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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연재소설

마왕이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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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작품등록일 :
2023.05.10 15:38
최근연재일 :
2023.07.19 16:35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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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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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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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용사의 자격

DUMMY

르노아가 잠시 나간 뒤 자신의 가문에서 일하는 사람을 데리고 돌아왔다.

바깥일을 많이 해서 탄 것인지 피부가 붉게 물든 노랑머리에 벽안의 남자다.

이 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흰 피부가 아닌 사람을 봐서 신기하다.

남성이 꾸벅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해온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에스키아 가문에서 일하는 채집 꾼. 왈도 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왈도 씨. 저는 장예서라고 해요.”


인사를 나눈 후, 미리 그림으로 그려 뒀던 양봉 과정을 펼쳐두고 설명을 시작했다.


“양봉이란, 꿀벌을 키워서 꿀을 얻는 일을 말해요.

꿀벌들은 꽃가루와 꿀을 모아서 벌집에 저장해요.

자신들 무리의 식량으로 비축하는데 그 꿀을 우리가 수확해서 먹을 수 있어요.”


양봉의 개념은 설명했으니 내가 그려놓았던 그림 중 벌통의 구성도부터 보여준다.


“양봉을 시작하려면, 먼저 벌을 키울 집이 있어야겠죠?

이렇게 집을 만들면 되는데, 이걸 벌통이라고 불러요. 꿀벌의 집이 되어 줄 겁니다.

벌통을 설치할 때는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이 좋아요. 그리고 벌통이 흔들리지 않도록, 튼튼한 바닥이 좋죠. 가능하면 쉽게 꿀을 얻을 수 있도록 주변에 꽃이 많은 곳에 설치하는 게 좋아요.”

르노아와 르네트, 왈도가 벌통의 구조도를 흥미롭게 본다.


“이렇게 똑같게 만들어서 벌통을 설치하면 벌이 알아서 들어오는 겁니까?”


“드물게 그런 일이 있다고 알고 있기는 한데, 무작정 기다리는 그것보다는 직접 데리고 오시는 게 편할 거예요. 평소 벌꿀을 채집하러 돌아다니실 때는 어떻게 꿀을 찾으셨나요?”


“바람 마법을 써서, 달달한 냄새가 나는 방향으로 가면 항상 벌집이 있더군요. 벌집을 찾으면 부수고 꿀을 빼냈습니다.”


“그럼 그 벌집을 통째로 가져와서, 그 벌들을 벌통에 옮기시면 돼요!

벌들에게는 여왕벌이라고 무리의 여왕이 있는데, 여왕이 모든 벌의 어머니기 때문에 그를 따르거든요.

여왕벌을 찾아서 벌통으로 옮기기만 하면 무리가 여왕벌을 따라서 알아서 벌통으로 이사를 갈 거예요.”

“오! 벌은 여왕이 통치하나 보군요! 왕이 통치하는 경우는 없나요? 여왕은 어떻게 구분하죠?”


“여왕벌은 다른 벌과 달리 덩치가 훨씬 더 크고 길쭉해요. 수컷 벌도 있기는 한데, 무리의 번식을 위해 있을 뿐, 무리의 왕은 아니에요. 생식기능이 있는 수컷은 일반 벌보다 크고 통통해요.”


“길쭉한 벌과 통통한 벌... 말로만 들어서는 잘 찾아 옮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여왕벌을 찾는 게 어려우시면, 벌집을 부숴, 벌을 통째로 옮기셔도 돼요.

대신 이렇게 하면 물리는 건 각오하셔야 해요. 벌에 쏘이면, 아프기도 하고, 호흡곤란 등의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니, 이렇게 생긴 모자와 장갑,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아요.”


내가 그려놓은 보호장구를 가리키며 이야기하자 왈도가 상남자처럼 무심히 말한다.


“뭐. 이미 많이 물려봐서 벌에게 물려 봤자 따끔하기만 합니다. 물리는 건 걱정 안 됩니다.”


“아~ 이 이상한 옷 그림이 보호장구였구나! 언니 진짜 이것저것 많이 안다!”


“왈도. 예서님 말씀대로 보호 장구를 만들어 사용해 보세. 꿀 채집 과정에서 벌에 쏘여 다치는 이들도 꽤 많지 않나.”


“... 네. 도련님 뜻대로 하겠습니다.”


르노아가 지시하니 왈도가 수긍한다.

이제, 벌을 옮겨 키우는 과정을 다 설명했고, 꿀을 수확하는 과정만 설명해 주면 된다.


“기존에는 벌집을 부숴서 흘러나오는 걸 채취 하셨겠지만, 효율적으로 채취하려면 회전하는 원심력으로 추출하는 게 좋아요.

꿀벌들이 일하면, 벌통에 꿀이 이렇게 가득 차는데, 표면의 밀랍이 꿀이 세지 않게 막고 있으니, 뜨겁게 달군 칼 등으로 밀랍을 한 꺼풀 걷어 내야 해요.

그다음에 기다란 냄비의 벽면에 벌통을 붙여, 회전시켜서 원심회전으로 꿀을 빼내는 거죠.”


내가 벌집에서 꿀을 얻는 방법을 설명하자, 르노아가 혼잣말하듯 말한다.


"이건 마법으로 하면 되겠네. 기존 방법보다 훨씬 쉽겠어."


"예? 마법이요??"


"장예서님도 마법을 배우고 계신 거 아닙니까? 바람 마법으로 회전시키면 되잖아요?"


아~! 전기도 모터도 없어서 원심회전은 힘들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마법이 더 쉽겠다. 무게 중심 못 맞췄다고 덜덜거리지도 않을 거 같고.

이 세계의 사람들은 마법을 쓰는게 도움 될 때를 굉장히 쉽게 발견해 낸다.

마법을 많이 사용해온 만큼 익숙하고, 또 그런 만큼 사용할 만한 곳이 쉽게 보이나 보다.


“그렇겠네요... 아무튼, 설명은 다 됐어요. 혹시 더 궁금한 거 있으세요?”


“이정도 그림이면 설계도와 다를 바 없겠군요. 장예서님, 벌통의 크기는 얼마나 크게 만들면 됩니까?”


“아~ 크기를 안 알려 드렸네요. 한 이정도쯤이면 될거 같아요. 가로, 세로, 높이 다 이정도씩.”


내가 티 테이블을 가르치며 크기를 설명한다. 르노아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구조가 복잡한 건 아니니까, 공방에 맡기면 금방 만들 수 있겠군요.

장예서님. 이런 곤충의 습성은 어떻게 알아낸 겁니까? 이런 게 예서님에는 상식인가요?”


“그런 건 아닌데, 제가 이런 거에 관심이 많기도 했고, 제가 살던 곳에서는 기록을 굉장히 중시해서 지식을 찾고, 배우는 게 굉장히 쉬운 편이었어요.

책 등의 기록물도 많고, 영상과 통신이 발달해서 정보교환이 쉬웠죠.

식물이나 곤충, 동물을 관찰하고 지켜보면서 이들의 생태계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도 많다 보니···”


나도 모르게 추억에 취해 말했는지, 다들 순간적으로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무슨 소리야’ 하는 표정.

아... 나 혼자만 아는 걸 중얼거렸구나.


“언니... 영상? 통신? 정보교환? 그게 뭐야...?”


“응? 아니야. 그런게 있어 신경 쓰지 마. 어쨌든, 왈도 씨 잘 부탁드려요. 벌도 종류가 있다 보니 약간의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큰 틀에서 습성은 비슷하니까 분명히 잘 될거에요. 안되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이야기 해주시고요.”


“네. 막히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왈도, 먼저 나가 있게. 인사만 하고 내려가겠네.”


“네 도련님.”


왈도가 문을 닫고 나가자, 르노아가 품속에서 수표용지를 꺼내든다.

액수를 써넣고, 서명한 후 작은 목소리로 시동어를 외우자 수표 바깥쪽으로 푸른 빛이 감돈다.


“약속한 10만 골드입니다.”


르노아가 건네준 10만 골드가 적힌 수표를 받아서 보니 바깥쪽으로 문양이 생겨나 있다. 예전에 르네트가 설명해 줬던 적이 있던 위조 방지 마법이다.

이렇게 쓰는 마법이구나!

옛날에는 왕실 마법사들만 사용할 수 있던 상위 마법인데, 마법이 발전해서 이제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마법 스크롤처럼 종이에 마법을 담았다고 했던가.


“잘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르노아님.”


“별말씀을. 앞으로도 좋은 상품이 있다면 저희 에스키아 가문과 상의하시면 됩니다. 하하하”


르노아가 인사를 하며 돌아간다.


“르네트. 하고 싶은 대로 진행해.”


“예서 언니··· 멋져!”


르네트에게 10만 골드 수표를 쥐여주자, 르네트가 방방 뛰며 콧노래를 부른다.

이제 본격적으로 가게 차릴 거라고, 다 죽어서 같은 혼잣말을 하며 자기 방으로 돌아간다.


*


씻고 잠자리에 누워 뒤척인다.

점심에 검술 훈련을 받으며 라필리 선생님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장예서님. 검을 휘두를 때 상대방을 다치게 할 거라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게 검술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어요. 그런 검술로는 그 누구도 죽이지 못합니다.

마왕을 물리칠 용사가 상대방을 다치게 할까 봐 두려워한다니요?

다치게 할 게 아니라 죽여야 합니다.’


마왕을 물리치라는 말에는 거부감이 없었는데, ‘물리쳐라’가 ‘죽이라’로 바뀌고 나니 거부감이 확 몰려온다. 내가... 사람을 죽여야 한다고?

마왕의 목을 밴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목에서 쏟구쳐 오르는 피분수와 그 피로 피 칠갑을 한 내 모습.

으으... 상상하려니 힘들다.

나도 모르게 몸서리가 처진다.


그란츠 공작과 약속한 대로 당장에는 검과 마법을 배우고는 있지만,

여전히 내가 마왕과 잘 싸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들고, 설사 마왕과 싸워 이긴다고 하더라도 죽인다고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었다.

‘용사님 마왕을 물리쳐 주세요’ 라는 말을 수 없이 들으면서도, 중간에 ‘죽인다’는 행위 자체를 무시한 채로 나는 승리, 마왕은 패배. 이렇게 쉽게 생각해 왔다.


‘장예서님. 마왕을 죽이라고요’


직접적으로 살인을 강요받아 보니 확실히 알겠다.

수 많은 영화나 만화, 소설들과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는 걸.


살면서 이제껏 봐왔던 그 이야기 들에서는 너무 쉽게 다른 사람을 죽여 왔는데, 그런 장면을 아무런 감흥없이 봤었던 내가 신기할 지경이다.

같은 상황에 놓여 보니, 죄책감이 장난 아닐 거 같은데... 전쟁터에 나갔다 온 군인들이 상대방을 죽인 죄책감에 PTSD가 온다는 게 이런 거였구나.

아직, 마왕과 싸우는 행위는 일절 하지도 않았는데, 죽인다는 상상을 해 본것만으로도 몸서리가 처지고, 심장이 벌렁벌렁한다.


‘내가 마왕을 죽일 수 있을까? 명백히 사람이 아닌 외모라면 가능하려나? 마왕이 사람과 비슷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면 완전히 불가능할 것 같은데...’


마왕을 물리치지 못 할거 같다면 용사 훈련만 잘 받다가 어떻게든 1년을 채워서 대한민국으로 돌아가는 게 최선이다.


‘욕은 안 먹을 정도로 훈련만 잘받자...’


나는 마왕을 죽일 용사가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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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54. 자격과 책임4 23.07.18 4 0 12쪽
54 53. 자격과 책임3 23.07.17 6 0 11쪽
53 52. 자격과 책임2 23.07.14 8 0 12쪽
52 51. 자격과 책임 23.07.13 7 0 10쪽
51 50. 감금생활2 23.07.12 7 0 10쪽
50 49. 감금생활 23.07.11 9 0 11쪽
49 48. 마족 간첩2 23.07.10 7 0 11쪽
48 47. 마족 간첩 23.07.07 10 0 10쪽
47 46. 제국 시장 23.07.06 7 0 11쪽
» 45. 용사의 자격 23.07.05 8 0 10쪽
45 44.식당 창업준비5 23.07.04 7 0 11쪽
44 43. 식당창업준비4 23.07.03 8 0 10쪽
43 42. 식당 창업준비3 23.06.30 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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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0. 식당 창업준비 23.06.28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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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7. 에스키아 백작가. 23.06.23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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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5. 용사의 빅픽처3 23.06.21 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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