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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연재소설

마왕이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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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작품등록일 :
2023.05.10 15:38
최근연재일 :
2023.07.19 16:35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1,201
추천수 :
33
글자수 :
321,904

작성
23.07.07 17:15
조회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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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47. 마족 간첩

DUMMY

#아일레로 도매시장


‘뭐야? 왜 이렇게 사람이 한 명도 없어.’


머릿속에서 그리던 건 작은 가게들이 다양하게 있고, 사람들이 호객하는 등 활기찬 시장을 상상했었는데...


‘아무리 이른 아침이어도 그렇지, 시장이면 길거리 음식도 많고,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야 하는 거 아닌가?’


막상 도착해 보니 천막을 씌운 짐마차가 가득 있는 가운데, 험상궂고 다들 한 덩치, 한 성깔을 할 것 같은 사람들이 팔짱 끼고 근처에 서있다.

상인보다는 호위나 짐꾼에 가까워 보인다.


‘트램 운전사가 강가를 거닐다가 오후에 가라는 게 이런 뜻이었나?’


지금은 여기서 뭔가를 살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험상궂은 사람들이 ‘너는 또 뭐냐’ 는 듯 시장을 걸어가는 나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근육질의 남자들이 매서운 눈초리로 바라보니 조금 무섭다. 괜히 온 거 같다.


이 시장은 우리 세계의 농수산물 도매시장, 경매시장 같은 곳 인가보다.

저기 팔짱 끼고 서 있는 사람들은 대량으로 거래하는 고객이 아닌 이상, 고객으로 생각 안 할 거 같고, 내 눈에도 뭔가를 파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안그래도 조용했는데, 지나가는 나를 힐끔 보고는 서로 대화를 멈추니, 시장이 쥐 죽은 듯 조용하다.


‘진짜로 도매시장인가 봐... 잘 못 온 거 같은데...?’


가만히 보니 거래를 위해 대화를 하는 듯 보이는 사람들도, 말을 안 하고 손짓으로 대화한다.

손가락을 폈다가 접었다가 손바닥을 보여줬다가, 손등을 보여줬다가 하더니만, 갑자기 악수하고, 나무로 된 명찰 같은 걸 서로 주고받는다.

드물게 들리는 대화 소리도 어떤 은어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인제 와서 돌아갈 수도 없고... 끝까지 쭉 가보자...’


가다 보니 케이지 안에 살아 있는 닭을 잔뜩 실어둔 상인이 보인다.


‘치킨집 장사를 시작하면 저 사람한테 닭을 공급받게 되겠지? 아~ 대량으로 필요한 재료는 여기 와서 사가면 되겠다! 아닌가. 바로 배달해 주려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대한민국에 살던 시절에 주기적으로 식당으로 식자재를 납품하는 트럭들이 오고 다니던 게 기억난다.

그러네, 여기는 새로운 거래처를 찾기 위한 곳에 가까울 거 같다.

같은 업자랑 계속 거래를 한다면 꾸준히 납품받고, 주간, 월간 단위로 결재를 하는 게 맞겠지.


‘도매상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기는 한데...’


상인들의 인상이 험악해서, 선뜻 다가가서 가격을 물어보기는 무섭다.

저들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를 떠나서, 내가 얕보일 거라는 생각에 못 물어보겠다.

걷다 보니 배가 고픈데 시장이라면 있을 거로 생각했던 식당은 전혀 안 보인다.


샌드위치 같은거라도 사 먹고 싶은데, 마땅한 식당이 안 보인다.

이런 시장이 오후가 되면 활성화 될거라는 말이 선뜻 납득 하기 어렵다.


‘아~! 순대국밥 같은거 파는 곳은 없나?!’


이런 재래시장(?)에서는 잔치국수나 김밥, 국밥이 최곤데... 어떻게 순대국밥, 돼지국밥집이 없지? 이건 죄악이다.

꼬릿한 돼지고기로 낸 육수에다가 귀나 머리 고기 같은 고기를 듬뿍 썰어 넣고, 선지가 듬뿍 들어간 찰 순대에다가, 듬뿍 생파를 잘라서 올린 다음에 다대기를 한스푼 탁!

아~ 한국음식 먹고 싶다. 상상하고 있자니 정말 이렇게 배고플 수가 없다.


어느덧 시장의 가장 끝자락에 다다른다.

처음에는 이대로 반대쪽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다 와서 보니 허허벌판에 수십 수백 마리의 말이 가득하다. 짐마차를 끌고 왔던 말들을 여기다 묶어두고 관리하나 보다.


‘실수했네... 그냥 처음부터 돌아갈걸. 이쪽으로 나가다가는 말한테 발길질로 한 방 얻어맞겠어...’


배는 고픈데 식당은 안 보이고, 길을 잘못 들어서 다시 돌아가야 하고... 에효.

다시 돌아가려고 보니 여기 있는 사람들의 아침 식사 시간은 지금인가보다.

상단의 사람들끼리 모여서 자신들끼리 식사를 준비해서 먹는지, 세워진 짐 마차들 옆에 서서 고기가 든 수프에 빵을 곁들여 먹는 사람들이 보인다.


‘엇! 화장실이다.’


다시 돌아가는 길에 화장실이 보이길래 들어간다.

멀리 가려면 미리 볼일을 보는 게 좋은데... 들어가 보니 거대한 구덩이만 덩그러니 있다.

재래식 중의 재래식. 손을 씻는 곳도 깨끗한 물이 거대한 바가지에 담겨 있는 게 끝이다.

문을 닫고 그대로 나온다.


황궁이나 마지쿠스 별장, 백화점의 화장실은 우리 세계와 거의 비슷했는데, 여기는 완전히 구식이다. 시장처럼 평범한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임에도 상하수도가 제대로 안 되어있다는 건, 황궁이나 고위귀족 외에는 상하수도를 제대로 갖춘 집은 거의 없다는 거겠지?

비누가 꼭 필요한 세상이었네! 이런 줄 알았으면 르노아씨에게 비누를 저렴한 가격에 팔아야 혹시 모를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신신당부를 할 걸 그랬나 보다.


‘지금이라도 비누를 싸게 대량으로 팔아야 한다고 이야기해 줘야 하나?’


고민하면서 화장실 밖으로 나가다가, 지나가던 사람과 부딪히고 말았다.

균형을 잃고 넘어진다.


“아이코!”


“아 미안 합.... 씨발. ”


근육질의 남자가 바닥에 넘어진 나를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처다본다.

기분 나쁘다.

걸어가면서 딴생각하던 나도 잘못하기는 했지만, 사람이 넘어졌으면 일으켜 세워주고, 다쳤는지 확인부터 하는 게 먼저 아닌가? 사람을 무슨 더러운 거 보듯 쳐다봐?

기분 나빠.


“뭐야 이 마족 새끼는?! 야 다들 잡아!”


에?!

갑자기 조폭 같은 덩치의 남자들이 날 둘러싼다.

뭐야 무서워...


*


‘이게 어떻게 된 거지... ?’


황당하기 그지없다.

부딪혀서 넘어지면서 로브가 벗겨졌나 보다.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나를 보고 ‘마족’이라며 소리치더니, 근육질의 남자들이 무기를 빼 들고 나를 도망치지 못하게 포위했다.

그들 중 누군가가 뛰어가더니 제복을 입은 경찰관 같은 사람을 데리고 왔다.

말하는 걸 들어보니, 제국에서 경찰관 역할을 하는 치안관이라는 직책이 있나보다.


치안관이 내 손목을 밧줄로 묶어서 시장 외진 곳에 있는 건물로 데리고 간다.

한구석에 나를 앉혀 놓고 나를 잡아 온 남자들에게 사정을 청취한다.


“아침 일찍부터 로브를 뒤집어쓴 외지인이 돌아다녔다.”


“딱히 목적도 없이 돌아다니길래 괜히 거슬렸다.”


“마족 중 변신 마법을 쓰는 자들이 있다고 하지 않냐. 변신 마법일 수도 있다.”


“마족이 제국어를 쓸 수 있는걸 보면 간첩이라고 생각된다.”


어쩌고저쩌고 자기들끼리 일부의 사실과 온갖 추측을 섞더니 나를 ‘마족 간첩’으로 단정 짓는다. 이쯤 되니까 황당해서 할 말이 없다.

치안관이 나를 조사하기 시작한 건 나를 포위했던 이들이 돌아간 후였다.

조사는 하지만 마족 간첩으로만 단정 짓고 질문을 하니,

계속 똑같은 이야기만 하게 된다.

진도가 전혀 나가지 않는다. 이미 조사를 받은 지도 한 3시간쯤 된 거 같다.

점심시간 쯤 됐을 거 같은데...

나는 했던 대답만 여전히 반복하고 있다.


“이름”


“장예서...”


“태도가 마음에 안 드는군. 똑바로 대답해라. 이름이 뭐라고?”


“장예서! 장예서라고 몇 번을 말해요!”


“아일레로에 들어온 이유가 뭐지?”


“... 용사소환이요.”


“아직도 용사소환이라고?”


치안관이 눈에 쌍심지를 켜더니, 책상을 크게 때리며 나를 윽박지른다.

쾅!


“야이 미친 새끼야! 똑바로 말 안 해!? 지금, 이 조사가 장난인 줄 알아!”


하아. 또 도돌이표다.

치안관은 여전히 마족 간첩이 자신을 기만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쯤 되면 아무 소리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게 낫지 않을까... ?


“신분 보증인이 누구지? 신분증을 내놓아라!”


“신분증 없고요... 마지쿠스 공작가에 손님으로 왔어요. 확인해 보세요.”


“거짓말 마라! 신분증도, 신분 보증인도 없이 어떻게 아일레로까지 들어올 수 있단 말이냐?!”


“처음부터 수도로 왔으니까요!”


“이 새끼가! 계속 거짓말만 할 셈이냐! 사실대로 똑바로 말해!”


“아니! 지금 똑같은 걸 몇 번을 물어봐요!? 마지쿠스 가문에 확인부터 하라니까요?”


“너 따위 마족이 마지쿠스 공작가의 손님일 리가 없지 않냐! 계속 그렇게 거짓말을 한다면 제국의 법에 따라서 즉결 처형시키겠다!”


치안관이 씩씩거리더니 이제는 나를 죽여버리겠다며 협박을 한다.

미칠 노릇이다.

처음에는 사람 말을 안 믿어주니 막 화가 나고, 막 억울하고 그랬는데,

똑같은 말만 계속 반복하고 있으니 점차 포기하게 된다.


‘그래 이제부터는 말을 하지를 말자. 난 해명할 만큼 했어.’


“어딜 통해서 아일레로에 들어왔지? 국경 경비가 소홀한 곳이 어디였냐?”


“...”


계속 날아오는 질문에 입을 다물고 있으니 치안관이 내 뺨을 후려친다.

짝!

근처에 있던 다른 치안관들이 내 뺨을 후려친 치안관을 말린다.


“서장님! 아무리 대답을 거부해도 그렇지, 때리면 어떻게 합니까!”


“서장님. 참으세요! 이러다 나중에 시말서 써야 됩니다”


“...”


내 뺨을 올린 치안관의 얼굴을 확실하게 외운다.

벗겨진 금발 머리에 푸른눈. 튀어나온 뱃살. 넌 가만히 안 운다. 진짜로.


‘내가 왜 여기 있어야만 하지? 내가 왜 용사로 살아야 할까?’


내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으니 치안관이 나를 지하 감옥에 끌고 간다.


“더러운 마족 새끼. 네가 뭐 때문에 제국에 몰래 들어왔는지, 뭘 해왔는지 낱낱이 밝힌 다음에 반드시 내 손으로 죽여주지. ”


퉤.

치안관이 내게 침을 뱉더니 휙 고개를 돌려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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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8. 마족 간첩2 23.07.10 12 0 11쪽
» 47. 마족 간첩 23.07.07 13 0 10쪽
47 46. 제국 시장 23.07.06 10 0 11쪽
46 45. 용사의 자격 23.07.05 9 0 10쪽
45 44.식당 창업준비5 23.07.04 9 0 11쪽
44 43. 식당창업준비4 23.07.03 13 0 10쪽
43 42. 식당 창업준비3 23.06.30 11 0 10쪽
42 41. 식당 창업준비2 23.06.29 10 0 10쪽
41 40. 식당 창업준비 23.06.28 10 0 11쪽
40 39. 에스키아 백작가3 23.06.27 9 0 11쪽
39 38. 에스키아 백작가2 23.06.26 12 0 11쪽
38 37. 에스키아 백작가. 23.06.23 15 0 12쪽
37 36. 용사의 빅픽처4 23.06.22 12 0 12쪽
36 35. 용사의 빅픽처3 23.06.21 1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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