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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연재소설

마왕이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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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작품등록일 :
2023.05.10 15:38
최근연재일 :
2023.07.1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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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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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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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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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자격과 책임2

DUMMY

르네트와 상담을 한 뒤로도 며칠의 시간을 두고 조금 더 고민해 봤다.

내가 경솔하게 판단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결론은 같았다.

르네트와 이야기를 나눌 때도 이야기했지만, 나는 할 만큼 했다.

올젠, 라필리 선생님과 저녁 식사를 마치고, 상의할 게 있다며 대화 자리를 가졌다.


“선생님들 저 진지하게 고민해 봤는데요... 죄송해요. 저 더는 용사 안 할게요.”


올젠, 라필리 선생님이 화들짝 놀란다.


“예서야 갑자기 왜?!”


“장예서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어차피 선생님들이 말릴 거라고 예상은 했다.

쟤 진짜로 결심했구나. 옆에서 무슨 소리를 해도 말릴 수 없겠구나.

생각이 들게 말해야 한다.


“용사 훈련은 여기까지 할게요. 죄송해요. 제 선택을 존중해주세요.”


“용사를 아예 안 하겠다는 겁니까?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요?”


“용사를 아예 안 할 거예요. 당연히 훈련도 더는 안 하려고 해요.

셀렉의 팔을 자를 뻔한 뒤 저 스스로 이런 힘을 가지면 안 된다는 걸 실감했어요.

셀렉을 다치게 하고 나서 아프게 해서 얼마나 미안했고, 또 장애라도 남을까 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데요. 더는 누군가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 일로 죄책감에 시달리고 싶지 않아요.

저는 다른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장예서님! 그래도 앞으로도 제국에서 지내야 할 것 아닙니까?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전까지, 용사로 지내고 계시는 게 여러모로 좋지 않겠습니까?

제국에서도 나름 편의를 봐주고 있고요. 훈련이야 조금 쉬엄쉬엄 받으면 되지 않습니까.”


“그런 생각으로 지금까지 훈련을 받았던 거예요.

그런데 제가 그 힘을 제어 못 하고 주변에 피해를 주잖아요.”


“예서야 아직 힘을 쓰는 데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 이런 과정은 누구나 겪어.”


“그렇긴 하겠죠. 그런데 스스로 힘쓰는 걸 두려워하는 제가 마왕을 물리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저는 용사에 안 어울립니다.

‘용사를 안 할 거라면 이 저택에서 나가라’ 고 한다면 바로 나갈게요.”


“...”


“올젠 선생님. 제국에서 저를 돌려보내기 위해서 마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했던 건 어떻게 됐나요? 저는 언제쯤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예서야!”


올젠 선생님이 날 강렬하게, 뚫어져라 바라본다.

부담되는 눈빛이지만 피하지 말자. 난 잘못이 없다.

선생님들에게 뭔가 실망해서, 서운해서 꼴 보기 싫다고 용사를 안 하겠다고 한 것도 아니다. 또한, 내가 해보지도 않고 못 한다고 한 것도 아니고 죄책감에 짓눌려 안 하겠다고 한 것도 아니다. 잘못이 없는 만큼 고개를 꼿꼿이 들고 있는 게 맞다.

피하지 않는 내 눈빛에 올젠 선생님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후우... 결국... 이렇게 되나...”


올젠 선생님은 나를 설득하는 것을 포기한 것 같다.

이제 라필리 선생님만 설득하면 된다.

라필리 선생님에게도 진실하게 내 의지를 피력하면...


“장예서님! 저는 용사님을 가르치기 위해서 처자식을 버려두고 여기에 와 있습니다! 갑자기 이러시는 게 어딨습니까?”


라필리 선생님은 평소 말투는 조금 냉정해도

항상 조곤조곤 존댓말로 말하다 보니, 설득이 더 쉬울 줄 알았는데... 내 예상과는 다르게 상당히 화난 듯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누군가 큰소리를 낸다면 올젠 선생님이 언성을 높일 줄 알았는데... 그래도 밀리면 안 된다.

오늘 선생님들을 설득한 후 그란츠 공작에게 대한민국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할거다.

준비했던 항변을 한다.


“라필리 선생님. 가족 문제를 왜 저한테 따지세요!? 검술 선생님으로 초대 한 사람과 따지셔야죠!”


“...”


“선생님! 아시잖아요. 저 제국 시장 구경하러 갔다가, 머리카락이 검정색인 걸 보니 마족이라며 체포하는 바람에 치안서 감옥에 하루종일 갇혀있다 나온 거.

그 이후로 시내에 나가면 무슨일 생길까 봐 지금 몇 달째 나가지도 못하고 갇혀 있잖아요!

원치 않는 용사소환으로 제국에 와서 마왕이랑 싸운다고 숨어서 힘들게 훈련하는데. 외모가 마족과 닮았다고 밖에 나가면 차별받아요. 이게 말이 되나요?”


“...”


“라필리 선생님. 제가 이 모든 걸 감내야 하는 이유라고 할 건 전혀 없어요.

저는 마왕이 있는지, 얼굴도, 나이도, 성별도 아무것도 몰라요.

피해를 본 게 없는데 물리치기는 뭘 물리쳐요. 안 그래요?”


쾅.

라필리 선생님이 참지 못하고 테이블을 양손으로 때린다.

화들짝 놀랐다. 어깨를 벌벌 떨길래 분노에 떠는 건 줄 알았더니...


“용사님의 어깨에 제 딸의 목숨이 걸려 있습니다! 진짜. 이러시는 게 어딨습니까?”


아... 이건 또 뭔 소리야.

황당해서 쳐다보는데 라필리 선생님의 눈시울이 붉다. 눈가에 눈물이 고여있다.

30대 중반인 라필리 선생님이 눈가를 훔친다고? 왜? 뭐 때문에?

갑작스럽게 선생님의 눈물을 보니 황당할 수밖에 없다.

어버버 거리고 있으니 라필리 선생님이 설명해 준다.


“용사님께 검술을 가르치는 조건으로 성녀님이 제 딸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딸 치료를 위해 황궁 수비대도 진즉에 그만뒀고, 훈련을 안 하는 날이나 훈련이 끝나고 나면 종단에 가서 허드렛일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용사님이 이렇게 그만두시면, 저는 어떻게 합니까?! 제 딸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라필리 선생님이 황궁 수비대를 그만두고 내 검술 선생님이 된 이유가 이거였구나...

전혀 몰랐다.


‘그런데 그게 왜 내 책임이야...’


마음 같아서는 나 몰라라 모르는 척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이 세계에 와서 내가 알고 지낸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나를 챙겨주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된다고 그들을 외면하나.

그 누군가는 위선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도움은 못줄 망정 상처에 소금 뿌리고 싶지는 않다.


“... 따님은 어디가 어떻게 아픈 건데요?”


“... 불치병입니다.”


라필리 선생님이 가족의 이야기를 꺼낸다.


* * *

#라필리 스미트의 집.


“에슐리...”


라필리 스미트가 근무를 위해 갑옷까지 다 입고서도, 아파서 지쳐 잠든 외동딸의 침대 곁을 떠나지 못한다.

식은땀을 흘리며 잠든 딸의 이마를 천으로 훔친다.


곧 있으면 황궁 경비 교대근무 시간이다.

더는 지체할 수 없는데... 아픈 딸을 두고 나가려니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교대근무를 하기 위해 일어난다.


“다녀와요... ”


라필리의 부인이 출근하는 그에게 인사를 건네온다.

피골이 상접했다고 할 정도로 안색이 안 좋다.


딸이 아프고 나니, 딸을 간호한다고 옆에 철썩하니 붙어있던 부인도 아프다.

가족들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직장이고 나발이고 다 무슨 소용이냐 싶지만,

일을 그만둘 수는 없다.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금전적으로까지 쪼들리면 희망조차 잃는다.

라필리는 어설프게 웃으며 부인에게 다녀오겠노라 인사를 한다.


“아... 자기... 조금만 참아줘. 황궁의 동료들도 적극적으로 치료 방법을 수소문하고 있으니까, 머지않아 애슐리를 치료할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될거야”



#황실 경비대.


“증상을 들으면 들을수록 증상 자체는 마력고갈 아냐?”


“이봐. 이제 10살도 안 된 애가 무슨 마력 고갈을 겪어. 게다가 아직 마법도 안 배웠다고 하잖아. 다른 원인이 있겠지...”


“그래. 헷갈리는 소리는 꺼내지도 말라고. 라필리 저 친구 맘이 어떻겠어...”


교대근무전 휴게실에 모여있는 경비대원들이, 라필리의 딸 치료 방법에 대해서 나름대로 토의를 해 본다.

하지만, 아직 대안이 될 법한 방법은 전혀 찾지를 못했다.

경비대대의 문이 열리고 경비 대장이 들어온다.


“라필리. 딸은 어때? 자애의여신교는 다녀왔나?”


“네. 집 근처 성당의 성직자분을 모시고 와서 보여줬는데... 자기 실력으로는 전혀 모르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럼 치료다운 치료는 아예 못 받은 건가...”


“일단 회복용 고급 포션을 매일 한병씩 먹이고 있습니다.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로 고통스러워하다가, 먹여 놓으면 식은땀은 좀 흘리기는 해도 숨도 제대로 쉬고, 잠도 자더라구요...”


“뭐?! 하루에 한병?!”


화들짝 놀라 소리치는 기사의 옆구리를 다른 동료가 슬쩍 때린다.

꼬박 한달을 일해도 급여로 고급 포션 20개를 살까 말까 할 정도인데...

그 비싼걸 매일 마다 한 개씩 먹이고 있다고 하면...

저축해 놓은 상당수의 돈을 딸의 치료를 위해 사용됐을 것이다.

다들 자식이 있는 아버지들이라 라필리의 마음을 이해는 하지만,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은 소원하기만 하다.


라필리는 자꾸 안 좋은 생각이 나는 것을 털어내려는 듯 강하게 고개를 흔들더니, 자신의 볼을 때린다.

짝.


”모두 이야기 들어줘서 고맙네. 나 때문에 조금 늦은 거 같군. 다들 교대근무 하러 가자고.”


모두가 대기실을 나서려는데 경비대장이 라필리를 멈춰 세운다.


“라필리. 잠시만 일로 와보게!”


“네. 대장님”


“내 누이가 프란시스 가문으로 시집을 가지 않았나. 방계기는 했어도 연줄은 댈 수 있다고 해. 자네 딸 치료 좀 부탁한다고 이야기해 뒀네. 좋은 소식 있을거야... ”


“아 그렇습니까...? 대장님! 정말 고맙습니다!


#스미트 공국. 영주성.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교단에 연줄을 대보았지만, 교단에서 치료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이 없다.

애슐리의 상태는 현상 유지 중이지만, 저축해 놓은 돈은 빠르게 떨어진다.

기어코 지금까지 모아놓았던 돈이 바닥을 드러낸다.

라필리는 고심 끝에 사촌 형인 스미트 공작을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치료를 위한 돈을 빌리고, 스미트 가문의 이름으로 프란시스 공작가에 연줄을 대볼 요량이었다.


스미트 공국의 영주성에 도착해, 한참을 기다려 스미트 공작을 만난다.

스미트 공작이 오랜만이라며 반겨준다.


“오 라필리! 너희 아버지 장례식 이후로 처음 보는 거 같구나. 무슨 급한 일이 있어서 연락도 없이 찾아오고 그래?”


“형님! 긴히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무슨 일인데 그래? 편히 말해봐.”


라필리가 딸의 상태를 설명한다.

저급 회복 포션은 전혀 효과가 없고. 고급 포션이 그나마 현상 유지를 도와 준다는 것.

낮은 수준의 성직자와 치료마법으로는 전혀 차도가 보이지 않으며, 희망은 성녀뿐이라는 것 까지...


“... 그렇군... 당장은 고급 포션을 계속 먹여야 할 테니 돈이 필요하겠구나. 내 동생이 힘들다는데 조금이라도 도와줘야겠지... 사촌 동생인데 이자는 안 받겠어.

단! 빌려주는 거야! 원금은 다른 무엇이 되더라도 갚아야 하는 걸 잊지 말라고!”


“형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더 요청이...”


“더? 교단에도 도움을 청해 달라고? 라필리. 나한테 아주 잘 해야겠어... ?”


“여부가 있겠습니까. 제 딸 치료만 끝나면 형님이 시키는 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흠... 진짜? 라필리. 검에 대고 맹세해. 그런다면 도와주지.”


라필리가 검을 뽑아서 땅 바닥에 박아 넣는다.

세로로 세워진 검에 이마에 대 세로로 긴 상처를 낸다.

라필리의 이마에서 피가 흘러 내려온다.


“저 쾌검의 라필리 스미트. 이번에만 도와주시면 라페타 스미트 공작님이 시키는 모든일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좋아. 믿어주지. 조카가 아프다는데 모른 척 할 수 없지. 프란시스 공작에게 내가 직접 부탁하러 다녀오마. 애슐리는 곧 치료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프란시스 공작이 내가 고개숙이는 걸 보고 아주 기뻐하겠군.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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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7. 에스키아 백작가. 23.06.23 15 0 12쪽
37 36. 용사의 빅픽처4 23.06.22 12 0 12쪽
36 35. 용사의 빅픽처3 23.06.21 1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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