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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연재소설

마왕이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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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작품등록일 :
2023.05.10 15:38
최근연재일 :
2023.07.19 16:35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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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2
추천수 :
33
글자수 :
321,904

작성
23.07.1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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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감금생활

DUMMY

#마지쿠스 별장


나는 마지쿠스 별장에 사실상 감금당하고 말았다.

일요일에도 외출은 허락되지 않는다.

르네트를 동행하고 나가면 되는 거 아니냐 주장도 해 봤지만, 마찬가지.

제국수도에 마족이 출몰한 이후 제국민 모두가 불안에 떨고 있다고,

시민들끼리 자율방범대를 만들어 수상한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하며 돌아다닌다고 한다.

그란츠 공작은 내 안전을 위해서라도 한동안 외출은 절대 금지라고 한다.


르네트는 버젯 가의 잡화점 건물을 계약했다.

스포터 버젯이 잡화점 건물에서 마주쳤을 때 뭔가 의미심장하게 굴길래,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 아닐까 했는데, 계약을 맺을 때 딱히 별일은 없었나 보다.

지금은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했고 앞으로 두세 달은 걸릴 거라고 한다.

뭐 그렇게 오래 걸리나 했는데, 이 세계에서 인테리어는 다 맞춤 제작이다 보니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 * *


외출을 못 하니, 검술과 마법을 훈련하는데, 모든 시간을 할애해야만 했다.

안 그러면 할 일이 없으니까...

훈련에만 열중하니 확실히 실력이 느는 게 느껴졌다.

검에도 익숙해졌고, 원소 마법을 쓰는 것에도 꽤 숙련도가 올라갔다.


지금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는데, 용사 훈련에 첫 번째 벽이 찾아왔다.

마법을 배우면서 막히는 부분이 생겼다.


‘마법 좌표의 개념’


안그래도 어려운데, 올젠 선생님의 설명을 않으니만 못하게 해서 훨씬 알아듣기 힘들었다.


“장예서! 마음을 가볍게 먹어. 욕심을 부릴수록 더 어렵다. 음과 양이 조화돼야 표적을 맞출 수 있어. 계산하려고 들지 말고 직감적으로 느껴야만 해!”


“선생님 말 이상하게 하지 마시고, 숫자를 써가면서 이야기 해주세요. 어떻게 하라고요?”


“... 내 눈을 정중앙으로 두고, 왼쪽으로 마이너스 좌표. 오른쪽은 플러스 좌표라고 생각해.

위쪽으로는 플러스 좌표. 아래쪽은 마이너스 좌표야.”


그래, 차라리 이렇게 설명해 달라고.

고개를 끄덕끄덕인다.

내 눈이 기준이다. 정중앙은 X0, Y0 좌표다.

직감적으로... 왼쪽 위에 있는 적을 맞추도록...


정중앙에 있는 표적을 맞히는 마법은 지난번에 시선 처리를 연습하면서, 이제 할 수 있게 됐는데, 예를 들면 왼쪽 위쪽으로 보이는 적을 맞추기 위한 마법은 여전히 못 쓰겠다.

물론 몸과 고개를 돌려 적을 정면으로 마주한다면 맞출 수 있겠지만, 마법을 맞추겠다고 시선과 몸을 돌리는 건 말도 안 되는 거 같아서,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었다.


“좌측 위쪽. 파이어볼.”


내 손아귀에 생긴 불구슬이 왼쪽 위쪽으로 날아가기는 하는데,

정중앙에서 살짝 왼쪽으로 치우쳤을 뿐인 데다가, 목표한 곳 보다 너무 위쪽으로 날아간다.

표적 근처에도 못 가서 감을 잡았다는 말을 꺼낼 수조차 없다.


‘너무 위쪽이야... 그나저나 마법은 중력의 영향을 안 받나 보네? 멀리 갈수록 떨어져야 할거 같은데 안 떨어지네? 신기하다’


“예서야 너무 서두르지 마. 마법의 좌표 개념은 정말로 어려우니까. 게다가...”


내가 멍한 표정으로 허공으로 날아간 마법을 보고 있으니 올젠 선생님이 설명을 더 해준다.

올젠 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좌표에 대한 감각이라는 게 개인마다 천지 차이라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가령 왼쪽 위쪽에 있는 적을 맞추기 위한 좌표가 어떤 마법사에게는 XY –3,+3인 경우도 있고, 어떤 마법사에게는 XY –4515,+215인 사람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가중치의 개념도 있어서 시선의 중앙과 가까워질수록 왜곡이 강하게 들어간다고 한다.

시야 중심에 가까울수록 좌표가 1만 틀어 저도 엄청 왼쪽으로 간다든지 하는 것.

심한 마법사는 좌측과 우측에 따른 가중치가 다른 경우도 많아서, 고위 마법사여도 자신의 마법 좌표에 대한 감각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래서 절대다수의 초 중급 마법사들은, 여전히 몸과 시야를 돌려가면서 표적을 정중앙에 맞춰서 마법을 쓰고 있다고 한다.

마법을 힘들고 번거롭게 쓰는 건 맞지만, 그만큼 자신의 마법 좌표계를 제대로 이해하는 게 녹록지 않다고 한다.


“하하하. 마법 배울 때 가장 힘든 것 중에 하나라고! 모든 마법사마다 자신만의 좌푯값이 있으니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니야! 일단 당장은 마법을 더 빨리 시전 할 수 있도록 숙련도부터 올리자고! 시동어를 짧게 설정할수록 효과적이야!”


*


올젠 선생님과의 마법 훈련을 마치고도 혼자서 실습을 해 본다.

올젠 선생님의 설명 자체는 이해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마법을 너무 어렵게 배우고 있는거 같다.


‘무슨 블랙홀 웜홀이 어쩌고저쩌고 교육받는 것도 아니고.

좌표계에 가중치가 있으면 그걸 좌표라고 부를 수 있나?

마법사마다 볼록렌즈를 하나 덧씌운 휘어진 좌표로 마법을 쓰는 거 같은데?’


아까 배운 좌표계에 대해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비효율적이다.

볼록렌즈를 벗겨낼 생각을 해야지, 볼록렌즈에 익숙해질 생각을 하다니...

관행처럼 배우던 걸 그대로 답습하다 보니 이렇게 된 건가?


‘마법사들은 좌푯값을 새롭게 설정할 수 있어야 해. 모눈종이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정면으로 보는 정 중앙을 0, 0에 두고, 상이 흐릿한 주변 시야는 제외한다.

시야의 왼쪽 끝과 아래쪽 끝을 각각 –100의 값으로 두고, 오른쪽 끝과 위쪽 끝을 +100의 값으로 설정하는 거다.

이를 동일한 간격으로 나눠서 나만의 좌표계를 설정하는 거지.

한 칸의 값이 1로 된.


‘이렇게 만든 좌표를 메모라이즈 하는거야. 메모라이즈!’


“파이어볼”


내 손아귀에 불구슬이 만들어진다. 목표 좌표는 XY –14,+6.

불구슬이 내 왼쪽 위로 보이는 나무의 튀어나온 나뭇가지를 향해 날아간다.

살짝 빗나갔지만, 대충 원하는 곳에 근접하게 날아갔다.


‘오! 이게 동작을 하네?!’


맞아! 좌표를 본인이 설정한 적이 없다면, 당연히 제멋대로의 좌푯값을 가지고 있겠지.

거기에 익숙해지겠다고, 가중치까지 있는 좌푯값에 익숙해 질 게 아니라, 설정을 새롭게 하는 게 맞았던 거야!


“파이어볼”


목표는 아까와 같은 나뭇가지.

좌표는 XY –15,+5


펑.

나뭇가지에 파이어볼 마법이 적중한다.

내 마법에 대한 이해도가 확 올라간 거 같다.


* * *


그전까지 마법의 원리와 발현은 잘했지만, 표적을 맞히는 좌표계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아 고생했는데, 며칠 전에야 마법의 좌표가 뭔지 감을 잡았다.

좌표계를 새롭게 설정하고 나니 이제는 마법을 명중시키는데 자신이 생긴다.


“파이어볼”


내 오른손 위에서 마나 구슬이 부딪쳐 불꽃이 발생한다.

생성된 불구슬이 날아가 표적을 맞힌다.

‘펑’ 하고 터져나가는 표적.

씨익 웃으며 지켜보는 올젠 선생님을 바라본다.

셀렉과 올젠 선생님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본다.


“오! 예서야 연습 많이 했나 보다. 이제 정면에 보이는 목표는 쉽게 맞추는구나? 그럼 그 주변으로 있는 것도 맞춰보자.”


올젠 선생님이 아까 맞춘 표적 말고, 2X2 총 4개의 표적을 준비한 곳을 가르킨다.

자리를 옮겨서 파이어볼 마법을 시전해 모두 명중했다.


펑.펑.펑.펑

4번의 명중 소리가 들리고 나자, 올젠 선생님이 내 등을 팡팡 치며 기뻐한다.


“장예서 천재구나!? 와하하하. 천재야 천재! 마법 천재!”


“그러니까 좌표계에 대해서 다 알았다고 했잖아요! 이제 제 말이 믿겨요?”


“처음에는 안 믿었지만, 이제는 믿지! 그런데 예서야.”


“네?”


“선생님이 잘 가르쳐서 그렇게 된 거 같지는 않냐? 으하하하.”


어휴 진짜. 호들갑 좀 안 떨었으면.

올젠 선생님은 내가 본격적으로 마법 실력이 늘기 시작한 이후 자기가 선생님으로서 자질이 있는거 같지 않냐며 자기 자랑을 연달아서 하기 시작했다.

이제껏 자신이 아는 사람 중에 마법을 나만큼 빨리 배운 사람이 없다고,

알고 보면 선생인 본인이 잘해서 그런 거 아니겠냐고 헛소리를 한다.


화염 마술을 배우면 성격이 불같아진다는 게 이런 건가?

올젠 선생님은 굉장히 원초적이다. 예의가 없거나 한 건 아닌 거 같은데...

자기 기분에 솔직하고 또 그걸 너무 쉽게 표현하는 거 같다.

해맑게 웃다가도 금방 발을 구르며 화를 낸다.

사람이 너무 가볍다.


“어휴 시끄러워요! 마저 테스트하게 비키세요!”


“아차차. 그래! 어디 한번 제대로 시험해 보자고! 셀렉 표적 던지는 것 좀 도와줄래?”


“네.”


올젠 선생님과 셀렉이 어디선가 커다란 가방을 가지고 나온다.

가방 내부를 열어내게 보여준다.

“예서야. 이걸 던질 테니 날아가는 표적을 맞히면 돼. 할 수 있겠어?”


“네. 해볼게요!”


“셀렉. 미안하지만 저어기까지 가서 원반을 던져 줄래?”


“네. 당연히 해야죠.”


원반형 표적이 든 가방을 셀렉에게 건넨다.

셀렉이 저 멀리 까지 걸어가 표적을 던질 준비를 한다.

마법의 좌표에 대해서 이해하고 나니, 제국에서 마법을 가르쳐 주는 방식에 단단히 문제가 있다는 확신이 생긴다. 자신만의 좌표를 찾기 위해서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노력하라고 할 게 아니라 좌표를 새롭게 설정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나처럼.


“장예서님! 던질게요!”


“네! 부탁드려요~!”


셀렉이 던진 표적들이 하늘을 날아간다.

하나는 위쪽 아래쪽, 왼쪽 오른쪽 랜덤하게 날아가는 표적들.

재가 좌표계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실히 평가하는 자리인 만큼 최선을 다한다.


“좌상단. 파이어볼”


“좌하단. 파이어볼”


“우상단. 파이어볼”


“우하단. 파이어볼”


“정면. 파이어볼”


표적들이 펑펑펑펑펑 터져나간다.

셀렉과 올젠 선생님의 입이 쩍 벌어진다.


“뭐야! 장예서!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잘하게 된 거야? 무엇을 깨달은 거지? 알려다오!!”


“예서님! 저도 좀 알려주세요! 어떻게 그렇게 잘하게 되셨어요?”


곰 같은 덩치의 올젠 선생님이 내 어깨를 잡고서 흔드니 머리가 아프다.

나랑 비슷한 진도로 마법 훈련을 잘 따라오던 셀렉도 좌표계는 어려웠나 보다.


올젠 선생님 얼굴을 보고 있으니 알려주기 싫다.

입 닥치고 있자. 괜히 잘난 척했다가는 마법을 배워야 할 내가, 올젠 선생님을 가르치게 될거 같다.


셀렉은... 고추랑 콩을 구해주겠다고 했으니까.

알려줘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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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0. 감금생활2 23.07.12 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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