에스키아 백작가3 23.06.27 10 0 11쪽
39 38. 에스키아 백작가2 23.06.26 12 0 11쪽
38 37. 에스키아 백작가. 23.06.23 15 0 12쪽
37 36. 용사의 빅픽처4 23.06.22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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