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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연재소설

마왕이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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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작품등록일 :
2023.05.10 15:38
최근연재일 :
2023.07.19 16:3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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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2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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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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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6. 용사의 빅픽처4

DUMMY

거래를 앞두고 나니 에스키아 가문의 장남과 장녀가 한없이 진지해졌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인 거래 이야기를 해볼까? 르네트. 이런 게 갑자기 어디서 나왔지? 용사님이 살던 세계의 지식으로 만들어진 건가?”


문맥만 봐도 내가 만든 것을 알고 있을 건데, 르노아가 확실히 짚고 넘어가려나 보다.

르네트의 대답도 묘하게 동문서답이다.


“오빠. 착각하지마. 용사님의 ‘사업파트너’는 나야.”


“그렇군. 장예서님이 작정하면 이런 제품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더 나올 수 있다는 뜻이 되겠군... 그것도 다른 세계에서 자주 활용되는, 시장성이 검증된 것들로..."


르노아는 진지하게 협상이 시작되고 나니 장난치거나 연극처럼 행동하던 것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장사가 주제가 되니까 분위기부터 달라지고 한없이 진지하다.


“똑똑한 내 동생이니 다른 거래 선택지도 준비하고 있겠지? 버젯 가문을 염두에 뒀나? 르네트. 에스키아의 가주 후계자로서 거래를 약속하지. 단. 선택지에 우리 에스키아만 남겨라.”


“...”


"르네트. 너도 에스키아 가문의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마. 버젯 가문 같은 잡놈과 손을 잡았다가 훗날 상황이 바뀌었네, 너희 때문에 손해가 났느니 어쩌니 소리 듣는 것보다 우리와 평범한 거래를 평범하게 하는 것이 훨씬 좋을 거다.

너는 내 동생이다. 불합리한 조건을 억지로 들이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대신, 어떤 물건이 되었던 ‘시제품을 만들고, 시장성 확인, 판매할 때’는 항상 우리가문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 1순위 거래 협상자를 항상 우리 ‘에스키아 가문’으로 둔다면 전폭적인 협력을 하지.”


차기 가주 예정자다 이건가? 가문을 챙기겠다는 의지가 확실하다. 좀 멋진데?

르네트가 이정도면 진지하게 합의 볼 만 하다고 생각하는지 나를 바라본다.

나도 납득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오빠가 원하는 대로, 새로운 ‘물건’이 나오는 일이 있다면 늘 ‘에스키아 가문’과 상의해서 만들게. 조금 전 비누의 시제품은 오빠도 써봤으니 어떤 제품인지는 알 거고, 이제 거래 방법을 결정하자고.

첫 번째는 제품을 우리에게서 공급받는 거야.

나와 예서 언니가 공장을 세워서 직접 비누를 만들게. 오빠가 우리에게 물건을 사서 이윤을 붙여서 팔아. 제품의 생산비용은 우리도 계산해 봐야 알기 때문에 공급 가격은 미정이야.”


“잠깐. 그전에. 이 시제품은 어디서 난거지? 직접 만든 건가?”


“... 예서 언니가 주방에서 만들었어.”


“이걸 주방에서 만들었다고? 흠... 실례지만 만드는데 걸린 시간은 얼마고 몇 개가 만들어졌나요?”


르노아가 내게 물어보았고, 순순히 답했다.


“한 5시간 걸렸고요, 그 크기로 총 60개 정도 만들었어요.”


“혼자서 한 번에 60개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거래 방법은?”


“두 번째는 비누의 제작방법을 사는 거야.

이건 예서 언니가 용사다 보니, 매일 훈련을 받아야 해서 나온 선택지야.

공장을 만들어서 생산하고 판매, 이윤을 내는 모든 과정을 오빠가 알아서 하고,

‘제조방법’을 제대로 된 목돈을 주고 사는 거야.

그리고, 오빠가 비누를 판매할 때마다 항상 예서 언니에게 매출총액의 1%를 한달에 한 번씩 정산해줘.”


“르네트 네가 생각한 거래 방식인가? 생각을 잘했구나.

목돈은 레시피 비용이라고 치고, 1%의 판매금은 레시피의 입막음 비용인가?”


“응. 언니랑 상의해서 결정한 방식이야.

언니가 뭔가를 만들려고 때마다 매번 공장을 세울 수는 없잖아? 상의 끝에 다른 곳에 위탁하기로 결정했어. 처음으로 협상할 대상은 오빠로 하자고 내가 건의했고.

나도 에스키아 가문의 딸로서의 자각이 있다고 말해두고 싶네.”


“역시 너도 에스키아 가문의 딸이구나. 사업에 재능이 있어 보인다.

네가 남동생이었으면 후계자 지위를 두고 크게 다툴뻔했겠어.

용사님. 레시피 비용으로 얼마를 생각하고 계시는지요? 이제 저랑 이야기하실까요?"


“오빠. 본인 입장 상 본인이 갑이라고 생각하나 본데... 아니야.

예서 언니와 나는 이미 함께 움직이고 있어. 언니가 바쁠수록 나와 상대할 일이 많을 거야.

나를 정당한 비즈니스 파트너로 대해줬으면 좋겠네.”


'오. 르네트 분위기 잡으니까 암흑가의 숨겨진 흑막 같다. 제국 최고의 장사치 집안의 딸이라고 하더니, 허투루 그런 말을 한 건 아니었다. 믿음직스럽다.'


르네트의 뜨거운 눈빛에 르노아가 어깨를 으쓱한다.


"... 무슨 말인지 알겠다. 장난 한번 했다가 뼈도 못 추리겠군. 이 이후로는 그런 일 없게 하지. 레시피 구매 비용은 10만 골드."


내가 귓속말로 물어본다.


"르네트. 10만 골드면 어느 정도 돈이야?"


"지금 고급 별장과 꽤 넓은 부지의 선물을 한 채쯤 살 수 있는 돈이에요. 적어. 더블."


'대한민국 기준 서울의 집 한 채를 살 수 있는 돈이라면··· 한 2, 30억쯤 되려나? 이쪽 세상의 물가를 모르니 잘 감이 안 온다. 내가 너무 소시민이라 모르는 거겠지...?'


르네트가 설명을 마치자마자, 기습적으로 두 배를 부른다.

르네트 너무 비싸게 부르는 거 아니야? 라고 할 뻔했지만, 말을 꾸욱 삼켰다.

이런 타이밍에 소시민티 낼 필요는 없다.


".... 좋아. 20만 골드. 독점적으로 ‘비누’라는 상품의 레시피는 우리만 제공 받을 것.

대신에 너희 쪽의 실수로 비누의 제조 레시피가 유출될 시에는 책임을 져야 할 거다.”


“아! 잠깐 제가 껴들어도 될까요? 비누를 더 좋은 형태로 개선되는 레시피가 나올 수 있어요. 계약에 특약 사항으로 넣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르노아가 움찔하며 놀라더니 비누를 바라본다.

‘더 좋아질 수도 있다고?!’ 하며 놀란 거 같다.


“개선점이 담긴 레시피는 저렴한 가격에 우리에게 판매할 것을 계약서에 특약으로 넣지."


“좋아 오빠. 앞으로 잘 부탁해. 그럼 레시피는 어떻게 받을래?”


“공장을 만들고 직원을 모아서, 직접 제품을 제조는 해 봐야지.

그때 잔금도 지불 하기로 하지. 받은 레시피로 직접 제조도 해보고.

내일부터는 주말이고...”


르노아가 마침 자신들의 영지에 비는 창고가 있다며, 거기를 개조해 공장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설비에 딱히 대단할 건 없어서 직원을 구하면 금방 완료 될거라고, 다음 주쯤에 공장으로 찾아가 제조 레시피를 알려주기로 약속했다.


“그럼 저희가 공장을 준비하고, 재료까지 다 준비되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때 계약 마무리 짓기로 하시죠.”


르노아와의 협상이 악수로 마무리되었다.

형제자매다 보니 르노아가 까탈스럽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르노아에게 안 밀리는 걸 보면 르네트도 사업가 체질같다.

르네트가 자신만만하게 미소짓는 게 믿음직스러워 보인다.


***


이 저택으로 와서 맞이하는 첫 번째 토요일이다 보니,

이제껏 미뤄뒀던 휴식을 옴팡지게 취해야 하건만,

오전 훈련을 끝내자마자 부랴부랴 마차에 올라탔다.

오늘은 비누 거래를 마무리 짓기 위해서 르네트와 함께 르노아를 만나러 간다.


우리가 향하는 곳은 르네트의 본가.

르노아에게서 본가 근처에 비누 공장을 만들었다고, 이번 토요일에 들렀다가 하루를 자기네 저택에 묵은 뒤 돌아가는 게 어떠냐고 연락이 왔다.

빨라야 다음 주말이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빠른 준비였다.

르네트와 내가 르노아가 왜 이렇게 몸이 달았냐(?)고 의아해할 정도였다.


히이이잉.

말이 울며 마차가 멈추어 선다.

로브를 뒤집어쓴 채로, 마차의 문을 열고 보니

르노아와 10여 명의 직원이 밖에 서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맘젤레. 에스키아 영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르노아가 다리를 꼬면서 모자 쓴 팔을 휘적이며 인사를 한다.

마지쿠스 별장에서 거래할 때는 안 하더니만, 이 과도한 연극 톤의 인사는 여전하다.

남들 앞에서 ‘용사’라고 부르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맘젤레’ 라는 듣도 보지도 못한 호칭을 쓴다.

가만. 아~ 그러고 보니 상대방의 신분을 숨기려고 특이한 호칭을 쓰는 건가?

그렇구나! 가만 보면 주변에 사람이 많을수록 행동이 요란스럽다.

어쩌면 무언가를 조심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첩자라든가, 미행이라던가 그런 거.

여러모로 신기한 점이 많은 사람이다.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르노아 에스키아 님.”


“오빠 제발... 인사 좀 평범하게 하라고...”


르네트는 학을 뗀다는 표정으로 르노아를 쳐다보고,

나는 치마 양 끝단을 들어 올리며 평범하게 답례 인사를 했다.

르노아가 ‘하하하’ 호탕하게 웃는다.


르노아의 안내를 따라, 마차에서 내려 공장으로 들어간다.

단층으로 된 직선으로 길게 뻗은 건물. 건물 자체는 우둘투둘한 커다란 돌을 시멘트 등으로 붙여 쌓은 느낌이고, 내부는 천장의 나무 골조가 고스란히 보인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본래의 용도는 마굿간이나 창고였을 것 같다.

땅은 평평하게 다듬어져 있고, 공장 일부는 환기가 잘되도록 지붕만 있다.


근처에 우물과 하천이 있어서 물을 구하기도 쉽다고 한다.

내가 사전에 이야기 한 대로 새 화구와 커다란 냄비, 평평한 테이블과 식용유, 나무 재까지

비누를 만들기에 부족함 없게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다.


깨끗한 종이에, 비누 배합비가 적힌 레시피를 작성해 가져왔다.

품에서 이를 꺼내서 르노아에게 건내준다.

르노아가 꺼내 쭈욱 읽더니 고개를 끄덕끄덕 이고 품속에 넣는다.


“자 그러면 비누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여기 계시는 이분께서 여러분들 앞에서 시범을 보이거나 지시를 할 테니, 여러분들이 그대로 작업하시면 됩니다.”


“네!”


르노아는 상당히 무서운 사장인지, 직원들이 군기가 바짝 들었다.

직원들 앞으로 가서, 로브를 깊게 쓰고 비누와 이것저것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온갖 종류의 체험학습, 원데이 클래스를 다양하게 배워두길 정말 잘했다.

‘뭐 툭하면 자꾸 10만 원씩 달래! 뭐 배워야 할 게 그렇게 많다고!’

헛짓거리한다고 엄마한테는 등짝 스매싱을 맞았지만, 이렇게 내 호기심이 도움 되는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얗게 타들어 간 나무 재를 끓여 양잿물로 만들고, 기름의 불순물을 걸러낸 후 둘을 섞으면 비누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며 네모난 틀에 걸쭉해진 반죽을 넣어 빨래비누를 만든다.


알칼리성과 산성을 설명해 주며, 피부에는 중성화된 제품을 쓰는게 좋다고, 안 그러면 트러블이 난다고 설명 해주며, 식초 등의 산성 재료를 섞어 중화하라고 설명해 준다.

향기는 에센스 오일을 만들어 넣거나, 기성 고체 향수를 부숴서 넣으면 된다고 설명해 주는데,

르노아가 에센스 오일 만드는 방법을 물어보길래, 그건 유료라고 알려줬다.

사람이 많고, 건장한 남자들이 달라붙으니 3시간 만에 비누 제작과정이 완료되었다.

이제 딱딱히 굳기 전에 자르기만 하면 된다고 마지막 말을 덧붙인다.


모든 일이 다 끝나고 나니 해가 많이 저물어 간다.

저녁 식사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르노아가 품속에서 수표를 꺼내 건네며 말한다.


“20만 골드 수표는 여기 있습니다. 그럼 이만 에스키아 저택으로 가실까요? 식사가 준비되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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